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727)
726화 El fin de la era (5)
2017년 3월 23일. 유난, 중국. 판롱 지구, 쿤밍. 99 동펭 E 길. 쿤밍 투 오동 스포츠 센터.
.경기 시작 05분 전
중국 0 : 0 대한민국
&Match-Up`s Best Eleven(한국/상대팀)
&Tactics(한국/상대팀) : 4-3-3/4-2-3-1
GK ? 권순태 / GK ? 쩡청
RB ? 김다온 / RB – 장린펑
CB ? 김민재 / CB ? 펑 샤오팅
CB ? 김영권 / CB ? 메이 팡
LB ? 정운 / LB ? 장 즈펑
DM ? 기성용 / CM ? 하오 준민
CM ? 구자철 / CM ? 정 쯔
CM ? 권창훈 / RAM ? 우 레이
RW ? 이재성 / CAM ? 장 시저
LW ? 황희찬 / LAM ? 왕 용포
ST ? 황의조 / ST ? 유 다바오
.
.
현재 중국은 오늘 경기에 사활(死活)을 걸고 있다.
반드시 승점 3점을 챙겨야만 월드컵 본선 진출 희망을 이어 갈 수 있기에, 반드시 승리한다는 생각으로 이번 경기를 준비했다고 들었다.
일찌감치 선수들을 불러 모아 캠프를 차렸고, 의도적으로 쿤밍을 경기 장소로 삼았다.
유럽파들이 이곳으로 오기 위해서는 반드시 두 차례 경유해야 하는 데다가, 경기장 자체도 테헤란 못지않은 고지대에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쿤밍 중심부에 있는 투 오동 스포츠 센터는 해발 1,891m의 고도를 자랑했다.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이 경기 결과에 영향을 줄 것이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슈퍼 리그의 창설 이후 공격적인 투자로 명성 높은 외국인 선수들을 다수 영입하긴 했지만, 그것이 중국의 축구 실력 상승으로 연결되진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외국 선수들에게만 의존하여, 정작 중국 선수의 실력은 전보다 떨어졌다는 평도 듣는다.
그뿐만 아니라 중국 내의 엄청난 축구 열기와 슈퍼 리그에 쏟아지는 관심이, ‘배부른 돼지’들만을 만들었다는 자조 섞인 비판도 쏟아지는 중이다.
난 오늘, 공한(恐韓)이란 중국의 오랜 트라우마를 되살려 줄 생각이다.
“자, 파이팅합시다!!”
입장하라는 이야기를 들은 직후, 나는 몸을 뒤로 돌려 복도가 쩌렁쩌렁하게 울릴 정도로 소리를 질렀다.
그러곤 몸을 돌려, 손뼉을 두들기면서 복도를 빠져나왔다.
4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투 오동 스타디움은 현재 발 디딜 틈 없이 꽉 들어찬 상태였는데, 늘 그랬듯 그라운드 내부는 엄청나게 시끄러웠다.
단순 데시벨로만 따지자면, 중국은 전 세계에서 손에 꼽힐 만한 나라일 것이다.
‘아, 시끄럽다.’
국가 제창을 기다리며, 나는 이곳이 조용하게 바뀌는 순간을 상상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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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안 펑) – 중국 CCTV 아나운서
“아시아 최강 한국 팀입니다. FIFA 랭킹 21위. 2002년 월드컵 이후 20위까지 오른 이래로 가장 높은 순위입니다.”
(웨이 지하오) – 중국 CCTV 해설위원
“한 수 배운다는 자세로 나서야 할 겁니다. 하지만 반드시 승리도 필요해요. 상대가 강하다고 해서 경기를 미리 포기하지 말고, 마지막까지 최고의 모습을 보여 주길 희망합니다.”
(시안 펑)
“면면이 화려한 한국 팀입니다. 선발로 나선 선수들의 클럽만 봐도 화려하기 짝이 없군요. 골키퍼를 뺀 모든 포지션에 최소 한 명의 유럽파가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것은 김다온입니다. 골든보이, UEFA Best 11, FIFA Best 11, FIFA 올해의 선수, 발롱도르까지 차례차례 점령했습니다. 아마도 아시아 역사상 최고의 축구 선수가 아닐까 합니다.”
(웨이 지하오)
“아마도가 아니죠. 아시아 역사 최고의 선수가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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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경기는 한두 가지 변화를 줬다.
