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720)
719화 La union hace la fuerza (12)
(줄리안 워렌) – Sky Sports 호스트
“다시 돌아왔습니다. Soccer Special입니다. 이번에는 스페인 라 리가의 이야깁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FC 바르셀로나. 매우 특별한 경기가 될 겁니다. 작년에 이미 한 차례 훌륭한 수준의 퍼포먼스를 보여 준 적이 있는 양 팀이죠. 당시에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3:2 승리를 거뒀습니다.”
(앨런 맥키날리) – Sky Sports 펀딧
“리그 내의 흐름만 놓고 본다면 바르셀로나가 유리해 보입니다. 다만 바르셀로나가 파리에서 0:4로 패배한 경기를 잊어서는 안 될 겁니다.”
(줄리안 워렌)
“불안 요소는 뭡니까?”
(앨런 맥키날리)
“파리에서 바르셀로나는 앙헬 디 마리아를 전혀 통제하지 못했습니다. 미드필드와 수비에 분명한 문제가 있어요. 안드레 고메스와 조르디 알바의 폼이 너무 나쁩니다. 아마 그 점에 있어 변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줄리안 워렌)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1월에 3경기 연속 무승부를 기록하며 주춤했습니다만, 2월 들어 다시 경기력이 살아난 모습입니다. 특히 지난 두 경기에서 모두 다섯 골을 기록했는데, 이건 무척 의외에요. 그렇지 않습니까?”
(앨런 맥키날리)
“아틀레티코는 본래 대량득점과는 거리가 먼 팀입니다만, 올 시즌은 5:0 이상의 승리 횟수가 여섯 차례나 됩니다. 네 골 이상의 경기도 아홉 차례나 되고요. 그리고 이 생산성은 전부 다온에게서 나오는 것 같습니다.”
(줄리안 워렌)
“또 하나의 환상적인 시즌을 써 내려가는 다온입니다. 리그와 컵을 통틀어 정확히 20골 20어시스트를 기록 중입니다. 자신의 커리어 시즌 최다 득점과 동률이고, 37개의 어시스트도 남은 경기를 생각하면 가능해 보입니다. 라 리가 이적 후에도 여전하군요.”
(앨런 맥키날리)
“하지만 그게 바로 아틀레티코의 문제입니다. 다온의 컨디션과 활약 여부에 너무 많은 의존을 하고 있죠. 내일 다온은 혼자일 건데, 메시뿐만 아니라 네이마르와 루이스 수아레즈도 상대해야 합니다. 게다가 후안프란이 경고 누적으로 결장한다는 점도 아틀레티코엔 분명한 부담이 될 겁니다.”
(줄리안 워렌)
“내일 경기의 예상 출전 명단입니다. 우선 홈 팀 아틀레티코는…….”
***
2017년 2월 26일. 28005 마드리드, 스페인. 파세오 데 라 비르겐 델 푸에르토, 67. 에스타디오 비센테 칼데론.
.경기 시작 90분 전
아틀레티코 0 : 0 바르셀로나
&Match-Up`s Best Eleven(AT/상대팀)
&Tactics(AT/상대팀) : 3-4-1-2/4-3-3
GK ? 얀 오블락 / GK ? 마르크-안드레 테어 슈테겐
RCB ? 스테판 사비치 / RB ? 세르지 로베르토
CB ? 디에고 고딘 / CB ? 제라르 피케
LCB ? 뤼카 에르난데스 / CB ? 사무엘 움티티
RWB ? 시메 브르살코 / LB ? 마티외 드뷔시
CM ? 가비 / DM ? 세르지오 부스케츠
CM ? 코케 / CM ? 하피냐
LWB ? 김다온 / CM ?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AM ? 앙투안 그리즈만 / RW ? 리오넬 메시
ST ? 케빈 가메이로 / LW ? 네이마르
ST ? 페르난도 토레스 / ST ? 루이스 수아레즈
.
.
지나와서 생각하는 건데, 최근 한 달여 동안 참으로 많은 일이 있었다.
아마도, 그것들은 위기였을 것이다.
팀 전력이 떨어지고 있었음에도 그것을 해결할 전술적인 방안은 보이지 않았고, 주요 선수들의 부상과 징계 등으로 스쿼드는 홀쭉해졌다.
그리고 그 속에서 내가 본 것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라는 클럽의 민낯이었다.
