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690)
689화 Calificacion (15)
.후반 46분
아틀레티코 3 : 3 마드리드
Calificacion.
어째서인지는 모르지만, 이 단어가 생각났다.
“재밌네, 진짜.”
평판이라는 건 참으로 재미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건 때때로 모든 것이 된다.
2014년, 나는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바이에른 뮌헨에서 커리어 처음으로 빅이어를 들어 올렸고, 두 달 뒤엔 대한민국 대표팀의 일원으로서 월드컵 8강 진출을 기록했다.
뮌헨으로 다시 복귀한 뒤엔, 부상자가 즐비한 클럽에서 다양한 포지션에서 뛰며 뮌헨의 리그 무패를 이끌었다.
그렇게 난 자연스럽게 축구의 중심으로 자리를 옮겼고, 그 증거와도 같은 ‘발롱도르로의 초대장’을 손에 넣었다.
하지만 당시, 난 기쁨보단 현실을 깨달았었다.
아- 아직 멀었구나.
라고.
수많은 미디어가 나를 세계 Best 11등에 포함을 시켰었지만, 월드컵 복귀 후 초반 잠깐의 부진을 핑계 삼은 헐뜯음에서 드러난 감정은 내게 벌어질 일의 예고편이었다.
그래서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 팰리스의 스위트룸 테라스에 서서 요나스의 말을 들었을 때, 난 실망하기보다 그냥 모든 것을 인정(認定)해 버리기로 했다.
나라는 사람의 위치에 대한 인정 말이다.
나는 동양인이다.
그리고 풀백이다.
축구가 본격적으로 프로산업 스포츠로 도약한 이후 쭉 세계의 중심이었던 유럽에서, 나의 위치는 당연한 편견에 휩싸일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물론 내겐 그 당연한 편견이라는 게 무척 우습고 또 터무니없는 것이었지만, 권력을 쥔 다수에겐 그렇지 않다.
‘그게, 그렇게 대단한 거야?’
앙투안 그리즈만이 다시 멍청한 행동을 시작했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마지막 실점 장면 때도. 어쩌면 그가 내게 패스를 주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렇기에, 거기에 화가 나진 않는다.
내가 조금 이상한 걸까?
난 미치지 않고서는 버틸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게 나쁜 건 아니잖아?’
본격적으로 대표팀 생활을 시작한 이후, 난 유럽에서 뛰고 있는 다른 형들과 대화를 나누며 같은 한국인이지만 사고방식에서 무척 다르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예를 들어, 성용이 형은 스완지를 떠나 잉글랜드 본토로 향할 수 있는 기회가 몇 번이나 있었다.
그중 일부는 생활환경이 좋은 런던 클럽이었지만, 형은 자신과 가족을 향한 스완지 시티의 대우에 만족해 새로운 도전을 쉬이 선택하지 못했었다.
그리고 자철이 형은 언젠가 대한민국 축구 협회장이 되길 원하며, 선수 생활 틈틈이 행정업무를 익힐 수 있는 마인츠와 아우크스부르크를 선호했다.
이는 주호 형 역시 마찬가지고, 청용이 형과 정호 형은 다른 것보다 뛸 수 있는 클럽을 원했다.
누구도 나처럼 최고가 되는 것을 목표로 두지 않았다는 사실에, 잠깐은 스스로 너무 터무니없는 꿈을 꾸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이 들기도 했었다.
조금은 외롭기도 했고 말이다.
혼자 다른 세상인 것 같았다.
하지만 리오넬 메시의 첫 자서전인 ‘Messi : El Patriota’를 읽으며 내가 이상한 게 아니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책에서 메시는 스페인으로의 귀화 제안 일화를 비롯해, 최고가 되기 위해 기울여 온 외롭고 긴 싸움을 담백한 문체 속에 담아냈다.
물론, 그가 직접 쓴 책은 아니긴 하다.
