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733)
732화 El fin de la era (11)
.전반 40분
레알 마드리드 0 : 0 아틀레티코
많은 득점이 나왔던 작년 11월의 경기와는 달리, 오늘은 좀처럼 골이 터져 나오지 않고 있었다.
“에-이!! 너무 쉽게 넘어오잖아!!”
“…….”
“¡VAMOS! 이건 진짜 아니라고!”
조금 전, 후안프란이 마르셀루에게 너무 쉽게 크로스를 허락했다. 박스 안으로 진입한 축구공은 높이 떠오른 호날두의 머리에 닿았고, 골포스트 옆을 아슬아슬하게 벗어났다.
자칫 실점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고, 헤더가 벗어나는 것을 본 고딘이 곧바로 후안프란에게 불만을 표시했다.
언제 끊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팽팽하게 당겨진 긴장감 때문인지, 조금 전처럼 평범해 보였던 상황에서 뜻밖의 위기나 기회가 찾아오곤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경기 내용과 결과 자체는 우리보다 레알 마드리드가 더 불만이 있을 거로 생각한다.
수치상으로 드러난 점유율이라든가 슈팅 기회 모두, 근소하게 앞서고 있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곳은 레알 마드리드의 홈그라운드인 산티아고 베르나베우다.
조급해지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
‘이대로 마무리되어도 나쁠 건 없어.’
개인적으론, 오늘 경기의 시간은 우리 쪽에 더 손을 들어 줄 거라 믿고 있다.
FC 바르셀로나의 MSN만큼은 아니지만 레알 마드리드의 BBC 역시 수비 가담이 많지 않기에, 후반전 그 부담이 전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마르셀루가 그랬다.
왼쪽 윙어로 출전하지만 사실상 센터포워드처럼 뛰는 호날두가 비워 두는 공간을 커버하기 위해, 마르셀루는 예전부터 줄곧 많은 활동량을 선보여 왔다.
전력상으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는 경우라면, 순수 왼쪽 윙어로 느껴질 때도 있었다.
게다가 2014/15 시즌 무릎 부상을 겪은 이후에는 신체적 능력의 저하마저 찾아와서, 경기가 잘 풀리지 않는 날에는 팀 수비의 구멍이 되고는 했다.
오늘 라모스의 커버가 조금씩 늦다는 점도, 후반전 연쇄반응이 일어날 거라 믿는 이유다.
삑-! 삐-익! 삐?익!!
특별한 상황 없이, 전반전은 이대로 마무리됐다.
.
(정지현) – SBS Sports 해설위원
“전반전 0:0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조금 더 웃을 수 있는 결과라고 봅니다. 레알 마드리드가 슈팅 숫자는 좀 더 많았습니다만, 위협적이었던 기회는 호날두의 슈팅 장면 하나뿐이었거든요? 반면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유효슈팅이 두 개뿐입니다만, 그 두 개가 전부 위협적이었던 슈팅이었습니다.”
(배정세) – SBS Sports 아나운서
“2016/17 시즌 라 리가 1위 자리를 두고 펼쳐지는 마드리드 더비입니다. 저희는 후반전에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
@아틀레티코의 드레싱 룸
내가 느낀 대로, 다른 사람들도 전반전의 결과를 비슷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드레싱 룸에서 본 동료들의 표정이 밝았던 것이다.
잠시 뒤 안으로 들어선 시메오네 역시, 전반전의 경기력에 큰 불만은 없어 보였다.
시메오네는 곧바로 수정해야 할 전술적인 세부 사항들을 전달했고, 실점을 허락하지 않으면 우리가 바라는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거라고 소리쳤다.
그 말에, 난 고개를 옆으로 돌려 쉬고 있던 스테판 사비치에게 주먹을 뻗었다.
“엄청난 수비였어.”
“하하. 아직도 머리가 띵해.”
“훈장이지 뭐. 안 그래?”
“그래-”
전반전 우리가 유일하게 허용했던 실점 위기는 수비 과정에서 굴절된 축구공이 엉뚱하게도 호날두가 서 있던 방향으로 움직이며 발생하게 되었다.
실수가 아닌, 변수에 의한 상황이었다.
발아래로 온 축구공을 컨트롤한 호날두가 슈팅이 가능한 공간을 확보했고, 뒤이어진 오른발 슈팅이 앞으로 달려 나온 오블락의 곁을 스쳐 지나갔다.
