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681)
680화 Calificacion (6)
2016년 11월 7일. 81547 뮌헨, 독일. 재베너 슈트라세 51-57. 바이에른 뮌헨 서비스 센터 및 훈련시설. 프런트 오피스, 회장실.
뮌헨의 회장 선거까지 약 3주가 남은 가운데, 김다온의 판매를 임기의 마지막 업무로 삼으려 했던 카를-하인츠 루메니게는 특별한 것 없는 좌절을 느끼는 중이다.
현재, 울리 회네스와 프란츠 베켄바워를 포함한 뮌헨의 A.G들은 ‘발롱도르 발표 이후’ 김다온 판매에 대한 스탠스를 정하겠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만약 김다온이 발롱도르를 수상하지 못한다면 맨체스터 시티의 이적 제안을 받아들이고, 그 반대라면 다시 한번 재계약 테이블을 차리겠다며 말이다.
하지만 루메니게는 그것이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지난 아틀레티코 원정을 끝으로, 김다온과 뮌헨의 관계는 사실상 수명을 다했다.
그리고 현재 A.G들을 망설이게 만든 ‘체면’에 관한 부분 역시 마찬가지였다.
[발롱도르 수상자를 반년 만에 이적시키는 것]과 [이적 파동을 일으키며 임대 후 원소속팀을 상대로 셀레브레이션까지 펼친 선수와 재계약을 하는 것] 중, 무엇이 더 클럽의 체면에 영향을 미치는 일일까?발롱도르는 선수 개인의 영광에 더 가까운 것이지만, 후자야말로 클럽의 체면과 이어진다는 게 루메니게의 생각이다.
그러나 마티아스 잠머의 해고 이후 사실상의 꼭두각시로 전락한 루메니게는 인사(人事)적인 부분에서 아무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다.
오래전에 영입이 확정된 제바스티안 루디와 니클라스 쥘레와의 계약을 제외한 추진하던 모든 것이 백지화된 것은 물론, 인턴을 제외한 프런트 직원의 계약도 회네스의 허락 아래서만 가능하게 되었다.
공식적으로는 여전히 루메니게가 바이에른 뮌헨의 회장이었지만, 사실상 회네스가 클럽을 지배하는 실정이다.
그나마 김다온의 이적을 마무리하게 해 주겠다며 체면을 세워 주려 했었던 것도, 발롱도르라는 변수가 튀어나오면서 상황이 바뀌어 버렸다.
“…….”
A매치 주간 조용한 클럽하우스의 사무실에 출근해, 테이블에 팔꿈치를 괴고 생각에 잠긴 루메니게의 시선은 바로 앞 모니터를 향했다.
그리고 화면 속엔, 이적 협상이 갑자기 지연되며 조바심을 느낀 맨체스터 시티의 세 번째 제안서가 띄워져 있다.
1억 2천만 유로.
다시 천만 유로가 올랐다.
‘우리는 이 제안을 받아들여야 해.’
최초 1억 유로를 제안했던 맨체스터 시티는 계약 이후 이적료를 비밀에 부친다는 전제 아래 금액을 천만 유로씩 두 차례 올려왔다.
뮌헨의 내부 사정이 이적을 막고 있다는 걸 까맣게 모르는 그들은, 이번이 마지막 제안이라며 못을 박았다.
만약 11월 21일까지 답변이 없다면, 모든 제안을 철회하고 김다온이 자유계약을 풀리는 시점을 기다리겠다며 말이다.
삐걱-
“후우~”
자세를 바꿔 의자에 등을 기댄 루메니게가 익숙한 천장을 올려다보며 기다란 숨을 내쉰다.
전날 그는 라리가에서 뛰는 김다온의 경기를 보고 왔다는 마티아스 잠머의 메시지를 받았다.
유능했던 전(前) 바이에른 뮌헨의 단장은, A.G와 원로들이 펩 과르디올라를 헐뜯을 때 그를 보호해 주지 않았던 게 현재 상황을 초래한 가장 큰 이유라고 했다.
만약 펩 과르디올라와의 재계약에 성공했다면, 김다온이 클럽을 떠나는 일은 없었을 거라면서 말이다.
