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734)
733화 El fin de la era (12)
.후반 11분
레알 마드리드 0 : 0 아틀레티코
팡-!!
“??”
조금 전, 다니 카르바할은 좋은 기회를 획득했다고 생각했다. 아래로 내려선 루카스 바스케스가 김다온을 끌어들였고, 그러는 사이 자신이 오버랩을 시도했다.
윙어가 내려서고 그 자리로 풀백이 올라서는 전형적인 공격 패턴 중 하나였고, 과정은 흠잡을 데 없이 깔끔했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전환하기까지 중간 단계가 있긴 했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지금의 상황은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었다.
‘대체 언제?’
다니 카르바할은 당연히, 둘 중 하나일 거라고 믿었다.
왼쪽 센터백인 호세 히메네즈가 커버를 오거나, 아니면 자유로운 상황에서 얼리 크로스를 보낼 수 있을 거라고 말이다.
하지만 지금, 카르바할의 크로스는 뒤쪽에서 등장한 김다온의 발을 맞고 사이드라인 밖으로 벗어나 버렸다. 스로인은 얻었지만, 기대했던 결과는 아니었다.
지금은 박스 안으로 볼이 들어가야 했다.
아니, 반드시 그렇게 되는 게 옳았다.
오늘날까지 오랜 시간 동안 축구선수로 살아온 카르바할의 머릿속엔, 축적된 데이터로 인한 연산 과정이 경기가 이어지는 내내 끊임없이 작동했다.
한데 그것으론, 방금 자신이 겪은 상황의 답을 도출해 내기 힘들었다.
‘왜 저 녀석이 여기에 있었던 건데?’
혼란스러운 기분이 표정에서 드러나는 것을 숨기려, 다른 곳에 더 신경을 쓴 카르바할은 초보적인 실수를 저지른다.
삐-익!
“??”
“스로인 파울!”
스로인 상황에서 팔을 머리 뒤로 충분히 젖히지 않아, 아틀레티코에게 볼을 넘겨주고 만 것이다.
고개를 푹 숙인 카르바할은 좌절한다.
‘빌어먹을.’
다시 한번 아틀레티코 진영까지 접근하는 데는 성공한 레알 마드리드였지만, 이번에도 가장 중요한 페널티박스 안으로의 볼 연결은 이뤄지지 않았다.
서두를 것 없는 아틀레티코가 골킥을 천천히 처리하려고 하자, 베르나베우에서 야유가 튀어나왔다.
{“어디서 지연질이야!!”}
{“쫄보 녀석!!”}
{“X은 있냐?! 앙?!”}
각양각색의 야유가 쏟아지는 그라운드를 바라보며, 경기내용이 만족스러웠던 디에고 시메오네는 희미한 미소를 드러낸다.
후반 초반 무산된 득점 기회가 못내 아쉬웠긴 하지만, 어쨌든 계획대로 경기가 풀려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애초부터, 시메오네는 이 경기가 세 골 이하에서 끝날 거로 예측했다.
그리고 득점의 숫자가 적을수록, 아틀레티코가 승리할 확률은 높아진다고 봤다.
자연히 시간이 흐르는 게 반가울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팀은 꾸준히 상대에게 피로를 줬다.
그 피로감이 드러나는 타이밍에 맞춰, 시메오네는 한두 개의 교체 카드를 사용해 볼 생각이었다.
야닉 카라스코를 메디아푼타(Mediapunta/AM)에 기용해 공격에 힘을 실어 볼 수도 있고, 페르난도 토레스를 대신해 앙헬 코레아를 투입해 활동력을 높일 수도 있었다.
남은 한 장의 카드는 경기 진행 상황에 맞춰, 유동적으로 사용할 것이다.
과감했던 하프타임의 선수 교체가 무위로 돌아가 복잡해진 지네딘 지단과는 달리, 디에고 시메오네는 경기 전체를 자신의 계산 아래 두고 있다.
물론 그렇게 할 수 있었던 데는, 전반전에 이어 후반전에도 측면 한쪽을 지배 중인 김다온의 공이 컸다.
‘그가 있어, 계산이 가능해져.’
모처럼 볼을 점유하며 공격을 전개하는 팀을 위해 박수를 보낸 디에고 시메오네는, 고개를 흘끗 들어 올려 남아 있는 시간을 확인해 보았다.
이제, 경기는 대략 30분 정도가 남아 있었다.
***
.후반 24분
레알 마드리드 0 : 0 아틀레티코
조금 전, 예기치 못한 변수가 발생했다.
페페가 갑자기 홀로 넘어진 것이다.
스프린트조차 하지 않던 상황이었기에, 저것은 꽤 심각한 상황으로 여겨져야 한다.
비록 꼴 보기 싫은 녀석이라지만.
‘괜찮아야 할 건데.’
막상 아파하는 것을 보면, 동정심이 발생하는 것은 어떻게 할 수 없었다.
전반전 볼을 다투는 과정에서 두드려 맞은 관자놀이 부근이 괜히 욱신거리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파울도 불리지 않았어서, 정말 저 녀석을 죽이고 싶었다.
더티 플레이로 수없이 많은 논란을 발생시킨 페페는, 인터뷰에서 종종 자신을 투사(鬪士)로 묘사했다.
축구선수에게 있어 그라운드는 싸움터이고, 살아남으려면 무슨 짓이든 해야 한다며 말이다.
하지만 그것은 유치한 변명에 불과했고, 무엇보다 내가 볼 때 저 녀석은 투사가 아니라 그냥 분노 조절을 잘하는 비겁한 시정잡배에 불과했다.
