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692)
691화 Spater reden (2)
2016년 11월 25일. 28014 마드리드, 스페인. 에디피시오 프라도.
바이에른 뮌헨이 맨체스터 시티의 제안을 받아들였다는 건 거짓이 아니었다. 회장, 카를-하인츠 루메니게가 에이전시에 협상을 시작해도 된다는 허락을 했던 거다.
하지만 흔히 생각하는 것과는 조금 달랐다.
‘공식적으로’ 여전히 내 이적은 교착 상태다.
“그럴 줄 알았어요.”
– 응. 역시나 그게 원인인 것 같아.
“내부 분열이네요. 그렇죠?”
투표를 통해 선출되는 뮌헨의 회장은 무엇이든 할 수 있지만, 동시에 어떠한 것도 마음대로 할 수 없다.
특정한 안건에 대해 뮌헨의 회장은 클럽의 e.V들에게 알릴 의무가 있고, 총 8명으로 구성된 집행 위원회의 75%의 승인이 떨어져야 비로소 일을 진행할 수 있다.
이렇게 e.V의 승인이 구해져야 비로소 A.G들이 일을 할 수 있게 되는 건데, 지금은 루메니게가 독단적으로 협상 진행을 받아들인 것에 불과한 상태였다.
즉 현재 맨체스터 시티와 벌이는 협상은 말 그대로 개인적인 것일 뿐, 그게 이적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 그래도 결국은 허락하게 될 거야.
“네. 그렇겠죠.”
마티아스 잠머를 시작으로, 뮌헨의 직원들을 통한 다양한 이야기가 세간에 흘러나왔다.
울리 회네스와 프란츠 베켄바워를 향한 인식은 그 어느 때보다 나빠진 상태고, 바이에른 뮌헨의 팬들은 두 사람이 클럽의 경영에서 손을 떼길 바라고 있다.
일종의 내부 고발자가 된 잠머를 향한 인식도 썩 좋은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가장 큰 비난은 저 두 사람의 몫이었다.
– 그래서? 조건은 확인했어?
“네. 굉장해요.”
– 우리도 놀랐어. 굉장히 세세한 것들까지 배려한 흔적이 보여. 오래전부터 준비해 온 탓인 것 같아.
지금 요나스가 말한 대로, 맨체스터 시티의 계약 조건은 세밀한 부분까지 걸쳐져 있었다.
예를 들어, 맨체스터 시티는 내가 대표팀에 합류할 때 모든 이동을 책임지기로 했다. 가족들 역시 언제든 동반할 수 있으며, 모든 좌석은 퍼스트클래스로 제공될 예정이다.
그리고 아영이의 새로운 직장이 될 부티크 사무실을 대대적으로 꾸며 주기로 했는데, 일을 위한 최적의 환경을 제공하는 한편 따로 나와 화상을 할 수 있는 채널도 준비될 것이다.
그것은 클럽이 제공해 주기로 한 저택의 모니터와 이어져, 언제든 큰 화면으로 화상 통화가 가능했다.
또한 한국의 명절인 추석과 설날에 한국에 있는 가족들에 선물을 제공한다든지, 아부다비 투자청의 직원들이 직접 가족의 자산을 관리해 준다든지 하는 것도 있다.
외에도 수십 가지의 약속들이 계약서에 적혀 있었는데, 축구와 부부생활을 제외한 모든 것들을 맨체스터 시티가 책임진다고 요약할 수 있었다.
“받아들일게요. 그렇게 답해 줘요.”
– 멋지네. 메시도 이런 조건은 받지 못했을 거야.
“하하. 글쎄요. 아닐 수도 있죠.”
– 그래. 그럼, 나중에 다시 연락할게.
“네.”
-딸깍-
아직 이적과 관련한 그 어떤 것도 약속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시티와 개인 협상을 끝내 놓는다면 클럽 간의 거래가 완료된 이후의 시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다.
세밀한 부대 조항 외에도 맨체스터 시티는 내게 충분한 대우를 해 주었는데, 5년의 계약기간 동안 나는 매년 조금씩 증가하게 될 주급을 받게 된다.
