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685)
684화 Calificacion (10)
(배정세) – SBS Sports 아나운서
“대한민국의 축구팬 여러분들 안녕하십니까. 지금부터 에스타디오 비센테 칼데론에서 펼쳐지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레알 마드리드의 경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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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 허드슨) – BeIN LaLiga 코멘테이터
“역사가 깊은 두 팀이 만났습니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매우 특별한 경기입니다. 지금 이곳의 분위기는 흡사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을 방불케 합니다. 경기장 바깥 역시도 마찬가지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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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츠다 사이카쿠) – 스카이 퍼펙트 TV 해설위원
“일본의 선수가 이런 흥행을 만들지 못한다는 측면에서는, 뭐랄까요, 역시 일본의 선수는 조금 담대하지 못하구나……. 다소 예의를 너무 중시하지 않나…… 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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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 지하오) – 중국 CCTV 해설위원
“무려 110개의 국가입니다. 110개의 국가. 중국 선수의 경기는 시청하라고 공짜로 푼다고 해도 110명이 보지도 않을 텐데 말입니다. 저는 다온이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내어 아시아의 축구를 바라보는 시각을 몇 배나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이런 표현을 하고 싶습니다. 非常好(매우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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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런 플레처) – BT Sports 코멘테이터
“오늘 EPL에서도 많은 경기가 치러지고 있습니다만, 저는 지금 마드리드 더비를 중계하기 위해 비센테 칼데론에 와 있습니다. 이것만으로, 이 시합이 얼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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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 00분
아틀레티코 0 : 0 마드리드
&Match-Up`s Best Eleven(AT/상대팀)
&Tactics(AT/상대팀) : 4-4-2/4-4-2
GK ? 얀 오블락 / GK ? 케일러 나바스
RB ? 후안프란 / RB ? 다니 카르바할
CB ? 스테판 사비치 / CB ? 나초 페르난데스
CB ? 디에고 고딘 / CB ? 라파엘 바란
LB ? 필리페 루이스 / LB – 마르셀루
RM ? 사울 니게스 / RAM ? 루카스 바스케스
CM ? 가비 / CM ? 마테오 코바치치
CM ? 코케 / CM ? 루카 모드리치
LM ? 김다온 / LAM ? 가레스 베일
ST ? 앙투안 그리즈만 / SS – 이스코
ST ? 페르난도 토레스 / ST ?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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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는 모두 끝났다. 비정상적일 정도의 열기와 몇 배나 심한 압박감 속에서, 우린 잠시 뒤 불릴 휘슬을 기다리며 평소와 같은 하루를 보내려고 노력했다.
포지션에 서서 허리춤에 손을 얹은 채, 선축을 가져간 레알 마드리드의 진영을 바라본다.
“…….”
한 시간 전 레알 마드리드의 선발명단이 발표되었을 때, 나는 카림 벤제마가 벤치에 앉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당연히 선발로 예상했기에, 약간 허를 찔린 기분을 느꼈다.
그리고 바로 그때부터, 심리전은 시작됐다.
여전히 어떠한 의도인지는 알 수 없지만, 지단이 먼저 수를 두었고 우린 경기를 준비하면서도 그 수를 생각하느라 부차적인 에너지를 소모했다.
더 많은 생각을 하도록 하고, 준비에 온전히 집중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약팀이 강팀을 상대하며 변칙적인 전술을 택하는 경우는 흔하지만, 오늘은 그런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객관적인 전력상, 아틀레티코는 분명 레알 마드리드보다 열세다. 분데스리가로 비유하자면, 저들이 뮌헨이고 우린 도르트문트인 셈이다.
‘바스케스가 오른쪽. 베일은 저쪽에 있어.’
킥오프 전 선수들의 위치만으로 보았을 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원톱으로 둔 4-3-3인 것 같았다.
4-3-3을 쓸 속셈이었다면 굳이 벤제마를 뺄 이유가 없었을 건데, 우리가 모르는 가벼운 부상이라든가 다른 이슈가 있는 게 아닌가 싶었다.
삐?익!!
생각을 그렇게 이어 나가던 중, 역대 280번째 마드리드 더비의 주심을 맡은 다비드 페르난데스 보르발란이 휘슬을 불어 경기를 시작했다.