하지만 나는 늘, 그 담백한 문체가 어쩐지 리오넬 메시의 이미지와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
@@@
【“나는 항상 외딴섬에 있는 것 같았다. 동료들과 잘 지내다가도, 가끔은 충분히 이해받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처음엔 그것이 어리광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어리광이 아니었다. 나는 수많은 성공과 최고가 되는 것 사이에서 헷갈리고 있었고, 중심을 잡고 목표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고민은 꽤 긴 시간 동안 이어졌다. 그리고 마침내, 난 확신했다.”】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일을 해내자. 작은 의심조차 다가올 수 없도록 모든 것을 통제하자고 다짐했다. 그러자 이후로, 균형을 잡는 것 때문에 괴로워하지 않게 되었다. 내가 할 일은 오직 피치로 나가 최고의 모습을 보이는 것뿐이었다. 그리고 나자, 내 삶은 훨씬 더 간단해졌다.”】
@@@
이후, 모든 것을 간소화했다.
축구와 가족 외의 것들에 쏟는 에너지를 최소화했고, 평판에 대해서도 민감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리고 가까운 것들부터 시작하여 주변을 통제해 나갔다.
그러자, 내 삶 역시 간단해졌다.
이따금 무엇을 해야 할지 막막해하던 일도 하지 않게 되었고, 선택을 내리는 데 막힘이 없어졌다.
그렇게 2014/15 시즌을 보냈고, 펩의 거취와 함께 내 미래를 고민하면서 한동안 신경을 쓰지 않았던 복잡한 문제를 생각해 보게 되었다.
여전히 쉽게 답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전보다 구체적인 대답을 내어놓을 수는 있었다.
발롱도르.
나를 둘러싼 오랜 편견과 구태의연한 관습과도 같은 것들을 깨트리기 위해선, 동양인 최초로 발롱도르를 수상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일단 발롱도르를 수상하는 것에 첫 번째 목표를 두고, 거기에 도달한 뒤에 생각 한쪽에 남겨 둔 다른 것들을 생각해 보는 게 나를 위해 좋을 것 같다고 말이다.
당연히 쉽지 않은 일이 되겠지만, 그렇다고 아예 불가능해 보이는 꿈은 아니었다.
어쨌든 2015년 발롱도르 최종후보가 되어, 스위스 취리히에 다녀왔으니 말이다.
휴식을 취할 수도 있었던 여름을 쪼개 올림픽에 참가하고, 왼쪽 미드필드로 뛰어 달란 디에고 시메오네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도 이런 개인적인 이유가 포함되어 있다.
벌써 3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고민해 온 길이고, 그렇기에 나는 그 과정이 힘듦에 좌절하지 않는다.
쉽지 않을 거라는 건, 예상하였던 일이다.
반대였다면 오히려 실망했을 수도 있다.
“좋아쓰. 가 보자-!”
찰싹-!!
양 볼을 손바닥으로 강하게 두드려 정신을 차리고 난 뒤, 나는 자리로 움직여 추가시간이 진행되기를 기다렸다.
삐?익!
주심 다비드 보르발란이 힘껏 휘슬을 불어, 오늘만 벌써 여덟 번째인 킥오프를 알린다.
축구공은 즉시 뒤쪽으로 움직였고, 볼을 발아래에 둔 디에고 고딘이 곧장 오른발을 휘둘러 최전방에 자리 잡은 가메이로를 겨냥한 롱패스를 보냈다.
앞에서 두 사람이 힘껏 뛰어오른다.
퉁-!
고딘의 롱패스에 먼저 머리를 가져다 댄 것은 세르히오 라모스다.
그의 머리에 맞은 축구공은 다시 길게 튕겨 나왔고, 센터서클 주변에서 다시 헤더 경쟁이 이뤄진 후 혼전을 거쳐 볼은 후안프란에게로 이어졌다.
다급한 동료들은 빠르게 박스 주변으로 볼을 보내어, 어떻게든 득점을 만들어 보려고 한다.