그 예로, 페페는 눈을 부라리는 나와 단 한 번도 제대로 마주하려고 들지 않은 것을 들 수 있겠다.
또 토레스, 코케, 고딘, 가비와 같은 남자들과도 신경전을 피하려고 한다.
어쩌다 얽힐 때면, 결백하다는 듯 양손을 들어 올린 채 사람 좋은 미소를 지어 보이면서 주심에게 여기를 좀 봐 달라고 외치기에 바빴다.
적절한 단어를 찾을 수 있었다면 한마디 해 주었을 건데, 쿨병(Cool 病)을 스페인어로 뭐라 해야 할지 모르겠다.
어쨌거나 페페의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인해, 레알 마드리드는 두 번째 교체 카드를 꺼내 들 수밖에 없게 되었다.
분명 아까 전까진 이스코가 지단의 곁에 있었는데, 지금 그는 벤치로 돌아갔고 그 자리를 나초가 차지하고 있었다.
오늘 레알의 선수 중 가장 많은 거리를 뛴 토니나 카세미루를 빼고 이스코를 투입할 생각이었던 것 같은데, 졸지에 그 계획에 차질이 생겨 버린 것이다.
그리고 여긴 승패가 갈리는 승부의 세계다.
적군의 불행은 아군의 행복이다.
‘기회라고 하는 게 맞기는 해.’
고개를 좀 더 옆으로 돌리자, 앙헬 코레아의 투입을 준비하는 시메오네의 모습이 보였다.
교체 대상이 누가 될지는 모르겠으나, 그것이 토레스가 되었건 아니면 사울이 되었건 공격적으로 더 많은 활동량을 가져가겠단 의미로 볼 수 있었다.
그 맥락에서 볼 때, 사울보다는 토레스를 바꾸는 쪽이 더 합리적이긴 했다.
삐-익!
교체를 확인한 주심이 휘슬을 불었고, 먼저 나초 페르난데스가 들것에 실려 지금 막 피치를 떠나는 페페를 대신해 피치 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바로, 다시 교체판이 들려졌다.
.
(배정세) – SBS Sports 아나운서
“마찬가지로 교체를 진행하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입니다. 페르난도 토레스가 빠지고, 앙헬 코레아가 피치로 투입됩니다.”
(정지현) – SBS Sports 해설위원
“네. 페르난도 토레스가 후반전 조금 지친 기색을 드러냈죠?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이 앙헬 코레아를 투입하며 공격진에 변화를 줍니다. 이렇게 되면 좀 더 폭넓은 활동을 기대해 볼 수 있습니다. 앙헬 코레아가 그리즈만의 역할을 맡고, 그리즈만이 조금 더 공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
“앙투안! 앙투안!!”
피치로 들어선 코레아는 몇몇 선수에게 소리치며, 벤치의 전달 사항을 알려 왔다.
아마도 지금부터 팀 전형은 기존의 3-4-1-2에서 3-4-2-1에 더 가까운 형태로 바뀔 것 같았다. 중앙이 좀 더 두터워졌고, 대신 전방에서 볼을 지킬 선수는 사라졌다.
코레아도 볼을 소유하는 데 능숙한 선수는 아니기에, 볼 처리 속도와 패스의 정확도가 더 중요해졌다고 볼 수 있다.
그것을 얼마나 잘 수행해 낼 수 있느냐가, 이번 교체를 성공으로 이끄느냐 아니냐를 판가름할 것이다.
“호르헤!!”
“?”
“이젠 내가 좀 더 앞으로 갈 거야!”
그리고 그 의미를 살리고자, 나는 전반처럼 공격 빈도를 다시 높이는 것을 택했다. 물론 단순히 교체의 의미를 만들어 내기 위한 선택은 아니었다.
본래부터, 난 슬슬 나가려고 했었다.
축구라는 것은 참으로 묘한 것이어서, 교체로 투입된 선수라고 해도 시간이 흐르게 되면 흐름이라는 큰 물줄기에 동화되어버린다.
피치에 막 발을 디뎠을 땐 그때까지 피치에 있던 흐름에 거세게 저항하지만, 그것을 이겨내도 특별함을 만들어 내는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동안의 암살자로 불리며 맨유의 역사에 남은 올레 군나르 솔셰르(Ole Gunnar Solskjær) 정도를 빼면, 조커로서 성공한 선수를 꼽기 힘든 이유기도 하다.
그라운드는 언제나, 선수들을 그 거대한 흐름 속에 집어삼키려고 하기 때문이다.
‘왔다.’
“에-이!! 뒤!!”
“???”
탁-
“!!”
카세미루가 오른쪽으로 크게 질러 보낸 패스를, 루카스 바스케스가 받아들기 바로 직전 앞쪽에서 먼저 잘라낸다.
보통 패스를 받는 선수들은 가까운 곳에 수비가 있으면 볼을 지키기 위한 동작을 가져가지만, 지금 바스케스는 주변에 아무도 없다 생각하고 터치를 하려고 했다.
이 장면을 본 레알 마드리드의 팬이라면 [“어처구니없는 놈!”]이라며 손가락질할 수도 있겠지만, 같은 축구선수로서 변호하자면 당연한 반응이었다.
후반전 투입된 후 지금까지, 내가 이 위치에서 바스케스를 압박했던 경우는 전혀 없었다.