우선, A매치 경고 누적으로 흥민이 형이 중국전을 뛰지 않는다. 그래서 런던에서 바로 서울로 향했고, 현재는 가족들과 경기를 시청하고 있다.
팀 토크가 있기 전에 영상 통화를 했는데, 함께하지 못한 것에 미안함을 표현한 형은 응원하겠다고 말을 했다.
그래서 오늘 흥민이 형이 없는 명단이 구성되어, 희찬이가 왼쪽 윙으로 나서게 된 것이다.
그리고 삼파올리 감독님은 오늘 경기의 전술로 4-3-3을 택했는데, 4-1-4-1/4-2-3-1과 함께 자주 썼던 형태지만 내용상으로 크게 변화를 줬다.
유럽에서 조금씩 연구되기 시작한 쓰리백을 접목한 것인데, 성용이 형과 정운 형이 수시로 센터백 역할을 소화하며 내가 편히 전진할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었다.
이를 위해 창훈이와 희찬이의 수비 가담을 강조했고, 재성이 형에겐 전방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주문했다.
삐?익!
주심의 휘슬과 함께 경기가 시작되고, 볼을 소유한 우리는 빠르게 패스를 돌리면서 중국의 반응을 살폈다. 예상대로, 상대는 무척 거칠게 나왔다.
“빠르게! 멈추지 마!!”
삼파올리 감독님에게 지도를 받은 지도 벌써 7년이 다 되어가다 보니, 대표팀은 어떠한 식으로 경기를 풀어 나가야 할지를 알고 있었다.
하프 스페이스 주위에서 삼각형을 만들어 패스를 주고받으며, 그중 하나가 반대편에 눈길을 둔다.
지금의 경우에는 창훈이가 그 역할을 맡았고, 중국의 피치 밸런스가 반대쪽으로 크게 치우쳐진 것을 확인한 나는 손을 들어 올리면서 앞으로 달려 나갔다.
파앙-!
삼각형과 그 반대편의 하나.
비엘사시즘에 입각한 전형적인 움직임에, 중국의 수비는 너무나도 쉽게 공간을 허용한다.
‘약해.’
황급히 내 앞을 장 즈펑(Jiang Zhipeng)이 막아서지만, 등번호 4번을 단 중국의 베테랑 수비수는 달려들지 못하고 슬금슬금 물러나고만 있었다.
이토록 눈에 잘 보이는 공포는 너무 오랜만이다.
그런데, 있잖아.
‘너무 물러서지 않았어?’
수비수가 뒤로 물러서는 것은 전략적인 선택일 수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는 권장되지 않는 행동이다.
수비가 물러서게 되면 플레이 존(Play Zone)에 대한 압박이 전혀 이뤄지지 않아, 볼을 가진 선수가 행동하는 게 편해지기 때문이다.
대책 없이 무작정 달려드는 것도 문제이지만, 상대가 골대와 가까워지도록 허락하는 건 더욱 큰 문제다.
특히나 지금처럼 좌우 방향 전환으로 수비 전체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면, 풀백은 상대에게 어떤 공간도 주지 않으려고 노력해야만 한다.
우리 아카데미에서는 훈련 첫 번째 날에 이것을 가르치는데, 그만큼 기본 중의 기본이라는 의미였다.
“…….”
고개를 박스로 향하게 만들어, 의조 형의 위치를 확인해 본다.
이런 상황에서는 수비와 수비 사이의 공간이 크게 넓어지게 되는데, 아무리 잘 조직된 팀이라고 해도 방향 전환을 이렇게 쉽게 허락해 버리면 균열을 피할 수 없다.
지금도 중국 포백 라인 곳곳에는 큰 구멍이 숭숭 뚫려 있었고, 거기로 의조 형이 뛰어들려고 했다.
뒤늦게 아차 싶었는지 장 즈펑이 달려들려고 하지만, 이미 내 오른발은 움직이고 있다.
파앙-!!
정강이 높이로 띄워 올린 낮은 크로스가 피치에 한 차례 튕기며, 수비 라인과 골키퍼의 앞으로 흘렀다.
볼이 향하는 정확한 위치로 뛰어든 의조 형이 발을 쭉 뻗었고, 거기에 닿은 축구공은 급격하게 방향이 꺾이면서 중국 골대를 향해 움직였다.
-!!
‘이런!’
골키퍼가 전혀 움직이지 않아서 골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오른쪽 골포스트를 아슬아슬하게 벗어난 것 같다.