축구공 앞에 서 있던 호날두가 뒤쪽으로 축구공을 보냈고, 직후 레알 마드리드의 진영이 꿈틀거렸다.
그리고 그것은.
‘응?’
많은 이들의 예상을 벗어나는 쪽이었다.
마드리드의 라인이 무척 낮았다.
또.
‘플랫? 진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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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현) – SBS Sports 해설위원
“아. 지금…… 네. 조금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레알 마드리드가 4-4-2를 쓰는 것 같죠? ……네.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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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레알 마드리드는 우리와 같은 두 줄의 플랫을 쓴 4-4-2를 사용했다. 그리고 그걸 확인한 순간, 많은 이들의 고개가 벤치로 향하는 것을 보게 되었다.
동시에 전진하던 라인이 멈춰 섰고, 이런 우리의 혼란을 틈 타 루카 모드리치가 앞쪽으로 빠르게 패스를 보냈다.
그리고 축구공은 포백 라인 바로 앞에 있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발아래에 도착했다.
퍽-!
{“우워어어어…….”}
페널티아크 바로 앞에서 빠른 속도로 뻗어 나간 슈팅이 크로스바를 아슬아슬하게 벗어나고, 머리를 감싸 쥐며 돌아선 호날두가 인상을 살짝 찌푸린 뒤에 엄지를 높이 들어 올렸다.
킥오프 후 20초도 채 되지 않아 터져 나온 슈팅에, 팀의 분위기가 싸늘하게 식으려고 한다.
완벽하게 기선제압을 당해 버렸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누구 맘대로.’
나는 레알 마드리드가 바라는 대로 경기가 흘러가도록 내버려 둘 생각이 없다.
“에—이!!!!”
“???”
“괜찮아!!! 침착하게 해!!! 우리가 준비했던 것을 하자고!!! VAMOS!!! 다들 집중해!!!”
말라가와의 경기에서 말했었지만, 축구에서 전술(戰術)과 전략(戰略)은 구분 지어져야 하는 개념이다.
말라가가 ‘거침’을 그들의 전략으로 삼았다면, 레알 마드리드는 ‘의외성’을 초반의 전략으로 삼아 지금과 같은 장면을 한 번쯤은 그려 보았을 것이다.
자신들이 라인을 낮추며 두 개의 플랫을 세운 순간에 발생하는 우리의 전술적인 병목을 이용하려고 했을 수 있다.
그리고 만약 그렇다면, 지네딘 지단의 시도는 무척 성공적이었다고 말해 주고 싶다.
선발명단을 시작으로 계속해서 의외성을 가져가, 극초반부 우리에게 ‘뭐가 꼬일 것 같다.’라는 불안함을 거의 심어 줄 뻔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정신만 바짝 차리면 호랑이 굴에 빠져도 살아날 구멍은 늘 존재한다.
투웅-!
오블락이 길게 보낸 골킥이 아래로 내려선 페르난도 토레스의 머리를 겨냥하고, 옆으로 흐르는 볼을 받아 든 나는 압박을 피하고자 얼른 뒤로 패스를 돌렸다.
그러곤 다시 부지런히 고개와 눈을 움직이며, 지네딘 지단의 전술적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했다.
일단 경기 시작 직후에 엿보인 낮은 수비 위치/두 줄의 플랫/호날두 원톱은 일시적인 게 아니었던 것 같다.
우리가 볼을 돌리는 내내, 레알 마드리드는 4-3-3이 아닌 4-4-1-1에 훨씬 더 가까운 모습을 보여 줬다.
두 줄의 플랫 위에 이스코를 메디아푼타(AM)에 두었고, 호날두는 좀 더 높은 위치에 두어 압박에 가담하기보다 구역을 적당히 막는 역할을 부여했다.
결국, 우리와 같다는 것이다.
‘무슨 생각이지? 오만인가?’
디에고 시메오네의 4-4-2는 이젠 더 새로울 게 없는 전술이란 평을 듣는다. 여전히 뛰어난 축구를 구사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장단점이 전부 밝혀졌다.
이러한 경우는 보통, ‘새로운 시도’를 바라는 감독들에게 좋은 참고 자료가 되어 준다.
이론적으로는 전부 분석이 되어 있기에, 짧은 훈련만으로 어느 정도의 모방은 너끈히 가능하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모방하려는 축구에 취약한 팀을 상대할 때’ 효과적인 법이라고 생각한다.
