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711)
710화 La union hace la fuerza (3)
2017년 2월 2일. 맨체스터 M3 7NH, 잉글랜드. 16 채플 스트리트. 시티스위트 아파트호텔.
맞서 싸운다는 것은 무척 중요하다.
삶 속에서 수없이 마주하는 고난과 역경 그리고 적(敵)에 굴복하지 않으려면, 인간은 어떠한 순간에도 맞서 싸우려는 의지를 포기해서는 안 됐다.
맨체스터 시티의 감독, 펩 과르디올라처럼 말이다.
“…….”
펩 과르디올라는 지난 46년의 삶을 설명할 때, 안주하지 않았고 세상의 모든 편견과 맞서 싸웠다고 표현하는 것을 즐기곤 했다.
실제로 그의 삶은, 산트페도르의 광장에서 축구공을 가지고 놀 때부터 항상 그러했다.
그러나.
‘결국, 자네도 받아들였군.’
축구 감독이 된 뒤의 삶은, 맞서 싸우는 것만이 최선은 아니라고 말을 해 주고 있었다.
때때론 삶을 불태워 줄 연료가 부족해진 것은 아닌지 심각하게 고민해 보기도 했지만, 많은 시행착오 끝에 내린 결론은 그도 남들처럼 인생을 배워 간다는 것으로 내려졌다.
그렇다고 삶에 수긍한다는 건 아니었다.
사람들이 자신의 축구를 티키타카라는 한마디로 규정할 때의 반응처럼, 펩 과르디올라는 자신을 향한 편견에 언제든 어퍼컷을 날려 줄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저, 전보다 조금 더 현명해진 것뿐이다.
중요한 사실을 깨달은 것처럼 말이다.
‘감독은 신이 아니야.’
성공. 즉, 다른 말로 우승이라 부르는 것은 독이 든 성배를 들어 올리는 것과 같다.
일단 한 번 그것을 들어 올리게 되면, 당시에 느꼈던 환희 이외의 모든 것들이 무가치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찾아온다.
점점 더 큰 자극을 추구하는 인간의 본성이 작은 성공을 실패로 치부하게끔 만들고, 떨쳐내지 못한 과거의 망령은 시야를 좁아지게 하여 고집을 피우게 한다.
그러다 아주 우연히 운이 따라 주어 2년 혹은 3년 이상의 연속된 성공을 맛보게 된다면, 결국 인간에게 주어진 가장 큰 축복마저 외면해 버린다.
바로, 망각이란 선물 말이다.
‘우리는 그저, 지도할 뿐이지.’
서재 겸 작업실에서 한참 동안 모니터를 바라보던 펩 과르디올라가 안경을 벗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곤 주방으로 가 우유를 데웠다.
‘주인공은 선수야. 나는 그걸 미처 알지 못했지.’
FC 바르셀로나 감독 시절, 펩 과르디올라는 몇 번이나 새로운 전술을 팀에 도입하려고 했다.
이는 2년 동안의 큰 성공을 거둔 뒤인 2010/11 시즌의 이야기이며, 당시 과르디올라는 내부의 복잡한 정치 문제로 팀을 떠날 결심을 굳힌 상태였다.
하지만 그는 새로운 일자리를 구할 것이란 확신과는 별개로,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이 늘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리오넬 메시라는 세계 최고의 선수와 함께 축구를 할 수 있는 시간 말이다.
그에 조급함을 느낀 펩 과르디올라는 2010/11 프리시즌 기존의 4-3-3에서 벗어난 새로운 전술을 도입하고자 했고, 선수 다수의 좋은 반응 역시도 끌어냈다.
하나.
[“저는 새로운 전술이 마음에 들지 않아요.”]자신을 거치지 않고 직접 보드진에 전달한 한 남자의 의사로 인해, 과르디올라의 도전은 닻을 올려 보기도 전에 실패로 끝날 수밖에 없었다.
짐작하듯, 리오넬 메시가 그 주인공이다.
[“내게 직접 이야기를 하지 그랬나?”] [“펩. 저는 당신을 무척 존경하지만, 한편으론 당신이 제 이야기를 듣지 않을 거라는 것도 알아요.”] [“뭐라고?”] [“저는 쓸데없는 에너지 낭비를 하고 싶지 않았어요. 우린 지금의 전술로 성공을 거뒀고, 앞으로도 그럴 거예요.”]5분도 채 되지 않아 끝난 미팅 이후, 펩 과르디올라는 큰 허탈감에 빠져들었다.
