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74)
73화
2012년 1월 25일. 세이샬, 포르투갈. 벤피카 캠퍼스 ? 스포르트 리스보아 벤피카 인턴십 및 교육센터. SL 벤피카 클럽하우스.
현재까지 내가 느끼고 있는 덴마크와 포르투갈 삶의 차이점을 설명하려면, 축구가 얼마나 더 내 삶에 깊숙이 스며들게 되었는지부터 말해야만 할 것 같다.
최근 내 하루는 훨씬 더 단조롭고, 또 집을 떠나 생활하는 시간도 훨씬 더 길었다.
그리고 그 큰 역할을 하는 게 바로 이, 클럽하우스와 호텔을 오가는 생활인 것 같다.
우린 경기 전날뿐만이 아니라, 경기가 끝난 날에도 다 함께 호텔에서 하루를 묵는다.
집이 바로 코앞이더라도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예외 없이 팀과 함께해야만 했는데, 이는 아주 오래전부터 이어져 온 SL 벤피카만의 문화였다.
그래서 이번 일주일을 설명하자면, 7일 중 4일을 집이 아닌 공간에서 보내게 된 셈이었다.
똑똑똑-.
“들어오세요-”
“주앙!! 놀자!!”
꽤 오래전에 1군 선수들과 같은 층에 방을 배정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난 여전히 이곳으로 내려와 U-18 선수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했다.
특히, 혼자서 방을 쓰고 있는 칸셀루의 객실은 우리가 항상 모이는 아지트와도 같았다.
우리가 누구냐고?
“어? 넬송이랑 안드레는?”
“술을 가지러 갔어. 미겔의 방에서 와인 한 병을 훔쳤거든.”
“그래도 돼?”
“뭐 어때. 한두 번도 아니고. 응? 그런데, 잠깐.”
“왜?”
“너 지금, 내 말 다 알아들었어?”
“······?!?! 그러네?”
집을 자주 비우면서 얻을 수 있었던 유일한 장점이 있다면, 그건 포르투갈어로 대화하는 시간이 많아진다는 것이었다.
물론 아직도 제대로 된 대화를 하려면 경훈이 형의 도움을 절실히 필요로 했지만, 그래도 지금 칸셀루와 대화한 것을 보면 확실히 발전하기는 한 것 같다.
[아, 젠장. 의식했더니 갑자기 잘 안 들리기 시작했어.]“뭐?”
“내 포르투갈어는 병신입니다. 이해했어?”
“큭큭큭큭. 응. 이해했어.”
“쯧-”
자연스럽게 칸셀루의 곁에 자리 잡은 나는, 바닥에 놓인 패드를 쥐며 FIFA 12를 플레이할 준비를 마쳤다.
“아, 곧 플레이스테이션 4가 나온다네.”
“Que??”
“플레이스테이션 4!! 곧 나온다고!”
“아, 이해했어.”
“큭큭큭. 그래. 넌 어디를 고를 건데?”
문을 닫고 앉으며 패드를 쥔 칸셀루가 선택할 팀을 물어오고, 난 이번엔 클럽이 아닌 대표팀을 고르자고 제안했다.
“오-! 감히 포르투갈에 덤비려고?”
“하-!! 2002.”
“······칫.”
가끔 우리끼리 놀 때 자국 대표팀을 이야기하며 열을 올릴 때가 있었는데, 아무래도 수적으로 우세한 포르투갈이 늘 초반 우위를 점해왔다.
하지만 내가 초반이라 말한 것처럼, 결국 시간이 지나면 2002년의 추억을 끄집어낸 내가 최종 승리자가 되곤 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은 평생 포르투갈 대표이길 원한 얘네들에겐 금기어와도 같은 것이었다.
넬송은 아예 대화 자체를 거부했다.
안드레도 딱히 다르진 않았고.
포르투갈 언론이 ‘황금세대 유종의 미’를 강조하며 2002년 월드컵 결과가 다음 세대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 말을 해왔기에, 당시 대표팀을 선망했던 얘네들에겐 지우고 싶은 기억이었던 거다.
“그나저나, 내일은 넬송도 꼭대기라며?”
“응. 안드레도 교체명단에 들어간다던데?”
“아, 그건 아니라고 연락 왔어.”
“그래? 안드레가 실망했겠다.”
“응. ······ 그런데, 야 너.”
“그만-!”
“킥킥킥킥. 또 안 들리기 시작했어?”
