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688)
687화 Calificacion (13)
.후반 05분
아틀레티코 1 : 2 마드리드
흐름은 확실히 바뀌었다.
“??”
“뺏겼어-!”
“에-이!!”
전반전과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여 주고 있는 그리즈만이 페르난도 토레스와의 좋은 전방 압박을 보여 준다. 그는 모드리치로부터 볼을 가로채, 바로 슈팅을 가져갔다.
꽤 먼 거리였지만, 막기 어렵게 날아간 축구공은 케일러 나바스의 바로 앞에서 퉁겨져 올랐다.
온 신경을 집중한 케일러 나바스가 시선을 끝까지 고정하며 양손을 가져다 댄다.
팡-!!
{“우오오오-!!”}
거의 정면으로 날아간 슈팅이었음에도, 케일러 나바스는 캐치를 해내지 못하고 손바닥으로 축구공을 밀어내는 것에 만족해야만 했다.
그대로 코너킥이 선언됐고, 비센테 칼데론의 팬들은 그들이 가장 사랑하는 선수를 향해 응원을 보내왔다.
{“El Gran Antoine!! Lo, lo, lo, lo, lo, lo~ Antoine Griezmann! Lo, lo, lo, lo, lo, lo······.”}
엘 그랑 앙투안.
위대한 앙투안.
‘하-! 웃기지도 않아.’
팬들이 오늘 있었던 일을 알게 된다면, 과연 그때도 같은 반응을 보일지가 궁금해지는 나다.
그렇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아.’
누군가는 스포츠를 각본 없는 드라마라 말하고, 누군가는 이 세계를 거대 비즈니스에 비유하며 피치에서 뛰는 선수들을 상품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무엇이 되었건, 우리가 상품성을 유지해야 하는 존재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드라마의 주인공과 상품(商品)에 결함이 있다면 누구도 좋아하지 않을 테니 말이다.
이런 사실이 가끔은 작은 회의감을 안겨 주기도 하지만, 말 그대로 작은 수준이다.
삐?익!
그리즈만의 슈팅으로 얻어 낸 코너킥이 박스로 날아간다.
궤적 자체는 꽤 좋아 보였지만, 오늘 우리는 크로스를 띄우는 상황에서는 여전히 성과가 좋지 못하다. 신체적으로, 레알이 좀 더 우위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라모스의 머리에 맞은 축구공이 높이 떠올랐고, 이후 경합이 펼쳐지지만 주심은 우리의 파울을 선언했다.
스테판 사비치가 손을 과도하게 이용해, 마르셀루를 밀쳤다는 뜻인 것 같다.
프리킥이 준비되는 사이, 호흡을 가다듬는 쪽은 레알 마드리드다. 테크니컬 에어리어로 걸어 나온 지단은 연신 크게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전반전에 잘되던 것이 통하지 않다 보니, 내뱉는 어투에서 다급함이 묻어났다.
하지만, 난 이게 정상이라고 본다.
본래 이랬어야 했을 경기다.
두 줄의 플랫을 내세워 수비를 먼저 단단하게 하고, 특정 영역으로 볼이 들어왔을 때 트랩을 걸어 볼을 가로채 역습으로 이어 가는 건 아틀레티코의 축구다.
선수단 전원이 냉정을 되찾고 이타적으로 뛰는 지금, 우리는 레알의 전술 운용과 허점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이스코가 왼쪽으로 패스를 연결하고 루카스 바스케스가 호날두를 겨냥해 패스를 보내지만, 주변에는 이미 많은 덫이 설치되어 있는 상태였다.
결국 호날두는 볼을 빼앗겼고, 그 즉시 측면을 향해 뒷걸음질을 친 나는 손을 들어 패스를 요구했다.
“에-이!! 여기!!”
팡-!
디에고 고딘의 완만한 패스가 전해져 오고, 난 그것을 곧장 가슴으로 트래핑했다.
그리고 동시에.
“¡¡Cuidado!!”
