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725)
724화 El fin de la era (3)
.2017.03.11. 경기 결과(La Liga 27R)
그라나다 0 : 3 아틀레티코
[골] 앙투안 그리즈만 : 전반 15분(김다온), 전반 46분(김다온), 후반 39분(코케)김다온 ? 95분 출전(2어시스트/평점 8.3)
MoM ? 앙투안 그리즈만(3골/평점 9.1)
***
2017년 3월 13일. 28221 마드리드, 스페인. 마하라혼다. C. 세로 델 에스피노, s/n. 파벨론 2. 시우다드 데포르티바 완다 아틀레티코 데 마드리드.
근래, 클럽하우스의 분위기는 더할 나위 없이 훌륭했다. 지난 리그 세 차례의 경기에서, 세 차례의 클린시트와 함께 10득점의 경기를 펼친 것이 주된 이유였다.
오늘 역시, 클럽하우스는 굉장히 떠들썩했다.
“그래서 어제 있지…….”
“와하하하하-! 그게 진짜야?”
“내가 말했잖아. 그래서…….”
다양한 화제. 그렇지만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이야기로 넘쳐나고 있는 이곳에서, 나는 디에고 시메오네에게 다가올 경기에서의 로테이션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지난달 21일 레버쿠젠 원정에서 5:1의 대승을 거둔 우린, 모레 비센테 칼데론에서 챔피언스리그 16강 두 번째 경기를 펼칠 예정이었다.
그리고 그 경기에서, 디에고 시메오네는 내게 휴식을 주기를 원하고 있었다.
교체 명단에는 포함되겠지만, 뤼카를 선발에 기용해 4-4-2를 쓸 생각인 것처럼 보였다.
“자네의 의견을 전적으로 따르겠네.”
“네.”
선발 출전 명단을 정하는 일은 어디까지나 감독의 고유한 권한이다. 그리고 그에 관해 불만을 제기하지 않는 것 역시, 선수가 가져야 할 기본적인 태도기도 했다.
하지만 선수 개개인의 성향에 따라, 혹은 계약 조건에 따라 이것은 감독의 영역을 벗어나기도 한다.
바로 지금처럼.
“다가올 세비야 경기가 클럽엔 더 중요해.”
“이해할 수 있어요.”
“그런가?”
현재 나의 모든 계약 조건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고스란히 승계한 상태다.
주급은 물론이고, 각종 보너스 역시 뮌헨과의 최초 계약 내용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그에 따르면, 나는 매 경기의 출전 수당으로 37,000유로. 유럽 대항전 본선 무대의 경우 추가로 25,000유로를 더해 경기당 62,000유로(약 8,400만 원)를 수령하고 있다.
여기에 경기를 클린시트로 마치면, 3만 유로 + 15,000유로의 추가 보너스를 받게 된다.
즉 다가올 레버쿠젠과의 녹아웃 스테이지 2차전 경기에서 클린시트 승리를 거두게 되면, 내게 주어질 보너스는 최소 10만 7천 유로(약 1억 4,600만 원)가 된다는 뜻이었다.
유럽의 축구 감독들은 이런 선수 개개인의 보너스에 관해서도 알고 있고, 그래서 로테이션을 가져갈 때 늘 이런 면담을 필수적으로 가져가고 있다.
바로 지금처럼 말이다.
“교체 미출전 수당은 있는 건가요?”
“물론일세.”
교체 명단에도 포함되지 않은 선수의 경우, 시합 날을 집이나 개인적인 장소에서 보내는 게 일반적인 일이다. 하지만 교체 명단에 들게 되면 선발 출전 선수와 같은 루틴을 가져간다.
그리고 그것에 대한 보상으로 교체 미출전 수당이라는 것을 가져가는데, 이는 교체 명단에는 포함이 되었으나 경기에 출전하지 않았을 때 받는 보너스를 의미했다.
나의 경우 교체 미출전 수당은 22,000유로였고, 유로파 대항전이라면 10,000유로를 더해 32,000유로를 받았다.
