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703)
702화 Una semana en Manchester (5)
[오피셜이 뜨기 전까지 김다온의 합류 사실을 몰랐던 맨체스터 시티의 선수들 ? 가디언(잉글랜드)/2016.12.23.(오전)]? 일카이 귄도안, “어쩌면 그가 이곳으로 올 수도 있다고는 생각했다. 하지만 이렇게 빠르게 일이 처리될 줄은 몰랐다.”
? 니콜라스 오타멘디, “인터넷으로 기사를 보는데, 처음엔 거짓말이라고 생각했다. 말도 안 돼. 이거 어디에서 적은 헛소리야? 그런데, BBC? 깜짝 놀라서 머리를 감싸 쥐었다. 왜냐하면 우리는 정말 그 소식을 몰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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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이적료가 김다온과 클럽에 모두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을 것이라 말하는 칼둔 알 무바라크. – 데일리 미러(잉글랜드)/2016.12.23.(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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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온의 영입이 맨체스터 시티에 있어 신의 한 수였다는 케빈 더브라위너. – 맨체스터 이브닝(잉글랜드)/2016.12.22.(오전)]? 케빈 더브라위너, “다온은 그 자체로도 세계 최고의 선수지만, 어떠한 클럽보다 우리에게 잘 맞는 퍼즐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의 경기 방식과 속도를 사랑하며, 우리가 무척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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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펩 과르디올라, “다온의 영입은 이 클럽이 추구하는 바를 잘 나타내고 있다. 우리는 빅이어 그리고 더 나아가 트레블까지 바라보는 클럽으로 성장하고 있다.” – BBC(잉글랜드)/2016.12.22.(오전)]***
2016년 12월 22일. 맨체스터 M3 7NH, 잉글랜드. 16 채플 스트리트. 시티스위트 아파트호텔.
시티가 잡아 준 래디슨 블루의 스위트 룸과 서비스 덕분에, 어제는 꽤 뜨거운 밤을 보냈다. 그리고 오늘, 아영이와 나는 집이 들어설 땅을 살피고 이런저런 대화들을 나눴다.
그러니까, 건물의 외형이라든가 침실과 욕실 등의 개수를 업자와 함께 정한 것이다.
공사 총책임자의 말에 따르면, 연말 휴가가 끝난 내년 1월 3일부터 시작해 약 6개월 동안 공사에 들어갈 것이라고 했다.
“방은 일곱 개예요.”
“흐음- 나쁘지 않군.”
“네. 욕실은 다섯 개고, 3층으로 짓기로 했죠. 2층이 생활공간이 될 것 같아요. 3층은 침실이고, 1층에 손님 방이라든가 이런저런 것들을 갖추기로 했어요.”
“좋은 생각이야.”
“네.”
고개를 끄덕이며 와인을 끄덕인 펩이 이제 조금은 실감이 나는지를 물었다.
“되도록 그건 생각 안 하려고요.”
“응? 왜 그렇지?”
“이곳에 합류하려면 아직 6개월이나 남았으니까요. 제게 월급을 주는 곳도 아틀레티코고요. 벌써 이 공기에 취했다간, 스페인에서 열심히 뛰지 못할 것 같아요.”
“하하하. 자네다워.”
“그래도.”
“응?”
“도시의 분위기는 나쁘지 않더라고요.”
이동하는 동안 차창 밖으로 조금 본 것뿐이지만, 맨체스터 시내 곳곳은 크리스마스 분위기에 한껏 취해 있었다.
인도를 따라 늘어선 상점가엔 크리스마스 장식이 걸려 있었고, 두꺼운 옷을 입고 걸어 다니는 사람들의 얼굴에서도 그것이 잘 느껴졌다.
“시청에 명물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아- 대형 산타클로스 말이로군.”
“네. 가서 보고 싶지만, 그럴 기회는 없겠죠.”
“하하.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대신 아내와 아이들은 보고 오라고 했지.”
맨체스터의 크리스마스는 야시장과 아이스링크로도 요약이 가능하다. 그만큼 이곳에 많은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리고, 아이스링크는 데이트의 성지다.
한 번쯤 그곳을 찾아 평범한 하루를 보내 보고도 싶지만,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기에 미련을 갖지 않으려고 한다.
대신 언젠가 가족이나 처가 식구를 맨체스터로 초대해, 아영이라도 그것을 즐기게 해 주고 싶다.
