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722)
721화 La union hace la fuerza (14)
.전반 42분
아틀레티코 0 : 2 바르셀로나
루이스 엔리케가 수적 열세가 된 상황에도 MSN을 계속 피치에 놓아두었던 것은 대략 세 가지의 이유였지 않을까 한다.
우선 첫 번째, 수세에 몰리고 싶지 않다는 것.
MSN이 계속 피치에 있게 되면, 상대는 함부로 라인을 전진시킬 수 없다. 설사 숫자에서 앞서는 상황이라고 해도, 언제든 작은 숫자에 실점을 허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후반전 막바지가 거의 다 되어 가는 시점이라면 또 모르지만, 경기가 절반 이상 남아 있는 상황에서는 0:3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게 더욱 중요했다.
그리고 두 번째, 현 FC 바르셀로나의 상황에서는 굳이 세 명의 미드필드가 큰 의미가 없다는 것.
부스케츠와 이니에스타.
이 둘이 결국 핵심이다.
애초부터 공격 전개 자체를 MSN에 크게 의존하는 상황에서, 기동력을 채워주는 것에 가까운 하피냐는 엔리케가 느끼기에 가장 전술적으로 의미가 약한 선수였을 수도 있다.
포백 앞에 부스케츠와 이니에스타를 나란히 놓아두고, 두 사람에게 수비에 좀 더 집중하도록 지시한다면 기동력의 부족이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 여겼을 수도 있다.
또 이는 내가 추측하는 마지막 세 번째 이유와도 연결된다.
그건 바로 공격수를 빼내어 4-3-2 혹은 4-4-1을 만드는 것보다, 루이스 수아레즈와 네이마르를 좌우 윙어로 돌리고 메시를 최전방에 두는 게 더 이득이라는 것.
수아레즈와 메시의 위치를 바꾸고 상대적으로 좀 더 부지런한 수아레즈에게 오른쪽 측면을 맡기는 게, 하피냐를 오른쪽으로 보내는 것보다 낫다고 본 거다.
하지만, 이 세 가지 이유 모두에는 맹점이 존재한다.
우선 첫 번째, 우리는 오늘 포백이 아닌 쓰리백이다.
만약 포백이었다면 최전방에 있는 공격수를 두 명의 수비수가 상대해야 하지만, 쓰리백이라면 두 명의 스토퍼와 한 명의 스위퍼가 메시를 견제할 수 있다.
물론 메시는 세 명의 뛰어난 수비수도 얼마든지 제칠 수 있는 위대한 공격수지만, 라인을 높이는 부분에 있어 센터백을 제외한 포지션의 부담은 분명히 적다.
더구나 중앙에 집중한 시메오네의 3-5-2에서는 윙백이 사실상 윙어기도 하기에, 전진시킨 두 명의 센터백이 하프라인에 머물게 되면 사실상 1-4-5의 형태가 된다.
즉 MSN을 놓아두어 역습에 대한 위협을 남겨두자는 의도야 알겠지만, 그 효과가 미비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 그래도 기동력은 중요하다는 점이다.
부스케츠와 이니에스타에게 수비적인 롤을 주어 공격으로 전환할 때의 이동 거리를 줄여주겠다는 의도는 잘 알겠다.
하지만 둘을 플랫으로 놓아두게 되면 부스케츠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역할인 라볼피아나(Lavolpiana)를 포기해야 하고, 이니에스타 또한 메짤라(Mezz`ala)를 수행할 수 없다.
무엇보다, 우리가 볼을 점유하고 공격을 전개하는 상황에서는 이동 거리를 줄인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다.
아틀레티코의 3-5-2에서 디에고 시메오네가 핵심 요소로 내세운 것 중 하나가 바로 방향 전환인데, 그 과정에서 끊임없이 좌우로 움직여 줘야 하기 때문이다.
또 두 사람이 본래부터 수비를 잘하는 미드필드가 아니라는 점 역시도 참고해야 한다.
마일리지가 쌓인 부스케츠는 상대의 패스 루트를 읽고도, 발이 무거워 번번이 그것을 끊어내고 있지 못했다.