만약 경기에서 뛰게 되면 62,000유로를 받게 되기에, 경제력이 여의치 않은 클럽이라면 교체 명단을 짜는 부분에서도 보드진의 간섭을 받게 된다.
흔히 [‘출전 명단을 짜는 것조차 감독의 마음대로 할 수 없었다.’]라는 이야기가 나도는 이유가 바로, 이런 추가적인 사정이 끼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어떠한 감독들은 클럽과 선수 사이의 계약 내용에 관해서는 알고 싶지 않아 하기도 한다.
계약은 어디까지나 축구 외의 문제이기에, 감독인 자신이 거기까진 책임질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는 유형이 바로 보드진과 마찰을 일으키는 이들이다.
하지만 디에고 시메오네는 그보다는 조금 더 PL 방식의 매니저에 더 가깝다.
축구뿐만이 아니라 클럽의 영입과 운영 전반에도 개입하기에, 시메오네는 선수 개개인의 계약 조건도 속속들이 꿰고 있었다.
“그럼, 가 볼게요.”
“그러게나.”
딸깍-
다가올 레버쿠젠 경기에 관한 면담을 끝낸 후, 사무실을 나선 나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식당을 향해 걸었다.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 경기에서 결장하는 것은 아쉽긴 했지만, 클럽의 한계를 알고 있는 지금은 이게 최선이라는 걸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인 것 같았다.
예전이라면 무조건 경기에 뛰고 싶어서 안달이었을 건데, 로테이션을 받아들이는 나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간단하네.”
“응?”
“너도 이 바닥이 익숙해진 거야.”
“……그런가?”
“응.”
식당에 앉아 늘 함께하는 이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으니, 코케가 이런 내가 너무나 당연하다며 말을 해 오고 있었다.
“얼마나 됐어?”
“뭐가?”
“1군 경기에 뛰기 시작한 것 말이야.”
“아, 그거?”
나의 1군 무대 데뷔전은 2009년이었다.
“2009년이라. 그럼 벌써 8년 아니야?”
“그런가? 벌써?”
“하하. 왜 그걸 나한테 묻는 건데?”
“…….”
지금 생각해 보니 그랬다.
노르셸란 유스에서 첫 번째 해를 보내고, 2년 차를 맞이했을 때 나는 키가 10cm나 더 큰 것을 확인하곤 기뻐서 어쩔 줄 몰라 하던 평범한(?) 10대였다.
그도 그럴 게, 당시 나를 향한 클럽 내의 별명은 다름 아닌 ‘Dvaerg’. 한국어로 난쟁이였다.
“뭐? 네가?”
“그렇다니까.”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젓는 코케에게, 나는 노르셸란에서 만났던 이들에 관하여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현재 나의 모든 킥에 가장 큰 영향을 준 노노를 비롯해, 현재는 덴마크의 국가대표가 된 이들과 지금은 덴마크의 연령별 대표팀을 맡은 니콜라이 스톡홀름에 대해서도 말을 했다.
이런 내 이야기를 코케는 묵묵히 들어 주었고, 대화가 얼추 끝난 뒤엔 나조차도 몰랐던 한마디를 불쑥 꺼내 들었다.
“뭐야? 결국 넌 쓰리백을 경험해 봤잖아?”
“……아-”
정말로 몰랐다.
하지만 나는 분명, FC 노르셸란에서 윙백으로 뛰어 본 경험이 있었다.
“오-!!”
깨달음의 연속에 따른 리액션을 보여 주자, 코케는 별 싱거운 녀석을 다 보겠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으며 접시에 올려 둔 푸룬 하나를 입으로 가져갔다.
그렇게 점심 식사를 마친 후, 낮잠을 청하기 위해 찾은 조용한 실내에서 나는 과거의 기억을 떠올려 보았다.
[“풀백은 좀 더 다재다능하단다.”]풀백 = 측면 수비수라는 공식을 짊어지고 살아온 내게, 모르텐 비그호스트 감독님이 제시해 준 비전은 놀랍게도 펩의 철학과 많은 부분에서 일치했다.