“앞으로의 일정은 어떻게 되지?”
“최대한 조용히 있어야죠. 그래도 유명한 관광지는 가 보려고 해요. 계속해서 공사도 신경 써야 하고요.”
“그렇군. 클럽하우스로는 오지 않을 건가?”
“네. 가지 않는 이유는 같아요.”
“이해하겠네.”
사람들이 내심 선수단을 만나 보길 원하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나는 그것 역시 다음으로 미루고자 했다.
잘하면 맨체스터 시티와 챔피언스리그에서 맞붙을 수도 있는데, 굳이 친분을 쌓아 불편함을 떠안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소셜네트워크라면 팔로우를 받아들이고 있다.
오늘 오전만 해도, 오피셜이 뜨자마자 귄도안/놀리토/더브라위너/리로이 자네와 같은 이들이 팔로우를 걸어왔다.
이번 겨울 이적시장에서 합류할 예정인 가브리에우 제주스 역시, 한 시간 전에 팔로우를 요청해 왔다.
“그나저나.”
“응?”
“많이 힘들어 보이던데, 괜찮으세요?”
“… 파핫-!”
뜻밖의 질문이었던 것인지, 잠깐 나를 멀뚱히 바라보던 펩이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스페인에 머무는 동안, 난 틈틈이 맨체스터 시티와 관련된 뉴스들을 찾아봤다.
“이런, 이런. 이거 무척 부끄럽군.”
“그럴 필요가 있나요.”
현재까지 맨체스터 시티가 PL에서 보여 주고 있는 축구는 내가 아는 펩의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초반 연승을 달리는 기간에는 특유의 4-1-4-1이 잘 작동하는 듯했으나, 10월 토트넘 원정에서 0:2로 패배하면서 뭔가가 삐걱대기 시작했다.
점유율은 어떻게든 가져가고 있었지만 성과가 부족했고, 급기야 캄노우 원정에서 0:4의 참패를 떠안기도 했다.
물론 바로 이어진 11월 1일 경기에서는 3:1 승리를 거두며 복수에 성공하긴 했지만, 리그에서는 3연속 무승부를 거두고 상위권 팀에게는 연이어 패배하고 있었다.
뱅상 콤파니라는 수비의 핵이 부상으로 빠진 것을 핑계로 삼아 볼 수도 있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경기력이 너무 나빴다.
“처음부터 각오한 일이었긴 했네.”
“네. 전에도 그렇게 말했었죠.”
“그래. 처음부터 팀을 만드는데 3년 정도 걸릴 거라고 예상했었지.”
“… 그런데요?”
“응?”
“뭔가 뒤에 할 말이 남은 것 같아서요.”
“하하하. 거기까지 아는 건가?”
다시 한번 웃음을 터뜨린 펩이 내 어깨를 두드려 오고, 조금 남은 와인을 마저 입 안에 털어넣은 나는 술을 조금 더 따라 줄 것을 부탁했다.
어느새 비어 버린 병을 확인한 펩이 술을 하나 더 가지러 테라스 안으로 들어서고, 난 입고 있는 외투의 지퍼를 잠그며 아파트 주변의 풍경을 바라봤다.
번쩍번쩍한 스카이라인 대신, 그에 한참 못 미치는 높이의 건물이 아기자기한 느낌을 전해 주고 있다.
그리고 이 건물도 뭔가 한국의 아파트 같다.
그 때문일까?
자꾸 익숙한 기분이 든다.
마드리드보다 월등히 추운 날씨 또한, 독일이나 스페인이 아닌 한국의 겨울을 떠올리게 한다.
“하아~”
겨울엔 어째서 이렇게 입김을 불어 보는 걸까?
거기까지는 잘 모르겠다.
드르륵-
“이번에도 좋은 녀석을 가져왔지.”
“같은 쉬라즈인가요?”
“그래. 계속 이어나가는 건 중요하니까.”
“그거 괜찮네요.”
코르크를 열기 시작한 펩이 어디까지 이야기했는지를 물어왔다.
“팀을 만드는 데 3년 정도 걸릴 거라고요.”
“아, 그랬지.”
잠깐 대화가 멈춘 사이, 조금 열어 둔 문의 틈 사이로 따뜻한 실내에 있는 여성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아영이와 크리스티나가 함께 있으면, 늘 보는 모습이다.