저녁을 먹고 잠자리에 들기 전 불이 꺼진 주방 식탁에 홀로 앉아 독한 술을 기울이던 루메니게는, 잠머의 메시지를 받곤 머리를 망치로 두들겨 맞은 기분을 느꼈다.
어느새 김다온에게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지만, 잠머의 말처럼 펩 과르디올라를 보호하지 않았던 게 모든 일의 시작점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과거의 루메니게는, 펩 과르디올라를 옹호하기보다 그의 영향력을 경계하는 쪽에 더 가까운 사람이었다.
바이에른 뮌헨이 FC 바르셀로나처럼 바뀌고 있다는 말에, 클럽의 철학인 ‘Mia san Mia’를 내세워 펩 과르디올라에게 충분한 대우를 해 주지 않았다.
물론 뒤늦게 그가 클럽에 중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고 행동을 바꿨을 땐, 이미 상황이 결정된 뒤였다.
결국 부랴부랴 후임자를 물색하게 된 바이에른 뮌헨이 선택한 것은 카를로 안첼로티였고, 최소한 지금까지 그것은 좋지 못한 판단이었을 가능성이 컸다.
생각이 여기까지 왔을 때, 카를-하인츠 루메니게는 다시 한번 답답함을 느낀다.
“후우~~”
대체 어떻게, 울리 회네스와 프란츠 베켄바워는 김다온을 설득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하는 것일까?
이젠 자신이 보기에도 바이에른 뮌헨은 세계 최고의 선수가 뛰기엔 매력적인 클럽이 아니었다.
어렸을 때부터 독일에서 자랐거나 다른 분데스리가 클럽에서 오랫동안 뛰며 뮌헨을 이상향으로 그린 선수가 아닌 이상, 이곳은 다른 클럽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졌다.
자금력은 레알 마드리드/맨체스터 시티/PSG에 한참 미치지 못하고, FC 바르셀로나처럼 세계 최고의 선수를 보유했다는 매력 역시도 지니지 못했다.
그렇다고 EPL처럼 리그의 경쟁력이 높다거나, 축구 그 자체만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인 것도 아니다.
특히 김다온처럼 끊임없이 경쟁을 바라고 오직 축구만을 바라보는 경우라면, 최소한 뮌헨은 지난 3년처럼 운영을 해 왔으면 안 됐다.
바로 그런 점에서는 카를-하인츠 루메니게에게 책임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최소한 그는 빠르게 잘못을 인정하고 변화를 시도했고, 지금까지도 누구보다 바이에른 뮌헨 클럽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제, 고개를 내린 루메니게는 손을 다른 곳으로 뻗어 휴대전화를 집어 든다.
그리곤 전날 도착한 마티아스 잠머의 장문 메시지를 확인하며, 가장 마지막 문단을 찾아 내려갔다.
조금 더 일찍 올바른 판단을 내리지 못한 것에 관한 후회와 끝까지 함께하지 못했던 미안함을 문장 속에 표현해 가던 잠머는, 가장 마지막에 한 가지 제안을 해 왔다.
그건 바로.
마티아스 잠머는 클럽 내의 정치가 펩 과르디올라와 김다온을 떠나게 했음을 폭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것을 통해 프란츠 베켄바워의 세력을 밀어내야 한다면서 말이다.
그리고 그 지분을 루메니게가 확보한다면, 언젠가 다시 뮌헨의 회장이 되어 클럽을 이끌 수 있다고 했다.
물론 카를-하인츠 루메니게 본인은 현(現) 아디다스의 CEO인 헤르베르트 하이너를 차기 회장으로 밀고 있었다.
회장이 아닌 기술 이사로서 클럽에 머무는 것을 더욱 선호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것들을 떠나, 잠머의 폭로 제안은 분명 매력적이었다.
그것은 김다온의 판매를 망설이는 A.G들을 혼란에 빠트릴 수 있고, 책임지고 싶지 않은 회네스를 잠깐 클럽의 경영에서 떨어트려 놓을 수 있다.
그러면 루메니게는 김다온의 이적을 진행시킬 수 있을 것이며, 1억 2천만 유로라는 거금을 확보함으로써 실패를 어느 정도 위로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분데스리가의 클럽은 세계 최고의 선수를 보유할 수 없다]라는 편견을 강화한 것에 따른 비난은 이어지겠지만, 그 정도야 충분히 감내할 수 있다.
