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705)
704화 One of a Kind
2017년 1월 7일. 20600 기푸스코아, 스페인. 에이바르, 이푸라 칼레아 2. 에스타디오 무니시팔 데 이푸루아(Estadio Municipal de Ipurua. Eibar, Ipura Kalea 2. 20600 Gipuzkoa, Spain).
.경기 시작 20분 전
에이바르 0 : 0 아틀레티코
&Match-Up`s Best Eleven(AT/상대팀)
&Tactics(AT/상대팀) : 4-4-2/4-2-3-1
GK ? 미겔 앙헬 모야 / GK ? 요엘 로드리게스
RB ? 후안프란 / RB ? 안데르 카파
CB ? 스테판 사비치 / CB ? 마우로 도스 산토스
CB ? 디에고 고딘 / CB ? 플로리앙 르죈
LB ? 김다온 / LB ? 안토니오 루나
RM ? 니콜라스 가이탄 / CM ? 다니 가르시아
CM ? 사울 니게스 / CM ? 프란 리코
CM ? 가비 / RAM ? 페드로 레온
LM ? 코케 / CAM ? 아드리안 곤잘레스
ST ? 앙투안 그리즈만 / LAM ? 이누이 타카시
ST ? 페르난도 토레스 / ST ? 세르지 엔리히
.
.
겨울 휴식기와 함께 휘몰아 닥쳤던 나의 이적 이야기도 얼추 끝을 맺었다. 여전히 말들이 있긴 하지만, 이제 더는 세간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일상으로의 복귀라고 할까.
나 역시 마찬가지다.
“기분은 어떤가?”
“좋아요. 뛸 준비가 됐어요.”
“멋지군. 잘 부탁하네.”
“네.”
내 어깨를 두드린 시메오네가 라커의 정중앙으로 움직이며, 이목을 집중시킨다. 오늘 우리가 앞둔 경기는 에이바르와의 라 리가 17라운드다.
이곳 에스타디오 무니시팔 데 이푸루아는 1947년에 지어진 곳으로, 수용인원이 단 7,083명밖에 되지 않는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8,164석이었지만, 시설이 노후되면서 안전 문제로 각 사방의 좌석 수를 줄였다. 이런 작은 경기장에서 뛰어 보는 건 굉장히 오랜만이다.
예전 포르투갈에서 살던 집 근처 이스토릴 프라이아의 홈구장이 8,000석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좋다-! 모두 주목-!!”
“…….”
“시작은 늘 중요하다! 우리가 환상적인 전반기를 보낸 만큼, 후반기의 시작도 좋아야 할 거다!! 상대는 눌러앉겠지! 그리고 우리에게 볼을 주려고 할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가 볼을 가졌을 때, 잘 플레이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니까!!”
디에고 시메오네의 펩 토크는 익히 알려진 성격만큼이나 전투적일 때가 많다.
그리고 그 수단은 주로 자극이 된다.
지금만 하더라도 시메오네는 에이바르가 들고나올 전술적 의도를 두고, 우리가 점유율을 높인 축구를 잘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는 말을 가지고 나왔다.
만약 펩이었다면 어땠을까?
‘상대는 내려앉는다. 박스 주변에 많은 수비를 둘 거야. 우리에겐 좋은 일이다. 볼을 점유할 수 있다. 패스. 패스. 패스. 하지만 그 결과는 전진. 하프스페이스. 수비를 모으고. 측면으로 패스를 보낸다. 그럼 공간이 열릴 거야.’
머릿속으로 펩이 했을 이야기를 떠올리며, 시메오네의 목소리를 귀에 담는다.
“하지만 그건 틀렸다! 우리는 볼을 쥐고도 빌어먹게 축구를 잘하는 팀이다! 내가 틀린 건가?! 난 그렇지 않다고 믿는다! 그러니까 나가서! 승리를 가지고 돌아오도록!”
“Vamos, Vamos!!”
“가자-!! 승점을 챙기는 거야!!”
“할 수 있어!!”
충분한 휴식을 취했고 코페 델 레이에서 적당히 로테이션도 돌렸기 때문에, 현재 선발 명단에 오른 이들은 전부 경기를 뛰고 싶어 한다.
