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721)
720화 La union hace la fuerza (13)
만약 누군가 내게 [“축구에서 전술적 역량과 훈련해 온 시간이 가장 잘 발휘되는 순간은 어떤 때인가?”] 라는 질문을 해 온다면, 나는 망설이지 않고 압박이라고 답할 것이다.
압박의 방향성, 강도, 목표 등은 감독의 철학과 전술 그리고 선수 배치의 적절함과 선수 개개인의 실력을 아우르는 모든 부분을 적나라하게 피치 위에서 보여 준다.
예를 들어, 펩의 압박 키워드는 높은 수비 라인(강도)과 강한 전방 압박(강도)으로 요약해 볼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을 통해, 펩은 볼을 되찾아와 점유율을 높여 가는 것(방향성)을 추구한다.
다만 매 경기 상대하는 클럽에 따라, 압박에 가담한 선수가 해야 하는 역할(목표)은 차이를 보인다.
펩은 이를 ‘Aislamiento tactico’라 표현하곤 했는데, 이는 단어 그대로 전술적인 고립을 의미한다. 상대의 전술적 의도를 봉쇄하고, 상대 감독의 철학을 무의미화하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았을 때, 디에고 시메오네의 압박은 펩의 것과는 전혀 달랐다.
낮은 수비 라인과 빈도가 그리 높지 않은 전방 압박의 횟수는 그가 압박의 강도를 높이 가져가고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대신, 그는 공간을 점유하여 ‘플레이존(Play Zone)’이라고 불리는 부분을 빡빡하게 가져가는 것을 원한다.
그리고 이 방식은 변동이 없다.
상대가 어떠한 팀이건 또 그 팀에 어떠한 특성을 가진 선수가 있건, 페널티박스 주변의 공간을 없애 버리게 되면 누구든 자신의 축구를 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우선 말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플레이존.
예전부터 존재해 온 개념이지만, 파울로 말디니가 [“수비수의 가장 이상적인 거리는 2M”]라고 주장한 뒤로 본격적인 용어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플레이존의 의미는 매우 간단하다.
특정한 축구 선수가 볼을 발아래에 놓아둔 이후 다음 플레이를 가져가는 데 아무런 부담을 느끼지 않는 영역을 뜻한다.
만약 볼을 다루는 기술이 투박하다거나 시야가 좁다거나, 혹은 판단을 내리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선수일수록 플레이존의 범위는 넓어진다.
반대로 개인기가 뛰어나고 시야와 판단 능력이 탁월하다면, 마크하는 상대가 설령 2M 안쪽에 있다고 하더라도 볼을 처리하는 데 아무런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
그래서 우수한 수비수는 팀의 전술과 상대 선수의 플레이존 사이에서 유려하게 움직여, 훨씬 더 나은 수비 실력을 선보이곤 한다.
하지만.
‘이런!’
축구에서는 늘 공격수가 선택하는 쪽이 된다.
특정 위치의 수비를 뚫어내는 게 어렵다면, 잠시 그곳을 벗어나는 것으로 분위기 전환을 꾀해 볼 수 있다.
수비가 공격보다 훨씬 더 어렵고 전술적으로 높은 역량이 요구되는 이유도, 공격수가 얼마든지 특정 수비수의 영역을 벗어남으로써 팀을 공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후우~ 씨팔. 좋았는데.]그리고 전반 17분.
전 세계에서 가장 좁은 플레이존을 보유하고 있는 리오넬 메시가 우리에게 선제 펀치를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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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네코 산도발) – BeIN LaLiga 스페인 코멘테이터
“골, 골, 골, 골, 골, 골, 골, 골, 고오오오오오오오오오올-!! 메시! 리오넬 메시!! 훌륭한 드리블! 더 훌륭한 슈팅!! 메시!! 메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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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디 비숍) – Sky Sports LaLiga 공동-코멘테이터
“가운데로 이동한 메시가 완벽한 개인 기술로 훌륭한 득점을 만들었습니다. 특별히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수비가 잘못된 점은 없었습니다만, 품격 높은 드리블이었고 위대한 선수의 뛰어난 마무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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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 17분
아틀레티코 0 : 1 바르셀로나
모든 것은 예측대로 흘러갔다.
특별히 전방에서 부담을 주지 않는 MSN. 우리는 공격의 속도를 늦추는 대신 쉽게 상대에게 볼을 넘겨주지 않는 방법으로, 바르셀로나 특유의 점유율 축구를 흔들었다.
그로 인해 MSN의 위치는 조금씩 내려갔고, 바르셀로나의 공격 속도 역시 늦출 수 있게 되었다.