그 시작은 40만 유로(약 5억 5천만 원)이고, 2년 뒤에는 50만 유로(약 6억 9천만 원)까지 올라간다.
그리고 3년 뒤 계약 조항에 의거 재계약 테이블이 차려지는데, 여기에서 만약 클럽이 날 원한다면 10%의 주급 인상과 함께 자동으로 1년이 연장된다.
사실상 5+1계약과도 같은 느낌으로, 요나스는 맨시티에서 6년을 뛴다고 해도 내가 여전히 20대일 거라는 점에 초점을 맞췄었다.
실제로 난 계약이 종료되는 시점에, 서른을 바라보는 스물아홉이 된다.
“후우~”
자리에서 일어나 조용한 거실의 한쪽으로 걸어갔다. 창밖으로 보이는 마드리드의 하늘은 조금씩 검붉게 변하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아영이의 퇴근 시간이 다가온다는 것에 생각이 미쳐, 인터폰을 통해 관리실에 외출을 알린 후 서둘러 외투를 챙겨 입었다.
어느새 12월이 가까워진 마드리드의 11월은, 조금씩 그 온도를 떨어트려 겨울을 알려오는 중이다.
그래도 뮌헨보다는 훨씬 더 따뜻했는데, 어지간해서는 겨울에 눈이 내리지 않는다고 했다.
“오늘도 아내분을 데리러 가십니까?”
“네, 그렇죠.”
“최고의 축구 선수가 가정적이기까지. 이런 말은 어떻게 들리실지 모르지만, 아내분은 참 행복하겠습니다? 하핫-!”
“오히려 제가 행운이죠.”
“거기에 겸손까지. 조심해서 다녀오세요.”
“네, 고마워요.”
관리인에게서 차 키를 건네받아, 미리 문을 열어 두었던 운전석에 올라탄다.
그러곤 바로 액셀을 밟아 아파트를 나선다.
행복이라.
‘아직, 부족해.’
제멋대로인 나에 맞추느라 늘 자신의 삶을 바꿔 온 아영이를 위해서라도, 다음에 머물게 될 곳에서는 오랫동안 지내볼 생각이다.
그러니 그때까진 아직, 스스로 충분한 행복을 주지 못했다고 여기려 한다.
축구도.
사랑도.
“……이제 겨우 시작인걸.”
내게 남은 시간을 생각해보면,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이 훨씬 더 많은 것들이었다.
***
2016년 11월 26일. 81547 뮌헨, 독일. 재베너 슈트라세 51-57. 바이에른 뮌헨 서비스 센터 및 훈련시설. 프런트 오피스, 회장실.
마티아스 잠머의 폭로 이후, 뮌헨에 찾아온 혼란은 아직 수습되지 않고 있다. 매일같이 e.V들이 건물을 찾아왔고, 때때로 회장실 내에서 큰 목소리가 들려오기도 했다.
그리고 그들은 입을 모아, 현재까지 일어난 일들의 모든 책임을 마티아스 잠머에게 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죠, 뭐.”
“잠머…… 자, 잠깐. 뭐라고?”
“…….”
잔뜩 흥분해 있던 프란츠 베켄바워를 똑바로 바라보며, 속으로 욕설을 내뱉은 카를-하인츠 루메니게가 비꼬는 것이 분명한 어투로 이렇게 말을 한다.
지난 3년 동안 뮌헨의 최고 책임자는 마티아스 잠머였고, 남은 이들은 그저 꼭두각시에 불과했다고 말이다.
“그는 정말, 대단한 단장이었군요.”
“…….”
숨기려고 했던 비웃음을 얼굴에 띄운 카를-하인츠 루메니게가 굳은 의지가 담긴 표정을 덧입히며 곁을 돌아본다.
그곳엔 심각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뮌헨의 e.V 다수가 있었는데, 그중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사람은 독일의 시사 주간 잡지 ‘FOCUS’의 창간인이자 편집장이었다.
