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707)
706화 One of a Kind (3)
8001 취리히, 스위스. 탈슈트라세 1, 바우르 아우 라크(Baur Au Lac. Talstraße 1. 8001 Zurich, Swiss).
“준비됐어?”
“네.”
FIFA가 보낸 차량이 호텔의 앞에 도착하고, 전화를 받은 요나스가 내 준비 상태를 물었다.
약간 붉은 기가 도는 수트와 검은색 구두에 아영이가 손수 제작한 넥타이를 착용한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러곤 몸을 돌려, 내 사랑스러운 아내에게 손을 뻗었다.
[가자, 자기야.] [응.]나와는 대조되는 푸른빛의 드레스를 입은 아영이는, 장담하는데 오늘 가장 아름다운 사람일 거다.
탁-!
호텔 로비로 움직여 차량이 탑승한 후, 이곳에서 차로 약 20분 정도 걸리는 FIFA의 본부로 향한다.
어제부터, 취리히는 잔뜩 들떠 있다.
“마라도나가 왔어.”
“그래요?”
“응. 기자들이 전에 그가 했던 인터뷰에 대해서 질문을 할 거야. 그리고 아마 그 답을 너에게 말하겠지.”
“별문제 없어요.”
“그래. 믿고 맡기겠어.”
“네.”
현재 이 도시에는 현존(現存)하는 축구의 전설들이 모여들었다. 그리고 그중엔, 조금 전 요나스가 말한 디에고 마라도나도 있다.
몇 주 전, 디에고 마라도나는 나의 발롱도르 수상과 관련 부정적인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재미있는 건 정작 발롱도르 수상 전에는 나를 띄워 주는 말을 했다는 점인데, 워낙에 오락가락하는 데다가 자극적인 반응 역시 즐기는 사람이라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았다.
외에도 현재 시상식장엔, 알렉스 퍼거슨/데니스 베르캄프/호나우두/티에리 앙리와 같은 사람들이 자리를 채운 상태다.
“오-! 지금 막 인터뷰 하나가 업데이트됐어.”
“누군데요?”
“티에리 앙리.”
“그래요?”
“응. 앙리가 너에 대해 말했어. 다온은 충격적이고 여태껏 존재하지 않았던 유형의 선수다. 나는 그가 역사를 만들어 간다는 사실이 즐겁다. 사람들은 누가 FIFA 올해의 선수상을 받을지 궁금해하지만, 나는 그 결과가 눈에 보이는 듯하다. 와-우! 이거 정말 최고의 칭찬인데?”
FIFA 본부에 도착하는 순서는 딱히 정해져 있지는 않지만, 내게는 되도록 늦게 도착해 달란 요청이 온 상태다.
어차피 FIFA가 보낸 차량에 탑승해야 하는 만큼, 양해를 바란다는 통보에 가까웠지만 말이다.
“젠장, 믿겨져?”
“하하. 또 그 이야기예요?”
“그렇고말고. 아내와 아이들은 귀에 딱지가 앉겠다며 질색을 하지만, 난 이 이야기를 멈추지 않을 거야.”
요나스는 지금, 나와 처음 만난 날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과연 누가 이런 날을 예상했겠어.”
“네- 그건 확실히 그러네요.”
파룸의 임대로 받은 주택에서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나는 모든 것이 불안해 보이는 10대 소년이었다.
“기억나? 네 누나가 우리를 의심했던 거.”
“그럼요. 물론이죠.”
따지고 보면, 요나스를 만나게 된 건 FC 노르셸란의 추천 때문이었다.
계약 당시에는 부모님이 에이전트의 역할을 대신했었지만, 좀 더 전문적인 관리를 받기 위해 제대로 된 에이전시가 필요했다.
하지만 당시 우리에겐 아무런 연줄이 없었고, 그래서 클럽에 모든 것을 맡겼었다.
결과적으로는 ‘UNC’와 인연을 길게 이어나가진 못했지만, ‘아레나 11’으로 옮긴 요나스와는 계속해서 인연을 이어 나가는 중이다.
“너는 정말 대단해. 존경스러울 정도야.”
“저 혼자만의 힘으로 온 것도 아닌데요.”
“바로 그게 네가 특별한 이유야.”
