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686)
685화 Calificacion (11)
지금까지 축구를 해 오며, 나는 많은 사람을 만나 왔다. 그리고 그들 대부분이 좋은 이들이었지만, 일부는 인상이 절로 찌푸려질 정도였다.
하지만 뭐든 영원하지는 않아서, 최악의 첫인상을 안겨다 준 이들이 나중에 가까워지는 경우도 존재했다.
믿기진 않겠지만, 폴 포그바가 그렇다.
현재는 맨유의 선수가 된 폴 포그바는 작년 챔피언스리그 16강전 이후 꾸준히 내게 연락을 해 왔다.
그 방법은 주로 소셜네트워크의 DM이었고, 전화번호를 교환한 여름 무렵부터는 한두 번 정도 짧은 통화를 나눠 보기도 했다.
친구에서 서먹한 사이가 된 니모와는 정반대로, 포그바와는 근래에 꽤 좋은 관계로 발전 중이다.
물론, 친구가 되진 않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폴 포그바는 며칠 전 내게 DM을 보내와 그리즈만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
[조심해. 그가 경기를 망칠 수도 있어.]‘……이 정도일 줄은 몰랐는데.’
남자의 질투란, 생각보다 더 추한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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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런 플레처) – BT Sports 코멘테이터
“의심할 여지가 없군요. 그리즈만이 팔로 축구공을 막았습니다. 그로서는 억울하겠지만, 주심의 판단이 옳습니다. 비정상적인 동작이었어요. 위기에 처하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다시 득점을 위해 페널티킥 차려 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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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현) – SBS Sports 해설위원
“네, 지금은 페널티킥이 맞습니다. 아~ 이렇게 되면 조금 전의 기회가 두고두고 아쉽겠는데요? 앙투안 그리즈만. 오늘 전반전 최악의 경기력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조금 전에도 완전히 비어 있는 김다온 선수에게 패스를 보내지 않아 찬스를 무산시켰고, 바로 그다음 코너킥 상황에서 핸드볼 파울을 범했습니다. 분명 실력 있는 선수는 맞습니다만, 오늘은 지나칠 정도로 탐욕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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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 37분
아틀레티코 0 : 1 마드리드
삐?익!!
주심의 휘슬이 울리고, 프리킥 때와 마찬가지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망설임 없이 도움닫기를 시작했다.
호날두가 선택한 방향은 왼쪽.
오블락 역시 왼쪽을 택한다.
그러니까.
‘본인 기준으로.’
삑-! 삐?익!!
{“…….”}
“…….”
전반전이 끝나기도 전에 스코어는 0:2가 되어 버렸고, 허리춤에 손을 얹은 나는 골대 옆쪽으로 달려 나가는 호날두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마찬가지로 호우 셀레브레이션을 할 줄 알았는데, 호날두는 골대 뒤쪽 카메라의 앞으로 가 투명의자에 앉는 듯한 자세를 취해 보였다.
넘겨짚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저것은 근래에 있었던 일들을 저격하는 셀레브레이션인 것 같았다.
지금 저 남자가 앉은 의자는 틀림없이, 왕좌(王座)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씨-팔.”
의기양양하게 돌아선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짓고 있는 표정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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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츠다 사이카쿠) – 스카이 퍼펙트 TV 해설위원
“소오-데스네. 역시, 로나르도가 현재까지는 좀 더 우위에 있네요. 아시아인이 로나르도, 메시와 비교된다는 것 자체를 영광으로 봐야 하지 않나…… 하지만 역시 동양인이 최고가 된다거나 바론도루를 수상한다는 건 너무 터무니없는 생각이 아닌가…… 하이. 저는 지금 그렇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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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니크 코른베르크) – Sky Sports Germany 해설위원
“지금까진 주변의 격차가 크게 느껴집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훨씬 더 많은 지원을 받고 있어요. 그러니까, 이렇게 생각해 보죠. 만약 이 경기가 바이에른 뮌헨과 레알 마드리드의 경기였다면? 양상은 분명 180도 달랐을 겁니다. 다온이 꾸준히 좋은 기회를 창출하고 좋은 위치를 찾아 움직이고 있음에도, 패스가 그곳으로 잘 이어지지 않습니다. 기점이 되는 그리즈만의 플레이가 아쉽네요. 하필이면 이런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 컨디션이 썩 좋아 보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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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익!!