하지만 상대는 레알 마드리드다.
충분히 정돈되지 않은 공격으로 결과를 만들어 낼 확률은 극히 희박하다.
“에-이!!”
파앙-!
순간적으로 위치를 오른쪽 측면으로 옮긴 앙헬 코레아가 좋은 크로스 기회를 잡아 볼을 문전으로 띄워 보내지만, 현재 박스 안은 거의 1 VS 4 구도다.
케빈 가메이로 혼자 무엇을 해내기엔, 운에 기대야 하는 부분이 너무나도 많다.
결국 나초 페르난데스가 먼저 헤더를 따냈고, 앞쪽으로 흐른 볼을 모드리치가 받아들었을 때 뒤에서 접근한 가비가 파울을 범하고 만다.
{“아…….”}
추가시간 5분 중 벌써 절반이 흘러갔고, 원정에서 3:3에 만족하는 중인 레알은 경기를 서두르지 않는다.
그들은 충분한 여유를 두고 프리킥을 진행했고, 맹렬하게 전방 압박을 시도하는 가메이로와 코레아를 유유히 따돌린 이후에 중앙으로 패스를 보냈다.
“…….”
마테오 코바치치의 논스톱 패스.
그건 모드리치에게 이어진다.
그리고 이후 축구공은 아래로 내려선 카림 벤제마에게로 향했고, 능숙한 포스트업을 가져간 프랑스의 전(前) 국가대표 공격수는 원터치 패스로 볼의 줄기를 오른쪽으로 바꿔 놓는다.
그러니까, 먼저 예측하고 달려가던 방향으로 말이다.
탁-
“?!”
“?”
벤제마가 베일에게 보낸 논스톱 패스는 끝까지 진행되지 못하고 내 다리에 와 닿았다.
난 균형을 잡으며, 몸의 방향을 180도 돌렸다.
‘저기.’
파앙-!
몸을 돌린 이후 내가 첫 번째로 축구공을 보낸 사람은, 수비를 위해 아래로 내려서고 있던 케빈 가메이로였다.
공격을 진행한다고 판단한 레알 마드리드의 수비는 가메이로의 마크에 그리 열성적이지 않았는데, 덕분에 그는 자유롭게 볼을 받아 들 수 있었다.
하지만 난 그가 몸을 돌리길 바라지 않는다.
계속, 내 쪽을 봐줬으면 한다.
“케빈!!”
이번 시즌 수비 실력이 눈에 띄게 좋아지며 유일했던 약점마저도 채워지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루카 모드리치는 피지컬을 앞세운 공격을 막는 것에 애를 먹었다.
172cm의 키에 66kg이 조금 넘는 체중은 버틸 수 있을 만큼은 되어도, 힘과 속도로 밀어붙이는 상대에겐 약점을 노출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지금처럼 이렇게 내가 먼저 가속을 붙여 나아가면, 모드리치가 나를 제어할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팡-
‘그렇지!’
케빈 가메이로에게 패스를 보낸 후, 난 단순한 스프린트만으로 모드리치를 따돌렸다.
때맞춰 전해진 리턴 패스가 좋은 타이밍에 발아래에 도착하고, 간단하게 레알 마드리드의 2선을 뚫어 낸 내 주변으로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한다.
가장 먼저 보이는 건, 오른쪽 측면을 버리고 중앙으로 좁혀 들어온 다니 카르바할이다.
‘해 볼래?’
90분을 훌쩍 넘긴 경기를 치르는 동안, 대부분이 지쳤고 그들의 근육은 비명을 지르고 있다.
오랫동안 성실히 반복해 온 훈련이 그것을 견디게 하고 있지만, 경기가 시작되었을 당시의 컨디션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나 역시 그때만큼 쌩쌩하지는 않지만, 지금 내 다리는 최고의 속도로 달릴 수 있다고 말을 해 주고 있다.
