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68)
67화
2012년 1월 2일. 2840-600 세이샬, 포르투갈. 벤피카 캠퍼스 ? 스포르트 리스보아 벤피카 인턴십 및 교육센터. SL 벤피카 클럽하우스.
연말과 새해를 가족들과 함께 조용히 지냈던 난, 컵대회를 소화하기 위해 다시 팀에 합류했다.
모든 클럽은 각자만의 팀 문화가 있는 법이고, 그것은 이곳 SL 벤피카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거, 미안하군. 이미 방 배정이 전부 끝난 상태라, 비어있는 곳은 여기밖에 없거든.”
[······라는데?] [아, 괜찮다고 말해주세요.]“엘레 디즈······.”
SL 벤피카는 경기가 치러지기 전날, 클럽하우스에 다 함께 머무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4층 높이로 지어진 SL 벤피카의 클럽하우스는 주로 어린 유소년 선수들이 사용하고 있지만, 가장 꼭대기 층은 오직 A팀 선수들만이 사용할 수 있는 곳이었다.
그래서 이곳 SL 벤피카의 유소년들은 A팀에 합류하는 것을 두고, ‘Va para o topo’. 그러니까, 꼭대기로 향한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자, 그럼. 난 내일 올게. 알겠지? 주앙은 꽤 괜찮은 녀석이니까. 잘 지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거야.] [네, 형. 고마워요.] [그래, 그럼. 잘 자~.]하지만, 나는 오늘 꼭대기 층에 머무를 수 없다.
비어있는 방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 10월부터 클럽하우스 4층 전체에 보수공사가 시행되었는데, 연말이 끼어있었던 관계로 인부들 전체가 휴가를 얻어 공사 진행이 더뎌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듣기론, 겨울 이적시장에서 임대로 떠나기로 한 선수의 협상이 틀어지면서 내 자리를 만들 수 없었다고도 했다.
그래서 보다시피 이렇게, 유스와 한방을 쓰게 되었다.
똑똑똑-.
“응?”
짐을 대충 정리하고 침대에 누우려고 할 무렵, 노크 소리가 들려오며 방의 문이 열렸다.
안에 들어온 것은 순진한 얼굴을 지닌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남자였는데, 난 곧바로 그가 내 룸메이트임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임대 협상이 진전되지 않는다면, 난 천상 앞으로 보름 동안의 일정 동안은 저 친구와 같은 방을 써야만 한다.
이름이 분명?
“Prazel.(반가워)”
“Prazel. Seu nome e Joao Cancelo. Certo?”
“Si, Sim!”
바짝 긴장한 것처럼 보이는 이 친구의 이름은 주앙 칸셀루다.
포지션은 나와 같은 오른쪽 사이드백이고, 현재는 포르투갈의 U-18 대표팀에 소속되어있다고 들었다.
경훈이 형의 말로는 발재간도 있고 공격적인 본능은 상당히 좋은데, 수비라든가 필드에서 머리를 써서 플레이하는 데에는 좀처럼 재주가 없다고 했다.
대표팀에서도 마찬가지 부분을 지적받고 있으며, U-18의 감독 에드가 보르게스(Edgar Borges)가 한 날은 이곳 유스팀 감독에게 전화를 걸어 제발 좀 수비를 가르치라 호소했을 정도다.
경훈이 형은 무척이나 재미있는 에피소드였다는 듯이 내게 말을 해줬지만, 난 솔직히 칸셀루가 이해됐다.
모든 사람으로부터 ‘너는 이게 약점이니 이걸 더 잘해야 해!’라는 말을 반복적으로 듣는다면, 오히려 그것이 신경 쓰여서 평소의 실력조차 나오지 않을 것이다.
[맛있는 거 챙겨왔어, 먹을래?]“Que?”
Que는 못 알아들었다는 뜻이었지.
어, 그러니까.
“Doces······ Koreanos?”
“오-!”
한국에 갔을 때, 부모님은 이곳저곳을 돌아다니시며 부지런히도 한국의 과자라든가 음식들을 구매하셨다.