무엇보다, 자신을 집요하게 괴롭힌 이들에게 통쾌한 복수도 할 수 있었다.
“…….”
결심을 굳힌 루메니게의 손가락이 바삐 움직여, 마티아스 잠머에게로 향하는 글자를 채운다.
그는 먼저, 괜찮은 아이디어가 있는지 물었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 답장이 도착했다.
오랜 시간 바이에른 뮌헨의 프런트로 일하며, 축구계의 정치에 단련된 카를-하인츠 루메니게다.
구체적인 추가 설명이 별로 없었음에도 잠머가 그리는 그림이 훤히 그려졌고, 이내 꽤 그럴듯한 계획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그렇다면 중요한 건.
바로 타이밍이다.
세상의 모든 일이 그런 것처럼, 1분 1초의 차이가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들곤 한다. 성공이 실패가 되고 실패가 성공이 되며, 타인이 가족이 되고 가족이 남이 된다.
특히나 지금처럼 많은 돈과 권력 또 개인적인 복수심이 뒤엉킨 경우라면, 타이밍은 곧 유일한 조건이 된다.
그리고 이에 대해서도, 마티아스 잠머에게는 생각이 있는 것 같았다.
부르르르-
도착한 메시지를 확인하며 미소를 지어 보이던 루메니게가 휴대전화를 도로 테이블에 놓아두곤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러곤 밖을 보며 웃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후후후후. 하하. 하하하핫-!”
세상 그 무엇보다 사랑하는 클럽의 미래를 위해 클럽의 치부를 드러내야 하는 현실. 그리고 그 당사자가 자신일 줄 몰랐던 루메니게는 웃음을 참을 수 없다.
그것은 폭소(爆笑)와 실소(失笑)의 어딘가쯤에 있고, 자조(自嘲)와도 가까웠다.
도대체 어쩌다 일이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일까?
지난 1년 동안 줄곧 스스로에 질문을 던져 봤었지만, 여전히 루메니게는 그 대답을 찾을 수 없었다. 하지만 오늘, 그는 한 가지 사실을 새삼스레 깨닫는다.
바로.
“Das Gluck muß man regieren, das Ungluck uberwinden(행복은 지배해야 하고 불행은 극복해야 한다).”
카를-하인츠 루메니게는 행복(펩 과르디올라/김다온)를 지배하지 못했기에 불행한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다. 그리고 현재까진 오히려 그에 지배되어 왔다.
하지만 독일의 이 속담이 말해 주는 것처럼, 불행을 극복하게 되면 결국 다시 행복해질 수 있다.
최근 그 어느 때보다 밝은 표정을 지어 보인 바이에른 뮌헨의 회장은, 자신의 임기 마지막 업무를 다시금 재조정한다.
김다온을 판매한다는 궁극적인 목적은 바뀌지 않았지만, 그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방법은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그리고 그건 카를-하인츠 루메니게 개인의 불행을 극복하게끔 만들어, 결국은 가장 많은 이들이 행복할 수 있는 미래를 만들 게 분명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누군가는 다시 불행해질 거다.
하지만.
‘그거야 그들의 몫이야.’
이제, 카를-하인츠 루메니게는 더 이상 ‘Mia San Mia’를 신경 쓰지 않게 되었다.
***
2016년 11월 9일. 대한민국.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필승로 368. 파주풋볼팬타지움.
어느덧 한국에 도착한 지도 이틀이 흘렀다.
시차 적응 역시도 슬슬 끝나가고 있다.
모레 캐나다와의 평가전에서 뛸 선수들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훈련에 참여하며, 그 어느 때보다도 여유롭게 대표팀 생활을 즐길 수 있는 건 일정이 여유롭기 때문이었다.
먼 거리를 이동한다는 것만 빼면, 10일 동안 한 경기만을 뛰는 셈이니까 말이다.
그리고 그 이동 역시 러시아 원정을 떠난 셈 치면 되는 것이라 마음이 편안했다.
“마-이!!”
토옹-
오전 훈련이 끝나고, 아이스크림 내기를 위해 진행한 족구 게임에서 내가 머리를 통해 축구공을 앞으로 전달했다. 그러자 창훈이가 왼발로 멋진 스파이크를 시도한다.
