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716)
715화 La union hace la fuerza (8)
※ 2016/17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시즌 진행 현황
1. La Liga : 리그 1위
2. -> 16승 5무 1패 승점 56점
레알 마드리드 : 16승 3무 3패 승점 51점
FC 바르셀로나 : 15승 4무 3패 승점 49점
3. Champions League
-> 조별 예선 통과
-> 녹아웃 스테이지 1라운드 VS 레버쿠젠
4. Copa Del Rey
-> 결승 진출 확정
-> 2017.05.27. VS FC 바르셀로나
***
※ 2016/17 김다온의 시즌 진행 상황
1. La Liga
: 20경기/18선발/1759분/2교체(IN)/2교체(OUT)
: 15골 15어시스트
: MoM ? 8회
: 평균 평점 ? 8.4555
: 라 리가 득점 2위(리오넬 메시 17골)
: 라 리가 어시스트 1위(리오넬 메시 8어시스트)
: 라 리가 평균 평점 2위(리오넬 메시 8.5000)
2. Champions League
: 5경기/3선발/422분/2교체(IN)/0교체(OUT)
: 4골 2어시스트
: MoM ? 1회
: 평균 평점 ? 8.70
3. Copa Del Rey
: 4경기/4선발/356분/0교체(IN)/1교체(OUT)
: 1골 1어시스트
: MoM ? 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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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2월 16일. 28221 마드리드, 스페인. 마하라혼다. C. 세로 델 에스피토, s/n, 파벨론 2. 시우다드 데포르티바 완다 아틀레티코 데 마드리드.
셀타 비고전에서의 극적이었던 승리 이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재정비에 들어갔다.
경기 다음 날 선수단에 하루 휴가를 주어 체력을 회복하게 하는 한편, 3-5-2를 PLAN B로 만들기 위한 새로운 훈련 계획이 만들어졌다.
그렇게 사흘이 지나고, 18일 스포르팅 히혼 원정을 준비 중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클럽하우스엔 새로운 활력이 약동하고 있었다.
“Ariba(위로)! Ariba!!”
“Cabezazao(헤딩)!!”
“Directa(다이렉트)!!”
“!”
“!!!!”
“이예에에에에-!!!”
한쪽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던 무리 중 일부가 양손을 들어 올리며 기뻐하는 사이, 가랑이 사이로 볼을 통과시킨 후 넘어져 있는 이에게로 다가간 이가 손을 뻗는 장면이 보였다.
그 역시 마찬가지로 웃고 있었고, 드러누워 있던 사내 역시도 얼굴 가득 미소를 짓고 있었다.
“분위기가 좋아.”
“모처럼의 여유이지 않은가. 당연한 거야.”
“최후의 만찬 같은 건가?”
“훗. 최후라고 하기엔 아직 시즌이 많이 남아 있는 것 같은데. 아닌가?”
“흥-! 말꼬리 잡긴가?”
“큭큭큭큭. 그럴 리가.”
헤르만 부르고스의 팔을 툭 건드린 디에고 시메오네가 한 발 앞으로 나아가며 손뼉을 두들겼다.
오전 훈련이 끝났다는 말에, 선수들은 마무리 훈련을 위해 전부 한쪽으로 모여들었다. 그들을 이끄는 건 오스카 오르테가(Oscar Ortega)였고, 시메오네는 곁에서 잡담을 나눴다.
우선 가장 먼저 말을 건 사람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정신적 지주 중 한 사람인 코케였다.
“사람들은 어떻게 받아들이던가?”
“예상하시는 대로에요.”
“앙투안을 뺀 나머지가 수긍했다는 거군.”
“네. 굳이 거부할 필욘 없으니까요.”
선수단이 휴식을 취하던 13일 오후, 디에고 시메오네는 팀의 주요 베테랑들과 대화를 나눈 끝에 시즌 종료 때까지 김다온을 팀의 네 번째 주장으로 임명했다.
현재 팀의 주장인 가비 페르난데스와 부주장인 디에고 고딘. 그리고 공동 세 번째 주장 후안프란과 코케가 모두의 동의를 얻었다.
외에도 팀 내 영향력이 큰 페르난도 토레스와 필리페 루이스 역시도 좋은 생각이라며 힘을 보탰다.
명예직에 가까운 인사(人事)이기는 했으나, 이제는 누구도 김다온이 피치에서 목소리를 내는 것에 토를 달 수 없게 되었다.
이후 코케와 몇 마디를 더 주고받았던 디에고 시메오네는 이번엔 김다온의 곁으로 자리를 옮겼다.
“새로운 옷이 나왔다던데.”