헬무트 마크보트(Helmut Markwort)는 2년 전, 뮌헨의 주식 일부를 사들이며 새로운 e.V가 되었다.
“Herr. 마크보트. 질문을 하나 하겠습니다.”
“얼마든지요.”
안경테의 끝을 입에다 물고 있던 마크보트가 그것을 테이블에 놓아두며 자세를 고쳐 잡는다.
독일 내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지닌 언론인 중 하나답게, 그는 세상 사람들의 인식이 어떠한 식으로 움직이는지를 잘 알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카를-하인츠 루메니게는 가장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앞으로 여론은 어떻게 될까요?”
“…….”
“그러니까, 우리가 달랑 사과문 하나를 내어놓고 그냥 이 일을 넘어간다면 말입니다.”
“…….”
마크보트가 침묵하는 사이, 다른 e.V들을 바라본 루메니게가 급격하게 어두워지는 얼굴들을 본다.
현재 이 자리에 있는 것은 아디다스/아우디/도이체 텔레콤/폭스바겐/유니크레디트의 CEO들로, 정치인인 에드문트 슈토이버를 뺀 전원이 사업가들이었다.
기업의 총수로서가 아닌 개인으로서 뽑힌 e.V이긴 했지만, 과연 저들이 정말 순수 바이에른 뮌헨이란 클럽을 사랑해서 집행 위원회가 된 것일까?
루메니게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결국 이 모든 건, 사업의 연장이다.
헤르베르트 하이너는 뮌헨의 e.V가 되는 것으로, 독일 최고의 클럽이 평생 ‘아디다스’의 회원이 되도록 만들었다. 아우디와 폭스바겐 역시, 공짜로 선수를 모델로 쓰고 있다.
도이체 텔레콤 또한, 많은 경쟁을 뚫고 뮌헨의 스폰서가 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모든 건, 회사의 상업적인 이득과 CEO 개인의 인센티브로도 이어졌다.
“시장 가치가 떨어질 겁니다.”
잠시 침묵을 유지했던 마크보트의 입에서 비관적인 전망이 흘러나오고, 이는 남은 e.V들이 알고 있던 것을 더욱 분명하게 만들어 주었다.
어떤 특단의 조처를 취하지 않는 이상, 뮌헨의 시장 가치 폭락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곧 스폰서들의 주가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고, 이는 회사의 손실이 된다.
“지난 며칠 새, 벌써 3.2%의 손실이 왔죠. 그리고 이건 이번 일로 인한 총 손실의 절반도 되지 않습니다.”
“예전으로 돌아간다는 뜻이로군요.”
“그렇죠.”
금방 루메니게가 말한 예전이란, 펩 과르디올라와 함께하기 바로 직전을 의미했다.
유프 하인케스와 함께 트레블이란 금자탑을 쌓아 올렸던 바로 직후 말이다.
“그럼 다시 묻겠습니다.”
“얼마든지요.”
“우리가 당장 해야 할 일은 무엇이죠?”
“…….”
흘끔 눈을 돌린 마크보트의 시선이 닿은 곳엔, 어떻게 보면 이 모든 일의 원흉(元兇)이라 부를 수 있는 사내가 앉아 있었다.
바이에른 뮌헨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이자, 더 나아가 독일 축구를 대표하는 전설적인 리베로 말이다.
“Herr. 베켄바워가 경영에서 손을 뗐다 밝히는 겁니다.”
“뭐, 뭐라고?!?!”
드르륵-!!
발끈한 베켄바워가 큰 소리와 함께 자리에서 일어서고, 진정하라는 듯 손을 들어 올린 루메니게는 진땀을 흘리기 시작한 마크보트를 다시 쳐다보았다.
그러곤 누구도 할 수 없다고 믿었던 발언을 한 언론인을 향해, 계속해서 이야기를 이어 나가 달라는 요청을 보냈다.
“어디까지나 가정일 뿐입니다. 그렇죠?”
“크, 크흠. 그, 그렇습니다.”
