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730)
729화 El fin de la era (8)
※ 2016/17 La Liga 진행 상황
-> 30R 종료
1. A. 마드리드 : 23승 6무 1패 승점 75점
2. R. 마드리드 : 23승 4무 3패 승점 73점
3. FC 바르셀로나 : 20승 6무 4패 승점 66점
***
(비엘 베스코스) – El Partido de Las 12 호스트
“시즌의 70%가 지났습니다. 오늘 스페인 전역에서 경기가 펼쳐졌죠. 라 리가 30라운드였습니다. 그리고 그중 세 곳에 많은 주목이 쏟아졌는데요. 두 팀은 웃고, 한 팀은 울었습니다. FC 바르셀로나는 한발 뒤처지게 됐네요.”
(호세 페톤) – El Partido de Las 12 패널
“시즌이 많이 남긴 했습니다. 그렇지만 최근의 페이스만 보아서는, 마드리드의 두 팀이 우승 경쟁을 펼칠 확률이 높아졌죠. 이로써 나흘 뒤 마드리드 더비의 중요성이 더 높아졌습니다. 많은 것이 달린 경기가 됐죠.”
(비엘 베스코스)
“일반적으로 마드리드 더비는 엘 클라시코보다 중요한 매치업은 아니었습니다. 두 팀에겐 아니겠지만, 세간의 시선이 그랬다는 거죠. 하지만 올 시즌은 완전히 달라졌군요?”
(호세 페톤)
“흥미롭게도, 그렇습니다. 전반기 마드리드 더비는 발롱도르 더비라고도 불렸죠. 그 승자는 다온과 아틀레티코였고, 결국 그들이 2016년에 웃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마드리드 더비는 라 리가 우승을 가를 결정적인 하루가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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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누 카레뇨) – 카데나 세르 진행자
“무척 기대되는 경기입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알다시피 칼을 갈고 있고, 다온은 여전히 강력하죠. 20-20은 호날두는 물론이고 메시도 해내지 못했던 기록입니다. 빅리그를 통틀어서도 두 명뿐이니, 당연하겠지만요. 어떻게 보시나요?”
(마리오 토레혼) – 기자 겸 카데나 세르 패널
“레알 마드리드는 굉장히 의욕적입니다. 최근 다섯 경기에서 전부 승리를 거뒀고, 오늘도 레가네스를 4:2로 제압했죠. 아틀레티코에 마드리드 더비 전부를 내어줄 수 없다는 생각이 뚜렷하게 보이고 있습니다.”
(마누 카레뇨)
“아틀레티코가 마드리드 더비를 전부 가져간 횟수는 단 네 차례입니다. 1940/41 시즌, 1942/43 시즌, 1950/51 시즌. 이때까지만 해도 아틀레티코가 레알에 우위를 점했죠. 하지만 이후 상황은 완전히 뒤집혔습니다. 2009/10 시즌부터 2012/13 시즌까지는 내리 여덟 차례 패배를 경험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후는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아틀레티코가 5승 2무로 일방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죠. 놀랍게도, 레알은 최근 마드리드 더비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과연 이 경기는 어떤 식으로 흘러갈까요? 나흘 뒤 결과가 나올 겁니다. 광고와 노래를 듣고 돌아오죠. 노래는…….”
***
2017년 4월 5일. 28037 마드리드, 스페인. C. 데 발렌틴 베아토, 44. 디아리오 아스(Diario AS. C. de Valentin Beato, 44. 28037 Madrid, Spain).
유럽 축구의 유명 미디어가 대부분 그러하듯, 스페인 기반의 타블로이드 ‘디아리오 아스(AS)’ 역시 개개인의 성향에 따른 팬덤(Fandom)을 공유하고 있다.
근무하는 이들은 자라 온 환경에 따른 가치관을 드러내고 있으며, 사(社) 측은 이를 잘 조절하여 업로드되는 기사의 품질을 유지한다.
평생을 레알의 팬으로 살아온 레알 마드리드 부서의 편집장 토마스 론세로(Tomas Roncero)가 대표적인 경우다.
“호날두의 시대는 끝났다고?! X까!!”
그는 아스의 수습기자, 딜런 발데라스(Dylan Valderas)가 쓴 원고에 발끈하는 중이었다.