0:1과 0:2는 전혀 다른 문제다.
더구나 상대는 레알 마드리드.
이젠, 심리적으로도 쫓기기 시작할 것이다.
그 증거는 바로 피치 위에서 드러났다.
“에-이!! 멈춰!!”
파앙-!!
‘이런!’
냉정함을 잃어버린 이들로 인해, 축구의 형태가 바뀌기 시작했다. 레알 마드리드가 충분히 준비된 상황에서, 이런 식으로 롱볼을 차는 건 절대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없다.
페르난도 토레스가 있긴 하지만 레알 마드리드에도 세르히오 라모스가 있고, 무엇보다 이런 식의 반응은 아틀레티코가 흐름을 이끄는 방식이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어 버리니, 선제골이 정말 결정적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지네딘 지단이 여기까지 예상했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레알 마드리드가 선제골을 가져간 순간부터 이런 식의 흐름은 예견된 것일 수도 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게 있어, 선제득점이 가지는 의미를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다.
지난 3년 동안, 아틀레티코가 바르셀로나와 레알. 그리고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 단계에서 만난 팀들을 상대로 선제골을 허용한 경기에서 거둔 성적은 3무 4패에 불과하다.
그나마 무승부도 0:1에서 1:1이 된 경기들이고, 0:2에서 경기를 뒤집은 경우는 내가 알기론 단 한 차례도 없다.
같은 기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거둔 성적을 생각해 본다면, 이 클럽의 전술적 취약점이 무엇인지를 쉽게 유추해 볼 수 있다.
이 클럽은.
‘젠장. 저 멍청한 새끼.’
뒤집을 수 있는 힘이 없다.
지금도 앙투안 그리즈만이 홀로 드리블을 하다가 레알 마드리드가 촘촘하게 세워 둔 트랩(Trap)에 걸려 볼을 빼앗겨 버리고야 말았다.
대충 셈한 것만 벌써 대여섯 번쯤 될 건데, 질투가 나는 것을 떠나 대가리에 생각이라는 게 있는지를 묻고 싶어졌다.
현재 레알 마드리드가 하고 있는 축구는 정확히 우리가 하려고 했던 것과 같다.
두 줄의 플랫을 세워 페널티 박스 주위에 많은 수비 숫자를 만들어 놓은 뒤, 얼핏 빈 곳처럼 보이는 수비와 미드필드 사이에다 여러 개의 함정을 만들어 둔다.
경기 초반만 해도 레알 마드리드의 함정을 파는 실력은 초보 사냥꾼보다 못 했지만, 저렇게 대놓고 잡혀 주는 먹이가 있다 보니 자신감과 노하우가 쌓여 버렸다.
앙투안 그리즈만이 얼마나 오늘 경기에 해악(害惡)을 끼치는지를 상징하는 것도 바로 저것이다.
익숙하지 않은 전술을 들고나온 상대.
더구나 그 전술은 본래 아군의 것.
누구보다 장단점을 잘 알고 있을 것이면서, 저 빌어먹을 녀석은 자신이 왜 인종차별주의자가 되었는지를 오늘의 플레이로서 설명해 주고 있다.
탁. 탁. 탁. 탁. 탁.
그리즈만에게서 볼을 빼앗은 나초 페르난데스가 빠르게 앞으로 볼을 전달했고, 패스를 이어받은 루카 모드리치는 바로 몸을 돌려 전방 깊숙이 축구공을 보냈다.
가장 앞쪽에 가레스 베일과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라는 두 대의 스포츠카가 서 있었으니, 대충 공간으로 패스를 보내면 그것만으로 위협이 된다는 걸 알기 때문일 것이다.
탁. 탁. 탁. 탁. 탁.
“…….”
어금니를 꽉 깨문 채, 나는 입을 꾹 다문 상태로 스프린트를 계속했다.