조심하라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주변시(周邊視)에, 희끗한 뭔가가 잡힌다.
그래서 나는 볼이 피치에 떨어지기 직전, 왼쪽 발등을 가져다 대어 축구공을 사이드라인을 따라 굴려 보냈다.
툭-
“?”
탁-
“!!”
접근한 누군가의 발과 내 오른쪽 발목이 엇갈리고, 버티지 않았던 나는 곧장 자연스럽게 옆으로 쓰러졌다.
쿵-
당연히 주심은 휘슬을 불었고, 넘어진 직후 어필을 하려 손을 들어 올렸던 나는 달려오는 보르발란의 손이 상의 포켓을 향하는 걸 보고 입을 다물었다.
노란색의 카드가 가레스 베일에게 주어진다.
조금 전, 이 친구가 압박했었나 보다.
“조심했어야지, Mate.”
“······하하. Mate라고?”
나의 넉살에 싱긋 미소를 지어 보인 베일이 순순히 경고를 받아들이며 손을 뻗어 왔다. 마드리드 더비에서 보기 힘든 스포츠 정신에, 관중석에서 작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고의는 아니었어.”
“응. 나도 알아.”
“다음엔 어림없어.”
“그래-! 다음엔 그냥 바로 퇴장인 거야!”
“큭큭큭큭.”
베일의 부축을 받아 일어선 자리에서, 나는 축구화와 양말의 상태를 점검했다. 밟히듯이 파울을 당했다 보니, 오른쪽 축구화의 상태가 걱정됐기 때문이다.
그리고 약간 시간도 벌고 싶었다.
왜냐하면.
.
(배정세) – SBS Sports 아나운서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 교체 카드를 꺼내 듭니다. 케빈 가메이로가 사이드라인에서 투입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정지현) – SBS Sports 해설위원
“오늘 아틀레티코의 벤치엔 세 명의 공격수가 있습니다. 케빈 가메이로와 야닉 카라스코, 앙헬 코레아가 있는데, 지금이라면 페르난도 토레스를 뺄 것 같습니다.”
.
일부러 축구화의 끈을 풀어가며 시간을 끈 덕분에, 팀은 바로 교체를 가져갈 수 있었다.
아까 그리즈만의 슈팅으로 이어진 압박 이후 살짝 발을 절고 있던 토레스였기에, 교체가 조금이라도 빠를수록 우리에게 더 유리했기 때문이다.
그게 아니었다면, 한 점 뒤지고 있는 지금 굳이 시간을 끌 이유가 없었다.
“휴우~ 일단······.”
팀의 전술을 이해하고 맡은 바 임무를 성실히 수행하는 것 못지않게, 특정한 상황에서 경기를 바라보는 접근법 또한 뛰어난 팀 혹은 개인을 구분하는 하나의 잣대가 된다.
동점인지, 뒤지는지, 앞서는지.
전반인지, 후반인지.
그리고 몇 분인지.
무승부라 해도 0:0인지 1:1인지.
득점이 만들어졌다면 누가 먼저였는지.
외에도 셀 수 없이 많은 모든 조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올바르게 분석해야만, 개인과 팀의 효율과 퍼포먼스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다.
그러한 점에 비췄을 때, 우리가 접근해야 할 올바른 태도는 바로 이것이다.
‘동점부터.’
현 상황은 동점을 만드는 일에 전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만약 여기에서 역전을 머릿속에 넣어 둔다면, 한 골이 아닌 두 골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조급해지게 된다.
바로 그러한 정신적인 상태가 개인의 퍼포먼스 수준을 떨어트리고, 결국은 팀에 영향을 준다.
그런 점에서.
“한 골!! 한 골이 먼저야!!”
“욕심을 버려!!”
“동점이야! 동점이 먼저야!!”
“지는 것보다 비기는 게 나아!!”
후반전에 우리는 매우 훌륭한 관점으로 경기에 접근하고 있는 중이다.
개인적으론 바로 이게, 레알을 압도하는 이유였다.
“에-이!!”