원조(元祖)를 상대로 그 원조가 가장 잘하는 것으로 대적하려 한다?
난 그걸 기만이라 부르고 싶다.
“에-이!! 여기!!”
파앙-!
레알 마드리드가 내세운 두 줄의 플랫(Flat)은 아틀레티코의 것과 비교했을 때 구명이 너무 많았다. 미드필드와 수비 사이에 공간이 너무 많고, 덫 역시도 듬성듬성했다.
내게 있어 그 공간을 파고드는 일은 어렵지 않은 일이었고, 적당한 위치를 찾은 뒤 코케에게 패스를 요구했다.
후방에서 볼을 연결받아 줄 곳을 찾던 코케가 곧바로 내게 패스를 이어 왔고, 난 그것을 오른쪽 사이드라인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상태에서 왼발 안쪽으로 받아 들었다.
툭-
“…….”
축구공은 멈추는 대신, 속도가 크게 죽어 내 가랑이 사이로 빠져나간다.
혹시 실수냐고?
아니, 전혀.
“???”
가랑이 사이로 축구공이 통과하는 타이밍에 맞춰 몸을 돌리자마자, 빠른 압박을 위해 달려들었던 다니 카르바할의 몸이 금방 발을 뗀 곳으로 밀려 들어온다.
나는 그렇게 카르바할을 따돌렸고, 이번엔 왼쪽 사이드라인을 정면으로 둔 상태가 됐다.
이런 나의 다음 선택은.
‘저기.’
팡-!
하프라인 위쪽에서 대기 중이던 필리페 루이스가 달려 들어가는 방향을 향해 축구공을 굴려 보낸다.
다니 카르바할의 전진으로 레알 마드리드의 오른쪽 수비 공간은 텅텅 비었고, 덩달아 포백 전체가 전진했기 때문에 상대는 급하게 후퇴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난 패스를 보낸 후 곧바로 페널티 박스 주변으로 움직였다.
레알 마드리드의 수비수들의 신경이 온통 필리페 루이스에게 팔린 틈을 타, 충분한 주변 공간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중앙에서는 페르난도 토레스와 앙투안 그리즈만이 박스 안으로 침투하며, 포백 외 다른 미드필드의 시선을 빼앗아 가고 있었다.
흘러가고 있는 상황이, 나를 완벽한 사각지대(死角地帶)로 몰고 간 것이다.
‘소리를 내지 말자. 제발, 루이스. 나를 봐.’
행여 레알의 선수들이 나를 발견할까, 나는 패스를 달라는 말조차 참아 가며 간절한 눈빛을 필리페 루이스에게 보냈다.
분명 저 남자라면, 날 보았을 것이다.
그러니.
‘제발.’
간절함이 인내심을 넘어서려고 하기 직전, 수비수를 충분히 끌어들인 필리페 루이스가 페널티 박스 왼쪽 모서리 부근에 선 내게로 패스를 보내왔다.
‘그렇지!!’
바라 마지않던 컷백(Cut Back).
발아래 축구공이 도착한다.
탁-
“?!”
“에—-이!!!!!”
레알 마드리드의 진영에서 튀어나온 것이 분명한 목소리가 귓가를 때리고, 그와 동시에 나는 별다른 도움닫기 없이 바로 발등을 가져다 대어 슈팅을 날린다.
퍽-!
마음먹고 제대로 걷어찬 것에 비할 바는 되지 못했지만, 그래도 축구공은 골대 반대편 상단을 향해 빠르게 뻗어나갔다.
그리고 그것이 빨려들어 간다고 생각했던 순간.
투웅-!!
“!!”
“?!?!”
‘뭐?!!’
축구공은 골대의 오른쪽 위 모서리를 맞고 그대로 골라인을 빠져나가 버렸다.
{“우오오오오-!!”}
{“아…….”}
놀라움과 안타까움이 뒤섞인 비센테 칼데론의 피치 위에서, 아쉬움을 삼킬 길이 없었던 나는 머리를 두 손으로 감싸 쥔 채 얼굴을 잔뜩 구겼다.
틀림없는 골이라고 믿었는데 말이다.
하지만, 운이 조금 없었다.