요나스는 이런 감정이 특별하다며 말하고 있었지만, 난 정말로 혼자서는 여기까지 올 수 없었을 거로 생각하고 있다.
작년 9월 별세하신 평생의 은인 이광종 감독님을 시작으로, 내가 이 위치로 오기까지 도움을 받은 사람들의 숫자는 두 자릿수를 가볍게 넘어선다.
지금 나와 대화를 나누는 요나스와 흐뭇해하며 그걸 듣고 있는 아영이도 그런 사람들이다.
“실례합니다만.”
“응?”
“곧 도착할 겁니다. 1분도 걸리지 않을 거예요.”
“오-! 네.”
보조석에 앉은 경호원이 고개를 돌려 도착이 다 되어 감을 말해왔고, 나중에 더 대화를 나누기로 하며 우리는 각자 마지막 준비에 들어갔다.
아영이는 거울을 보았고, 나는 옷매무새를 점검했다.
물론.
[자기야, 나 봐 봐.] [응.]아영이의 손길이 닿아야 비로소 끝나지만 말이다.
치?익
“브라보. 알파가 도착했다. 알파가 도착했다.”
치?익
도착하기 직전 무전을 주고받는 경호원의 말로 비추어 보건대, 아무래도 나는 오늘 알파(Alpha)가 된 것 같았다.
“밖에서 문을 열어 드릴 겁니다.”
“네. 알겠어요.”
경호원의 말대로, 검은색 수트를 입은 여성 한 분이 다가와 밖에서 문을 직접 열어 주었다.
딸깍-
문이 열린 뒤에 차에서 내려서고, 나는 눈앞에 펼쳐진 그린 카펫과 바리케이드 뒤로 줄지어 선 팬들을 보았다.
[그럼, 먼저 갈게?] [응. 이따가 봐.]“아영이를 부탁해요.”
“맡겨만 둬.”
“네.”
잠깐 몸을 숙여 요나스와 대화를 주고받은 후, 나는 미리 안내받은 길로 걸음을 옮겼다. 오늘을 라이브로 중계할 FIFA TV의 카메라가 내게 달라붙었다.
“다온-! 사인 좀 해 줘요!!”
“다온!! 저 팬이에요!!”
유니폼과 축구공 등에 사인을 하고, 몇몇과는 셀피를 함께 찍으며 조금씩 안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마침내 포토라인에 섰을 때, 나는 그곳에서 미리 대기하고 있던 아영이를 만났다.
[자기 덕분에 카펫도 밟아 보네?] [레드 카펫은 아닌데?] [뭐, 어때. 나 지금 너무 기뻐.] [쪽. 고마워.]팬과 미디어 FIFA. 그리고 수없이 많은 축구 관계자가 함께하는 이곳은, 한마디로 축구를 주제로 한 거대한 축제였다.
***
성대했던 입장식이 끝나고, 본격적인 시상식이 시작되기 전 간단한 다과회가 펼쳐졌다.
부담스럽지 않은 핑거푸드와 음료를 가져다 놓고, 약 30분 정도의 대기 시간을 가진 거다.
[이야~ 내가 우리 다온이 덕분에 이런 자리도 와 보네.] [오셨어요? 비행은 괜찮으셨고요?] [그럼~ 아주 신수가 훤해. 응?]그리고 그곳에서, 나는 FIFA의 초대로 한국에서 온 차범근 위원님을 만나게 되었다. 위원님 역시 여사님과 함께 오셨고, 가장 먼저 우리 부부를 찾으셨다.
[프란츠 그 친구가 원래 그런 놈이 아닌데.] [정치가 그런 거죠.] [내가 전화했다고. 정말 바보 같은 짓을 했다고 말했단 말이야. 바이에른 뮌헨이 평생 후회할 일이랬어.] [그렇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뭘- 네가 힘들 때 아무 도움도 못 줘서 미안해. 아니, 프란츠가 그랬으면 진즉 말하지 그랬어?] [아, 생각을 못 했습니다.]차범근 위원님은 내가 계속 분데스리가에서 뛰지 않는 것이 못내 속상하셨던 것 같다.
현역 시절 분데스리가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셨던 만큼, 여전히 애정이 많으신가 보다. 하기야 나도, 은퇴할 때쯤이면 뛰었던 리그에 대한 감정이 남다를 것 같다.
지금은 PL이 그래 주길 원하고 있다.