현재 패스는 가레스 베일에게 연결된 상태고, 피치에 튕긴 축구공을 왼발로 슬쩍 밀어 둔 그에게 후안프란이 어깨싸움을 거는 모습이 보였다.
볼에 더 신경을 쓴 베일과 선수만을 바라본 후안프란 중 유리한 것은 후자였지만, 상대를 밀어낸 쪽은 오히려 레알 마드리드의 윙어 쪽이었다.
“막아-!!!!”
디에고 시메오네의 거친 목소리를 그대로 흘려내며, 난 계속해서 질주한다.
결국 밀려나며 넘어지긴 했지만, 그래도 후안프란의 차징은 가레스 베일의 속도를 떨어트리는 일에 어느 정도 도움을 주었다.
균형을 잡기 위해 살짝 비틀거리며 속도를 늦췄던 베일과의 거리가 순식간에 좁혀졌고, 자세를 바로잡은 그가 반대편으로 볼을 보낼 때쯤엔 난 태클을 하고 있었다.
엉덩이부터 떨어진 몸이 앞으로 쭉 밀려 나가고, 길게 뻗은 오른발에 축구공이 와 닿았다.
팡-!!
“!!”
태클한 이후 바로 몸을 일으켜 세운 나는, 세컨볼이 골라인을 벗어났다는 것을 확인한 뒤에 고개를 돌려 베일의 패스가 향했을 곳을 바라보았다.
그곳엔 진한 아쉬움을 표현하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홀로 서 있었다.
디에고 고딘이 주변에 있긴 했지만, 플레이가 멈춘 지금 저 위치라면 사실상 호날두를 놓쳤다고 봐야 할 것 같다.
만약 패스가 넘어갔다면, 여지없이 실점을 허용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건, 사실상 우리에게 내려진 사형선고나 마찬가지였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퉤-!!”
약간 피 맛이 느껴지는 입맛을 헹구려 침을 뱉은 후 바라보는 마드리드의 하늘엔 짙은 어둠이 내려앉아 있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던데, 지금 내 눈에는 그것이 보이지 않는다.
“하아- X같네, 진짜.”
아무래도, 발롱도르란 녀석은 내게 쉽게 올 생각이 없어 보인다.
***
【같은 시각】맨체스터 M3 7NH, 잉글랜드. 16 채플 스트리트. 시티스위트 아파트호텔.
쉽지 않았던 셀허스트 파크 원정에서 2:1의 신승을 따낸 펩 과르디올라. 하지만 그는 승리의 기쁨보다 뱅상 콤파니의 부상으로 인한 우려가 컸다.
첼시와 레스터에 각각 1:3과 2:4로 패배하는 과정에서 보여 준 수비를 생각하면 더더욱 그랬다.
다수의 EPL 전문가가 [“맨체스터 시티의 풀백은 쓰레기.”]라 표현한 것처럼, 측면 수비를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 뱅상 콤파니는 맨시티 수비의 모든 것이나 다름없었다.
승리에도 웃지 못한 펩 과르디올라가 아파트로 들어선 후, 그는 자신의 서재에 틀어박혀 TV를 틀었다.
그리곤 어느새 화면에 완전히 몰입해,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문장들을 혼잣말처럼 내뱉고 있었다.
“놀라운 수준이로군. 차원이 달라.”
조금 전, 김다온은 피치를 대각선으로 내달린 끝에 가레스 베일의 크로스를 저지했다.
상황만을 설명한다면 이게 끝이었다.
하나, 결코 간단한 플레이가 아니다.
왼쪽 미드필드로 출전한 선수가 오른쪽 수비진영으로 달려와 커버를 했다.
그것도 역습 상황.
그것도.
“가레스 베일이었는데 말이야.”
현재까지 알려진 가레스 베일의 최고 스프린트 속도는 36.9km였다. 2014년 4월 코파 델 레이 결승전 FC 바르셀로나와의 경기에서 나온 스프린트를 측정한 기록이다.
물론 후안프란의 차징이 가레스 베일의 속도를 떨어트렸다지만, 루카 모드리치의 패스가 시작되었을 때 두 사람의 간격을 생각하면 그건 핸디캡도 되지 못했다.