“푸우우우-”
내뱉고 있는 숨에 미련을 함께 실어 보내지만, 지금의 장면을 잊으려면 조금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잘 떨어지지 않는 발을 떼어 돌아서는 길, 비센테 칼데론을 가득 채운 팬들과 벤치의 디에고 시메오네가 잘했다며 내게 박수를 보내오고 있다.
“바로 그거다!! 아주 좋은 슈팅이었어!!”
덕분에 기분이 훨씬 나아지긴 했지만, 골킥이 준비되고 있는 지금까지도 내 머릿속에서는 조금 전 슈팅 순간이 떠나지 않고 있었다.
조금만 더 안쪽으로 겨냥할걸.
아쉬움은 좀처럼, 내 곁을 쉽게 떠나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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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현)
“전반전 20초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날카로운 슈팅. 그리고 지금 전반 얼마죠? 대략 2분 30초 정도 되는 시간에 김다온이 바로 반격하지 않았습니까? 세계 최고의 선수 둘. 이번 발롱도르에 가장 가까운 두 선수가 마드리드 더비 초반부터, 경기를 아주 뜨겁게 달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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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키온) – BT Sports 공동-코멘테이터
“바로 이겁니다. 이번 경기를 시청하고 있는 팬들은 지금과 같은 장면들을 기대했을 겁니다. 두 명의 슈퍼-스타. TV 앞의 팬들은 분명, 이들 둘이 앞으로도 멋진 장면을 만들어 주길 바라고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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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니크 코른베르크) – Sky Sports Germany 해설위원
“환상적인 기술이었습니다. 한 번의 터치로 다니 카르바할을 따돌렸고, 필리페 루이스에게 패스를 나가기까지도 추가적인 터치가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슈팅을 할 때도 처음 볼을 받아 두는 터치가 전부였습니다. 이 모든 장면이 만들어지기까지, 다온은 단 세 번 축구공을 건드렸습니다. 물론, 슈팅까지 포함하면 네 번이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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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 지하오)
“중국 선수라면 아마 훨씬 더 전에 볼을 빼앗겼을 겁니다. 혹은 같은 시도를 하려고 하다가 헛발질을 하고 볼을 흘린 뒤에 허우적거리다가 넘어졌겠죠. 기술의 차원이 다릅니다. 몇 년째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만, 중국의 어린 선수들은 슈퍼리그 따위를 보는 건 관두고 다온의 플레이를 보고 배워야 합니다. 그편이 훨씬 도움이 될 테니까요.”
***
장군멍군이었던 첫 3분 이후, 전반전 10분까지 경기를 주도한 쪽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였다.
사을 니게스가 절묘한 침투로 슈팅까지 이어 갔고, 수비수를 끌어모은 김다온의 패스를 연결받았던 코케 역시, 위협적인 중거리 슈팅을 날렸던 것이다.
그러던 전반 11분, 마르셀루의 크로스를 연결받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월등한 타점에서 헤더를 시도했다.
디에고 고딘보다 족히 머리 하나는 더 높은 곳에서 굴절된 축구공은 그대로 골라인을 넘어서는 듯했으나, 얀 오블락이 이를 환상적인 선방으로 막아 냈다.
하지만 직후, 경기의 흐름은 레알 마드리드로 넘어갔다.
경기를 지켜보는 사람들은 호날두의 헤더가 아틀레티코에게로 향하던 흐름을 가져왔다고 생각했지만, 피치 위에 있는 선수들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좋은 흐름을 이어 나가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주도권을 레알 마드리드에 넘겨준 이유는 바로.
‘이런! 또?’
탐욕적인 플레이를 펼치기 시작한 프랑스 출신의 공격수 앙투안 그리즈만 때문이었다.
“에?이!!!!”
“후퇴!! 후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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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 20분
아틀레티코 0 : 0 마드리드
코케의 중거리 슈팅이 빗나간 다음부터, 그리즈만의 플레이가 바뀌기 시작했다. 2선으로 내려서지 않고 최전방에 머물렀고, 패스를 받은 이후엔 무작정 앞으로 돌진했다.
미드필드와 페르난도 토레스의 사이에서 연결고리가 되어 주어야 할 그리즈만이 사라지자, 자연스레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공격의 흐름을 잃게 되었다.
