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732)
731화 El fin de la era (10)
{“우워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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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 02분
레알 마드리드 0 : 0 아틀레티코
레알 마드리드의 진영 왼쪽에서 시도한 김다온의 프리킥은, 호세 히메네즈의 머리를 맞은 후 매섭게 레알의 골문을 위협했다.
조금만 방향이 안쪽이었다면, 꼼짝없이 실점을 허락했을 뻔한 장면이었다.
순간적으로 탄성을 내질렀던 레알 마드리드의 팬들이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는 가운데, 위기를 넘긴 지네딘 지단이 선수들을 향해 너무 쉽게 헤더를 허락한 것을 나무라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목소리를 들으며, 고개를 숙인 호날두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시끄러워.’
지금의 생각은 지네딘 지단을 향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현재 팀의 감독을 존중하고 있었다.
호날두는 그저, 경기장 안에서 나는 모든 소리가 듣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
‘좀 조용히 해.’
관중들의 앞에서 축구를 한 경험이 있는 선수들은, 정작 경기를 진행할 땐 그 목소리가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만약 관중들의 목소리가 들린다면, 축구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한다는 뜻이라고도 말이다.
하지만 누구보다 자기애가 강한 호날두는, 자신이 약해진 상태라는 것을 인정하고 있지 않았다.
현재까지 총 세 개(2008/2013/2014)의 발롱도르를 수상한 그는, 커리어 네 번째 발롱도르를 놓쳐 버린 이후 눈에 띄게 변해 있었다.
다소 독선적이었기는 해도 선수단 사이에서 받아들여졌던 리더십 역시, 최근에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반발을 사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2016년을 시작하며 커리어 네 번째 발롱도르 수상으로 총 다섯 차례를 수상한 메시를 따라붙겠다는 목표에 실패한 현재, 호날두는 축구를 시작한 후 가장 뚜렷한 하락세를 겪는 중이었다.
알코올 중독자였던 아버지와 마약 중독자였던 형. 엄마가 청소로 생계를 유지해야 했던 호날두는 가난으로 따돌림을 받았던 어린 시절 이후 처음으로 실패를 맛보고 있다.
영원할 것 같았던 영광도 눈에 띄게 멀어졌다.
슬픈 건, 그것이 너무나도 잘 보인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것을 마주할 때마다, 호날두는 매번 자신을 채찍질했다.
세월의 무게가 더한 마일리지를 받아들이는 대신, 거기에 저항하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이를 위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매 경기 많은 골을 넣고자 했다. 평소와 전혀 다를 것이 없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라운드 위에서 표현되는 방식이 전혀 달랐다.
“여기!!”
“…….”
아틀레티코의 페널티박스 왼쪽 모서리에서, 패스를 받아 든 호날두는 손을 들어 올리는 벤제마를 보았다.
지금은 순간적으로 아틀레티코의 쓰리백이 박스 주변에서 레알 마드리드의 공격수를 놓친 상황이었다. 만약 패스가 제대로만 전달된다면, 벤제마는 1:1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호날두는 패스를 보내지 않았다.
대신에 그는 지난 몇 년 동안 계속해서 그래 온 것처럼, 수비수를 직접 따돌리고 슈팅을 하기로 했다.
출중한 개인 능력을 바탕으로, 호날두는 좁은 플레이 존이었음에도 스테반 사비치를 따돌리고 슈팅을 할 수 있는 공간과 타이밍을 확보했다.
골라인 방향으로 준 보디페인팅 한 번에, 사비치가 쉽게 슈팅 경로를 허락했기 때문이다.
페널티박스 모서리 주변에서의 슈팅 찬스라 각도는 썩 좋지 못했지만, 가끔 이런 상황에서 득점을 만들었던 호날두는 할 수 있다는 확신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
분명 축구공을 향해 휘둘렀던 오른발은 허공을 가르고 말았다. 뒤쪽에서 불쑥 등장한 후안프란이, 한 발 앞서 볼을 밀어내는 것에 성공한 것이다.
그제야 호날두는 자신이 상대했어야 할 선수가 사비치 외에도 더 있다는 것을 떠올렸지만, 때는 이미 늦은 뒤였다.