보통 이 정도 높이에서 바스케스가 패스를 받을 땐, 플레이 존을 압박하는 선에서 자리를 잡고 이어질 연계를 신경 쓰는 선택을 해 왔다.
인간이란 습관에 의해 움직이는 동물인 법이고, 그것에 충실한 바스케스의 반응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막아!! 돌아와!!”
“주변을 봐!!”
하프라인에서 볼을 강탈한 이후, 직선으로 달리던 나는 5m 정도를 전진한 뒤 방향을 중앙으로 바꿔 드리블을 한 차례 더 이어갔다.
앙투안 그리즈만이 레알 마드리드의 최종 라인에서 움직여 주고 있었기에, 나초는 섣부르게 전진해 올 수 없었다.
머릿속에 그려지는 피치의 상황으론, 아마 저 옆쪽에서 카세미루가 나를 막기 위해 달려오고 있을 것이다.
처음 녀석의 위치는 어디였더라?
‘……아, 그렇지.’
바스케스에게 패스를 보내던 당시 카세미루가 서 있던 곳을 떠올린 나는, 지금쯤 접근해 왔을 것으로 판단을 내리고 왼발을 피치에 단단히 박았다.
탁-
“…….”
그러곤, 오른발 바깥쪽을 사용해 축구공을 가볍게 툭 밀어 두는 선택을 했다.
그러자.
“????”
‘그렇지.’
카세미루라는 이름을 가졌을 게 분명한 커다란 흰색 물체가 내 앞을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볼 컨트롤에 집중하느라 시선을 내리고 있어, 어림잡아 짐작했을 뿐이다.
옆으로 천천히 굴러가는 축구공에서 눈을 떼어 고개를 들어 올린 순간, 나는 내 생각이 옳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조금 전 스쳐 지난 흰색 유니폼은 카세미루의 것이었고, 본래는 나를 막으려고 했었을 그는 황급히 발을 멈춰 세우며 다시 내게 달려들려고 했다.
‘어림없지.’
하지만 그러도록 내버려 둘 생각이 없었던 나는, 바로 발을 움직여 슈팅 동작을 가져갔다.
골대와의 거리는 대략 25m.
밥 먹듯 연습해 왔던 위치다.
퍼억-!!
발등에 제대로 얹힌 축구공이 빠르게 날아가고, 임팩트 후 골대를 바라본 나는 너무 정면으로 찬 것을 후회하기 시작했다.
약간 아웃프런트에 맞아 오른쪽으로 휘어지고는 있었지만, 몸을 날린 케일러 나바스가 막아 내기에는 충분했기 때문이다.
파앙-!!!!
{“우오오오-!!!”}
‘이런!’
쭉 뻗은 나바스의 오른손에 맞은 축구공이 골대 위로 넘어가고, 아쉬움을 감출 수 없었던 나는 선 자리에서 양손을 머리로 가져갔다.
기껏 잘해 놓고도, 마무리를 제대로 해내지 못한 스스로가 너무 한심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아쉬움을 금할 길이 없었던 나는, 뜨끈뜨끈하게 느껴질 정도로 강하게 이마를 두들겼다.
[병신 새끼!]찰싹-!!
.
(앤디 비숍) – Sky Sports LaLiga 컬러-코멘테이터
“하하하. 저 친구를 좀 보세요. 골로 이어 가지 못한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 같죠? 바로 저런 부분이 다온을 리더로 만드는 겁니다. 누구보다 축구를 잘하는 선수가 저 정도까지 열심이라면, 주변 사람들도 자신을 돌아볼 수밖에 없죠. 굳이 많은 말을 하지 않더라도, 저 친구는 자신의 플레이로 외치고 있습니다. 나를 따르라고요.”
(개리 탭하우스) – Sky Sports LiLiga 코멘테이터
“캐논과도 같았던 다온의 슈팅이었습니다. 케일러 나바스 키퍼의 눈부신 선방이 레알 마드리드를 구했습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코너킥. 코케가 준비합니다.”
***
.후반 32분
레알 마드리드 0 : 0 아틀레티코
페페의 부상 이후, 결과뿐만 아니라 과정에서도 아쉬움을 드러내기 시작한 레알 마드리드. 그에 따라, 베르나베우의 귀빈석 온도도 급격히 떨어져 내렸다.
리그 1위로 올라설 수 있는 중요한 홈 경기.
당연히 보드진은 경기장을 찾은 상태다.
“…….”
“…….”
불편한 침묵이 이어지고, 그것을 깨트린 사람은 레알 마드리드의 회장 플로렌티노 페레스다.
“누구라고 했지?”
“네?”
“왜, 전에 자네가 말했던 녀석 있지 않은가?”
“아.”
플로렌티노 페레스의 질문을 뒤늦게 이해한 에밀리오 부트라게뇨가 곧 정신을 차리며 원하는 이름을 꺼내어 든다.
“킬리안 음바페. AS 모나코의 녀석이죠.”
“확실한가?”
“일단 내부적으론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그는 제2의 메시나 호날두. 혹은 제1의 킬리안 음바페가 될 수도 있죠. 재능은 확실합니다. 의심의 여지가 없어요.”
“흐음-”
고개를 끄덕인 플로렌티노 페레스의 시선이 다시 피치로 향한다. 하지만 복잡한 생각이 담긴 그의 눈은, 레알 마드리드의 선수가 아닌 김다온을 향하고 있었다.
생각하면 할수록, 2013년 여름 김다온을 영입하지 못한 게 두고두고 아쉬웠다.