“좋습니다. Herr. 베켄바워가 일선에서 손을 뗐다는 발표를 했다고 칩시다. 그럼 그다음은요?”
“…….”
“저로군요.”
“네. 유감스럽게도, 당신 역시 경영에서 손을 떼야 할 겁니다.”
프란츠 베켄바워와 카를-하인츠 루메니게가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것만으로도, 당장 성이 나 있는 여론은 어느 정도 진정시킬 수 있을 것이다.
울리 회네스 또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공식적으로 그는 지난 3년간 부재(不在) 중이었다.
기존의 경영진이 일선에서 물러나고 뮌헨의 영광을 만들었다고 평가받는 회네스가 조기에 복귀한다는 사실을 알린다면, 재정적 손실은 최소화할 수 있을 거라는 게 마크보트의 의견이었다.
쾅-!
“지금 다들 나를 이곳에서 쫓아내겠다는 건가?!”
“진정하시죠, 프란츠.”
“뭐라고?!”
“당신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뮌헨의 명예회장일 겁니다. 그건 바뀌지 않죠. 다만, 이후에 명예직은 말 그대로 명예직으로만 남게 될 겁니다.”
카를-하인츠 루메니게는 앞으로 일어날 변화가 뮌헨에게 더 도움이 될 거라 믿고 있었다.
명예직이 가지고 있던 권력을 클럽으로 돌려놓는 한편, 클럽의 전설과 상징들이 축구 정치로 인해 몰락하는 것을 지켜보지 않아도 됐다.
클럽의 명예직에 e.V 와 A.G 사이에서의 권력 균형을 유지하도록 맡긴 것 자체가 실수였다.
대신 앞으론 클럽의 단장이 더 많은 권력을 손에 쥐게 될 것이며, 바이에른 뮌헨의 경영방식은 구태(舊態)에서 벗어나 조금 더 미국과 가까운 방식으로 바뀌게 될 거다.
근래 유럽과 미국은 서로의 문화를 받아들여 프로스포츠에 변화를 주려고 하는 중이다.
“그럼, Herr. 마크보트?”
“네?”
“마지막 질문을 하나 더 하겠습니다.”
“……네. 그러시죠.”
베켄바워와 긴 눈싸움을 이어 갔던 루메니게가 먼저 시선을 돌려 다시 마크보트를 바라봤다.
“저와 Herr. 베켄바워가 책임을 진다고 칩시다. 하지만 그래도 이곳엔 하나의 문젯거리가 남죠. 지금까지 일어난 모든 일들의 중심과도 같은 사람이 말입니다.”
“……다온이로군요.”
“그렇습니다.”
바로 여기부터가 카를-하인츠 루메니게가 e.V 전체를 소집한 미팅을 연 진짜 이유였다.
물론 오늘도 프란츠 베켄바워는 제멋대로 찾아든 것에 불과했으나, 루메니게는 오히려 그것이 더 잘 되었다고 생각했다.
덕분에, 할 일을 조금 줄일 수 있었다.
그래 봐야 정말 조금이지만 말이다.
50+1 규정과 e.V 와 A.G라는 독특한 클럽구조로 인해, 바이에른 뮌헨의 모든 의사 결정은 대단히 복잡한 절차 속에서 이뤄질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지금처럼 혼란이 찾아온 상황이라면, 클럽의 경영보다 속한 회사의 상업적 이득이 더욱 중요한 e.V들은 빠른 대답을 내어놓지 않는다.
무엇보다 김다온이란 존재는 단순히 축구에서만이 아니라, 더 많은 부분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당장 그를 이적시켰을 때 발생할 경제적 손실이 2015/16 시즌 뮌헨의 총 매출의 약 20% 수준이 될 거란 예측도, 이적을 쉽게 결정할 수 없었던 이유 중 하나였다.
마티아스 잠머의 폭로로 이미지 하락을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뮌헨의 e.V는 김다온을 어떻게든 잡아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러는 동안에도, 바이에른 뮌헨의 손해는 계속해서 이어질 것이다.
그리고 그 끝에서는 김다온을 이적료 한 푼 없이 맨체스터 시티에 넘겨줄 것이고 말이다.
