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718)
717화 La union hace la fuerza (10)
경기를 시작하기도 전부터 상대 팀 선수가 걱정해 오는 것은 쉽게 할 수 없는 경험일 것이다.
하지만.
“……이봐. 괜찮겠어?”
본인이 더 미안한 표정이 된 율리안 브란트는 내게 괜찮냐고 묻고 있었다.
그래서 난 괜찮다고 답을 했다.
“응. 뭐가 문제겠어? 안 그래?”
“……미안. 우리도 이런 일은 예상하지 못했어.”
“응. 나도 알아. 그렇게 말해 줘서 고마워.”
“…….”
미소 짓는 내 얼굴을 본 율리안 브란트는 침묵했고, 여전히 저 밖에서는 극성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Verrater!! Verrater!!!”}
{“Undankbares Junges!!!”}
{“Verrater!! Verrater!!!”}
{“Eine Nation, die Hunde isst!”}
순서대로.
배신자.
배은망덕한 녀석.
배신자.
개를 먹는 나라.
맨체스터 시티로 이적이 확정된 후 찾은 이곳 독일은, 나를 향해 거침없는 폭언을 퍼붓고 있었다.
[휴우~ 좋아. 해 보겠어.]“입장합니다-!!!”
이젠 피치에서, 저들의 입을 다물게 만들 때다.
.
.
2017년 2월 21일. 51373 레버쿠젠, 독일. 비스마르크슈트라세 122-124. 바이 아레나.
.경기 시작 05분 전
레버쿠젠 0 : 0 아틀레티코
&Match-Up`s Best Eleven(AT/상대팀)
&Tactics(AT/상대팀) : 4-4-2/4-2-3-1
GK ? 미겔 앙헬 모야 / GK ? 베른트 레노
RB ? 시메 브르살코 / RB ? 벤자민 헨드릭스
CB ? 스테판 사비치 / CB ? 외메르 토프라크
CB ? 호세 히메네스 / CB ? 알렉산다르 드라고비치
LB ? 김다온 / LB ? 웬델
RAM ? 사울 니게스 / CM ? 샤를레스 아랑기스
CM ? 가비 / CM ? 케빈 캄플
CM ? 코케 / RAM ? 카림 벨라라비
LAM ? 야닉 카라스코 / CAM ? 카이 하베르츠
ST ? 앙투안 그리즈만 / LAM ? 율리안 브란트
ST ? 케빈 가메이로 / ST ? 치차리토
.
.
(김정명) – SPORTV 축구 아나운서
“……스트라이커에는 앙투안 그리즈만과 케빈 가메이로가 출전합니다.”
(한희준) – SPORTV 축구 해설위원
“레버쿠젠과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모두 가장 익숙한 전술을 꺼내 들었습니다. 지난 시즌 리그 3위를 기록하며 큰 기대를 불러 모은 레버쿠젠입니다만, 악재가 겹치면서 올해는 고전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래도 최근 리그에서 2연승을 기록하며 기세를 끌어 올리고 있습니다.”
(김정명)
“반면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올 시즌 단 2패밖에 기록하고 있지 않습니다.”
(한희준)
“그렇습니다. 리그 경기에서 소시에다드 원정에서 한 번. 그리고 코파 델 레이 라스팔마스 홈 경기에서 한 번. 외의 경기에서는 패배가 없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입니다.”
(김정명)
“독일 현지 언론에서는 바이에른 뮌헨이 시즌 세 개의 패배를 기록한 것을 두고 김다온 효과라 말을 하고 있습니다.”
(한희준)
“네. 사실, 김다온 선수의 임대 전까지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이 정도까지 해 줄 거라고 생각한 전문가들은 많이 없거든요? 그래서 유럽 현지 언론은 다온 이펙트. 김다온 효과라고 말을 하며 놀라움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
사실 레버쿠젠의 팬들이 이런 반응을 보일 줄은 몰랐다. 차범근 위원님이 뛰었던 곳이자, 두리 형과 흥민이 형이 좋은 기억으로 머물다 간 곳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어제, 집을 찾아온 요나스가 다소 어두운 얼굴로 오늘 이런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말을 했었다.
