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696)
695화 Spater reden (6)
.후반 22분
바이에른 뮌헨 1 : 0 아틀레티코
‘저기.’
팡-
“??”
“?!”
“어?”
당연히 착각이겠지만, 한순간 세상이 멈춰 버린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실점 이후 공세를 더 높이기 시작한 뮌헨의 앞에서 우린 수비에 집중해야 했고, 그 흐름은 후반 중반이 지난 지금까지도 계속해서 이어졌다.
하지만 이는 아틀레티코의의 축구가 가장 바라는 상황이기도 했는데, 상대가 공격적으로 나올수록 역습의 성공률을 더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금도, 산시스의 패스 미스를 빠른 역습을 전개해 결정적인 기회를 잡았었다.
바이에른 뮌헨의 오른쪽 수비 뒷공간을 침투했던 내가, 교체투입 된 치아구에게 컷백을 보냈던 것이다.
페널티박스 안에서 자유로운 상태로 놓여 있던 치아구는 충분한 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고, 실제로 골대를 쳐다보는 여유를 부린 후에 오른발을 휘둘렀다.
그러나, 치아구의 슈팅은 골대 한참 위를 넘어가 버리고 말았다.
“하-!”
허탈하기도 했고 절로 어처구니가 없어져, 입에서 자연스럽게 추임새가 흘러나왔다.
근래 본 것 중에 최악의 슈팅이었다.
하늘을 올려다보며 크게 심호흡을 한 뒤, 다시 고개를 내려 좌절하고 있는 치아구를 바라본다. 그는 머리카락을 부여잡은 채, 이마를 피치에다 대고 있다.
“에-이!! 일어나!!”
“…….”
“VAMOS, AMIGO!! 계속 힘내라고!!”
손을 휘저어 가며 치아구를 일으켜 세운 이후, 난 얼른 하프 라인으로 달려 나가 수비를 시작했다.
홈에서 리듬을 찾은 뮌헨의 공격은 만만찮은 것이기에, 이미 지나가 버린 상황에 연연하다간 더 최악의 장면을 마주하게 될 수도 있다.
그렇게 자리로 돌아간 나는 계속해서 주변을 챙겼고, 여전히 매서운 바이에른 뮌헨의 공격을 막아냈다.
‘분명 최고는 아니기는 해.’
한 차례 작은 폭풍우가 휩쓸고 지나간 후, 허리춤에 손을 얹고 호흡을 가다듬어 본다.
체감상 뮌헨이 2/3 정도의 점유율을 가져가고 있다.
슈팅도 얼추 15개 정도 되었을 거다.
하지만.
‘선방은 하나. 아니, 둘인가?’
실점을 허락한 레비의 프리킥을 빼고, 인상적이었던 오블락의 선방은 많아야 둘이었다.
즉.
‘……문제점은 뭐지?’
9월 홈 경기 때도 확인하긴 했지만, 현재의 바이에른 뮌헨은 예년과 비교해 분명 전력이 떨어져 있다.
나와 베르나르두가 빠진 게 원인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 전술에서 이유를 찾는 것이 조금 더 타당할 거다. 남은 이들도 전부 뛰어난 선수들이니 말이다.
카를로 안첼로티의 축구에서, 레비는 펩이 뛸 때보다 더 높은 위치까지 올라와 있다.
때때로 낮은 위치까지 내려와 빌드업에 가담해 주고 측면이 전진할 시간을 벌어 주길 원했던 펩과는 달리, 안첼로티는 레비를 전형적인 센터포워드로 활용한다.
그리고 이런 변화로 인해 생겨난 공간을 오른쪽 윙어가 차지하도록 만들었다.
반면 왼쪽 윙어에겐 보다 클래식한 역할을 요구했는데, 개인적으론 뮌헨 선수단의 개성과 능력을 절반밖에 쓰지 못하는 전술이라고 본다.
‘저들은 단순해. 생각하자, 다온아. 생각.’