시메오네가 한껏 힘을 주고 목소리를 내며 자극적인 말을 한 이유도, 이런 우리를 잘 알기 때문일 거다.
전의를 잔뜩 끌어올린 동료들이 라커룸 밖으로 나서고, 매번 똑같은 루틴을 이어 간 나는 볼을 가볍게 찰싹 두들긴 후 복도로 나섰다.
매년 꾸준히 개보수해 오긴 했지만, 곳곳에서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나고 있다.
썩 뛰어나지 못한 시설은 불편함을 느끼게 만드는 부분도 있었지만, 나는 이 정취가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피치로 들어선 뒤에는, 이 경기장의 명물과도 같은 것이 되어 버린 두 채의 아파트를 바라봤다.
익히 소문으로 들었던 것처럼, 현재 아파트의 주민들은 발코니로 나와 경기장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경기장 주변에 저렇게 아파트가 있다는 것도 참 재미있는 부분이다.
‘저런 걸 또 언제 보겠어.’
오랜 기간 공들여온 이적이 마무리된 지금, 나는 스페인에서의 생활을 확실히 즐기고 있었다.
***
.전반 종료
에이바르 0 : 0 아틀레티코
높은 의욕과 함께 시작한 전반전이었지만, 아틀레티코의 경기력은 생각만큼 좋지 못했다.
특히, 미드필드에서의 패스가 무척 아쉬웠다.
“다온을 끌어 올려야 하네.”
“…….”
“후반전에 별다른 반전이 없다면, 뤼카를 투입하고 다온을 위로 올리는 것을 고려해 봐야 할 거야.”
“…….”
선수들이 휴가를 떠나 있는 동안, 디에고 시메오네는 팀의 후반기를 구상했다.
주전 골키퍼 얀 오블락은 빨라도 2월에나 복귀할 수 있었고, 필리페 루이스 역시 수술 이후의 경과는 좋았지만 시즌 중 복귀는 불투명했다.
그리고 아틀레티코는 리그 23라운드 경기까지 전력이 다소 떨어지는 팀들을 만나게 되는데, 이 기간 최대한 승점을 많이 챙기고 싶었다.
“이봐, 촌놈. 듣고 있나?”
“그래. 전부 다 듣고 있었어. 확실히, 한 달쯤 전부터 미드필드의 경기력이 많이 떨어진 것 같군.”
자리에서 일어선 디에고 시메오네가 감독실 한쪽에 놓여 있는 화이트보드의 앞으로 걸어갔다. 1분 뒤에는 드레싱 룸으로 들어가 선수들에게 말을 해 줘야 한다.
독려의 말은 물론, 전술적으로도 팀이 더 나아질 수 있는 조언을 전달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있었을 뿐인 건가?’
마드리드 더비 이후, 김다온을 제외한 팀 전체의 경기력이 조금씩 하향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것이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났던 경기가 2:2로 비긴 비야레알 전이었다. 거기에 부상이란 악재까지 겹친 경기에서, 결국 팀에 승점 1점을 안겨다 준 건 김다온이다.
아틀레티코는 현재, 임대생에 크게 의존 중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김다온을 미드필드 위치로 끌어 올려야 한다는 헤르만 부르고스의 의견은 타당해 보였다.
오늘 팀의 미드필드는 형편없었다.
수비야 그럭저럭해 냈다지만, 그건 에이바르의 공격력을 생각하면 당연한 부분이다. 아무리 특정 선수에 의존 중이라지만, 그것만으로 라 리가 1위에 오른 게 아니다.
하지만 굳게 걸어 잠근 에이바르의 수비를 무너뜨리기엔, 아틀레티코의 미드필드와 공격라인은 수준이 떨어졌다.
니콜라스 가이탄은 오른쪽 측면에서 홀로 외딴섬처럼 떨어졌고, 사울 니게스와 가비는 존재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코케 역시, 다시 돌아온 포지션이 어색해 보였다.
“디에고. 이젠 갈 시간이야.”
“……30초만.”
“…….”
재촉하는 부르고스를 향해 손을 들어 올렸던 시메오네가 마침내 마커펜을 집어 들어 보드로 손을 가져간다.