물론 선수 본인이 레알 마드리드로 오는 것을 선호하진 않았지만, 그런 것 치더라도 너무 쉽게 포기한 감이 없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지. 지난 일이야.’
아쉬움을 털어 버리기로 한 플로렌티노 페레스는, 피치에 넘어진 뒤 주심에게 어필하는 호날두를 쳐다보다 자신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렸다.
지난달 재계약을 요구해 온 이후, 페레스는 호날두를 판매하기로 결심을 굳혔다.
다만 그간 당해 온 것을 복수하기 위해서라도, 내년 여름에 당장 호날두를 판매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암, 어림도 없지.’
재계약 요청을 받은 다음 날, 플로렌티노 페레스는 시즌이 끝난 후 협상 테이블을 열겠다고 답변했다. 그리고 호날두 측은 그것을 받아들였다.
당장 주급이 메시와 맞춰지지 않는 것은 아쉬웠지만, 어쨌거나 오랫동안 몸담은 클럽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플로렌티노 페레스는 호날두의 주급을 더 올려줄 생각이 없었다.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협상을 미룰 생각이었고, 호날두의 자존심을 있는 대로 상하게 만든 뒤에 다른 클럽으로 판매를 할 생각이었다.
그 핑계로 [“메시는 최소 한 차례 빅이어를 가져왔지만, 자네는 아니지 않은가?”]라는 말도 생각을 해 뒀다.
나이가 조금 걸리기는 했지만, 어차피 호날두의 계약 기간은 많이 남아 있어 1년을 더 남겨 둔다고 하더라도 이적료가 크게 줄어들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다.
‘네놈은 이제 끝이야.’
가장 사랑하는 선수에서 얼굴을 마주 보는 것도 힘들어진 관계로 바뀌기까지, 플로렌티노 페레스에게 필요한 시간은 지난 4년이었다.
그 기간은 바이에른 뮌헨과 김다온의 시대였고, 타고난 장사꾼인 페레스는 이제 호날두를 보유하고 있는 것에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비로소, 레알 마드리드의 회장도 한 시대의 끝과 다음을 준비해야 함을 깨달은 것이다.
“녀석의 이적료는 얼마지?”
“대략 1억 유로인데, 더 높아질 것 같습니다.”
“레코드겠군. 나쁘지 않아.”
“그렇습니까?”
“그래. 우리가 건재하다고 과시할 수 있지 않나.”
만 18세에 불과한 킬리안 음바페는 현재, 전 세계가 주목하는 가장 돋보이는 재능이었다. 지난 시즌 만 16세 347일째 리그 앙에 데뷔한 뒤부터, 줄곧 최고가 될 거란 말을 들었다.
그리고 현재는 리그 앙의 PSG가 최우선순위로 노리는 선수가 되었다.
EPL의 아스널 FC 역시, 티에리 앙리를 동원해 설득에 나선 상태다.
“에이전트는 어디지?”
“그게…….”
“응?”
“부모님과 사촌이 관리하고 있습니다. 사촌이라는 사람은 변호사라고 하더군요.”
“…….”
“뭐, 그래도. 아직 문제는 없습니다.”
“하-! 이제 시작이니 모르는 일이지.”
축구 역시에서 가족이 에이전트가 되어 좋은 결말을 맺은 사례는 손꼽을 정도였기에, 플로렌트노 페레스는 그것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무리 축구에 관심이 많은 가족이라 할지라도, 결국 마지막은 돈으로 귀결될 때가 많았다.
하지만, 그것이 포기할 이유는 되진 않는다.
“착수하게. 일단 부모를 설득하는 게 좋겠군.”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죠.”
“그래.”
고개를 끄덕인 플로렌티노 페레스가 다시 자세를 고쳐잡으며 경기의 진행 상황을 살핀다.
경기는 어느덧 후반전 35분이 되었고, 이스코를 투입하며 교체 카드를 전부 다 쓴 레알 마드리드는 경기에 변화를 줄 수 없게 되었다.
다행인 점이라면 아틀레티코에 부상자가 많아, 교체 명단의 두께가 매우 얇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마드리드의 주인을 자처해 온 클럽의 회장 플로렌티노 페레스에게는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다.
‘너무 휘둘렸어.’
과할 정도의 편의 제공과 방관 아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선수단과 코칭스태프를 넘어 보드진까지 위협할 만큼 콧대가 높아졌다.
그러나 레알 마드리드는 리오넬 메시와 더불어 세계 최고인 호날두의 기분을 거스를 수 없었다.
그렇게 계속해서 호날두는 안하무인이 되어 갔고, 급기야 올 시즌엔 자신에게 반항하는 젊은 선수들을 클럽 내에서 의도적으로 따돌리기 시작했다.
토트넘으로 이적이 확정된 제로니모 베가와 다닐루가 대표적인 예이며. 나쁘지 않은 활약을 보이고 있음에도 호흡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호날두가 선발 제외를 요청한 알바로 모라타 역시 내년 여름 팀을 떠나게 될 확률이 높았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호날두를 내보내고 새판을 짜고 싶었지만, 레알 마드리드에게도 시간은 필요하다.
“Pinche puta(Fucking bitch).”
레알 마드리드의 회장은 오늘, 클럽의 세대교체를 진행할 결심을 굳혔다.
***
작가의 말 ? 내일 한 편으로 본 에피소드 + 마드리드 더비는 끝입니다. 이후는 주말 쉬고, 레스터와의 챔피언스 리그 8강전이 이어집니다.