못해도 10년은 머물고 싶다.
“다온-!”
“응?”
그렇게 차범근 위원님과 대화를 나누고 있을 무렵, 누군가가 목소리를 높이며 내게 다가왔다.
얼굴을 확인한 나는, 대번에 반색했다.
저건 토니 크로스다.
“토니!!”
“축하 먼저 해야 하는 거 아니야?”
“하하. 너무 바람 불어 넣지 마.”
“바람은 무슨. 그리고 이쪽은…….”
“너도 알지?”
“당연하지!”
차범근 위원님을 본 토니는 고개를 꾸벅 숙이며 깍듯한 태도를 보였다. 그리고 어느새 근처로 온 노이어와 제롬도, 자신의 우상 중 하나라며 사진을 요청했다.
그렇게 친구들과 차범근 위원님을 남겨 두고, 나는 몸을 돌려 아영이가 있는 곳으로 걸어가려고 했다.
그런데.
“이게 누구야!!”
“??”
몇 걸음을 채 옮기기도 전, 과장된 액션을 보여 주는 누군가가 내게로 다가왔다.
디에고 마라도나.
“올해 최고의 선수로군!! 상을 받을 준비는 됐나??”
“만나서 영광입니다, 세뇨르.”
“세뇨르라니! 그냥 디에고라고 부르게!”
“그건 너무 힘든 부탁인데요.”
“하하! 나를 보고도 전혀 위축되지 않는군! 배짱이 두둑해. 마음에 들어!! 남자는 자고로 그래야지!!”
마치 나를 열렬히 지지하는 사람처럼 행동하는 마라도나를 보며, 나는 속으로 쓴웃음을 지어 보였다.
메시와 호날두에 비하기엔 아직 멀었다고 말을 했으면서, 정작 지금은 나를 향해 최고의 선수이니 나보다 뛰어난 풀백은 없다느니 말하고 있다.
듣던 대로랄까?
참 자유분방한 분이다.
축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 중 하나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지만, 남들에게 있는 존경심을 나도 갖긴 어려울 것 같다.
이런 나를 두고 건방지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내게 있어 마라도나는 소설 속에서 존재하는 사람과 비슷하다. 이 남자의 플레이와 위대함에 관한 것은 전부 말로만 들었다.
오히려 내게 있어 존경스러운 존재는 리오넬 메시나 지네딘 지단과 같은 사람이다.
혹은 다니 아우베스나 지금 저곳에서 나를 흘끔흘끔 쳐다보고 있는 파올로 말디니였다.
왜냐하면 난 이들의 플레이를 TV로 지켜봐 왔고, 축구선수로 살아가며 그들의 위대함을 직간접적으로 체험해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자네가 언젠가 스타가 될 줄 알았어! 스포르팅은 항상 훌륭한 클럽이었지! 그곳에서 뛸 때부터 난 자네가…….”
“…….”
아, 누가 나 좀 구원해 주면 좋으련만.
그리고 기왕이면 정정도 했으면 한다.
내가 포르투갈에서 뛸 때 속했던 클럽이 스포르팅이 아닌 벤피카라고 말이다.
그렇게 마라도나라는 여러 의미로 거대한 남자에 의해 질식이 되어 갈 무렵, 멀리에 있던 파올로 말디니가 다가와 내게 숨 쉴 구멍을 열어 줬다.
[디에고-!! 왜 나를 보러 오지 않았죠?] [응? 오-! 파올로!! 내 친구!!] [이 대단한 친구 때문에 벌써 나를 잊은 겁니까?] [그럴 리가! 이 친구도 정말 훌륭하긴 하지만, 아직 자네에 비해서는 멀었어!]두 사람이 이탈리아어로 어떤 대화를 주고받는지는 모르겠지만 한 가지 사실은 분명했다.
마라도나에게 친근하게 굴며 몰래 내게 윙크를 보내온 말디니가, 도망칠 기회를 주었다고 말이다.
그래서 난 얼른 자리를 피해 아영이의 곁으로 돌아왔다.
“후우- 힘들었어.”
“자기? 왜?”
“자기야, 내 옆에서 떨어지지 마. 알겠지?”
“??”
