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712)
711화 La union hace la fuerza (4)
2017년 2월 6일. 01013 비토리아, 스페인. 알라바. 엘게타 칼레아, 49. 콤플레요 데포르티보 데 베토뇨(Complejo Deportivo de Betono. Elegeta Kalea, 49. Alava. 01013 Gasteiz, Spain).
코파 델 레이 준결승 2차전을 하루 앞두고, 데포르티보 알라베스는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린 상태였다.
전날, 스포르팅 히혼 원정 경기에서 4:2의 대승을 거두었기 때문이다.
일정상 리그 경기와 컵 대회 준결승까지 48시간의 여유밖에 없었기에, 로테이션 멤버를 대거 활용하고도 거둔 뜻깊은 승리였다.
무엇보다, 아틀레티코가 자랑하는 플랫 4-4-2를 쓰고 승리를 거둔 점은 분명한 메시지가 될 수 있었다.
“에-이!! 여기!!”
“바로 올려!!”
피로 따윈 없다는 듯 활기찬 선수들의 훈련 장면을 보고 있는 마우리시오 펠레그리노가 행복한 이유다.
“어떤가?”
“?”
“모든 흐름이 우리에게 오고 있는 것 같지 않나?”
1차전의 패배 이후 인터뷰에서 밝혔듯, 펠레그리노는 정말 운이 없었을 뿐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후반 시작 직후 달라진 아틀레티코의 모습에 당황했던 것 역시 사실이었지만, 득점 후 더 몰아붙이지 않고 걸어 잠그는 것을 보며 괜한 걱정이었다고 확신했다.
“아틀레티코와 디에고 시메오네는 바르셀로나나 펩 과르디올라가 아니야. 그러니, 두려워할 이유가 없어.”
“상대에겐 악재도 있지.”
“그렇지. 바로 그거야.”
오늘 오전, 아틀레티코의 소식을 전문적으로 전하는 문도 데포르티보의 기자 체마 푸엔테(Chema Fuente)는 내일 경기에서 두 명의 센터백이 뛸 수 없다고 전했다.
구단 자체 징계로 빠진 뤼카 에르난데스와 아직 부상 회복이 덜 된 호세 히메네즈가 그 주인공들이다.
이 말은 곧,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가용할 수 있는 센터백 자원이 단 두 명뿐이라는 이야기가 됐다.
“상대는 너무나도 뻔해. 4-4-2겠지.”
필리페 루이스의 부상과 뤼카 에르난데스의 징계로, 현재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서 왼쪽 풀백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는 김다온이 유일했다.
정작 그 자리에서 뛰어줄 수 있는 테오 에르난데스는 다름 아닌 알라베스로 임대를 떠나와 있다.
그러니, 김다온을 센터백에 두는 변수는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 디에고 시메오네가 보여 준 성향을 생각하면, 이런 확신에는 충분한 근거가 있었다.
“말했지만, 상대를 얕보는 게 아니야.”
“알고 있네.”
“준결승 상대가 확정된 뒤부터 줄곧 아틀레티코의 경기를 분석했지. 그래서인가? 지금 내게는 보여. 저들이 무엇을 할지 말일세. 우리에게도 운이 조금만 따른다면. 글쎄. 2:0? 나는 그렇게 될 거라고 믿네.”
마우리시오 펠레그리노는 본래 이토록 배짱이 넘치는 남자는 아니었다. 현역 시절에는 투지 넘치는 수비로 명성을 떨쳤지만, 코치가 된 뒤로는 늘 자신감 부족을 지적받았다.
오죽하면 스승인 라파 베니테즈로부터, [“현역 시절 배짱의 절반만 가져도 자넨 성공할 걸세.”]라는 말을 들었겠는가?
그렇기에 현재 펠레그리노가 보여 주고 있는 자신감은, 승격팀인 알라베스 전체에 감화(感化)되고 있었다.
‘알 수 있어. 우리는 이길 거야.’
첫 번째 경기에서의 패배에도 불구하고, 승격팀 데포르티보 알라베스의 돌풍을 이끄는 마우리시오 펠레그리노는 여전히 큰 자신감을 느끼고 있었다.