[“어딜 가나 극성스러운 팬은 있죠.”] [“그것도 그거지만.”] [“??”] [“나는 저들이 두려움을 떨쳐내기 위해 잘못된 방법을 택했다고 봐. 내일 경기가 끝나고 나면, 독일이 가장 먼저 발칵 뒤집힐 거야.”]아까 복도에서 내게 다가와 부끄러움을 표현해 온 율리안 브란트의 태도에서 드러나듯, 독일의 전반적인 사회적 분위기는 모든 종류의 차별에 매우 민감했다.
이 나라의 역사 속에 나치가 묻어 있기 때문인데, 요나스의 말대로 경기가 끝난 후 난리가 날 것이다.
미디어와 사람들의 비난은 물론이거니와 UEFA와 DFB가 처벌을 내릴 수도 있다.
아니, 틀림없이 그럴 거다.
삐?익!!
레버쿠젠의 선축으로 경기가 시작된다.
나를 향한 야유를 멈춘 이들이 커다란 환호성으로 홈 팀을 응원하고, 볼이 움직이는 방향을 따라 천천히 발을 움직인 나는 스위스에서 들은 메시의 조언을 떠올렸다.
그는, 앞으로 나를 향한 환호성이 커지는 만큼 야유도 그만큼 커질 것이라고 말을 했었다.
‘온다.’
중원에서 샤를레스 아랑기스(Charles Aranguiz)가 패스를 보내어 오고, 율리안 브란트가 나의 압박을 피하는 절묘한 동작을 펼쳐 보인다.
몸을 부드럽게 돌리며 발바닥으로 축구공을 긁어 방향을 바꿔 놓은 것인데, 가랑이 사이를 통과한 볼은 오른쪽에 머물던 카림 벨라라비에게로 향했다.
하지만 화려한 플레이에 울려 퍼졌던 환호성은 벨라라비의 크로스와 함께 안타까운 탄식으로 변한다.
엉뚱한 곳으로 날아가 버린 크로스가 골대 골라인 밖으로 훌쩍 넘어갔기 때문이다.
‘여전하네.’
지난 1월, 레버쿠젠의 핵심 자원 중 하나인 하칸 찰한오을루가 과거의 불법 접촉 사실이 드러나 UEFA로부터 무려 4개월 출전 정지의 징계를 받았다.
카를루스에 SC에서 함부르크 SV로 이적하는 과정에서, UEFA의 규정을 어기고 사전접촉을 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억울한 건, 불법 접촉한 사람이 아버지였다는 점이다.
당시 18살이었던 찰한오을루는 아버지가 몰래 이적을 주도했다는 것을 알지 못했고, 무려 5년이 지나 탬퍼링(Tampering)을 어긴 것에 따른 벌을 받게 됐다.
어려운 클럽의 상황과 아버지의 불법행위를 사과하는 의미로 주급을 받지 않기로 해 레버쿠젠의 팬들에게서 찬사를 받았지만, 그로 인해 팀이 어려워진 사실은 분명했다.
레버쿠젠 유스 소속으로 ‘천재’라는 소리를 듣는 카이 하베르츠(Kai Havertz)가 기회를 얻곤 있으나, 아직 높은 수준에서 뛰기엔 실력이 많이 부족하다.
그래서 지금처럼 율리안 브란트가 폭넓게 움직이며 볼을 배급했는데, 그를 도와주어야 할 카림 벨라라비는 여전히 마무리 능력이 아쉽다.
어쩌다 슈팅과 크로스가 긁히는 날이면 크랙(Crack)처럼 보이지만, 아닐 땐 지금처럼 아쉬운 장면만 잔뜩 만든다.
팡-!!
지금도 카이 하베르츠와 자리를 바꾼 벨라라비가 중앙에서 슈팅 기회를 잡았지만, 이번에도 축구공은 골대와 전혀 상관없는 곳으로 높이 날아갔다.
“백투백이네.”
“뭐?”
“아- 야구 이야기였어. 넌 모르지?”
인상을 살짝 찌푸린 벨라라비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멀어지고, 사람들에게로 눈을 돌린 나는 초반 기회를 허용하고 있는 부분을 지적하며 침착할 것을 주문했다.
이는 곧 실수를 줄이자는 말이었다.
