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683)
682화 Calificacion (8)
2016년 11월 16일. 59810 레스걍, 프랑스. 우트 드 래에어호퍼. 릴르-레스걍 공항(Aeroport de Lille-Lesquin. Rte de l’Aeroport, 59810 Lesquin, France).
나흘 전, 스웨덴을 2:1로 제압한 프랑스 대표팀은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3연승을 달렸다. 그리고 로테이션 멤버가 대거 투입된 오늘 코트디부아르 경기에서는 득점 없이 0:0 무승부를 거뒀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경기장으로부터 30분가량 떨어진 공항에 도착한 지금, 프랑스 대표팀 선수들은 출발을 서두른다.
다시 본래의 소속팀으로 돌아가 시즌을 치르게 될 것인데, 대부분 휴식일이 턱없이 부족했다.
“이건 굉장히 우스운 일이야.”
“…….”
“그 녀석은 자신이 뭐라도 되는 것처럼 생각하고 있어. 고작해야 임대생인 주제에, 멋대로 다음 경기에 의미를 부여했다고! 그건 무례한 일이야! 내 말이 틀려? 안 그래?”
“진정해, 앙투안.”
“뭐?!”
“어차피 마드리드 더비는 그게 아니더라도 뜨겁잖아. 오히려 덕분에 주목을 받게 됐잖아. 몸값을 올릴 절호의 기회라고. 너도 실은 그걸 바라는 거 아니야?”
“말도 안 돼!! 대체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자신의 편이 되어 줄 것으로 믿었던 폴 포그바가 시원찮은 반응을 보이자, 인상을 잔뜩 찌푸린 그리즈만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러곤 캐리어를 끌고, 포그바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으로 가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이 모습을 지켜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미드필드는, 포기했다는 표정이 되어 고개를 가로저었다.
‘하여간…….’
포그바는 그리즈만이 어리광을 부린다고 생각했다.
경험이 쌓여 가며 성숙해지고 있는 자신과는 달리, 그리즈만은 여전히 어리석은 생각과 행동을 하고 있었다. 포그바는 늘, 이를 안타깝게 여겼다.
‘너는 더 나은 사람이 될 필요가 있어, 앙투안.’
지난 시즌 김다온과 엮인 에피소드를 겪은 이후, 폴 포그바는 스스로의 행동과 사고에 많은 변화를 가져갔다.
더는 피부색으로 사람을 판단하려 들지도 않았고, 인터뷰 때에는 한 번 더 생각하고 말을 하는 습관을 들였다. 무엇보다 가장 놀라운 변화는 바로.
‘WE SHOULD STOP RACISM.’
현재 폴 포그바는 인종차별 철폐를 부르짖는 투사(鬪士)처럼 살아가고 있었다. 지금만 해도 그는, 소셜네트워크 계정에 접속해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댓글을 남겼다.
뉴욕주(州) 전역의 대학 내에서 벌어진 인종차별 실태가 기사화된 링크의 하단부에다 남긴 것인데, 이후엔 직접 맨션을 띄우며 모두를 사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직후 뿌듯한 표정이 된 폴 포그바가 비행기에 탑승하고자 움직이는 앙투안 그리즈만을 쳐다봤다.
그리곤 그의 뒤통수를 향해, 도착하는 대로 연락하라며 소리를 크게 질렀다.
하지만 이미 토라져 있던 앙투안 그리즈만은 이를 무시해 버렸고, 머쓱한 표정이 되었던 포그바는 인상을 살짝 찌푸리며 다시 휴대폰에다 시선을 고정했다.
“…….”
잠깐 멈춰 있던 포그바의 손이 움직이고, 잠시 뒤 그의 아이폰 화면 가득 특정인의 기사가 띄워졌다.
“……Qualification.”
골 50을 수상한 김다온의 인터뷰가 며칠 전에 공개된 이후, ‘자격’이란 단어는 수십 개의 언어로 전 세계의 미디어를 도배하기 시작했다.