카를로 안첼로티의 전술은 1차원적이다.
디지털 세상 속의 아날로그와도 같다.
그나마 현실 속에서 아날로그는 감성이라도 가지고 있지만, 피치 위에서는 절대 좋은 의미로 쓰이기 힘들다. 오래된 것이 아닌, 뒤처진 의미에 더 가깝기 때문이다.
“뤼카-!”
“??”
“오버랩은 신경 쓰지 마! 내게 맡기라고! 알겠지?!”
어쩌면 나도 또 팀도, 가장 흔한 ‘점유율의 환상’에 빠져 버린 것인지도 모르겠다.
좀 더 단순해도 되는데 그러지 못했다.
우린 더 간단하게 해야 한다.
‘뮌헨은 반대를 버릴 거야.’
오늘 우리가 힘든 경기를 펼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아마, 좌우 풀백의 로테이션 때문일 거다. 후안프란-필리페 루이스 조합과 오늘 출전한 조합은 꽤 기량 차가 크다.
게다가 상대는 바이에른 뮌헨이고, 홈이 아닌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치르는 경기다.
시메와 뤼카에겐 환경적으로 힘들다는 뜻이다.
특히 뤼카가 그렇다.
피치에서 다소 감정적인 뤼카는 경기 전부터 긴장을 감추지 못했다. 시메의 경우 경험은 많지만, 여전히 전술에 녹아들지 못했고 언어도 문제가 되고 있다.
그렇게 위축된 두 사람은 평소보다 더 소극적인 플레이를 펼쳤고, 자연스레 측면 수비의 위치는 낮아졌다.
‘그거였어.’
바로 이게, 경기가 풀리지 않는 결정적 이유였다.
올 시즌 바이에른 뮌헨이 힘들어했던 경기를 돌이켜 보면, 상대 측면 수비가 굉장히 강한 압박을 해 왔다. 윙어를 밀어내, 레비를 더 고립시키려는 속셈일 것이다.
4-3-3 전술의 단점 중 하나가 바로 메디아푼타(Mediapunta/AM)를 비워 둔다는 것인데, 말했듯 펩은 그 단점을 레비의 위치를 내리는 것으로 만회했다.
중앙 미드필드의 위치를 높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겠지만, 안첼로티는 그것마저도 선호하지 않는다.
센터서클을 중심으로 세 명의 미드필드를 동시에 놓아두고, 오직 팀 전체의 라인을 높이는 순간에만 중원의 메디아푼타 진입을 허락한다.
그런 뮌헨이 볼을 점유하지 못하게 된다면, 수비를 뺀 포지션 전체가 고립되어 개인 기량에만 의존한 플레이를 펼치게 될 수밖에 없다.
바로 그게, 남은 정규시간 15분 동안 내가 팀 전체를 끌어가야 하는 방향일 것이다.
[이봐아-!!]“내가 가!! 가운데를 막아!!”
“…….”
매번 로번의 드리블 돌파에 당황한 뤼카였지만, 이번에는 제대로 수비해 냈다. 안쪽으로 잘라 움직이는 전형적인 움직임에 반응해, 몸을 먼저 가져간 것이다.
184cm/78kg의 뤼카는 보기보다 굉장히 힘이 강했고, 스토핑(Stopping)에 장점을 갖췄다.
뒤로 물러나는 상황이 아닌 앞으로 달려 나가는 수비에서 장점이 훨씬 더 잘 발휘되는데, 지금처럼 뒷공간에 대한 부담을 떨치게 되면 아무리 로번이라고 해도 쉽지 않다.
쿵-
‘파울이 아니야.’
…….
‘그렇지!’
자세를 살짝 낮췄던 주심이 두 손을 앞으로 쭉 뻗는 것을 확인하며, 난 하피냐를 따라붙던 발걸음을 멈추고 뤼카를 향해 박수를 보냈다.