이익- 젠장!
또 의식하기 시작하니 칸셀루의 말이 제대로 들리지 않게 되어버렸다.
낄낄거리는 칸셀루를 발로 밀어 침대에서 떨어트리고 나서야, 비로소 게임에 집중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그리고 말하는데.
한국 대표팀의 능력치는 정말 똥 중의 똥이다.
이렇게 나빴어?
“고오-오올!! 고르고르고르고르고르, 고오오올-!!”
[아- 씨! 나 안 해.]“이 정도면 팀 문제가 아니라, 조종사 문제 아냐?”
[뭐래.]전반전이 끝나기 전 0 : 3이 되어버리자, 하고 싶은 의욕이 사라진 나는 패드를 침대에 집어 던지며 그대로 드러누웠다.
그러자 저 착한 칸셀루는 잠시 패드를 놓아버렸다.
“이봐, 다온.”
“응?”
칸셀루가 내 이름을 불러와, 시선만 아래로 내린 채 녀석의 얼굴을 쳐다봤다.
“너 대체 어떻게 하는 거야?”
“Que?”
“그러니까. 축구. 수비. A팀. 이해했어?”
“아, 이해했어.”
이제는 조금 진지한 답변을 해야 할 것 같아, 난 상체를 일으켜 침대에 걸터앉았다.
그러자 의자를 이쪽으로 끌고 온 칸셀루가 가까이 왔다.
[야, 좀 절로 가.]드르르륵-!
살짝 의자를 밀어낸 나는, 적당한 거리가 된 뒤에 주머니를 뒤적여 경훈이 형이 준 메모장을 꺼내 들었다.
여긴, 축구에 관한 단어들이 적혀있다.
[어, 그러니까. Paciencia.]이건 인내를 말하는 단어로, 메모장과는 상관없이 내 머릿속에서 끄집어다 쓴 단어다.
[Lentamente. 이해했어? 넌 너무 성급해. Oponente. Ataque. 어······ Espere e prepare??]내가 금방 칸셀루에게 말한 단어들은 인내를 시작으로, 천천히, 상대, 공격이다.
또 마지막은 준비될 때까지 기다리란 의미였다.
습관인지 성격인지는 모르지만, 칸셀루는 수비를 할 때 너무 성급하게 달려들어 쉽게 벗겨지곤 했다.
“오-! 이해했어. 젠장! 너도 그 말 하네?”
“Que?”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고마워!! 정말 고마워!!”
“Good??”
“Ok, Good.”
덴마크에서 뛸 때부터 느껴왔던 것이지만, OK와 Good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통용되는 마법의 단어인 것 같다.
어쨌든 나름의 고민을 이어나가고 있는 칸셀루를 향해, 난 최대한 기분을 풀어주려 노력하며 시시껄렁한 장난을 쳐댔다.
곧 우린 낄낄거리면서 어울렸고, 다시 패드를 쥐며 게임을 계속 이어나가기로 했다.
하지만 바로 그때.
똑똑똑-!!
“주앙!! 어서 열어!!”
“오-! 애들이 왔어.”
와인을 가져온 고메스와 올리베이라가 등장했다.
그리고 그 뒤엔.
“어? 쟤는 누구야?”
“아, 얘? 얜 완전 꼬맹이야. 헤나투! 아까 말했지? 비밀을 지킬 수 있어?”
“응.”
“좋아. 그럼 너도 어서 들어와.”
이번에 고메스가 데려온 녀석은 SL 벤피카의 U-16 팀에 포함된 헤나투 산시스(Renato Sanches)라는 녀석이었다.
베르나르두처럼 SL 벤피카 Youth Team에서부터 시작한 성골 벤피카로, 키는 별로 크지 않았지만, 몸통 둘레가 어마어마한 녀석이었다.
“얘가 전에 너랑 논 이야기를 하니까, 같이 어울리고 싶다고 하잖아. 베르나르두랑 친하기도 하고 해서 데려왔어. 괜찮지?”
“Que??”
“하아- 아니다. 내가 말이 너무 빨랐지? 미안.”
작은 한숨과 함께 안으로 들어온 안드레 고메스가 문을 닫았고, 오늘은 이렇게 우리 다섯 사람이 비밀스러운 술자리(?)를 가질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잠깐.
“14살?? 얘 그런데 술 먹어도 돼?”
“아니, 그럴 리가.”