“1:1를 수비를 해. 넌 앞으로 좀 더 당기고.”
디에고 고딘이 오늘 경기까지 뛸 수 없기에, 난 오늘도 그의 몫까지 책임을 져야 했다.
.
(한희준)
“김다온 선수가 수비 라인을 정돈하고 있습니다. 최근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3-5-2를 사용하며 좋은 경기력을 선보였습니다만, 디에고 고딘 선수가 부상으로 빠지면서 다시 포백으로 돌아온 상태입니다.”
.
로거 슈미트의 축구는 뮌헨에서 뛸 때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차이점이라면 율리안 브란트에게 좀 더 많은 자유도를 주다 보니 특유의 콤팩트한 포지셔닝이 사라졌다는 것 정도인데, 그걸 꼭 단점이라 부르기는 어렵다.
포지셔닝이 좁으면 좁은 대로, 넓으면 넓은 대로 각자의 장단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포지셔닝이 넓게 이뤄질 경우, 패스길이 길어지지만 선수 개개인에 더 많은 공간이 주어진다.
특히나 아틀레티코처럼 페널티 박스 주변에 모든 선수를 모아 두는 전술을 사용하는 팀을 상대할 땐, 이런 넓은 포지셔닝의 장점이 조금 더 잘 드러난다.
측면이 효율적으로 활용되면 필연적으로 모여 있던 플랫의 좌우 폭이 넓어지는데, 그럼 수비와 수비 사이에 공간이 생기고 거기라 바로 약점이 된다.
더구나 현재 레버쿠젠엔 이런 공간을 가장 잘 활용하는 공격수 중 하나인 치차리토가 있다.
그래서 조금 전 내가 히미네즈에게 치차리토를 1:1로 마크하라 말하고, 사비치더러 앞으로 나오라고 한 것이다.
‘여전히 전술적 접근은 좋아.’
로거 슈미트가 준비를 잘해 왔다고 생각하며, 나는 한동안 수비를 안정시키는 일에 힘을 썼다.
공격 때에도 무리하게 오버랩을 시도하는 대신 하프 라인 근처에 머물렀고, 레버쿠젠 2선의 위치를 늘 신경 쓰며 동료들에게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던 중.
“…….”
카이 하베르츠가 너무 느슨하게 볼을 받아 둔다는 것을 확인하곤 호시탐탐 기회를 노렸다.
그리고.
‘지금!’
“?!?!”
기습적이었던 나의 압박에, 정확히 킥오프 지점에서 패스를 받았던 카이 하베르츠가 당황했다.
하베르츠의 양발 사이에서 갈 곳을 잃은 축구공은 간단히 내게 왔고, 끝내 균형을 잃은 레버쿠벤의 유망주가 엉덩방아를 찧은 순간 바이 아레나가 크게 들썩였다.
{“이봐아아-!!!!”}
아, 이 그리운 외침이라니.
정겹게 느껴지기까지 한목소리를 등 뒤에다 놓아두며, 조금 전진한 나는 레버쿠젠의 반응을 확인했다. 공격을 진행한다고 생각해 라인을 높이던 레버쿠젠은 후퇴하기 급급하다.
왼쪽 풀백인 내가 중앙으로 이동했으니 야닉이나 케빈이 측면으로 벌려 줬다면 참 좋았겠지만, 둘은 중앙을 선택했고 그럼으로써 나의 선택지는 크게 줄어들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사울 니게스의 위치가 좋았는데, 나는 녀석을 보며 길게 축구공을 굴려 보냈다.
팡-!
피치 위 텅 비어 있던 공간을 가른 축구공이 사울의 발밑에 도착하고, 속도를 살려 나간 그가 두 차례 정도 볼을 터치한 뒤에 앞으로 패스를 보냈다.
그곳엔, 레버쿠젠의 라인을 제대로 깨트리며 파고든 앙투안 그리즈만이 있었다.
다이렉트로 슈팅을 날려 봐도 좋은 상황이지만, 애석하게도 저 남자의 주발은 오른쪽이 아니다.
내가 아는 그리즈만이라면 분명 한 차례 반대로 접어 놓는 동작을 가져갈 건데, 같은 곳으로 함께 달려들고 있는 외메르 토프라크 역시 쉬운 남자는 아니다.