두 개의 시즌을 함께하며 서로 신뢰가 쌓였다고 믿었던 선수에게서, 자신을 믿지 못한다는 말을 듣게 된 셈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해 펩 과르디올라는 코파 델 레이를 제외한 모든 대회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업적을 이뤄 냈지만, 당시의 성공은 자신의 것이 아니었다.
모든 영광은 리오넬 메시의 것이었다.
[“인간은 신이 아닐세.”] [“뜬금없이 말인가?”]비록 우승 트로피는 2008/09 시즌에 비해 하나가 부족했지만, 축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팀 중에 하나로 꼽힌 2010/11 시즌의 FC 바르셀로나.
그 모든 것을 내려놓는 것에 아무 미련이 없던 펩 과르디올라는 뉴욕에서 휴가를 보내던 중, 자신의 오랜 벗이자 훌륭한 파트너인 마넬 에스티아르테를 만났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펩 과르디올라는 FC 바르셀로나. 더 나아가 스페인 라 리가의 몰락을 예고했다.
[“리오넬 메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이 위대한 두 명의 축구 선수가 모든 문제점을 가리고 있지. 그리고 다른 클럽에 헛된 비전을 보여 주고 있어.”] [“헛된 비전이라고?”] [“그렇네.”]2010/11 시즌의 FC 바르셀로나는 강력했지만, 동시에 기량의 하락이 예고된 다수의 베테랑들이 포함된 클럽이기도 했다.
수비의 핵심이자 주장이었던 카를레스 푸욜.
이상적인 미드필드였던 차비 에르난데스.
다니 아우베스와 안드레이스 이니에스타 역시 몇 년 안에 서른이 될 예정이었고, 그들은 여전히 피치에서 위력을 발휘하겠지만 전술은 낡아 갈 게 틀림없었다.
그렇게 낡아 버린 전술은 공략할 수 있고, 그것을 버텨 내기 위해서는 스쿼드의 재능과 선수 생명을 더 많이 갉아 내야 했다.
실제로 펩 과르디올라가 떠난 후 FC 바르셀로나의 전술은 거의 그대로였지만,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다시 차지했던 건 4년이 지난 2014/15시즌이었다.
그것도 루이스 수아레즈/이반 라키티치/마르크-안드레 테어 슈테겐과 같은 선수 영입이 모두 성공을 거두면서, 클럽에 새로운 연료가 보강되었기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바로 다음 시즌 기존 선수들의 노쇠화와 클럽의 모든 것이던 메시의 부상 등으로, FC 바르셀로나는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8강에 만족해야 했다.
어째서?
어째서 리오넬 메시와 같은 세계 최고의 선수를 보유하고도, 5년 동안 겨우(?) 그 정도의 성공밖에 거두지 못했던 걸까?
데워 낸 우유를 컵에 따른 펩 과르디올라가 아파트호텔의 발코니로 빠져나와 난간의 앞에 선다.
“호로로록-”
세월의 흔적이 닿은 모든 것들은 낡는다.
유형이든 무형이든 모두 마찬가지다.
그리고 이 두 가지 요소가 모두 존재하는 축구 역시, 시간이 베푼 잔인한 은혜를 공평하게 받고 있다.
펩 과르디올라가 떠난 뒤에도 변하지 않았던 FC 바르셀로나. 이제 그들의 축구는 젊고 싱싱한 재능이란 이름의 연료 보충 없이는 더 큰 성공을 거두기 어려워졌다.
변화를 거부하는 리오넬 메시가 있어 더더욱 그렇다.
아이러니하게도, 축구 역사상 가장 뛰어난 재능 중 하나가 클럽의 변화를 막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그런 정체 현상은 기존의 시스템에 익숙한 감독의 부임. 즉, 보드진이 손쉽게 다룰 수 있는 감독의 임명으로 이어졌다.
최근 FC 바르셀로나의 보드진이 우승 트로피가 아닌 리오넬 메시의 기분에만 신경을 쓴다는 건, 클럽의 내부 사정을 아는 모든 이들이 동의하는 부분이다.