PLAN B가 존재하지 않는 전술 체계와 단 18명 만으로 50개 이상의 경기를 소화해야 한다는 점과 같은 것들 말이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바이에른 뮌헨과 같은 클럽이 아니었다. 전력이나 전술적인 부분도 그렇지만, 결정적으로 팀 문화 속 승리에 대한 확신이 부족했다.
2013/14 시즌의 라 리가 우승과 챔피언스 리그 준우승의 성과만으론, 늘 마드리드의 이인자로 지내 왔던 기억을 떨쳐 버리지 못한 것이다.
“에-이! 누구 스프레이 없어?”
“네 건 어디에다 두고?”
“다 떨어졌어. Vamos. 잠깐만 빌려줘.”
“싫어. 너는 거의 반 통을 쓰잖아?”
“쩨쩨하게 그러지 말고. 몇 푼이나 한다고.”
“나는 싫어. 다른 사람에게 부탁해.”
마사지를 받으며 웜업을 준비하던 중, 나는 앞쪽에서 스프레이를 두고 티격태격하는 두 사람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곤 스프레이가 간절해 보이는 사울에게, 내 가방에 있는 것을 꺼내어 써도 좋다고 말했다. 코케는 내게 후회할 거라고 했지만, 어차피 늘 여분을 챙겨 다니는 나다.
마침내 주위가 조용해지고, 난 트레이너에게 몸을 맡긴 상태 그대로 생각을 이어 갔다.
‘어디까지 했지? 아, 그래.’
하지만 나는 그런 아틀레티코의 모습에 실망하지 않았다. 스스로 이곳에 머물자 결정하기도 했고, 주어진 환경을 탓하는 것도 성격과는 거리가 먼 일이었다.
대신에 나는 시메오네의 변화를 응원하고, 동료들에게 목소리를 더 높이는 걸 택했다.
바로 그게, 내가 살아가는 방식이다.
투쟁하고 또 투쟁하는 것.
“압박 정도는 어때?”
“조금만 더 강하게요.”
“여기에서 더?”
“네. 오늘은 정말 열심히 뛰어야 하니까요. 무슨 뜻인지 알고 계시죠?”
“하하. 여기에서 너보다 더 열심히 뛰는 사람이 없다는 걸 알고나 하는 말이야?”
“당연하죠.”
“큭큭. 알았어. 다시 붙여 줄게.”
찌?익.
트레이너가 테이핑을 푸는 사이, 뤼카가 내게 다가왔다.
“에-이, 네 스프레이 동나겠던데?”
“괜찮아. 내버려 둬.”
“이런, 젠장. 읏-차. 한 입 먹을래?”
“아니. 먹는 건 5분 있다가.”
“루틴이네. 그렇지?”
“네가 너무 느슨하게 구는 거야, 뤼카.”
평소보다 조금 더 강하게 테이핑한 이후, 나는 바닥에 내려서서 몇 발을 움직여 보았다.
축구 선수로서 몸이 건강하다는 건 사전적 의미 그대로라기보다, ‘정상적으로 뛸 수는 있는 상태’에 가깝다. 누구나 다 조금씩은 아프고, 나 역시 마찬가지다.
이제는 온전한 상태가 어땠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은 새까만 발톱과 며칠 전 훈장처럼 새겨진 발등 위 스터드 자국은 시즌이면 늘 보는 것들이었다.
그래서 이런 보조 장치들이 필요한 거다.
“변함없이 근사한 솜씬데요? 완벽해요.”
“하하. 그거 보람을 주는 말이네.”
“진짜예요. 매번 고마워요.”
축구를 하다 보면, 자연스레 내 몸을 위해 가장 중요한 일을 해 주는 트레이너들을 존중하게 된다. 피치에서 건강히 뛰는 것의 절반을 책임져 주는 이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끔 트레이너들에게 불손한 이들을 보게 되면, 나도 모르게 인상이 찌푸려지곤 한다.
그리고 그럴 때면 난 표정을 굳히면서, [“이봐-! 조금 더 공손하게 구는 게 어때?”]라 소리치고는 했다.
나는 늘, 주위에서 도움을 주는 이들에게 조금 더 친절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피치 위의 스포트라이트를 독점한다고 해서, 정말 대단한 사람이 된 건 아니니까 말이다.
‘그건 너도 마찬가지야. 또 나도.’
연습을 위해 나선 그라운드에서, 나는 선 반대에서 몸을 움직이고 있는 메시를 바라봤다.