이니에스타야 예나 지금이나 수비적인 능력은 유럽의 평균 이하라고 보는 게 옳다.
이런 두 사람을 플랫 형태로 미드필드에 둔 결과, 장점이 사라지고 단점만 크게 부각되는 나쁜 결과가 초래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세 번째.
“뚫렸잖아!”
“이익!”
“막아-!!!”
루이스 수아레즈와 루카 디뉴로는, 나를 전혀 막아설 수 없다.
반대발 풀백인 루카 디뉴를 오른쪽으로 데려와 반대발 윙백인 나를 막겠다는 의도 자체야 이해할 수 있었지만, 둘을 뚫어 내는 것은 내겐 너무나도 쉬운 일이다.
특히.
탁-
“?!?!”
파악-
“윽!!”
수아레즈의 발에 살짝 걸린 내가 피치에 쓰러지며 고통스러운 척 뒹굴기 시작하자, 라호즈 주심이 다가와 경고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러자 경기(驚氣)를 일으키며 발끈한 수아레즈가 주심을 향해 손을 가로젓더니 내게로 몸을 돌려 허리를 숙이고 거친 이야기들을 내뱉기 시작했다.
흥분한 수아레즈의 침이 비처럼 쏟아지고 있어, 난 얼굴을 양손으로 가린 채 몸을 돌려 엎드리는 자세를 취했다.
와중에도, 뒤는 여전히 시끄럽다.
스페인어로 된 갖은 저주와 욕설을 내뱉던 수아레즈의 목소리가 조금씩 멀어지기 시작하고, 그제야 다시 뒤로 돈 나는 손을 내리고 눈을 떴다.
뛸 수 있겠냐는 라호즈 주심에게, 난 고개를 끄덕이며 몇 초만 달라고 했다.
‘이거지.’
바로 이런 부분이다.
루이스 수아레즈가 측면에서 좋은 활약을 펼칠 때도 있지만, 그거야 스트라이커 포지션에서 머물다가 순간적으로 측면으로 스위치를 할 때의 이야기다.
수아레즈에겐 측면 미드필드가 갖춰야 할 소양이 부족하고, 로베르토 퇴장 이후 바르셀로나의 변화를 확인한 순간부터 그것을 이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측면에서 만난 수아레즈를 팀 내에서 불리는 별명으로 알려진 ‘Gordo(뚱뚱보)’로 불러가며, 은근슬쩍 신경전을 건 것 또한 그의 이런 반응을 기대했기 때문이었다.
전반전이 끝나기 전에 그에게 경고 한 장을 쥐여 줬으면 했는데, 다행히도 소기의 목적을 이뤘다.
몸을 일으킨 이후, 나는 여전히 불만을 꺼트리지 못하는 수아레즈를 보며 미소를 지어 주었다.
미간을 잔뜩 찌푸린 그가 차갑게 나를 외면했지만, 그것이 나를 더 기쁘게 했음은 말할 것도 없다.
다시 한번 주어진 왼쪽 측면에서의 프리킥.
이번에도 나는 키커로 나선다.
“…….”
삐-익!
.
(개리 탭하우스) – Sky Sports LaLiga 코멘테이터
“더욱 거세가 휘몰아치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다온의 프리킥. 박스로 향합니다. 사비치의 헤더! 오-! 날카롭군요! 하지만 골포스트를 살짝 빗나갑니다!”
(앤디 비숍) – Sky Sports LaLiga 공동-코멘테이터
“세르지 로베르토의 퇴장 이후 잔뜩 공세를 높이고 있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입니다. 지금도 매서운 다온의 프리킥이 헤더로 연결됐습니다. 그렇지만 중요한 건 아직 득점이 없습니다. 디에고 시메오네로서는 전반전이 끝나기 전 경기를 한 골 차로 만들고 싶을 겁니다. 0:2로 전반을 끝마치는 것과 1:2로 전반을 끝마치는 건 매우 큰 차이가 있습니다.”
(개리 탭하우스)
“테어 슈테겐도 그것을 잘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골킥을 서두르지 않습니다. 비센테 칼데론에서 야유가 쏟아집니다.”