이제 그것은 완전한 유행어가 되어 버렸고, 다가올 마드리드 더비 역시 ‘VENGANZA VS CALIFICACION’이란 새로운 타이틀로 광고가 되고 있었다.
복수가 필요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발롱도르의 자격을 증명하려는 김다온의 대결이라면서 말이다.
A매치 주간이 진행되는 동안 풍경이 완전히 바뀐 마드리드 시내의 모습 역시, 소셜네트워크를 중심으로 퍼져 나가 큰 화제를 불러 모으고 있었다.
마드리드 시내의 주요 건물 외벽이 호날두와 김다온의 사진으로 장식된 모습은 마치,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의 풍경을 연상케 했다.
‘하여간에 너는…….’
이전까진 줄곧 부정했던 질투라는 감정을 순순히 받아들이고 있는 폴 포그바의 얼굴엔, 김다온을 향한 그 어떠한 악의도 담겨 있지 않았다.
그저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가 되기 위해 나아가는 김다온을 보며 느끼는 분함이 들어 있을 뿐이다.
이것은 투쟁심과 향상심이라는 단어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정말 빌어먹을 녀석이야. 그거 알아?’
씁쓸한 기분이 들어 휴대폰을 끈 폴 포그바가 손목에 찬 시계를 바라본다. 맨체스터로 자신을 실어 나를 비행기가 도착하려면,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
이렇듯, 프랑스 대표팀 내에서도 김다온의 인터뷰는 영향력을 행사하는 중이었다.
***
2016년 11월 17일. 28221 마드리드, 스페인. C. 체로 델 에스피노, s/n, 파벨론 2. 시우다드 데포르티바 완다 아틀레티코 데 마드리드.
마드리드에 도착했던 어제, 마중을 온 아영이가 심각한 얼굴로 깜짝 놀랄 준비를 하라는 말을 해 왔다. 혹시 무슨 나쁜 일이라도 벌어진 줄 알고, 잔뜩 긴장해야만 했다.
그리고 나를 차에 태운 아영이는 집이 아닌 어떤 장소로 방향을 정해 움직였었다.
그녀가 데려간 곳은 마드리드 시내에 있는 대형 ‘아디다스’ 매장이었는데, 난 그것의 통유리 전체를 채운 거대한 포스터를 보곤 잠시 말문을 잃었었다.
“아테나라. 새로운 별명인가?”
“하하. 저도 전혀 몰랐어요.”
“후후. 본래 그런 존재들이지. 돈이 된다 싶으면, 일단 먼저 지르고 보는 부류니까.”
“그렇죠.”
익히 알려진 대로, ‘NIKE’는 그리스 신화에서 나온 승리의 여신인 니케에서 유래되었다.
그리고 이런 유래에서 오는 승리의 이미지와 특유의 스우시(SWOOSH) 로고를 더해,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스포츠 브랜드로 성장했다.
한데 어제 내가 본 대형 포스터엔, 포효하는 내 모습과 ‘THE ATHENA’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제우스의 적장녀로 알려진 아테나는 정의와 지혜의 상징이자, 지성/전술/전략/학문/기술/영감의 신으로서 정의감이 투철한 전사와 영웅의 수호자로 여겨진다.
신들의 전쟁으로 알려진 트로이의 전쟁에서는, 니케를 늘 곁에다 두어 항상 승리를 거둔 것으로도 유명했다.
그래서 패배를 용납할 수 없었던 성격의 아테나는 다른 신들이 니케에게 접촉할 수 없도록 만들기 위해 그녀의 날개를 꺾어 버리기도 했다.
물론 이는 정설(定說)보다 야화(野話)에 더 가깝지만, 그리스 아테네에 있는 니케의 동상에 날개가 없는 것을 증거로 사실이라 주장하는 학자들도 꽤 있는 상황이다.