파악-!!
“!!”
“그로췌에–!!!”
바닥에 강하게 부딪혀 튕겨 오르는 축구공을 상대편의 누구도 잡지 못했다.
그러자 잠깐 편을 탓한 성용이 형이 허리춤에다 손을 얹고 너무한 것 아니냐며 핀잔을 보내왔다.
“야-! 진짜 이렇게 할 거야?”
“에~헤이! 또 애들 겁준다! 또!”
“내가 언제?”
“야, 그런데 내가 애냐? 좋구로.”
눈치 없이 좋아하는 자철이 형을 무시하며, 나는 성용이 형의 어필을 한 귀로 흘려냈다. 그리곤 창훈이와 민재에게, 기죽지 말고 지금처럼 계속 강하게 나가라고 소리쳤다.
성용이 형은 이를 보며 어처구니없어한다.
“아이, 개새끼.”
“월! 월월!! 이기기만 하면 돼!!”
“햐~ 진짜.”
이번 족구 내기에서 나와 민재, 창훈이, 자철이 형이 한팀을 이뤘고, 반대편에는 성용이 형, 상우, 창진, 찬동이가 같은 편을 이루고 있다.
그리고 진 쪽이 선수단 33명과 코칭스태프, 파주 NFC에 근무하는 직원들의 총합인 68명분의 아이스크림 역시도 구매해야 한다.
31가지 맛을 판매하는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제대로 된 것을 구매해 오는 것이기에, 꽤 지출이 클 것이다.
더구나 사실상 나나 성용이 형이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인지라, 우리 둘이 이렇게 열을 올리고 있는 거다.
애들의 코 묻은 돈(?)을 뺏을 수는 없으니까.
다만 한 사람.
“어?!”
철썩-
“예에에에-!! 그렇지!! 그거야, 구자봉!!!”
“아우-! 저 물러터진 저 귤탱이가!!”
“뭐?! 야! 지금 뭐라 했어?”
“아~ 몰라!! 지면 형이 사!”
“내가 왜?! 나 깍두기라며?”
재미있겠다는 이유로 승현이의 자리를 빼앗으며 실책만 저지르고 있는 자철이 형은 예외였다.
매주 37,500유로(약 5,130만 원)를 벌어들이는 고소득자였던 만큼, 패배의 원흉이 될 경우는 가차 없이 카드를 빼앗아서 결제해 버릴 생각이다.
본인은 깍두기 어쩌고 하고 있지만, 진지하게 임하지 않았다간 국물도 없을 거다.
“자~ 파이팅!!”
11점 내기 중 8:8의 팽팽한 상황에서, 성용이 형이 보낸 서브가 우리 진영에 떨어진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나는 그걸 머리로 받아 냈고, 이런 내 모습에 네트 반대편 성용이 형이 인간미가 없다는 등의 말로 심리전을 걸어오려고 했다.
그렇지만 보았다시피, 이미 강아지 짖는 소리까지 낸 내가 고작 그런 삼류 심리전에 말려들 리 만무하다.
내 리시브를 전달받은 창훈이가 왼발로 안정적으로 볼을 띄웠고, 한껏 집중한 표정의 자철이 형은 반바지를 살짝 끌어 올린 후 오른발을 높이 올려 힘껏 휘둘렀다.
아니, 휘두르려고 했다.
툭-
“어?”
상대를 완전히 속인 자철이 형의 약한 스파이크에, 강하게 찰 것으로 생각해 뒤로 물러서 있던 보말(이찬동)과 오분자기(이창진)가 움찔하며 균형을 잃는다.
결국 축구공은 상대 진영에서 두 번 튕겼고, 득점을 확인한 자철이 형은 돌아보며 환호성을 내질렀다.
“빠샤-!! 봤냐?! 봤냐고?!”
“아우 씨, X나 예뻐!! 완전 한라봉이야!!”
“아까는 뭐? 물러 터진 귤탱이?”
“내가 언제? 내가 그랬어?”
“아유 진짜.”
참고로 내가 저 제주 미드필드 듀오에게 보말과 오분자기란 별명을 붙인 건, 두 사람이 전에 서울의 본가로 보낸 선물이 그 해산물이었기 때문이다.
