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684)
683화 Calificacion (9)
2016년 11월 18일. 28223 마드리드, 스페인. 포수엘로 데 알라르콘, 파세오 데 로스 라고스(Pozuelo de Alarcon, P.º de los Lagos. 28223 Madrid, Spain).
마드리드 시내에서 서쪽으로 약 10여 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곳인 포수엘로 데 알라르콘은, 스페인 최고의 부촌(富村)으로 알려져 있다.
지역 전체가 수백만 유로를 호가하는 맨션들로 채워져 있고, 외지인이 이곳을 드나들기 위해서는 사설 경호업체의 빡빡한 검문을 통과해야 했다.
스페인의 유명 연예인의 자택과 재벌들을 비롯해, 마드리드에서 안락한 삶을 추구하는 많은 사람이 이곳의 집을 구매하고자 기꺼이 지갑을 연다.
그리고 레알 마드리드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역시, 자신의 명성에 걸맞은 저택을 구매해 몇 년째 거주 중이다.
“후욱-! 후욱-!”
그런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저택 한편.
“후욱-! 후욱-!”
건물 한 채를 온전히 트레이닝 장소로 지정해 둔 곳에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싯업을 하고 있다. 널찍한 공간 한쪽엔, 호날두 주니어가 장난감을 갖고 노는 중이다.
“주니어~? 아빠를 방해하면 안 되지?”
“그렇지만 여기 있고 싶어요.”
“주니어어어-??”
“…….”
할머니의 손에 이끌린 아들이 떠난 뒤에도, 호날두의 운동 루틴은 계속해서 이어진다.
대부분의 축구 선수가 경기 전날 웨이트트레이닝을 거의 하지 않는 것과는 달리,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오래전부터 강도 높은 훈련을 진행해 왔다.
클럽하우스에서의 삶과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제외하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하루는 이렇게 운동과 관련된 것들로 채워졌다.
자기관리와 노력에 관해서 만큼은, 포르투갈의 이 전설적인 공격수를 따라갈 사람이 없다.
쿵-!
“하아- 하아-”
행잉 레그 레이즈를 끝낸 호날두가 바닥에 착지한 뒤, 근처에 있던 수건을 집어 들어 흐르는 땀을 닦아 냈다. 그리곤 비타민 워터와 물을 번갈아 섭취하며 수분을 보충했다.
이미 끝나 버린 루틴.
평소였다면 여기에서 끝냈을 테지만, 벽에 걸린 시계를 본 호날두는 30분 더 훈련을 진행키로 한다.
대신 내일 경기를 고려, 웨이트나 복근운동이 아닌 수영을 선택했다.
풍덩-!
정원에 있는 수영장으로 곧장 다이빙 한 호날두가 깊이 잠수해 꽤 긴 거리를 숨 한 번 쉬지 않고 나아간다.
포르투갈의 한 유명 수영 선수는 과거 호날두가 수영하는 것을 보고, [“수영 선수가 되었다면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을 것.”]이라는 극찬을 한 적이 있었다.
잠시 뒤, 물 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참았던 숨을 터뜨린 호날두가 양손을 사용해 머리카락과 얼굴에 묻은 물기를 털어 냈다.
“…….”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언제나 노력보다는 재능이 더욱 우선시된다고 믿는 남자였다. 재능이 없다면 아무리 노력을 해도, 일정 수준을 넘어설 수 없다고 말이다.
특정 세대 동안 하나의 분야에서 최고가 될 수 있는 재능을 가질 확률은, 많아도 십억분의 일이라고 믿었다.
그래서 호날두는 자신을 늘 선택받은 사람이라 여기고 지내왔다. 그리고 그것에 대한 가장 좋은 감사 방법으로, 노력을 아끼지 않는 것을 선택했다.
누군가는 노력하는 것 역시 재능의 일종이라고 말을 했지만, 호날두는 그 말을 믿지 않았다.
그의 생각에 노력은 재능이 아닌 성격의 범주에 있는 것이었고, 어떠한 것에 관한 간절함만 있다면 다섯 살짜리 어린아이라도 할 수 있는 게 바로 노력이었다.
“푸우-!”
레인을 두 차례 왕복할 동안 쉬지 않고 팔을 휘저은 호날두가 잠시 끝에 기대어 수분을 다시 보충한다.
그리고 그러는 동안, 호날두의 머릿속에 어떠한 문장들이 스쳐 지나갔다.