아영이가 옆에 있으면 마라도나라도 길게 대화하지는 못할 거란 생각에, 난 그녀의 허리를 감싸 내 옆구리에 붙여 놓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리곤 말디니가 있는 곳을 돌아봐 눈을 마주치며, 고맙다는 의미로 살짝 고개를 까닥거렸다.
차라리 말디니가 다가와 대화를 걸었다면 어땠을까?
아마 오히려 내가 수다스럽게 굴었을 거다.
노르셸란 시절, 나는 파올로 말디니의 경기 영상을 틀어 두고 밤새 그것을 보았다. 그는 환상적인 선수였고, 지금도 여전히 그런 수준에 서기를 열망하고 있다.
누군가는 이미 내가 그의 업적을 뛰어넘었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난 아직 한참 멀었다고 생각하는 중이다.
말디니가 현역 시절 보여 주었던 수비적인 역량과 우아하기까지 했던 볼을 다루는 능력. 그리고 라인 전체를 진두지휘하는 모습은 내가 그리는 가장 이상적인 모습이다.
무엇보다, 말디니와 함께 현역 시절을 보낸 위대한 공격수들 모두에게서 그가 가장 어려운 상대였단 말을 듣는다.
하지만 난 아직 거기까진 도달하지 못했다.
그렇게 되려면 난 좀 더 나아져야 한다.
‘위대했던 분이었지.’
본디 존경심이란, 이렇게 자연스러워야 하는 거다.
“LADIES&GENTLEMAN!!!”
“응?”
말디니에게서 시선을 돌려 아영이와 대화를 나누고 있을 무렵, 어딘가에서 큰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니 그곳엔, 검은색 턱시도를 잘 차려입은 벗겨진 머리의 사내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잔니 인판티노.
FIFA의 새로운 회장이다.
“이제 안으로 드시죠! And let the show begin!!”
“…….”
시상식이 시작된다는 말에, 사람들은 하나둘 발을 움직였다. 그리고 그에 조금 늦게 동참한 우리 부부의 곁으로, 어떠한 노신사가 다가와 내 등에 손을 얹어 왔다.
바로.
“Sir?”
“하하. 바로 자네를 보러 오고 싶었네만, 사람들이 나를 가만히 두지 않더군. 겨우 벗어났지 뭔가.”
알렉스 퍼거슨.
그가 내게 친근하게 말을 걸어오고 있었다.
“맨유를 선택하지 않은 걸 후회하게 될 걸세.”
“그거 협박인가요?”
“응? 오-! 하핫! 재미있는 농담이야.”
“그렇게 생각해 주시니 감사하네요. Sir, 제가 맨시티를 택한 이유는…….”
“알고 있네. 펩 때문이겠지.”
“…….”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닌데 말이다.
이것도 말해야 할까?
그런데.
“그리고…….”
“응?”
이 위대한 축구 감독은 뭐든 다 알고 있는 것 같다.
“자네라면, 맨유를 적으로써 뛰어넘어 보고 싶어 할 줄 알았지. 또, 지금의 맨유가 자네에게 매력적인 클럽으로 비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이야. 서글픈 말이지만, 시대가 바뀌었네. 그리고 난 그것을 인정해야 할 것 같아.”
“…….”
너무나도 쉽게 자신의 영광이 사라져 간다고 말하는 알렉스 퍼거슨을 보며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아마도 이런 부분이, 이 남자를 위대하게 했다고.
수십 년 동안 하나의 클럽만을 지도하며, 알렉스 퍼거슨은 단 한 번도 똑같은 전술을 선보인 적이 없었다. 매번 상대에 따라 전형과 선수구성을 바꿨고, 그 모습 역시도 다채로웠다.
새로운 축구가 나타나면, 어느새 그걸 팀에 녹여 냈다.
그러면서도 지성이 형을 피를로에게 전담마크 시킨다거나, 팀의 중원이 약할 땐 웨인 루니/크리스티아누 호날두/박지성/카를로스 테베스의 조합을 활용한 역습 전술도 펼쳤다.
누군가는 알렉스 퍼거슨의 이런 점을 예로 들며 이런 개성 없는 전술을 폄훼하기도 하지만, 그건 몰라서 하는 말이다.
펩만 보더라도, 그는 바이에른 뮌헨에서 경기마다 다른 전술을 시도했었다. 또 로날드 쿠만 역시, 퍼거슨에서 영감을 받아 매 경기 다른 전술을 채택한다.