.
아틀레티코에 많은 긍정적인 요소가 존재함에도, 내가 마냥 기뻐할 수 없는 이유는 그것들을 결과물로 이어가지 못한 현실 때문이었다.
만약 이대로 전반을 끝마치게 되면 FC 바르셀로나는 재정비할 시간을 얻을 수 있고, 후반전 그들을 공략하는 일에 훨씬 더 힘겨워질 수 있다.
그러니 반드시 한 골이 필요했다.
전반에 워낙 많은 일이 있어 3분 정도의 추가시간이 예상되긴 하지만, 전통적으로 전반전의 추가시간이 그렇게까지 길게 주어진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에-이!! 올라가!! 압박해!!”
테크니컬 에어리어에 선 디에고 시메오네가 목소리를 높이며, 세르지 로베르토의 퇴장 이후 바뀐 우리의 압박 형태를 더 타이트하게 가져가라고 외친다.
압박의 강도가 높아진 우리는 매우 높은 지점에서부터 바르셀로나를 압박했는데, 중요한 건 그게 그리 효과적이지만은 못 하다는 것이다.
이런 부분에서는 루이스 엔리케의 판단이 옳다.
전성기 기량에서 확연히 내려섰다지만, 부스케츠와 이니에스타의 탈압박은 여전히 세계적인 수준이다.
오히려 지나친 전방 압박으로, 그것이 뚫렸을 때 MSN에게 허용할 공간이 많아지고 있다. 지금까진 수비가 완벽했지만, 언제 실수가 터져 나올지 모른다.
하지만 다행인 점은, FC 바르셀로나 역시 그렇게 완벽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후반기 메시의 대활약을 앞세워 승리를 획득하고는 있지만, 팀 자체의 전력만을 놓고 본다면 올 시즌의 바르셀로나는 2000년대 후반 이후 가장 약한 팀이다.
특히 포백라인의 불안정한 정도가 무척 심했다.
부스케츠와 이니에스타가 여유 있게 우리의 압박을 벗겨내어 측면으로 볼을 전달해도, 드뷔시와 디뉴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매번 멈춰 섰다.
그리고 그건 결국.
‘땡큐.’
“!!!!”
치명적인 실수로 이어지게 된다.
부스케츠의 패스를 받아 든 루카 디뉴는 오른발을 사용하는 것에 부담을 느꼈고, 나는 그가 몸통을 왼쪽으로 돌리는 것을 틈타 기습적인 압박을 가했다.
그가 뒤로 보내려던 패스가 내가 뻗은 왼발의 끝에 닿았고, 굴절된 축구공은 코너플랫을 향해 굴러가기 시작했다.
몸의 방향과 진행 방향 상 내가 속도를 붙이기 더 유리한 입장이었기에, 디뉴는 나의 팔을 붙잡아 채고자 다급히 손을 뻗어 유니폼을 붙잡으려고 했다.
만약 상황적으로 여유가 좀 더 있는 상황이었다면, 나는 순순히 붙잡힌 후 경고 카드 하나를 더 노려 봤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그러기엔 주어진 기회가 아까웠고, 왼팔을 강하게 휘둘러 뿌리친 후 계속해서 달려가는 것을 택했다.
수비 진영 바로 앞에서 나온 디뉴의 실수에, FC 바르셀로나는 화들짝 놀라 크게 후퇴하는 중이다.
난 계속해서 달려가며 박스 주변을 살폈고, 가메이로와 토레스가 맹렬히 달려 쇄도해 나가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런 둘의 주변으로, 바르셀로나 선수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그리고.
“…….”
박스 주변에서 벌어질 움직임들이 머릿속에 그려지기 시작한 나는, 속도가 급격히 늦춰지고 있는 축구공을 어떠한 식으로 처리할지에 관해서도 판단이 섰다.
지금 분명, 디뉴가 다급히 달려오고 있을 것이다.
그는 내 크로스 타이밍을 재고 있을 거다.
