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740)
740화 Eleccion y enfoque (6)
지난 2월, 잉글랜드 런던의 공영방송사 ‘BBC’는 이례적으로 특별 제작한 다큐멘터리를 국가 전역에 송출했다.
그 제목은 어느새 진부해져 버린 ‘Wonder.’
바로, 김다온을 가리키는 단어였다.
다큐멘터리는 김다온과 그의 가족이 덴마크로 떠나기 전부터의 이야기를 담았으며, 독일 진출 이후의 삶을 중점적으로 다뤄 발롱도르와 FIFA 올해의 선수를 수상하기까지의 과정을 특유의 덤덤하고 침착한 분위기로 설명했다.
‘BBC’의 홈페이지에 재방송 요청이 쇄도하여 PPV로 재탄생 될 김다온의 이야기는, ‘BBC ONE’ 역대 시청률 Top 20(19위)에 포함될 만큼 큰 인기를 누렸다.
레스터 시티의 촉망받는 젊은 윙어인 데머레이 그레이 역시, 레스터셔(Leicestershire)의 자택에서 다큐멘터리를 시청했다.
‘Oh, Man. This guy is Mental!’
EPL이라는 전 세계 최고 수준의 축구 리그에서 뛰고 있긴 했지만, 동시에 데머레이 그레이는 사회적 반항심이 남은 스무 살의 평범한 남자이기도 했다.
그레이는 당시의 다큐멘터리를 보며, 당연히 약간의 과장이 섞여 있을 거라고 믿었다.
특정한 인물을 대상으로 한 다큐멘터리는 미화(美化)에 목적이 있고, 상상력이 보태어져 실제 있어 온 내용을 부풀리기 마련이라고 말이다.
특히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롤모델로 삼아 온 그레이였기에, 발롱도르를 빼앗아 간 김다온이 곱게 보일 리 없었다.
교체 후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지난 1차전이 끝난 뒤에도, 이러한 그레이의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다. 여전히 그의 세계 속엔, 김다온은 과대평가된 선수였다.
우연에 우연이 겹쳐, 현재의 위치에 서게 된 선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러나 오늘.
쿵-
‘뭐 이렇게……. 힘이…….’
겁 없기로 유명한 20세의 윙어 데머레이 그레이는 살면서 마주한 적 없는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저돌적으로 달리던 그가 나풀거리며 넘어진 순간, 경기를 지켜보던 이들의 상당수가 인상을 살짝 찌푸리며 눈을 질끈 감아 버리고 말았다.
데머레이 그레이와의 몸싸움에서 가볍게 승리를 거둔 후, 볼을 뒤로 돌려 안정감을 확보한 김다온이 뒤를 슬쩍 돌아보곤 다시 자신의 플레이를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처음엔 어금니를 질끈 깨물며 자리를 털고 일어섰던 그레이였는데, 지금은 같은 동작을 가져가기가 조금 힘이 들었다.
“…….”
천천히 몸을 일으켜 다리를 움직여 보지만, 의욕이라는 것이 좀처럼 생겨나고 있지 않았다.
그는 지금.
‘농담이겠지. 이게 실화라고?’
살면서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낯선 감정과 마주하고 있다.
.
(이안 다크) – BT Sports 코멘테이터
“이건, 힘의 격차가 느껴집니다.”
.
.
.전반 27분
레스터 0 : 1 아틀레티코
(스티브 맥매너먼) – BT Sports 컬러-코멘테이터
“보통은 이런 말을 잘 하진 않지만, 지금은 보기에 조금 괴로울 정도입니다. 데머레이 그레이에게 잔인한 하루입니다. 표현 그대로, 피치 위에서 아무것도 하고 있지 못해요. 아직 어린 선수입니다. 큰 충격을 받을 수도 있죠.”
(이안 다크)
“1차전과 변화를 주고자 데머레이 그레이를 오른쪽에 출전시킨 크레이그 셰익스피어입니다. 어쩌면 리야드 마레즈를 그대로 오른쪽에 내보내는 게 나았을 수도 있겠습니다. 어린 선수에겐 잔인한 하루로군요.”
.
.