“응? 뭐라고 하셨죠?”
“자네의 부인 말이야. 새 옷을 만들었다고 했네. 아침에 카를라가 말해 주더군.”
“이런. 제 사랑의 경쟁자가 생긴 건가요?”
“하-! 아무튼, 하나 예약하겠네.”
“그럼요. 며칠 안에 바로 받게 되실 거예요.”
“멋지군.”
햇빛이 구름에 가리며, 잠시 그라운드가 어두워졌다.
고개를 들어 올린 많은 이들은 곧 주변의 이들과 날씨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고, 오후엔 비가 내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시메오네는 시선을 하늘에 고정한 채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는 김다온에게, 갑작스럽게 네 번째 주장직을 맡긴 것이 부담스럽지는 않았냐고 물었다.
“부담보다는 미안하죠.”
“미안하다고?”
“네. 저는 이곳을 떠날 거니까요.”
“······생각해 보면.”
“??”
“자네는 처음부터 그 이야기만 하는군.”
“그게 문제가 되나요?”
“글쎄. 자네의 생각은 어떤가?”
“······.”
현재까지, 김다온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위해 믿을 수 없는 활약을 펼쳐 왔다.
몇 번이나 팀을 위기에서 구해 냈고, 지난 셀타 비고와의 경기처럼 승점을 가져다주었다. 그 덕분에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라 리가 1위 자리를 유지할 수 있었다.
피치 안과 피치 밖 모두에서, 김다온의 행동거지와 마음가짐은 딱히 흠잡을 곳이 없었다.
그러나.
“자네는 지금까지 한 번도 남은 친구들을 동료라 부르지 않은 것 같군. 이름을 말하거나, 혹은 꼭 아틀레티코의 라는 말을 앞에 붙이고 있지.”
“······.”
“결국 적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인가?”
“······.”
김다온의 침묵을 긍정으로 해석한 시메오네는 씁쓸한 표정을 얼굴에 띄웠다. 무리한 부탁을 하는 스스로에 약간의 자기혐오를 느꼈기 때문이다.
사실 김다온의 태도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오히려 김다온 정도나 되는 남자가 자신의 영향력을 이토록 제어하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그는 아틀레티코를 자신의 팀으로 만들려고 하지 않았다.
이후 자신이 떠난 뒤에, 아틀레티코가 망가질 수도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어서일 것이다.
축구의 오랜 역사를 돌아보면, 위대했던 개인이 떠나고 남은 클럽은 여지없이 흔들렸다.
가장 최근의 사례가 바로 알렉스 퍼거슨이 떠난 뒤의 맨유였고, 김다온을 떠나보낸 바이에른 뮌헨 역시도 예년에 비해 시원찮은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종목을 막론하고, 위대한 개인의 빈자리는 주변을 함께 무너뜨리는 법이다.
‘아냐. 더 무리하게 부탁할 순 없지.’
아무리 농담처럼 말하곤 있다지만, 자신의 행동이 김다온에게 부담이라고 판단한 시메오네는 표정과 화제를 바꿔 분위기를 가볍게 끌고 갔다.
그러자 김다온 역시 다시 평온해졌고, 마무리 훈련까지 끝낸 아틀레티코의 선수단은 식당으로 향했다.
그리고 조금 떨어진 곳에 홀로 선 디에고 시메오네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이렇게 생각했다.
‘사람들은 라 리가가 최고라고 말하지.’
헤이젤 참사를 계기로 전 세계 최고의 축구 리그로 도약한 세리에 A는 스포츠 도박을 중심으로 한 마피아 자본의 개입으로 순식간에 무너져 버렸다.
디에고 마라도나의 사례에서 드러났듯, 당시 세리에 A 구단은 스타를 보유하기 위해 술/여자/마약까지 공급했다.
그러던 중 FBI와 인터폴의 압박 수사를 받게 되며 자본의 유입이 멈췄고, 알렉스 퍼거슨이란 희대의 인물이 나타나면서 전 세계의 자본은 다시 EPL로 유입됐다.
설상가상으로 2006년 칼치오폴리가 발생했고, 두 개의 스쿠테토를 박탈당한 스타군단 유벤투스의 몰락과 함께 세리에 A는 회복 불가능한 상처를 입게 됐다.
더 큰 문제는 자본과 미디어의 관심이 PL과 라 리가로 넘어오게 되면서, 다시 자유롭게 활개 치기 시작한 마피아 자본이 끊임없는 승부조작을 요구했다는 점이다.