당시에 보낸 우편은 아직 하나도 도착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대형 캐리어 하나 가득 챙겨 온 간식들은 아직 집안에 넘치도록 많았다.
한국의 과자를 가져왔다는 말에 흥미를 보인 칸셀루가 앞으로 다가왔고, 난 미리 깔아둔 자그마한 돗자리에 편히 앉아 그 위에 가져온 과자들을 펼쳐 놓았다.
역시나 사람끼리 친해지려면, 뭘 함께 먹어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이건 뭐야?”
[이거? 빼빼로라는 거야. 빼.빼.로.]“빼.빼.로우?”
[Bom, Bom! 잘하는데?]언어의 장벽 때문에 아직 축구에 관해서는 대화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서로를 알아가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조금 소심한 것처럼 보이긴 했지만 칸셀루는 무척이나 좋은 녀석이었고, 그래서 우린 금세 하하 웃으며 장난을 칠 정도까지 친해질 수 있었다.
그리고 얼마 뒤.
똑똑-!
“주앙!! 카드게임 하자!!”
[응?]“어?”
문이 열리더니, 몇몇 낯선 얼굴들이 등장했다.
칸셀루와 마찬가지로 유스팀의 선수들인 것 같은데, 그들은 돗자리를 편 채 앉아있는 우리를 보며 놀란 듯했다.
“너희들도 와! 한국 과자야! 아주 맛있어!”
“음···. 우리도 껴도 돼?”
대화를 알아듣지 못해 멀뚱히 과자만 주워 먹고 있을 무렵, 내 쪽을 돌아본 칸셀루가 손짓을 섞어가며 열심히 말했다.
[같이 먹자는 거지? 어······ Familia.]‘함께’라는 단어가 생각나지 않아 ‘가족’을 뜻하는 단어를 말해버렸지만, 이내 칸셀루는 환하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고개를 끄덕인 난 양손을 움직여 얼른 들어오라 말했고, 그러자 문 앞에서 우물쭈물하던 이들이 함께 돗자리로 와 앉았다.
“일단 얘네들 이름부터 소개해줄게. 얘는 넬송 올리베이라. 원래 브라가 녀석이었는데, 06년? 맞아? 응. 06년에 여기 벤피카로 왔어. A팀이랑 B팀을 오가고 있지. 그리고 또······.”
[잠깐, 잠깐! 너무 빨라. Lentamente.]아마 당분간 내가 가장 자주 쓰게 될 말.
Lentamente.
그러니까, 천천히.
그제야 아차 싶었는지, 고개를 끄덕인 칸셀루가 천천히 내게 새로이 합류한 이들을 설명했다.
가장 덩치가 큰 녀석은 넬송 올리베이라(Nelson Oliveira)였고, 바로 곁에 앉아있는 키가 더 큰 녀석은 안드레 고메스(Andre Gomes), 마지막으로 가장 작지만 가장 열심히 과자를 먹고 있는 쪽은 베르나르두 실바(Bernardo Silva)였다.
“우리 넷은 다 친하게 지내. 그러니까 너도. 친하게 지내자. 바모스. 삐카르. 즁토스. 에. 투도. 아미고. 오케이?”
[아미고!! 오케이!! 파밀리아!!]“풉-!!”
친구와 가족이라 외치는 나를 보던 안드레 고메스가 폭소를 터뜨리고, 입안 가득 홈런볼을 집어넣은 베르나르두 실바 역시 낄낄거리며 환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훈련 때에도 느꼈지만, 난 이곳에서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다.
“마실 거 가져오자!!”
“술?”
“술 좋지-!”
[응? 뭐?]잽싸게 일어난 고메스가 어딘가로 사라지고, 잠시 뒤 이곳엔 아무도 알아선 안 되는 맥주와 한국 과자가 있는 작은 파티가 펼쳐졌다.
아, 내일이 시합인데.
뭐, 술만 안 마시면 괜찮으려나?