“이런 내용은 우리 아스에 실을 수 없어!!”
“…….”
“호날두의 시대가 끝났다고? 고작 한 번의 발롱도르를 가지고? 어림도 없지! 이런 헛소리를 내게 줄 생각이라면, 최소한 나를 설득시킬 수 있는 글이어야 할 거야!! 다음!!”
발끈하는 토마소 론세로의 반응을 보며,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부서의 편집장을 겸하고 있는 프란시스코 디아스가 피식하며 콧방귀를 뀌었다.
지난 1년, 아틀레티코를 담당하는 기자의 수는 두 배 이상 늘어나 있는 상태다.
본래는 그와 호르헤 가르시아(Jorge Garcia)만이 아틀레티코의 기사를 담당해 왔지만, 근래에는 자신을 포함한 다섯 명의 기자가 번갈아 가며 아틀레티코의 뉴스를 확인했다.
그리고 이들이 생산하는 뉴스들 모두, 레알 마드리드를 담당하는 여덟의 평균 조회 수를 가뿐히 상회했다.
현시점 마드리드 관련 뉴스의 주인공이 누구인지는, 1967년 창간된 ‘디아리오 아스’가 증명하고 있었다.
“휘이- 화가 많이 났는데요?”
“…….”
“살다 살다 토마스가 저리 화를 내는 모습을 볼 줄은 몰랐어요. 요즘은 부쩍 과민하게 구는 것 같기는 한데, 어때요? 당신이랑 저 인간은 예전부터 함께이지 않았어요?”
“…….”
“에-이! 디아스!”
“응?”
“이런! 지금까지 안 듣고 있었던 겁니까?”
“아, 미안하네.”
사과하는 프란시스코 디아스를 보며, 호르헤 가르시아가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사람들의 앞에서 스스로 베테랑 기자인 척하지만, 정작 호르헤 가르시아의 공신력은 그리 높지 못한 편이다.
근래에는 불필요하게 인종과 관련한 이슈를 건드려, 김다온의 에이전시로부터 앞으로 호르헤 가르시아의 질문은 받지 않겠다는 이야기까지도 전해 들은 상태였다.
그로 인해 편집장인 프란시스코 디아스가 직접 취재에 나서야 했고, 호르헤 가르시아의 평판은 다시 한번 땅에 떨어졌다.
하지만 프란시스코 디아스는 오히려 잘된 일이라고 생각했다. 덕분에 호르헤 가르시아가 조용해졌고, 김다온을 직접 취재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특히나 지금은 수없이 많은 ‘라 리가 최초’의 기록을 목전에 둔 상태다.
현재까지 20골 24어시스트 11번의 Man of The Match를 기록 중인 김다온은, 라 리가의 역사에 자신의 이름을 새기기 일보 직전이었다.
생각하면 할수록 놀라운 남자다.
심통이 나 버린 호르헤 가르시아를 달래기로 한 프란시스코 디아스가, 생각하는 것을 멈추며 대화를 시작했다.
“미안하군. 그냥, 분위기가 조금 낯설어서 그랬네.”
“아, 확실히 요즘은 이곳도 조금 달라졌긴 하죠.”
“조금이라고?”
“네.”
“하-! 자네 마드리드에서 얼마나 지냈지?”
“음, 대충 8년 정도인가요?”
어깨를 으쓱이는 호르헤 가르시아를 보며, 프란시스코 디아스가 발끈하며 목소리를 높인다.
“겨우 8년? 나는 41년을 전부 이 도시에서 보냈네!”
“……그래서요?”
“그래서라니! 자넨 대체 뭘 보고 있는 건가?!”
프란시스코 디아스는 며칠 전, 여섯 살 된 딸과 겪은 자택 공원 인근에서의 에피소드를 말해 주었다.
당시, 디아스는 평범한 휴일을 보내던 중이었다.
친구들과 만난 딸에게 조심히 놀라고 외친 이후, 매번 같은 장소에서 만나곤 했던 다른 부모들과 평범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한쪽에서 커다란 목소리가 들려왔고, 거기로 고개를 돌린 프란시스코 디아스는 축구공을 가지고 몰려다니는 한 소년 무리를 보게 되었다.