골대는 텅 비어 있던 상황이었고, 실점이라 생각하던 그때 툭 튀어나온 사비치가 머리로 호날두의 슈팅을 걷어 냈다.
포기하지 않고 기초에 충실한 방향을 붙잡아 끝까지 수비했던 게, 팀을 실점 위기에서 구한 셈이었다.
“쟤네 경고가 어떻게 되지?”
“카르바할이랑 모드리치.”
“진짜? 그 둘뿐이었어?”
경고를 받은 선수를 확인하고 전달받은 지시사항과 전반전을 뛰면서 느낀 내용을 공유하는 시간이 지나간다.
수비와 미드필드 쪽의 공통적인 의견은, 카림 벤제마가 포함된 연계가 이뤄졌을 때 가장 위험했다는 것이었다.
“조금 더 많이 말하자.”
“소리를 크게 내. 여긴 시끄러우니까.”
“베일은 어때?”
“그는 별로. 내가 수비할 수 있어.”
“멋지네. 계속 맡겨 볼게.”
“응.”
이러한 내용의 대화가 이어지고 있다는 건, 후반전 좋은 경기력을 기대할 수 있는 긍정적인 장면들이다. 서로의 생각이 비슷하다는 점도 마찬가지다.
BBC 중 그나마 가장 많은 움직임을 가져가는 카림 벤제마의 봉쇄와 중원 다툼.
이 두 가지의 키워드를 제대로 챙겨 가기만 한다면, 사상 첫 네 시즌 연속 베르나베우 리그 원정 경기 승리의 기록을 달성할 수 있다.
“Ay, ¡VAMOS!”
“집중해! 이 경기를 놓쳐선 안 돼!!”
“크게 외쳐! 한 발 더 뛰자고!”
“이기자-! 할 수 있어!”
경기 전부터 팀 전체가 공유해온 강한 자신감은, 전반이 끝난 지금까지 조금도 줄어들지 않은 것 같다.
***
.후반 00분
레알 마드리드 0 : 0 아틀레티코
“응? 벌써?”
“?”
양 팀의 선수들이 후반전을 소화하기 위해 피치에 들어선 가운데, 사이드라인에서 등장한 대기심과 흰색 유니폼 선수의 모습에 기자석에 작은 동요가 찾아왔다.
레알 마드리드의 선수 교체였다.
【“레알 마드리드의 선수 교체입니다. 11번 가레스 베일이 나오고, 17번 루카스 바스케스가 들어섭니다.”】
오늘처럼 팽팽한 경기는 특정 선수의 컨디션을 가늠하기 힘들다. 저조한 활약의 이유를 선수 개인과 전술 중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지 판단이 정확하게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분명, 전반전 가레스 베일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레알 마드리드의 공격 장면 대부분은 벤제마와 호날두를 중심으로 이뤄졌고, 베일은 전반적으로 겉도는 모습이었다.
“또야.”
“뭐?”
“Daonish. Dasappear. 몰라?”
“도대체 그건 무슨 소리야?”
“하-! 시대에 뒤떨어지긴.”
“지랄하지 말고. 그게 무슨 뜻이냐니까?”
Daonish(Vanish), Dasappear(Disappear)는 최근 소셜네트워크와 서방의 대형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유행처럼 번져가고 있는 단어였다.
원형(原形)이 되는 두 단어의 뜻은 ‘사라지다’로, 이 신조어는 김다온이 상대 선수를 피치 위에서 사라지게 만들어 버렸을 때 사용되고 있었다.
비단 영어뿐만이 아니라, 스페인어(Desaparecer)와 독일어(loslassen)로도 비슷한 신조어가 유행했다.
“명색이 축구 기자라면, 그 정도쯤은 알아야지.”
“빌어먹을. 진짜 그런 단어가 있다고?”
“응! 그렇다니까!”
“허허.”
“인터넷 세상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자네는 꿈도 꾸지 못할 거야.”
하프타임의 선수 교체에 대한 평을 이어 가는 두 기자의 등 뒤에서, 이를 지켜보던 한 남자가 조용히 미소를 지어 보인다.
‘사실, 뒤늦은 감이 있지.’