펩 과르디올라는 현재 중계하고 있는 BT Sports가, 하프타임 때 이를 다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경기가 끝난 뒤엔 이번 스프린트의 속도를 재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축구 선수의 최고점이 얼마인지 새롭게 정리해 순위를 세워야 한다고 말이다.
“얼마나 빨랐던 거지? 다들 평범한 차로 달리는데, 홀로 스포츠카로 달리는 것 같았어.”
손을 휘저어 가며 감탄을 표한 펩 과르디올라가, 잠깐 입을 꾹 다물고 지난 경기들을 돌아봤다.
오늘 경기까지, 맨체스터 시티는 EPL에서 7경기 연속 실점을 하고 있는 상태였다.
같은 기간 총 실점의 숫자는 열세 개였고, 이는 EPL 전체를 통틀어 16위이자 Top 7에 올라있는 클럽 중에서는 가장 나쁜 기록이었다.
그리고 이 시기 동안, EPL 1위에 올라 있던 맨체스터 시티는 4위로 주저앉고 말았다.
“자네의 실수야, 디에고. 자네가 실수했다고.”
앙투안 그리즈만이 오늘 보여 주는 탐욕과는 별개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공격력이 나쁜 팀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뛰어나다고 말할 수준은 아니지만, 어떠한 팀을 상대로든 경기당 최소 한두 개의 득점은 해 줄 수 있는 충분한 힘을 갖췄다.
더구나 디에고 시메오네의 철학에 있어 선제득점과 선제실점이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하면, 이런 큰 경기에서는 김다온을 수비수로 두는 것이 옳았다.
실점하지 않는다면, 최소한 패배는 하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 오히려, 지네딘 지단의 오늘 선택을 후회하게끔 할 가능성이 컸다.
“다온의 재능은 대단하지. 정말 놀랍다고.”
소파에서 몸을 일으켜 서재 안을 서성이는 펩 과르디올라의 모습은, 1인극을 한다고 해도 믿을 정도다.
그는 끊임없이 문장을 내뱉으며, 때로는 손짓을 하고 때로는 TV 화면을 보며 스스로 아틀레티코의 감독이 된 것처럼 전술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바로 저거야! 앙투안 그리즈만이 혼자서 하겠다고 설치는 상황에서, 다온은 왼쪽에서 고립되고 있어! 대체 자네는 뭘 한 거지? 선수단을 통제하는 카리스마는 자네의 특기지 않나! 한데 왜? 하필이면 오늘과 같은 경기에서, 다온의 재능을 낭비시키고 있는 건가?!”
조금씩 더 격렬해지던 펩 과르디올라의 감정은, 다시 한번 터져 나온 그리즈만의 실수를 수습한 김다온이 피치를 손바닥으로 두들기는 것을 끝으로 가라앉는다.
입을 다물고 중계 방송을 바라보는 펩 과르디올라의 표정엔, 숨길 수 없는 슬픔이 묻어나 있다.
“이건, 저 친구에게 무척 중요한 경기였네.”
…….
“저 위대한 친구가 축구의 역사 전체를 뒤바꿀 수도 있는 그런 시합이었다고. 한데, 저 병신 같은 프랑스 녀석이 그걸 방해하고 있어. 다온이 임대생이라서 그런가? 아니, 멍청한 질문이군. 틀림없이 그렇겠지.”
펩 과르디올라는 길게 보고 클럽을 운영해야 하는 감독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었다.
김다온은 곧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떠나겠지만, 앙투안 그리즈만은 이후 계속 팀에 남을 수 있다. 물론 그가 떠나겠다고 할 수는 있지만, 어쨌든 계약 기간이 남아 있다.
일단 그리즈만이 계속해서 잔류한다는 전제하에, 임대생인 김다온에게 선수단 내의 권력을 준다는 건 장기적으로 클럽을 망가뜨릴 수 있다.
그리즈만이 경기를 망치고 있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시메오네가 섣불리 그를 교체할 수 없을 거로 생각하는 이유다.