“휴우- 역시 그렇지?”
“헤나투!! 약속했던 것처럼 딱 한 잔 만이야!! 알겠지?”
“······.”
현재 이 친구들이 보여주는 모습은 나에게, 중학교 시절 어렵게 구한 두꺼비 소주를 나눠 먹던 생각을 하도록 만들었다.
이름이 뭐였더라?
진로?
나는 그 요상 쩍은 이름의 술을 두 번 다시는 마시지 않을 생각이다.
“자, 그럼. 내일, 넬송과 다온이 잘 뛰기를 기원하자.”
[뭐? 뭐? 뭐라고 했는데?]“넌 시끄럽고 그냥 물이나 얼른 들어.”
[물? 이거?]“그래, 바로 그거. 그럼, 하나둘셋 하면 알지?”
하나둘셋 이라는 단어는 곧바로 알아들을 수 있었던 난, 이어질 말이 어떤 것이 될지를 알고 있었다.
포르투갈어로 건배는 사우지(Saude)였는데, 뜻은 ‘건강’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건배를 할 때마다 “건강!”이라고 외치며 술을 마시는 셈이었는데, 축구 선수인 내게는 이것은 꽤 마음에 들었다.
물론, 술을 마실 생각은 없지만 말이다.
오늘은 넬송 올리베이라도 술 대신 가져온 음료수를 손에 쥐었다.
결국, 와인을 마시는 건 주앙과 고메스. 그리고 올해 14살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노안을 지닌 헤나투 산시스까지 세 사람뿐이었다.
“그럼? 하나. 둘. 셋!”
“사우지!!”
“사우지!”
혹시나 의심할까 해서 말하는 거지만, 우리가 늘 이렇게 비밀리에 모여 술을 마셔대는 건 아니다.
아니, 진짜로.
***
2012년 1월 26일. 1500-313 리스본, 포르투갈. 에우제비오 다 시우바 페헤이라 거리. 이스타디우 다 루스.
·경기 시작 1시간 전
SL 벤피카 0 : 0 CD 산타 클라라
&Match-Up`s Best Eleven(벤피카/상대팀)
&Match-Up`s Tactics(벤피카/상대팀) : 4-4-2(D6)/4-3-3(A)
GK ? 에두아르도 / GK – 이고르 스테파노비치
RB ? 김다온 / RB ? 안드레 시모에스
CB ? 미겔 비토르 / CB ? 산드루 시우바
CB ? 자르델 / CB ? 밀란 일리치
LB ? 요안 카프데빌라 / LB ? 파울르 그리우
DM ? 네마냐 마티치 / DM – 로렌소
DM ? 하비 가르시아 / CM – 미뇨카
RM ? 브루노 세자르 / CM ? 페드로 파체코
LM ? 야닉 잘로 / RW – 실베스트레
ST ? 하비에르 사비올라 / LW – 플라티니
ST ? 넬송 올리베이라 / ST ? 휴고 모레이라
.
.
오늘 상대하게 될 CD 산타 클라라는 포르투갈의 2부리그 격인 리가 프로(Liga Pro)에 속한 팀이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하위권을 맴도는 팀으로 딱히 강팀이라 볼 수는 없지만, 이런 컵대회에서는 방심은 금물이었다.
실제로 감독님이 가장 많이 강조했던 부분도, 방심했다가 조기에 탈락당한 팀들의 사례였다.
하지만 한편으로 감독님은, 우리가 상대의 전력을 압도하고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 넣는 것도 잊지 않으셨다.
그리고 이 경기가 리가 존 사그레스와 2월부터 시작될 챔피언스 리그 명단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이다.
확실히 감독님은 뭐가 중요한지를 알고 계셨다.
물론 나 같은 경우, UEFA가 정한 규정에 묶여 올해는 더 유럽대항전에서 뛸 수 없다.
에이전시가 내게 유럽대항전을 강조했던 건 벤피카에서 뛰면 챔피언스 리그에 진출할 가능성이 훨씬 더 크다는 걸 강조하기 위함이었다.
아마도 2월부터는 유럽대항전 위주로 출전하게 될 막시 페헤이라를 대신해, 리그 경기에 출전하는 횟수가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그때쯤이면 좀 더 포르투갈 무대에 적응해 있겠지.
“으앗-! 차거라!!”
[큭큭큭. 놀랐어?]“도대체가. 깜짝 놀랐다고!”