카르바할과의 거리가 3m 정도로 좁혀졌을 때, 난 왼발을 사용해 축구공을 앞으로 길게 밀어 넣었다.
툭-
“!”
다급하게 멈춰선 카르바할이 뒤로 돌아서서 달려 나가려 하지만, 그가 몸을 돌리기 전에 이미 난 동일선상에 섰다.
순간 내 왼쪽 어깨를 붙잡는 손길이 느껴졌지만, 이내 그것은 뿌리쳐졌고 나는 계속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역회전을 건 축구공은 속도가 줄어든다.
“…….”
고요하다.
스터드가 피치에 닿는 소리도, 열심히 운동한 심장이 쿵쾅대는 소리도 전혀 들리지 않는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오감(五感) 중 일부마저 차단할 만큼, 난 플레이에 집중한 상태다.
그리고 이런 나의 모든 신경은 오직,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는 축구공과 그것을 발아래에 다시 가져다 둔 다음의 일에 쏠려 있다.
그렇게 계속해서 달려, 마침내 축구공 옆에 왼발을 놓아두었을 때.
탁.
나는 급제동을 걸며 오른쪽 발바닥을 축구공 위쪽에 가져갔다. 그리곤 그대로 뒤로 긁어 낸 뒤, 오른쪽 발등을 사용해 옆으로 살짝 밀어 놓았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
깜짝 놀란 표정의 세르히오 라모스가 눈앞에서 스쳐 지나갔다.
현재 그가 다리를 가져간 곳은, 조금 전 축구공이 놓여 있던 지점이다. 만약 스프린트를 더 이어 갔다면 스탠딩 태클에 걸려 쓰러졌을 것이다.
라모스는 그 대가로 옐로카드 심하면 레드카드까지도 받았을 수 있겠지만, 노련한 수비수로서 최악의 상황까지 감수한 선택인 것 같았다.
그런데 어쩌나.
‘Adios, Amigo.’
다니 카르바할의 뒤쪽으로 축구공을 길게 밀어 보냈을 때부터, 세르히오 라모스가 커버를 올 수 있을 거란 가능성을 함께 고려하고 있었다.
그것이 나를 향해 달려드는 것인지, 아니면 추가적인 전진을 막아서는 위치로 뛰어드는 것인지까지는 알 수 없는 문제였지만 말이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볼을 컨트롤하면, 무엇이 되었든 라모스를 따돌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
여전히 내 귀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고, 눈앞의 축구공과 황급히 발을 멈춰 세우다 쓰러지는 세르히오 라모스 외의 것들도 보이지 않았다.
다만 축구공 옆의 흰색 선이, 내가 현재 어디에 있는지 정도는 말해 주고 있는 것 같다.
다시 한번, 난 축구공의 옆으로 왼발을 가져간다.
하지만 그다음 동작은 전혀 다르다.
‘쟁취하겠어.’
자격(資格)이란 과연 무엇일까?
사전은 이렇게 말을 한다.
특정한 신분이나 지위를 가지는 데 필요한 능력 혹은 특정한 구성원으로서의 지위나 권리.
이건, 주어지는 게 아니었다.
퍽-!
“…….”
자격이란, 스스로 증명(證明)함으로써 얻게 되는 일종의 성과물이다. 노력하고 때로는 정면으로 맞서 싸워 모두를 충분히 이해시켰을 때에만 얻어진다.
한국에서 골 50 수상 인터뷰를 하며 자격이란 단어를 언급했을 때, 난 이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역사 속에서 모든 것들을 가져가는 사람은 늘 최고 한 사람밖에 없었다.
경쟁자 또한 기록에 남고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긴 하지만, 영광과 평판의 차이는 어마어마하다.
축구의 역사 속에서 의심할 여지 없는 최고로 불리는 이들을 생각해 보라.
펠레와 마라도나.
메시와 호날두.