그 주인공은 바로, 작년 독일의 타블로이드 ‘빌트’를 떠나 맨체스터 차더튼에 있는 다른 타블로이드 매거진으로 자리를 옮긴 레녹스 베이커였다.
얼마 전 이사를 끝낸 그는, 마드리드 더비를 현장에서 취재코자 오늘 오전 스페인으로 날아왔다.
밤에 다시 맨체스터로 돌아가야 하는 빡빡한 일정이었지만, 그는 오랫동안 기다려 온 기회를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서둘러 결혼을 준비하고, 고향인 캔터버리(Canterbury)의 한 교회에서 작지만 호화스러웠던 결혼식을 올렸다. 그런 뒤에는 이탈리아로 신혼여행까지도 다녀왔다.
유명 기자 겸 축구 블로거로서 의외로 많은 돈을 모아 왔음에도, 평생을 소박하게 살아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지난 3개월 축구와는 조금 동떨어진 삶을 살았던 레녹스 베이커는, 이제 다시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올 준비를 마쳤다.
그리고 그는 복귀 후 첫 현장 근무에서, 자신의 성과를 확인하고 크게 기뻐했다.
Daonish, Dasappear, Dasaparecer, Daoslassen과 같은 단어들 모두, 자신이 처음으로 인터넷 세계에서 사용한 단어들이었기 때문이다.
김다온의 발롱도르 수상 이후 어떻게든 그것을 폄훼하려는 사람들에 맞서, 레녹스 베이커는 익명의 세상 속에서 당당히 싸워 왔다.
평범한 사람들이 내어놓을 수 없는 객관적인 수치와 자료들을 들이밀며, 근거 없는 비판과 비난을 하는 이들의 입을 다물게 만들어 버린 것이다.
어느새 그가 사용한 Wonder_BestEver라는 닉네임은, 대형 잉글랜드 축구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명성을 얻었다.
이제는 본업으로 돌아오게 되어 예전처럼 활발한 활동은 할 수 없었지만, 레녹스 베이커는 틈틈이 기사로 싣지 않는 내용을 인터넷 세상에 알릴 예정이다.
물론 레녹스 베이커는 여전히, 사람들이 김다온의 진가를 모른다 생각하지만 말이다.
‘아직 멀었어.’
덴마크, 포르투갈, 독일, 스페인을 거쳐 마침내 잉글랜드로 향하게 된 김다온의 축구 여정은, 여전히 그 끝까지 많은 시간을 남겨두고 있었다.
***
루카스 바스케스가 투입되는 것을 보며, 나는 지단의 판단이 꽤 날카로웠다고 생각했다. 그 이유를 말하려면, 다시 균형과 관련한 부분을 꺼내 들어야 할 것 같다.
전반전 레알 마드리드가 우리를 상대로 고전한 이유는 한쪽 라인이 완전히 무너졌기 때문이다.
전성기에서 확연히 내려섰음에도 가레스 베일은 여전히 치고 달리는 방식의 축구를 포기하지 않았는데, 그의 장점은 내 앞에선 아무런 위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게다가 벤제마-호날두와의 연계도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서, 아무 영향력이 없는 위치에서 홀로 고립된 시간이 많았다.
하지만, 루카스 바스케스는 전혀 다른 선수다.
가레스 베일이 스프린트 할 공간과 동료의 연계를 필수적으로 필요로 한다면, 루카스 바스케스는 포지션을 지키는 데에 능숙한 선수다.
또한 공수에서 폭넓게 뛰어 줄 수 있어, 팀원의 체력을 보존해 줄 수도 있다.
그는.
“……에-이!”
“??”
“살짝 낮게 있을 거야! 네가 좀 이쪽으로 와 줘!”
지단이 루카스 바스케스를 투입한 목적은 나를 조금 더 측면에 묶어 두고, 벤제마-호날두-마르셀루를 중심으로 한 공격 전개를 그리고 있기 때문으로 봐야 할 것 같다.
약간 아래로 내려서기로 한 이유도, 이러한 생각이 맞는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삐?익!!
후반전, 우리는 세부적인 사항만을 조율했고 레알은 선수를 바꾸는 큰 변화를 줬다.
그 결과가 어떨진 남은 시간이 증명할 거다.
“유지해! 지켜!!”