템포란 전술 그 자체로도 무척 중요한 의미가 있지만, 선수 개개인에게는 더욱 큰 영향을 발휘한다.
플레이존이 극도로 좁은 메시와 네이마르, 플레이존 자체는 평범하나 신체 균형과 속도 그리고 박스 안에서 모든 방법으로 득점할 수 있는 수아레즈는 모두 빠른 템포를 선호한다.
MSN이 뭉쳤을 때 시너지가 잘 발휘되는 이유 역시, 셋이 추구하는 공격적인 속도가 비슷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MSN이 평소보다 필요 이상으로 내려앉게 될 경우, 세 사람의 완벽한 하모니에도 문제가 발생한다.
볼은 한 곳에 머물고 셋의 달리기 속도는 서로 다르기 때문인데, 페널티박스까지 쇄도해야 하는 거리가 길어질수록 그 차이는 더욱 도드라진다.
그러면 결국 선수 개개인의 드리블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고, 제아무리 MSN이라곤 하나 잘 준비된 아틀레티코의 수비를 뚫어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니게 된다.
더구나, 부끄럽지만 나는 현재 메시와 호날두를 90분 내내 1:1로 상대할 수 있는 유일한 수비수로 꼽히고 있다.
이 위대한 선수들이 크랙(Crack)이 될 수 있었던 건, 한 명으로는 도저히 막을 수 없어 여러 수비를 불러들이고 거기에서 파생되는 전술적 효과가 크기 때문이었다.
더 나아가 여러 명의 수비를 제압하며 득점까지도 만들었는데, 그건 그것대로 커다란 의미가 있는 일이다.
수비하는 쪽에 공포를 안겨다 주고, 평소의 기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없도록 만드니까 말이다.
다시 돌아와 말하지만.
모든 건 예측 범주였다.
미드필드의 공격 지원이 부족하고 최전방 공격수 의존이 심한 FC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윙백이 있는 쓰리백 전술은 포백보다 더 효율적이었다.
간헐적인 FC 바르셀로나의 공격은 날카롭지 못했고, 나도 메시와의 1:1 상황 세 차례에서 두 차례 수비에 성공하며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 우리에게 기회가 주어졌는데, 그것을 살리지 못한 게 화근이 된 것 같다.
축구에는 흐름이라는 게 분명히 존재해서, 기회를 놓치자 FC 바르셀로나에게 점유율을 내어 주고 말았다.
아마도 그게 전반 12분부터였을 것이다.
“에-이!!”
“…….”
“?!”
“고개 들어!! 더 집중하자고!! VAMOS!!”
기껏 잘 막아 놓고도 역습 한 방에 무너진 상황이 허탈하긴 마찬가지였지만, 그래도 난 힘을 내어 손뼉을 두들기며 다른 이들에게 파이팅을 보냈다.
아직 경기 시간은 많이 남았고, MSN을 상대로 위축되기까지 한다면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을 수도 있다.
다행히도 다른 이들 역시 언제까지고 고개를 숙일 생각은 없었던 것 같다.
비록 계획에서 많이 벗어나긴 했지만, 갈아 두었던 칼날은 여전하고 그것으로 바르셀로나를 위협할 수 있다.
0:1로 뒤진 상황이라서 치명상까진 무리겠지만, 그래도 서로의 몸에 공평히 상처 정도는 낼 수 있을 것이다.
여긴, 그럴 능력이 된다.
경기가 다시 시작되고, 볼이 앞쪽에서 머무는 듯하더니 앙투안 그리즈만과 제라르 피케 사이에서 날카로운 대립 구도가 펼쳐졌다.
포스트업 자세를 취하던 그리즈만을 피케가 밀치면서 파울이 선언되었는데, 이후 피케가 불필요한 행동을 하면서 그리즈만의 감정이 격해진 것이다.
당연히 피케도 가만히 있진 않았다.
그리고 그러는 사이.
“절묘한 한 수였어!”
“?”
나는 근처에 선 메시에게 말을 건넸다.
이건 그냥 농담과도 같은 신경전이다.
“멋진 골이더라. 멀리에서도 잘 보이더라고.”
“하하. 설마 도망쳤냐는 말을 하려고?”
“아니, 나는 그냥 네가 스위스에서 했던 말을 말하려는 거야. 왕좌를 빼앗겠다고 하기에, 나랑 90분 내내 어울려 주는 줄로만 알았지.”
“꿈도 크네.”
“뭐, 그렇다고.”
