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7)
7화
맹세하건대, 난 지금까지도 그렇게 볼을 차는 15살을 보지 못했다. 리오넬 메시의 15살 시즌이라고 해도, 다온이 데뷔경기에서 보여준 장면을 연출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 테디 스코브가드 Via 김다온의 데뷔경기를 회고하며.
(테디 스코브가드)
-음······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토르키 비스트)
-프리킥을 차려는 것처럼 보이는데요.
(테디 스코브가드)
-그러지 말자고요, 토르키. 저도 당연히 압니다. 제 말은, 지금의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거죠. 지금은 승점 하나를 가져올 좋은 기회입니다. 하지만 그 일을 오늘 데뷔전을 치르는 선수. 그것도 15살의 꼬맹이에게 맡기겠다는 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겁니다.
*
[괜찮아?]괜찮으냐고? 그야 당연히.
“아뇨. 떨려서 죽을 것 같아요.”
[······?] [괜찮다고 말했어요, 니콜라이.] [좋아. 전에 네 슈팅을 기억하고 있지. 지금 그때와 똑같은 것을 만들 수만 있다면······ 너는 그 즉시 영웅이 되는 거야.]“······???”
대체 몇 번이나 말을 해야, 사람들이 내가 알아듣고 말할 수 있는 범위를 이해할는지 모르겠다.
지금은 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그리고 이건, 진지한 얼굴로 어깨를 두드린 니콜라이 스톡홀름에게 하는 말이었다.
“하아- 죽겠네, 진짜.”
이건 나 자신에게 하는 말.
여러모로, 감독님이 원망스러운 순간이다.
오늘 명단에 오른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런데······.
“날려 버리면 욕은 확실히 거하게 얻어먹겠네.”
팀의 승점 1점이 달린 결정적인 임무라니.
이거 해도 해도 너무한 거 아냐?
“후우—.”
하지만 지금의 상황에서 도피할 탈출구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축구선수로서, 감독이 내린 명령은 절대적인 것이다.
여기 애들은 그러지 않지만, 이게 내가 지금까지 축구를 하며 배워온 것의 절반이다.
“쓰읍- 퉷!”
습관적으로 침을 뱉으며 거리를 잰다.
대충 18미터 정도 될 것 같다.
페널티 라인 바로 밖이다.
벽을 선 오덴스의 선수들은 내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
저 시선들을 대충 해석하자면, 절반은 넌 뭐야? 그리고 남은 절반은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였다.
나도 당황스러워 이 자식들아.
······후우- 안 되지.
‘포커페이스. 포커페이스.’
노홍철이 집중하는 것처럼, 난 오른손을 눈앞에서 오므렸다가 폈다가 하며 집중력을 끌어 올렸다.
그러고 나서 앞을 다시 바라보니, 아까보다 훨씬 더 나았다.
그나저나, 왜 이렇게 오래 걸리는 거야?
상황은 이해하지만, 날 새겠네.
오덴스의 선수들은 주심. 그리고 골키퍼 사이에서 이리저리로 움직이기를 반복했다.
한참이 지나서야 라인이 갖춰지고, 준비를 시작하려는 찰나 다시 경기가 멈췄다.
“아- 또 뭐야, 진짜.”
이번에는 아군인 니콜라이가 오덴스의 선수들이 앞으로 걸어 나오고 있는 부분을 지적했다.
다시 주심이 라인을 정돈하고, 이번에는 정말로 프리킥을 찰 시간이 되었다.
축구공을 바라보며 디딤발을 놓을 위치를 가늠한다.
그런 뒤엔 오른발을 크게 뒤로 놓으며 거리를 쟀다.
하나, 둘, 셋.
나는 꽤 멀리까지 물러났고, 이런 나를 바라보는 오덴스 선수들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
너나 할 것 없이 한쪽 입꼬리가 올라간 게, 비웃는 것이 분명했다.
오냐, 그래.
어디 한 번 더해 봐.
“후우우우—.”
마지막으로 호흡을 정돈하며, 공을 찰 지점을 주시한다.
정말 저곳으로 공을 보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최대한 노력해 보려고 한다.
확률은 얼마나 되려나?
솔직히 잘 모르겠다.
삐—-익!
주심의 호각소리가 들려오고, 축구공을 뚫어지라 노려보던 나는 제자리 달리기를 하다 앞으로 나아갔다.
머릿속으로 이미지는 전부 그려두었으니, 제대로 된 지점에 발을 가져가는 것에만 집중하려고 한다.
지난 3개월 동안, 난 매우 독특한 경험을 했다.
한국에서는 접해 보지 못한 훈련에서부터 시작하여, 모자란 부분을 보완하기보단 장점을 더욱 극대화하려는 특이한 코치들에게서 축구를 배웠다.