나는 그저 바짝 긴장한 올리베이라를 놀려주고 싶은 것뿐이었다.
포르투갈 U-19와 U-20 대표로서 충격적인 활약을 선보였던 넬송 올리베이라이지만, 이후 생각만큼 성장해주고 있지 못하다는 이야기도 듣고 있다.
물론 이곳 SL 벤피카의 공격진영이 워낙 빵빵하긴 하다만, 그래도 기대에는 한참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다.
최근에 U-18팀과 함께 훈련하며 확인한 넬송 올리베이라의 기량은 무척이나 위력적이었는데, 이상하게 성인무대에만 서면 본래 기량의 반절도 채 나오지 않았다.
이건 분명, 성격 때문이다.
겉으론 대범한 척하는 올리베이라였지만, 우리는 누구보다 그가 여리고 또 감성적이라는 것을 알았다.
여기에서 말한 우리란 나와 U-18에서 함께 뛰는 이들을 말하고 있는 거다.
A팀은 올리베이라가 어떤 친구인지를 알려고 하지 않는다.
그저 그가 소문으로 듣던 만큼의 기량을 보여주기만 바라는 모습이었는데, 이건 문화의 차이일 거다.
그래도 이건 너무 쌀쌀맞지 않으냐고?
글쎄.
내 대답은 반반이라는 것이다.
나야 워낙에 많은 이적료를 받고 움직여 동료들이 거기에 대한 존중을 어느 정도 보여주고 있다지만, 평소 유스들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분명한 선을 긋고 있다는 점이 보였다.
또 이곳엔 팀의 다음 세대를 책임질 것으로 평가되는 유소년 선수가, A팀 선수의 축구화를 빨래하는 문화가 형성되어 있다.
얼핏 한국식의 선후배 문화와 비슷하게 여겨질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는 꽤 많은 부분에서 달랐다.
이와 같은 문화는 영표 형이 뛴 도르트문트에서도 있었던 것으로, 유소년 선수들에게 자신이 주목받는 중이며 다음에는 자신이 축구화를 닦이는 상황에 서게 하겠다는 동기부여를 전해줬다.
실제로도 선수들이 그런 방식으로 생각했고 말이다.
오늘은 주앙이 내 축구화를 닦아 줬었다.
[야. 모델이 뭐라고?] [리썰존. 아디다스 프레데터.] [뭐??]하지만 확실히 우리의 분위기는 남들과는 조금 달랐다.
나는 SL 벤피카와 계약한 조건에 따라 시합과 연습에서 쓸 축구화를 한 달에 25켤레씩 받고 있는데, 실제로 쓰는 건 15켤레 정도라 남은 열 족을 칸셀루에게 주려고 했다.
덕분에 이곳만큼은 엄숙한 분위기보단 장난기가 섞여 있었고, 오늘은 그것 때문에 한 차례 지적을 받기도 했었다.
그렇지만 나로서는, 이렇게 가볍게 대화하는 편이 훨씬 더 마음이 편했다.
더구나 칸셀루와 나는 친구지 않은가?
결국, 중요한 건 시합에서 뛸 선수의 입장인 법이다.
그래서 팀도 더 제지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자, 가자. 집중하고. 알겠지?”
오늘 경기의 주장 완장을 찬 카프데빌라가 가벼운 격려의 말과 함께 선수들을 대기하는 복도로 이끌었다.
그리고 잠시 뒤에 난, 오늘 경기의 볼 보이를 맡은 헤나투 산시스를 확인할 수 있었다.
녀석은 저 멀리에서 장난 섞인 손짓을 보내왔고, 웃지 않으려고 노력하던 나는 어금니를 악물며 잔디밭을 뚫어질 정도로 노려보았다.
지금은 양 팀이 필드에 나서 리가 존 사그레스의 테마를 듣는 시간으로, 될 수 있으면 엄숙할 것을 요구받는 자리였다.
분명, 헤나투도 이것을 알고 있을 거다.
그런데도 저 녀석은.
‘나중에 두고 봐.’
오늘의 일은 언젠가 배로 갚아주겠다는 결심과 함께, 난 포지션을 찾아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의 주 포지션인 오른쪽 풀백 위치로.
‘정말 오래간만이야. 안 그래?’
고작 해봐야 3주 정도가 지났을 뿐인데, 나는 오른쪽 풀백으로 출전할 수 있었던 지금 상황이 무척이나 감격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