“이런 개 같은!!”
패스도 전달받지 못하고 기회를 날려 버리는 것을 본 벤제마가 크게 분노하는 사이, 다급히 호날두가 재압박을 시도해 보지만 몇 차례의 짧은 패스에 무산이 되어 버린다.
만약 좀 더 젊었을 때였다면, 호날두는 후안프란의 접근을 느끼고 조금 다르게 공격을 전개했을 것이다.
최초 스테반 사비치에게 시도한 동작을 페이크가 아닌, 진짜 드리블로 연결해 각도를 더 좁게 가져가 왼발로 강하게 후려차는 것을 시도했을 확률이 높았다.
하지만 호날두는 본능적으로, 자신의 순간속도와 몸싸움 능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지금처럼 속임수 동작에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지만, 정면 대결에서는 오히려 디에고 고딘보다 더 어려운 수비수로 알려진 스테판 사비치다.
호날두는 굳이 상대가 유리한 상황으로 뛰어들기 싫었고, 그래서 조금 전과 같은 행동을 택한 것이다.
패스라는 팀을 위한 가장 좋은 선택지 따윈, 애초부터 호날두의 머릿속엔 입력된 프로세스가 아니었다.
이미 해트트릭을 기록했다거나 큰 점수 차로 앞서고 있어 득점의 의미가 크지 않은 상태라면 모를까, 0:0 상황의 마드리드 더비에서는 주인공 자리를 양보하고 싶지 않았다.
물론, 조금 전은 영리한 선택이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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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현) – SBS Sports 해설위원
“여전히 세계 최고의 선수이긴 합니다만, 확실히 예전보다는 순간 스피드라든가 판단을 하는 부분이 조금 떨어졌습니다. 과거의 호날두였다면 안쪽으로 접어 주고 드리블을 한 뒤, 사비치와 후안프란을 동시에 상대했을 수도 있습니다. 힘으로 밀어붙이는 부분에 있어, 확실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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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제마의 좌절을 본 지네딘 지단이, 분위기를 환기하고자 손뼉을 치며 선수들을 독려했다. 하지만 그 역시, 조금 전의 상황이 아쉽기는 마찬가지다.
현재 잔뜩 화가 난 디에고 시메오네의 반응만 보더라도, 지금은 레알 마드리드가 전반 초반 얻을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였을 수도 있었다.
부임 직후부터 최근까지 끊임없이 호날두에 대한 지지를 밝히고 있는 지단이었지만, 그 역시 내심 그가 자신에게 찾아온 세월을 받아들였으면 했다.
나이를 먹으며 신체적인 기능이 저하된 공격수가 이타적으로 바뀌어 성공을 이어 나간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물론 여전히 호날두는 신체적으로 전 세계 90%의 선수보다 우위에 있으며, 시즌당 50개의 공격포인트를 기록할 능력 역시도 유지하고 있다.
지난 시즌에도 48경기에서 51골과 15어시스트를 기록했고, 현재도 라 리가 득점 3위와 챔피언스리그 득점 1위를 달리며 건재함을 과시 중이다.
그러나, 이런 공격포인트를 위해 팀과 주변의 동료가 희생해야 하는 부분이 전보다 훨씬 더 많아졌다.
올 시즌은 더 심해졌는데, 현재의 페이스대로라면 호날두의 기록은 레알 데뷔 시즌 이후 가장 저조할 가능성이 컸다.
‘그는 팀을 위해 조금 더 자신을 놓아야만 해.’
세상에는 정해진 수만 가지의 자연법칙이 존재한다. 모든 물체는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고, 해가 뜨는 방향은 동쪽이고 지는 방향은 서쪽이라든가 하는 것들 말이다.
그리고 그것들 대부분은 인간에게도 공통으로 적용되며, 누구도 거기에서 예외일 수 없다.
창세기 인간 이상의 존재가 되고자 신들의 문(Bab-ili/작자 주 : 아카드어)을 쌓으려 했던 인간들은 야훼의 분노를 사 모두 곳곳으로 흩어지게 되었다.
그리고 밀랍으로 이어 붙인 날개를 가지게 되어 너무나도 신이 났던 이카로스는 태양에 너무 가까이 가 땅으로 추락해 버리고 말았다.