난 지금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
2012년 1월 3일. 기마랑이스, 포르투갈. 1028 장 곤살루 거리. 이스타디우 D.아폰수 엔히크스(Estadio D.Afonso Henriques. Av. Sao Goncalo 1028. Guimaraes, Portugal).
·경기 시작 5분 전
비토리아 기마랑이스 SC 0 : 0 SL 벤피카
& Match-Up`s Best Eleven(벤피카/상대팀)
& Match-Up`s Tactics(벤피카/상대팀) : 4-4-2(D)/4-3-3
GK ? 에두아르도 / GK ? 더글라스 헤수스
RB ? 김다온 / RB ? 알렉스 코스타
CB ? 루이장 / CB ? 마마두 은`디아예
CB ? 에제키엘 가라이 / CB ? 주앙 파울루
LB ? 에메르송 콘세이상 / LB ? 안데르송 미네이루
DM ? 하비 가르시아 / DM ? 이쌈 엘 아두아
CM ? 악셀 비첼 / CM ? 페드로 멘데스
CM ? 놀리토 / CM ? 누노 아시스
AM ? 파블로 아이마르 / RW ? 파울루 세르히오
ST ? 하비에르 사비올라 / LW ? 마르셀루 토스카노
ST ? 오스카 카르도소 / ST ? 에드가 시우바
.
.
덴마크에서는 보통 3시간 거리면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하지만 도로에서 보내는 시간이 가장 아깝다는 듯, 이곳에선 너무나도 당연하게 전용기를 이용했다.
덕분에 목적지까진 단 50분이면 충분했다.
물론 비행시간만 50분이고 공항에서 버스로 갈아타 기마랑이스까지 오는데 다시 20분 정도가 더 걸리긴 했다.
그렇지만.
내가 말하는 건 그게 아니잖아?
비행도 비행이지만 가장 놀라웠던 경험은 전용기의 수준이었다.
그런데 거기에 대해서는 나중에 이야기할 때가 있을 거다
지금은 5분 앞으로 다가온 시합에 집중해야 했다.
경기를 준비하느라, 오늘 하루가 순식간에 지나갔다.
“이봐, 꼬마!!”
누군가 날 부른다 싶어 고개를 돌리니, 한 남자가 내게 손을 뻗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때 그렇게나 괴롭히더니, 오늘도 이렇게 괴롭히겠다고?”
[페드로! 보아 노이치.]“하하. 뭐야? 그새 인사를 배웠어?”
인연이라는 게 참 묘하면서도 재미있었다.
지금 인사를 건네온 건 기마랑이스의 중앙 미드필드로 나선 페드로 멘데스다.
이 남자와는 2010/11시즌 유로파 플레이오프 라운드에서 만났었는데, 당시에 멘데스는 스포르팅 CP 소속이었다.
“살살 뛰어, 살살. 알겠지?”
알아들을 수 없는 말과 함께, 멘데스는 내 어깨를 두드리며 돌아섰다.
“뭐야? 둘이 아는 거야?”
[아- 유로파 리그.]“아하-! 이해했어.”
이미 그렇게 마음을 먹었긴 하지만, 하루하루 시간이 갈수록 빨리 포르투갈어를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번 주 주말부터 새로운 과외선생님에게서 포르투갈어를 배우기로 했는데, 따로 더 공부할 방법을 찾아봐야만 할 것 같다.
답답해서 참을 수가 있어야지.
“모두우- 입자앙-!”
매우 우렁찬 목소리가 저 앞에서 들려왔고, 난 곧장 표정을 굳게 가져가면서 루이장의 뒤를 따라 걸었다.
경기 전, 루이장은 내게 이렇게 말했었다.
[내 목소리에 항상 귀를 기울여. 그리고 날 믿어. 알겠지? 네 뒤는 내가 어느 정도 책임질 테니까, 실수하지 말고 제대로 집중했으면 좋겠어.]루이장은 SL 벤피카의 심장이자 라인 컨트롤의 대가라고도 불린다.
함께한 시간이 부족하여 아직 그를 잘 알지는 못하지만, 사람들은 다른 사람은 몰라도 루이장은 믿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나 역시 그럴 생각이다.