“?!”
팡-
전방에서 볼을 키핑한 그리즈만이 왼쪽 하프 스페이스를 따라 침투하는 내게 패스를 보내온다. 난 그것을 오른발로 컨트롤 했고, 접근해 오는 레알의 선수들을 기다렸다.
‘생각해, 다온아. 생각해.’
현재 내가 바라보는 시야 안에서 접근해 오고 있는 사람은 마테오 코바치치다. 패스를 보낸 후 침투를 택한 그리즈만 덕에, 나초는 나를 막아설 수 없다.
다소 뜬금없지만, 갑자기 신(神)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아니라면 지독한 변덕쟁이인 거다.
아마, 후자겠지.
‘반대편.’
두뇌가 빠르게 회전해가는 상황 속에서, 주변 상황은 약간 느린 그림처럼 흘러가고 있다.
나는 반대편을 바라봤지만, 케빈 가메이로는 그리즈만과 동선이 겹쳤고 사울 니게스와 후안프란의 모습은 현재 내가 바라보는 시계(視界)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확실히 플랫 4-4-2는 공격의 좌우폭이 넓지 못했고, 최전방에 호날두가 있다는 점이 볼이 머물지 않는 방향의 전진을 저해하는 것 같았다.
만약 뮌헨이었다면 반대편이 틀림없이 누군가 있었을 테고, 바로 방향 전환 패스를 연결하는 것으로 공격을 이어 나갈 수도 있었을 거다.
확실히 아틀레티코 합류 이후, 하프 스페이스에서 반대 방향을 바라보는 패스 횟수가 줄었다.
무엇이 더 낫고 아니다. 혹은 옳고 그르다 하는 문제가 아닌, ‘비엘사시즘’과 ‘사키이즘’의 차이에서 오는 전술적 접근 방식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현재 나는 아틀레티코의 선수고, 이곳의 상식대로 사고하며 그에 맞춰 플레이해야 한다.
그렇다면?
탁-!
“······.”
반대 방향에서 해법을 찾는 것을 관둔 나는 멈춰 있는 축구공의 앞쪽으로 발을 집어넣은 후, 그대로 무릎을 굽히며 발뒤꿈치를 사용해 축구공을 밀어 보냈다.
그런 뒤에 몸을 왼쪽으로 틀었는데, 예상대로 다니 카르바할이 가까운 곳에서 보였다.
그리즈만의 패스를 받은 후 한 번도 카르바할의 위치를 보지 않았지만, 전환을 포기한 직후 내 머릿속에 흘러간 생각은 레알 오른쪽 풀백의 위치를 말해 오고 있었다.
그리고 필리페 루이스가 틀림없이 오버랩을 시도하고 있을 거라는 점도 말이다.
“?!!”
움찔하며 급하게 발을 뻗은 카르바할이 미끄러져 피치에 넘어지고, 그 뒤에서 볼을 연결받은 필리페 루이스를 확인하며 난 페널티 박스를 향해 쇄도했다.
완벽하게 무너진 레알 마드리드의 오른쪽은 우리에게 공간을 내어줬고, 충분한 여유를 가지고 박스 안을 확인한 필리페 루이스가 왼발을 휘둘러 크로스를 보내온다.
지금까지 효과가 좋지 못했던 머리를 겨냥한 크로스가 아닌, 허리 높이로 날아드는 것이었다.
그리고 축구공이 날아드는 곳으로, 일찌감치 박스 안에 자리를 잡고 있던 그리즈만이 접근한다.
루이스의 크로스가 향하고 있는 위치가 허를 찌르는 곳이라는 걸 생각했을 때, 기다렸다는 듯 저 위치로 뛰어드는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게 그리즈만이다.
지금까지 내가 지켜봐 온 모든 10번(AM) 유형을 통틀어, 앙투안 그리즈만은 가장 뛰어난 공간 이해도를 지니고 있다.