전부 일종의 신화이기는 했지만, 이 두 가지의 이야기 안에는 분명한 메시지가 존재했다.
인간은 절대, 신이 될 수 없다.
또.
‘그렇지 않으면, 이대로 곤두박질칠 거야.’
높은 곳에서 떨어질수록, 지면에 부딪힐 때의 충격은 더욱 강한 법이었다.
얀 오블락의 골킥이 그라운드 높이 떠오르고, 헤더를 따내고자 레알 마드리드 진영 센터서클 부근에서 떠오른 두 명의 선수가 충돌해 동시에 피치로 떨어져 내렸다.
삐?익!!
이에 주심이 파울을 선언했고, 레알 마드리드의 소유권을 선언하자 발끈한 아틀레티코의 남자들이 일제히 소리를 내지르며 격렬한 어필을 시작했다.
“이게 무슨 X같은 판정이야!!!”
특유의 열정과 에너지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디에고 시메오네를 잠깐 쳐다보던 지단은 곧, 걱정과 생각이 반반 섞인 눈빛을 쓰러져 있는 사내에게로 보냈다.
‘고작해야 몇십 센티일 뿐인데…….’
고작(?)해야 몇십 센티 위로 떠올라 떨어진 카세미루와 사울 니게스의 얼굴엔, 숨길 수 없는 고통이 드러나 있었다.
***
.전반 14분
레알 마드리드 0 : 0 아틀레티코
아틀레티코의 전술이 쓰리백으로 바뀌면서 가장 만족스러워진 부분은, 미드필드가 한 명 줄어들었음에도 오히려 중원이 더 두꺼워진 느낌을 준다는 것이었다.
팡-!!
“그렇지! 바로 그거야!!”
“좋았어! 지금은 협력이 아주 잘 됐다고!!”
“Ariba! Ariba!!”
레알 마드리드의 선수들을 특정 위치로 몰아가는 것부터 시작하여 패스가 진행되는 경로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완벽하게 통제한 이번 수비는 실로 만족스러웠다.
가장 좋았던 건, 페널티박스 앞뒤로 세 명의 센터백과 세 명의 미드필드가 촘촘히 그물을 짰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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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현)
“최근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수비 조직력은 상당히 좋습니다. 늘 여덟 명의 선수가 상대의 공간과 볼 움직임을 완벽하게 압박하는 장면이 몇 차례나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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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전, 호날두와 위치를 바꾼 벤제마가 왼쪽 측면에서 마르셀루와의 연계 플레이 이후 중앙에 자리를 잡았던 모드리치에게 패스를 보냈다.
잔뜩 라인을 위로 끌어 올렸던 상태였는데, 일반적으로 그런 상황에서 중앙으로 패스가 보내어지면 우리는 거기에 늘 공간을 허용했었다.
두 명의 측면 미드필드가 풀백을 도와 측면 수비를 돕다 보니, 중앙 지역에 미드필드를 둘 밖에 둘 수 없어 자연스레 라인을 끌어 내려야 했기 때문이다.
페널티박스 외곽에 다소의 공간을 허용하더라도, 박스 안을 틀어막는 게 확률적으로 실점할 가능성이 더욱 적다는 시메오네의 철학이 드러나는 수비방식이었다.
하지만 쓰리백이 되어 버리면서, 중앙 미드필드가 굳이 측면을 커버할 이유가 없게 되었다.
볼이 머무는 곳을 중심으로 쓰리백과 양쪽 윙백이 시계 혹은 반시계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게 되다 보니, 미드필드의 도움 없이도 측면에 수비 둘을 둘 수 있게 되었다.
만약 상대가 왼쪽으로 공격을 전개하려고 한다면, 지금처럼 후안프란과 사비치가 측면을 봉쇄하고 남은 두 명의 센터백이 포백 체재처럼 박스 안 공간을 커버했다.
그리고 왼쪽 윙백인 나는 왼쪽 풀백의 역할로 돌아가, 박스 안에 단단히 자리를 틀어잡았다.