2011/12 시즌이 종료된 후 라치오의 주장 스테파노 마우리를 포함한 14명의 선수가 체포된 것이나, 시에나 시절 승부조작을 알면서도 방임했다는 이유로 자격정지 처분을 받은 안토니오 콘테의 사례 모두 세리에 A의 마피아 자본이 얼마나 뿌리 깊게 박혀 있는지를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그리고 그러는 사이, 라 리가가 도약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라 리가에 비관적인 많은 축구 관계자들은, 불투명한 경제구조와 특정 구단에 치우친 운영 및 자본 집중이 언젠가 리그를 무너뜨릴 것이라 말하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강성인 이들은 말해온 ‘언젠가’가 늦어도 5년 이내에는 벌어질 것이라 말한다.
리오넬 메시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리그 전체를 지탱하고 있다 보니, 두 사람이 은퇴하거나 이적하는 순간이 오게 되면 세리에 A의 전철을 밟을 거라고 말이다.
물론 거기까지는 가지 않을 거로 보았지만, 디에고 시메오네는 그들의 의견 일부에 동의하고 있었다.
‘불나방과도 같군.’
현재, 라 리가는 의심할 여지 없는 최고의 리그다.
2016 발롱도르 최종 후보에 오른 3인 모두가 라 리가에서 뛰고 있고, 그들이 현시점 시장가치 최고의 3인이자 실제 영향력도 최고 자리를 지키고 있다.
임대로 영입했음에도 불구하고, 김다온의 합류 후 아틀레티코의 수입은 60% 이상 증가했다.
여전히 김다온의 이름을 단 유니폼은 매장 입고 후 이틀을 넘기지 않아 품절됐고, 비센테 칼데론은 역대 가장 많은 매진을 기록 중이다.
외에도 TV 광고 수입이라든가 스폰서 관련 수입에 있어서 역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라 리가는 전에 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당장 내년 여름 김다온은 PL로 떠난다.
라 리가는 여전히 메시와 호날두를 보유했지만,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그 공백을 실감할 것이다.
‘그러니 올해 해내야 해.’
마치 시한부 인생을 사는 것처럼, 디에고 시메오네는 현재 강한 강박에 시달리고 있다.
올 시즌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리그 우승과 그 이상을 바라볼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다. 그래서 그를 위해, 몇 번이나 예외를 두었다.
3-5-2로의 변경.
제4 주장 임명.
단 한 명의 축구 선수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정도 되는 클럽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를 보며, 디에고 시메오네는 근본적인 의문에 빠져든다.
팀보다 위대한 개인은 없다.
‘과연 그럴까?’
오래전에 이미 클럽의 모든 것을 리오넬 메시에게 맞춰둔 FC 바르셀로나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피치 안팎에서 벌이는 만행에 눈을 감고 있는 레알 마드리드.
디에고 시메오네는 개인보다 위대한 팀을 만드는 건, 평범한(?) 25명으로 선수단을 구성하거나 아니면 위대한 개인이 팀을 위해 희생하는 경우밖에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다행히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그 스스로 영향력을 억누르고 있는 최고의 선수를 보유했다.
‘비록 임대로이지만 말이지.’
매 순간 김다온을 보유할 수 없음을 아쉬워해 온 시메오네였지만, 오늘은 그것이 유독 서글프게 느껴지고 있었다.
하늘에서, 조금씩 비가 떨어지기 시작한다.
***
2017년 2월 18일. 33203 아스투리아스, 스페인. 히혼. 루이스 아다로 루이즈 팔코 거리. 에스타디오 엘 몰리논(Estadio El Molinon. Gijon. Calle. Luis Adaro Ruiz Falco. 33203 Asturias, Spain).
.경기 시작 05분 전
히혼 0 : 0 아틀레티코
&Match-Up`s Best Eleven(AT/상대팀)
&Tactics(AT/상대팀) : 4-4-2/4-2-3-1
GK ? 미겔 앙헬 모야 / GK ? 이반 쿠엘라
RB ? 후안프란 / RB ? 리요 카스테야노
CB ? 스테판 사비치 / CB ? 호르헤 메레
CB ? 뤼카 에르난데스 / CB ? 페르난도 아모레비에타
LB ? 김다온 / LB ? 로베르토 카네야
RAM ? 앙헬 코레아 / CM ? 미켈 베스가
CM ? 가비 / CM ? 세르지오 알바레스
CM ? 코케 / RAM ? 도글라스
LAM ? 야닉 카라스코 / CAM ? 모이 고메스
ST ? 앙투안 그리즈만 / LAM – 부르기
ST ? 페르난도 토레스 / ST ? 라시나 트라오레
.
.