솔직히, 안 그럴 수 없으니까.
겨울 이적시장을 통해 이적한다는 게, 왜 선수의 입장에서는 큰 도박이라 부르는지를 깨닫고 있는 요즘이다.
더구나 고작 세 번 발을 맞춰보고 출전하는 상황이다 보니,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무척이나 많았다.
지금 내 머릿속엔 조르제 제수스 감독님에게서 들었던 말들과 3일 동안 훈련하면서 보고 배웠던 것들. 마지막으로, 팀 벤피카의 전술이 짬뽕 되어 카오스를 연출하고 있었다.
쉽게 말하자면, 뒤죽박죽이란 거다.
[후우우- 죽겠네.]약간 느낌이 벼락치기를 잔뜩 하고 시험을 보기 직전인 것만 같다.
뭔가 머릿속에 들어있는 건 많은데, 체계적으로 정리된 건 하나도 없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날 믿으라고 했다.
누가 그랬냐고?
우선은 지성이 형이랑 영표 형.
두 사람은 내가 축구를 정말 잘하는 선수이니, 어디를 가더라도 기죽지 말고 내 플레이를 잊지 말라고 했다.
또 오늘 아침, 제수스 감독님도 그랬다.
너만의 축구를 하라고 말이다.
그런데 중요한 건, 나도 아직 그것을 구체적으로 정의 내릴 수 없다는 부분이다.
그러니 일단은, 배운 것을 토대로 머릿속에 있는 지식을 풀어헤쳐 볼까 한다.
다른 건 모르겠지만, 난 최소한 감독님과 동료들이 어떠한 식으로 오늘 경기를 풀어나가려 하는지는 알고 있다.
지금은 거기에 탑승하는 게 올바른 판단.
그렇다고, 버스를 타겠다는 건 아니다.
내가 이곳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이 구체화 되고 스스로 그것을 느끼기 전까진, 팀이 바라는 플레이.
그리고 내가 만약 동료의 입장이었다면 바랐을 플레이를 펼치겠다는 뜻이다.
삐익-!!
주심의 휘슬과 함께 경기가 시작되고, 기마랑이스가 선축을 가져갔다.
후방으로 볼을 돌려 빌드업을 시작한 기마랑이스는 빠르게 중원을 거쳐 측면으로 패스를 보내온다.
프리메이라로 오기 전, 비디오로 수없이 재생해보았던 것과 비슷한 전개 패턴이다.
난 빠르게 다가오는 축구공에 시선을 고정한 채, 몸을 날려 태클을 시도했다.
촤—-악!!
.
(오딜론 크루즈) – Benfica TV 아나운서
“좋은 태클이네요. 벤피카의 모든 팬이 궁금해했을 킴의 첫 번째 플레이는 무척이나 깔끔했습니다.”
(제 바레토) – Benfica TV 해설위원
“너무나도 아무렇지 않게 넘어가 잘 느끼지 못하셨을 수도 있습니다만, 진짜 좋은 태클이었어요. 수비 뒷공간으로 보내는 전진 패스를 잘 끊어냈죠. 느린 장면이 나오면 좋겠는데······ 이걸 좀 보세요. 패스가 향하기도 전에 이미, 선수를 쫓아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무척 좋은 기본기에요.”
.
“그렇지!! 잘했어!!”
금방의 상황을 돌이켜보며 말하는 건데, 만약 덴마크였다면 후방과 중원에서 볼을 돌리는 빌드업 시간이 좀 더 길었을 거다.
하지만 프리메이라리가의 템포는 무척이나 빨랐는데, 조금만 긴장을 늦추면 금세 뒷공간을 허용할 것 같다.
늘, 뒤로 돌아나가는 것을 신경 써야겠다.
피부가 짜릿짜릿해지기 시작하는 게, 아드레날린이 조금씩 몸 안에 퍼져나가는 것 같다.
[후우- 천천히. 서두르지 마, 다온아.]비록 조금씩이지만, 난 낯설기만 한 그라운드의 분위기를 온몸으로 빨아들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