삑- 삑- 삑-
김다온의 맨체스터 시티 이적 사실을 접한 이후, 시메오네는 가끔 깊은 생각에 빠져들곤 했다. 제한된 시간 동안, 자신에게 주어진 재능을 완벽히 써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물론 어떠한 식으로 접근해야 할지는 알았다.
앞서 좋은 선례를 남긴 이가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세계 최고의 감독 반열에 오른 디에고 시메오네의 자존심은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애초에 김다온을 아틀레티코로 데려올 때 그의 포지션을 왼쪽 미드필드로 정해 둔 것도, 펩 과르디올라를 따라 하는 것처럼 보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다온이 연일 맹활약을 펼치며 [“어째서 펩 과르디올라는 김다온을 디에고 시메오네처럼 활용하지 않았는가?”]라는 물음이 이어졌을 땐, 남다른 승리감도 맛봤다.
하지만, 시메오네는 인정해야 할 것 같았다.
‘결국 이것뿐인가?’
전반전의 김다온은 평범한 왼쪽 수비수처럼 느껴졌는데, 그것은 선(先)수비 후(後)역습을 골자로 하는 클럽의 철학으로 인해 수비라인이 높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곧 풀백의 공수 동선이 길어진다는 의미였고, 미드필드가 풀백의 전진 때까지 볼을 점유해 줘야 한다는 의미였다.
한데, 그게 안 됐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미드필드는 에이바르의 압박을 이겨 내지 못해 백패스를 돌리는 횟수가 많았고, 그러자 자연스레 풀백의 전진 역시도 어려워졌다.
에이바르의 측면을 전혀 공략하지 못한 이유다.
‘빌어먹을.’
자신의 철학과 방법으론, 김다온을 풀백으로 두었을 때 그 재능을 100% 끌어낼 수 없다.
이 사실이 시메오네를 괴롭게 만든다.
삑- 삑- 삑- 삑-
빨리 감기를 한 것처럼 바삐 움직이는 펜의 움직임 속에, 화이트보드 위에 많은 선(線)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그것을 모두 끝낸 뒤, 시메오네는 화난 사람처럼 펜을 바닥에 내팽개친 후 몸을 돌려 드레싱 룸을 향해 성큼성큼 발걸음을 옮겼다.
문이 열리고, 시메오네가 안으로 들어선다.
“우린 전반전 정말 개똥 같았다!!”
“…….”
감독의 질책에 시선을 외면하거나 시무룩한 감정을 숨기지 못하는 이들 중에서, 오직 김다온만큼은 도전적인 시선으로 이렇게 말해 오고 있었다.
자신은 오래전에 뛸 준비가 되었는데, 고작 나를 이 정도로밖에 쓰지 못하느냐고 말이다.
기껏 페라리를 사 놓곤, 단 한 번도 시속 60km를 넘기지 않을 거냐고 말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절로 어금니를 깨물게 된 디에고 시메오네가, 김다온에게서 눈을 돌리며 큰소리로 외친다.
“후반전! 우린 좀 더 공격적으로 간다!!”
“??”
“우린…….”
아틀레티코를 맡은 후 처음으로, 시메오네는 자신의 철학을 버렸다.
***
.후반 07분
에이바르 0 : 0 아틀레티코
‘저기!’
파앙-!
오른발등에서 떠난 축구공이 에이바르의 진영으로 날아가, 수비수들과 골키퍼의 사이로 떨어져 내린다.
지금 그곳으로, 그리즈만이 달리고 있다.
‘제발, 제발 닿자.’
하지만, 패스는 이어지지 않았다.
[에이, 씨.]패스가 이어지지 않은 것은 누구의 탓도 아니었다.
나도 또 그리즈만도 잘못하지 않았다.
그저, 처음부터 확률이 낮았던 것뿐이다.
‘그래도 괜찮았어.’
확실히 후반전, 뛰는 게 무척 편해졌다.
전반보다 포백 라인이 많이 높아졌고, 또 코케가 본격적으로 중앙에 머물면서 생겨난 공간을 내가 점유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아틀레티코의 왼쪽 라인 전부를 나 혼자 책임지게 됐다고도 할 수 있다.
.
