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680)
679화 Calificacion (5)
이란 출신의 공격수 사르다르 아즈문은 어려운 도전 앞에서 망설이지 않는 남자였다. 이란 내 소수민족인 투르크멘계(界)로서 살아가는 건, 늘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종교적으로도 수니파였던 아즈문이다 보니, 연령별 대표팀 출신으로서 항상 커다란 기대를 받아 온 것과는 별개로 늘 보이지 않는 차별을 견뎌 와야 했다.
그리고 이란 상인 대표팀 내에서 가장 많은 득점을 올리고 있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테헤란에서의 충격적인 패배 이후, 이란의 미디어 대다수와 몇몇 원로 관계자들은 아즈문의 부진이 대표팀의 발목을 붙잡았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러시아 리그와 같은 변방에서 뛰는 아즈문이 지나치게 고평가되었다며, 아즈문이 알리 다에이(Ali Daei)와 같은 선수가 되어 줄 거란 환상을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 어떤 이들은 종교를 말하기도 했다.
[“수니파인 아즈문은 동료들과 함께하지 않는다. 그는 대표팀 내에서 외톨이고, 그의 부모가 아즈문이 선수들과 어울리는 것을 방해한다. 아즈문은 시아파로 개종(改宗)을 바라지만, 멍청한 인간들이 그걸 막아서고 있다.”]평소 지병을 앓고 있던 어머니를 향한 수위 넘는 비난에, 사르다르 아즈문은 최근 이란 대표팀을 은퇴하는 것까지도 고려하고 있다.
이번 2018 러시아 월드컵을 끝으로, 영구히 이란 대표팀 유니폼을 벗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한편으론, 이 모든 상황을 만들어 낸 김다온을 향한 복수심 역시도 불태우고 있었다.
특별히 악감정을 지닌 것은 아니지만, 흘러가는 주변 상황과 성장하는 과정에서 성립된 성격이 당한 것만큼 갚아주어야 한다는 마음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그러나.
{“—–!!!”}
{“이예에에에에에에-!!!”}
“…….”
명예 회복을 꿈꾸는 아즈문의 바람은 오늘은 성사되지 않을 가능성이 컸다.
후반 11분 김다온의 침투 패스를 이어받은 앙투안 그리즈만이 경기를 뒤집었고, 그로부터 채 10분이 지나기도 전에 페르난도 토레스가 다시 득점을 기록했다.
필리페 루이스가 얻어 낸 페널티 킥을 정확하게 마무리했던 것인데, P.K 선언 이전 김다온의 절묘한 패스가 돋보였다.
왼쪽 측면에서 대치하던 중, 기습적으로 파고드는 움직임을 보인 루이스를 겨냥해 축구공을 발등으로 가볍게 퍼 올리는 스쿱(Scoop)을 보여 줬던 것이다.
그런 식으로 연결이 될 것을 예상하지 못했던 세자르 나바스(Cesar Navas)가 얼른 몸을 가져가 진로를 막았지만, 주심은 그 동작을 파울이라고 보았다.
분명 할 만했던 경기가 순식간에 1:3이 되어 버린 지금, 고개를 숙인 사르다르 아즈문은 분한 감정을 느낀다.
‘빌어먹을.’
.
.
.후반 19분
아틀레티코 3 : 1 로스토프
(한희준) – SPORTV 해설위원
“이게 벌써 몇 경기째인지 모르겠습니다. 김다온 선수가 후반전에 투입되어 아틀레티코의 경기력을 끌어올린 횟수가 벌써 꽤 되거든요? 팬들이 김다온 선수를 뛰게 하라고 소리치는 것도 무리는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김종명) – SPORTV 아나운서
“3:1 이제 두 골을 앞서 나가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반면 FK 로스토프는 챔피언스리그 탈락의 위기에 몰립니다.”
(한희준)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기존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가장 큰 단점은 상대가 의도적으로 점유율을 넘겨줬을 때 그것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김다온 선수가 그 단점을 완벽하게 채워 주고 있거든요. 오히려 패스의 숫자는 전반전이 후반전보다 많습니다만, 박스를 겨냥한 위험지역으로의 침투 패스는 후반이 압도적입니다.”
.
두 골의 리드를 빼앗기게 된 로스토프는 빠르게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전반전 추가시간 알렉산드르 에로크힌(Aleksandr Erokhin)이 다치며 교체 카드를 한 장 써 버렸기에, 남은 두 개의 카드로 최선의 결과를 이끌어 내야만 했다.