어쨌든 ‘아디다스’가 마드리드 더비를 앞두고 나를 아테나로 칭했다는 건, 니케를 시종이자 부장(副將)으로 두었던 부분을 강조하려는 속셈이었다고 할 수 있었다.
벌써 많은 이들이 그리스 신화를 언급하고 있다는 점만 보더라도, ‘아디다스’의 마케팅은 대성공을 거뒀다.
그리고 요나스에게 전해 들은 말론, ‘아디다스’가 정말 간절하게 나의 승리를 바라고 있단다.
“하-! 그것참 우습군, 그래.”
“네. 그러니까요.”
“아니, 그 말이 아니야.”
“??”
“나이키는 레알 마드리드의 승리를 바라고 있네.”
“…….”
지금의 이 상황이 묘한 이유는, ‘아디다스’가 레알 마드리드의 유니폼 스폰서고 ‘나이키’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유니폼 스폰서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현재 두 개의 거대 기업은 후원 중인 ‘클럽’이 아닌 ‘ 개인’의 승리 쪽에 무게를 더 싣고 있다.
그리고 디에고 시메오네는 이를, 지극히 당연한 자본주의 논리로 설명했다.
“자네. 진짜 거물이 되었군, 그래.”
“그런가요?”
“큭큭큭. 겸손인가? 그것도 나쁘진 않아.”
금방 시메오네의 말처럼 자본주의의 논리가 ‘아디다스’와 ‘나이키’의 응원 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겠지만, 난 거기에 더해 조금 개인적인 이유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나이키’의 대표모델 격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가장 중요한 득점을 성공시킨 뒤에 어김없이 탈의하는 셀레브레이션을 보여 주고는 했다.
체지방률이 7%에 불과한 자신의 근사한 몸을 자랑하기 위해서겠지만, 유니폼 스폰서로서는 기분이 좋을 수 없다.
가장 시청률이 높고 가장 많은 이들이 지켜볼 장면에서, 정작 ‘아디다스’의 로고는 보이지 않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바이에른 뮌헨의 경우, [탈의하는 셀레브레이션 시 벌금을 부과한다.]라는 내부 강령을 두기도 했다.
이 또한 비즈니스의 영역이다.
“어쨌든, 제대로 사고를 쳤더군.”
“……많이 잘못한 걸까요?”
“아니, 그렇지는 않아.”
“…….”
본격적인 훈련이 시작되기 전, 시메오네가 나를 보자고 한 이유는 한국에서 진행한 인터뷰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함이었다.
아틀레티코에게 사전 이야기 없이 마드리드 더비에 관한 인터뷰를 한 만큼, 자칫 문제가 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사람들은 호날두가 먼저 내게 시비를 걸었다고 생각은 하고 있다.
“만약 패배한다면 어쩔 건가?”
“아마, 망신을 당하겠죠.”
“그게 단가?”
다냐고?
아니다.
가장 명백한 결과를 하나의 단어로 말하긴 했지만, 패배하는 쪽에서 얻게 될 타격은 정말 어마어마할 것이다.
비단 나와 호날두만을 말하는 게 아니라, 양 클럽과 관계된 모든 사람이 15일에 있을 결과에 따라 최소 내년 봄까지는 웃고 울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건 클럽의 운영 관점에서 보았을 때, 클럽 케미스트리에 심대한 영향을 줄 수도 있다.
패배하는 쪽 선수단 사이에서 [“특정인으로 인해 팀 분위기가 망가졌다.”]라는 반응이 나올 수 있고, 여기에서 발생한 균열은 팀 경기력을 추락시킬 게 분명하다.
거기에서 회복되었을 땐, 이미 시즌은 한참 지난 상태일 것이고 말이다.
남은 경기에서 전승을 거두더라도 따라잡기 버거울 만큼의 격차가 벌어질 가능성도 크다.
하지만.
“가끔 의문이 들어요.”
“뭐라고?”