내가 펩을 생각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아영이 역시 크리스티나를 스승으로 생각하고 있다.
연예인을 관두고 다양한 선택 앞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던 자신을 이끌어 주었으니 무리도 아니긴 하다.
뽕-
“잔을 들게. 술을 따라 주지.”
“그거 아세요?”
“?”
“이 추위 때문에 취하지 않는다는 거. 제게 그건 정말 좋은 것 같아요.”
“하핫-! 쫓겨나지 않은 게 어딘가?”
“저 두 사람이 그럴 리 없죠.”
“그럼. 그렇고말고.”
병을 기울인 펩이 잔을 채워 주고, 건배 후 술을 머금고 감상평을 나눈 뒤에야 비로소 멈췄던 대화를 이어 간다.
“일단, 먼저 묻지.”
“얼마든지요.”
“어떻던가? 그러니까, 맨체스터 시티 말이야. 만약 자네가 내일 당장부터 이 클럽의 단장이 된다면, 어디에서부터 뜯어고치고 싶나?”
“음… 전부 다요?”
“큭큭큭큭.”
농담이라는 것을 알았던 펩이 웃는 동안, 나는 솔직한 감상을 털어놓기로 했다.
“만약 제가 단장이라면, 쓸 만한 놈은 여섯 명뿐이라고 말했을 거예요.”
“여섯? 누구지?”
뱅상 콤파니/페르난두 헤지스/케빈 더브라위너/다비스 실바/페르난지뉴/니콜라 오타멘디.
맨체스터 시티가 정말로 빅이어와 지속 가능한 성공을 원한다면, 저 여섯을 제외한 전부를 내보내야 한다. 그리고 그들이 떠난 자리에 우수한 자원을 채워야 할 것이다.
일단, 골키퍼.
“대체 무슨 생각이었어요?”
“… 그렇게 형편없던가?”
“지금 말이라고 해요? 저는 늘 최고의 골키퍼와 함께했다고요. 모라에스, 노이어, 오블락. 어때요?”
“…”
현재 맨시티의 주전 골키퍼 장갑은 FC 바르셀로나 출신의 클라우디오 브라보(Claudio Bravo)가 맡고 있다.
펩이 가장 필요로 하는 ‘후방빌드업에 참여할 수 있는 발기술을 갖춘 골키퍼’라는 게 영입의 이유였다.
하지만 클라우디오 브라보는 PL의 템포를 전혀 쫓아가지 못했다. 여기에 맨체스터 시티의 처참한 포백 수비가 더해지면서, 그는 현재 최악의 키퍼로 평가받고 있었다.
세이브 확률이 40%도 채 되지 않았는데, 참고로 19위인 우카시 파비안스키가 50%대 후반이다.
다만, 이 모든 걸 그의 탓이라고만 할 수는 없다.
“딱 잘라 말해, 현재의 맨시티로는 당신이 바라는 빌드업의 반의반도 할 수 없어요. 이놈이고 저놈이고, 하프 스페이스가 뭔지도 모르는 것 같더라니까요?”
클라우디오 브라보는 분명 FC 바르셀로나에서는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그렇다면 당연히 맨시티와의 차이를 고려해야 할 건데, 루이스 엔리케는 빌드업의 라인이 높다.
골키퍼를 가담시키는 대신 세르지오 부스케츠에게 후방빌드업의 임무를 주어, 클라우디오 브라보가 골라인 주변을 벗어나지 않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맨시티에서 브라보는 노이어처럼 움직였는데, 능력이 거기에는 미치지 못하다 보니 플레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결국, 펩의 전술이 문제란 거다.
‘… 내가 이런 말을 하다니.’
펩을 슬프게 하려는 의도는 없었지만, 나는 이야기를 계속해서 이어 갈 수밖에 없었다.
PL 중위권에서도 주전을 차지하기 힘든 수준의 양쪽 풀백이라든가, 더브라위너 빼면 볼 것 없는 중원, 그리고 개인 욕심만 부리고 있는 공격수들을 말했다.
그리고 모든 이야기가 끝났을 때, 미안함이 저 멀리에서 밀려오기 시작했다.
너무 과했던 건 아니었을까?
선을 지켜야 했는데 말이다.
“다행이로군.”
“네?”
“내가 보고 있는 것과 같아. 브라보에 관한 부분은 포백이 개선되면 훨씬 나아질 거로 보네. 물론, 내년에 다시 골키퍼를 구하려고 하지만 말이야.”