‘전혀 몰랐어.’
당시 FC 노르셸란의 전술은, 펩이 사용한 3-4-2-1이나 현재 시메오네가 쓰고 있는 3-5-2와 굉장히 흡사했다.
특히, 철학 그 자체가 말이다.
때때로 포백으로 경기에 나설 때도 있었지만 공격 과정에서 전형은 어김없이 쓰리백으로 바뀌었고, 나는 윙백과 볼란치를 오가며 피치 전반에 걸쳐 영향력을 끼쳤다.
유럽 대항전처럼 전력상 열세에 놓인 시합에서는 포백으로 다시 돌아섰지만, 기본적인 메커니즘은 풀백보다는 윙백에 더 가까웠다.
오히려 SL 벤피카로 이적한 이후가 더 측면에 치우친 플레이를 했었던 것 같다.
‘도대체 무엇을 보고…….’
덴마크 U-21 팀을 거쳐 미카엘 라우드루프의 호출로 스완지에서도 일했던 모르텐 감독님은 지금, 새롭게 올보르 BK의 지휘봉을 잡고 계셨다.
매년 여름이 되면 의례적으로 통화를 주고받았는데, 지금은 조금 다른 의미에서 목소리를 듣고 싶었다.
“……Hej?”
다행히도 모르텐 감독님은 정겹게 내 전화를 받아 주셨다. 그리고 나는 감독님께, 도대체 나의 어떠한 부분을 높게 평가했는지를 물었다.
그러자, 감독님이 답하시길.
– 자네는 축구를 즐기지 않았어.
“네?”
– 오해하지는 말게. 나쁜 의미는 아니니까. 뭐랄까. 나이를 먹게 되면, 단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지.
모르텐 감독님이 보기에, 당시의 내겐 절박함이 느껴졌다고 했다. 축구를 즐기려는 태도보다, 성공해야 한다는 마음이 더욱 강했었다면서 말이다.
그것이 더욱 진해지기 시작한 건, 스포르팅 CP와 유로파 경기를 치른 이후부터라고 했다.
– 그때부터 자네는 먼 곳을 보고 있었지.
전혀 몰랐던 나의 모습을 누군가로부터 전해 듣는 일은, 지금의 이 단계에서는 굉장히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
“제가 그랬나요?”
– 하하. 자네는 특별했지. 지금의 성공을 봐서 하는 말이 아니라, PL에 있으면서도 자네와 같은 사람은 본 적이 없어. 장담하는데, PL에서도 자네는 크게 성공할 걸세.
“네…… 어때요? 가족들은 잘 지내요?”
– 응? 아, 물론. 그렇고말고.
오랜 은사(恩師)와 한가롭게 통화를 이어 나갈 수 있는 지금, 나는 축구 선수로서 또 한 인격체로서 조금 더 나아지고 싶다는 열망을 느꼈다.
돈과 명예도 좋지만, 지금의 내겐 피치 안팎에서 이런 인연을 쌓는 것도 못지않게 중요했다.
“더 잘할게요.”
– 그렇고말고. 자네는 틀림없이 그럴 거야.
“네.”
오늘의 나는 평소보다 조금 더, 평생을 몸담을 공간에 대한 열망이 커진 것을 느끼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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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15. 경기 결과(Last 16 2nd Leg)
아틀레티코 0 : 0 레버쿠젠
김다온 ? 미출전(명단 미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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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17 Champions League Quarter Final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VS 레스터 시티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VS AS 모나코
바이에른 뮌헨 VS 레알 마드리드
유벤투스 FC VS FC 바르셀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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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3월 19일. 28005 마드리드, 스페인. 파세오 데 라 비르겐 델 푸에르토, 67. 에스타디오 비센테 칼데론.