우리가 레버쿠젠에 5:1의 대승을 거두었던 날, FC 바르셀로나는 파리 원정에서 0:4의 끔찍한 패배를 당했다. 스페인 언론은 그것을 참사라고 표현했었다.
메시를 포함한 FC 바르셀로나의 베스트 전력이 투입된 경기였는데, 누구도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그것이 축구다.
이곳에서는 그 누구도 절대적이지 않으며, 모든 경기에서 승리하는 일 역시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우린.
‘팀보다 위대한 개인은 없어.’
개인이 아닌 팀으로써 더 나아지기를 바라며 지내왔던 지난 한 달여의 노력이, 나는 오늘 경기의 결과로 나타나길 진심으로 바라고 있었다.
***
.경기 시작 20분 전
@아틀레티코의 드레싱 룸
김다온과 마찬가지로, 디에고 시메오네 역시 지난 한 달여가 위기였다고 생각했다. 클럽의 많은 부분이 시험대에 오르며 혹독한 평가를 받았다.
휴가 기간 팀을 떠나 있던 선수들의 컨디션에 문제가 발생했고, 부상과 징계란 예기치 못한 변수가 터져 나왔다.
그러나 예년과는 달랐던 건, 이번에는 아틀레티코가 그것을 무사히 극복했다는 점이었다.
라 리가 선두 경쟁의 가장 중요한 길목에서 3연속 무승부를 기록했던 지난 2014/15 시즌이나, 리그 19위와 20위 팀에 발목을 붙잡히며 승점 3점 차로 리그 3위에 머문 2015/16 시즌과는 달랐다는 것이다.
1월 리그와 컵 3연속 무승부를 기록한 이후, 2월 들어 치른 다섯 개의 경기에서 전승을 거뒀다.
디에고 시메오네가 선수들의 앞에서 이런 이야기를 시작하게 된 이유다.
“모든 건 우리의 손에 달렸다.”
“…….”
“우리가 모든 것을 주도하고 있다는 뜻이지. 아무도 중요하지 않다. 레알이든. 바르셀로나든. 우리는 이 시점에서 주변의 경기에 신경 끄고 오직 눈앞의 경기만을 바라볼 기회를 붙잡았다. 이건 쉽지 않은 일이다. 오, 그렇고말고.”
“…….”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디에고 시메오네는 커다란 자신감을 얻었다. 자신조차 모르던 팀의 가능성을 확인했고, 역대 최고의 시즌을 보낼 거란 희망을 엿봤다.
그리고 그건, 과감하게 시도한 전술적 변화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오늘, 시메오네는 그리즈만을 메디아푼타(Mediapunta/AM)에 놓아두는 선택을 했다.
앙투안 그리즈만의 합류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으며, 그를 포함한 세 명의 공격수를 전방에 놓아두는 것도 아틀레티코의 지휘봉을 잡은 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더구나 상대는 FC 바르셀로나.
MSN이 버티는 팀이다.
하지만, 디에고 시메오네는 자신의 전술이 통할 거라는 굳은 확신이 있었다.
“너희를 믿어라! 너희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어두운 터널에 들어서게 되었지만, 너희 스스로가 불빛을 피웠고 결국 안을 환히 밝혔다. 이건 새로운 축구다. 새로운 도전이지만, 우리는 이것을 해낼 수 있다. 나는 알 수 있다.”
알라베스와의 코페 델 레이 첫 번째 경기를 앞두고, 시메오네는 선수들의 앞에서 더 나아지겠다는 약속을 했다.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쥐어짜내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이다.
하지만 다음 날 정작 피치에서 뛰는 팀의 기량은 실망스러웠고, 좌절하던 시메오네는 깊은 생각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바로 그때, 어째서인지 시메오네의 머릿속에는 과거 김다온이 자신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저를 풀백으로 보내주세요.”]뒤지고 있던 상황에서 자신을 풀백으로 내려달라던 김다온의 요청을 이해하기까지. 디에고 시메오네는 오랜 시간을 거기에 투자해야 했다.
물론 당시는 그것을 충분히 이해한 상황은 아니었지만, 경기 중간 파격적인 변화를 시도할 수 있었던 데에는 [‘김다온을 수비수로 두고도 공격적인 부분에서 영향력을 높일 순 없을까?’]라는 의문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본래부터 윙백은 풀백보다 다재다능하진 않아도 조금 더 공격적인 포지션이었다.