FK 로스토프의 감독 이반 다닐리안트(Ivan Daniliant)가 몸을 푸는 선수들이 있는 쪽을 쳐다보며 손짓을 보냈고, 이에 달려오는 이를 본 아즈문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이반 다닐리안트가 불러들인 선수는 등번호 10번을 단 세네갈 출신의 공격수 무사 둠비아(Moussa Doumbia)다.
1994년생의 젊은 공격수로, 아즈문이 휴식을 취할 때 드미트리 폴로즈의 파트너로 출전을 하곤 했다.
물론 투톱을 그대로 놓아두고 좌우 미드필드 중 하나를 뺄 가능성도 있었지만, 후반전의 경기력에 스스로 만족하지 못한 아즈문은 조급해지는 것을 느꼈다.
실제로도 김다온의 투입 이후, 이기적인 플레이를 펼치며 몇 번이나 동료들의 원성을 샀다.
그러나 복수에 눈먼 사르다르 아즈문은 그 스스로 장점을 잃어 가고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한다.
결국은 그 역시 21살에 불과한 어린 선수다.
‘제기랄.’
이를 악다문 아즈문이 전방 압박을 위해 피치를 뛰어다니고, 그를 여유롭게 피해 패스를 돌린 아틀레티코는 중앙에 선 가비 페르난데스에게 무난히 볼을 전달한다.
보통 이쯤에서는 공격수가 스프린트를 포기하고 페이스를 조절해야 했지만, 그러는 대신 계속 피치를 내달린 아즈문은 전방을 바라보는 가비의 등 뒤에서 태클을 시도했다.
촤—악!!
탁-!
“아악-!!!”
“?!?!”
“에—이!!!”
사르다르 아즈문의 태클은 축구공이 아닌 가비의 오금을 정확히 가격해 버렸다. 무방비 상태에서 무릎 뒤를 가격당한 아틀레티코의 주장이 피치를 구르기 시작한다.
스터드에 타격당한 부위를 감싸 쥔 채 고통스러워하는 가비는 아픔이 심한 듯 다른 쪽 손바닥으로 피치를 두들겼다.
그러는 사이, 어처구니없던 태클에 화난 아틀레티코의 선수들이 아즈문의 주위로 모여든다. 이내 양 팀의 선수들이 엉겨 붙었고 피치는 조금 다른 의미로 뜨거워졌다.
태클이 끝난 지점에 그대로 주저앉은 사르다르 아즈문은, 결과를 예감한 듯 고개를 숙이고 있다.
“저 개새끼가 한 행동을 좀 봐!!”
“고의가 아니었다고!!”
“고의가 아니라고? 이건 살인 태클이야!!!”
“그렇게까지 말할 건 없잖아?!?!”
“이 빌어먹을 녀석!! 그러고도 네가 축구 선수라고?!”
“…….”
근처에서 들려오는 정신없는 목소리들을 들으며 주섬주섬 몸을 일으킨 아즈문의 앞으로, 스코틀랜드 출신의 크레이그 톰슨(Craig Thomson)이 다가온다.
그의 손은 노란색 카드가 있는 상의의 포켓이 아닌, 다른 색이 있는 뒷주머니 쪽을 향하고 있었다.
이윽고 빨간색의 카드가 높이 들어 올려지고, 크레이그 톰슨은 다른 한 손을 사용해 아즈문의 퇴장을 명한다.
좌절하며 몸을 돌린 아즈문이 유니폼 상의를 걷어 올리며 터벅터벅 걸어가고, 온갖 야유를 한 몸에 받았던 그는 이내 이반 다닐리안트의 곁을 지나친다.
“Почему(어째서)?”
이해할 수 없던 태클에 질문을 던져오는 감독의 앞에서, 아즈문은 고개를 숙일 뿐이다.
스터드가 가비의 오금에 닿는 순간, 갑자기 스위치가 켜지며 제정신이 돌아왔다. 그리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자신이 모든 것을 망쳐 버렸다는 것이었다.
그러곤 깨달았다.
몇 주 전 테헤란에서 보았던 충격적인 장면들.
그리고 그 주인공이었던 김다온.