방향 전환으로 이를 깨트릴 수 있다고는 하나 그 속도가 어지간히 빠르거나 창의적으로 볼이 전개되지 않는 이상, 다시 시계방향으로 움직여 수비 위치를 바꾸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게다가 지금처럼 중원으로 볼을 돌려도, 전보다 더 많은 숫자가 중원에 있어 박스 밖에서의 공간이 훨씬 적었다.
‘이건 정말 좋네.’
레알 마드리드가 볼을 점유하며 계속해서 공격을 시도하고 있음에도, 우리는 아직 단 한 차례의 유효 슈팅도 허락하지 않은 상태다.
BBC와 마르셀루, 루카 모드리치가 어떻게든 공격을 만들어 보려고는 하지만, 아직까진 우리의 수비가 더 우위에 있다.
지금만 해도, 나는 가레스 베일과의 1:1 대결에서 승리를 거두며 볼을 가져오는 것에 성공했다.
속도 경쟁해 보려고 했던 베일은 금세 어깨싸움을 포기했고, 여유 있게 볼을 획득한 나는 뒤로 돌아 라인을 끌어 올릴 시간을 벌어줄 수 있는 선수에게로 패스를 보냈다.
‘호르헤.’
몇 달 전부터 내가 자신을 호르헤로 부르는 걸 지적하는 일을 포기한 코케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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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디 비숍) – Sky Sports LaLiga 컬러-코멘테이터
“바로 지금의 장면이 다온이 얼마나 팀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느냐가 드러납니다. 가레스 베일과 다니 카르바할이란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들을 상대로, 혼자서 거의 모든 것을 해내고 있습니다. 그가 있기에,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왼쪽 라인에 신경을 덜 쓸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건, 현대축구에서 무척 중요한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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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현)
“가면 갈수록 현대축구에서 측면이 차지하는 비중은 높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좋은 측면 수비수를 구하는 일이 우승 가능성을 몇 단계나 높이는 일이 되어 버릴 정도로, 사이드백이 전술적으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졌습니다. 훌륭한 측면 수비수는 수비에 투입되는 숫자를 줄일 수 있고, 팀이 필요로 하는 피치의 모든 영역에서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배정세) – SBS Sports 아나운서
“그렇습니다. 맨체스터 시티의 펩 과르디올라 감독도 그렇고, 리버풀의 위르겐 클롭 감독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흐름을 주도한 선수는, 바로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김다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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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리백의 윙백으로 뛰기 시작한 시점부터, 내게 열린 새로운 가능성과 전에는 보이지 않거나 이해할 수 없었던 축구의 다른 영역에 발을 디딘 느낌이 들었다.
특히 요즘에 생각하는 건, 균형(Equilibrio)과 관련된 부분이었다.
이것은 전술적인 균형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더 원초적인 부분의 균형을 뜻했다.
스쿼드와 베스트 일레븐 같은 것들 말이다.
예를 들어, 우리는 수비와 역습에 중점을 둔 팀이다. 이는 쓰리백으로 전술을 바꾸고 2000년대 들어 가장 높은 경기당 평균 득점을 기록 중인 지금도 마찬가지다.
디에고 시메오네는 그것에 최적화된 선수들로 스쿼드를 꾸렸는데, 선발 명단 역시 그 균형을 강조했다.
우선 선(先) 수비 후(後) 역습을 가져가는 팀의 특성을 고려해, 미드필드 자원은 전부 활동력이 좋은 선수들로 채워져 있다.
가비, 코케, 사울, 카라스코 모두, 기본적으로 많이 뛸 수 있고 부지런한 이들이다.
이는 니코나 알레시오 세르시(Alessio Cerci)와 같은 측면 자원들에 기회가 많이 돌아가지 않는 이유와도 완벽히 일치한다. 둘은 공격 때 팀에 창의성을 불어넣어 줄 수 있지만, 수비의 기여도가 팀 내 미드필드에서 가장 낮았다.
시즌 초중반 니코가 자주 기용되었던 건, 내가 왼쪽 미드필드로 뛰며 다른 중앙 미드필드의 수비적인 부담을 덜어 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오히려 지금과 같은 3-4-1-2 전술에서, 니코는 자신의 역량을 100% 발휘해 줄 수 있는 친구다.