[“다온은 최고의 재능입니다.”] [“제가 본 재능 중 최고예요.”] [“내 생각에 다온보다 축구에 가장 완벽한 재능을 갖고 태어난 사람은 없는 것 같다.”]각각 순서대로, 리오 퍼디난드/토니 크로스/개리 네빌이 김다온에 관해 밝힌 의견이었다. 전부 골 50 수상 이후에 나온 말들로, 호날두를 화나게 한 것이기도 했다.
외에도 많은 이들이 김다온을 향한 칭찬 대열에 합류했지만, 이것이 더 특별한 이유는 호날두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었다.
리오 퍼디난드와 개리 네빌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시절 함께한 동료였고, 토니 크로스는 현재 함께 뛰고 있다.
한데 그들이.
“흡-!”
이번에는 깊이 잠수하는 것을 택한 호날두가 수영장의 가장 바닥까지 내려가, 가부좌를 틀고 숨을 참을 수 있을 때까지 버티기로 한다.
잡생각이 많아질 때면 자주 하는 행동으로, 이때는 누구도 호날두에게 이야기를 걸어서는 안 됐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아무리 머리를 비워 보려고 해도, 그것이 쉽게 잘되지 않았다.
고르르륵-
결국 가부좌를 푼 호날두가 다시 물 위로 고개를 내밀고, 그는 30분을 채우지 않고 수영장을 떠난다.
그러자 가장 크고 밝은 건물 쪽에서, 저녁을 준비할까라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가끔 어머니가 해 준 음식을 먹고 일주일에 한 번은 아들을 위해 피자를 먹지만, 외의 모든 식사는 엄격한 건강식으로 구성된다.
변화를 줄 때도 있긴 하지만, 저녁은 대부분 콩이 들어간 쌀밥과 흰 살 육류의 가슴살 그리고 천연 당분이 있는 과일로 채워진다.
술과 탄산음료는 입에도 대지 않으며, 가끔 그릴에 구워 낸 새우 정도는 먹고 있다.
염분과 지방은 몸이 견딜 수 있을 정도로 최소한만. 설탕을 식단에 첨가했다간 그 즉시 전속 요리사는 일자리를 잃는다.
욕실로 들어서, 샤워기를 트는 호날두.
쏴아아아아아-
“…….”
현재 그의 가슴 속에 자리를 잡은 감정은 새로운 도전자를 향한 복잡함이 뒤섞인 종류였다.
주된 감정은 부정(否定)이다.
“내가 세계 최고야. 내가 세계 최고라고.”
오랜 시간 이어져 온 리오넬 메시와의 라이벌리.
그 속에서 호날두는 자신이 승자라 믿고 있었다.
2012/13 시즌부터 지난 시즌까지 5회 연속 챔피언스 리그 득점왕에 오른 사실이라든가, 자신이 이룩한 수많은 최초의 기록들이 그렇게 느끼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아직, 호날두는 최고라는 자리에서 내려설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았다.
최소 2, 3년 전까지만 해도, 호날두는 자신과 메시가 몇 년은 더 축구계를 양분할 거로 생각했었다.
언젠가 두 사람 모두 늙어가게 되어 기량이 떨어지게 되긴 하겠지만, 그런 시기가 될 무렵이면 현재가 아닌 과거의 영광이 은퇴 순간까지 자신이 최고임을 말해 줄 거로 믿었다.
한데 어느 순간 갑자기, 김다온이라는 이름이 불쑥 튀어나와 자신의 위치를 위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무려 두 차례나, 그는 중요한 길목에서 자신을 가로막았었다.
‘뮌헨의 기적’으로 알려진 2013/14 챔피언스 리그 준결승전은 커리어를 통틀어 가장 굴욕적인 경기였다. 또 지난 5월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 역시 마찬가지다.
두 경기에서 호날두가 얻은 실망과 굴욕은 이루 말을 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그럴 리 없어!!”
이를 악다문 상태에서 오른손을 들어 올린 호날두가 앞을 강하게 후려치려고 하다, 퍼뜩 정신이 들어 거울 바로 앞에서 손바닥을 멈춰 세운다.
만약 이성을 되찾지 못했다면, 틀림없이 유리는 산산조각 나고 손에 상처를 입게 되었을 것이다.
“후우…….”
끼릭-
샤워를 끝마치기로 한 호날두가 부스의 밖으로 나와, 커다란 수건을 허리에 두른 후 몸을 닦기 시작한다.
그런 그의 눈은 거울 속 자신의 모습에 고정되어 있었고, 그의 입은 끊임없이 자신이 최고라는 문장을 반복했다. 마치, 자기최면을 걸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내가 세계 최고야. 내가 최고라고.”
어느덧, 32살을 앞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그에게 있어 아직 23살이 채 되지 않은 초거대 신성(新星)이란, 최고의 자리에 대한 위협과 함께 자신이 늙어 가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만드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참을 수 없이 괴롭다.