한데 다재다능한 김다온이라면 윙백에서도 충분히 역량을 발휘할 것 같았고, 그의 포지션을 왼쪽 윙백에 고정한 순간부터 나머지는 일사천리였다.
기억조차 제대로 나지 않는 하프타임 토크를 마치고 피치로 다시 나선 뒤엔, 후반전 10분 동안 보았던 팀의 축구와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그렇게 디에고 시메오네는, 감독으로서 더 나아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그러자 기존의 별다른 것 없던 4-4-2에도 새로운 개념이 도입되었고, 히혼과 레버쿠젠 전 대승으로 변화를 추구하는 게 옳았음이 증명되었다.
단순히 선수들의 자신감을 북돋기 위해서 했던 나아지겠다는 약속이었지만, 실제로 그것을 해낸 것이다.
“맞서라. 두려움 따윈 없다. 우린 이길 수 있다.”
평소처럼 격렬하진 않았지만, 자신감으로 가득한 시메오네의 목소리는 아틀레티코의 선수들에 충분히 전달된다.
드높아진 사기와 목소리가 드레싱 룸을 채웠고, 그것을 만족스럽게 지켜보던 시메오네는 자신이 한 일을 전혀 알지 못하고 있을 한 남자를 쳐다봤다.
코케, 케빈 가메이로와 함께 대화를 나누고 있는 김다온은 열심히 손을 움직여 가며 전술적인 부분을 말하고 있었다.
‘오히려, 자네가 가르치는군.’
처음 아틀레티코에 합류했을 때부터, 김다온은 적응이라는 게 필요치 않다는 것처럼 활약했다.
순식간에 플랫 4-4-2에 녹아들었고, 9월이 지나기 전에 팀 내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가 되었다. 그리고 해가 바뀌어 2월이 된 지금, 오히려 그가 축구를 가르치고 있다.
마치, 누구보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서 가장 오랫동안 뛴 사람처럼 말이다.
그건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하하하.”
허탈한 웃음을 터뜨리고야 만 디에고 시메오네.
그는 더 놀랄 것도 없다고 생각했다.
세계 최고의 축구 선수가 주변에 미치는 영향이란, 본디 그런 것이어야 했으니 말이다.
‘축구란 알면 알수록 끝이 없군.’
그저, 축구 그 자체가 안겨다 주는 경이로움에 감탄할 뿐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감독이다.
***
.전반 03분
아틀레티코 0 : 0 바르셀로나
“에-이!!!”
“…….”
파앙-!!
코케가 보낸 짧은 코너킥을 이어받아, 박스 안을 흘끔 바라본 나는 오른발을 휘둘러 크로스를 보낸다.
축구공은 먼 쪽 포스트로 날아, 힘껏 뛰어오른 디에고 고딘의 머리에 닿았다.
-!!
{“우오오오-!!”}
고딘의 헤더가 그대로 바르셀로나의 골대를 날카롭게 겨냥했지만, 애석하게도 조금 높았다. 좋은 반사신경을 선보이며 날아오른 테어 슈테겐의 손 위를 벗어난 것이다.
가까이에 있던 동료들은 손에 맞았으니 코너킥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주심은 그냥 나갔다고 보고 있었다.
그래도 출발은 나쁘지 않다.
.
(정지현) – SBS Sports 해설위원
“의외로 경기 초반부터 밀어붙이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입니다. 오늘 다시 쓰리백 전술을 들고나온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인데요. 확실히 포백을 쓸 때보다 공격적인 면에서는 조금 더 나아 보입니다.”
(배정세) – SBS Sports 아나운서
“김다온의 날카로운 크로스. 디에고 고딘의 헤더로 이어졌지만, 아쉽게도 조금 높았습니다.”
.
FC 바르셀로나의 골킥.
테어 슈테겐은 가까운 곳으로 패스를 보낸다.
“…….”
“…….”
그리고 난 고개를 돌려 메시의 위치를 확인했다.
그는 아직 조용한 상태다.
하지만 이건 일반적인 것이 아니라, 폭풍 전의 고요함과도 같은 느낌이다.
온 감각이 내게 말하고 있다.
‘조심해야 해.’
리그 후반기 메시의 기세는 정말로 놀라울 정도다. 매 경기 공격포인트를 기록 중이고, 최근 두 경기에서는 전부 해트트릭을 올렸다.
경기 감각의 날이 서 있었고,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그것이 잘 느껴질 정도였다.