선수단 전체가 그럴 수 있는 수준을 갖도록 훈련한다는 것 자체가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이 위대한 감독이 지금.
“펩이 다시 한번 최고의 패를 손에 쥐었군. 조커 말일세. 자네는 어떠한 곳에서도 뛸 수 있어. 그것도 세계적인 레벨로.”
“……Sir.”
내가 현재 세계적인 수준이라 인정을 해 주고 있었다.
벅차오를 만큼 감동적인 순간이다.
“자네는 모든 감독이 꿈꾸는 선수일세. 내가 자네를 지도해 보지 못한 것은 조금이지만 아쉬운 일이로군. 아무튼, 미리 축하하네. 그리고 마담? 앞으로도 이 친구를 잘 부탁합니다.”
“그럼요. 물론이에요.”
“하하, 자넨 좋은 부인을 뒀어. 그리고 그건, 어쩌면 축구보다 더 중요한 일일 지도 모르지. 그럼. 파티를 마음껏 즐기게나.”
“가, 감사합니다!”
“하하하.”
오늘의 이 거대한 시상식에서, 나는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경험을 하고 있었다.
스스로가 초라하게 느껴질 만큼 위대한 이들이 내게 다가와 저마다의 호의(好意)를 보여 주고 돌아섰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건 나로 하여금, 의욕을 더 가지게 만들었다.
“자기야.”
“응?”
“나 더 열심히 할래.”
“?? 그러엄, 물론이지. 자긴 늘 열심일걸?”
“응. 꼭 그럴 거야.”
어쩌면 나는 오늘 명성이라는 것을 조금 맛본 것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그건 지금까지 축구를 해 오며, 내가 가장 신경 쓰지 않았던 것이었다.
한데 앞으론 단순히 성공을 거두는 게 아니라, 어떠한 방식으로 또 어떠한 사람으로서 성공하는지도 신경 쓰게 될 것 같다.
과연 이게 내 삶을 더 피곤하게 할까?
‘……어쩌면?’
하지만 지금 내 생각은, 충분히 그럴 만한 값어치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사람들이 모두 착석하고 웅성거림이 이어질 무렵, 실내의 조명이 어두워지기 시작하면서 오프닝 무대에 서게 될 남자 중 하나가 스포트라이트가 비치는 곳에 섰다.
미국의 유명 가수인 Naturally 7으로, 2016 FIFA Football Award는 그들의 노래로 시작된다.
“I Can feel it…….”
오, 그래.
나도 이젠, 이 시상식을 느끼고 있었다.
***
미국의 배우이자 프로듀서인 에바 롱고리아(Eva Longoria)와 상대적으로 내게는 더 친숙한 마르코 슈레일(Marco Schreyl)이 오늘 시상식을 이끌어 간다.
그리고 그들은 Naturally 7의 무대에 이어, 어떠한 상에 대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2015년 9월 30일부터 2016년 9월 30일까지 전 세계에서 나온 수천 개의 득점을 말이다.
에바 롱고리아는 그중 세 개를 추려 냈다고 말했다.
피파 푸슈카시상을 위해.
“지금부터, 그 최종 후보 세 개를 살펴보죠.”
이 말을 끝으로 실내는 다시 어두워지고, 무대 뒤쪽에 설치된 커다란 화면에서 영상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첫 번째로 나온 것은 나도 익히 아는 장면이다.
말레이시아 슈퍼리그의 페낭 소속 모드 파이즈 수브리(Mohd Faiz Subri)는 파항이라는 클럽을 상대로 믿을 수 없는 프리킥 득점을 성공시켰다.
작년 2월의 일로, 당시 뮌헨의 친구들 사이에서도 영상을 주고받으며 놀라움을 표현했다.
회전이 거의 먹지 않은 축구공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기괴한 방향으로 움직여 골대로 떨어져 내렸다.
그때 우린, 저 슈팅이 푸슈카시를 받을 거라고 했다.
다음으론, 2016년 3월 베네주엘라와 콜롬비아의 여자축구 경기에서 나온 다니우스카 로드리게스(Daniuska Rodriguez)의 득점 장면이다.
그녀는 페널티박스 오른쪽에서 환상적인 개인기로 두 명을 따돌리고, 강력한 왼발 슈팅으로 득점을 마무리했다.