존재 자체만으로 공격수들에겐 커다란 도전이 되어 버린 대한민국의 수비수 앞에서, 그저 스스로 작아지지 않기 위한 발버둥을 쳤을 뿐이라는 것을 말이다.
복수란 핑계와 도발이라는 수단으로 자기 자신을 보호하며, 세계 최고를 향한 도전을 했다.
물론 그 방법은 옳지 않았고, 과정 역시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그에 대한 대가를 뼈저리게 치르고 있다.
“후우~~~”
아무도 없는 FK 로스토프의 드레싱 룸 안에서, 홀로 의자에 앉은 사르다르 아즈문에게 커다란 공허감이 찾아든다.
과연 자신은 좋은 축구 선수인 걸까?
어째서 김다온과 같은 선수가 존재하는 걸까?
어째서 이토록.
‘차이가 나는 거지?’
펠레를 시작으로 리오넬 메시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에 이르기까지. 파괴적인 공격수를 상대해온 수비수들이 느꼈던 심정을, 이번에는 반대로 아즈문이 느끼고 있었다.
삶은 공정하지 않으며, 그것에 대한 균형을 맞추고자 규칙이 존재하는 피치에서조차 저울은 평형을 이루지 못한다.
그리고 다양한 이름의 추(錘)가 존재하는 삶과는 달리, 축구에서 존재하는 추는 ‘재능’이란 이름의 한 가지가 전부다.
그렇기에 더더욱, 지금 느끼고 있는 불공정함이 괴롭게만 느껴지는 사르다르 아즈문이다.
“제기라알-!!!!!!”
쿵-!!
한껏 좌절한 이란의 스트라이커가 내지르는 목소리가, 드레싱 룸 주변 복도를 쩌렁쩌렁하게 울리고 있다.
.
.
.경기 종료(Champions League G.Stage)
아틀레티코 4 : 1 로스토프
[골] 앙투안 그리즈만 : 전반 28분, 후반 11분(김다온), 후반 48분(페르난도 토레스)페르난도 토레스 : 후반 19분(P.K/필리페 루이스)
김다온 ? 49분 출전(1어시스트/평점 8.7)
MoM ? 앙투안 그리즈만(3골/평점 9.4)
.
.
[3주~5주가량을 결장하게 될 가비. – 아스(스페인)]***
.2016.11.05.경기 결과(La Liga 11R)
소시에다드 2 : 1 아틀레티코
[골] 김다온 ? 후반 39분(F.K)김다온 ? 95분 출전(1골/평점 7.7)
.
.
[평범했던 전반과 형편없었던 후반 속, 아틀레티코의 볼거리는 오직 다온뿐이었다. – BeIN LaLiga 경기평가]***
※ 2016년 11월 대한민국 A매치 소집 명단
-> 2016년 10월 28일 발표
-> 감독 : 호르헤 삼파올리
-> 경기 : 2016년 11월 11일 VS 캐나다
2016년 11월 15일 VS 우즈베키스탄
-> 평가전(캐나다)/월드컵 최종예선
GK ? 김승규(고베), 조현우(대구), 권순태(전북), 노동건(수원)
DF ? 김다온(아틀레티코), 김창수, 이용(전북), 곽태휘(서울), 김민재(한수원), 오반석(제주), 김기희(상하이), 정승현(울산), 연제민(수원), 정운(제주), 홍철(수원), 강상우(포항)
MF ? 기성용(스완지),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 권창훈(벤피카), 남태희(레크위야), 한국영(알 가라파), 이재성, 김보경(전북), 염기훈(수원), 이창민, 이찬동(제주), 손준호, 문창진(포항)
FW ? 손흥민(토트넘), 김신욱(울산), 정조국(광주), 이근호(제주), 양동현(포항)
** 이청용, 황희찬 부상 제외
*** 총 엔트리 33명
***
2016년 11월 6일. 28014 마드리드, 스페인. 에디피시오 프라도.
어제 경기가 끝남과 동시에, 전 세계가 일제히 A매치 주간에 돌입했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이 곳곳에서 펼쳐지게 됐고, 당분간 다들 클럽은 뒤로 미뤄 둬야만 한다.
하지만, 난 아직 아틀레티코를 신경 쓰고 있다.
어제의 패배가 너무나도 쓰라렸다.
“정말 괜찮은 거지?”
“응. 진짜야.”
“으음- 왜 마음이 불편하지?”
“그야, 자기가 나를 너무 사랑하니까.”