(정지현) – SBS Sports 해설위원
“음- 후반전 아틀레티코의 공격 방법이 확연히 바뀌었습니다. 순간적으로 코케를 안쪽으로 이동시키면서 김다온을 왼쪽 미드필드처럼 끌어 올렸죠? 전반전 워낙 공격이 풀리지 않았던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이 변화를 준 것 같습니다.”
.
에이바르의 오른쪽 공격력은 크게 위협적이지 않다. 유소년 시절 많은 주목을 받았었던 페드로 레온(Pedro Leon)은 평범한 느낌이고, 안데르 카파(Ander Capa)는 플레이가 너무 1차원적이다.
또 수비할 때는 코케와 가비가 나와 함께 왼쪽 측면을 지켜 주기에, 볼을 빼앗겨 역습을 허용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공격을 막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탁-
“??”
‘그렇지.’
지금도 나는 페드로 레온에게서 간단히 볼을 빼앗아 낸 뒤, 앞쪽으로 빠르게 패스를 보냈다.
하프라인 아래까지 내려선 페르난도 토레스가 볼을 지켜 줬고, 팀 전체가 라인을 높이기 시작한 순간 높게 전진한 마우로 도스 산토스(Mauro dos Santos)가 파울로 끊었다.
비록 상대 선수였지만, 무척 영리한 플레이였다고 말해 주고 싶었다.
위험지역이 아닌 곳에서 저런 식으로 상대의 공격 템포를 끊을 줄 안다는 건, 경기에 제대로 집중해 흐름을 읽고 있다는 증거였다.
“VAMOS! 더 밀어붙여!!”
더 강하게 나가라는 헤르만 부르고스의 목소리가 벤치에서 들려오고, 볼이 반대편으로 돈 사이 난 라인을 맞췄다.
포백이 아닌 미드필드와 말이다.
이건 시메오네의 주문이었다.
‘공간을 만들어야 해.’
아틀레티코는 공간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썩 뛰어난 편은 아니다. 뮌헨에서 이 팀을 상대할 때도, 역습 그 자체를 경계한 것 외에는 별다른 수비 지시사항은 없었다.
초점은 항상 어떻게 두 줄의 플랫(Flat)을 뚫어 낼 것인가에 맞춰졌고, 실전에선 우리가 완벽히 경기를 주도했었다.
그리고 결국, 그걸 해냈었고 말이다.
“에-이!!”
사이드라인 앞까지 넓게 벌려 서서 패스를 요구했던 나는, 일단 패스를 뒤로 보내며 경기의 속도를 조절했다. 그러곤 에이바르 진영의 변화를 살폈다.
현재 에이바르는 특정 위치까지 전진을 허락했을 때, 수비진영에 최대 여섯 명의 선수를 놓아뒀다. 다니 가르시아(Dani Garcia)와 프란 리코(Fran Rico)가 센터백처럼 섰다.
그리고 그 위에 메디아푼타(Mediapunta/AM)인 아드리안 곤잘레스(Adrian Gonzalez)를 두어 역습 전개를 맡겼다.
페드로 레온과 이누이 타카이(Inui Takai)는 언제든 공격으로 튀어 나갈 준비를 했고, 최종적으로 세르지 엔리히(Sergi Enrich)에게 볼을 전달하려고 했다.
그렇다.
이게 끝이다.
에이바르의 오늘 경기 역습 매커니즘은 많은 숫자로 수비를 해낸 뒤에 측면으로 볼을 보내고, 좌우 윙어가 올리는 크로스를 원톱에게 맡기는 식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론 부족하다.
‘어떻게?’
현재 팀 중원에 가장 부족한 것은 창의력이다.
니코는 우수한 드리블러이자 괜찮은 오프-더-볼러지만, 오늘처럼 충분한 공간이 확보되지 못한 상황에서는 드리블 외로는 변수를 만들기 힘들다.
그리고 남은 사울-가비-코케.
부지런함과 전술 이해도 또 다재다능함에서는 라 리가 내 최고 수준이지만, 이런 유형이 흔히 그렇듯 플레이가 흐름에 따라 경직되기 쉽다.
오늘처럼 흐름이 말렸을 때, 거기에서 탈출하는 능력이 떨어진다는 뜻이다.