둘은 지난 올림픽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우리 집에 선물을 보내어 나를 깜짝 놀라게 했다.
내게 줄 선물을 사자니 감도 잡히지 않고 주머니 사정도 딱히 넉넉하지 않아, 제주도의 특산품 몇 가지를 섞어 본가의 집 주소로 보낸 것이다.
협회에 사정을 설명하니 주소를 알려 줬다는 말에, 나는 그렇게까지 해 준 게 고마워 독일에서 선물을 챙겨 왔다.
물론 내 쪽이 훨씬 더 비싼 거다.
나의 개인 스폰서이기도 한 랑에 운트 죄네사(社)의 시계로, 가격은 15,000유로가 조금 넘는다. 브랜드 중에서는 최저가에 속하는 축이라고 할 수 있다.
더 비싼 것을 해 주려고 하다가 행여 부담을 느낄까 싶어 가장 무난한 것을 골랐는데, 어제 선물을 받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나니 선택한 모델이 못내 아쉬웠다.
각설하고.
“자~ 매치포인트!!”
뒤늦은 자철이 형의 맹활약으로, 우리가 10:9 매치포인트를 잡은 가운데 민재의 서브로 족구가 재개됐다.
안정적으로 날아간 축구공이 상대 진영에서 튀어 오르고, 가장 중요한 리시브를 맡은 성용이 형이 집중력을 발휘해 앞쪽으로 볼을 보냈다.
그러자 자철이 형이 심리전을 걸었다.
그것도 아주 더럽게.
“야! 놓쳐! 놓쳐! 어쭈? 말 안 들어?”
권위를 앞세워 명령에 가까운 목소리를 높이는 자철이 형을 보고 있노라니, 같은 편이지만 너무나도 얄미워 뒤통수를 때리고픈 마음이 들었다.
실수하라는 자철이 형과 무시하라는 성용이 형의 사이에서, 침착함을 유지한 찬동이가 스파이크를 해 왔다.
하지만 별로 힘이 담겨 있지 않았기에, 민재가 그것을 받아 내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앞으로 리시브가 전달되고, 재빨리 거기로 달려든 자철이 형이 머리를 스치듯 가져다 대며 축구공을 네트 바로 앞으로 떨궈 놓는 것에 성공한다.
마지막 득점.
“이야아아아아아아-!!!!!”
“…….”
“…….”
네트를 타 넘은 자철이 형이 상대편 진영에서 무릎을 꿇은 채 환호하고, 그것을 잠깐 쳐다보던 성용이 형과 눈이 마주친 나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백기를 들어 올렸다.
족구는 우리가 이겼지만, 아이스크림은 내가 사려고 한다.
“뭐?! 아니 왜애-!! 우리가 이겼잖아!!”
“아니, 우리가 졌어.”
“뭐?! 왜? 아니, 왜??”
“형.”
“?”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꼴사납다는 게 정확히 어떤 뜻인지 몰랐거든? 그런데 이젠 알 것 같다. 우와~ 어쩜 그렇게 꼴사납냐? 동생들 앞에서 안 부끄러워?”
“아니? 전혀 아닌데?”
“이야~ 대단하다, 진짜.”
카메라 앞에서는 그렇게 온갖 폼을 다 잡으면서, 지금은 어쩜 그렇게 없어 보일까 싶었다. 물론 이게 자철이 형의 매력이고, 그걸 놀리는 것 역시 대표팀의 일상이다.
덕분에 새롭게 합류한 이들이 대표팀 분위기에 쉽게 적응할 수 있고, 성용이 형 또한 팀을 이끄는 데 도움을 받는다.
겉으로는 티격태격하긴 해도, 성용이 형과 자철이 형은 내가 가장 믿고 또 가장 기대는 사람들이었다.
“야- 누구, 나랑 같이 갈 사람??”
“어- 저요, 형님!”
“짜식- 너밖에 없다, 인마.”
같이 갈 사람이 필요하다는 말에 냉큼 손을 들어 올린 민재를 보며, 나는 흐뭇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최근까지도 민재는 하루가 멀다고 메시지를 보내온다.
잠은 잘 잤는지, 밥은 챙겨 먹었는지, 또 아픈 데는 없는지 등을 물으며 살뜰하게 챙겨 오고 있다.