어제와 그제, 겨울치고는 꽤 많은 비가 내렸다. 아침부터는 비가 그쳤지만, 비 온 뒤가 흔히 그렇듯 기온이 크게 떨어지며 부쩍 추워졌다.
오늘 우리가 긴 팔 유니폼을 입은 이유다.
‘완전히 반대네.’
준비를 마치고 복도로 들어섰을 때, 가장 처음 든 생각은 히혼의 홈 유니폼이 우리와 90% 흡사하단 것이었다.
어깨 쪽의 디자인만 빼면, 흰/빨 세로 스트라이프에 파란색 반바지/양말이 우리의 컬러와 같다.
‘누가 보면 오해하겠어.’
유니폼은 헷갈려도 경기력까지 헷갈리면 안 된다고 생각하며, 나는 앞으로 걸어 뤼카의 뒤에 섰다. 폭력 사태 이후, 이 녀석은 피치 밖에서 무척 침울해 있다.
여자친구와의 재결합이 요원해 보이는 게 원인으로, 본인은 당시의 일을 가벼운 해프닝 정도로 보는 듯했다.
팀 분위기 역시 그와 다르지 않았고, 나 또한 전과 다를 것 없이 뤼카를 대하는 중이다.
이럴 때면, 나도 유럽물을 먹으며 성격과 시야가 많이 바뀌었다는 생각이 든다.
“왔어?”
“어. 하마터면 옆에 설 뻔했지 뭐야. 고개를 숙여 내 유니폼을 보고 알았어.”
“큭큭큭큭.”
“넌 안 그래?”
“나야 뭐, 익숙하니까.”
“그래- 그렇겠지.”
뤼카와 농담을 주고받은 후, 난 입장을 기다리며 축구의 역사를 크게 바꾼 사건이 벌어진 장소에 들어서게 되는 순간을 기다렸다.
여긴 그 유명한 ‘히혼의 수치’가 벌어진 장소다.
나치를 말할 때만큼은 아니어도, 독일인들이 가장 부끄럽게 생각하는 사건이다.
하지만 결국 그것을 계기로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는 반드시 동 시간에 개최한다’라는 규정이 생겼으니, 결과적으론 축구계 전체에 경각심을 일깨워 준 셈이었다.
그렇다고 하여, 당시의 사건이 정당하다고는 절대로 생각하지 않지만 말이다.
“입장합니다-!!”
“¡¡¡VAMOS!!! ¡¡Vamos a ganar!!”
승리를 향한 나의 커다란 외침이 복도를 채우고, 곁에서 날 매섭게 노려보는 히혼 선수들의 시선을 외면한 채 나는 발걸음을 앞으로 가져갔다.
현재 리그 18위를 기록하며 강등권에 놓인 히혼은, 시즌 도중 감독을 경질하며 라 리가에 계속해서 남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후임으로 온 남자는 지난 시즌까지 레반테를 이끈 호안 시실리아(Joan Sicilia)인데, 헤라르도 마르티노(Gerardo Martino)와 함께 일을 하며 한때 FC 바르셀로나의 코치로 일했었다.
그래서 아르헨티나 방식의 축구를 계승했는데, 세사르 메노티가 아닌 카를로스 빌라르도의 방식을 택하고 있다.
즉.
‘우리와 같아.’
삐?익!!
휘슬과 함께 경기가 시작되고, 초반부터 내려앉은 히혼은 11명 전원을 하프라인 아래에 놓아둔 상태로 단단한 수비벽을 구축했다.
전력의 격차를 떠나, 본래부터 저런 식으로 내려앉는 게 빌라르도주의의 기본이다.
디에고 시메오네가 아틀레티코에 도입하려는 3-5-2도 빌라르도의 철학을 모티브로 삼고 있기에, 최근 우리에게는 비교적 익숙한 축구다.
전반 17분.
파앙-!
{“우우······.”}
왼쪽 높이 전진한 내게서 시작되어 피치를 횡단해 그리즈만으로 이어진 공격이, 아슬아슬하게 빗나간 슈팅으로 끝난다.
히혼의 실수로부터 시작된 반격이라 순간 수비의 숫자가 부족했는데, 그것을 잘 파고든 것까지는 좋았으나 슈팅의 방향이 다소 아쉬웠다.
그렇지만 나쁘지 않은 공격이었고, 조용히 손뼉을 몇 차례 두들긴 나는 뒤로 돌아 수비 위치를 찾아 움직였다.
‘후우- 오늘은 천천히 가도 돼.’
우리의 계획은 득점을 노리되, 굳이 무리해서 공격 숫자를 많이 두진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번 시즌 후반전 시작 직후 실점이 가장 많은 히혼이기에, 하프 타임이 끝난 후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것을 노려 그때부터 강한 공세를 퍼부을 예정이다.