토마스 뮐러가 상대 진영에 균열을 일으키고 자신이 추가적인 드리블을 가져감으로써 박스 주변에 골 기회를 만드는 공간을 본다면, 그리즈만은 골 그 자체를 위한 공간을 볼 줄 안다.
괜히 비센테 리사라수가 그리즈만을 ‘Createur(창조자)’라 부른 게 아니다.
주변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점에서 마찬가지의 별명으로 불렸던 레알 마드리드의 감독과는 궤를 달리하지만, 그리즈만의 저런 재능은 분명 보기 드문 것이다.
포지션이 조금 다르긴 하지만, 오프-더-볼에 국한해서는 필리포 인자기를 보는 것 같다
그만큼 훌륭한 재능인데 어째.
‘인간은 영 아니거든.’
수비수보다 먼저 반응해 몸을 띄워 올린 그리즈만이 크로스를 굴절시키려 왼발을 가져다 대고, 발 안쪽에 정확히 맞은 축구공이 뒤따르던 나초의 몸통을 맞는다.
얼핏 보기에 그것은 핸들링 파울처럼 보였고, 논스톱 슈팅을 시도한 그리즈만을 포함한 다수의 아틀레티코 선수가 손을 들어 올리며 페널티킥을 어필했다.
하지만 잘 알다시피, 저런 식의 행동은 전혀 좋은 것이 아니다.
주심의 휘슬이 울리기 전까지는 인(IN)플레이 상황이고, 손을 들어 올리는 대신 축구공에 시선을 고정해 두고 계속해서 상황을 주시해야 했다.
다만 이번 경우엔, 레알 마드리드의 선수들 역시 조금 움찔했었던 것 같다.
탁-
나초 페르난데스의 몸을 맞고 튕긴 축구공은 살짝 떠올라, 침투하던 내게 도착했다. 그래서 제기를 차는 듯한 동작으로, 볼을 발아래에 받아 두었다.
살짝 움찔했던 레알 마드리드의 선수들이 다시 정신을 차리고 내게 접근한 것도 바로 이때쯤이었다.
여기저기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튀어나오던 동료들의 목소리가 멈추고, 축구공을 확실하게 보유한 상황에서 고개를 든 나는 달려드는 나초의 모습을 확인했다.
슈팅을 시도하기 위해 몸을 띄워 올렸었던 그리즈만은 운동에너지에 의해, 왼쪽 시야 끝에 있었다.
툭-
오른쪽 발 바깥부분을 활용해, 나는 축구공을 살짝 몸에서 멀리 떼어 놓았다.
누가 보더라도, 슈팅한다는 신호일 것이다.
그러나.
‘누가 그렇게 쉽게 간데?’
단순하게 바로 슈팅을 시도할 생각이 없었던 나는 오른발을 크게 휘두르는 동작을 가져가다, 마지막에 힘을 조절하여 발 안쪽으로 축구공을 밀어 보냈다.
이미 판단을 끝마치고 몸을 뒤틀고 있던 나초 페르난데스가, 내 몸의 오른편을 그대로 지나친다.
“???”
“······.”
축구공이 앞으로 굴러가고, 그 옆에 오른발을 내디딘 나는 망설임 없이 그대로 왼발을 가져갔다.
투웅-!!
확실히 오른발로 슈팅했을 때보다 타격음은 다소 약했지만, 그래도 피치 바로 위를 저공 비행한 축구공은 제대로 된 방향으로 나아간다.
왼발 슈팅을 예상하지 못했던 건지, 케일러 나바스의 반응은 평소와 비교해 현저히 떨어졌다.
그리고 그 차이는.
촤륵-!
“!!”
“!!!!”
내 발등에서 쏘아져 나간 축구공이, 가까운 쪽 포스트를 지나쳐 그대로 그물 사이에 안착하도록 만들었다.
{“이야아아아아아아아아-!!!”}
{“으아아아아아아아아-!!!”}
.
(배정세) – SBS Sports 아나운서
“지진이 일어납니다!! 카메라가 흔들립니다!! 동점!!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0:2로 끌려가던 경기가 2:2가 되고!! 그리고 그 2득점을! 대한민국의 선수!! 대한민국의 김다온이 만들어 냅니다!!”