이들 넷 외에 수많은 최고의 선수들이 존재하지만, 누구도 이들이 가진 위치를 뛰어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서 중요한 건 바로 이것이다.
최고는 하나가 아니라는 것.
시간이 흐르며 인간은 늙어 가고, 결국은 최고의 위치에서 내려와 그 왕관을 누군가에게 물려주어야 한다.
펠레가 썼던 왕관은 나폴리에서 마약에 찌들어 있던 마라도나에게로 향했고, 그것은 한참 동안 주인을 찾지 못하다가 두 개로 분리되어 메시와 호날두에게로 향했다.
2000년대 후반부터 이어져 온 성장과 대립 구도 속에서, 두 사람은 자신만의 시대를 만들어 서로 경쟁하고 각자 최고라 주장해 왔다.
그리고 여전히, 시간은 흐르고 있다.
오른쪽 발등에 맞은 축구공이 점점 더 멀어져 가고, 그와 비례하여 골대와의 거리는 조금씩 더 좁혀진다.
잔뜩 늘어진 시곗바늘은 볼이 회전하는 것조차 보이게끔 만들고 있었는데, 이것이 단순한 착각이 아니라면 나는 정말로 미쳐 버린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니, 진짜 미친 것 같다.
머리가 계속해서 돌아간다.
리오넬 메시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만약 서로 다른 시대에서 태어났더라면, 지금보다 훨씬 더 대단한 커리어를 만들고 훨씬 더 대단한 평가를 받았을 것이다.
둘이 나눠 가지는 영광보다, 혼자서 독점하는 영광이 더 달콤하고 돋보일 테니 말이다.
그렇지만 운명은 그걸 허락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지난 십 년의 영광을 나눠 가졌고, 지금 난 그중 일부를 돌려 달라 말하고 있다.
오랜 기간 자신의 시대를 유지하며 최고란 ‘자격’으로 살아온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앞에서, 나 나 역시 새로운 시대를 만들 테니 그 ‘자격’을 시험해 달라 외치는 중이다.
여기에서 재미있는 건, 절대 호날두와 나는 이런 대화를 나누지 않을 거라는 사실이다.
예전에도 이런 대화를 나눈 적이 없었고 오늘 경기가 끝난 뒤에도 그러지 않을 것이며, 서로가 눈을 감아 무덤에 들어가는 순간까지도 마찬가지일 거다.
이런 이야기는 오직 피치 바깥, 제멋대로 우리를 재단하는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하지만 나는 현재, 피치 바깥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마저도 나의 영역 아래에 두려고 한다.
“!!”
“!!!!”
“!!!!!”
“…….”
슈팅의 결과가 나온 순간, 나는 선 자리에서 무릎을 털썩 꿇고 두 팔을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
언제인가부터 습관적으로 이렇게 행동을 하는 것 같았는데, 신(神)이라는 존재를 믿지도 않으면서 어째서 이렇게 하는지를 모르겠다.
아마, 처음 이 행동을 가져갔을 때 찍혔던 사진이 근사해 보였던 게 이유인 것 같다.
그렇지만.
‘아무렴 어때.’
뭐 어떤가.
현재 바라보고 있는 풍경과 오랜 정적을 깨고 들려오기 시작한 소리만이, 내가 살아 있다는 것을 그 어느 때보다 생생하게 증명해 오고 있었다.