“난 최고야. 나는 최고야.”
거울 앞에서 스스로 최고라고 말하는 호날두의 중얼거림은 제법 오랜 시간 이어졌다.
***
【같은 시각】28014 마드리드, 스페인. 에디피시오 프라도.
처제들의 웃음소리가 식탁 위를 채우고, 오늘 있었던 일을 말하는 세 여자로 인해 나 역시 내일 경기에 대한 압박감을 어느 정도 내려놓을 수 있었다.
쉽게 긴장하는 성격은 아니지만, 많아 봤자 커리어에서 네 번뿐일 ‘마드리드 더비’는 조금 신경이 쓰였었다.
하지만 이런 내 마음을 알았던 건지, 아영이와 처제들이 기분을 풀어주었다.
“언제 돌아간다고? 모레?”
“응.”
스페인을 여행하며 좋은 시간을 보낸 처제들은 모레, 많은 선물을 가지고 한국으로 돌아간다.
내일은 세 자매가 함께 비센테 칼데론을 찾기로 했는데, 놀랍게도 이것이 마드리드에서 아영이가 처음으로 직관을 하는 경기였다.
아영이도 워낙 바빴기에, 난 그것이 딱히 서운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시간에 쫓겨 미안했을 뿐이다.
띵-동!
“왔다-!!”
벨이 울리고, 배달 음식이 도착한 것에 신난 처제들이 현관으로 달려 나간 사이 냉장고의 앞으로 걸어간 아영이가 빠르게 먹을 음식을 준비한다.
스페인에 온 이후 나의 식단 구성은 뮌헨에서 먹던 것과는 상당히 달라져 있다.
탄수화물과 단백질의 비율을 6:3.5 혹은 6.5:3으로 가져가는 것은 똑같지만, 메뉴의 구성 자체는 완전히 다르다.
시합 전날의 경우엔, 흰살생선과 버섯/토마토를 위주로 하루 4번에서 5번 정도의 식사를 하고 있다.
그리고 각각의 식사 전후로 아영이가 따로 챙겨 놓은 영양제와 보충제를 먹어 부족한 영양소를 채웠다.
“음- 진짜 괜찮아요?”
“응. 괜찮으니까, 눈치 보지 말고 먹어.”
“……그럼, 잘 먹겠습니다~”
“네~ 맛있게 드세요.”
처제들의 메뉴로 풍성해진 식탁을 바라보며, 나는 미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아영이를 보았다.
평소 경기가 있을 때면, 아영이는 일부러 나와 식단을 비슷하게 가져갔다. 딴에는 다이어트도 하고 좋다 했지만, 순전히 미안해서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오히려 나는 지금처럼, 평소에도 아영이가 먹고 싶은 것을 먹었으면 하는 마음이 컸다.
“그런데, 진짜 형부 대단해요~”
“어? 뭐가?”
“다 알아, 다.”
“??”
스페인을 여행하는 곳마다, 어디를 가든 나와 관련된 것들이 있었다고 한다.
“진짜 몇 번은 말하고 싶더라니까.”
“그치, 그치. 나도 그랬어.”
한 날은 나의 팬을 자처하는 주인장이 있는 푸드트럭에서 음식을 테이크아웃 했었는데, 트레일러 내부를 가득 장식한 내 사진과 유니폼을 보았다고도 했다.
그 장소가 바르셀로나의 광장이었다는 점에서, 나는 새삼스러운 감회를 느끼게 되었다.
분명 몇 년 전까지 그곳 사람들은 나를 싫어했었는데, 번듯하게 내 유니폼과 사진을 걸어두고 푸드트럭을 운영하는 곳이 있다는 게 신기했다.
“벌써 다 드셨어요?”
“응. 간단히 먹는 거니까.”
“……이거 좀 드려요?”
“아니, 됐어. 배 안 고파.”
먼저 접시를 비운 나는 먹은 것을 챙겨 싱크대에 놓아둔 후, 거실로 나와 알약 통이 한가득 놓여 있는 곳의 앞에 섰다. 오늘도 어김없이, 아영이가 미리 분류를 해 뒀다.
플라스틱 통에 든 알약 네댓 개를 입에다 털어 넣은 후, 물을 마시며 테라스로 걸음을 옮겼다.
금요일일 오늘, 마드리드의 사람들은 변함없이 밤을 즐기고 있었다. 다만 조금 다른 것이 있다면, 뭔가 조금 더 축제 분위기라는 점이다.
평소보다 몇 배는 더 많아 보이는 경찰의 숫자도, 이런 분위기를 내는 데 한몫하는 것 같다.