그렇다고 하여 단점을 아예 무시해 버린 것은 아니다.
방식이 조금 다르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관점이 다르다고 할까?
코치들은 나의 장점으로 가릴 수 있는 단점들에는 굳이 손을 대려고 하지 않았다.
그것들은 축구를 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저절로 깨달을 수 있을 거라고만 했다.
반대로 그분들은 내가 누구인지. 또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궁금해했고, 그 재능을 키워주려고 했다.
이러한 과정들을 통해, 난 자신감을 얻었다.
아주 조금뿐이지만, 약간은 달라졌다.
마지막으로 내디딘 디딤발이 머릿속으로 그려두었던 지점에 정확히 놓이는 것을 바라보며, 난 참아왔던 숨을 터뜨렸다.
“푸—우!”
어떠한 사람들은 강하게 축구공을 찰 때, 발등에서 묵직한 감각이 느껴진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제대로 걸리게 되면, 느껴지는 거라곤 아주 작은 저항이 전부다.
마치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발만 휘두른 것처럼, 제대로 임팩트가 되었을 때 나의 발은 일정한 궤적으로 움직인다.
바로 지금처럼.
살짝 떠오른 몸을 오른발로 먼저 디뎌 착지했을 때, 나는 움찔하며 몸을 뒤트는 오덴스의 선수들을 보았다.
그리고 그 뒤엔······.
*
(테디 스코브가드)
-······키이이이이이이이임-!!! 번뜩였습니다! 놀랍습니다!! 그리고 환상적입니다!!! 빛처럼 날아간 축구공이 오덴스 진영의 그물을 뒤흔듭니다!
(토르키 비스트)
-골키퍼는 전혀 반응도 하지 못했다고요, 테디! 그만큼 굉장한 슈팅이었습니다!
(테디 스코브가드)
-대니쉬 수페르리가에 새로운 별이 떠오르는 듯합니다! 그 이름은 다온-킴! 한국에서 온 15살의 소년이 우리에게 충격적인 경험을 선사하는군요!
*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90분 내내 어디에 있는지도 보이지 않았던 가족들이, 셀레브레이션을 위해 달려나간 순간 눈에 딱 들어왔다.
[우와아아악-! 이 빌어먹을 녀석아!] [이런 개새끼! 너 뭐야! 앙?!]비록 몇 걸음 가지 못하고 동료들에 의해 저지되어 땅바닥에 엎어지긴 했지만, 간신히 압사의 위기를 벗어난 나는 가족이 앉은 곳을 바라보았다.
그러곤 손바닥으로 크게 가슴을 두들겼다.
저들은 나의 모든 것이다.
언제까지나, 틀림없이 그럴 거다.
아버지는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연신 손뼉을 치고 계셨다.
그리고 그 곁의 엄마와 누나는 서로를 끌어안은 채 제 자리에서 폴짝폴짝 뛰고 있었다.
이후 눈가로 손을 가져가는 거로 봐선, 셋 다 눈물을 흘렸던 게 아닌가 싶다.
나도 조금 시큰하긴 하다.
이런 엄청난 기분이라니.
삑-! 삑-! 삐이-익!
이렇다 할 수비를 할 틈도 없이, 오늘의 경기가 끝났다.
결과는 2 : 2 동점.
우리는 홈그라운드에서, 강팀 오덴스를 상대로 귀중한 승점 1점을 챙겼다.
[이봐, 꼬마야]“응?”
꼬마라는 말에 반사적으로 반응을 한 건, 알다시피 요즘 내가 항상 그렇게 불리기 때문이었다.
뒤를 돌아보자, 오덴스의 유니폼을 입은 선수가 보였다.
그는 내게, 유니폼 교환을 제안했다.
[난 땀에 젖은 거고, 넌 새것이지만. 어때? 아까 슈팅은 정말로 놀라웠어. 몇 살이지?]“오-! Fifteen Years Old.”
열다섯이라는 나의 대답에, 루릭 기슬라손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곧이어 고개를 가로저은 그가 내 어깨에 손을 얹어왔고, 몸을 살짝 숙여 날 똑바로 바라봤다.
그러면서 말하길······.
***
·경기결과
F.C 노르셸란 2 : 2 오덴스 BK
***
셸란, 덴마크. 스네르바이 7, 3500 배얼래쇠(Sjælland, Denmark. Snerlevej 7, 3500 Værløse).
“말했잖아요! 진짜 그랬다니까요? 제 눈을 똑바로 바라보면서, 어이 꼬마야! 잘 먹고. 잘 자고. 그리고 훈련을 게을리하지 마. 그럼 넌 틀림없이, 훌륭한 선수가 될 테니까.”