그전까진, 굳이 무리할 필요가 없다.
다만.
“에?이!!!”
“······.”
“지금 그걸 수비라고 한 거야?!?! VAMOS!! 정신 차려!!”
수비에서 어이없는 실수를 저지르면, 망설이지 않고 목소리를 높일 생각이다.
지금은 오른쪽 측면에서 후안프란과 코케의 협력 수비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콜(Call)도 없었던 것 같고, 서로 미루기만 하다가 부르기에게 손쉬운 돌파를 허락했다.
셀타 비고가 그러했듯 히혼 또한 공격은 한두 명의 선수가 많은 역할을 담당하는데, 비고가 메디아푼타(Mediapunta/AM)였다면 히혼은 측면과 최전방 스트라이커에 중점을 뒀다.
코트디부아르 출신의 라시나 트라오레(Lacina Traore)는 폭발적이진 않아도 얼마든지 득점할 수 있는 선수다.
특히 측면에서 넘어오는 모든 종류의 크로스에 잘 대처하기에, 사이드를 잠그는 게 무척 중요하다.
계속해서 그것을 강조했기에 시메오네도 저렇게 불만을 표출하는 것이고, 나 역시 느슨했던 동료들의 모습에 목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오늘부터 우린, 조금씩 에너지를 높여야 한다.
“집중해!! 그리고 말하라고!! 말!!”
당장 사흘 뒤 쉽지 않은 레버쿠젠 원정을 떠나야 하고, 다음 주 일요일엔 메시를 만난다.
최근의 경기력만 놓고 보면 FC 바르셀로나가 우리보다 더 나았고, 연일 골을 터뜨리고 있는 메시 역시 스위스에서 내게 했던 말을 지키고 있다.
리그 순위는 우리가 바르셀로나보다 높지만, 언더독이라는 심정으로 경기를 대비해야 할 것이다.
그때는 더 나을 거란 희망적인 말은 필요 없다.
준비 없는 성공이란 없으며, 오늘을 열심히 하지 않고 내일이 더 나을 거라 믿는 건 바보 같은 생각이다.
특히나 그 상대가 FC 바르셀로나라면, 우리는 그날 최고의 컨디션으로 피치에 나서야 한다. 만약 그러지 못한다면, 결국 우린 집어삼켜지고 말 것이다.
그리고 그건, 나를 끌어내릴 수도 있다.
정상이라는 자리에서.
‘누가 그걸 허락할까 봐.’
수비진영에서 보낸 볼을 받기 위해 측면으로 빠진 라시나 트라오레에게 부딪혀, 그를 사이드라인 밖으로 넘어뜨린 후 간단히 볼을 가져온다.
히혼의 팬들은 파울이라며 내게 야유를 보내오기 시작했지만, 난 그걸 가볍게 무시하며 볼을 앞으로 보냈다.
높은 곳에 있을수록, 떨어졌을 때의 아픔은 더 심할 것이 틀림없다.
그래서 난 그 아픔을 느끼지 않기 위해, 여전히 더 위로 올라갈 곳이 있다고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기로 다짐했다. 만약 올라갈 곳이 없다면, 내가 직접 만들 거다.
가장 높은 곳에 계속해서 머무를 수만 있다면, 층을 쌓아 나가는 일쯤이야 전혀 수고스럽지 않다.
더 많은 훈련.
더 많은 생각.
‘저기.’
스위스를 떠나온 후 무엇을 목표로 삼아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는데, 이제 조금씩 그 형체가 보이려고 하고 있었다.
멀리 날아간 패스가 그리즈만에게 정확히 떨어져 내린다.
파앙-!!
***
작가의 말 ? 요즘 연재 주기와 글의 방향성 및 전개에 대해 고민이 많습니다. 본래 타인에게 관대하고 스스로에 대단히 빡빡한 성질머리라 고민하기 시작하면 밥을 먹지 않습니다.
그렇게 27일분 원고를 끝내 놓고 나니 새벽 3시였고, 종일 안 먹었다는 것이 생각나서 어쩔까 고민하다가 레토르트 육개장 하나 끓여서 밥 말아 먹고 바로 잤습니다.
근데 그게 문제였는지 어제부터 28일 현재까지도 급체 증상이 가시지를 않네요.
병원에서도 급체라 했고, 몸살/오한에 위경련까지 일어나 오늘은 종일 수액을 맞고 왔습니다.
매번 이렇게 제가 모자란다고 느낍니다.
연재는 어떻게든 만회하겠습니다.
독자님들께 사과의 말을 올립니다.
(_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