734. El fin de la era (13)
.후반 37분
레알 마드리드 0 : 0 아틀레티코
피치 위에서 조금씩 감정이라는 것이 드러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들 대부분은 홈 팀 레알 마드리드의 선수들에게서 나오는 것이었다.
오른쪽 측면으로 빠져 있던 앙투안 그리즈만이 피치를 구른 순간, 분명 팔꿈치로 가격한 마르셀루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화난 목소리를 내뱉었다.
“병신! X같은!! 이게 어떻게 파울인데?!”
분노하는 마르셀루가 결백함을 주장하는 것과는 달리, 주심 리카르도 벤고에체아는 볼 다툼 상황을 정확히 지켜본 상태였다.
그는 가슴팍에서 노란색 경고 카드를 꺼내 들었고, 이에 레알 마드리드의 선수들이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이게 왜 파울인 건데?”
“저기에서는 왜 불지 않았어?”
“우리가 먼저 피해를 봤다고!”
“눈을 대체 어떻게 뜬 거야?”
지금 레알 마드리드의 선수들이 이토록 날뛰는 이유는, 바로 직전의 장면 때문이다.
수비 진영 페널티박스 앞에서 앙헬 코레아로부터 볼을 가로챈 레알 마드리드는 아틀레티코의 전방 재압박을 뚫어내고 역습을 진행하던 중이었다.
최전방엔 대기 중이던 호날두가 있었고, 넓은 공간으로 빠져나온 모드리치는 곧장 패스를 앞으로 보냈다.
피치를 가로지른 패스가 하프라인 앞 호날두의 발밑에 도착한 순간,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엔 득점이 만들어질 수도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기대는 1/3도 채워지지 못했다.
전진을 택한 호세 히메네즈가 호날두와 부딪치며 약간의 지연을 성공한 사이, 뒤쪽에서 등장한 김다온이 깊은 태클로 볼을 밀어내 버렸다.
그와 동시에 호날두는 넘어졌고, 베르나베우에 운집한 사람들과 레알 마드리드의 사람들 모두 파울이라며 손을 들어 올리곤 크게 소리쳤다.
하지만 벤고에체아는 손을 휘저으며 호날두에게 일어나란 신호를 보냈을 뿐이다.
그리고 바로 직후 마르셀루가 파울을 선언받으며 경고를 받았으니, 발끈하는 것도 이해하지 못할 부분은 아니었다.
그러나, 현대 문명의 기술이 빚어낸 카메라가 모든 진실을 말해 주고 있었다.
.
(앤디 비숍) – Sky Sports LaLiga 컬러-코멘테이터
“완벽하고 깨끗한 수비였습니다. 훌륭한 태클이었어요. 이건 파울이 아닙니다. 그냥, 엄청나게 좋은 수비일 뿐이죠.”
.
.
(정지현) – SBS Sports 해설위원
“지금은 퇴장이 선언되어도 전혀 이상할 게 없는 장면입니다. 완벽히 의도적으로 그리즈만의 가슴팍을 팔꿈치로 가격했거든요? 경고가 주어지긴 했습니다만, 카드의 색이 달랐더라도 할 말이 없는 장면이었습니다.”
.
주심에게 어필하던 레알 마드리드의 선수들이 마르셀루를 밀친 앙헬 코레아를 확인하면서, 피치의 온도는 용광로처럼 끓어올랐다.
양 팀의 선수들은 서로를 밀치며 소리쳤다.
서로의 플레이를 비난하거나 무작정 상대를 힐난했고, 세르히오 라모스와 코케의 사이에선 또 다른 분쟁이 발생하기도 했다.
계속되는 혼란 속, 상황이 심상치 않게 변하자 빠르게 내달린 김다온 역시 모여 있는 선수들 사이로 끼어든다.
“에-이! 호르헤! 진정해!!”
“어지간히 깨끗하겠다!! 너는 그 입으로 엄마한테 사랑한다고 말하냐?! 앙?! 미친 새끼!! 팔꿈치를 썼잖아!! 그런데 뭘 잘했다고 지랄이야?!”
잔뜩 화가 난 이들이 진정하기까지, 피치는 꽤 오랜 시간 동안 멈춰져 있었다. 그리고 그런 틈을 타, 양 팀의 감독은 특정 선수를 불러 지시 사항을 부지런히 전달했다.
지네딘 지단은 공격의 루트를 단순화하길 원했고, 디에고 시메오네는 라인을 조금 더 낮추라고 요구했다.
양 팀의 현(現) 상황이 잘 반영한 두 감독의 지시 사항이 각 팀의 베테랑들에 전해진 후, 상황이 정리되기 무섭게 모드리치와 코케가 피치 전체에 크게 소리쳤다.
“앞으로 바로 찔러!”
“급하게 하지 마!!”
치료를 끝낸 앙투안 그리즈만이 잠시 피치를 떠나고, 프리킥이 선언된 위치로 사울 니게스가 다가갔다.
바로 페널티박스를 겨냥하기엔 거리도 제법 멀었고, 속도를 조절하란 지시가 내려진 지금 굳이 상대에게 볼을 쥐여 줄 가능성이 높은 방법을 택할 이유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지시 사항에 따라 템포를 조절하려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지만, 한 차례 피치를 휩쓸었던 열기는 조금도 줄어들어 있지 않았다.
오늘 종일 경기가 잘 풀리지 않았던 호날두가, 가비의 등 뒤에서 매우 위험한 태클을 가져간 것이다.
위로 들어 올린 호날두의 양발 스터드가 가비 페르난데스의 발목과 종아리로 향한다.