장담하는데, 뤼카는 언젠가 세계적인 레벨의 선수로 성장할 것이다.
민재 정도를 제외하면, 저 친구보다 수비를 잘하는 20살을 만나본 적이 없다.
“그거야, 뤼카! 진짜 좋았어!!”
“정말? 정말 그랬어?”
“그래! 계속 자신감을 가져! 대신에 계속 말하고. 알겠지?”
뿌듯한 표정으로 엄지를 들어 올리는 뤼카의 엉덩이를 두드린 뒤, 난 반대편에서 움직이고 있는 축구공을 바라봤다.
공격과정에서 볼을 빼앗긴 뮌헨은 잠깐 전방 압박을 해 오며 우리의 빌드업 속도를 늦췄지만, 이후엔 라인을 낮게 끌어내려 수비에 힘썼다.
확실히, 안첼로티는 1:0의 승리도 선호한다.
2:0이 되기보다, 실점을 막는 쪽을 택한다.
한 골 차 승부.
후반전 30분이 넘어서며 앞서는 팀이 수비를 강화하는 것은 매우 흔하고 당연해 보이는 판단이지만, 이번 경우는 나쁜 선택에 더 가깝다.
최선의 수비는 공격.
더구나 팀은 뮌헨.
물론 현재까지의 흐름을 종합해 내린 판단이겠지만, 나는 그 타이밍이 무척 나빴다고 말하고 싶다.
왜냐하면 내가, 경기를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에-이!”
하프라인 부근까지 전진해 코케의 패스를 받아 든 후, 변화하는 뮌헨의 진영을 바라본다. 뮌헨의 축구가 1차원적이란 데에서 출발한 생각은, 점점 더 복잡하게 흘러간다.
그렇지만 이 복잡함이 싫지 않다.
난 모든 것들을 제어 중이다.
모처럼 볼을 점유한 채, 우리는 전반 중반 이후 처음으로 제대로 된 빌드업을 통해 라인을 전진시킨다.
그리고 패스를 다시 받아 들었을 때, 나는 메디아푼타의 왼쪽 하프 스페이스에 서 있었고 뮌헨은 슈팅을 경계해 페널티박스 주변을 틀어막고 있었다.
티아고가 전진해 바로 근처로 다가왔지만, 난 처음부터 그쪽을 신경 쓸 생각이 없었다.
가볍게 트래핑한 축구공을 발 앞에 놓아둔 후, 바로 오른발을 휘둘러 안으로 좁혀져 있던 하피냐의 뒤쪽 공간을 겨냥한 패스를 보낸다.
그곳으로, 빠른 스피드를 앞세워 오버랩 중이던 뤼카가 뛰어든다.
오늘 경기를 통틀어 처음으로 나온 제대로 된 오버랩이었고, 경기 후반부에 그것을 수비하게 된 뮌헨의 수비는 크게 요동쳤다.
“바로 차!!”
“…….”
내 목소리를 들었다는 듯, 볼과 빠르게 거리를 좁혀나간 뤼카가 바로 왼발을 휘두른다.
제대로 임팩트가 된 축구공은 좋은 궤적과 속도를 가지고 박스 안으로 날아들기 시작한다.
“…….”
그리고 이후 조금씩 안쪽으로 움직이는 나.
뤼카의 크로스를 향해 야닉이 뛰어든다.
쿵-!!
“!!”
“????”
“에——이!!!!”
“이봐-!!”
축구공만 쳐다보고 있었던 야닉과 훔멜스가 박스 안에서 서로 부딪히고, 두 사람이 퉁겨나가기 무섭게 피치 곳곳에서 커다란 목소리들이 울려 퍼졌다.
우리도 또 뮌헨도 각자 할 말이 있다는 것이었는데, 역동적으로 돌아가던 피치 역시 그 목소리에 의해 멈춰 섰다.
“…….”