그날 메시가 내게 했었던 말이 나를 뛰어넘겠다거나 이겨 내겠다는 뜻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축구에서 최고임을 증명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매 시즌 최대한 많은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것뿐이다.
만약 펠레와 마라도나에게 월드컵 우승 트로피가 없고, 대신 그것이 요한 크라위프와 알프레도 디 스테파노에게 갔다면 과연 지금과 같은 인식일까?
그랬다면 아마도 사람들은 펠레와 마라도나를 말하기에 앞서, 요한 크라위프와 알프레도 디 스테파노의 이름을 앞쪽에 가져갔을 것이다.
가끔 역대 최고 선수를 말할 때 메시를 첫 번째로 가져다 두는 일이 논란이 되는 것도, 그에게 없는 유일한 것이 월드컵 우승 트로피이기 때문이었다.
물론 현대로 와서는 빅이어의 위상이 크게 높아지며, 최고의 선수를 판단하는 중요한 지표가 됨에 따라 월드컵 우승 트로피가 크게 중요하지 않게 되었지만 말이다.
어쨌든 내가 말하려는 건 바로 이것이다.
결국 트로피가 최선이라는 것.
누가 누구를 뛰어넘고 누가 누구와의 대결에서 승리하느냐는 개인적인 만족감과 잠깐 이어질 세간의 평판이 가져다줄 부수적인 것들 외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물론 그것들이 가장 재미있는 부분이며, 사람들을 피치로 불러들이는 이유라는 것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우승 없인, 그 누구도 자신이 감히 그 시대 최고의 선수라고 주장할 수 없다.
메시가 내게서 발롱도르를 다시 가져가겠다고 선언했던 건, 내가 어떠한 팀에서 뛰던 그리고 그 팀과 상대하든 아니든 자신이 결국 우승하겠다는 의미였다.
그러니 그가 나를 피해서 다른 곳으로 가 득점을 올렸다고 해도, 그건 전혀 비겁한 일이 아니었다.
애초에, 승부가 공평하길 바라는 것 자체가 옳지 않은 생각이다. 삶은 원래 불공평하며, 노력이 가져오는 결과물 역시도 공평하게 돌아가지 않는다.
그렇기에.
‘강한 쪽이 이기는 게 아니야.’
승리하는 쪽이 결국 강한 것이며, 승리하는 쪽이 만들어 낸 방식이 세상의 새로운 규칙이 되는 것이다.
오래전 펩이 내게 해 주었던 말.
이제, 난 그 의미를 알게 됐다.
‘이겨야 해. 이길 거야.’
나란히 경고를 받는 그리즈만과 피케를 바라보며, 난 피치에 한 번 침을 뱉은 뒤 다시 손뼉을 두들겼다.
경기는 이제 전반 20분을 향해 흐른다.
***
{“…….”}
누군가는 침묵했고.
누군가는 환호한다.
{“-!!!”}
전반전 32분, 오른쪽 윙백으로 출전한 시메 브르살코의 보이지 않는 실책이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두 번째 실점으로 이어지는 원인을 초래했다.
중앙에 집중한 시메오네의 3-5-2는 윙백에 전적으로 측면을 의존하는데, 브르살코가 공격에 가담하는 속도가 느렸던 게 볼을 빼앗기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얼핏 보기엔 머뭇거린 가비 페르난데스에게 원인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디에고 시메오네는 브르살코의 늦은 판단이 팀을 멈춰 서게 했다는 걸 알고 있었다.
“후우~”
머리를 쓸어 넘기며 뒤로 돌아선 시메오네가 복잡한 심정이 되어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
벌서 그에겐 경기 이후가 보였다.
FC 바르셀로나를 상대하는 중요한 일전에서, 가장 잘하는 플랫 4-4-2를 포기하고 굳이 쓰리백 카드를 꺼내 든 이유를 후벼 파 올 것이다.
세간의 평가와 목소리에 별로 귀를 기울이는 성격은 아니었지만, 클럽 내부에서 묻는다면 이야기가 달랐다.
선수단 이외 클럽의 운영과 관계된 사람들은 미디어와 팬들의 목소리가 민감하게 반응하곤 하는데, 특히나 이런 사항은 질문이 쏟아질 수밖에 없었다.
귀찮은 일은 되도록 피하고 싶은 시메오네였지만, 흘러가는 상황은 별로 좋지 못했다.
‘포백으로 돌아서야 할까?’
관중석 일부에서 터져 나오는 야유를 무시하며, 디에고 시메오네는 하프타임 팀을 변화시킬 방법을 모색한다.
가장 먼저, 포백으로의 변경이다.