“으악-!!!”
갑작스러운 충격과 이어지는 고통에, 가비가 비명을 내지르며 피치에 쓰러진다. 무표정한 얼굴로 양말을 끌어 올리는 호날두의 곁으로, 분노한 코케가 다가선다.
“이 개새끼!! 너 일부러 그랬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시절에도 종종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던 호날두였지만, 최근 3년 동안 라 리가에서 보여 준 기행(奇行)은 도를 넘어서는 것도 많았다.
그는 자신을 귀찮게 하거나 아프게 한 수비수들을 교묘한 방법으로 타격했고, 인격을 깔아뭉개는 말들 역시도 서슴없이 내뱉었다.
특히 경기력이 나쁘거나 패배가 확실시되는 경기에서 그런 성향이 유독 잘 드러나곤 했는데,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도 이런 성격의 희생자가 되곤 했었다.
2012/13 시즌 리그 막바지엔 볼을 가지고 있지도 않은 후안프란의 종아리를 걷어차기도 했고, 국왕 컵 결승 때에는 가비의 태클을 받은 후 분노를 참지 못해 얼굴을 그대로 걷어차려 시도한 적도 있었다.
2014년 국왕컵 2차전 코너킥 상황에서는 디에고 고딘과 격한 몸싸움을 하던 중 얼굴과 머리를 주먹으로 두 차례나 가격하기도 했다.
이러한 전적이 있었기에, 코케는 가비가 뒹구는 순간 성질을 참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런 그를, 다시 한번 김다온이 호날두로부터 멀리 떨어트려 놓는다.
“놔, 이거!! 저 개새끼는 인간 말종이야!!”
“나도 알아! 그렇지만, 너가 화낼 필욘 없어!”
“뭐?! 어째서 그런 말을 하는데?!”
“진정해, 호르헤! 나도 너만큼 화가 났으니까! 하지만 저걸 좀 봐!”
“…….”
호날두에게 풀 수 없었던 감정을 애꿎은 김다온에게 표현하던 코케는, 만류하는 레알 마드리드의 선수를 뚫고 온 벤고에체아가 꺼내 든 빨간색 카드를 보게 되었다.
이미 한 차례 경고가 있었던 호날두였지만, 지금의 이것은 앞선 경고와는 상관이 없는 다이렉트 퇴장이었다.
몇몇 베르나베우의 팬들이 판정에 야유를 보내기도 했지만, 관중석에서 보기에도 퇴장이 선언될 만한 파울이 맞았기에 대부분은 혼란을 느끼고 있었다.
주변에서 이어지고 있는 아틀레티코 선수들의 거친 목소리를 외면한 호날두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자리에서 일어선다.
그는 연신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유니폼의 상의를 바지에서 빼냈고, 의아해하며 이유를 물어 온 지단마저 외면한 채 그대로 그라운드를 빠져나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귀빈석에 있던 플로렌티노 페레스 또한 자리에서 일어섰다.
“회, 회장님?”
“끝났네.”
“네?”
“사실상 우리의 리그 우승은 물 건너갔어. 저 빌어먹을 녀석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었으면 좋겠군.”
“…”
다이렉트 퇴장이었다는 점과 파울의 수위로 미루어 보아, 호날두는 최소 2경기 이상을 결장할 확률이 높았다.
그리고 그 말은 곧,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없이 33라운드에 펼쳐질 엘 클라시코를 치러야 한다는 의미였다.
물론 거기에 항의하여 징계 수위를 낮출 수도 있겠지만, 플로렌티노 페레스는 그렇게 하고픈 마음이 없었다. 오히려 연봉 인상을 거절할 좋은 핑계라고만 생각했다.
그렇게 계단을 오르기 시작한 레알 마드리드 회장의 모습은, 경기 중계 화면을 송출하는 ‘BeIN Sports’ 카메라에 고스란히 잡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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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리 탭하우스) – Sky Sports LaLiga 코멘테이터
“플로렌티노 페레스가 경기장을 떠나는군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플레이에 화가 난 것 같습니다. 남은 시간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만, 레알 마드리드는 이제 한 명 적은 상태로 남은 시간을 소화해야 합니다. 그렇지만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역시 가비가 뛸 수 없군요. 토마스 파티가 투입될 준비를 합니다. 가비 페르난데스의 상태가 좋지 않은 것 같습니다.”
***
.후반 41분
레알 마드리드 0 : 0 아틀레티코
페페의 부상과 호날두의 퇴장이라는 변수 속에서, 레알 마드리드는 분명 크게 흔들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증거는, 연이은 실수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아…….”}
{“에-이!! 대체 그건 뭐야?!”}
전방 압박에 당황해 패스를 엉뚱한 곳으로 보낸 나초가 손을 들어 올려 사과를 표현해 오고, 사이드라인으로 움직인 나는 빠르게 스로인을 가져가 볼을 뒤로 보냈다.
호날두의 퇴장 이후 레알 마드리드가 다이아몬드 4-4-1 형태로 전형을 바꾸면서, 나는 지금 사실상 메짤라(Mezz`ala)로 뛰고 있었다.
우리 역시 가비가 빠지면서, 파티를 수비형 미드필드에 둔 형태로 약간 전술을 바꿨기 때문이다.
“에-이!!”
후방에서 다시 패스를 전달받은 후, 피치 전체를 바라본 나는 반대편으로 축구공을 길게 보냈다.