***
【4시간 뒤】28221 마드리드, 스페인. 마하라혼다. C. 세로 델 에스피노, s/n, 파벨론 2. 시우다드 데포르티바 완다 아틀레티코 데 마드리드.
어제, 집으로 돌아가기 전에 시메오네가 다시 나를 불렀다.
[“타치와 대화를 나눴네.”] [“오?”]디에고 시메오네는 어제 오후, B팀 소속의 타치(Tachi)를 A팀으로 급하게 호출했다.
내일 알라베스와의 준결승 경기에서, 3-5-2를 사용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녀석이 몹시 불안해하고 있어.”] [“그렇겠죠. 와- 정말 그렇게 하려는 거예요?”] [“응? 자네도 그걸 원한 것 아니었나?”] [“네. 하지만 정말 그렇게 될지는 확신하고 있지 못했거든요. 그러니까…….”] [“배짱이 없다고?”] [“…….”]내가 시메오네를 배짱 없다고 말할 줄이야.
물론 그런 단어를 직접 입으로 내뱉지는 않았지만, 침묵 속에 감춰진 언외(言外)의 뜻은 충분히 전달되었던 것 같다.
[“이제야 알 것 같군.”] [“??”] [“아니, 아무것도 아닐세.”]씁쓸한 얼굴로 내 어깨를 두드리며 돌아서는 디에고 시메오네를 보며, 나는 어째서인지 미안함을 느껴야 했다.
과연 그건 무엇이었을까?
탁-
“준비됐어?”
“……네.”
“하하. 긴장할 것 없어. 그냥 맛있는 저녁밥이니까. 루틴에 맞춰진 거니까, 몸에 부담이 가진 않을 거야.”
“…….”
아무튼 현재, 나는 타치를 데리고 집으로 가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1군 호출과 코파 델 레이 준결승전 선발 통보로, 종일 토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1997년생으로 민재와 동갑내기인 타치에게, 1군 데뷔전을 코파 델 레이 준결승으로 치르라는 점은 엄청난 부담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아영이와 시메오네에게 차례대로 상의하여, 오늘 밤 타치를 집에서 재우기로 했다.
임대로 빌린 아파트라 집이 썩 넓지는 않았지만, 이 녀석과 시간을 보내는 게 내일 경기력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디에고의 설명은 이해했어?”
“쓰, 쓰리백이요?”
“응. 뛰어 본 적이 없다며.”
“아. 네, 네.”
본래 헤타페의 유스 소속이던 타치는 2013년 스카우트의 눈에 띄어 아틀레티코 산하 U-17 팀으로 이적했다.
센터백치곤 그리 크지 않은 신장이었음에도, 빠른 발과 후방빌드업 능력을 갖춰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것이다.
“부담 가질 필요는 없어.”
“……정말요?”
“응?”
신호에 걸려 차를 멈춰 세운 후, 기어를 바꿔 놓은 뒤에 타치를 돌아봤다.
“설명을 듣는데, 무슨 말인지 거의 모르겠더라고요.”
“그래?”
“네. 이건 분명 좋지 않은 거잖아요. 그렇죠?”
사실대로 말을 하자면?
그렇다.
이건 큰 문제다.
당장 내일 선발로 나서게 될 센터백이 팀이 요구하는 전술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고 말하고 있다.
그나마 공격수라면 어떻게든 했을 것이다.
99번 실수해도, 1번 성공하면 되니까.
하지만 수비는 그렇지 않다.
정작 스포트라이트는 가장 적게 가져가면서도, 전술적인 이해도와 희생을 가장 많이 강요받는다.
“불공평하지 않아? 안 그래?”
“부, 부, 부, 불안하지 않아요?”
“불안해? 왜?”
“그, 그야 제가…….”
“전술을 이해하지 못해서? 아니면 네가 18살이라서? 아니면 데뷔 경기가 코파 델 레이 준결승이라서?”
“저, 전부 다요!!”
빠?앙!!
“이크! 일단 출발하고 말하자.”
“…….”
뒤에서 경적이 들려와, 얼른 차를 출발시켰다.
그리고 잠깐 침묵이 이어지는 동안, 나는 타치의 반응이 지극히 당연하다고 생각을 했다.