마드리드 더비.
그러니까, 엘 데르비 마드릴레뇨(El Derbi Madrileno).
같은 도시 내에 있는 더비라서 얼핏 벤피카와 스포르팅의 경기를 연상할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 마드리드 간의 경기는 조금 일방적인 감정이다.
열등감에 기반한 거친 감정들은 주로, 내가 소속된 아틀레티코를 응원하는 사람들에게서 나온다. 반면, 레알의 팬들은 더비의 의미를 좀 더 낮게 본다.
레알 마드리드의 팬들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엘 클라시코’지, 엘 데르비 마드릴레뇨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그들에겐, 마드리드는 자신들의 도시다.
아틀레티코는 그저 기생하는 존재다.
실제로도 레알은 시내 중심가와 부유층을 상징하는 카스티야를 대표하고, 아틀레티코는 도시 남부의 서민층과 카탈루냐/바스크를 대표한다.
따라서 어떻게 본다면, 레알이 마드리드라는 도시를 지배하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그러나, 외부인인 나는 그런 논리를 받아들이지 않을 생각이다.
“……이긴다. 반드시 이긴다.”
어두워진 마드리드의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난 다시 한번 필승의 의지를 다졌다.
***
(라몬 사르토리) – Futbol Cuatro 패널
“장담합니다. 이 경기는 역대 가장 뜨거운 엘 데르비 마드릴레뇨가 될 거예요. 호날두가 반응했고, 다온이 거기에 도전장을 던졌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아는 호날두라면 틀림없이 경기장에서 무언가를 증명하려고 하겠죠. 누가 먼저 시작했고 누가 어떻게 말했는지는 이제 더 중요하지 않게 됐습니다. 앞으로 24시간 뒤면, 누가 옳았는지가 증명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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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잔 사바테) – 라 섹스타 패널
“디에고 시메오네가 온 이후. 확실히 엘 데르비 마드릴레뇨는 흥미로워졌습니다. 그리고 이번엔 다온까지 가세했죠. 지금까지 아틀레티코에게 부족했던 것은 세계 최고의 선수가 없었다는 겁니다. 리비야, 카예하, 아델라르도. 그리고 아라고네스. 물론 이들은 전부 뛰어난 선수들이었지만, 세계 최고 수준에 오른 선수들은 아니었습니다. 한데 이젠, 아틀레티코는 그것을 가지게 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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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누 카레뇨) – 카데나 세르 엘 라르게로 진행자
“여러분은 다온의 데뷔전을 기억하고 계실 겁니다. 그리고 그날, 이곳 스튜디오에는 절묘하게도 안톤과 페드로가 있었죠. 오늘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대표적인 마드리드와 아틀레티코의 패널들과 함께, 내일 경기에 관한 뜨거운 토론을 펼쳐 보겠습니다! 앞으로 두 시간 동안…….”
***
2016년 11월 19일. 28005 마드리드, 스페인. 파세오 데 라 비르겐 델 푸에르토, 67. 에스타디오 비센테 칼데론.
.경기 시작 2시간 전
아틀레티코 0 : 0 마드리드
당연하게도 티켓이 매진된 비센테 칼데론의 주변은 벌써부터 인파로 붐비고 있다.
그리고 안전을 위해 배치된 마드리드의 베테랑 경찰관 오마르 카탈라(Omar Catala)는 경기장 근처를 순찰하다가, 무척 특이한 점 하나를 캐치해 동료에게 무전을 보냈다.
치?익
“이봐, 마르코.”
치?익
– 왜?
“뭐, 이상한 거 없어?”
치?익
– 그게 무슨 개소리야?
어린 시절 아버지를 따라 축구장에 자주 출입했었던 오마르 카달라는, 매진된 경기장의 주변에서 쉽게 포착되었어야 할 존재들이 보이지 않는단 점을 이야기했다.
바로, 암표상 말이다.
치?익
– 뭐?
“암표상들이 없다고. 그 머저리 같은 라울이나 마르켈이 보이지 않아.”
치?익
– 마르켈이라면 봤어.
“뭐? 진짜?”
– 응. 당연히 암표를 판매하러 왔을 줄 알았는데, 자기도 어렵게 티켓을 구했다고 말하면서 싱글벙글하지 뭐야. 체포하려다 그런 마음이 쏙 들어가 버렸다니까.
치?익
“…….”
마드리드 경찰관들 사이에서 유명한 암표상마저 차익을 누리는 걸 포기하고 경기를 관람한다는 말에, 오마르 카달라는 잠깐 할 말을 잃어버렸다.