“호로로록-”
머그잔에 가득 따랐던 우유가 절반 정도 비워지고, 몸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낀 과르디올라는 자신이 사랑했던 클럽이 망가져 가고 있음에 안타까움을 느꼈다.
처음 그곳을 떠나면서는 언젠가 돌아가겠다고 다짐했지만, 지금 같아선 그러고 싶지 않았다.
‘변화를 포기한다는 건, 가장 끔찍한 일이야.’
스스로 신(神)이 되었다고 착각한 리오넬 메시는 맞서 싸우는 것을 포기했고, 그저 삶의 모든 것이 자신에게 맞춰지는 걸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너무나도 위대한 재능이 모든 단점을 만회하고도 남았지만, 만약 그가 조금만 더 유연한 사고방식을 가졌다면 지난 3년 뮌헨의 성공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호로로록-”
펩 과르디올라는 이런 안타까움을 견디는 일이 별로 어렵지 않았다.
“이런. 벌써 다 비웠나?”
차가운 밤바람을 맞으며 따뜻한 우유로 몸을 덥히는 일이 마음에 들었던 펩 과르디올라가, 잠깐 아쉬운 표정을 지어 보이다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침대에 눕기 전 샤워를 하러 움직이며, 자신이 괜찮은 이유를 생각했다.
드르르륵-
지금으로부터 약 1시간 전, 자정이 다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온 과르디올라는 아내가 만들어 둔 밤참을 먹고 난 뒤에 서재로 들어가 컴퓨터를 켰다.
그러곤 바로 이메일에 접속해, 클럽의 스태프가 보내 놓은 영상을 틀었다.
그것은 몇 시간 전에 끝난 아틀레티코와 알라베스의 코파 델 레이 준결승 1차전 경기였고, 고전하는 김다온을 지켜보던 과르디올라는 후반 흥미로운 장면을 목격하게 되었다.
앞으로 몇 년은 더 시행착오를 겪을 것 같았던 디에고 시메오네가, 과감하게 자신의 낡고 오래된 전술을 버리고 새것으로 갈아타는 장면이었다.
2013/14 시즌 라 리그 우승과 챔피언스 리그 준우승이 가져온 성공에서 벗어나 버린 순간이다.
그렇게 후반전이 시작된 후, 아틀레티코는 정확히 10분 동안 인상적이고 흥미로운 축구를 펼쳤다.
물론 1:0이 된 뒤에는 본래의 모습으로 다시 돌아가긴 했지만, 그 10분은 수비로 대표되는 디에고 시메오네가 새로운 철학을 받아들였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리고 펩 과르디올라는 그 이유를 쉬이 짐작해 볼 수 있었다.
쏴아아아아-
“…….”
바디타월에 짜낸 바디워시를 머리부터 씻어 내려간 과르디올라는, 디에고 시메오네가 되어 상상을 시작했다.
아틀레티코의 경기력은 점차 떨어지고 있었고, 그건 김다온을 풀백으로 끌어내린 시점과 일치한다.
그렇다면 김다온을 다시 미드필드로 올리는 게 현명해 보이겠지만, 그가 풀백으로 뛰었을 때 수비에 가져다주는 안정감을 포기하기도 쉽지 않았을 거다.
결국 그 속에서 디에고 시메오네는 자신이 위대한 재능을 낭비 중이라 느꼈을 거고, 거기에서 온 감정이 오랜 고집을 포기하도록 하였을 게 틀림없다.
위대한 재능이란 그런 거니까.
스스로 신이 되었다고 믿은 축구 감독을 다시 인간으로 끌어내려, 눈앞에 놓인 시련과 맞서 싸우도록 만든다.
그리고 그건, 한 개인을 성장시킨다.
‘그는 그런 선수야.’
김다온과 함께한 이후, 펩 과르디올라는 단 한 번도 그가 변화를 거부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오히려 변화하고 새로운 도전을 받아들이는 것을 자신의 숙명처럼 생각했다.
게다가 그에겐 리오넬 메시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가지지 못한 재능이 있었다.
단순히(?) 득점을 만드는 부분에만 공헌하는 게 아니라, 피치의 모든 영역과 모든 요소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실제로 김다온은 2015/16시즌 리오넬 메시의 평균 달린 거리인 7.9km의 배에 가깝게 뛰었고, 9.2km 뛴 호날두보다도 매일 밤 4km 이상 더 피치를 누볐다.