나이는 자신의 딸보다 조금 더 많아 보였고, 그중 멈춰 있던 공을 걷어찬 남자아이가 작은 골대로 축구공을 집어넣은 후 뒤돌아 달려가며 이렇게 외치기 시작했다.
그러곤 잠시 뒤 잔디밭에 무릎을 꿇으며 양팔을 들어 올렸는데, 그건 누가 보더라도 김다온의 셀레브레이션을 따라 하는 것이었다.
한데 그것을 본 다른 소년 하나가 어째서 호날두의 셀레브레이션을 하지 않느냐며 따졌고, 무릎을 꿇었던 소년은 그에 이렇게 대답했다.
[“호날두는 최고가 아니야! 다온이 최고야!”] [“뭐?! 절대 아니야!!”]셀레브레이션으로부터 시작된 어린아이들의 논쟁이 각자의 부모님을 호출하게 될 만큼의 사건으로 번지고 난 뒤, 끝까지 이를 지켜보던 프란시스코 디아스는 이렇게 생각을 했다.
분명 1, 2년 전만 해도 마드리드 길거리의 꼬맹이들 모두가 호날두를 따라 했었지만, 어느새 김다온이 그 자리 일부를 차지하기 시작했다고 말이다.
이윽고 기자로서의 직업정신이 발동된 디아스는 축구공을 차는 소년들의 앞으로 다가섰고, 아이스크림을 약속하며 질문에 답해 달라는 부탁을 했다.
고개를 끄덕이는 어린 소년들의 앞에서, ‘아스’의 수석 기자가 했던 질문은 바로 이것이었다.
[“너희들이 생각하기에, 누가 최고의 선수니?”]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시간은 흐르기 마련이고 그 과정에서 세대는 변화한다.
특정한 시대에 군림했던 위대한 선수들의 기량이 쇠퇴해 가며, 기존 팬의 자리를 대체한 젊은 사람들은 기성세대와는 전혀 다른 세상을 살아간다.
열 명 남짓한 아이 중 과반수의 입에서 김다온의 이름이 나오는 것을 보며, 프란시스코 디아스는 새로운 세상이 완전히 자리 잡았음을 느낄 수 있었다.
몇 년이 더 지나 현재의 어린 축구 팬이 청년으로 성장하게 되었을 땐, 김다온을 향한 평가가 메시와 호날두를 가볍게 뛰어넘을 것 같았다.
그리고 그것은 메시와 호날두의 시대에서 살아온 이들의 반발을 일으켜, 소셜네트워크를 포함한 인터넷상에서 뜨거운 토론 거리가 될 게 틀림없었다.
이에 호기심이 생긴 프란시스코 디아스는 지난 사흘, 인맥을 총동원해 12세 미만의 유망주를 상대로 설문 조사를 했다.
질문 내용은 두 가지로, 설문에 응하는 이들의 나이와 그들이 생각하는 최고의 축구 선수를 1위부터 3위까지 꼽아 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실로 놀라웠다.
조사 대상에 오른 12세 미만의 유망주 481명 중 269명(55.9%)으로부터 1위 표를 얻으며, 김다온이 압도적인 1위 자리에 오른 것이다.
두 번째는 107표를 획득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였고, 3위는 단 76개의 1위 표를 얻는 것에 그친 리오넬 메시였다.
김다온을 1위로 꼽은 아이들의 설문지의 남은 자리에 호날두와 메시의 이름이 없을 때도 있었던 반면, 전체 설문지의 99%엔 김다온의 이름이 적혀져 있었다.
오직 3명의 소년만이 김다온의 이름을 3위 안에 적지 않았던 거다.
“시대가 바뀌고 있네.”
“그럴 정도입니까?”
“물론이야. 그것을 따라잡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자네는 틀림없이 뒤처지고 말 거야.”
“…….”
침묵하는 호르헤 가르시아는, 프란시스코 디아스의 말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것 같았다.
이에 안타까움을 표현한 ‘디아리오 아스’의 아틀레티코 담당 편집장은, 결국 그의 책임이 될 거라고 생각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곤 블라인드의 앞에 서서, 틈 사이로 보이는 사무실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지금까진 아무렇지도 않게 여겨 왔지만, 안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이들 중 상당수가 얼굴이나 이름조차 제대로 모르는 사람들이었다.