“…….”
엉망진창인 잔디에서 불규칙하게 튀어 올랐던 축구공을 힘겹게 잡아 둔 후, 길었던 생각을 정리한 나는 결국 가장 단순한 방법을 택하기로 한다.
볼을 뒤로 보낸 뒤, 목소리를 높이며 팀의 미드필드에게 반대로 전환하는 패스를 더 많이 보내자고 했다.
좌우 하프스페이스에서 반대로 패스를 계속해서 보내다 보면, 결국 어딘가에서 공간이 날 것이다.
투박한 방법이긴 하지만, 그만큼 효과는 확실하다. 또 복잡한 이들의 머릿속을 간단하게 만들어 주는 것에도 큰 도움이 될 거로 생각하고 있다.
계속해서 점유율을 높여 가며, 우린 피치를 크게 움직이는 패스의 빈도도 높여갔다.
그러던 후반 19분.
‘왔다. 기회야.’
빽빽했던 에이바르의 오른쪽 측면 수비가 잠깐이지만 숫자가 줄어들었다.
사울이 길게 보낸 패스를 트래핑했던 난, 패스를 돌리는 걸 멈추고 드리블을 시작했다.
그 방향은 사이드라인이 아닌 안쪽이었다.
이유는 측면의 의미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중앙에서 공간이 만들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측면으로 볼을 가져가 봤자, 상대가 수비하기 훨씬 더 쉽게 만들어 줄 뿐이다. 그리고 그건, 이 팀이 가장 잘 알고 있을 거다.
두 줄의 플랫으로 중앙을 단단하게 만든 후, 답답함을 느낀 상대가 측면으로 볼을 보냈을 때 거길 압박한다.
그러니, 굳이 측면을 노릴 이유가 없다.
“온다, 온다!”
“막아!! 안쪽이야!!”
주위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스치는 바람과 함께 흘려보내며, 난 왼쪽 공격 진영 하프 스페이스에 침투했다.
페드로 레온은 아까 퍼스트터치 과정에서 이미 따돌렸고, 아드리안 곤잘레스는 꽤 떨어진 곳에 포지셔닝 중이어서 나를 막으려고 움직이기엔 위치가 애매했다.
그리고 왼쪽 멀리에 있는 안데르 카파도, 멀리에서부터 잘라 들어간 나를 막아서기 힘들다.
그렇다면 남는 건 하나다.
센터백의 전진.
하지만 에이바르는 오늘 두 명의 중앙 미드필드를 거의 센터백처럼 두고 있고, 그들을 전진시켜 페널티 박스 접근 전에 날 멈추려고 할 것이다.
‘역시.’
달려 나오는 다니 가르시아를 확인하며, 나는 드리블의 속도를 죽였다.
아마 상대는 내가 수비 때문에 멈칫한다 여기겠지만.
‘아니거든?’
팡.
“?!”
“????”
수비수로서 이런 말은 조금 그렇지만, 축구는 볼을 가지고 있는 쪽이 주인공이다. 어떻게 보면 피치 위에서, 수비수는 주인공을 막는 악역이다.
내가 이런 말을 한 이유는, 어쨌든 피치의 모든 것들이 볼이 있는 장소를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기 때문이었다.
에이바르는 측면이 아닌 중앙을 파고 들어가는 내 드리블에 반응해 움직였고, 드리블의 속도를 죽인 순간 그들 역시 멈칫하며 추후 이어질 장면을 기다렸다.
하지만 말해 주고픈 것 하나.
수비수는 절대 어떠한 상황에서도 정신이 팔려서는 안 되며, 볼이 20m 반경에 있을 땐 단 한 순간도 발을 멈춰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볼을 쥐고 공격하는 쪽은, 호시탐탐 수비를 뚫어 낼 기회를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공격하는 쪽은 볼을 가지지 않은 선수도 늘 움직이고, 이런 움직임이 좋은 이들 중 일부를 가리켜 우리는 [“라인 브레이킹에 능하다.”]고 말을 한다.
바로, 앙투안 그리즈만처럼 말이다.
‘제대로 해봐, 이 빌어먹을 녀석아.’