일주일 전에 통보를 받아도 심장이 두근거려서 잠을 설칠 건데, 경기를 52시간 남겨 두고 컵 대회 준결승전에서 뛸 준비를 하란 이야기를 들었다.
내가 너무 무심하게 반응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지만, 이게 옳다고 판단했다.
타치가 느끼는 부담감을 가볍게 보는 게 아니라, 피할 수 없는 도전이라면 즐기는 게 옳았기 때문이다.
“나는 이렇게 생각해.”
“들을게요!”
너무 열심히(?) 반응하는 타치의 반응이 재미있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그래도 표정을 가다듬고 최대한 평온한 얼굴로 내 생각을 풀어 나갔다.
“흔히 이런 말이 있잖아.”
“??”
“누구나 삶을 살아가며 몇 번의 기회를 가져. 하지만 태반이 그걸 기회인 줄도 모르고 지나쳐 보내지. 그리고 시간이 흐른 뒤에, 그걸 놓쳤다는 걸 알고 후회하고 말이야.”
“…….”
참으로 다행인 건, 나는 그 기회를 옳게 붙잡았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내가 특별히 대단해서가 아니라, 주변에 항상 좋은 사람들이 있어 줬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내겐 도전이고 어려운 선택이었던 게, 누군가에게는 기회로 보였던 거야. 왜일까?”
“……어른이라서요?”
“그럴 수도 있지. 하지만 내 생각은 이래.”
삶의 어떤 부분은 타인이 가장 정확하게 바라본다.
“가족도 결국 타인이니까. 무슨 말인지 알지?”
“네.”
“응. 나의 문제가 아니기에, 타인은 그걸 공감해 줄 수 없어. 미안하지만, 네가 지금 어떠한 마음인지 나는 그걸 전혀 헤아려 줄 수 없어. 그냥, 짐작이나 해 보는 거지.”
그렇지만, 그게 때론 도움이 된다.
“어떠한 문제가 닥쳐왔다는 건, 내가 상황을 냉정하게 바라볼 수 없다는 뜻이잖아. 하지만 그걸 공감할 수 없는 타인은 그렇지 않아.”
“……무슨 말인지 알 것도 같아요.”
“그래? 그거, 다행이네.”
“냉담하기에 오히려 객관적으로 될 수 있다는 뜻이죠?”
“바로 그거야.”
문제 앞에서 감정적으로 된다는 건, 판단력을 상실한 상태라는 걸 의미했다.
그리고 그때 가장 중요한 건, 나 자신이 감정적인 상태라는 걸 깨닫는 것과 주위에 있는 좋은 사람에게 의견을 구하는 것이었다.
“내가 볼 때는 이래. B팀에 센터백이 몇이나 있지?”
“어…… 여섯 명이요?”
“그래. 그리고 그중에서 A팀에서 뛰어 본 건?”
“음…… 둘? 아니면 셋이요?”
“일단 둘이라고 치자.”
“네.”
“우선 그 전에 하나만 물어볼게. 디에고를 믿어?”
“다, 당연하죠! 그는 최고예요! 물론 펩 과르디올라도 대단하지만, 루이스 엔리케나 카를로 안첼로티보다는 확실히 더 낫다고요.”
“하하.”
스페인에서 생활하며 알게 된 건, 펩이 여전히 최고의 감독이란 평을 받는다는 것과 루이스 엔리케와 카를로 안첼로티를 그리 높게 평가하진 않는다는 점이었다.
반대로 지네딘 지단에 대한 평은 상당히 후했는데, 카를로 안첼로티 시절 전술적으로 고착화되었던 레알 마드리드에 유연함을 부여했기 때문이었다.
확실히 스페인의 팬과 미디어는 독일보다 전술적인 부분에 훨씬 더 민감했고, 그에 관한 관심도 무척 높았다.
어쨌거나.
“지금 내가 네가 해 줄 말은 이거야. 그 대단한 디에고가 너와 경쟁하는 다섯 명의 센터백을 놓아두고 너를 호출했어. 왜일까? 내가 볼 때 그건, 네 앞에 놓인 건 고난과 역경이 아니라 기회라는 녀석인 것 같은데 말이야. 네 생각은 어떤데?”