슈팅 후 아쉬워하는 의조 형이 피치를 손바닥으로 가볍게 두들기고, 안타까움을 빠르게 털어 버린 나는 손을 들어 올려 형에게 박수를 보냈다.
올 시즌 마르세유에서 8골과 3개의 어시스트를 기록 중인 의조 형은 성공적인 영입이란 평가 아래 순조롭게 리그 앙에 적응 중이다.
AS 로마 최초의 프랑스 국적 감독이기도 했던 뤼디 가르시아(Rudy Garcia)의 신뢰를 듬뿍 받으며, 안정적인 출장을 이어 가고 있다.
전술적 다양성이 부족해 빅클럽엔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의 뤼디 가르시아지만, 의조 형과는 잘 맞는 것 같았다.
전반 이른 시간에 나온 슈팅.
출발은 무척 순조롭다.
.
(웨이 지하오)
“너무 쉽게 공간을 허용합니다. 수비에 네 명이나 있었음에도, 두 명의 한국 선수를 막지 못했죠. 개인적인 기량이 부족할 수는 있지만, 조금 더 힘을 내줬으면 합니다.”
(시안 펑)
“전반 1분 만에 실점할 뻔했습니다. 역시 이 선수는 주의가 필요합니다.”
***
.후반 24분
중국 0 : 4 대한민국
일방적인 경기였다.
전반 11분 장린펑의 실수를 틈탄 황희찬의 득점을 시작으로, 대한민국은 사정없이 중국을 몰아붙이며 계속해서 득점을 만들어 냈다.
기량에서 열세를 드러낸 중국 선수들이 한때 거칠게 나서면서 잠깐 수비에 집중하기도 했지만, 대한민국의 포백은 유효 슈팅을 하나도 허락하지 않았다.
그리고 후반 25분.
기어코 다섯 번째 득점이 만들어진다.
“이거지!”
후반전 교체로 출전한 이청용이 정확하고 날카로운 슈팅으로 득점을 만들어 낸 순간, 두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인 호르헤 삼파올리가 확신에 찬 목소리를 내뱉었다.
현 대표팀의 전력이 2014년보다 나았다.
2015년 동아시안 게임과 2016년 올림픽을 거치면서 성장한 젊은 선수들과 2014 FIFA 브라질 월드컵을 소화했던 기존 선수들의 조화가 만족스러웠다.
김승규 외 대안이 딱히 보이지 않던 골키퍼 포지션 역시, 조현우와 권순태가 훌륭한 폼을 선보이며 경쟁할 수 있는 체재가 만들어졌다.
김진수와 홍철 등. 필드플레이어 포지션 중 가장 근심거리였던 왼쪽 풀백 역시도 정운의 등장으로 해결이 됐다.
최종예선 이후 강팀과 평가전을 치러 봐야 정확한 실력을 가늠해볼 수 있겠지만, 삼파올리는 러시아에서도 16강 이상을 기록할 거란 큰 믿음이 있었다.
“고! 고!!”
마지막 교체 카드를 사용키로 한 호르헤 삼파올리가 코너 플랫을 향해 손짓을 보낸다.
김다온에게 휴식을 주고, 고광민을 투입한 뒤 나머지 수비수들의 반응을 지켜보기 위함이다. 조금 더 정확히는 김민재의 라인 조율을 확인하려는 생각이었다.
[너무 공격적으로 나갈 것 없어. 경기를 마무리해.]“네.”
통역의 목소리에 고개를 끄덕이는 고광민을 대기심 쪽으로 보낸 후, 다시 열정적인 걸음걸이로 걸어 나온 삼파올리가 선수들을 독려했다.
앞서 교체로 투입한 이청용과 이창민 모두, 자연스럽게 피치에 녹아들며 좋은 경기력을 선보였다.
삼파올리는 고광민 역시 그래 주기를 원했고, 교체가 준비되는 것을 확인하며 선수들에게 볼을 바깥으로 걷어 내 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그럴 것도 없이, 경기가 멈췄다.
삐?익!!!
“에—이!!!”
중국 언론으로부터 ‘역대급 선수’라는 극찬을 들으며 네덜란드로 향한 공격수 장위닝(Zhang Yuning)이, 발을 높이 드는 위험한 행동을 했기 때문이었다.
거기에 머리를 얻어맞은 이찬동이 피치 위에서 뒹굴었고, 삼파올리는 주심에게 퇴장을 줘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리고 잠시 뒤, 호주 출신의 피터 그린(Peter Green)이 장위닝을 찾아가 빨간색 카드를 꺼내 들었다.