빠르면 후반 15분을 전후에 교체가 이뤄지겠지만, 그때는 이미 아틀레티코가 레알 마드리드를 따라잡기 힘든 상황이 된 뒤일 것이다.
제아무리 김다온이 수많은 기적과 경이를 보여 준 선수긴 하지만, 스쿼드가 전체가 가진 힘과 전술적인 부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바이에른 뮌헨이 아니다.
디에고 시메오네 역시, 펩 과르디올라가 아니다.
“…….”
펩 과르디올라의 서재에 침묵이 내려앉고, 우두커니 서서 TV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안타까움이 그득하다.
화면으로 보기에도, 비센테 칼데론은 온전히 레알 마드리드의 지배하에 넘어간 것처럼 보였다.
***
.전반 44분
아틀레티코 0 : 2 레알 마드리드
모처럼 찾아온 코너킥의 기회.
세트피스는 늘 변수가 된다.
삑-!!
손을 들어 올린 코케의 킥이 레알 마드리드의 골 에어리어로 진입하지만, 먼저 축구공에 닿은 쪽은 손을 위로 뻗은 골키퍼 케일러 나바스였다.
‘이런.’
안타까움에 나는 인상을 살짝 찌푸렸고, 그러는 사이 활발하게 박스 안을 움직인 케일러 나바스가 왼편에서 달려 나가기 시작한 이스코에게 스로인을 굴렸다.
코너킥에 참여한 선수들이 많다 보니, 빠르게 볼을 전개하여 역습을 가져가려고 한 것이다.
이제 확실히 레알 마드리드는 두 줄의 플랫(Flat)을 활용하여 역습을 가져가는 것에 재미를 붙였다.
본래부터 지네딘 지단의 전술적 특색이 복합적이긴 했지만, 오늘처럼 역습이 먹혀들기 시작하면 어김없이 호날두와 베일이 날뛰는 무대가 만들어졌다.
그리고 또 한 사람이 마르셀루인데, 그는 이제 막 페널티 박스 외곽으로 나와 라인을 끌어 올리고 있었다.
세컨볼을 슈팅으로 가져가기 위해 페널티 박스 왼쪽 부근에 머물던 나는 후퇴를 시작했고, 본격적으로 스피드를 붙이려고 할 때 반대편에서 압박이 이뤄졌다.
‘응?’
케일러 나바스의 스로인이 다소 길었던 것을 틈타, 부지런히 움직였던 후안프란이 볼을 가로챈 것이다.
볼을 빼앗긴 이스코가 허탈해하며 멈춰 선다.
‘기회인가?’
탈취(奪取)에 성공한 후, 속도를 유지하며 드리블을 가져간 후안프란이 레알 마드리드의 왼쪽 진영 크로스 가능한 지점까지 전진해 들어갔다.
조금 전 코너킥이 이뤄진 상황이었다 보니, 레알 마드리드의 수비는 아직 정돈되지 않은 상태다.
물론 아틀레티코의 수비수들 역시 역습을 우려하여 레알 마드리드의 박스 안을 벗어나긴 했지만, 그래도 페르난도 토레스가 있으니 시도는 해 볼 수 있었다.
팡-!
적당한 높이와 속도로 떠오른 후안프란의 크로스가 다시 레알 마드리드의 골 에어리어를 겨냥하고, 토레스가 몸싸움을 시도해 보지만 나초 페르난데스가 그를 저지하는 사이 세르히오 라모스가 움직여 먼저 헤더를 따낸다.
높이 떠올라 클리어가 되는 축구공.
그것은 바스케스에게 향한다.
‘젠장.’
결국 실패로 끝나버린 공격 시도 속에서, 다시 세컨볼을 기다렸던 나는 천천히 몸을 돌려세웠다.
그런데.
툭-
“?”
“??”
라모스가 클리어해 낸 축구공을 트래핑해 페널티 박스를 벗어나던 루케스 바스케스가, 앞을 가로막은 가비에 당황하여 축구공을 엉뚱한 방향으로 굴려 보낸 것이다.