그래서 나 역시 민재에게만큼은 매번 메시지에 담장을 보내고 있다. 그리고 종종 한수원 숙소로 옷이나 신발 등을 보냈는데, 녀석은 그게 꽤 마음에 드는 모양이었다.
이번에 파주에 입소할 때 찍혔던 사진을 보니,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전부 내가 보내 준 것이었다.
“어, 그럼 택시 부를까요?”
“아, 어. 그래 주라. 고맙다, 야.”
“네. 지금 바로 부르겠습니다~”
착실히 내 곁에 달라붙어 있는 민재의 모습에, 괜히 질투가 난 것인지 자철이 형이 시비를 걸어온다.
“뭐냐? 무슨 어깨들도 아니고, 형님. 형님.”
“왜? 부럽냐?”
“너는 인마, 나한테 한 번도 형님이라 안 해 놓고.”
“어이쿠, 형님! 식사는 하셨습니까잉?”
“아~ 됐어! 닭살 돋아! 저리 가!”
“아~ 왜 그러십니까, 형님. 기체후일향만강하셔야죠. 그런데 이게 무슨 뜻이냐?”
“내가 알 것 같냐?”
“아니? 아닌데?”
“……풉-!”
말도 안 되는 대화를 나누던 자철이 형과 내가 웃음을 터뜨리자, 이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던 성용이 형은 정신병자들과는 못 있겠다며 숙소 건물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그 뒤를 다른 사람들이 따랐고, 나는 함께 아이스크림 가게로 갈 민재와 함께 자리에 남았다.
그런데.
“형은 안 가?”
“뭐, 나도 그냥 같이 갈려고.”
“오~ 웬일? 으리!!”
“야, 너는 어째 외국에만 있었던 애가 그렇게 유행어를 하나하나 다 알고 있냐?”
“뭐, 컴퓨터로 방송은 보니까.”
“그래?”
“응.”
택시를 부른 민재가 다시 곁으로 돌아오고, 우리는 잡담을 나누며 입구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그러던 중.
“야, 너 그거는 어떻게 됐냐?”
“뭐? 이적?”
“아니. 그거. 골 50인가? 뭐 그거 있잖아.”
“아~ 그거? 그야…….”
“??”
모레, ‘Goal.com’이 2016 Goal 50을 발표할 예정이다.
그리고 난 어제, 그 결과를 미리 통보받았다.
하지만, 비밀 보장을 약속해 그것을 말할 순 없다.
“바로 내일 알려드리겠습니다!”
“뭐?!”
황당해하는 자철이 형에게 미소를 날리며, 나는 농담을 관두고 한국 시간으로 내일 밤 8시에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결과를 알게 될 것이라고 말을 했다.
영국시간으로 11월 10일 정오.
나는.
***
※ Goal.com 선정, 2016 Goal 50
1. 김다온(아틀레티코 마드리드/바이에른 뮌헨)
2.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
3. 루이스 수아레즈(FC 바르셀로나)
4. 리오넬 메시(FC 바르셀로나)
5. 앙투안 그리즈만(아틀레티코 마드리드)
6. 가레스 베일(레알 마드리드)
7. 네이마르(FC 바르셀로나)
8. 리야드 마레즈(레스터 시티)
9.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바이에른 뮌헨)
10. 곤살로 이과인(SSC 나폴리)
***
[미니 발롱도르에서 승자가 된 김다온. 이대로 발롱도르까지 차지하게 될까? – 풋볼베스트일레븐(한국)].
.
[김다온을 Goal 50 1위로 선정하는 일이 그리 어렵지 않았다고 말하는 Goal.com의 글로벌 치프 에디터. – ESPN(미국)]? 제임스 디킨슨, “이번 김다온의 선정은 Goal 50이 만들어진 후 두 번째 만장일치였다.”
***
작가의 말 ? 10,005글자입니다.
백신 맞고 열나고, 심장 뛰고, 팔 아프고, 머리 아프네요.
지금도 그렇고, 낮에 괜찮더니 밤에 힘듭니다.
그래도 글 쓸 정도는 되어 다행입니다.
내일 뵐게요.
내일은 Goal 50 수상 관련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