그리고.
“자기 나온다.”
“……응.”
작년 내가 레알 마드리드와의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기록한 결승 프리킥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왼발 아웃프런트에 정확히 얹어졌던 저 슈팅은 똑바로 날아가는 것처럼 보였지만, 곧바로 오른쪽으로 휘어져 움직이며 그대로 골대 구석에 들어갔다.
득점 장면 자체로만 본다면 모드 파이즈 수브리의 것이 더 화려했지만, 저 슈팅의 속도는 130마일이었다.
대략 210km/h 정도 되는 것으로 내가 가진 가장 빠른 슈팅 기록을 넘어서진 못했지만, 역대 3위의 기록이자 골키퍼의 반응만으로 볼거리가 있는 것이었다.
몸이 그대로 굳어 버리며 무릎을 꿇는 케일러 나바스에게, 조연상이라도 보내 줘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무엇보다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었다는 점과 저 때 내 오른쪽 허벅지가 망가진 상태였다는 것에 가산점을 준 것 같았다.
이게 무슨 말이냐고?
그건 곧 알게 될 것이다.
세 개의 멋진 득점을 보는 것으로 시작한 시상식이지만, 푸슈카시 상의 주인공이 발표되는 순서는 조금 뒤에 있다.
일단 지금은.
“저기, Mr. 킴?”
이틀 전 발표된 FIFPro Best 11의 수상부터다.
다가온 스태프의 말에, 난 아영이를 돌아봤다.
[다녀올게.] [응. 보고 있을게.] [이쁘게 나와야 하는데, 그렇지?] [자기가 제일 멋져.] [그럼. 누가 꾸몄는데.]자리에서 일어나 스태프를 따라 무대 뒤쪽으로 움직인다. 이미 그곳엔 많은 이들이 자리하고 있다.
개인적인 사유로 불참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안드레아스 이니에스타를 뺀 9명으로, 이들 모두는 FIFA가 정해 둔 순서에 맞춰 차례대로 입장할 예정이다.
그리고 난 이곳에서, 오래전부터 대화를 나누고 싶었지만 워낙에 바빠 보여 다가가기 힘들었던 이를 마주했다.
“리오.”
“하하. 오늘 너무 바쁘던데?”
“그건 제가 할 말이에요.”
“미리 축하한다고 말할게. 네가 오늘 이 무대의 주인공이 될 거야.”
“……네. 감사해요.”
환한 미소를 지으며 다가온 메시의 손을 붙잡고 나자, 또 한 번 다양한 감정이 밀려들어 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렇게 벅차 있을 무렵.
“그래도 자만하지 마.”
“응? 네?”
메시가 도전적인 시선으로 내게 말해왔다.
“올해는 내가 전부 다 가질 거니까.”
“?!”
“준비를 단단히 해 두는 게 좋아.”
“……하하하.”
사람들의 말이 옳았다. 발롱도르를 손에 쥔 후에 바라보는 세상은 분명 전과 같지 않다. 현재 나는, 오히려 그 전보다 더 성공을 원하게 되었다.
계속해서 이 자리에 참석하기 위해.
계속해서 내가 최고임을 입증하기 위해.
또 계속해서.
“얼마든지요. 저도 바라는 바예요.”
경쟁하고 또 경쟁하기 위해서 말이다.
각자 미소를 지으며 오랫동안 악수를 교환한 메시와 나는, 서로의 눈빛을 통해 우리가 계속해서 싸워 나갈 것이라는 걸 말하고 있었다.
이 쇼는 절대 멈추지 않을 거다.
“가자. 이젠 입장할 때야.”
“네.”
그리고 잠시 뒤 내 이름이 불린 순간, 단상으로 걸어가 나카타 히데토시로부터 트로피를 받아 든 나를 다른 8명의 선수가 환한 미소로 반겨 주었다.
메시를 포함한 저들 모두, 앞으로 나와 계속해서 경쟁을 이어 나갈 사람들이다.
이제야 온전히 난.
“신사 숙녀 여러분! 다시 한번 박수를 보내 주세요! 이 시대 최고의 축구선수들입니다!!”
나만의 시대를 살게 되었노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았다.
***
작가의 말 ? 시상식 결과는 내일 올라오는 한 편에서 공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