미드필드를 다이아몬드 형태로 구축하는 전술을 공략할 때, 가장 중요한 게 바로 좌우 미드필드를 많이 뛰게 만드는 거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정확하게 날아간 패스가 후안프란의 발밑에 도착하고, 가까이 온 모드리치를 본 그는 잠깐 뒤로 패스를 돌렸다.
이렇게 되면 이스코 역시 덩달아 많이 뛰어 줘야 하는데, 이 압박 단계를 잘 뚫어 내면 중앙에서 더욱 넓은 공간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팡-!
‘그렇지.’
사울과 코케가 오른쪽에 치중한 사이, 왼쪽 중앙 미드필드 위치로 이동해 있던 나는 아무런 압박이 느껴지지 않는 공간에서 패스를 받아 전진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
그러자 바스케스와 카르바할이 각도를 좁혀 들어왔고, 나는 두 사람을 피하고자 안쪽으로 이동했다.
레알 마드리드 기준 오른쪽 수비진영이 텅텅 비어 버리게 된 것이다.
“…….”
그래서 난 본능적으로 그쪽을 보았지만, 애석하게도 코레아는 아까와 같은 곳에서 전혀 움직여 주지 않은 상태였다. 이럴 줄 알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다.
만약 코레아가 남들 수준만큼 축구를 이해했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좋은 커리어를 쌓았을 거다.
‘실망할 것 없어.’
애초부터 코레아가 제대로 포지셔닝을 잡지 못할 줄 알았기에, 난 아쉬워하는 대신 전진할 때부터 생각해 두었던 플레이를 가져가기로 했다.
그리즈만에 집중한 레알 마드리드의 수비는 그 주변으로 모여들었고, 덕분에 마르셀루가 있던 측면에 공간이 생겨났다.
그리고 거기로 후안프란이 뛰어들고 있었는데, 그가 달려갈 방향을 겨냥하여 신중히 축구공을 굴려 보냈다.
파앙-!
오른발 안쪽에 맞은 축구공이 빠르게 피치를 굴러 오른쪽 측면으로 향하고, 부지런한 스프린트를 선보인 후안프란이 내 패스를 발밑으로 가져간다.
그와 동시에, 난 덜컹거리는 레알 마드리드의 수비수들을 보게 되었다.
‘멈춰선 안 돼.’
현재 레알 마드리드의 수비가 삐걱거리고 있는 이유는 수적 열세와는 별개로 볼이 움직인 일련의 흐름 전체가 수비에 부담을 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말했듯 다이아몬드 4 전술에서 가장 중요한 포지션은 좌우 미드필드인데, 볼이 머무는 곳에 따라 다이아몬드의 모양과 크기를 바꿔 줘야 한다.
그리고 위아래의 꼭짓점에 서는 남은 둘은, 좌우 미드필드의 이동에 맞춰 간격을 조절하고 순간적으로 플랫 형태로 바꾸는 일을 해 줘야 한다.
한데 조금 전 나는 커다란 방향 전환 패스로 모드리치를 측면으로 움직이게 했고, 이후 살짝 뒤로 빠져 주면서 루카스 바스케스와 거리를 벌렸다.
이후 토마스 파티에게 볼이 전달되었을 땐, 가까이 있던 이스코가 파티가 있는 곳으로 움직였다.
이런 일련의 흐름 속에서 코케가 오른쪽에 더 힘을 보태며 바스케스를 끌어들였고, 바로 그 순간 레알 마드리드의 다이아몬드 4는 형태가 완전히 망가졌다.
다이아몬드도 플랫도 아닌 머리 부분이 긴 T자 형태가 된 것인데, 내가 전진을 시도했을 때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였다.
그렇게 내가 전진하기 시작했을 때,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의 공통적 생각은 바로 이것이었을 거다.
리커버리(Recovery).
순수 단어의 의미 그 자체는 회복에 있지만, 특정 포지션과 전술이 있는 스포츠에 대입하게 되면 이는 조금 다른 뜻으로 사용이 된다.
순간적으로 흐트러진 포메이션의 위치를 바로잡아, 본래의 위치로 돌아간다는 의미 말이다.
그것을 위해 레알 마드리드가 해야 하는 건, 어떻게든 나를 반대 방향으로 밀어 보내는 것이었다.
그들을 기준으로 왼쪽 수비에 치중한 상태였기에, 리커버리를 위해서는 왼쪽으로 치우쳐진 피치 밸런스를 오른쪽으로 밀어 보내야 했기 때문이다.
한데 난 그런 상황에서 오히려 중앙으로 더 이동했고, 카세미루를 앞에다 두고 다시 오른쪽으로 패스를 밀어 보냈다.
그렇게 본인들이 원하는 방향과 정반대로 공격이 전개되자, 레알 마드리드가 불편함을 느낀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서 끝내서는 안 된다.
크로스가 가능한 지역까지 볼을 전개하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우리가 바라는 것은 그 이상이기 때문이다.
“…….”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의 고개가 몽땅 후안프란이 있는 곳으로 이동해 있는 것을 확인하며, 난 정면의 카세미루를 지나 페널티박스를 향해 뛰어들었다.
이러한 나를 막아서는 선수는 아무도 없었는데, 퇴장과 체력 또 공격의 전개 등등 복합적인 요소가 작용되었기 때문이라 생각하고 있다.
‘여기.’
왼손을 높이 들어 올려 후안프란에게 신호를 보내고, 잠시 뒤 선수들에 의해 가려진 곳에서 불쑥 축구공이 튀어나와 박스 안쪽으로 날아들었다.