그저 많이 뛰기만 한 게 아니라, 50개의 가까운 공격포인트를 기록하고 두 사람은 명함도 내밀 수 없는 압도적인 수비지표를 기록하면서 말이다.
아마 디에고 시메오네는 그렇게 할 수 있는 축구 선수를 보지 못했을 것이다.
드르르륵-
펩 과르디올리는 이제 디에고 시메오네의 미래를 생각했다.
아마 그는 남은 시즌 새로운 시도를 할 것이고, 징계가 끝나고 이적이 가능해지는 내년 1월부터는 그 변화에 어울리는 선수를 영입할 것이다.
어쩌면 김다온과 같은 일을 해 줄 수 있는 선수를 찾을 수도 있겠지만, 그는 곧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을 거다.
그리고 결국 김다온이 하는 일을 나눠서 수행할 두세 명의 선수를 데려올 것이다.
“하-! 정말 말도 안 되는군.”
거울 앞에서 스킨로션을 바르며, 펩 과르디올라는 자신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는지를 깨달았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정도 되는 클럽에서 뛸 수 있는 선수를 두셋 모아야, 비로소 김다온이 피치에서 보여 주는 기여를 따라잡을 수 있다는 것이었으니까 말이다.
하나 중요한 건, 이것이 사실이란 점이었다.
김다온은 그런 선수다.
그렇지만 여태껏, 디에고 시메오네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그런 김다온의 재능을 반밖에 활용하지 못했다.
많은 공격포인트가 사람들의 눈을 가리고 있어, 김다온이 아틀레티코에 녹아든 것처럼 보이는 것뿐이다.
‘자네는 할 수 없어.’
조용히 아내의 곁에 누워, 크리스티나를 뒤에서 끌어안은 펩 과르디올라가 잠에 빠져들기 전 확신한다.
주어진 시간이 부족한 디에고 시메오네는 절대 김다온의 재능을 전부 활용할 수 없을 것이며, 오히려 자신에게 도움이 될 경험치만 줄 것이라고 말이다.
처음부터 그것을 알고 있었기에, 김다온의 아틀레티코행을 적극 추천했다.
카를로 안첼로티의 바이에른 뮌헨에 남아 벤치 신세가 되는 것보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로 가 새로운 축구와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게 훨씬 나았다.
“후후후.”
눈을 감은 채, 김다온과 재회한 이후를 떠올린 펩 과르디올라가 새어 나오는 코웃음을 감추지 못한다.
“펩? 지금 뭐라 했어?”
“오- 아무것도 아니야, 여보. 그냥 계속 자.”
“응. 일은 다 했고?”
“오늘 건 끝냈지.”
“하하, 당신다운 대답이네.”
축구 감독으로서의 일은 절대로 끝나지 않는다.
‘암, 그렇지. 그렇고말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려는 노력을 포기하지 않는 것만으로, 최고가 될 기회는 항상 존재한다고 믿는 펩 과르디올라다.
***
.2017.02.04. 경기 결과(La Liga 21R)
아틀레티코 2 : 0 레가네스
[골] 페르난도 토레스 : 전반 15분, 후반 06분(앙헬 코레아)김다온 ? 96분 출전(평점 7.3)
MoM ? 페르난도 토레스(2골/평점 8.4)
***
2017년 2월 5일. 28221 마드리드, 스페인. 마하라혼다. C. 세로 델 에스피노, s/n, 파벨론 2. 시우다드 데포르티바 완다 아틀레티코 데 마드리드.
전날의 무난했던 승리에도 불구하고, 팀의 내부 분위기는 썩 좋은 편이 아니었다.
지난 4일 새벽, 술에 취한 뤼카 에르난데스가 여자 친구 아멜리아 요렌테(Amelia Llorente)를 폭행한 죄로 경찰에 체포되는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다음 날 조사 이후 곧바로 귀가 조처가 내려지긴 했지만, 당연히 팀 분위기는 엉망이 됐다.
평소에도 술을 즐겼던 뤼카에겐 감정이 격해진다는 좋지 못한 주사가 있었는데, 결국 그게 문제가 된 것이다.
어제, 뤼카는 팀 강령에 의해 출전이 취소됐었다.