그렇지만 정말로, 오늘 경기장 주변엔 암표상들의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암표가 아예 유통되지 않은 것은 아니겠으나, 마르켈이라 불린 암표상이 보인 행동에서 드러나듯 이번 엘 데르비 마드릴레뇨는 모두가 보길 원하는 경기였다.
‘그러고 보니, 110개국이라고 했던가?’
오마르 마르켈은 오늘 오전에 본 신문 내용을 생각했다. 마드리드의 정론지인 ‘엘 문도’는 이번 경기가 전 세계 110개국에서 중계될 거라고 말했다.
이는 평소 라 리가를 중계하던 국가 숫자의 다섯 배를 훌쩍 뛰어넘는 것으로, 거의 월드컵 결승과 비슷하다고 보면 됐다.
2014 FIFA 브라질 월드컵 결승전의 시청자 수가 24억 명이었다는 점을 생각해 본다면, 못해도 15억 명에서 20억 명 사이의 팬들이 경기를 볼 수도 있다는 뜻이 됐다.
‘고작? 엘 데르비 마드릴레뇨에?’
평생 레알 마드리드를 응원하며 살아온 오마르 카탈라였기에, 그는 이런 관심이 쉽게 이해되지 않았다.
챔피언스 리그 경기도 아닌 데다 라 리가의 우승 타이틀이 걸린 것도 아닌 상황에서, 이토록 많은 관심과 시청자 숫자를 기록한다는 게 무척 낯설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다른 한편으론, 오늘 새벽 ‘카테나 세르’에서 패널이 말한 이야기가 맞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마드리드의 열렬한 지지자인 안톤 메이나마저 인정하게 만든 페드로 푸야나의 주장은, [“2016년 가장 화제가 된 경기를 만든 것이 바로 김다온이다.”]라는 것이엇다.
지난 9월 바이에른 뮌헨과의 경기 뒷이야기가 여전히 뜨겁건만, 그때와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 관심이 쏟아지는 무대의 정 가운데에 섰다.
페드루 푸야나는 그러면서, [“현시점 최고의 흥행 카드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김다온은 이미 세계 최고다.”]라는 결론을 맺었다.
골 50이 그것을 증명했고, 발롱도르를 수상하지 못한다고 해도 부정할 수 없는 위치로 왔다고 말이다.
하지만, 오마르 카탈라는 거기까진 동의할 수 없었다. 발롱도르 수상 없인, 최고라는 수식어를 달아서는 안 된다.
최고 수준 혹은 최고 중에 하나라고는 말할 수 있겠지만, 현재 최고의 자격은 오직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리오넬 메시만이 가지고 있다.
많은 논란을 낳았던 몇 차례의 발롱도르 역시도, 오마르 카탈라는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다고 믿었다.
당시 수상자가 되어야 했다고 평가받는 베슬리 스네이더르와 프랑크 리베리의 위상과 현재의 위치를 고려하면, 발롱도르는 제대로 된 주인을 찾아간 셈이었다.
그런데, 지금.
“응? 라울? 라울 페레즈?”
“응? 오-! 오마르 경관님! 잘 지내시죠?”
“지금 여기에서 뭘 하는 거야?”
“워-우! 오해하지 마세요. 저 지금 막 이 표를 샀으니까. 젠장. 본래 가격의 스무 배나 줬다고요.”
오마르 카탈라는 마르켈과 더불어 악명 높은 암표상 라울 페레즈(Raul Perez)가 오히려 웃돈을 주고 티켓을 구매한 것을 보며, 이번만큼은 발롱도르가 다른 사람에게 돌아가도 괜찮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만큼, 지금의 광경은 충격적이었다.
암표상이 오히려 암표를 샀으니 말이다.
“장담하는데요, 경관님. 저는 이 돈이 하나도 아깝지 않아요. 왜냐하면 틀림없이 멋진 경기가 펼쳐질 테니까요. 경관님도 그렇게 생각하죠?”
“…….”
“응? 경관님?”
일상에서 다가온 신선함에 넋을 놓아 버린 오마르 카탈라의 정신이 돌아온 건, 눈앞에서 손을 움직이던 라울 페레즈가 슬쩍 주머니로 손을 뻗은 다음이었다.
“에-이!! 이봐!!”
“이크! 실례.”
모든 풍경이 일상과는 확연히 다른 오늘, 오마르 카탈라는 뭔가 굉장한 일이 벌어질 것 같다는 예감을 느낀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저 멀리서.
“이봐-!! 그들이 왔어!!!”
“알레티~~!!! VAMOS!!!”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선수단을 태운 버스가 전용 도로를 통해 경기장으로 진입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