본인은 그쪽에 동료가 있는 줄 알았던 것 같은데, 지금 볼이 굴러오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던 사람은 나였다.
“…….”
이건 순간적인 판단이었다.
그러니까 지금 나는 레알 마드리드의 골대를 등진 상태고, 볼이 굴러오는 방향은 내 왼편이다. 그래서 저것을 가져가려면, 몸을 왼쪽으로 틀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해 본 적 있어.’
전에 한 번 경험이 있는 동작이었다.
하지만 그땐 슈팅은 아니었다.
기억이 흐릿한데, 아마 대표팀 경기였을 거다.
평가전이었던가?
당시에도 나는 이런 비슷한 동작으로 페널티 박스 왼쪽 모서리 부근에서 크로스를 띄워 올려, 흥민이 형이 득점을 올릴 수 있도록 도왔던 것 같다.
사실, 득점을 올린 게 흥민이 형인지도 확실하지 않다. 어쩌면 득점이 아니었을 수도 있다.
‘아무렴 어때.’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본능적으로 축구공을 향해 발을 움직이기 시작한 나는, 루카스 바스케스가 적당한 속도로 굴려준 패스(?)의 바로 옆쪽에 왼발을 놓아두었다.
그러곤 바로 오른발을 움직여, 축구공의 아랫부분을 인프런트로 걷어찼다.
파앙-!
곧바로 레알 마드리드의 골대를 향해 움직인 축구공이 회전을 먹어 조금씩 아래로 떨어져 내렸고, 곧 민첩하게 몸을 띄워 올린 케일러 나바스의 손을 지나쳤다.
그리고 그 순간.
“!!”
“!!!!”
{“우, 우, 우와아아아아악-!!!”}
{“이야아아아아아아아-!!!”}
호날두의 프리킥 득점 이후 내내 가라앉아 있던 비센테 칼데론이 들썩거리기 시작했다.
엄청난 환호성이 울려 퍼졌고, 득점을 확인한 이후 그대로 돌아 코너플랫을 향해 달려 나가기 시작한 나는 있는 힘껏 뛰어올라 오른손을 허공에서 휘둘렀다.
“VAMOS-!!!!!”
나도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전개와 결과.
하지만 그곳에서 난 당황하지 않고.
“¡¡¡ESTA ES NUESTRA CASA!!! ESTE LUGAR ES PERTENECE A NOSOTROS !!”
카메라를 향해 여긴 우리의 집이며, 이 장소가 우리에게 속해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외쳤다.
이제, 후반전을 기대해 볼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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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정세) – SBS Sports 아나운서
“바로 이겁니다!! 또 하나의 원더골!! 오늘도 어김없이 중요한 경기에서 환상적인 슈팅으로 엄청난 장면을 보여 주는 김다온!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에이스!! 일방적으로 끌려가던 경기에 추격의 불씨를 띄워 올린 것은,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김다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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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베르트 카이텔) – Sky Sports Germany 코멘테이터
“SUPER! SUPER!! SUPER–!!! 이건 정말 슈퍼 골입니다!! 김다온!! 전반 46분!!! 1:2!!! 한 골 차로 접근하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이렇게 되면 후반전도 알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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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런 플레처)
“볼이 흐릅니다. 그리고 다오오오오오오-온!!! ……OH- THIS IS ABSOLUTELY STUNNING MOMENT!!! WHAT A GOAL!! 믿을 수 없는 궤적으로 축구공이 날아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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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트릭 화이트) – ESPN2 해설위원
“먼저 두 골을 올린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에게 대답하는군요. 아직 경기가 끝나지 않았으니, 당장 그 거만하게 앉은 자리에서 내려오라고요. 정말 환상적인 득점입니다. 아틀레티코에 큰 메시지를 줄 만한 득점이에요.”
(마이클 도날드슨) – ESPN2 아나운서
“전반전이 끝납니다. 0:2일 뻔했던 경기가 1:2가 되었죠. 결국 다온이 다시 해냅니다. 이로써, 후반전은 더욱 흥미진진해질 것 같습니다.”
***
『VS 레알 마드리드 다온의 득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