머릿속에는 어떻게든 실수를 만회하겠다는 생각뿐일 테니, 수비수로서의 위기 본능이 코너킥을 주더라도 최악의 상황만큼은 모면하잔 프로세스를 세우고 있을 게 틀림없다.
‘그렇다면?’
탁
“…….”
축구공을 발로 컨트롤 할 수 있는 위치에 도달한 나의 선택은, 그대로 왼발을 휘두르는 동작을 가져가다가 오른발 뒤쪽으로 슬쩍 볼을 밀어 보내는 것이었다.
호날두의 백숏 동작을 접기에 응용했다고도 볼 수 있는데, 몸을 돌림과 동시에 루카 디뉴가 앞에서 움직여 지나갔다.
역시나 그는 내가 왼발이나 오른발 아웃프런트로 크로스를 바로 올릴 것으로 생각하고 수비 동작을 가져가고 있었다.
{“우오오오-!”}
루카 디뉴를 춤추게 만든 나의 속임수 동작에 비센테 칼데론에서 작은 함성이 터져 나오고, 바로 다시 발을 움직인 나는 아까부터 정해둔 곳으로 볼을 보내기로 했다.
현재 내가 패스를 보내려는 장소는 많은 선수가 운집한 박스 중심에서 다소 벗어난 외곽 지점이다.
정확히는 페널티박스 오른쪽 모서리에서 안쪽으로 약간 치우친 곳이다.
몸을 반대 방향으로 가져가며 오른발을 휘두르기 수월한 자세가 되었기에, 난 훨씬 편안하게 킥을 가져갔다.
파앙-!
좌우회전을 먹지 않은 축구공은 곧게 뻗어 나가기 시작했고, 대신에 먹은 역회전은 크로스를 완만하게 떨어트리며 목표 지점을 향한 순항을 이어 가게 했다.
그리고 그것은 곧.
‘가! 이 빌어먹을 녀석아!’
토레스와 가메이로가 박스 안으로 나란히 침투하는 것을 보고 조용히 먼 위치를 찾아 움직이던 그리즈만의 앞으로 정확히 떨어져 내렸다.
미리 자리에 도착해 있던 그는 침착하게 슈팅을 가져갈 준비를 했고, 떨어지는 나의 패스에 정확히 왼발을 가져다 댔다.
몸을 비틀면서 가져간 슈팅 이후의 동작도, 힘을 더 싣기에 완벽한 것이었다.
강하게 쏘아져 나간 축구공은, 절묘하게도 사람들이 모여 있지 않은 방향으로 움직여 골라인을 넘어선다.
전혀 반응하지 못했던 테어 슈테겐이 선 상태 그대로 뒤로 넘어지고, 나는 저 반대편으로 달려 나가기 시작한 사람들을 바라보며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렇지!!’
지금의 이 득점은 아틀레티코에 정말 필요한 것이었는데, 이렇게 되면 FC 바르셀로나의 모든 계획이 망가져 버렸다고 해도 무방했다.
수적인 열세는 더욱 크게 다가갈 것이고, 두 골 차에서 줄어든 한 골의 리드도 넉넉하지 않게 느낄 테니 말이다.
이젠, 우리가 좀 더 유리해졌다.
‘참 재미있지 않아?’
분명 얼마 전, 나는 한 명의 수적 우위를 가진 우리보다 두 골의 리드를 가져간 FC 바르셀로나가 조금 더 유리하다고 말을 했었다.
한데 그것이 한 골로 좁혀진 지금.
한 명의 수적 우위와 한 골의 리드는 수평이 맞춰지지 않고, 반대로 아틀레티코에 유리한 상황으로 기울어져 버렸다.
그건 아마도 이 피치 위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늘 작용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양 팀의 전력, 자신감, 기세, 전술이나 전략, 외에도 형태로 표현할 수 없는 수없이 많은 요소 말이다.
바로 그것들이 축구를 공평하지 않은 스포츠로 만들지만, 기울어진 쪽이 승리를 쟁취하는 것은 아니며 기울어진 쪽이 더 무거운 것 또한 아니었다.
우리가 현재 말하는 건 물리법칙이 아닌 축구니까.