‘이곳도 마찬가지인가?’
모든 집단은 성공을 추구하며, 그것으로 나아가기 위한 원동력을 개개인의 욕망에서 찾는다.
개인의 발전이 결국 집단의 성장을 이끌고, 그것이 모이고 모여 하나의 거대한 흐름이 되고 나면 비로소 그 집단은 승승장구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보통 이러한 흐름을 이끄는 것은 나이가 젊은 축에 속하는 사람들이었다.
하나, 그런 이들은 젊기에 실수를 한다.
흔히 시행착오라고 불리는 것으로, 모든 집단은 그것을 최소한으로 줄이고자 나이가 많은 이들에게 젊은 사람들을 이끌 역할을 맡긴다.
그런 위치에 있는 프란시스코 디아스.
하지만 그는 동시에 생각한다.
‘과연, 누가 특별한 녀석이 될까?’
현재의 ‘디아리오 아스’를 있게 만든 이들 중에서도, 유별나다고 평가받았던 이름들이 있다.
창립자인 루이스 몬티엘 발란차트(Luis Montiel Balanzat)라든가, 메인 에디터로 있는 알프레도 렐라뇨(Alfredo Relano)와 같은 사람들이 바로 그랬다.
기자 중에는 베로 브루나티(Vero Brunati), 콘라도 바예(Conrado Valle), 호세 게라(Jose Guerra)와 같은 이들이 타블로이드에 색채를 더해 주고 있었다.
이들은 모두 현명했고, 실수가 없거나 실수를 하더라도 그것으로부터 빠르게 벗어나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가끔 저지르는 실수마저도, 남이 보기엔 아무것도 아닌 것일 때가 많다.
‘스스로 완벽을 추구하기 때문이겠지.’
누구보다 자신에게 엄격해야만이 최고라는 타이틀을 달 수 있다고 생각하며, 뒤로 돌아선 프란시스코 디아스는 눈앞에 있는 사내가 절대 그것을 가지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글을 만들어 내는 재주는 확실했지만, 호르헤 가르시아는 자기 스스로에 너무 관대한 성격이었다.
“크흠.”
“응?”
“이제 슬슬 일할 때가 되지 않았나?”
“뭐, 원고는 다 적어 뒀는걸요.”
어떻게든 농땡이를 피우려는 호르헤 가르시아를 사무실에서 쫓아낸 후, 자리에 앉은 프란시스코 디아스가 데스크톱을 켜고 사파리 창을 연다.
그리곤 다른 미디어의 홈페이지를 확인하며, 언론인으로서의 평범한 하루를 시작했다.
라 리가 30라운드가 종료된 지 하루가 지난 오늘, 스페인의 모든 축구 미디어가 꺼내 든 화두는 바로 김다온의 20-20 클럽 가입이었다.
어느덧 이 세계에서 진부한 소재가 되어 버린 김다온의 포지션 이야기부터 시작하여, 낡다 못해 바스러지기 일보 직전인 그의 과거도 새삼스레 조명되었다.
“……흠. 진부함은 누가 결정하는 거지?”
딸깍-
사파리 창을 내리고 워드 프로그램을 켠 프란시스코 디아스는, 최근에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낡고 오래된 것에 관한 편견을 버리기로 한다.
재탕과도 같은 기사도 결국, 처음 읽는 이에겐 신선한 것일 수 있었으니까 말이다.
그렇지만 그 스스로 몸을 낮추는 것과는 달리 유능하다고 평가받는 이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담당자는, 같은 내용으로 페이지를 채우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타다닥, 타닥, 타다닥.
화면 속 빠르게 채워지기 시작한 몇 개의 단어.
그것은 바로.
‘El fin de la era.’
한 시대의 끝을 말하는 것이었다.
***
2017년 4월 6일. 28221 마드리드, 스페인. 마하라혼다. C. 세로 델 에스피노, s/n, 파벨론 2. 시우다드 데포르티바 완다 아틀레티코 데 마드리드.
가끔 느끼는 것이지만, 나는 죽었다 깨어나도 사업가들의 기발함을 평생 따라잡지 못할 것 같았다.