지금까지는 내가 이야기를 했으니, 이제부터는 펩의 말을 들을 때였다.
“자네의 말이 옳아. 대부분이 그렇네.”
펩은, 현재 겪는 전술적 고충을 말했다.
“선수들이 내 전술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 그리고 리그. PL은 늘 감독에겐 어려웠네. 왜냐하면 특정한 의지가 발현되려면 시간이 필요한데, PL의 템포가 그것이 가능하도록 허락하지 않거든.”
“빠른가요?”
“그래. 그것도 굉장히.”
“…”
지금까지 축구를 배워 오며, 내가 깨달은 하나의 사실은 전술이 항해와 비슷하다는 것이었다.
단, 엔진이 아닌 노를 젓는 항해다.
어떠한 전술과 의도가 피치에서 발현되기 위해서는, 피치에 선 11명의 노를 젓는 속도가 가장 중요하다. 한 명이라도 속도가 달라지면, 추진력이 크게 떨어져 버린다.
그렇기에 훈련이 필요한 거다.
실력을 더 기르기 위해서가 아니라, 감독이 요구하는 전술을 이해하고 동료와 속도를 맞춰야 하니 말이다.
순수한 축구선수로서의 실력은 훈련이 아닌, 실전 경기를 통해 성장한다.
“당신도 적응이 필요하군요.”
“하하. 적응이라기보다는 수정에 더 가깝지.”
“…”
고개를 돌려, 펩을 바라본다.
난 그가 슬퍼할 줄 알았다.
한데, 그게 아니었다.
“속상하지 않은 것 같네요.”
“경기에서 패배하면 속상하네. 그건 도저히 익숙해질 수 없으니까. 그렇지만, 수정해 나가는 과정이 속상한 거냐 묻는 거라면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싶군.”
“이유는요?”
“…”
침묵하는 펩을 보며, 난 기다리기로 했다.
보나 마나 할 말을 정리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기다림의 시간 동안, 나는 펩의 외로움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혼자서 말하는 것 같았겠어.’
생각해 보면, 이번 맨체스터 시티는 펩에게 있어 가장 혹독한 환경이었다. 아직 선수들을 잘 모르긴 하지만, 지금까지의 대화로 많은 걸 유추해 볼 수 있었다.
FC 바르셀로나 시절, 거기엔 늘 펩의 대화를 이해하는 두 명의 선수가 있었다.
차비 에르난데스.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그냥 그 자체로 전술인 리오넬 메시에겐, 딱히 펩의 이야기가 필요하지 않았을 거다. 그저 그를 중심으로 전술을 짜면 되었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바이에른 뮌헨에서는 필리프와 내가 있었다. 또 3년 차엔 베르나르두도 비로소, 펩이 요구하는 것들을 얼추 알아듣기 시작했다.
키미히 역시 똑똑한 녀석이라, 시간지 지나면 곧잘 이해했던 것도 같다.
축구가 삶의 거의 모든 것인 펩에게 있어, 훈련장에서 자기 생각을 공유한다는 건 중요한 일이었을 거다.
하나의 시즌을 보내는 일이란 절대로 쉽지 않기에, 그런 것들을 통해 자신이 올바로 팀을 이끌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지 않았을까?
떨어져 있던 몇 달 사이에, 나는 예전보다 조금 더 펩을 이해하게 된 것도 같았다.
“더 나아질 구석이 많이 남았더군.”
“네? 지금 뭐라고 했죠?”
갑자기 불쑥 튀어나온 펩의 이야기를 나는 제대로 듣지 못했다. 그래서 다시 물었는데, 멍하니 앞을 바라보던 펩은 친절하게도 처음부터 이야기해 주었다.
“더 나아질 구석이 많이 남았다고 말했네. 나는 늘 PL에서 감독 생활을 하길 원했지. 왜냐하면 여긴, 모든 게 온통 뒤죽박죽이기 때문이야.”
“모든 팀이 남은 모두에게 패배할 수 있다. 그건가요?”
“비슷해.”
EPL의 원조 격인 풋볼 리그는 100년도 훨씬 더 전인 1888년, 전 세계 최초의 프로리그로서 첫발을 내디뎠다.