당황한 모습이 역력한 알라바가 자신에게 떨어진 크로스를 트래핑하려고 하지만, 왼쪽 정강이를 맞은 축구공은 엉뚱한 곳으로 굴절이 된다.
그리고 그것은, 계속해서 발을 움직이던 내 앞으로 흘러왔다.
“쓰-읍.”
숨을 한껏 들이마시며, 축구공이 더 굴러올 것으로 예측한 지점의 옆에다 왼발을 놓아둔다. 여전히 볼은 움직이고 있었지만, 난 거기에 개의치 않았다.
그저 계속해서 생각을 이어 나가며, 시선을 축구공에 고정해 둔 채 오른발을 휘두를 뿐이다.
퍽-!!!
순간, 많은 것들이 밀려들었다.
그건 감정이기도 했고, 또 장면이기도 했다.
확실한 건, 모든 게 이곳과 관련됐단 거다.
‘미안해요.’
사실 이곳은 처음부터 내게 호의적이지는 않았다. 오히려, 풀백을 영입하는 데 수천만 유로를 썼다는 것에 회의적인 시각을 가진 이들이 훨씬 더 많았다.
오직 펩 과르디올라만이 나의 성공을 확신했고, 다른 이들이 같은 생각을 하게 된 건 시간이 좀 더 흐른 뒤의 일이었다.
그렇지만 결국, 우린 서로를 사랑했다.
뮌헨은 나를.
나는 뮌헨을.
힘든 순간과 좋지 않은 기억도 분명 있긴 했지만, 대부분 난 뮌헨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
“!!”
“…….”
오른쪽 발등에서 빠르게 뻗어 나간 축구공이 노이어의 손을 통과해 그물에 안착한 순간, 나는 바로 두 손을 들어 올려 아무도 다가오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잔뜩 기뻐하는 이들을 멈춰 세우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그래도 그들은 곧 내 요청을 받아들였다.
{“…….”}
{“…….”}
침묵이 내려앉은 알리안츠 아레나의 피치 위에서, 나는 들어 올렸던 두 손을 하나로 모았다.
다시 한번 그들을 상처입힌 것과 이런 식으로밖에 할 수 없었던 바보 같은 나를 용서해 달라는 사과였다.
부디 내 얼굴이 그리 엉망이 아니길.
그렇지만 내가 느끼기에도, 얼굴은 이미 잔뜩 일그러져 있었다.
***
삑-! 삐?익! 삐—익!!
.
.
.경기 결과(G. Stage Game 6)
바이에른 뮌헨 1 : 1 아틀레티코
[골] 김다온 : 후반 39분김다온 ? 94분 출전(1골/평점 8.4)
MoM :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1골/평점 8.6)
.
.
경기 종료를 알리는 주심의 휘슬이 울려 퍼진 순간, 알리안츠 아레나에는 진한 아쉬움이 묻어나는 탄식과 선수들을 향한 박수가 교차했다.
눈앞에서 승리를 놓쳐 버린 바이에른 뮌헨의 관계자들 역시,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고개를 푹 숙인 김다온이 천천히 걸어 경기장을 떠나고, 이후 남은 선수들 역시 뒤를 따르면서 뜨거웠던 피치는 조금씩 그 온도를 떨어트리기 시작한다.
7만 석이 가득 찼던 관중석 역시 빠르게 자리를 비워 갔고, 어느새 안에는 청소를 시작한 인부들만이 남았다.
그리고 그마저도 거의 끝나갈 무렵, 팀의 배려를 받은 한 남자가 홀로 피치를 찾는다.
“들어가도 되나요?”
“응? 너, 너는?”
“오랜만이에요, 한스.”
청소 인부들을 총괄하는 한스 벨러(Hans Weller)는 눈앞의 사내에겐 좋은 생각밖에 없었다.
최근 많은 일이 있었다지만, 자신에게 있어서 가장 고마운 사람을 미워하게 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축구가 아닌, 삶 속에서 맺어진 관계이기 때문이었다.