잠깐 침묵하던 나는, 지금까지 아틀레티코에서 뛰며 느꼈던 부분을 말하기에 적절한 시기라 판단을 내렸다. 다소 뜬금없어 보이겠지만, 결국 대화는 이어질 거다.
“제 행동을 합리화하려는 건 아니라는 걸 알아주세요. 그냥 저는 처음 당신이 했던 이야기를 말하려는 거예요.”
“??”
“기억나세요? 당신은 그때 이렇게 말을 했죠.”
아틀레티코에서 뛴다는 건, 레알로부터 마드리드를 되찾아 오는 것을 의미한다.
정확하진 않겠지만, 대강 이런 느낌이었다.
내 머릿속에 남은 이미지는 확실히 이랬다.
“이후로 저는 줄곧, 거기에 대해 생각을 했어요. 왜냐하면 그게, 제가 이곳에서 뛸 동안 모두가 바라는 꿈에 스며드는 방법인 것 같았거든요.”
덴마크의 노르셸란에겐, 쾨벤하운을 뛰어넘어 주페르리가 최고의 명문이 되겠다는 꿈이 있었다. 그리고 SL 벤피카는 구트만의 저주를 깨트려야 한단 숙명을 가졌었다.
이러한 것들은 내가 해당 클럽에 속해서 지내는 동안, 지속적인 성공을 바라게 되는 이유가 됐다.
한두 해의 성공이나 리그 우승으론 절대로 극복할 수 없는 과제가 존재했기에, 하나의 시즌이 끝났을 때 계속해서 더 나아가야 한다는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뮌헨은 달랐다.
그곳은 이미 독일 최고의 클럽이었고, 독일 내 어떠한 클럽도 범접하지 못할 만큼의 위상을 품고 있었다.
물론 SL 벤피카 역시 역사적인 위치 자체는 뮌헨과 비슷했지만, 내가 합류할 당시는 신흥 강호로 도약한 FC 포르투와 전통의 라이벌 스포르팅 C.P에 밀려 과거의 강호로 기억되려 하던 중이었다.
두 팀과의 경기 승패가 우승 경쟁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고, 모두가 그것을 잘 알기에 자존심 이상의 것을 내걸며 죽을 힘을 다해 피치를 뛰어다녔었다.
그러나 최소 내가 뮌헨에서 뛰는 동안, ‘데어 클라시커’에서는 같은 기분을 느껴 보지 못한 것 같다.
당연히 라이벌에 지고 싶지 않은 마음이야 있었지만, 그 경기에서 패배하더라도 결국 뮌헨은 우승을 할 수 있는 위치였다.
승점이 이미 15점~20점 가까이 벌어진 상황에서 치르는 더비 경기가 치열해 봐야 얼마나 치열하겠나?
물론, 우리는 프로이기는 했다.
“제가 왜 뮌헨을 떠나기로 한 줄 아시나요?”
“…….”
“거긴 계속해서 경쟁심을 쥐어짜 내야만 했거든요.”
단 한 번도 옳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분데스리가는 경쟁력 없이 지루하다.”]는 카를로 안첼로티의 의견에는 일정 부분 동의를 하고 있었다.
프리 시즌이 시작되었을 때부터, 우리의 출발점은 스타트 라인이 아니라 피니쉬 라인이었다.
우승 트로피를 미리 손에 쥔 채로, 남은 17개의 팀이 경쟁하는 것을 시청하는 것과 같다.
하지만 시즌 중간중간 우리는 챔피언스 리그를 소화해야 하고, 궁극적이면서도 유일한 목표인 빅이어를 위해 경기력을 늘 같은 수준으로 유지해야만 했다.
그러기 위해, 우린 스스로를 쥐어짜 냈다.
승리가 당연한 경기를 어려운 시합이니 방심하지 말라고 외치고, 승리를 거두더라도 그것에 마음껏 기뻐하기보다 ‘진짜 승리’를 위해 아껴 둬야 한다는 의식이 팽배했다.
우습지 않은가?
진짜 승리라니.