레알 마드리드가 볼을 점유한 가운데, 나는 계속해서 주변에 위치를 지키라고 외쳤다. 섣부르게 달려들지 말고, 위기를 막는 선에서 수비벽을 구축했다.
생각했던 대로 레알 마드리드는 호날두-벤제마를 투톱처럼 뛰게 하며, 마르셀루를 왼쪽 윙으로 끌어 올렸다.
오히려 오른쪽 공격수인 루카스 바스케스의 위치가 더 낮았는데, 아직까진 별다른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다.
“……호르헤! 호르헤!!”
“?”
“라인 유지해 줘!”
지금부터 나는 전반전의 공격적인 성향을 잠깐 억누르고, 바스케스가 머무는 곳 주변에 자리를 잡을 생각이었다.
물론 공격이 진행되는 상황이라면 높이 전진하겠지만, 레알이 빌드업을 가져갈 때는 바스케스의 곁에 머물고자 한다.
이것은 레알 마드리드의 공격이 풀리지 않을 때면, 토니나 모드리치가 늘 바스케스를 가장 먼저 찾아 방향을 전환한다는 걸 알고 있어서였다.
내가 바스케스의 주변에 있다는 것을 보았을 때, 저 두 사람이 어떻게 반응할지도 궁금했다.
‘한번 굴러 보자.’
만약 내 판단이 옳아 지단의 전술적 의도를 무효화할 수 있게 된다면, 후반전도 전반처럼 레알 마드리드의 공격이 크게 힘을 쓰지 못할 것이다.
경기는 현재, 몇 개의 분기점 앞에 놓여 있었다.
***
.후반 04분
레알 마드리드 0 : 0 아틀레티코
후반전 첫 4분 중 약 3분 동안 볼을 점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레알 마드리드를 응원하는 팬과 관계자들은 답답함을 느끼고 있었다.
분명 축구공을 가지고 움직이는 건 흰색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이었는데, 정작 다음 단계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주머니에 손을 꽂은 자세로, 테크니컬 에어리어에 서서 피치를 바라보던 지네딘 지단 역시 같은 심정이었다.
결국 그는 고개를 떨어트리며 몸을 돌렸다.
“…….”
지네딘 지단이 베일이 상처받을 것을 잘 알면서도 후반전 바로 교체를 결단했던 건, 김다온의 생각대로 피치의 균형을 맞추기 위함이었다.
오늘, 베일은 팀에 전혀 보탬이 되지 못했다.
후반전 상황이 더 나아질 거라는 희망을 걸어 볼 수도 있겠으나, 지단은 그렇게 될 확률이 매우 희박하다고 내다봤다.
이번 시즌 1:1에서 절대적인 강함을 과시 중인 김다온을 상대로, 가레스 베일의 스피드와 피지컬은 통하지 않았다. 킥과 기술이 발휘되기 전에, 원초적 부분에서 밀린 것이다.
그래서 지단은 루카스 바스케스를 투입하여, 김다온의 활동을 억제코자 했다.
일종의 더미(Dummy)를 투입한 셈이었는데, 헌신적이기로 소문난 루카스 바스케스라면 집요한 전방압박과 많은 활동량으로 김다온을 괴롭혀 줄 수 있었다.
그렇게 되면 다니 카르바할의 공격도 어느 정도 살아날 수 있었고, 오른쪽에서 간헐적인 공세만 이뤄져도 벤제마와 호날두쪽에서 기회가 날 것으로 내다봤다.
꼭 세 개의 창 모두가 날카로울 필요는 없으니까 말이다.
‘그렇게 뻔했었나?’
하지만, 김다온의 대처가 이러한 지단의 의도를 조금씩 망가뜨려 놓고 있었다.
전반전의 그가 반대발 윙어에 가까운 모습이었다면, 후반전은 완벽한 측면 미드필드로서 뛰고 있었다. 전진을 자제하고, 수비와 플레이메이킹에 힘을 썼다.
지금만 해도, 김다온은 경기의 템포를 늦추면서 레알 마드리드가 강제적으로 수비 포지션에 들어가도록 만들었다.
잔뜩 올라섰던 다니 카르바할과 마르셀루는 수비 위치로 돌아가기 위해 많은 거리를 움직였고, 투톱 형태로 남은 레알 마드리드의 전방은 왼쪽 공간을 노출했다.