“…….”
나의 말에 타치는 침묵했고, 난 녀석이 조금 더 생각할 수 있도록 배려하며 최대한 천천히 집으로 향했다.
그리고 잠시 뒤.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
“네.”
내내 떨쳐 내지 못했던 불안함이 많이 사라진 타치의 얼굴엔, 자신감이라 부를 수 있는 감정이 희미하게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리고 난 그것을 보며 이렇게 생각했다.
‘바로 그거야, 타치. 바로 그거야.’
현재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터무니없이 부족하고, 그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현실을 바꿀 수 없다면, 우린 그걸 두려워하기보다 즐길 준비를 해야 한다.
최소한 주어진 상황을 즐기고 있다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것들을 끄집어낼 수는 있을 테니까 말이다.
설령 그게 한참 부족하다고 할지라도.
“좋아. 이제부터 잘 들어.”
“네.”
그래서 나는 지금, 타치에게 가장 중요한 부분을 말하려 하고 있었다.
“내일 내 목소리를 들어. 언제. 어떠한 상황에서도.”
“…….”
“할 수 있겠지?”
“네. 아마도요.”
“좋아. 저기. 저기가 내 집이야.”
몸을 앞으로 숙인 타치가 아파트를 확인하고, 그런 녀석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어 보인 나는 이제 모든 준비는 끝났다고 생각을 했다.
아파트에 들어서는 대로, 시메오네에게 메시지를 하나 보내 두어야 할 것 같다.
그 역시 걱정하고 있을 테니까 말이다.
‘두려워할 필욘 없어.’
우리가 걱정해야 하는 것은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게 아니라, 더 나아질 수 있다는 걸 잘 알면서도 도전이 두려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었다.
마지막 좌회전 신호를 남겨 두고, 신호 앞에서 차를 멈춘 나는 왼쪽 깜빡이를 틀었다.
똑딱똑딱똑딱…….
***
2017년 2월 7일. 01007 비토리아, 스페인. 알라베스. 세르반테스 이빌비데아, 20. 멘디조로차 스타디움(Mendizorrotza Stadium. Cervantes Ibilbidea, 20. Alaves. 01007 Gasteiz, Spain).
.경기 시작 1시간 전
알라베스 0 : 0 아틀레티코
&Match-Up`s Best Eleven(AT/상대팀)
&Tactics(AT/상대팀) : 3-5-2/4-2-3-1
GK ? 미겔 앙헬 모야 / GK ? 페르난도 파체코
RCB ? 스테판 사비치 / RB ? 키코 페메니아
CB ? 디에고 고딘 / CB ? 빅토르 라구아르디아
LCB ? 타치 / CB ? 주하이르 페달
RWB ? 후안프란 / LB ? 테오 에르난데스
LWB ? 김다온 / CM ? 마누 가르시아
RCM ? 사울 니게스 / CM ? 마르코스 요렌테
CM ? 가비 / RAM ? 가이즈카 토케로
LCM ? 코케 / CAM ? 빅토르 카마라사
ST ? 앙투안 그리즈만 / LAM ? 이바이 고메즈
ST ? 페르난도 토레스 / ST – 데이베르송
.
.
약 30초 전, 각 팀에 선발명단이 전달됐다.
그리고.
“타치라고? 대체 이게 누구야?”
“1997년생?”
“마우리시오. 이거 봤나?”
“…….”
아틀레티코의 선발명단에 포함된 타치의 이름은 알라베스에 약간의 혼란을 더해 주고 있었다.
발 빠르게 인터넷에 접속한 알라베스의 스태프 중 하나가, 타치가 작년 7월부터 유스를 벗어나 아틀레티코의 B팀에 합류한 젊은 센터백이라고 말을 한다.
“포백이 아닌 건가?”
“정보가 필요해! 당장!!”
작은 혼란이 찾아든 감독실에서, 손을 들어 올린 마우리시오 펠레그리노가 사람들을 진정시킨다.
“호들갑을 떨 필요는 없어. 예상에 있던 거야.”