사전 경고가 없는 즉각적인 퇴장이었고, 쉽게 승복하지 않던 장위닝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피치를 떠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응?”
번쩍 손을 들어 올린 김다온이 팔을 크게 휘저으며 어떠한 메시지를 보내오기 시작했다. 그는 프리킥 지점을 가리키곤, 이어 자신의 가슴팍으로 손가락을 옮겼다.
‘아, 그건가?’
프리킥을 직접 처리하겠다는 의지에, 몸을 옆으로 돌린 삼파올리가 교체를 잠시 늦춘다.
교체판을 들어 올리려고 했던 대기심이 한 발 뒤로 물러서고, 1분만 더 기다려 달라고 부탁한 삼파올리는 피치로 손을 뻗어 김다온에게 엄지를 치켜세웠다.
마찬가지의 동작으로 삼파올리에게 고마움을 표현한 김다온이 볼이 있는 곳으로 다가가자, 정말 묘하게도 투 오동 스포츠 센터에서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오래전 승패가 결정되면서, 중국의 팬들은 아예 김다온을 응원키로 한 것 같았다.
클럽이 아닌 국가대항전에서, 팬들이 조국의 응원을 포기하고 반대편의 개인을 응원하는 건 보기 쉽지 않은 일이었다.
더군다나 이건 월드컵 최종예선이다.
‘하긴, 전에도 그런 일이 있긴 했지.’
호르헤 삼파올리는 메시를 응원하던 남미의 몇몇 국가들을 떠올렸다. 그들 역시, 피치에서 뛰는 아르헨티나의 공격수를 향해 응원의 목소리를 높였었다.
최고 중에서도 오직 역사의 가장 높은 곳에 이름을 남길 이들만이, 국가대항전에서도 상대 팬들에게 경외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한 번 멋지게 해 보게나.’
몇 차례나 좋은 기회를 만들었음에도 불구, 김다온은 오늘 따로 공격포인트를 올리지 못했다.
세 차례의 환상적인 패스가 전부 빗나가거나 골대를 때리는 슈팅으로 이어지며, 아쉽게 어시스트로 연결되지 않았다.
그러나 오른쪽 측면을 완전히 장악한 김다온의 플레이는, 보는 이들로 하여금 몇 번이나 감탄을 토해 내게 할 만큼 환상적이었다.
중국 수비에 균열을 초래했음은 물론, 수비수 본연의 임무에서도 만점 활약을 펼쳤다.
삼파올리는 김다온이 욕심을 부릴 자격이 있다고 판단했고, 중국인들의 이목이 쏠린 상황에서 시그니처와도 같은 강한 슈팅을 꽂아 넣어 주기를 기대했다.
삐?익!!
“…….”
{“…….”}
주심의 휘슬이 울리고, 거짓말처럼 조용하게 변한 그라운드를 느낀 삼파올리는 현재의 분위기가 마치 막이 오르기 전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멋진 공연이 시작될 거라는 기대와 두근거림이 공존하는 객석은 늘, 이런 묘한 정적을 보여 주곤 했다.
“Vamos.”
삼파올리의 낮은 중얼거림과 함께, 발을 움직이기 시작한 김다온이 축구공에 접근하여 강하게 오른발을 휘둘렀다.
자주 보아 왔던 강력한 슈팅.
그러나.
“?!?!”
“!!!”
{“!!!”}
슈팅의 궤적은 평소 알던 것과는 전혀 달랐다.
벽 위쪽을 아슬아슬하게 스친 김다온의 슈팅은 공중에서 몇 번이나 춤을 추듯 움직였고, 페널티박스 진입 후 완만한 낙하 궤적을 그리며 그대로 골대 한쪽으로 날아갔다.
처음 한쪽으로 방향을 정했던 중국의 골키퍼 쩡청은, 갑자기 균형이 무너지면서 다리가 풀려 주저앉고 말았다.
{“우, 우와아아아아-!!!”}
약간의 간격을 둔 관중들의 함성이 피치 가득 쏟아져 내리고, 조용히 주먹을 쥐어 보인 김다온은 별일 아니라는 얼굴로 다가오는 동료들을 맞이했다.
오히려 놀란 사람은 벤치에 훨씬 더 많았다.
머리를 감싸 쥐며 돌아선 호르헤 삼파올리 역시 그중 하나였는데, 그는 뒤에 있는 아르헨티나 코치들에게 스페인어로 이렇게 물었다.