고개를 든 나는 두 눈을 축구공에 고정했고, 생각보다 빨리 떨어지는 축구공을 바라보며 몸을 날렸다.
티잉-
“…….”
쿵!
“욱-!”
피치에 다이빙하며 느껴진 통증에 잠깐 인상을 찌푸린 후, 난 몸을 들어 올려 축구공이 있는 곳을 확인한다.
일단 본능이 시키는 대로 몸을 날렸고, 머리 왼쪽에 축구공이 맞는 느낌이 났었다.
나도 모르게 입을 살짝 벌린 내게 바라본 레알 마드리드의 골대 쪽엔, 넘어져 있는 케일러 나바스와 그의 뒤에서 구르고 있는 축구공이 있었다.
‘들어갔……어?’
그제야, 막혀 있는 줄도 몰랐던 귀가 뻥하고 뚫렸다.
{“—-!!!!!”}
{“—!!!!”}
골대와 가까운 쪽 구석에 자리 잡은 원정석에서 커다란 함성이 뿜어져 나왔고, 상황을 확실하게 파악한 나는 몸을 일으킨 이후에 코너플랫을 향해 달려 나갔다.
그러곤 그렇게 몇 발을 내디딘 후, 있는 힘껏 뛰어올라 허공에서 오른팔을 사정없이 휘둘렀다.
“빠샤-!!!!”
지금까지 내가 머리로 집어넣은 골이 몇 개더라?
확실한 건, 라 리가에서는 최초이며 발로 득점을 하는 것보다 훨씬 더 짜릿하다는 것이었다.
생각보다 일찍 떨어지는 크로스에 뭐든 가져가야겠다는 생각에 정신을 놓고 달려들어 득점이 되는 상황을 보지 못한 것은 아쉬웠지만, 그거야 나중에 방송으로 보면 그만이다.
“으아아아아-!!! 이 개새끼!!!”
“으아아-!! VAMOS!!!!”
달려온 이들이 내게 뛰어들며 소리를 내질렀고, 그렇게 동료들에게 묻혀 버린 나는 그 틈바구니로 들려오는 이런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Somos los duenos de Madrid!!”
우리가 마드리드의 주인이다.
내일이 되면 역사는 그렇지 않다고 말을 하겠지만, 최소 오늘 밤 우리는 마드리드를 지배할 수 있을 것이다.
충격과 침묵에 빠진 베르나베우와 하나둘 관중석을 떠나기 시작한 사람들을 지켜보며, 큰 목소리로 노래하는 원정팬들을 바라본 나는 두 손을 높이 들어 손뼉을 두들겼다.
아직 경기가 끝나려면 몇 분이 더 남아 있었지만, 이 경기를 비길 거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
“더 소리 질러! 더!!”
팔을 휘젓는 내 모습에 한층 더 크게 열광한 이들이 베르나베우를 뒤덮을 정도로 크게 내뱉는 목소리의 사이엔, 드문드문 내 이름이 들어 있었다.
‘오- 그래. 바로 이거지.’
마드리드의 밤.
나는 오늘 이곳을 통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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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결과(La Liga 31R)
레알 마드리드 0 : 1 아틀레티코
[골] 김다온 : 후반 43분(후안프란)김다온 ? 97분 출전(1골/평점 9.2/M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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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per Daon : El Gobernador – 아스]? 또 하나의 슈퍼 다온을 볼 수 있었던 경기였다. 이번 2016/17 시즌 마드리드 더비 내내, 다온은 레알 마드리드를 완벽하게 제압했다. 그는 의심할 여지 없는 마드리드의 통치자(El Gobernador)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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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rrible Ronaldo ? 마르카]? 레알 마드리드가 승점 3점을 챙겨가지 못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최소 승점 1점은 챙겨갔을 수 있다. 끔찍했던 호날두의 퇴장이 레알 마드리드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승점 차를 5점으로 벌렸다. 이제, 레알 마드리드가 라 리가에서 우승할 방법은 아틀레티코가 스스로 넘어지길 바라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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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날두의 퇴장이 결정적이었다고 말을 하면서도, 끝까지 그를 옹호한 지네딘 지단. – 엘 에코노미스타]? 지네딘 지단, “퇴장 이전까지 호날두는 팀을 위해 헌신적으로 뛰어 주었다. 그저 운이 없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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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에 대한 기쁨을 표현하는 와중에도, 디에고 시메오네는 호날두가 한 태클은 영원히 축구에서 사라져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엘 데스마르케]? 디에고 시메오네, “호날두는 반성해야 한다. 그건 태클이 아니라 일방적인 폭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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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날두의 퇴장 직후 경기장을 떠난 플로렌티노 페레스로 인해, 레알 마드리드가 호날두를 판매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증폭되고 있다 ? OK 디아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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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 fin de la era ? 아스/Written By. Francisco Diaz]? 오늘 경기를 통해 우리가 확인할 수 있었던 사실은 단 한 가지다. 리오넬 메시는 김다온이 있는 FC 바이에른 뮌헨을 꺾고 2014/15 시즌 트레블을 기록했다. 반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레알 마드리드 이적 후 단 하나의 빅이어도 들어 올리지 못했다. 물론 매년 챔피언스 리그에서 가장 많은 득점을 기록하지만, 결국 최종 승리는 언제나 다온 아니면 메시의 것이었다. 그러니 우리는 이제 이렇게 말해야 한다. 이 시대는 다온과 메시의 것이다. 호날두의 시대는 끝났다. 아니 애초에, 그가 이 시대의 지배자였던 적이 있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