내 동작에 반응한 에이바르의 수비가 덜컹거린 순간, 그 틈을 놓치지 않은 그리즈만이 다니 가르시아의 전진과 포지션 이동에서 발생한 공간으로 파고 들어갔다.
오늘 경기 65분이 될 때까지 생겨나지 않았던 바로 그 공간으로 말이다.
그리고 녀석은 내가 발끝으로 가볍게 띄워 올린 축구공을 향해 정확히 달려들어, 머리를 사용해 앞으로 튀어나온 요엘 로드리게스(Yoel Rodriguez)의 옆으로 축구공을 밀어 보냈다.
텅 비어 있는 골문을 향한 축구공이 간단히 골라인을 넘어서고, 득점에 성공한 그리즈만은 골대 뒤쪽 카메라의 앞으로 달려가 특유의 꼴 보기 싫은 춤을 춰 대기 시작했다.
내가 만약 드레이크(Drake)였다면 제발 내 춤과 노래를 망치지 말라고 했을 건데, 애석하게도 두 사람은 소셜네트워크상에서 친분이 두텁다.
여느 때처럼 나의 어시스트-그리즈만의 득점으로 공격이 마무리되고, 여느 때처럼 셀레브레이션을 함께하지 않고 돌아선 나는 포지션을 찾아 움직이기 시작했다.
답답했던 0:0의 상황이 깨어진 이제, 앞으론 우리가 더 쉽게 경기를 풀어 갈 수 있을 것이다.
에이바르는 경기력이 썩 뛰어나지 않은 우리를 상대로 홈에서 승점을 챙기고 싶을 것이고, 그러기 위해 공격에 조금 더 힘을 쓸 테니 말이다.
그럼 우리는 그걸 이용하면 된다.
팀이 가장 잘하는 역습으로.
상대가 공세를 취하고 있을 테니, 공간은 굳이 만들려 노력하지 않아도 저 뒤에 많을 것이다.
“휴우- 이제 조금 알겠네.”
시간이 흘렀고, 나와 클럽의 허니문도 끝났다.
아틀레티코는 나란 사람을 많이 알게 됐고, 나 역시 아틀레티코의 축구가 가진 민낯을 전부 보았다.
이 팀의 장점과 단점.
또 한계까지도.
‘오히려 강팀이 나아.’
볼을 점유하고 공세를 취해 오는 팀을 상대로 강점을 발휘하는 아틀레티코의 축구는, 에이바르처럼 상대적 약팀에겐 고전한다는 면모를 띠고 있다.
전형적인 강강약약이랄까?
‘재미있네, 재미있어.’
이 또한 내겐, 하나의 즐길 거리가 되고 있었다.
.
.
.경기 결과(La Liga 17R)
에이바르 0 : 2 아틀레티코
[골] 앙투안 그리즈만 : 후반 19분(김다온), 후반 41분(김다온)김다온 ? 95분 출전(2어시스트/평점 8.2)
MoM ? 앙투안 그리즈만(2골/평점 8.9)
***
작가의 말 ? 본문은 9,082글자입니다.
제가 오늘처럼 1편일 때 능력치 사진을 업로드하기로 한 건, 제법 쓸 말이 많아서입니다.
우선 저는 능력치 사진을 만드는 부분에서 처음 많이 고민했습니다. 왜냐하면 제 글이 상태창 혹은 능력물처럼 느껴질까 우려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상의 끝에 올리는 게 낫다는 판단을 내렸고, 최대한 담백하게 설명 없이 사진만을 올려왔습니다.
하지만 글이 어느 정도 진행된 현시점에선, 설명을 보태도 글에 방해가 되지 않을 거라고 판단해 설명을 보태려고 합니다. 본문 글 외에 상당한 분량이니 참고 바랍니다.
***
※ 다온의 능력치 업데이트 및 각종 Q&A
-> Q&A는 그동안 나온 댓글을 참조했습니다.
『2017.01.07. 기준』
Q. 저 정도면 어느 정도 수준인가요?
A. 아마 FM이라는 게임을 하시는 분들에겐 다온의 능력치는 작중 보여 주는 모습보다 부족하다고 여겨지셨을 겁니다. 일단 저 역시 게임으로 표현되는 부분을 글로 잇는 게 무척 어려웠습니다.
일단, 알고 계신 게임에 관한 기준은 모두 버리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FM 게임에서 능력치 표현은 1~20 스케일을 따르고 있으나, 저는 그것을 1~18로 보고 있습니다.