바이에른 뮌헨의 e.V들은 어떠한 방법으로도 김다온을 붙잡아 둘 수 없을 거란 사실을 알아야 했다.
“Herr. 하이너.”
“말해 보게나.”
“e.V가 아닌 아디다스의 CEO에게 묻겠습니다. 다온의 개인적인 스폰서로서, 그가 뮌헨에 남을 거라고 봅니까?”
“아니. 그렇지 않네.”
“그렇군요.”
헤르베르트 하이너의 발언으로 인해, 뮌헨의 다른 e.V들 역시도 현실을 깨닫는다.
“들으셨죠? 우리가 다온을 잡을 방법은 없습니다.”
“…….”
“…….”
“그러나.”
“??”
극적인 상황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카를-하인츠 루메니게는 지금 그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김다온의 이적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현실 속에서 회사의 손익을 열심히 계산하고 있었을 이들에게, 루메니게는 자신이 손에 쥔 패를 보여 줄 필요가 있었다.
스피커폰으로 손을 뻗은 루메니게가 버튼을 누르고, 삐이 하는 소리가 끝나기 무섭게 회장실의 문이 열렸다.
등장한 것은 루메니게의 개인 비서였는데, 그녀는 직원 두 명과 함께 e.V에게 어떤 문서를 나눠 주었다.
바로, 맨체스터 시티의 이적 제안서 말이다.
“이건?”
“보다시피입니다. 맨체스터 시티가 최근 정식으로 이적 제안서를 보내왔죠. 페이지를 하나 넘기시면, 그들이 책정한 이적료가 적혀 있을 겁니다.”
“…….”
“…….”
스륵.
스륵.
고요한 뮌헨의 회장실 내에서, 종이가 넘어가는 소리가 차례대로 들려왔다.
그리고 잠시 뒤.
“1억 2천만 유로라고?!”
“이런, 세상에나.”
눈이 휘둥그레지는 금액을 확인한 e.V들 사이에서 비명과도 같은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맨체스터 시티가 제안한 1억 2천만 유로의 이적료는 그 자체로도 대단한 것이었지만, 클럽의 경영적인 측면에서 더 중요한 상징적인 이유가 있었다.
바이에른 뮌헨이 계약기간이 1년밖에 남지 않은 선수를 역대 최고의 이적료를 받고 판매했다는 것 말이다.
이미 벌어진 일로 인한 피해와 손실을 없앨 수는 없겠지만, 그것을 만회할 만큼은 충분할 거라는 게 카를-하인츠 루메니게의 생각이었다.
당장 화가 난 팬들의 발걸음을 돌리고 김다온의 이탈로 인한 재정적 손실을 채우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그래도 그 기간을 줄일 수는 있다.
평판(評判)이란 참으로 기묘한 것이어서, 때로는 클럽의 모든 것이 되곤 한다.
“우리는 이 제안을 내년 5월에 알릴 겁니다.”
“받아들이는 건 지금 하고 말인가?”
“그렇습니다. Herr. 슈타들러.”
“음-”
지금까지 침묵하고 있던 ‘아우디’의 CEO를 보며, 루메니게는 자신이 계획한 무대가 먹혀들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어떻게 보면 현재 클럽 경영에서, 김다온의 이적은 가장 큰 골칫거리였다.
한데 맨체스터 시티가 터무니없는 이적료를 제안해 그것을 해결해 주었고, 이제 뮌헨의 e.V는 서로 규합하여 손실을 최소화하는 것에만 힘쓰면 됐다.
책임질 사람을 명확히 한 후, 로비를 통해 여론을 통제하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전혀 보이지 않던 돌파구가 드러났다는 생각에, 루퍼트 슈타들러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렇게 답을 한다.
“다온을 이적시켜야겠군요.”
“Herr. 슈타들러!!”
“당신의 업적과 기여는 존중합니다만, 프란츠. 앞으로 클럽의 경영은 당신의 소관 밖입니다. 지금 이곳에 있는 우리 모두가 같은 생각이니까요. 그렇지 않습니까?”