.경기 시작 05분 전
아틀레티코 0 : 0 세비야
&Match-Up`s Best Eleven(AT/상대팀)
&Tactics(AT/상대팀) : 3-4-1-2/5-4-1
GK ? 얀 오블락 / GK ? 세르지오 리코
RCB ? 스테판 사비치 / RB ? 마리아누
CB ? 디에고 고딘 / CB ? 클레망 랑글레
LCB ? 호세 히메네스 / CB ? 아딜 라미
RWB ? 시메 브르살코 / CB ? 가브리엘 메르카도
CM ? 사울 니게스 / LB ? 세르지오 에스쿠데로
CM ? 가비 / DM ? 스티븐 은존지
LWB ? 김다온 / RM ? 비톨로
CAM ? 야닉 카라스코 / LM ? 사미르 나스리
ST ? 앙투안 그리즈만 / AM ? 파블로 사라비아
ST ? 케빈 가메이로 / ST ? 위삼 벤 예데르
.
.
본래 세비야가 전통적으로 홈/원정의 차이가 큰 클럽이긴 했지만, 올 시즌은 그것이 더 두드러진다는 평을 받는다.
올 시즌 리그에서 당한 다섯 번의 패배 중 세 차례가 원정 경기인데, 그중엔 시즌 시작 후 줄곧 리그 하위권이었던 그라나다 CF와의 경기도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최근엔 우리와 챔피언스리그에서 맞붙게 된 레스터 시티 원정에서 0:3으로 패배하며, 1차전 2:1 승리에도 불구 16강에서 탈락하는 아픔을 맛보기도 했다.
시메오네는 상대의 사기가 떨어져 있을 테니, 그것을 잘 이용하자면서 팀 토크를 마쳤다.
“……가자.”
모든 것들을 루틴대로 가져간 이후, 나는 몸을 일으켜 복도로 나섰다.
전반기에 맞붙었을 때와 비교해 많은 부분이 달라진 현재의 세비야는 특히 선수 구성 면에서 안정감이 생겼다는 평을 얻고 있다.
시즌 초반 주전으로 낙점받았던 루시아노 비에토와 프란코 바스케스가 부진한 사이, 위삼 벤 예데르와 파블로 사라비아가 선발 자리를 차지한 게 결정적 이유였다.
각각 스트라이커와 메디아푼타 자리를 차지한 두 사람은 누누 산투 특유의 역습 축구에서 위력을 발휘했고, 각각 9/6골을 기록하며 세비야의 공격을 이끌고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전술적 약점이 분명했기에, 나는 충분히 공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중이었다.
우리와 같은 쓰리백이긴 하지만, 엄연히 결이 많이 달랐기 때문이다.
퉁-
복도의 양옆에 듬성듬성 놓인 물병을 들어 가볍게 목을 축인 후, 병을 슬쩍 곁에다 툭 던져 두곤 앞서 걷는 이를 따라 피치로 나섰다.
오늘도 변함없이 비센테 칼데론엔 많은 관중이 찾아와 주었는데, 라 리가 개막전에서 36,421명이 찾은 이후 줄곧 5만 명 이상 입장하고 있었다.
그에 따라 시즌 평균 관중 수도 51,622명을 찍고 있었는데, 이는 아틀레티코 창단 이래 최다였다.
우승을 차지했던 2013/14 시즌의 평균 홈 관중도 47,475명이었고, 지난 시즌은 평균 43,201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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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 허드슨) – BeIN LaLiga 코멘테이터
“관중으로 가득한 비센테 칼데론입니다. 오늘이 시즌 일곱 번째 매진 경기죠. 아틀레티코가 이곳으로 둥지를 옮긴 후 하나의 시즌 동안 라 리가 경기에서 일곱 차례의 매진을 기록한 건, 이들의 역사에서 처음 있는 일입니다. 2013/14 시즌이 총 여섯 차례였죠.”
(개리 베일리) – BeIN LaLiga 컬러-코멘테이터
“좋은 성적과 스타 플레이어. 이 두 가지의 요소가 관중 증가의 핵심이죠. 수많은 클럽이 뛰어난 선수의 영입에 목을 매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스타는 그 자체로 관중을 부르지만, 좋은 성적 역시도 가져오는 법이니까요. 그리고 그건? 간단합니다. 클럽의 수입 증가로 이어집니다.”