.
축구공이 골라인을 통과하는 것을 확인한 순간, 내가 가장 먼저 한 행동은 골대 뒤 광고판의 앞으로 달려 나가 뒤쪽에 자리를 잡고 있던 카메라맨에게 의자를 달라는 것이었다.
이곳에 있는 수많은 이들이 간편한 접이식 의자를 사용하는데, 바로 그걸 달라고 요청했던 거다.
정신없는 와중에도 내 손짓을 이해한 누군가가 의자를 냉큼 보내어 오고, 그것을 받아 든 나는 선 자리에서 그것을 펼친 뒤에 거기에 정확히 엉덩이를 대고 앉았다.
다리를 꼰 발과 오른손을 턱에 가져간 것 모두, 전반전 두 번째 골을 집어넣고 왕좌(王座)에 앉는 셀레브레이션을 펼친 호날두의 것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이건 나의 메시지이자, 도전장이다.
그가 투명한 의자에 앉은 반면, 나는 비록 접이식이긴 하지만 분명한 실체(實體)가 있는 의자에 앉았다.
호날두가 스스로 차지할 거로 믿는 발롱도르가 투명의자처럼 허황된 것이며, 반대로 내가 앉은 의자는 분명한 실체가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었다.
그리고 이런 의미를 이해했던 코케는 주변인들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만들었고, 내가 충분히 자세를 잡은 이후에야 접근을 해 오며 동점을 만든 것을 기뻐했다.
곧이어 난, 사람들에 둘러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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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런 플레처) – BT Sports 코멘테이터
“지금 저희의 이야기가 이해가 안 된다면, 틀림없이 전반전을 건너뛰신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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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트릭 화이트) – ESPN2 해설위원
“이건 축구 역사상 가장 특별한 대립 구도입니다. 그리고 조금 전의 셀레브레이션은 축구 역사를 통틀어 손에 꼽을 만한 장면이고요. 전반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먼저 왕좌에 앉았습니다. 하지만 그에 대해, 다온은 동점을 만든 후에 이렇게 말합니다. 오, 그래. 너는 실체가 없는 의자에 앉았잖아. 그리고 나는 그걸 너의 환상이라고 부를게. 하지만 내가 앉은 것 보여? 이게 바로 진짜야. 그리고 이게, 발롱도르라는 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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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베르 피레스) – BeIN Sports 프랑스 해설위원
“Je l’aime! Je l’aime! Je l’aime(I Love it)!! 저는 이 친구가 너무나도 좋습니다!! 하하!! 비록 적장이긴 하지만, 지주도 틀림없이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거예요! 과연 누가 호날두가 앉은 왕좌를 걷어차고, 그것을 가져올 생각을 하겠습니까? 그것도 더욱 업그레이드된 버전으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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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리 베일리) – BeiN LaLiga 해설위원
“지금까지 이런 말을 하진 않았지만, 저 젊은 친구의 배짱과 패기가 얼마나 큰지 이젠 상상조차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이 경기를 지켜보고 계신 여러분들이 최고의 승자라는 겁니다. 바로 이게 축구죠. 바로 이게 축구가 전 세계 최고의 스포츠인 이윱니다.”
***
.후반 12분
아틀레티코 2 : 2 마드리드
“······.”
동점이 된 직후,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고 있던 레알 마드리드의 감독 지네딘 지단의 고개가 아래로 떨어졌다.
이는 2:0이던 경기가 2:2가 된 것에 관한 실망감과 자꾸 치켜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감추기 위한 행동이었다. 현재 지단은 가슴이 끓어오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감정은 과거 펩 과르디올라나 현재 디에고 시메오네의 것과는 조금 달랐다.
두 사람의 감정이 감독으로서 세계 최고의 선수를 보유하는 것에 대한 열망(熱望)에 가깝다면, 지단이 현재 느끼는 감정은 호승심(好勝心)이었다.