“듣기론, 본래부터 그런 관계였다고 하는군.”
“네. 저도 그렇게 듣긴 했어요.”
뤼카와 아멜리아는 평소에도 격렬한 관계를 유지했다. 한 날은 뤼카가 눈에 멍이 들어서 출근을 했었는데, 만취 후 관계를 나누면서 생긴 훈장(?)이라고 했다.
이렇듯 둘은 서로에게 과격한 말과 행동을 하며 애정을 확인하곤 했는데, 며칠 전은 뭔가 어긋나 버리게 된 것 같다.
실제로 신고한 다음 날, 유치장에 있던 뤼카를 풀어 달라고 요청한 것도 아멜리아였다.
“후우- 골치가 아프군.”
“그런 관계도 있는 거죠.”
“뤼카도 빌어먹을 재능이지. 술과 여자를 그런 식으로 가까이 두는 데도, 모두가 그 실력을 인정하고 있으니 말이야.”
“녀석이 택한 일이에요.”
“그래. 나도 그래서 더 머리가 아픈 걸세.”
원래대로라면, 우리는 어제 플랫 4-4-2가 아닌 3-5-2로 경기에 나섰어야 했다.
하지만 뤼카가 징계를 받으면서 센터백 포지션에서 뛸 수 있는 선수가 사라졌고, 자원이 부족해진 시메오네는 변화를 주는 걸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뤼카의 징계 기간이 알라베스와의 2차전이 끝난 다음 날까지라는 거다.
중요한 경기이니만큼 복귀시키는 것도 가능은 하겠으나 나쁜 선례를 만드는 일이 될 것이기에, 굳이 무리해서 뤼카를 출전시키지는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저를 보자고 하셨나요?”
“그래. 자네의 생각이 궁금하군.”
“……왜죠?”
“응?”
“제 말은 그러니까…….”
말했지만, 아틀레티코는 나의 팀이 아니다.
“이 질문을 받을 사람이 따로 있지 않을까 해서요. 고딘, 가비, 호르헤, 앙투안 같은 사람들이요.”
“먼저 말을 했네.”
“그런데요?”
“자네에게도 물으라더군.”
“……앙투안이요?”
“…….”
“역시 그렇네요. 제가 괜한 것을 물어봤어요. 죄송해요.”
“훗.”
쓰게 웃는 디에고 시메오네의 얼굴에는 복잡한 감정이 고스란히 묻어나고 있었다.
“여전히 둘은 그런가?”
“가끔 변하지 않는 것도 있죠.”
“하하, 참으로 재미있군. 피치 안에서 뛰는 모습만 보면, 두 사람은 무척 잘 맞는 것 같은데 말이야.”
그거야 사실이긴 했다.
며칠 전, ‘ABC’의 한 축구 프로그램에서 나와 그리즈만의 호흡을 집중적으로 다뤘었다. 올 시즌 득점을 합작한 숫자가 누구보다 많다면서 말이다.
실제로 나의 시즌 어시스트 중 60% 정도가 그리즈만의 득점으로 이어졌고, 나 역시 녀석으로부터 서너 개의 어시스트 패스를 받았던 것 같다.
“피치 안에서 타협하는 관계도 있긴 하더라고요.”
“뭐, 무리할 이유는 없지. 둘의 관계가 팀에 문제를 일으키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네.”
“하지만.”
“??”
“최근, 자네가 이 팀에서 좀 더 목소리를 내는 것도 괜찮을 거란 생각을 했네. 이전에는 다른 녀석들의 제안을 받아들이긴 했지만, 과연 그게 팀을 위해 좋은 것인지 잘 모르겠군.”
피치 안팎에서 더 많은 영향력을 발휘해 주길 바란다는 시메오네의 말에, 나는 계속해서 유지해 온 태도를 한 번 더 말하려고 했다.
하지만 시메오네는 곧바로 손을 들어 올려, 자신의 이야기를 먼저 들어 달라고 말했다.
“물론 자네는 임대생이야.”
“네. 그렇죠.”
“하지만 동시에, 세계 최고의 축구 선수기도 하네. 유일무이한 발롱도르/FIFA 올해의 선수상/푸슈카시를 한 해 동시에 획득한 사람 말이야.”
최근 팀의 경기력이 떨어졌다는 건, 클럽 사람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었다.