그러려면 총 두 개의 교체 카드를 꺼내 들어야 했는데, 0:2인 만큼 센터백 뤼카 에르난데스와 야닉 카라스코를 바꾼 후 그리즈만을 오른쪽 미드필드로 보내는 방법도 있었다.
다만 그렇게 되면 수비에서 큰 부담이 오게 될 텐데, 브르살코를 믿기엔 상황이 여의치 않다.
그게 아니라면 브르살코와 카라스코를 바꾸고 김다온과 뤼카 에르난데스를 각각 오른쪽과 왼쪽 풀백으로 놓아두는 선택 역시도 가능했다.
김다온이라면 충분히 그리즈만의 부족한 수비 가담을 채워 줄 수 있다.
‘아니야. 그럼, 메시가 자유롭게 돼.’
다시 벽에 부딪히게 된 시메오네가 머리를 사납게 긁적이고, 이후 뒤로 돌아선 그는 손뼉을 치고 목소리를 높여 사기가 떨어진 선수단을 독려했다.
현재의 상황은 분명 좋지 못했지만, 0:3이 되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다.
최소한 이대로 전반전을 마무리하고, 하프타임 이후 분위기 전환을 노려 보는 게 옳다.
삐?익!!
“에?이!!! 왜 휘슬을 부는 거야?!?!”
마음의 여유가 부족해진 시메오네가 주심의 휘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이, 내심 낯선 전술에 위기를 느끼던 루이스 엔리케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이군. 숙련도가 높지 않았어.’
안토니오 콘테가 유벤투스 FC와 첼시 FC에서 쓰리백 전술로 2014 월드컵에서 쓰리백 붐을 만든 이후, 유럽의 많은 축구 감독은 쓰리백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오랜 기간 가장 선호받는 전술로 군림해 오며, 수없이 많은 전술적 영감을 불러일으켰던 포백.
그리고 그것의 장점을 교묘하게 취한 쓰리백은, 과거와 비교조차 할 수 없을 만큼 뛰어난 피지컬을 지닌 선수가 많아진 현대 축구의 미래로 도약했다.
루이스 엔리케 역시 그것을 알고 있었기에, 오늘 디에고 시메오네가 쓰리백 카드를 꺼내 든 것을 확인했을 때 내심 긴장하고 있었던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아틀레티코의 쓰리백 숙련도는 생각만큼 뛰어나지 못했고, 자잘한 실수들이 실점으로 이어졌다.
어려울 것으로 생각했던 비센테 칼데론 원정이 순조롭게 풀려 가기 시작하자, 여유를 되찾은 루이스 엔리케는 벤치에 앉아 미소와 함께 물병을 집어 들었다.
‘이제야 조금 살 것 같군.’
올 시즌 공격력이 예년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이 좋아졌다고 평가되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이긴 했지만, 0:2가 뒤집힐 거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
커리어 내내 수없이 많은 역전극의 주인공이 되어 온 김다온이 있다지만, 누구라도 매번 그렇게 할 순 없다.
그리고 당시엔, 후반전 메시가 부상으로 경기장을 떠나는 예기치 못한 변수도 있었다.
‘아직은 아니지.’
발롱도르 수상 직후 끓어올랐던 새로운 시대에 관한 이야기도 잠잠해진 최근, 이전 김다온을 향했던 편견은 다시 조금씩 고개를 치켜들려 하고 있다.
그러나 모든 이들이 알아야 할 점이 있다.
그건 바로.
‘응?’
김다온은 늘 그 모든 것들을 뛰어넘어 왔다는 부분이다.
삐—–익!!!
FC 바르셀로나의 두 번째 득점이 만들어지고 2분.
단 2분 만에, 흐름은 크게 변화하려 하고 있다.
***
(배정세) – SBS Sports 아나운서
“퇴장! 퇴장입니다!!”
.
.
.전반 35분
아틀레티코 0 : 2 바르셀로나
진부하지만,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은 무척 중요하다.
피치를 데굴데굴 구르다가 벌떡 일어선 내가, 억울함이 잔뜩 묻어나는 얼굴로 주심에게 어필하는 세르지 로베르토에게 해 주고 싶었던 말이다.
볼이 라인 밖으로 나간다고 판단한 그는 스프린트의 속도를 늦췄고, 계속해서 속도를 유지했던 나는 사이드라인 아웃 직전 볼을 살려내는 것에 성공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로베르토가 만회할 기회는 있었다.
필사적으로 달렸던 나는 볼을 건든 직후 멈추기 위한 과정이 필요했고, 이때 만약 로베르토가 달려들었다면 그가 볼을 쉽게 가져갔을 것이다.