그 자리로 후안프란이 움직였고, 넉넉한 공간에 선수를 두게 된 아틀레티코는 빌드업이 수월해졌다.
결국, 호날두가 다시 측면 수비를 위해 움직였다.
최초 진영으로의 회귀.
이는 바라던 모습이 아니다.
‘빌어먹을.’
바스케스의 투입 이후 공격 본능을 억제하기 시작한 김다온으로 인해, 레알 마드리드의 몇몇 선수들은 강제적으로 많은 움직임을 강요받게 됐다.
이렇게 되면 후반 25분 이후, 팀의 전반적인 활동량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
왼쪽 측면까지 넓게 움직인 토니 크로스가 허탕을 치고 다시 움직이는 것을 본 지네딘 지단은, 간단히 무산된 전술적 의도에 씁쓸함을 느낀다.
물론, 김다온의 특성상 가레스 베일보다는 루카스 바스케스 쪽이 더 좋은 성과를 기대해 볼 수는 있었다.
하지만 그건 30자리나 되는 암호 중 하나를 힌트로 얻은 것만큼의 미묘한 효과일 뿐이었다.
여전히 레알 마드리드의 공격은 답답했고, 오히려 빌드업 상황에서 나온 실수 한 번에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게 결정적 기회를 허용하고 만다.
바스케스를 겨냥했던 카세미루의 패스가 나왔지만, 호흡이 맞지 않아 김다온의 발아래에 안겨다 준 것이다.
수비진영으로 후퇴하며 사이드라인을 등진 상태로 볼을 차단한 김다온은 현재, 자연스럽게 피치 전체를 볼 수 있는 자세를 하고 있었다.
오래되었지만 여전히 날카로운 본능이 위기가 닥쳐왔음을 알렸고, 살짝 다리를 움찔한 순간 김다온이 레알의 최종 수비 뒤쪽으로 볼을 길게 보내 버렸다.
그리고 거기로, 앙투안 그리즈만이 뛰어들었다.
.
(에네코 산도발) – BeIN LaLiga 스페인 코멘테이터
“오-! 좋은 패스! 그리즈만, 그리즈만, 그리즈만, 그리즈만.”
.
일단 막을 생각을 하지 않고 오프사이드를 주장하려 손을 먼저 든 페페가 눈에 거슬렸지만, 일단 지단은 황급히 소리를 내지르며 얼른 후퇴할 것을 요구했다.
그렇지만 어느새 그리즈만은 이미 페널티 박스 근처까지 다다랐고, 잔뜩 앞으로 나온 케일러 나바스 위로 축구공을 툭 찍어 보냈다.
적당한 속도를 낸 축구공이 피치 위를 통통 튕기며 레알 마드리드의 골대를 향해 구른다.
.
(에네코 산도발)
“오오오오오오오오-”
.
그렇게 축구공이 골대에 거의 다다른 순간, 계속해서 최고의 속도로 내달렸던 세르히오 라모스가 몸을 던지는 태클로 축구공의 앞을 가로막았다.
촤—-악!!!
그리고.
.
(에네코 산도발)
“그리즈마아↗안—! 들어가지 않습니다! 조금 옆으로 빗나갑니다! 아틀레티코에게 주어진 절호의 기회! 쇄도와 슈팅 모두 훌륭했으나, 방향이 조금 옆이었습니다!”
(마우로 페스코스) – BeIN LaLiga 스페인 해설위원
“후방에서 한 번에 넘어온 훌륭한 패스였습니다. 레알 마드리드는 늘 이런 상황을 경계해야 합니다. 앙투안 그리즈만은 혼자서도 득점을 만들 수 있는 기량을 가졌죠. 그는 늘 수비 뒷공간으로 침투합니다. 그리고 현재 아틀레티코에는 라 리가 역대 단일시즌 최다 어시스트를 기록 중인 다온이 있습니다. 이 둘의 조화는 이번 시즌 가장 무섭습니다. 지금도 운이 레알 마드리드를 살렸죠.”
(에네코 산도발)
“후반전 볼을 점유한 레알 마드리드입니다만, 더 좋은 기회는 아틀레티코가 가졌습니다!”
.
“후우-”
안도하며 숨을 크게 내어 쉬는 지단의 머릿속은, 좀 더 복잡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