어제와 오늘, 이틀 연속으로 클럽하우스를 찾은 ‘아디다스 스페인’의 담당자가 독일 본사의 마케팅 계획을 내게 전달해 오고 있었다.
그들은 시즌이 끝난 후, 20/20이란 새로운 브랜드 라인을 출시하길 원했다.
20/20의 모토는 인셉션(Inception).
잘 아는 그 유명한 영화제목이다.
“Very First는 조금 진부한 감이 있어서요.”
“영화의 이름을 베끼는 건 괜찮고요?”
“하하. 혹시 마음에 안 드나요?”
“아뇨. 뜻 자체는 굉장히 마음에 들어요.”
이미 ‘아디다스’는 Wonder라는 이름으로 수많은 상품을 출시한 상황이다. 현재는 없어서 못 파는 이지부스트 350v의 경우에도, 내가 직접 색과 글귀를 고른 게 가장 비싼 리셀가에 팔려나가고 있다.
덕분에 현재 ‘아디다스’는 히트 상품이 될 것 같은 모든 제품에 나를 연관 짓고자 했는데, 이번 20/20 역시 그의 연장선상이라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추가 개런티가 보장되는지라 내게도 좋은 일이긴 했지만, 가끔은 살짝 질리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러니까, 이런 상업적인 면에 말이다.
가끔은 축구 선수가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내일부터는 저들이 귀찮게 하지 않을 거야.”
“네. 제발 그랬으면 하네요.”
“하하. 마실 것 좀 줄까?”
“넵.”
테이블 위에 놓인 희석된 비타민 음료를 요나스가 밀어 건네왔고, 그것을 받아 든 나는 곧장 뚜껑을 비틀어 몸에 수분을 채워 넣었다.
몸은 전혀 쓰지 않았는데, 어째 훈련을 2시간씩 했을 때보다도 더 힘이 들었다.
“그래서요?”
“응?”
“제 제안 말이에요. 어떻게 생각해요?”
“아, 그거?”
“네.”
아디다스의 관계자가 찾아오기 전, 나는 요나스에게 한 가지 제안을 했었다.
다시 그 주제가 테이블에 오르자, 멋쩍은 표정이 된 요나스가 머리를 긁적이며 답을 해 왔다.
“나야 고맙기는 한데, 그거 너무 큰 선물인 것 아니야?”
“전혀요. 아영이도 흔쾌히 수락했는걸요.”
“하하. 아내는 분명 기뻐할 거야.”
“그래요?”
“응. 늘 그런 집에 살길 원했으니까.”
“그럼 됐네요.”
요나스는 나의 맨체스터 이적과 함께, 거처를 잉글랜드로 옮기기로 한 상태다.
알다시피 그는 ‘아레나 11’의 위성 에이전시 대표가 될 예정이었고, 우리 부부는 그 선물로 맨체스터의 집 한 채를 선물하기로 했다.
이미 아내들끼리는 대화가 끝난 상태였는데, 남은 건 요나스의 수락뿐이었다.
“내가 그걸 받아도 될까?”
“그럼요. 물론이죠.”
“하아- 조금만 더 생각할 시간을 줘.”
“그럴게요.”
“응. 그래도 너무 고마워.”
요나스가 현재 고민하는 이유는 당연히 우리 부부가 선물할 집의 가격 때문이었다.
우리가 살 집에서 차로 15분 정도 떨어진 곳에 자리한 주택은 2층짜리 건물로, 일곱 개의 방과 네 개의 욕실이 있다. 그리고 그 매매가는 300만 유로가 조금 넘는다.
과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의외로 꽤 많은 스포츠 선수들이 에이전트에 이런 선물을 준다.
호날두의 경우, 2015년 조르제 멘데스에게 700만 유로를 호가하는 그리스의 섬을 통째로 선물하기도 했다.
그에 비하면 300만 유로가 넘는 주택은 약과인 셈이다.
“그럼, 저는 이만 가 볼게요.”
“응. 나는 잠깐 여기에 있을 거야.”
“네. 나중에 또 봐요.”
“그래.”