(레이 허드슨)
“바로 이 친구를 말하는 거죠. 다온. 올 시즌 라 리가에서 가장 빛나는 별 중 하나입니다. 9월과 11월 그리고 지난 2월 총 세 차례나 라 리가 이달의 선수를 차지했죠.”
(개리 베일리)
“흥미로운 건, 올 시즌 이달의 선수 목록에 메시나 호날두는 없다는 겁니다. 실제로 두 사람이 같은 상을 수상한 것은 꽤 오래되었습니다. 메시가 작년 1월이었고, 호날두는 그보다도 전인 2015년 5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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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정세) – SBS Sports 아나운서
“2월에 이어 3월에도 라 리가 이달의 선수를 노리는 김다온입니다.”
(정지현) – SBS Sports 해설위원
“네- 역사를 쓰고 있죠? 2013/14시즌 이달의 선수가 만들어진 이래로 한 시즌 동안 세 차례 수상자가 되었던 건 김다온 선수가 처음입니다. 두 차례 연속 수상도 팀 동료인 디에고 고딘이 유일합니다. 어차피 올 시즌 후 EPL로 진출하는 게 확정됐는데, 역사를 만들고 떠나는 것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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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익!
경기가 시작되고, 선축을 가져간 우리는 후방으로 볼을 보내어 천천히 빌드업을 가져갔다. 예상했던 대로, 세비야는 후방에 힘을 싣고 몸을 잔뜩 낮추고 있다.
다섯 명의 수비수가 최후방에서 일렬로 줄을 세웠고, 그 위를 스티븐 은존지가 지키는 모양새다.
남은 네 명의 필드 플레이어는 상황에 따라 위치를 바꿨는데, 일단은 한두 가지 확인해 볼 게 있었다.
“에이!”
하프라인 근처까지 올라가, 목소리를 높여 가비에게서 패스를 받아 든다.
탁-
“…….”
역시나.
선수 구성과 포메이션에는 약간의 변화가 있긴 했지만, 누누 산투 특유의 기본적인 전술 철학은 여전히 그대로인 것 같았다.
3선까지 전진해서 볼을 받아들자마자, 오른쪽 미드필드 지역에 머물던 파블로 사라비아가 바로 넓게 벌려 측면을 압박해 온 것이다.
파앙-
세비야의 전술적 흐름이 전과 같다는 것을 확인한 내가 벤치를 돌아보며 고개를 끄덕였고, 그러자 같은 제스처를 취해 보인 시메오네가 앞으로 나오며 높이 손을 들어 올렸다.
미리 준비한 것들을 해 보자는 뜻이었다.
누누 산투는 일반적인 쓰리백 전술을 사용하는 감독들과는 달리, 윙백의 활용이 대단히 보수적인 편이다.
조금 전만 해도, 내가 3선까지 전진했을 때 오른쪽 윙백인 마리아누는 제법 먼 거리에 있었다. 그리고 외의 다른 선수들의 포지션도 마찬가지다.
볼이 머무는 곳에 따라 유기적으로 전형이 이동되어야 함에도, 세비야의 선수들은 여전히 자신의 위치에만 머물러 있다.
얼핏 필드 플레이어 간의 자리바꿈이 유기적으로 팀이 굴러가는 것처럼 보이게 하지만, 단순히 위치만 바꾼다고 하여 그게 포지션 축구가 되는 건 아니다.
저런 식으로 운영되는 축구를 우리는 ‘경직되었다’라고 말하며, 그것은 쉽게 팀 중원에 공간을 노출한다.
‘구식이야.’
미안한 말이지만, 누누 산투의 축구는 90년대 초반에서 멈춰 버린 것처럼 느껴졌다.
윙백이 3선까지 올라서서 측면 미드필드를 좌우로 끌어들이고 그로 인해 생겨난 빈 공간으로 두 명의 센터백을 올려 보내게 되자. 세비야는 자연스레 궁지에 몰렸다.