대표팀에서 경기를 뛰다 보면 명백한 수준 차이가 나는 팀들과 시합을 치르지만, 나는 단 한 번도 그것이 ‘가짜 승리’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뮌헨에서 더 있었다간, 저를 잃어버릴 것 같았어요.”
“……지쳐 버린 건가?”
“네, 정확해요. 지쳤어요. 어처구니없게 들리는 말이겠지만, 저는 당연시되는 승리에 지쳤어요. 저는 매 경기 피 터지는 승부를 원해요. 1위가 꼴찌에게 패배할 수 있고, 제 능력과 영향력을 하염없이 시험하는 시합이 매주 있었으면 해요.”
“…….”
어떻게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2015/16 시즌 FC 바르셀로나에 패배해 챔피언스 리그 준결승전에서 탈락했던 직후가 가장 뮌헨에서 충만함을 느낄 때였다.
최소 하나는 실패했기에, 다음 시즌을 열심히 준비해야 할 이유를 얻은 것 같은 안도감이 들었었다.
이것 역시도 우습다.
왜 그래야 하는가?
패배에서 오는 좌절과 실망은 그것대로 느끼고, 승리로 획득하는 충만함은 그것대로 가치 있어야만 했다.
물론 누군가는 뮌헨에 소속됨으로써 얻게 되는 쉬운 기회를 포기하고 싶지 않아 한다. 커리어에 리그 우승기록을 추가하고, 늘 챔피언스 리그 상위 라운드를 경쟁하는 것 말이다.
하지만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난 정체(停滯)가 가장 두렵다.
현재 내가 아틀레티코에서 행복한 이유는, 스스로 멈춰 있는 것만 같았던 느낌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바이에른 뮌헨에서 보낸 3년이 의미 있었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고, 무엇보다 나라는 사람이 진정으로 바라는 게 무엇인지를 알 수 있게 해 줬음에 감사를 보낼 수 있게 됐다.
그 시간 동안 배워온 축구를 나는 이곳 아틀레티코에서 펼치고 있고, 나에 대한 자신감은 어느 때보다도 충만하다.
“여기 친구들은, 당신을 바라보고 있어요.”
“…….”
“가비, 호르헤, 얀, 후안프란, 토레스, 케빈, 야닉, 필리페, 고딘, 스테판, 그리고 그 빌어먹을 앙투안까지. 모두가 당신의 자신감을 공유하고 있다고요.”
“…….”
“네, 디에고. 제 인터뷰는 어쩌면 동료들을 배려하지 않았던 것일 수도 있어요. 무엇보다 저는 임대생이니까요.”
바로 이게, 가장 큰 상품(?)이다.
나는 임대생이라는 면에서, 호날두는 최근 부쩍 심해진 독선적인 행동으로 인해 클럽 내에서 늘 아슬아슬한 입지를 유지하고 있다.
작은 실수와 트러블 하나가 모든 것을 뒤바꿀 수 있고, 퍼포먼스에 따른 권위와 존경 역시도 사라질 수 있다.
“Vamos, Diego. 솔직해지자고요.”
“…….”
계속해서 침묵하는 시메오네를 앞에다 둔 채로, 나는 손을 살짝 저어 보인 뒤에 앞으로 숙였었던 몸을 들어 올려 소파에 등을 기댄 자세를 취해 보였다.
그러곤 크게 심호흡한 뒤, 다시 아까의 자세로 돌아가며 뒤에 남긴 말을 보탰다.
“의심하고 있네요. 그렇죠?”
“……그래.”
역시.
내 생각은 틀리지 않았던 것 같다.
레알의 위상을 뛰어넘는 아틀레티코를 만든다는 것.
이것은 어쩌면, 디에고 시메오네의 감독 커리어 전부를 바쳐도 불가능한 도전인지도 모른다.
“나는 가끔, 악몽에 시달린다네.”
“듣겠어요.”