실패하더라도 오른발로 슈팅을 가져가는 게 좋아 보인다고 생각하는 순간.
‘이런!!’
외메르 토프라크의 정확한 판단과 태클이 그의 팀을 위기로부터 구해 낸다.
앙투안 그리즈만은 예상대로 한 차례 볼을 접는 선택을 했고, 접었을 때의 볼 위치를 예상했던 외메르 토프라크가 거기로 발을 정확히 가져간 것이다.
가장 좋아하는 방식의 역습과 가장 좋아하는 상황이었기에, 진한 아쉬움이 묻어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레버쿠젠은 앞으로 조심하게 될 것이다. 그건 율리안 브란트의 위치를 낮출 것이고, 카이 하베르츠와 카림 벨라라비의 고립은 보다 쉬워질 거다.
최고의 수비는 공격이란 말은 바로 이런 상황을 두고 하는 것일 거다.
그나저나.
“…….”
고개를 뒤로 돌려, 고개를 살짝 숙인 상태로 머쓱해하는 카이 하베르츠를 바라본다.
자신의 실수가 실점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안도감과 내게 볼을 빼앗긴 상황이 머릿속에 머무는 복잡한 심경이, 얼굴을 통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었다.
“이봐, 카이!”
“??”
내가 녀석의 이름을 부르자,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어 올린 녀석이 눈을 휘둥그렇게 뜬다.
자신을 부를 줄 몰랐다는 표정이다.
“자신감을 가져. 넌 이미 잘하고 있어.”
“아…….”
“기운 내라.”
툭-
카이 하베르츠의 엉덩이를 툭 두드리며, 자리를 찾아 돌아간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분데스리가에서 뛰는 1999년생이라니.
벌써 시간이 그렇게나 지난 걸까?
‘참…….’
엉뚱한 곳에서, 유럽에서 지내 온 지난 7년을 회상해 보게 되는 나였다.
***
(마이크 도날드슨) – ESPN2 아나운서
“Gabi. Pass to Griezmann.”
(패트릭 화이트) – ESPN2 해설위원
“Why is he there.”
(마이크 도날드슨)
“다온. 다시 그리즈만에게 패스합니다. 그리즈만!! 막아 냅니다!! 베른트 레노의 슈퍼 세이브!! 아쉬워하는 그리즈만! 광고판을 발로 차는군요!”
(패트릭 화이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유기적이었던 역습 장면입니다. 그리즈만의 슈팅과 베른트 레노의 세이브 모두 수준이 높았어요. 그렇지만 제가 궁금한 건 바로 이것입니다. Why? WHY IS HE THERE?!?!”
.
.
.전반 15분
레버쿠젠 0 : 0 아틀레티코
왜 저 위치에 저 남자가 서 있는 것일까?
레버쿠벤의 감독 로거 슈미트는 답을 구하고 있었다.
‘지금은 대체 뭐였지?’
분명 조금 전, 레버쿠젠은 공세를 이어 나가는 상황이었다. 웬델/케빈 캄플/카이 하베르츠/율리안 브란트가 주축이 되어, 아틀레티코의 오른쪽 수비를 공략 중이었다.
그리고 거기에 시선을 두고 있던 로거 슈미트는 웬델의 패스가 케빈 캄플에게로 향한 순간 먼 지점에서 뛰어가는 남자를 보았다.
그건 김다온이었고, 상황을 미처 파악하기도 전에 케빈 캄플이 사울 니게스의 압박에 볼을 빼앗겼다.
이후 짧은 패스 두 번을 거쳐 축구공이 가비의 발밑에 도착했고, 기다린 패스가 앞으로 뻗어 나간 순간 모두의 궁금증을 야기한 장면이 펼쳐졌다.
앙투안 그리즈만과 케빈 가메이로가 전방에 있는 것은 이해할 수 있었지만, 왼쪽 풀백인 김다온이 그리즈만의 옆에서 나란히 달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즈만의 헤더가 김다온에게로 향하고, 그것을 안정적으로 컨트롤한 김다온은 팔을 뻗으며 앞으로 달려나가는 그리즈만에게 다시 정확한 패스를 보냈다.