오늘 난, 스스로 말했던 자격을 쟁취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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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런 플레처) – BT Sports 코멘테이터
“THIS IS ABSOLUTELY HISTORIC MOMENT!! ……WOW!! ……여태껏 축구를 중계하며 말할 단어를 찾지 못한 적은 없습니다만…… 지금은 과연 어떠한 문장으로 이 장면을 설명해야 할지 감조차 잡히지 않습니다! 4:3 다시 역전에 성공하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그리고 또 하나의 해트트릭! DAON WHO FROM SOUTH KOREA! 오늘 밤, 이 대한민국의 수비수가 잊을 수 없는 또 하나의 경기를 조국에도 선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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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리 배일리) – BeIN LaLiga 해설위원
“이제는 더 의심할 이유가 없어졌습니다. 저 친구를 좀 보세요. 불과 반년 전, 다온은 세계 최고의 오른쪽 풀백으로서 바이에른 뮌헨의 통산 세 번째 트레블을 이끌었습니다. 그리고 올림픽에서도 오른쪽 풀백으로 뛰며 대한민국에 동메달을 안겨다 줬죠. 그런데 지금은 왼쪽 미드필드로 뛰며, 시즌 두 번째 해트트릭을 기록했습니다. 그것도 마드리드 더비에서요. 과연 또 누가 이런 일을 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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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베르 피레스) – BeIN France 해설위원
“이 열기, 이 분위기에 동참하지 않으려는 것은 아닙니다만. 지금은 절로 숙연해집니다. 보세요. 오늘은 그 자체로 훌륭한 축구 경기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세계 최고란 타이틀을 저 남자가 확실히 이어받은 날이기도 합니다. 글쎄요, 조금 섣부르고 감정적인가요? 하지만 전 후회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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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니크 코른베르크) – Sky Sports Germany 해설위원
“오, 이런 세상에나. 도대체 바이에른 뮌헨이 무슨 짓을 한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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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도날드슨) – ESPN2 코멘테이터
“제 곁의 패트릭 화이트가 말문을 잃었군요. 하지만 저 역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여태껏 이런 선수를 본 적도 없고, 또 앞으로도 볼 수 없을 것 같습니다. HE IS SO UNRE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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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정세) – SBS Sports 아나운서
“4:3 다시 역전!! 이 믿을 수 없는 경기에서!! 김다온이 팀의 모든 득점에 관여하고 있습니다!! 소름이 돋습니다!! 눈물이 납니다!! 대한민국의 젊은 22살 선수가!!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로 해트트릭과 한 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하며, 거함을 침몰 직전으로 몰고 갑니다!!”
(정지현) – SBS Sports 해설위원
“뭉클합니다. 지금도 보면 순수한 개인 기량으로 만들어 낸 득점입니다. 의심할 여지 없이, 김다온이 대한민국 역사상 최고의 축구 선수입니다.”
(배정세)
“경기가 시작되었던 새벽 네 시부터 TV 앞에서 경기를 지켜보셨을 축구팬들 역시 저와 같은 심정일 겁니다! 자랑스럽습니다!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지금까지 수많은 종목에서 세계 최고에 오른 한국의 스포츠 스타들이 있었는데, 드디어 축구에서도 김다온이 세계 최고의 반열에 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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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카이 신타로) – 스카이퍼펙트 TV 아나운서
“마츠다 상.”
(마츠다 사이카쿠) – 스카이퍼펙트 TV 해설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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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결과(La Liga 12R)
아틀레티코 4 : 3 마드리드
[골] 김다온 : 전반 46분, 후반 11분, 후반 49분(케빈 가메이로)앙투안 그리즈만 : 후반 27분(김다온)
김다온 ? 98분 출전(3골 1어시스트/MoM/평점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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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 나름 많은 공을 들인 에피소드인데, 모자라진 않으셨을지 걱정이 되네요.
두 가지를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우선 저 자신 역시 이번 에피소드를 적으며 정신적인 에너지를 너무 많이 소모해서 토일 연재를 쉬어 갈까 합니다. 이후 더 좋은 글을 위해 내린 판단입니다.
그리고 말씀드렸던 대로, 다음 주부터 연재 주기가 월화목금 2연재 수토 1연재가 됩니다.
2주에서 3주가량 이어 가다 다시 연재 횟수를 늘리는 쪽으로 진행해 보겠습니다.
월요일부터 마드리드 더비 후일담과 다음 큰 줄기인 알리안츠 아레나 원정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주말 잘 보내세요.
(_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