‘끓어오르게 만드는군.’
어쩌면 축구 역사를 통틀어 가장 완벽한 중앙미드필드이자 확실히 가장 피치를 잘 이해했던 지단은, 우아했던 플레이스티일과는 다른 화끈한 성격을 보유하고 있었다.
피치 위에서 수집한 14장의 레드카드와 유벤투스 시절 붙었던 망나니(Boia)라는 별명은, 지단의 성격과 투쟁심을 단편적으로 보여 주는 증거였다.
이런 지단에게 있어, 오늘 김다온의 플레이 모습은 자신을 다시 피치 위에 서고 싶도록 만들고 있다.
‘이런 경기는 늘 재미있지. 그러니까, 많은 것이 걸려 있는 경기 말이야. 고작해야 2시간일 뿐인데, 그 전과 그 후의 세계는 전혀 달라. 그렇지 않나?’
지네딘 지단은 축구 역사를 통틀어 가장 뛰어난 ‘클러치 플레이어(Clutch Player)’이기도 했다.
소속되었던 클럽과 조국인 프랑스가 가장 필요로 할 때, 지단은 늘 결과를 만들어 왔다.
1998 프랑스 월드컵 결승전에서 두 골을 넣은 것과 UEFA 유로 2004 잉글랜드와의 경기에서 인저리타임 2골을 몰아넣었던 건, 지단의 특징을 가장 잘 설명해 주는 장면들이다.
누구보다 승리에 목말라했고, 누구보다 최고가 되기를 바랐던 지네딘 지단은 큰 경기에 강한 승부사였다.
‘이대로라면, 자네가 볼 세계는······.’
사실 처음에 지단은 김다온 역시, 잠깐 메시와 호날두의 위치를 위협해 온 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을 거로 믿었다.
축구팬들과 미디어는 메시/호날두로 양분되는 구도에 열광하면서도, 한편으론 익숙함에서 오는 지루함을 날려 버릴 경쟁자가 나타나 주기를 끊임없이 원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그 경쟁자로 거론되어 왔고, 보얀 크르키치(Bojan Krkic)나 브루마(Bruma)와 같은 이들에게 ‘제2의 리오넬 메시’와 ‘제2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란 별명을 붙여 새로운 경쟁을 만들어 주길 원했다.
그러다 막상 실제 두 사람의 위치가 위협받기 시작하면, 논란을 감수하고 발롱도르를 둘 중 하나에게 수여하는 것으로 스스로 모순(矛盾)에 빠져들었다.
그만큼, 현재 최고 위치에 군림한 두 명의 축구 황제에게 도전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단순히 하나의 시즌 동안 보여 주는 활약을 넘어서, 스스로도 모르는 사이 편견에 갇혀 버린 대중(大衆)과 미디어를 한꺼번에 설득시켜야 한다.
지단은 메시와 호날두의 시대가 온전하게 저물 때까지,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을 거라 믿어 왔다.
김다온이란 존재를 잘 알고 있긴 했지만, 오늘 이 순간 지네딘 지단은 처음으로 대한민국 출신의 축구 선수를 인정하게 된다.
‘틀림없이, 가장 쾌적한 곳이겠군.’
한 사람의 축구팬으로서 짧은 시간 김다온의 플레이에 대한 감상을 정리한 지네딘 지단은 이제, 본래의 역할은 레알 마드리드의 감독으로 돌아와 선수들에게 격려를 보냈다.
손쉽게 승리할 것이라 믿었던 경기는 2:2가 되어 버렸지만, 아직 팀에는 힘이 있었고 경기는 아직 30여 분이 남아 있었다.
그러니.
“고개를 들어라-!! 아직 동점이다!!”
고개를 들고, 레알 마드리드의 강인한 모습을 다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 보여 줘야 했다.
어느 때보다도 뜨거운 마드리드 더비.
이제 경기는 균형이 맞춰졌다.
작가의 말 – 내일 마드리드 더비가 끝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