수비 뒷공간을 완벽히 허용한 레버쿠젠에 위기가 닥쳤고, 베른트 레노의 선방이 레버쿠젠을 구했다.
‘어째서?’
직전의 상황을 아무리 곱씹어 보아도, 로거 슈미트는 김다온이 달려 나간 판단을 이해할 수 없었다.
볼을 빼앗을 줄 알았던 걸까?
‘설마. 그럴 리가.’
오른쪽 측면에 벨라라비가 머물고 있었기에, 아무리 볼을 빼앗을 줄 알았다고 해도 앞으로 튀어 나가는 김다온의 선택은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물론 그 판단이 좋은 기회로 이어지는 역습을 낳긴 했지만, 만약 자신이었다면 성공 여부와는 상관없이 해당 선택을 한 풀백을 질타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디에고 시메오네는 오히려 김다온을 향한 격려의 박수를 보내고 있었다.
‘준비된 전술인 건가? 그런 걸 준비할 수 있다고?’
패트릭 화이트와 로거 슈미트에게 큰 혼란을 안겨다 준 김다온의 움직임에 대한 의문이 미처 끝나기도 전, 레버쿠젠의 오른쪽을 파고든 사울 니게스가 페널티박스 모서리 부근에서 환상적인 왼발 득점을 기록한다.
“이런!! 이봐아-!! 더 붙었어야지!!!”
{“…….”}
{“…….”}
전반 17분, 바이 아레나는 침묵 중이다.
***
.전반 23분
레버쿠젠 0 : 1 아틀레티코
실점 이후, 레버쿠젠은 더욱 맹렬하게 공격을 퍼부어 오고 있다. 두 명의 센터백을 제외한 전원이 하프라인 위쪽까지 넘어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는 한두 차례 레버쿠젠에 슈팅을 허용했다.
하지만 위협적인 슈팅과는 거리가 먼 것들이었고, 전부 힘없이 굴러 모야의 품에 안겼다.
“스테판! 스테판!!”
“??”
“Muy bueno!!! ¡Sigue adelante! ¿Bien?”
“하하하.”
매우 잘했으며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하라는 나의 칭찬에, 환하게 웃어 보인 사비치가 엄지를 치켜들어 답을 해 왔다.
그리고 그런 뒤에도 난, 계속 사람들을 독려했다.
.
(마킨 케오운) – BT Sports 공동-코멘테이터
“지금 저런 다온의 모습은 리오 퍼디난드를 연상케 합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리오 퍼디난드는 훌륭한 리더였으며, 수비라인 전체를 투사처럼 뛰게 했습니다.”
(대런 플레처) – BT Sports 코멘테이터
“오늘도 공수에서 맹활약 중인 다온입니다. 경기 초반 벨라라비의 크로스 장면을 빼면, 레버쿠젠이 아틀레티코의 왼쪽을 공략한 기억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
‘온다!’
다시 한번, 레버쿠젠이 공격해 오고 있다.
홈에서 선제실점을 허락한 데다가 최근 2연승도 달리고 있어 흐름도 괜찮은 상태다 보니, 확실히 기세를 올렸을 때는 억누르기 쉽지 않다.
그렇지만 내가 이곳에서 배운 게 있다.
[“수비가 실점을 막는 게 다라고 생각하지 마라!! 수비는 상대의 기세를 꺾거나!! 혹은 흘리는 데에도 아주 훌륭한 전략이다!! 상대가 우리보다 약할 땐 벽이 되어야 하지만, 상대의 기세가 드높다면…….”]디에고 시메오네는 기세를 꺾어 놓는 것만이 다가 아니라며, 그것을 그대로 흘려내어 상대가 제풀에 지치거나 제 발에 걸려 넘어지길 유도해야 한다고 말해 줬다.
그리고 그건, 내게는 꽤 신선한 관점이었다.
“침착해!! 섣불리 달려 나가지 마!!”
맹렬한 기세로 드리블을 시작한 케빈 캄플이 페널티 박스 근처로 접근해 오지만, 진즉에 박스 주변에서 밀집했던 우린 그를 멈추는 데에 성공한다.
캄플은 측면을 보며 패스를 보낼 곳을 찾지만, 웬델은 아직 충분히 올라서지 못했다.