[지금 너클이었지? 어?]손을 들어 올려 자신이 본 움직임을 그려 보인 삼파올리가, 코치들에게 몇 번이나 무회전 슈팅이 맞았는지를 물어보았다. 하지만 눈이 휘둥그레진 코치들은 거기에 답할 수 없다.
그저, 각자 정신없이 이야기를 내뱉기에 바쁠 뿐이다.
“이봐요!!”
“응?”
“교체 안 할 겁니까?”
“아, 그렇지. 크흠. 네. 지금 바꿉시다.”
“Good.”
너무 놀라 교체마저 깜빡한 삼파올리가 머쓱해하며 교체를 알리고, 득점 이후 자연스럽게 선수가 바뀌게 된다.
{“휘?익!!”}
{“高?(엄청나)! ?大的(훌륭해)!!”}
{“?是最棒的(네가 최고다)!!”}
교체판에 적힌 번호를 확인한 중국 팬들이 일어서서 기립박수를 보내오는 것을 보며, 호르헤 삼파올리는 역사적인 순간의 목격자가 된 것에 뿌듯함을 느낀다.
물론 중국인 특유의 성향이 섞인 결과이긴 했지만, 자국을 월드컵 본선 탈락 위기로 몰고 간 팀의 선수에게 찬사를 퍼붓는 장면은 쉽게 볼 수 있는 게 아니다.
경기가 끝난 뒤 마르셀로 리피가 틀림없이 불만을 표출할 거란 생각을 하며, 삼파올리는 고광민과 하이파이브를 나눈 김다온을 맞이했다.
호르헤 삼파올리는 알고 있었다.
조금이라면서 겸손을 보이긴 했지만, 김다온은 필시 매일같이 엄청난 노력을 해 왔을 게 틀림없었다. 누구보다 일찍 그라운드에 출근해 가장 늦게 퇴근하는 그다.
만약 노력에 따른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하다면, 그것을 가장 현명하게 극복하는 방법도 알고 있다.
‘계속해서 노력하는 거지.’
복권을 구매해야 당첨이 가능한 것처럼, 노력해야 행운과 결과를 손에 쥘 수 있다.
하지만 세상에는 그것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고,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행운이 넝쿨째 굴러들어 오기만을 바라다 금쪽과도 같은 시간을 허비해 버린다.
삶을 가장 쉽고 빠르게 망칠 수 있는 행동이다.
동시에, 성공한 이들은 절대 하지 않는 것이다.
‘점점 더 축구에 도가 트고 있군.’
조금 전에 본 프리킥 득점이 잊히지 않았던 호르헤 삼파올리가 고개를 뒤로 돌려 아이싱을 하며 다른 이들과 대화 중인 김다온을 바라봤다.
기성용과 구자철을 비롯한 다른 대표팀의 선수들 역시, 김다온의 킥에 관심이 많은 것 같았다.
그것과 함께, 큰 승리를 앞둔 대한민국 벤치의 분위기는 더할 나위 없이 밝았다.
이러한 분위기를 만드는 데 큰 몫을 담당한 ‘주장 김다온’은, 성인 대표팀에서의 첫 번째 Captain Daon Game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다.
그리고 김다온의 교체와 함께, 투 오동 스포츠 센터에 모인 팬들은 하나둘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
(웨이 지하오)
“이게 바로 세계의 벽입니다. 슈퍼 리그에서 자신이 최고인 줄 알던 남자들의 현실이 이거라는 겁니다. 리그에서는 마치 자신들이 다온이나 메시가 된 것처럼 굴지만, 결과는 보다시피입니다. 더 노력해야 해요! 훈련장에서 더 많은 시간을 쏟아붓고, 끊임없이 훈련해야 합니다! 그러지 않는 한 절대로 중국은 세계 수준의 축구를 할 수 없습니다!”
(시안 펑)
“공한증이 되살아났습니다. 조금씩 좁혀지고 있었던 한국과의 격차는 이제, 그 어떠한 때보다도 벌어지고 말았네요. 다온의 세대는 무섭습니다.”
.
.
.경기 결과(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중국 0 : 6 대한민국
[골] 황희찬 : 전반 11분황의조 : 전반 24분(이재성), 후반 09분(정운)
권창훈 : 전반 41분
이청용 : 후반 25분(황의조)
김다온 : 후반 27분(F.K)
김다온 : 75분 출전(1골)
***
[마르셀로 리피, “부끄러운 패배였다. 중국팬들은 중국팀 응원해야 한다.” – 시나 웨이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