삐-익!!
주심의 휘슬과 함께 재개된 경기.
FC 바르셀로나의 다리는 확실히 무뎌져 있었다.
***
.하프 타임
아틀레티코 1 : 2 바르셀로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라커룸
“아주 좋았다! 훌륭한 득점이었어!”
“휘이이익-!”
“예에-!!”
칭찬의 목소리에 반응하는 선수들을 보며, 디에고 시메오네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전반전 막바지에 나온 득점이 경기 결과 자체를 바꾸어 놓을 수도 있다는 걸, 선수들 역시 잘 알고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이제, 기세상으로 아틀레티코가 확실한 우위를 점했다.
“후반전은 우리의 시간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너희가 실수하지 않았을 때의 이야기야! 이런 상황일수록 서두르게 된다! 그리고 너희 중 누군가는 영웅이 될 생각에 빠져 있겠지! 절대! 절대 그래서는 안 된다!”
“…….”
오늘 아틀레티코와 바르셀로나의 경기엔, 많은 주목이 쏟아지고 있다.
라 리가 24라운드 전체를 통틀어 가장 큰 매치업이고, 많은 이들이 오늘 경기가 FC 바르셀로나의 리그 1위 가능성을 결정지을 경기라는 것을 안다.
자연히 욕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래서 디에고 시메오네는 오늘날의 아틀레티코를 있게 만들어 준 정신을 강조했다. 팀으로서 생각하고 팀으로서 움직이도록 만드는 것들을 말이다.
이는 하프타임 팀 토크의 2/3 이상을 차지했고, 대화가 끝났을 때 선수들은 준비가 된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런 뒤에, 디에고 시메오네는 선수단을 모두 일으켜 전반전이 시작되기 전처럼 가운데로 불러 모았다.
대신, 그는 한 가지 재미있는 생각을 했다.
평소처럼 가비가 스크럼을 주도하게 하지 않고, 김다온을 지목하며 한마디를 해 보라고 한 것이다.
앙투안 그리즈만이 김다온의 역할을 받아들인 상태기에, 클럽의 네 번째 주장인 그가 처음으로 아틀레티코의 스크럼을 이끄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 될 것 같았다.
예상하지 못한 지목을 받게 되자, 김다온은 가장 먼저 고개를 슬쩍 돌려 그리즈만을 확인했다.
“…….”
“…….”
하지만 고개를 숙인 그리즈만의 표정은 보이지 않았고, 어색해하며 코를 긁적인 대한민국의 수비수는 잠깐 손가락을 움직이다가 이렇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음, 한국에는 이런 말이 있어요.”
“?”
“??”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뭐?”
“갑자기 무슨 헛소리야?”
느닷없이 튀어나온 한국어에 몇몇 사람들이 무슨 말이냐며 반응을 했지만, 손을 들어 올린 시메오네와 다른 이들이 분위기를 진정시켰다.
다시 김다온에게 시선은 집중되었고, 한결 편안해진 표정의 그는 스페인어로 그 뜻을 설명했다.
“협동이 중요하다는 거야. 내가 금방 했던 말은 말 그대로, 종이 한 장도 여럿이서 들면 더 쉽다는 거였어.”
“뭐? 왜 종이 한 장을 여럿이 드는데?”
“비유잖아, 멍청아! 비유라고!”
“하하하하하.”
구박을 받기 시작한 스테판 사비치를 보며 선수들이 웃음을 터뜨리고, 그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던 시메오네는 김다온에게 계속 이야기를 이어가란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곧, 목소리가 들려왔다.
“비유는 아니고 속담이야. 내가 말하고 싶었던 건, 이곳이 팀으로서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다는 의미였어. 사람들은 내가 어떻다고 말을 하지만, 나는 너희들이 없었다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이었을 거야. 그리고 그건, 너희도 마찬가지겠지.”
“…….”
“…….”
전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시작된 뜻밖의 울림에, 각자의 감정을 담은 이들의 시선이 김다온과 시메오네 그리고 그 주위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실 올 시즌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승점 중 상당 부분은, 김다온이 혼자만의 힘으로 만들었다고 봐도 무방했다.