하지만 로베르토는 그러는 대신 손을 들어 올려 라인을 벗어났다고 항의를 했는데, 그 틈에 나는 축구공을 가져갔고 직후 허리춤이 감기며 피치에 넘어졌다.
레슬링을 하듯 내팽개쳐진 것이다.
너무나도 명백한 동작이었기에, 달려온 마테우 라호즈 주심은 바로 옐로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런데 여기에서 중요한 건, 전반 7분 로베르토가 그리즈만에게 거친 태클을 시도하다가 경고를 이미 한 장 받은 상태라는 점이었다
그렇게 세르지 로베르토는 0:2이 된 이후 단 2분 만에, 경고 카드 두 장을 받아 피치를 떠나게 됐다.
‘흐음-’
2라는 숫자가 연이어 겹치면서 누군가가 잠깐 머릿속에 떠올랐지만, 빠르게 그것을 털어버린 나는 몸 여기저기를 살피며 아픈 곳은 없는지를 살폈다.
다행히도 팔이 조금 쓸린 것 외엔, 관절이나 근육에 문제가 발생한 것 같지는 않았다.
“괜찮아?”
“응. 덕분에 노래가 멈췄어.”
“……뭐?”
“아. 아무것도 아니야.”
“????”
의아해하는 코케의 상상이 어떠한 식으로 진행될진 모르겠지만, 기왕이면 그가 나의 말을 조금 괴상한 쪽으로 생각해 주었으면 했다.
머릿속에서 울려 퍼지는 노래라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다.
무서운 것을 끔찍하게 싫어하는 남자기에, 그런 편이 훨씬 더 재미가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내가 말한 노래는 그런 게 아니다.
바로 저 앞에서 불려 오던 노랫소리다.
‘……아, 이제야 좀 살 것 같네.’
작년 9월 캄 노우로 원정을 떠났을 때, FC 바르셀로나를 응원하는 홈팬들은 이런 노래를 불렀다.
{“다온. 다온. 네가 얼마나 뛰어나든 상관없어. 왜냐하면 우리에겐 세르지 로베르토가 있으니까. 세르지 로베르토. 세르지 로베르토.”} 뭐 이런 식이었을 것이다.
실제로 FC 바르셀로나의 팬들은 풀백과 중앙 미드필드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로베르토가 나처럼 성장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서 재미있는 건, 지금 경기장을 떠나고 있는 저 친구가 나보다 한살이 더 많다는 점이다.
‘Adios, Amigo. 그러게 왜 그랬어.’
속으로 로베르토에게 작별 인사를 고한 후, 나는 프리킥을 처리하고자 볼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수적으로 FC 바르셀로나에 불리해진 경기.
하지만 점수는 그들이 두 점 앞서고 있다.
‘아직 공평하진 않아.’
우리가 앞서는 것은 하나인데 상대는 두 개나 우위에 있으니, 공평하다고 부르기에는 아직 모자라다.
최소한 전반전이 끝나기 전까진, 점수 차를 한 점으로 좁혀야 대충 수지타산이 맞는다. 그리고 궁금한 건, 아직 고심 중인 루이스 엔리케가 꺼내 들 교체 카드다.
왜냐하면 오늘, FC 바르셀로나의 교체명단엔 왼쪽 풀백만 두 명 있기 때문이다.
현재 선발로 나선 제레미 마티외를 포함, 벤치에 있는 조르디 알바와 루카 디뉴 모두 왼발을 사용하는 왼쪽 풀백으로 오른쪽에서 뛰어 본 경험이 거의 없다.
당연히 오른쪽에서 뛰라고 하면 얼마든지 그럴 수야 있겠지만, 60분가량을 뛰는 건 다른 문제다.
삐?익!!
주심이 휘슬을 불어 프리킥의 시작을 알리고, 손가락 두 개를 높이 펴 들었던 나는 먼 쪽 포스트를 겨냥하고 왼쪽 측면에서 길게 프리킥을 띄워 올렸다.
미리 준비되었던 세트 플레이를 가져간 것이었고, 우린 높이에서 우위를 점했으나 득점까진 무리였다.
그리고 잠시 뒤.
삑-!!
주심이 휘슬을 불어 FC 바르셀로나의 선수 교체를 알려 왔다. 세르지 로베르토가 뛸 수 없는 상황에서 루이스 엔리케가 선택한 교체 카드는 루카 디뉴였다.
그런데.
‘공격수가 아니야?’
그와 교체되어 피치를 빠져나오는 건, MSN 중 하나가 아닌 하피냐 아우칸타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