“우흥~ 그건 맞다.”
내게 안겨 목을 휘감고 있던 아영이가 사랑스러운 미소를 보여 준 뒤, 가볍게 입맞춤을 하곤 구두를 챙겨 신으며 출근을 준비했다.
오늘 난 집에 남아, 아영이가 돌아오는 저녁까지 휴식을 취할 예정이다.
“혼자인 게 심심하면 전화하고. 알았지?”
마지막까지 나를 신경 쓰던 아영이가 아파트를 나서고, 베란다로 나가 그녀를 끝까지 배웅한 뒤에야 난 소파로 돌아와 몸을 뉘었다.
“후우~”
현재 팀 내부는 상황을 꽤 심각하게 보고 있다.
말라가와의 경기 때부터 수비진의 폼이 떨어지기 시작했는데, 어제 결국 그것이 팀의 발목을 붙잡아 버렸다. 특별한 이슈가 없다는 점도, 쉽게 해결책을 찾지 못하는 이유였다.
차라리 부상이나 특정 개인의 눈에 띄는 컨디션 저하가 있었다면, 거기에서부터 접근을 해 볼 수 있었을 거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분명 선수들의 개별적인 컨디션도 나쁘지 않고, 전술에도 딱히 변화를 주지 않았다.
체력적인 부분도 마찬가지.
어제 소시에다드 원정에서는 챔피언스리그에서 휴식을 취했던 후안프란의 활약이 가장 좋았다. 고딘은 본래 강철 체력이고, 필리페 루이스 또한 체력에 문제가 없다.
‘그렇다면?’
탁-
소파에 드러누워 가볍게 위로 던지던 사과를 도로 테이블 위에다 놓아둔다. 그러곤 몸을 일으켜, 침실에 있단 랩톱을 가지고 다시 거실로 돌아왔다.
그런 뒤에는 화면을 켜, 아틀레티코의 전력 분석관인 닐 올로키(Nill Olloqui)에게 메신저를 보냈다.
말라가전과 이후의 전력분석용 편집 영상을 메일로 전달받기 위해서다.
따로 바쁜 일이라도 있는지, 메신저를 보내고 한참이 지났는데도 답장이 도착하지 않았다.
그래서 난 랩톱을 테이블 위에다 놓아둔 채로, 아까의 그 자세로 돌아왔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내 손에는 잘 익은 사과 하나가 들려져 있다.
탁-
“…….”
수비가 불안하다는 건 수비진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뜻일 확률이 높지만, 만약 거기에서 이유를 찾을 수 없을 경우 다른 부분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전방과 미드필드에서의 압박, 간격 유지, 앞선 선수들의 컨디션 등도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다.
어쩌면 나 역시도, 최근 아틀레티코의 수비가 흔들리는 데 영향을 주었을 수도 있다.
물론 스스로는 그렇지 않다고 믿고 있으나 축구라는 게 워낙 복잡미묘한 스포츠다 보니, 잘하고 있는 포지션이 되레 전술적 약점이 되는 경우도 존재했다.
코칭스태프가 이미 머리를 싸매고 있겠지만, 본디 고민이라는 건 나눠야 빨리 해소되는 법이다.
어차피 달리 할 일도 없다.
탁-
현재 내가 대표팀에 합류하는 비행기에 오르지 않은 이유는 이번 11월이 A대표팀이 이원화 방식으로 운영되는 첫 번째 주간이기 때문이다.
기존에도 중요하지 않은 평가전이나 대회에서는 이원화 방식으로 운영해 오긴 했지만, 특정 주간 두 개의 경기를 두고 이런 선택을 하는 경우는 처음이다.
11월 11일에 있을 캐나다와의 A매치는 K리그와 아시아권에서 뛰는 선수들을 중심으로 구성될 예정이고, 15일 우즈베키스탄과의 최종예선에 정예가 출전한다.
해외파에게 휴식을 주고 새로운 선수들을 테스트해 본다는 측면에서, 이번 계획은 팬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다.
덕분에 유럽에서 뛰는 우리 역시, 하루 푹 휴식을 취하고 체력이 회복된 상황에서 비행기에 오를 수 있게 되었다.
경기로 인한 피로가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높은 고도에 올라 열 몇 시간을 움직이는 것과 회복한 후에 이동하는 건 신체 손상의 정도가 확연히 다르기에, 나와 형들은 이번 결정을 매우 반겼다.