그리고 원년 시즌, 현재는 하부리그의 클럽이 되어 버린 프레스턴 노스 엔드가 18승 4무로 무패 우승을 기록했다. 세계 최초의 프로리그 시즌에서, 한 번도 지지 않은 것이다.
이후 스페인, 포르투갈, 이탈리아, 네덜란드에서 무패 우승이 만들어지는 동안, 이곳 잉글랜드는 단 한 차례도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러던 2003/04 시즌 아스날 FC가 26승 12무로 우승하며 경이로운 기록을 만들어 냈고, 이것은 벵거의 평판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왜냐하면 PL은 항상, 1위가 가장 낮은 순위의 팀에 패할 확률이 가장 높은 리그로 평가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긴, 통제 불가능하다고 여겨진다.
“알렉스 퍼거슨이 위대한 이유가 바로 그것일세. 이 엉망진창인 리그에서, 유일하게 자신의 시대를 만들었기 때문이야. 그리고 그가, 우리를 있게 했지.”
“우리?”
“감독 말일세.”
현재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알렉스 퍼거슨이 만들었다고 해도 전혀 틀린 말이 아니었다.
퍼거슨의 부임 이전, 맨유는 우승권과는 거리가 먼 클럽이었고 경제력 역시 바닥을 기었다. 오죽하면 퍼거슨에게 줄 집도 구해 줄 수 없었을까?
게다가 선수단 중 다수가 술에 취해 경기에 뛰기도 하는 등. 주정뱅이 클럽이란 조롱을 받을 만큼 기강이 엉망이기도 했다.
하지만, 알렉스 퍼거슨은 자신의 어린 시절 꿈을 주었던 맨유를 선택했다.
10대 시절 보았던 위대한 선수들과 당시 큰 영광을 누리던 과거의 영광을 되찾고자, 당시로서는 흔치 않게 유스 시스템에 직접 손을 대었다.
구단주가 장기집권을 약속한 데다 경제적 사정도 나빴던지라, 직접 유망주를 키워 쓰기로 한 것이다.
자신이 원하는 철학과 비슷한 코치들이 유스팀에 투입되기 시작했고, 클럽의 모든 연령대 팀이 1군 팀과 같은 전술을 쓰게 만든 것도 퍼거슨이 최초였다.
그리고 이런 노력은 마침내 결실을 보아, 1991년 UEFA컵 위너스컵에서 FC 바르셀로나를 꺾고 맨유에 트로피를 안기는 결과로 이어졌다.
“퍼기는, 모든 축구 감독이 바라는 이상향일세.”
“…”
어느새, 펩은 완전히 자신의 이야기에 몰입되어 있었다. 그래서 난 굳이 그걸 방해 않고, 얌전히 이야기를 듣기로 했다.
“그는 단순히 리그를 지배한 게 아니라, 유럽 전체를 지배했어. 이건 유럽 대항전의 우승을 말하는 게 아닐세. 그가 현재의 PL을 있도록 만든 걸 말하려는 거야.”
1985년 5월 29일, 벨기에 브뤼셀 헤이젤의 스타드 루아 보두앵에서 리버풀의 훌리건들이 난동을 일으켰다.
당시 리버풀은 유러피언 컵 결승전에서 유벤투스를 만난 상황이었고, 악명 높은 울트라스를 보유했기로 유명한 두 팀의 팬들은 경기 시작부터 충돌했다.
서로에게 던지던 단단한 것들이 이내 철조망을 뛰어넘은 주먹 다툼으로 이어졌고, 흥분한 리버풀의 팬들은 울트라스뿐만 아니라 일반 유벤투스 팬들도 가격했다.
훌리건을 피해 도망치는 사람들이 출구가 있는 방향으로 모여들었고, 지어진 지 50년 이상 되었던 스타드 루아 보두앵은 그 무게를 견디지 못했다.
헤이젤 참사.
39명이 사망하고 600여 명이 다친 이 비극적인 사건은 리버풀이 감추고픈 부끄러운 역사이자, 잉글랜드 축구계를 나락으로 끌어내린 결정적인 사건이었다.
리버풀을 제외한 EPL의 모든 클럽이 UEFA로부터 5년간 국제대회 출전 금지 처분을 받았고, 사건의 주범인 리버풀은 7년 동안 유럽 대항전에 참가할 수 없게 되었다.
이는 곧 막대한 재정적인 손실과 경쟁력의 상실로 이어져, 뛰어난 선수들이 이탈리아 등지로 떠나는 결과를 초래했다.