하지만 그것이 두렵지는 않다.
‘온다.’
후방에서부터 빌드업된 바르셀로나의 공격은, 메시가 머무는 곳으로 진행된다.
아래로 내려선 루이스 수아레즈가 메시가 파고들 수 있는 대각선 방향의 길을 터주었고, 하피냐/부스케츠/로베르토가 주변에 모여들어 메시와 함께 작은 마름모를 만들었다.
그리고 이윽고, 패스가 메시에게 전해졌다.
아니, 전해질 뻔했다.
파악-!
“!!”
“에?이!!!”
축구공이 메시의 발아래에 닿기 전, 빠르게 압박해 몸을 밀어 넣은 나는 앞서 볼을 끊어 내는 것에 성공한다.
신체적인 우위를 활용한 수비에 메시는 피치에 넘어졌고, 이에 바르셀로나의 선수들이 파울을 어필하려 손을 들어 올렸지만 휘슬은 불리지 않는다.
그리고 그러는 사이, 유유히 전진한 나는 바르셀로나의 진영으로 파고들어 오히려 파울을 얻어 냈다.
삐?익!!
조금 전에는 불리지 않던 파울이 선언되자. 발끈한 FC 바르셀로나의 선수들이 마테우 라호즈 주심의 주위로 모여들어 어필을 시작한다.
나는 그것을 보며 미소와 함께 양말을 끌어 올렸고, 잠시 뒤엔 가까이 온 코케의 손을 붙잡아 몸을 일으켰다.
“잘했어.”
“응.”
어느덧, 전반전도 5분이 흘렀다.
초반 기세는 우리에게 있다.
향후 경기의 흐름을 가르는 건, 이 기세를 굴려 나가느냐 그러지 못하느냐에 있을 것이다.
지극히 평범한 전개와 흔한 흐름.
그렇기에, 예측이 가능하다.
‘분명, 기회는 올 거야.’
FC 바르셀로나의 전력을 생각해 보면, 이 기세를 쥐고 있는 동안 최소 한두 차례의 기회가 찾아올 것이다.
MSN이 존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올 시즌의 FC 바르셀로나는 약점이 많은 팀이다.
우선, 중원이 근래 어느 때보다도 약해졌다.
베스트 전력 구성은 라키티치-이니에스타-부스케츠이지만, 지난 PSG 원정에서 많은 거리를 뛴 라키티치는 오늘 휴식을 취하고 있다.
본래라면 이런 상황에서 안드레가 공백을 채워 줬어야 했으나, 내 친구는 올 시즌 최악의 영입으로 꼽히는 등 힘든 나날을 보내는 중이다.
내가 보았을 때 그것은 적응 기간조차 주지 않고 안드레를 혹사하는 루이스 엔리케의 탓이었지만, 사름들은 거기까지는 보려고 하지 않는다.
그래서 최근에는 안드레와 자주 연락을 주고받는데, 그때마다 나는 녀석을 위로했다.
오늘은 많은 비판을 받는 안드레를 대신해 하피냐가 출전했지만, 저 친구 역시 경기력의 기복이 크고 플레이가 일관적이지 못하다는 평을 들었다.
지금만 해도.
“뒤야!!!”
“???”
느슨하게 패스를 받던 하피냐가 아래로 내려선 앙투안의 압박에 볼을 빼앗겨 버렸다.
이후 볼은 코케에게 전달됐고, 나는 바로 앞을 바라보는 그를 향해 다급히 소리쳤다.
“호르헤!! 천천히!!”
오른발을 뒤로 움직였던 코케가 움찔하더니, 발을 도로 내리곤 몸을 돌려 뒤로 패스를 보냈다. 보통이라면 지금과 같은 상황은 속공 타이밍이지만, 상대의 특성을 이해해야 한다.
지금, 이니에스타와 부스케츠는 전혀 전진하지 않았다.
상대 수비진영에 선수들이 많으니, 굳이 빠르게 전개하기보다 볼을 점유하며 기회를 엿보는 게 옳다.
후방 빌드업에 도움을 주기 위해 낮은 위치로 깊숙이 내려서며, 나는 조금씩 FC 바르셀로나의 약점을 파고들어 가 보기로 했다.
천천히. 그러나 집요하게.
‘시간은 많아.’
저 앞쪽에서 움직이는 FC 바르셀로나의 진영을 바라보며, 나는 속으로 조용히 날을 갈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