중원에서 앞으로 볼이 쉽게 뻗어 나가지 못했고, 답답함 마음에 페르난도 토레스가 내려섰으나 효율이 나지 못했다.
지금도 가까스로 토레스가 그리즈만에게 패스를 연결했지만, 무리하게 돌파를 하던 그는 볼을 빼앗겨 버렸다.
무엇보다 이것이 최악이었던 건, 볼을 빼앗긴 타이밍이 아틀레티코의 2선이 전진을 하던 순간이란 점이었다.
파앙-!!
모드리치의 빠르고 정확한 패스가 중앙으로 이동해 있던 루카스 바스케스의 발밑에 도달하고, 역습을 허용한 아틀레티코의 포백은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현재 아틀레티코의 플랫은 간격이 상당히 많이 벌어져 있는 상태였다.
이 말은 곧, 아틀레티코의 수비가 미드필드의 도움을 받으려면 시간이 걸린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레알 마드리드의 공격수들은 이를 기다려 주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지금 디에고 고딘의 옆 스테판 사비치의 앞엔 호날두가 대기하고 있다.
‘제기랄.’
뒤로 물러서려고 했던 디에고 고딘이 커다란 위험을 감수하고, 모드리치의 패스를 받아 드는 동작을 취한 루카스 바스케스에게 접근한 이유다.
만약 지금 수비에서 바스케스를 막아 내지 못한다면, 스테판 사비치 혼자 루카스 바스케스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한꺼번에 막아야 한다.
확률적으로 실점의 가능성이 크게 높아진다는 의미에, 디에고 고딘의 집중력은 높아진다.
위기에 닥친 인간의 생존본능이, 안 그래도 유능한 수비수의 능력을 더 끌어올린다.
그러나.
쿠웅-!!
“흐억!”
“!!!”
드리블 돌파를 시도한 루카스 바스케스 또한, 그리 만만하게 볼 수 있는 선수는 아니었다. 그는 고딘의 의도를 대번에 파악하고, 영리하게 몸을 던지는 방법을 선택했다.
비록 호날두에게 패스를 잇지는 못했지만, 지금 얻어 낸 파울도 좋은 기회로 이어진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고딘과 부딪힌 바스케스의 몸이 허공에 붕 떠올랐다가 아래로 떨어지고, 휘슬을 분 다비드 보르발란이 망설이지 않고 주머니에서 꺼낸 노란색 카드를 머리 위로 치켜들었다.
전반 21분 만에, 수많은 유명 축구인으로부터 아틀레티코의 심장이라는 평을 받은 이가 경고를 받게 된 것이다.
이는 당연히 아틀레티코에 좋지 않은 신호였다.
그리고 이에, 코케는 크게 좌절한다.
곧이어 그는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표현했다.
“앙투안!! 대체 무슨 멍청한 짓이야!!!”
불과 1, 2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코케는 앙투안 그리즈만과 누구보다 가까운 사이였다. 하지만 그리즈만이 팀을 떠날 의사를 내비치면서부터, 둘의 관계는 조금씩 삐걱거렸다.
앙투안 그리즈만과 절친한 관계인 디에고 고딘이 끼어들어야 할 정도로 강하게 의견을 피력한 적도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두 명의 디에고를 잔류시킬 것.”]을 조건으로 아틀레티코에 더 남게 된 그리즈만이지만, 코케는 그가 너무 이기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현재, 코케는 앙투안 그리즈만과 썩 순탄한 관계는 아니었다.
“거기에선 볼을 지켰어야지!!!”
“왜 나한테만 지랄인데??”
“네가 병신처럼 굴었잖아!!”
“엿이나 먹어! 난 제대로 뛰고 있어!!”
“빌어먹을 이기적인 새끼! 지가 이 팀을 망치고 있다는 것도 모르고! 개 같은 자식. 퉤-!”
분명한 감정을 표현한 코케가 침을 내뱉으며 프리킥 지점으로 걸어 나간 뒤, 잔뜩 구겨진 얼굴로 그 뒤를 따른 그리즈만이 페널티박스 한쪽으로 움직였다.
골대 정면 약 25m 지점에서 프리킥이 이뤄질 것이기에, 아틀레티코의 필드플레이어 전체는 박스 주변에 대기해야 했다.