분명 하프라인 주위 25M 영역에 자리하고 있는 선수의 숫자는 세비야가 더 많았지만, 주요 길목마다 선 이의 유니폼은 어김없이 아틀레티코의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발생한 수적 낭비는 자연스레 후방에도 영향을 미쳤는데, 계속해서 중앙에 집중한 빌드업을 가져가자 좌우 윙백이 고립되고 만 것이다.
높이 손을 들어 올린 내게 패스가 도착했을 때, 앞을 막아서는 이가 마리아누 한 사람밖에 없었던 이유다.
최근에 치른 모든 경기를 통틀어, 내게 가장 적은 압박이 가해지고 있었다.
‘뭐 그럼, 사양하지 않고.’
패스를 받아 발아래에 놓아둔 후, 나는 지체 없이 드리블을 가져가며 마리아누를 압박했다.
자세를 잔뜩 낮춘 마리아누는 슬금슬금 뒤로 물러섰고, 덕분에 그의 등 뒤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대체 언제쯤 나와의 거리를 좁혀올지도 의문이었는데, 페널티박스가 바로 코앞까지 다가왔음에도 여전히 마리아누는 간격만을 유지하고 있다.
이것 역시 전술적 주문인 걸까?
도대체 왜?
다시 한번 말하지만, 누누 산투의 축구는 과거에 멈추어 있는 것 같다.
안토니오 콘테가 자신의 전술로 제시했던 미래 비전이, 누누의 축구에서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팡-!
“?!”
빠르게 양손을 뒤로 가져간 마리아누가 몸을 비틀고, 그의 옆을 지나친 축구공은 손쉽게 박스 안으로 움직여 들어가 쇄도하던 케빈 가메이로의 머리에 닿는다.
그리고 그것은 전반 2분 만의 선제골로 이어졌다.
{“—!!!”}
{“-!!!”}
반대편 코너플랫으로 달려간 가메이로가 손을 휘둘러 기쁨을 표현하는 사이, 나는 허탈해하는 마리아누를 놓아두곤 뒤로 돌아섰다.
‘이래서야…….’
뭔가 대단한 일을 했다는 느낌조차 들지 않았다.
천천히 걸어가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난 세비야의 벤치를 흘끔 쳐다봤고, 팔짱을 낀 상태로 테크니컬 에어리어에 선 누누의 침울한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정말 이런 상황을 몰랐던 걸까?
몰랐다면 그건 그것대로 문제다.
‘즐기지 않는다라.’
문득 모르텐 감독님과의 대화가 생각난 나는, 허리춤에 손을 얹고 경기가 재개되기를 기다리며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확실히 나는 지금, 축구 그 자체를 즐기고 있기보다 패배하지 않는 일에 집착하는 것 같았다.
승리하면 자연스레 즐거워지니까.
패배하면 하루가 끔찍해진다.
[“그건 자네가 아직 더 성장한다는 증거지.”]모르텐 감독님은 내가 순수하게 축구를 즐길 순간이 오게 되면, 그땐 선수 이후의 삶을 바라보는 단계일 거라고 말씀하셨다.
그전까지는 끊임없이 승리를 갈구할 거랬는데, 그것이 나를 계속 높은 위치에 둘 거라고도 했다.
[“계속해서 투쟁하게나.”] [“네. 그러겠어요.”]삐?익!
‘간단한 일이야.’
경기 재개를 알리는 주심의 휘슬과 함께 힘차게 발을 움직이며, 앞으로 해야 할 일이 지금까지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에 작은 위안을 느끼는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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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결과(La Liga 28R)
아틀레티코 5 : 1 세비야
[골] 케빈 가메이로 : 전반 02분(김다온)디에고 고딘 : 전반 37분(김다온)
김다온 : 후반 16분(F.K)
앙투안 그리즈만 : 후반 22분(케빈 가메이로)
코케 : 후반 32분
김다온 ? 96분 출전(1골 2어시스트/평점 9.0/M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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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리가도 좁다!! 독일에 이어 스페인까지 정복하고 있는 김다온 ? OSEM(대한민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