동요를 억누르고자 애써 태연하게 말을 했지만, 실은 펠레그리노 역시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디에고 시메오네가, 센터백 자원이 절반이나 날아간 상황에서 B팀의 선수를 콜업해 가며 쓰리백을 고집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이미 겪어 봤어. 지난 경기 후반전과 같아.”
“그건 그렇지만…….”
“다들 너무 지나친 것 같아. 잊었나? 상대는 펩 과르디올라나 지네딘 지단이 아니야. 디에고 시메오네라고. 그의 축구는 늘 똑같아. 그리고 우리는 그걸 알고 있지. 어떤가?”
“…….”
“역시 그렇지? 그러니 다들 진정하게나.”
입을 다물고 고개를 끄덕이는 코칭스태프들을 보며, 펠레그리니가 만족한 듯 미소를 지어 보였다.
잠깐 당황하긴 했지만, 두려워할 필욘 없다고 생각했다.
‘달라지는 건 전혀 없어.’
디에고 시메오네 전술의 파훼법을 알려 준 건, 다름 아닌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두 차례나 중요한 길목에서 꺾었던 펩 과르디올라였다.
스페인 라 리가 우승을 차지했던 2013/14시즌,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경기당 320회 정도로 리그 내에서 가장 적은 패스 횟수를 가진 팀이었다.
하지만 펩 과르디올라는 아틀레티코에 점유율 일정 부분을 넘겨주는 것으로, 그들의 패스 숫자를 평균 450회 정도로 상승시켰다.
그렇게 더 많은 패스를 보내게 된 아틀레티코의 선수들은 본래의 리듬을 잃어버렸고, 오히려 공격에 치중하느라 뒤쪽에 많은 공간만 내어주고 말았다.
지난 1차전, 마우리시오 펠레그리니가 택한 전술도 바로 그것이었다.
경기 초반 웅크린 상태에서 의도적으로 아틀레티코가 볼을 점유하게 만든 후, 높아진 라인의 뒷공간을 파고들어 위협을 준 이후에 수비를 주저앉게 했다.
자연히 라인과 라인 사이의 간격은 넓어졌고, 아틀레티코 특유의 빠른 역습도 미드필드가 움직여 줘야 하는 거리가 늘어나면서 속도가 늦춰졌다.
유일하게 후반 실점 상황에서 빠른 역습이 이뤄졌는데, 과정에서 알라베스의 실수가 있었기에 상대가 무조건 잘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여기까지 생각한 마우리시오 펠레그리노는, 다시 한번 스스로 채찍질을 했다.
‘축구는 팀 스포츠야.’
스승인 라파 베니테즈가 그러했듯, 마우리시오 펠레그리니 역시 축구는 훌륭한 수비와 승리를 향한 팀 전체의 의지가 절대적이라 믿는 사람이었다.
특정 경기에서 보여주는 개인의 놀라운 활약마저, 어디까지나 팀 전술의 일부로 보았던 것이다.
물론 펠레그리노는 베니테즈처럼 소통이 꽉 막힌 감독은 아니었지만, 철학적인 면에 있어서는 오히려 더 보수적이다.
그런 그에게 리오넬 메시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그리고 김다온은 늘 과대포장의 상징이었다.
6일 전과 마찬가지로, 마우리시오 펠레그리노는 개인이 팀을 뛰어넘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하나, 그가 하나 모르는 것이 있다.
그건 바로.
“내 말 기억하지?”
“네.”
“좋아, 타치. 한 번 굴러 보는 거야.”
“…….”
피치로 들어서기 전 어린 수비수를 격려한 김다온의 상태가, 마드리드 더비 이후 가장 잘 준비가 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전술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Okey! ¡¡¡Vamos!!!”
2016년을 자신의 것으로 만든 이 23살의 수비수는, 오늘 모든 것을 집어삼키겠노라고 굳은 결의를 다진 상태였다.
그리고 이런 것과 함께.
삐?익!!
코파 델 레이 준결승 2차전이 시작되었다.
***
작가의 말 ? 연재주기 관련 꾸준히 고민 중입니다.
금토일 111은 제 글 쓰는 스타일상 너무 루즈한 것 같아서 현재의 2212111을 대신해 2121211과 312121 등으로의 변경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심사숙고하고 상의를 거친 후, 혹시나 변동이 다시 있다면 말씀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