팀이 공격으로 전환하는 상황에서는 ‘전진해 주는 선수’ 못지않게 ‘라인이 높아질 때까지 볼을 지켜 주는 선수’도 중요한데, 그 역할을 니코가 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그가 3-4-1-2의 메디아푼타(Mediapunta/AM)로 나선다면, 코케가 자신의 재능을 조금 더 다른 영역에 발휘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 니코는 부상으로 100%의 컨디션을 발휘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를 좋아하는 나로선, 안타깝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었다.
어쨌든 지금 말한 것처럼, 우수한 감독은 자신의 전술 철학을 가장 잘 발휘할 수 있는 선발 명단을 구성하는 재주가 있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 선수 개개인의 특성과 어떤 플레이를 선호하고 무엇을 잘하는지를 파악하는 능력이 필요했다. 토레스가 되살아났다는 평가를 받는 것 역시, 이런 것 때문이다.
과거처럼 라인을 파괴하는 모습은 보여 주고 있지 못했지만, 고질적인 약점이던 볼터치와 연계 능력이 좋아진 토레스는 전방에서 볼을 지켜 주는 역할을 담당했다.
수비수를 등진 상태에서 볼을 지켜 가며, 뒤쪽에서 달려오는 동료들이 어디로 뛰어드는지를 확인하는 일을 한다.
타고난 위치선정 능력과 부족한 부분을 채워 줄 수 있는 전술적 파트너인 코케와 내가 있는 지금, 토레스는 확실히 첼시 시절부터 축구를 편안하게 하고 있다.
이는 실제로 그가 한 말이기도 했다.
[“요즘 축구가 재미있어.”]피치 위에서의 플레이가 편안하고 잘 되기 시작하면, 당연히 축구는 재미있어질 수밖에 없다.
어떤 일이든 마찬가지 아닐까?
난 그렇게 생각한다.
“토레스!!”
“!”
팡-!
가레스 베일로부터 볼을 강탈해 낸 이후 코케와 사울을 거쳐 토레스에게 볼이 이어지는 동안, 나는 부지런히 피치를 종단(縱斷)하여 파이널 써드 앞까지 진출했다.
왼쪽 하프스페이스에서 포스트플레이 중이던 토레스가 이런 날 발견했고, 그는 지체 없이 발밑으로 패스를 굴려 왔다.
‘좋았어!’
지금의 이 패스에서, 토레스가 축구 센스를 분명히 타고났음을 느낄 수 있다.
일반적으로 측면에서 침투가 이뤄지면, 대다수의 축구 선수는 공간으로 패스를 보낸다. 그래야 달려가는 선수의 속도를 살릴 수 있고, 더 좋은 기회가 만들어진다 여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외로, 공간으로 패스를 보냈을 때와 선수에게 패스를 보냈을 때의 기회 연결 확률은 반반이었다.
왜냐하면 측면 수비수 역시 반응할 거란 생각을 일반적으론 하지 못하기 때문인데, 거기까지 고려한 패스를 얼마나 보낼 수 있느냐는 전적으로 축구 이해도에 달렸다.
그러나 지금 토레스는 골대를 등진 상태였고, 그래서 다니 카르바할의 위치를 볼 수 없었다.
그런데도.
툭-
“????”
{“워어-!”}
토레스는 공간으로 향하는 패스 길목을 카르바할이 막고 있었다는 걸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단순한 우연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겠지만, 올 시즌 몇 번이나 비슷한 상황을 겪어 보았기에 절대로 그렇지 않다고 말을 하고 싶었다.
공간이 아닌 나를 직접 겨냥한 패스가 오는 것을 본 카르바할은 볼을 빼앗고자 달려들었고, 한발 앞섰던 나는 축구공을 길게 밀어 넣은 후 그를 지나치고자 했다.
여기에서 카르바할을 돌파한다면 측면에서 크로스를 올릴 기회를 확보하는데, 여의치 않다면 직접 박스 안으로 침투하는 선택을 해도 됐다.
그건 앙투안 그리즈만과 사울 니게스의 전진 여부에 전적으로 달려 있는데, 여기에서도 시메오네가 균형을 강조한 부분이 드러나고 있다.