클럽하우스의 별도로 마련된 응접 건물 로비에 요나스를 남겨둔 후, 밖으로 빠져나온 나는 훈련을 위해 그라운드가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정확히는 발을 쓴 게 아니라, 카트를 타고 이동한 것이지만 말이다.
본래 물품을 나르는 스태프를 위해 준비된 이 카트는, 나와 친한 담당자가 몰래 빌려준 것이었다.
평소 클럽의 사람들과 친하게 지낼 때 좋은 점 중에 하나로, 난 다행히도 많은 이들로부터 편의를 제공받고 있었다.
지금의 이 카트도 그런 편의 중에 하나다.
“잘 썼어요.”
“하하. 별말을. 어때? 생각보다 편안하지?”
“그런데요? 아무래도 한 대 구매해야 할까 봐요.”
“큭큭큭. 또 시답잖은 소릴.”
“저한테서 그걸 빼면 뭐가 남겠어요? 안 그래요?”
“음, 축구 실력?”
“오-! 그 말 잘 기억할게요!”
앞으로 걸어가다가 뒤로 돌아 손가락을 뻗자, 미소를 지어 보인 스태프가 엄지를 치켜세워 왔다. 지금 그의 손에 들려진 도시락은, 오늘 내가 스태프 전체에 돌린 것이다.
모레 베르나베우 원정을 준비하느라 눈코 뜰 새 없는 스태프들이, 끼니조차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한다는 말을 전해 들었기 때문이다.
난 거기에 보답해야 한다고 느꼈을 뿐이다.
우리가 원정을 떠나는 날이면, 물품을 담당하는 이들은 하루 전이나 이른 새벽 경기장에 먼저 도착하여 모든 것들을 완벽하게 준비해 놓는다.
개인적인 물품을 제외한 모든 것들을 완벽하게 세팅해 두는 것인데, 빅 리그라면 당연한 일이긴 하다.
덴마크에서 포르투갈 또 독일과 스페인으로 리그를 옮겨가며 느낀 것은, 흔히 수준이 높은 리그로 알려진 곳일수록 축구 외에 신경 써야 할 일이 적다는 점이다.
확실히 FC 노르셸란 시절에는, 지금보다 경기 때 더 많은 것들을 챙겨야 했다.
“에-이! 지각생!! 왜 이렇게 늦어?!”
“아, 시끄러워! 이미 말해 뒀거든?”
“Vamos! 얼른 뛰어와!!”
재촉하는 코케에게, 난 오른쪽 가운뎃손가락을 날려 주었다.
그러자 주변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고, 나는 환하게 웃는 이들에게로 다가가 평소처럼 짓궂은 농담을 던지기 시작했다. 이윽고, 나는 완전히 주위에 동화되었다.
“다들 생각보다 얼굴이 좋은데?”
“그야.”
“?”
“우리가 이길 거니까. 안 그래?”
“…….”
당연하다는 듯 말하는 사울의 목소리를 들으며, 나는 이곳도 작년 9월과는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했다.
당시에는 뭔가 팀에 자신감이 부족했다.
전력상으로 분명 우위에 있고 손쉽게 제압해야 할 경기임에도 불구하고, 팀 전체에 내려앉은 망설임과 불안함이 쉬이 느껴졌던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은 전혀 달랐다.
계속되는 연승에도 레알 마드리드와의 승점을 벌리지 못하는 상황임에도, 불안해하기는커녕 하루하루를 즐기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그것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약간 벤피카나 뮌헨 같달까?
‘이래야 팀이지.’
그라운드에 앉아 스트레칭을 시작하며, 스페인의 봄 햇살을 온몸으로 받아들인다. 하늘은 맑고 푸르렀고, 포근함이 느껴지는 바람은 기분을 절로 좋게 만들어 주고 있었다.
평범했지만 그렇기에 안심이 되는 하루.
난 그에 감사함을 느낀다.
“자- 다음!”
올 시즌 라 리가에서 어쩌면 가장 중요할 경기.
그 시작까진 48시간도 채 남지 않았다.
***
작가의 말 ? 이게, 오늘 두 편을 올리게 되면 오늘도 그렇고 내일도 마드리드 더비가 너무 애매하게 끊어져서 자체적으로 조율을 좀 하겠습니다.
내일과 모레 2편입니다.
(_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