사실 1990년대 초반 세리에 A가 독보적인 위용을 떨쳤던 것도, 기회를 엿보고 있던 이탈리아의 검은돈들이 EPL의 추락을 틈타 자금을 쏟아부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렇게 2년이 흘렀을 때, EPL은 은퇴를 앞둔 선수들이 경기 출전 기회와 연봉을 보고 도전하는 리그가 되어 버렸다.
징계 이전 UEFA 리그 랭킹 2위를 달리던 PL이 징계 기간이 끝날 무렵 29위로 추락한 것만 보더라도, 헤이젤 참사가 PL에 미친 영향을 알 수 있다.
한데, 알렉스 퍼거슨이 그 모든 것을 뒤엎어 버렸다.
결코 과장하려는 게 아니다.
정말로 그랬다.
퍼거슨이, 현재의 EPL 역시 만들었다.
“하지만 이젠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을 거야. 왜냐하면 세계가 너무 좁아졌고, 거의 모든 게 완성되었기 때문이지.”
“그게 슬픈가요?”
“글쎄. 경험해 볼 수 없어서 잘 모르겠군.”
“… 그거군요.”
“듣겠네.”
“그게 바로, 당신이 여기 맨시티로 온 이유에요.”
“바로 맞췄네.”
펩은 퍼거슨의 그림자와 싸우고 있었다.
죽을 때까지 알렉스 퍼거슨의 업적을 뛰어넘을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그의 연속된 성공을 뛰어넘는 걸 목표로 하고 있었던 거다.
그래서 수정(修整)해 나가는 과정이 힘들거나 슬프지 않았던 거고 말이다.
퍼기도 몇 년이나 지난 뒤에야 성공을 맛본 만큼, 펩 역시 몇 년의 실패를 감내하고 있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패배와 실패를 죽음보다 두려워하는 남자가 지는 걸 괜찮다고 말할 리 없다.
위대한 도전.
펩은 내가 그리고 있던 꿈보다 훨씬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었고, 또 그것을 위해 내가 필요했다.
“오늘 다 하기엔, 시간이 부족한 이야길세.”
“네. 그렇겠네요.”
이쯤에서 이야기를 중단하는 게 좋겠다는 펩의 권유를 받아들이며, 난 먼저 안으로 들어간 그를 보내고 홀로 테라스에 남아 있었다.
여기. 그러니까, 맨체스터라는 도시는 내가 현재 머물고 있는 마드리드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마드리드보다 훨씬 더 지독한 숙취에 시달리고 있는 도시였다.
알렉스 퍼거슨이라는 희대의 인물이 일구어 낸 성공에 여전히 취해 있는 곳이라는 뜻이다.
‘내가 그걸 할 수 있을까?’
지속 가능한 성공을 늘 원해 왔음에도, 나는 그것을 말로 설명하기 어려워했다.
한데 이젠, 그 꿈이 구체적으로 다가왔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뛰어넘는 것.
그러니까, 퍼기를 뛰어넘는 것.
감독과 선수로서 누릴 수 있는 영광과 사람들에게 인식되는 종류는 전혀 다르지만, 나는 지금 펩의 꿈에 올라타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젠장. 들뜨지 않기로 했는데 말이야.’
내가 펩과 함께하고 싶었던 이유는 어쩌면, 스스로도 모르는 사이에 이런 야망을 느꼈기 때문일 수도 있는 것 같다.
왜 그런 것 있지 않은가?
위대한 군주와 그 군주가 지닌 꿈과 야심에 이끌린 원탁의 기사들 이야기 말이다.
“후우~ 아직은 아니야. 아직은.”
두근대기 시작한 마음을 진정시켰던 건, 한참 동안 들어오지 않는 내가 걱정된 아영이가 테라스로 나온 다음이었다.
지금 난, 마드리드에서 꿈을 예행연습 중이었다.
***
작가의 말 ? 아마 전에 퍼기가 축구의 역사를 바꾼 것에 의아해하셨던 독자님의 의문에 약간의 답은 되었을 겁니다.
제가 다온을 굳이 마드리드로 보낸 것.
레알의 영광을 빼앗으려는 아틀레티코.
맨유의 영광을 빼앗으려는 맨시티.
이런 비슷한 구조를 미리 보여 드리고 싶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