코케와 토레스가 지켜 주는 사람이라면, 그리즈만과 사울은 그것을 틈타 볼을 더 높은 곳으로 가져가는 이들이다.
그리즈만은 그것을 드리블과 스프린트를 통해 보여 주고 있고, 의외겠지만 팀 내에서 제공권 순위 상위권에 있는 사울은 제2의 공격수 역할을 완벽히 소화한다.
특히 측면에서 벗어나 메디아푼타에 홀로 자리를 잡으면서, 사울의 장점이 더욱 도드라지고 있었다.
만약 이상적으로 상황이 흘러간다면, 그리즈만이 가까운 쪽 포스트로 쇄도해 레알의 센터백을 끌어들이고 그 뒤로 멀리 돌아가는 사울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크로스를 길게 보내어, 그리즈만을 미끼로 쓰고 사울의 헤더를 기대해 볼 수 있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건 물론, 크로스를 얼마나 정확하게 보내느냐에 있었다.
‘어?’
아닌가?
분명 카르바할을 따돌렸다고 믿었는데, 그가 나를 잡아채는 식으로 수비할 거라고까진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다.
유니폼이 뒤로 쭉 늘어지며 몸통 전면에 강한 압박이 가해졌고, 못해도 70kg 중반의 저항을 더하게 된 나는 속도가 느려지며 축구공이 멀어지는 걸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결국 난 달리기를 포기했고, 곧바로 뒤로 돌아서며 주심을 향해 손을 들어 올렸다.
“에—이!! 이건 너무하잖아!!!”
휘슬을 불며 다급히 달려온 리카르도 데 부르고스 벤고에체아(Ricardo de Burgos Bengoetxea)가 노란색 카드를 꺼내 들지만, 난 거기에 만족할 수 없었다.
지금은 돌파만 이뤄졌다면, 높은 확률로 득점까지 기대해 볼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늘어진 유니폼이 보이지 않느냐며 항의하는 나를, 벤고에체아 주심은 본체만체 외면한다.
카드를 꺼내는 데에는 가차가 없지만, 바스크 출신의 이 주심은 자신의 판정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있다.
어필해 봤자 아무 소용이 없을 거라는 점을 잘 알고 있었기에, 나는 몇 마디를 더 보태며 불퉁거린 후 바지 밖으로 빠져나온 옷을 다시 안으로 집어넣었다.
아쉬운 상황이긴 했지만.
‘후우- 즐기고 있어.’
나는 오늘의 이 경기를 확실하게 즐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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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트릭 화이트) – ESPN2 해설위원
“Unbelievable, Unbelievable, Unbelievable. This is So Unreal. 무슨 말인지 아시겠습니까? 지금 저 친구가 한 짓을 좀 보시죠. 가레스 베일을 수비진영에서 막아내고 몇 초나 지났죠? 한데 왜 저 친구가 저곳에 있습니까? 지금까지 몇 번이나 말해 왔지만, 다온이 피치 전체에 미치는 영향력은 실로 엄청납니다. 공격과 수비 모든 부분에서요. He is a game changer and difference Maker. He can do the whole thing. I mean, EVERYTHING!! 과연 몇 명의 선수가 저런 일을 할 수 있겠습니까? 제 생각엔 아무도 없다고 봅니다.”
(마이크 도날드슨) – ESPN2 아나운서
“다시 프리킥을 확보하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전반 초반의 것보다 훨씬 더 좋은 위치입니다.”
***
작가의 말 ? 마드리드 더비나 다른 큰 경기를 적을 때마다 느끼는 건, 저도 이런 경기를 쓸 때가 훨씬 더 작업이 잘된다는 겁니다.
호흡조절, 흐름조절, 템포조절…….
너모 힘듦……. -_ ㅠ
독자님들이 읽으시기에 답답하고 힘든 부분은, 저도 적는 데 힘이 듭니다. 근데 알면서도 글을 가져가려면 어쩔 수 없어 머리를 쥐어 짜내곤 하는데, 그게 안 먹히는 걸 또 알면서도 막상 힘들어하시는 걸 보면 맴찢…….
그냥 가벼운 아무것도 아닌 푸념입니다.
🙂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