“…….”
고개를 끄덕이는 e.V들을 보며, 뮌헨을 자신의 통제 아래에 두었던 프란츠 베켄바워는 할 말을 잃는다.
허탈한 그가 힘없이 털썩 의자에 주저앉는 것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회의를 시작한 e.V들의 주요 쟁점은 성난 민심을 달래는 일에 있었다.
어느 때보다 진지하고 어떠한 순간보다 잘 단합된 e.V는, 세계 최고의 기업인들답게 놀라운 수완을 보여 준다.
빠르게 계획이 수립되어 가고 절차가 만들어지는 모습에, 루메니게는 속으로 헛웃음을 지어야 했다.
만약 처음부터 e.V들이 이렇게 잘 단합된 모습을 보였다면, 과연 뮌헨이 펩 과르디올라를 잃는 일이 벌어졌을까?
‘아니. 그렇지 않겠지.’
그랬다면 김다온 역시, 계속해서 뮌헨이 보유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한편으론, 카를-하인츠 루메니게는 지금의 이 모습이야말로 분데스리가가 지닌 한계를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장면이라고 생각했다.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세상과 그 속에서 성장한 세계 최고의 선수를 보유하기엔, 분데스리가는 너무 구식이었다.
물론 스스로 구식이라 여기는 최고들은 이야기가 달랐지만, 언젠가는 그런 이들마저도 은퇴하는 시기가 올 것이고, 그럼 이후 뮌헨은 한계를 마주하게 될 것이다.
다른 빅리그에 비해 여유로운 일정과 겨울 휴식기라는 장점으로도 채우지 못할 차이를 말이다.
그렇게 고민에 잠긴 루메니게를 남겨 두고, 이야기를 거듭한 뮌헨의 e.V들은 결론을 내린다.
“그렇다면, Herr. 마크보트?”
“네. 제가 조사를 시작하죠.”
“부탁합니다.”
우선 여론 조사에 일가견이 있는 ‘FOCUS’의 CEO에게, 현 상황에 대한 인식을 확인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 뮌헨은 다음 일을 진행할 생각이었다.
“후우~”
전쟁과도 같았던. 그렇지만 모처럼 보람이 느껴지는 최고 집행 위원회 회의가 끝난 후, 창밖을 내려다보는 루메니게는 커다란 슬픔을 느꼈다.
그가 사랑한 클럽과 다음 달 발롱도르가 거의 확실시되는 선수와의 이별이 눈앞에 보였기 때문이다.
‘자네도 참, 대단하군.’
카를-하인츠 루메니게는 항상, 리오넬 메시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에 휘둘리는 FC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를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Mia san Mia’라는 철학과 함께한 뮌헨의 시각으로 보기에, 클럽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고 믿었다.
하지만 막상 모든 일들을 경험한 지금, 루메니게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고작 3년 만에, 우리에게 현실을 알려 줬지 않은가?’
세계 최고에 근접한 수준이 아닌 진짜 최고의 선수들은, 클럽보다도 더 위대해질 수 있었다.
설령 김다온처럼 스스로 그 권력을 행사하려고 하지 않는다고 해도, 선수와 클럽을 향한 평판의 수준이 뒤바뀌는 순간 그 권력은 자연스럽게 튀어나왔다.
마드리드 더비가 불러온 폭풍우가 내려앉은 유럽. 그리고 그중 독일에서 발생한 피해(?)는 이렇게, 조금씩 수습이 되어 가고 있었다.
바이에른 뮌헨은 오늘, 김다온의 이적을 받아들였다.
***
작가의 말 ? 이제 뮌헨을 시점으로 한 이야기는 작중에서 등장하지 않습니다.
과거 화에서 김다온이 말했던 뮌헨이 얻는 것은 결국 돈이었고, 김다온조차 예상하지 못했던 변수들로 인한 덤은 최근까지 다룬 뮌헨의 변화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뮌헨은 벤피카처럼 곁다리로 다뤄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