카이 하베르츠가 경직된 플레이를 펼치면서 율리안 브란트가 중앙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난 것 역시, 레버쿠젠의 왼쪽 측면이 다소 휑한 이유다.
현재, 캄플이 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두 가지 정도다.
공격 흐름을 끊고 패스를 뒤로 돌려 재정비를 하거나 아니면 오른쪽으로 볼을 보내 어떻게든 흐름을 이어 붙이거나.
이런 상황은 보통 선수의 성향에 따라 갈린다.
많은 활동량과 공수 밸런스를 지닌 미드필드인 케빈 캄플은 스스로 오프-더-볼을 즐기기에 흐름을 끊어 가는 플레이를 그리 선호하지 않는다.
그리고 피지컬적으로도 약점이 있기에, 볼을 멈췄을 때 수비가 압박해 오는 것 역시도 좋아하지 않았다.
아까 그리즈만의 슈팅으로 이어진 역습 장면이 시작되기 전에도, 나는 웬델의 패스가 케빈 캄플을 멈춰 서게 할 것이며 사울이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볼을 뺏을 수 있다고 예상했었다.
설사 그렇게 하지 못한다고 해도, 벨라라비에게 패스가 도달하기 전 다시 자리로 복귀할 수 있다고도 믿었다.
전방과 왼쪽을 빠르게 확인한 켐플의 몸통이 오른쪽으로 돌아가고, 그와 가까운 곳에 율리안 브란트가 있다는 것을 확인한 나는 재빨리 안으로 좁혀 움직였다.
팡-!
‘그렇지!’
케빈 캄플의 패스가 율리안 브란트에게로 향하고, 두 번 당할 생각이 없었던 나는 볼이 논스톱으로 처리될 것까지를 고려한 채 상대를 압박했다.
미처 퍼스트터치를 가져가기도 전에 내가 등장하자, 내게 신경 쓰느라 손을 뻗은 브란트가 축구공을 제대로 잡아 두는 것에 실패한다.
그러자 그 틈을 놓치지 않은 사비치가 재빨리 전진해 볼을 걷어 냈고, 흘러온 공을 주워 든 가비가 다시 한번 전방을 바라보며 기다란 패스를 보냈다.
현재, 레버쿠젠 진영에 있는 필드플레이어는 센터백 둘과 케빈 가메이로뿐이었다.
“복귀해!!! 어서!!!”
로거 슈미트의 다급한 외침.
외메르 토프라크를 앞에다 놓아둔 케빈 가메이로의 등 뒤로, 알렉산드르 드라고비치(Aleksandr Dragovic)가 접근하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저건 좋은 판단이 아니다.
몰랐던 것일까?
한참 전부터 앙투안 그리즈만이 케빈 가메이로를 돕기 위해 달리고 있었는데, 지금은 케빈을 토프라크에게 맡겨 두고 위치를 잡아 양쪽을 동시에 견제하는 선택을 해야 했다.
그러나 드라고비치는 케빈과 토프라크 사이에 끼어드는 최악의 선택을 했고, 자연스럽게 멈춰 선 가메이로는 곁에서 뛰어드는 그리즈만을 찾아 여유 있게 패스를 보냈다.
베른트 레노와 마주하는 1:1 상황.
그리즈만은 두 번 놓치진 않았다.
‘그렇지!!’
굴러오는 패스를 다이렉트로 걷어찬 그리즈만의 슈팅이 강하게 솟아올라 레버쿠젠의 골대 위쪽을 파고 들어갔고, 그렇게 경기는 2:0이 되어 버렸다.
현재까지의 흐름은 팀의 단단한 수비가 결국 역습으로 이어져 득점을 만드는 모양새였다.
‘최선의 수비는 공격. 그럼 최선의 공격은?’
절대 수비가 답이 될 수 없다는 생각에, 약간의 씁쓸함을 머금은 나는 두 손을 높이 들어 올려 환호하는 원정 팬들을 향해 박수를 보냈다.
그리고 경기 전, 내게 야유를 보냈던 레버쿠젠의 관중들은 망연자실해진 얼굴로 피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뿌린 대로 거두는 법.
나는 다소 너무했던 저들에게 이렇게 말해 주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