이 기준으로 예를 들자면 이런 식입니다.
2016/17 시즌을 기준으로 네이마르의 드리블/개인기 실력은 17~18 사이일 겁니다. 전성기의 프랑크 리베리의 드리블 역시도 17~18 사이일 겁니다.
가레스 베일의 속도 역시 18일 것이며, 킬리안 음바페가 다뤄질 무렵에도 그의 속도는 18일 겁니다.
하지만, 그 이상은 존재합니다.
메시의 능력치를 작중에서 표현하면 19, 20이 많을 겁니다. 그리고 이는 호날두 역시 마찬가지일 거고요. 과거 지단의 패스 및 개인기에도 20점을 줄 수 있고, 호나우지뉴의 개인기, 드리블도 무조건 20일 겁니다.
감이 오시나요?
저 능력치 표현으로 19/20 이라는 것은, 특정 시대를 뛰어넘어 축구 역사에서 돋보인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보시기에 14-15 정도면 빅클럽의 확고부동한 주전 수준의 능력. 그 이상은 해당하는 카테고리에서 특별히 뛰어난 것으로 보시면 됩니다.
분명 최고 중 하나이긴 한데, 시대를 지배했다고 말하기 애매한 선수들이 16,17이라 보시면 됩니다.
네이마르/루이스 수아레즈/폴 포그바/앙투안 그리즈만과 같은 이들처럼 말입니다.
그래서 그 기준으로 보았을 때 다온의 개인기와 드리블 실력은 다니 아우베스/마르셀루와 동급입니다. 일대일 수비 역시도 보아텡/보누치 수준이라 할 수 있겠네요.
세르히오 라모스와 버질 반 다이크보다는 확실히 아랩니다. 둘은 1:1 수비에서 17/19를 각각 받았을 겁니다.
외의 것도 마찬가집니다.
예측력(18)/판단력(19)은 이미 동시대 최고 혹은 그 이상 수준이고, 패스/몸싸움/오프더볼(16)은 해당 부분에 재능을 가진 어지간한 빅리그 주전보다 낫습니다.
그리고 슈팅능력/속도와 관련된 지표(20)는 단연 축구 역사상 손에 꼽히는 재능이고요.
그렇게 보신다면, 다온이가 글 속 세상에서 어떠한 수준의 선수인지 조금이나마 더 이해하실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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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적 능력』
Q. 다온이의 멘탈은 어떻습니까?/뮌헨에 하는 것을 보니 의리는 썩 뛰어나지 않은 것 같네요 등등.
A. 그래서 해당 지표를 보여 드립니다.
보다시피, 적응(아영이 우선)/포부 혹은 야심(퍼기에 도전하는 펩이 있음)/의리(뮌헨 에피소드)/참을성(할 말은 함)은 완벽한 수준은 아닙니다.
하지만 압박감 대처라든가 꾸준함, 프로의식(성장 속도)/스포츠맨십(퇴장 없음)/다재다능(멀티포지션)은 최상입니다.
중요 경기는 더 표현할 수 없어 아쉬운데, 지네딘 지단과 더불어 역대 최고의 클러치 플레이어라 보시면 됩니다.
더티 플레이(스포츠맨십 연관)/부상빈도(큰 부상 없음, 회복 빠름)/논쟁성(주심에게 크게 어필 안 함)은 매우 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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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자 및 미디어 등의 외부 평판』
이 부분은 딱히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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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다온은 능력치를 꽉 채운 시점입니다. 제가 본문에서도 말한 것처럼, 축구 선수로서의 성장은 23/24에 얼추 끝나기에 기량적으론 완성형이라 보시면 됩니다.
그래서 향후 능력치 업데이트는 없을 예정이며, 다만 축구에 점점 더 익숙해지고 완숙해지는 다온이의 모습은 계속해서 지켜보실 수 있을 겁니다.
그럼, 내일 또 뵙겠습니다.
(_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