더구나 성용이 형과 흥민이 형의 경우, 10월에 입은 사소한 부상에서 돌아온 지 얼마 안 된 상황이었다.
띠링-
“응”
쿵-
“아-!”
계속해서 사과를 던지던 중 랩톱에서 알람이 울렸고, 알고 있었으면서도 깜짝 놀랐던 나는 고개를 돌렸다가 던졌던 사과에 머리를 맞고 말았다.
떨어진 사과가 카페트를 굴러 근처에 멈춰 섰고, 그것을 집어 든 나는 옷에다 대충 닦은 후 한 입 크게 베어 물었다.
와삭-!
달콤한 과즙에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느끼며, 왼손을 뻗어 키보드의 스페이스 바를 두들긴다.
탁-
어두워졌던 화면이 밝아지고, 아까 띄워 놓았던 메신저 창의 아래로 자료를 곧바로 준비해 주겠다는 닐 올로키의 답이 보였다.
그래서 난 사과를 입에다 문 채, 감사의 말을 그에게 전했다.
타다다닥.
‘그.라.시.아.스.’
탁!
내일 한국으로 향하는 비행기의 안에서, 전달받은 영상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읏-차! 그럼, 나도 움직여 볼까?”
소파 테이블 위 랩톱의 화면을 닫으며 몸을 일으켜 세웠다. 본래는 계속 집에만 있을 생각이었지만, 잠깐 클럽하우스로 가 간단한 회복훈련을 해 보려고 한다.
가벼운 운동을 하고, 크라이오테라피(Cryotheraphy)를 통해 회복 속도를 당길 것이다.
최근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크라이오테라피는, 영하 110도 이하의 환경에 몸을 노출하는 관리 방법이다.
차가운 환경에 신체가 단시간 노출될 때 분비되는 자가 치유 능력을 상승시키기 위한 호르몬이, 염증과 근육통을 완화하고 피로를 해소하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근거 없는 이야기로 치부되며 일종의 사이비로 여겨졌으나, NBA의 르브론 제임스(LeBron James)가 이로 효과를 얻으며 전 세계로 뻗어 나갔다.
바이에른 뮌헨에서 뛸 때는 레비의 집에 크라이오 챔버가 있었다.
‘하여간…….’
사람들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자기 관리의 최고봉이라고 말을 하지만, 개인적으론 레비도 더했으면 더했지 호날두보다 못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작년부터는 나도 레비를 따라서 관리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지만, 그를 따라가려면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
어차피 좁은 아파트에 크라이오 챔버를 가져다 두는 것도 무리지만 말이다.
하지만 나중에 이적이 확정되고 이사를 하게 되면, 나는 집의 한쪽에 관리를 위한 공간을 따로 만들려고 한다.
이미 에이전시에, 전문가 섭외도 부탁해 뒀다.
집을 나서기 전 아파트 로비에 연락해, 차를 대기시켜 달라고 부탁을 한다.
마드리드의 고급 아파트인 이곳은 호텔과 비슷한 시스템을 가지고 있어, 로비에는 늘 관리인과 경비원이 상주했고 또 입구에는 발렛파킹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래서 지금처럼 이렇게 외출을 부탁하면, 아파트 측에서 내 차를 입구에 가져다 놓는다.
물론, 공짜는 아니다.
“여기요. 고마워요.”
“Gracias Senor. 오늘도 훈련인가요?”
“하하. 뭐, 비슷하죠. 그럼.”
푸근한 인상의 젊은 직원에게서 차 키를 건네받은 후, 나는 운전석에 올라타 훈련장으로 방향을 정해 움직였다.
점심시간, 마드리드의 시내는 차로 붐벼 난다.
빵- 빠앙-!!
빵, 빵, 빵!
곳곳에서 들려오는 경적과 그 위에 겹쳐지는 사이렌 소리는, 전형적인 마드리드의 정오를 보여 주고 있다.
거리에 넘쳐나는 관광객.
명소 앞에 이어진 줄.
이 모든 것들은.
‘……적응 안 되네.’
축구 선수로서 살아가는 삶으로의 집중을 방해하는 느낌이었다.
이 도시는 내겐, 너무 크고 또 너무 시끄럽다.
빠~~~~~~~~~~~~앙!!!
꽉 막힌 도로가 풀리려면, 좀 더 시간이 걸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