한데 그러면서, 선수단 내에서 말이 나왔던 것 같다.
그것은 주로, 침묵하던 베테랑들의 의견이었다.
후안프란, 페르난도 토레스, 니콜라스 가이탄, 미겔 앙헬 모야와 같은 선수들 말이다.
이들은 아틀레티코 내의 주요 파벌인 앙투안 그리즈만을 필두로 한 세력과는 조금 동떨어져 있지만, 그래도 클럽에서 나름의 입김을 가진 남자들이었다.
그중 가장 클럽 내에서 입지가 두터운 후안프란과 페르난도 토레스가, 코파 델 레이 1차전이 끝난 직후 가비와 고딘을 찾았다고 한다.
그리고 둘에게, 내가 마드리드 더비 이전처럼 클럽 내에서 더 많은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늘 아침에 코케와 대화를 나눴네.”
“그런가요?”
“그래. 가비와 고딘이 코케에게 의견을 구한 모양이야.”
코케는 중립을 유지하던 기존의 태도를 바꿔, 후안프란과 페르난도 토레스에 무게를 실어 주었다.
“그래서.”
“부정하는 건 앙투안뿐이로군요?”
“그렇지. 하지만, 그것은 내가 어떻게든 할 수 있을 걸세. 그리고 지금처럼 계속 자네가 패스를 주는 이상, 녀석도 무턱대고 불만을 표하지는 못할 거야.”
“네. 본인에게 주목이 쏟아지고 있으니까요.”
“하하, 그런 것까지 아는 건가?”
조르제 제수스 감독님은 항상 이렇게 말씀하셨다.
피치는 전장(戰場)이고, 함께 뛰는 동료들은 전부 전우(戰友)라고.
피치 밖에서 아무리 서로를 미워하더라도, 최소한 피치 안에서는 믿고 등을 맡겨야 한다고 하셨다.
“피치에서 함께 뛰는 남자가 어떠한 성향인지 파악해 놓는 건 기본 아니던가요?”
“앙투안이 자네의 반만이라도 닮았으면 좋겠군.”
“제가 오기 이전에도 그런 생각을 하셨나요?”
“……이해했네.”
“네. 하지만, 무슨 말씀이신지는 알겠어요.”
클럽의 베테랑들과 중견층의 대표주자인 코케가 내 목소리를 바라는 지금, 그것을 굳이 거부하는 것도 아틀레티코를 위해 좋지 못했다.
벤피카나 뮌헨에서 뛸 때만큼은 아니더라도, 적당히 내 의견을 표현할 수는 있을 것이다.
과연 피치 위에서 내가 감정을 조절할 수 있겠냐가 관건이지만 말이다.
보나 마나, 난 소리를 내지를 것이다.
그리고 동료들을 몰아붙일 거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
“본래 우리가 하려던 이야기가 있지 않았나요?”
“아, 그렇지.”
나는 디에고 시메오네에게, 만약 변화를 시도할 결심을 했다면 그것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고 말을 했다.
부상 중이기는 하지만 팀에는 여전히 호세 히메네즈가 있었고, 종종 B팀에서 합류해 훈련하는 에밀리아노나 타치와 같은 친구들도 있었다.
물론 뒤의 둘은 1군 무대를 경험해 보지 못했지만, 어린 친구들과 함께 뛰는 건 자신이 있었다.
벤피카와 뮌헨에서 줄곧 해 왔던 거니까.
나름, 재미있는 부분도 있다.
“해 봐요, 디에고. 우리는 할 수 있어요.”
“음- 참고하지.”
“네. 그거면 충분해요.”
딸깍-
면담을 끝마친 후, 난 감독실을 나섰다.
그리고 생각했다.
‘도전은 좋은 거야.’
나는 단 한 순간도, 새로운 시도와 변화를 두려워해 본 적이 없었다. 그렇기에 뮌헨을 떠나 이곳에 있는 거고, PL의 맨체스터 시티를 다음 목적지로 결정한 것이다.
앞으로 내가 목표로 하는 꿈에 비하면, 경험 없는 유망주를 파트너로 두고 새로운 전술로 경기를 치르는 건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일이었다.
그러니.
‘Vamos, Diego. 당신은 할 수 있어요.’
이 변화의 흐름이 계속해서 이어지기를.
난 진심으로 그렇게 바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