“정말, 뮌헨을 떠날 셈인가?”
“하하. 그건 답하기 곤란해요.”
“……그렇군. 당연히 그렇겠지.”
“미안해요.”
“아닐세. 자네는 늘 내게 있어 고마운 사람이야. 그리고 특별히 나를 상처 준 것도 아니지 않나? 들어가게.”
“당케.”
무척 슬퍼 보이는 얼굴을 바라보던 한스 벨러는, 천천히 걷고 있는 사내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조명 일부만이 켜져 있는 알리안츠 아레나 속, 피치를 밟은 이가 가장 먼저 한 행동은 몸을 숙이는 일이었다. 그는 손을 뻗어, 잔디를 만지고 있었다.
어두웠던 탓에 표정은 전혀 보이지 않았지만, 한스 벨러는 틀림없이 그가 울상일 거라고 생각했다.
‘복잡하군.’
자신은 죽었다 깨어나도, 알 수 없는 세계.
하지만 그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 또한.
‘평범한 인간이란 건가?’
늘 인간적이었던 이의 모습을 떠올리던 그는, 너무나도 당연한 생각을 했다는 것에 머쓱해하며 머리를 긁적였다.
“그럼 잠깐, 혼자 둘까?”
미소와 함께 몸을 돌린 한스 벨러가 허리춤에 꽂힌 무전기를 집어 든다.
치?익
“10분만 쉬지.”
***
물을 머금은 잔디의 내음과 크로아티아에서 보았던 오로라처럼 느껴지는 조명 아래에서, 난 걷다가 멈추기를 계속해서 반복하고 있었다.
오늘이 내가, 바이에른 뮌헨 소속으로 뛰게 되는 마지막 알리안츠 아레나 경기이기 때문이다.
“후우~”
경기가 끝난 직후, 에이전트의 자격으로 대기실에 입장해 있던 요나스가 어떠한 사실을 내게 알려 왔다.
그것은 바로 바이에른 뮌헨과 맨체스터 시티가 협상을 끝마쳤으며, 두 시간 전에 전달된 문서를 UEFA가 승인함으로써 이적 협상이 끝났다는 것이었다.
공식발표는 뮌헨의 전반기가 끝난 바로 다음 날인 22일에 있을 예정인데, 일단 내일 아틀레티코에도 에이전시가 내용을 알릴 것이다.
아틀레티코는 임대 복귀 조항을 염려할 건데, 시즌 도중 맨체스터 시티로 향할 일은 없을 거다.
애초에 시티와 협상할 때부터, 중간에 EPL로 가지 않겠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이제, 가자.’
청소가 거의 끝나가는 것을 확인하며, 난 이제 사람들을 괴롭히는 걸 관두기로 한다.
지금 이것만 해도, 충분히 민폐를 끼쳤다.
내가 떠나는 것을 확인한 한스 빌러가 가까이 다가왔고, 사이드 라인으로 걸음을 옮기는 사이 알리안츠 아레나의 조명은 조금씩 어두워졌다.
“이제, 충분한가?”
“네, 한스. 정말 감사해요.”
“별말을. 이거나 받게.”
“?”
2년 전 겨울, 뮌헨의 터줏대감 중 한 명인 한스 빌러가 느닷없이 사직서를 제출했던 적이 있었다.
당시에 나는 빌러를 몰랐었지만, 그건 클럽하우스에서 큰 화제를 불러 모았다. 어디를 가든 스태프들은 빌러의 이야기뿐이었고, 결국 난 궁금증을 이기지 못해 질문을 던졌었다.
[“대체 무슨 일이죠?”]라고.
알고 보니 빌러에겐 낭포성 섬유증(Crystic Fibrosis)을 갖고 태어난 아들이 있었고, 갑작스레 상태가 나빠져 일을 관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몇 년 전 아내를 교통사고로 잃으면서, 아들을 돌봐 줄 수 있는 사람이 자신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또 그가 바이에른 뮌헨의 관리 스태프 중에서 가장 사랑받는 남자라는 사실도 알게 됐다.