“훗. 후우~”
싱긋 미소를 지어 보인 시메오네가 두 손을 머리 위로 가져가 젤로 단단히 고정한 머리카락을 쓸어 올렸다. 그리곤 허공을 응시한 채, 멍한 표정으로 입을 움직였다.
“그것은 다양한 모습이야.”
“그것?”
“축구공, 골대, 어떨 때는 프라도 박물관이기도 하지.”
시메오네의 꿈속에서, 다양한 형체로 나타난 ‘그것’은 항상 아르헨티나 출신의 추장(Cholo)을 잡아먹는다고 했다. 언제인가부터는 본색을 드러내지 않아도, 미리 알고 도망칠 정도가 되었다고도 말이다.
이것은 틀림없이, 디에고 시메오네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감독으로서 받는 부담을 의미할 것이다.
“그래도 최근까지는 괜찮았었네.”
“……과거형이네요.”
“소시에다드에 패배한 날, 비행기에서 다시 악몽에 시달렸지. 하지만 다행히도, A매치 주간이더군.”
과연 몇 명 정도의 사람이 리더십과 카리스마로 유명한 시메오네의 약한 모습을 볼 수 있었을까?
장담하는데, 두 자릿수가 되지 않을 거다.
그래서 이건 이것대로 영광이었다.
그만큼 시메오네가 날 신뢰한다는 증거였으니까.
그리고 그건 분명.
“보여 주게나, 내게.”
“…….”
과거 펩이 했던 말과 똑같은 문장을 시메오네로부터 듣게 되자, 온몸에 닭살이 돋아나며 전율이 일었다.
디에고 시메오네 또한, 스스로가 무기력하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내게 부탁을 해 오고 있다. 짐 하나가 어깨에 얹어졌지만, 솔직한 것이기에 무겁지는 않았다.
오히려, 의욕이 잔뜩 돋아났다.
“절 믿으세요, 디에고. 절대 실망시키지 않을 테니까.”
“그거 반가운 소리로군.”
“하하. 이제 괜찮나요?”
“그래. 괜찮네.”
등받이에 등을 기댄 시메오네의 얼굴은 조금 온화해 보였다. 쉽게 보기 힘든 모습이었던 지라, 나는 잠깐 그것을 바라보다가 동료들에게 사과해야 하는지를 물었다.
오늘 우리 두 사람이 나눈 대화는 대화이고, 인터뷰는 인터뷰 였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시메오네는 그럴 필요 없다고 말한다. 인터뷰가 있었던 날, 나를 뺀 팀 전체에 메시지를 돌렸단다.
“그들은 나를 위해 불구덩이에 뛰어들겠다고 말하지.”
“네. 다들 그러더라고요.”
“그래. 하지만 절대, 그들의 충성심을 나쁜 쪽으로 이용하진 않아. 다만 이번처럼 팀을 단속하는 데에는 용이하지. 자네의 인터뷰가 영향을 미치는 일은 없을 거야.”
“휘이~ 그거 다행이네요.”
“쿡쿡쿡쿡.”
너스레를 떨며 땀을 닦아 내는 내 모습에, 시메오네가 특유의 웃음을 보여 주었다.
누차 반복했던 말이지만, 당장 축구계를 은퇴하고 영화계로 향해 마피아 보스 역할만 맡아도 죽을 때까지 먹고 사는 데에는 지장이 없을 것 같다.
결국 선수단이 아닌 자기 자신을 위한 것이었던 면담이 끝난 후, 감독실 밖으로 빠져나온 나는 천천히 발을 움직였다.
걸어가면서 느낀 생각인데, 만약 펩이 아닌 시메오네와 먼저 만났다면 나 또한 다른 이들처럼 저 매력적인 남자를 향해 맹목적인 충성을 바쳤을지도 모르겠다.
역시나 모든 것은, 타이밍의 문제다.
‘죽어도 이기겠어.’
마드리드 더비까진, 이제 겨우 56시간 정도가 남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