그리고 스페인 라 리가엔, 그와 같은 일을 할 수 있는 전 세계에서 유이한 존재들이 뛰고 있다.
하지만 그들 중 그 누구도, 주위 동료들 없인 자신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식으로 말하는 사람은 없었다.
물론 팀을 강조하고 다 함께 열심히 뛰어야 한다고는 늘 말하고 있었지만, 그것들은 진심이라기보다는 형식적이고 흔한 말에 그칠 때가 많았다.
현시대 누구보다 위대한 축구 선수이기에, 자신의 실력과 그로 인해 할 수 있는 일에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김다온은 그게 부족한 걸까?
‘아니. 절대로 아니지.’
디에고 시메오네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건, 조금 문화적인 부분이었다.
박지성 이후 내려진 유럽 클럽들의 대한민국 선수들에 대한 공통적인 평가는, 그들 모두가 성실하고 팀을 가장 중요시 하는 선수들이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그들이 불필요한 압박감으로 축구를 즐기고 있지 못하며 그것이 성장을 방해하고 폼을 불안정하게 만든다고도 말하고 있었다.
그런데 여기 김다온은, 이런 대한민국 선수들의 특성 중 좋은 부분만을 가져가고 있는 것 같았다.
다시, 시메오네는 귀를 기울인다.
“오늘 우리가 하려는 일은 백지를 드는 것처럼 쉽지는 않은 거야. 하지만, 우리는 18명이나 되잖아. 피치에서 뛰는 11명이 있고 벤치에도 7명이 있어. 그리고 여긴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지. 이곳이 훌륭한 클럽이 아니라는 걸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거야.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La union hace la fuerza.”
“응?”
“La union hace la fuerza. 네가 하려는 말이야.”
“그래?”
“오-! 그래. 맞아! 그 말이 있었지.”
불쑥 튀어나온 코케의 말에, 김다온을 제외한 아틀레티코의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다.
이는 벨기에, 조지아, 불가리아 등과 같은 유럽의 여러 국가의 모토로 쓰이는 문장으로, 스페인 역시 같은 것을 속담으로 사용하고 있다.
뜻은.
“단결이 힘을 만든다. 맞지?”
“그래. 바로 그거야.”
아틀레티코의 남자들이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하고, 번져나간 미소는 박수와 함께 드레싱 룸에 커다란 목소리로 이어졌다.
많은 이들이 La union hace la fuerza를 외쳤고, 복도로 나서는 순간까지도 같은 문장을 연신 내뱉으며 승리를 향한 확신과 전의를 높여갔다.
김다온의 말대로 오늘 경기에서 역전을 거둔다는 건 백지를 드는 것보다 훨씬 더 힘든 일이었지만, 개인이 아닌 팀으로서 그것이 얼마든지 가능할 거라고 믿었다.
후끈하게 전해져 오는 열기에, 끝내 함께 호응까진 할 수 없었던 그리즈만은 생각한다.
둘 사이에 아무런 일이 없었다면, 어쩌면 서로를 좋아하게 되었을 수도 있다고 말이다.
이 순간, 그리즈만은 그게 조금 아쉽게 느껴졌다.
‘빌어먹을 녀석 같으니.’
크고 작은 위험 요소와 최근에 닥쳐온 위기 속에서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본연의 색을 잃지 않으면서 어떻게든 버텨 내고 있었다.
그리고 팀 내에서 가장 중요한 두 사람의 오묘한 화음 역시, 각자의 위치에서 조용히 힘을 내려 하고 있다.
과연 그것이 오늘 경기의 승리로 이어질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건 김다온과 앙투안 그리즈만이 각자의 방식으로 팀 플레이를 가져갈 거란 점이었다.
디에고 시메오네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이들에게 있어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건 없었다.
삐?익!!
주심의 휘슬과 함께 시작되는 후반전.
아틀레티코의 기세는 상당히 드높아 보인다.
***
작가의 말 ? 와… 죽겠습니다.
몸이 너무 아파요 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