그래서 그건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니까.
[“병원이 어디예요?”]독일의 의료보험은 굉장히 훌륭한 수준이고, 특히 NHI로 불리는 국민건강보험은 많은 독일인이 저렴한 금액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돕고 있었다.
하지만, 유전질환은 약간 사각지대다.
바이에른 뮌헨에 소속된 직원으로서 공보험(GKV)에 가입되어 있던 한스 빌러는, 상태를 완화하는 데 쓰이는 약물은 지원을 받을 수 없었다.
이따금 볼파르트 박사님이 약물을 구해와 직접 주사를 놔주기도 했지만, 말 그대로 가끔이었다.
게다가 당시는 볼파르트 클리닉과 펩 사이의 불화가 깊어지던 때라, 클리닉의 도움을 받기도 어려웠던 것 같다.
그래서 난 빌러의 아들이 입원해 있는 병원에 전화를 걸어, 입원과 치료에 필요한 모든 금액을 지불하겠다고 말을 했다. 그리고 대신 돌봐 줄 간병인 역시도 고용했다.
처음엔 아무도 모르게 하려고 했지만, 입이 가벼웠던 의사 하나가 참지 못하고 전부를 털어놓았다.
바로 다음 날, 주차장에 차를 대어두고 내리던 나는 한스 빌러의 격한 포옹을 받게 되었다.
“우리 아들이 만든 거야.”
“랄프가요?”
“그래. 그 일이 있고 사람들이 자네를 욕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말이야. 방에서 잘 나오려고 하지 않아 걱정되어 들어갔더니, 몰래 이걸 만들고 있더군.”
한스 빌러가 내게 준 것은 작은 털 인형이 달린 열쇠고리였다. CF 탓에 폐가 좋지 않았던 랄프는 다른 소년들처럼 마음껏 뛰어다니기 힘들었다.
하지만 손재주는 좋아서 항상 뭔가를 만드는 일을 하곤 했는데, 지금 내 손에 쥐어진 것도 당장 팔아도 될 만큼 완성도가 높았다.
잔뜩 감정적으로 되어 있던 난, 시야가 약간 뿌옇게 변하는 것을 보았다.
“사람들이 자네가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 모른다고 했네. 사실, 어떻게 이걸 줘야 하나 고민했는데 말이야.”
“……고마워요, 한스. 진짜 고마워요.”
“허허-! 고맙긴! 나와 아들 녀석이 평생 자네에게 고마워해야지. 자네 덕분에 여전히 이곳에서 돈을 벌 수 있었고, 또 앞으로 자네가 치료를 도와주기로 했지 않나.”
현재 스위스 취리히 대학의 생화학자들이 CF의 치료제 개발에 박차를 올리고 있다.
염화이온 단백질이란 녀석의 구조를 완전히 분석하게 되면, 몇 년 안에 치료제를 만들 수 있을 거랬다. 그리고 그전에도, 좀 더 효과가 있는 약을 제공할 수 있고 말이다.
나는 당시 치료 비용을 후원하며, 거기에 관한 부분까지도 한스에게 약속했었다.
그에겐 큰 비용이 드는 일이었지만, 돈이라는 건 늘 상대적인 개념이니까 말이다.
내겐 그리 부담되는 금액은 아니었다.
“어디를 가든. 우리 부자는 자네를 응원하네.”
“네.”
목이 메어, 대답이 제대로 잘 나오지 않는다.
대신 억지로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젠장.
또 얼굴이 엉망이겠네.
“정말 고맙네. 정말 고마워.”
지금 한스가 내게 해 준 말은, 오히려 내가 이곳 뮌헨의 사람들에게 하고 싶었던 말이었다.
***
[NO CELEBRATION. – ESPN(미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