“어이구-! 우리 아드으으을!”
나를 끌어안으며 자랑스러워하는 엄마의 품에 안겨, 벌써 몇 번씩이나 했던 이야기를 계속하여 반복했다.
아이슬란드의 국가대표이기도 한 루릭 기슬라손은 유니폼을 교환한 뒤에 휘파람을 불며 사라졌다.
경기가 끝나니 무척 상냥한 사람이었다.
경기 때는 완전 싸움닭이었는데.
“아-! 배부르다! 이거 삼겹살 어디에서 구했어요?”
“어디에서 구하긴. 엄마가 그렇게 달라고 했지. 여기 삼겹살 무지하게 싸더라. 한국에서 먹던 가격의 절반밖에 안 해. 다른 부위는 훨씬 더 비싼데, 삼겹살은 싸.”
“여기 애들은 기름진 걸 안 좋아하니까.”
“응 그런 것 같아.”
“어-! 설거지 도와드려요?”
“아니. 어떻게 우리 아들을 집에서 일을 시켜? 안 그래? 여보-! 어서 식탁 좀 정리해.”
엄마와 아빠가 사이좋게 설거지를 하시는 동안, 의자에 앉아 배를 두드리던 나는 누나를 바라봤다.
“누나.”
“왜?”
“제철이 형한테 너무 쌀쌀맞게 굴지 마.”
“신경 꺼. 누나가 알아서 할 거니까.”
“형이 누나 좋아해.”
“응. 나도 알아.”
“······.”
누나의 말처럼 신경 쓰지 않는 편이 좋을 것 같아, 난 방에 들어가기로 결정을 내렸다.
지금 난 몹시도 피곤하다.
시합을 뛴 시간은 고작 2분밖에 안 됐는데, 종료휘슬이 울린 뒤에 벌어진 일들이 내 기력을 쏙 빼앗아 갔기 때문이다.
인터뷰. 인터뷰. 또 인터뷰.
내 생에 지금껏 그렇게 많은 질문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
“아–! 조오오오타-!”
방에는 구단이 직접 선물해 준 침대가 놓여 있다.
잠을 잘 자는 것이 훈련만큼 중요하기 때문에, 유망주들에게는 직접 침대를 골라 선물하는 게 전통이라고 했다.
한국에서 축구를 하며 겪었던 전통이라고 해봐야. 어떻게 해야 후배를 더 괴롭힐까에 관한 것들뿐이었다.
솔직히 좋은 기억만 있지는 않다.
그런 것들은 분명 싫은 경험이었고 또 없어져야 할 관습이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도 하나의 추억이다.
그런 것 때문에 한국이 싫다거나, 한국에서 보낸 시간이 원망스럽진 않다.
오히려 나는 지금 그곳이 그리웠다.
덴마크도 좋긴 하지만······.
‘다들······ 보고 싶어.’
난 지금 약간 향수병에 걸려 있다.
매일 같이 친구들과 찾았던 PC방.
그래 봤자 돈이 없어 한 시간 정도만 하는 게 전부였지만, 그 한 시간이 정말 재미있었다.
어떨 때에는 친구들이 대신 돈을 내줬다.
또 가끔 친구들에게 떡볶이라든가 김밥천국의 음식들을 얻어먹기도 했었지.
‘······기다려 얘들아.’
언젠가 꼭 축구로 성공해서, 김밥천국에서 원하는 메뉴를 전부 다 먹게 해줄게.
그때가 되면 스테이크 같은 것도 마음껏 먹을 수 있지 않으려나?
한국에서 먹는 스테이크 가격은 얼마더라?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다.
“하아- 잠이나 자자.”
생각하면 할수록 괜히 더 그리워진다는 것을 잘 알았기에, 난 몰려오는 잠에 빠져들기로 결정을 내렸다.
잘자, 친구들아.
아니.
거긴 아침이려나?
한국과 덴마크 사이의 먼 거리는.
낮과 밤을 바꿔놓을 만큼이었다.
부디, 모두 좋은 꿈 꾸길.
***
[파룸 파크에 나타난 15살의 동양인을 주목하라! 지난여름 F.C 노르셸란이 영입한 대한민국의 15살짜리 풀백이 오덴스에게 치명적인 한 방을 날렸다. – danishfoot.com]? 이런 맙소사. 15살이라고? 꼬맹이한테 한 방 먹은 거?
? 나이랑 키는 꼬맹이지만, 실력은 꼬맹이가 아니었어.
? 난 현장에 있었고, 진짜 그 슈팅은 굉장했어.
ㅋ? 동의해. 마치 빨랫줄 같았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