보나 마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직접 슈팅을 날릴 텐데, 떨어지는 세컨볼을 향해 달려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불만으로 가득 찬 앙투안 그리즈만을 디에고 고딘과 가비 페르난데스가 달래 보지만, 입을 꾹 다문 채 고개를 가로저은 그는 동료들의 위로를 무시한다.
대신에 그는 침을 바닥으로 내뱉으며, 바로 앞에서 세컨볼 다툼을 준비하는 김다온의 뒷모습을 쳐다봤다.
‘웃기지 마. 주인공은 나야.’
전반 2분에 나온 슈팅과 코케에게 찔러 준 절묘한 패스 등. 오늘도 김다온은 어김없이 중요하고 큰 경기의 주인공이 되려고 했다.
그것을 본 순간 그리즈만의 질투심이 다시 고개를 치켜들었고, 승리가 아닌 자신이 주인공이 되기 위해 뛴다는 생각을 가지도록 만들었다.
지금도 그리즈만은 자신의 독선이 레알 마드리드에 주도권을 내주는 계기였다는 걸 인정하지 않은 채, 오직 자신의 이기심에만 집중하고 있다.
삐?익!!
보르발란이 휘슬을 불어 프리킥을 진행시키고, 특유의 포즈로 킥을 준비하던 호날두가 기다렸다는 듯 도움닫기를 시작해 앞으로 달려 나갔다.
항상 네 박자인 김다온의 프리킥과는 달리 호날두의 프리킥은 거리에 따라 넷 혹은 여섯 박자로 나뉘었는데, 지금은 여섯 번의 박자로 슈팅을 가져갔다.
퍽-!
무회전 킥을 시도한 호날두의 슈팅이 얀 오블락의 시선을 가리기 위해 서 있던 세르히오 라모스가 있던 곳으로 정확히 날아 들어간다.
그리고 제대로 된 타이밍에 몸을 빼냈던 라모스는 곧바로 등을 돌리며 골대를 쳐다봤다.
탁-
‘응?’
한데 라모스의 등 뒤에서 약한 타격음이 들려왔고, 골대의 오른편을 향해 움직인 얀 오블락이 급격하게 발을 멈추며 반대 방향으로 몸을 집어 던졌다.
스테판 사비치의 몸을 맞고 굴절된 슈팅이, 그대로 한차례 피치를 퉁겨 아틀레티코의 골라인을 넘어선다.
“…….”
“…….”
순간 맥이 풀린 아틀레티코 선수들의 움직임이 늦춰지는 사이, 득점을 확인한 호날두가 왼팔을 빙빙 돌리며 코너플랫으로 달려 나가 전매특허와도 같은 셀레브레이션을 펼친다.
“호?우!!!”
그런 호날의 곁으로 레알 마드리드의 선수들이 다가서고, 입을 꾹 다문 채로 움직이는 아틀레티코 선수들의 사이로 불쑥 나타난 누군가가 축구공을 들고 하프라인을 향해 달렸다.
미간을 잔뜩 찌푸린 사내는 축구공을 들지 않은 왼손을 크게 움직이며, 단순히 운이 없었을 뿐이라는 말로 실점에 대한 실망감을 위로했다.
그리고 그것을 지켜보던 코케는 마찬가지로 독려를 보내오고 있는 디에고 시메오네를 번갈아 쳐다보다가, 무언가를 결심한 듯 손뼉을 강하게 두들겼다.
아직, 경기는 70분이나 남아 있다.
“고개 들어!! 얼마든지 할 수 있어!!”
그렇게 한참을 목소리를 높이는 데 에너지를 쓴 코케.
잠시 뒤 다소 힘에 부쳐옴을 느낀 그는 기다란 숨과 함께 머리를 쓸어 올리며, 아틀레티코 합류 이후 매번 놀라움을 안겨다 주었던 한 남자를 쳐다보았다.
‘네가 해 줘야 해.’
앙투안 그리즈만의 이기심이 아틀레티코를 망치는 지금, 그는 유일한 희망이 임대 선수라는 것에 작은 회의를 느꼈다.
하지만 이내, 그는 그것을 벗어던진다.
“퉤-!!”
승리를 거둘 수만 있다면, 임대생이 아니라 악마에게 영혼이라도 팔 수 있다고 생각하는 아틀레티코의 미드필드다.
삐?익!!
전반전 23분.
0:1이 된 상태에서, 경기는 재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