(김명정) – SPORTV 아나운서
“현재까지 왼쪽 측면에서 완벽한 수비력을 보여 주고 있는 김다온입니다.”
(한희준) – SPORTV 해설위원
“메시나 호날두를 상대로도 좋은 수비를 보여 줬던 김다온 아니겠습니까? 가레스 베일이나 여타 다른 라 리가의 윙어는 확실히 한 수 아래에 두고 뛰었거든요. 데머레이 그레이도 물론 좋은 선수입니다만, 김다온을 상대하기에는 아직 기량이 충분히 피어나진 못했습니다.”
.
전반 19분, 하프라인에서 패스를 받아들었던 데머레이 그레이는 김다온의 기습적인 압박에 볼을 간수하지 못하고 상대에게 넘겨주고야 말았다.
그리고 곧바로 이어진 상황에서, 김다온-카라스코-그리즈만으로 이어진 간결한 역습에 실점을 허용했다.
이번 시리즈의 종합전적이 0:6으로 벌어진 순간이자, 레스터 시티의 선수들과 팬들의 머릿속에 탈락이란 도장을 확실히 찍어 버린 결정적 장면이었다.
하지만 팬들을 위해 계속해서 경기를 뛰어야 했고, 결과를 받아들인 셰익스피어는 화를 내는 대신 독려를 택하며 유종의 미라도 거두고자 했다.
데머레이 그레이 역시 실수(?)를 만회코자 열심히 뛰려고 했지만, 그럴수록 점점 더 깊은 수렁에 빠져들었다.
어느새, 그의 다리는 완전히 멈춰 섰다.
‘어디로……. 가야.’
오른쪽 사이드라인을 등지고 김다온을 마주한 순간, 축구공을 발 앞에 놓아둔 그레이는 머릿속이 완전히 정지되어 버린 것만 같은 착각을 느꼈다.
어디에서도 빈틈은 보이지 않았고, 어떠한 선택을 하건 수비수가 먼저 반응해 볼을 가져가 버릴 것만 같았다.
“헤이!!!”
“!!”
움찔거리기만 하는 그레이가 아무것도 못 하고 있을 무렵, 벤치 쪽에서 커다란 목소리가 들려왔고 잠시 뒤 정신을 차렸을 때 그는 피치에 무릎을 꿇은 상태였다.
‘도대체 무슨 일이?’
머릿속이 온통 혼란으로 가득한 그레이는, 멍한 얼굴로 달려나가는 김다온의 뒷모습만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 장면을 보며, 레스터 시티의 감독 크레이그 셰익스피어는 고개를 숙이고 만다. 젊은 선수의 패기에 기대를 걸어 보았지만, 터무니없는 망상이었다.
오히려, 오늘의 이 한 경기가 전도유망한 젊은 공격수의 커리어를 갉아먹어 버릴 것 같았다.
“Bugger…….”
욕설을 내뱉으며, 셰익스피어가 전광판을 쳐다본다.
‘이렇게나 많이?’
아직, 전반전은 1/3이나 남았다.
복잡한 생각에 잠긴 레스터 시티의 감독은 당장 그레이를 불러들이는 것과 하프타임까지는 남겨 두는 것 중에 어떠한 쪽이 선수를 돕는 일인지를 고민해 보았다.
지금 당장 그레이를 불러들이고 선수를 바꾸는 게, 팀을 위해서는 가장 나은 선택지였다.
상식적으로 이 경기를 7:1로 뒤집는 것은 무리기에, 최소한 한 골 차로라도 승리를 거두고자 한다면 조금이라도 더 시간이 많이 남았을 때 변화를 주는 게 옳았다.
하지만 그건 어쩌면, 데머레이 그레이에게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상처를 남길 수도 있었다.
아니. 틀림없이 그럴 거다.
“…….”
결국 이것도 저것도 택할 수 없었던 크레이그 셰익스피어가 방황하는 사이, 깔끔한 연계 이후 패스를 넘겨받은 니콜라스 가이탄이 오늘 경기 두 번째 득점을 성공시킨다.
대략 23m 정도 되는 지점에서의 중거리 슈팅이었고, 눈으로 보기에 즐거울 만한 그런 장면이었다.
충격에 빠져 침묵하는 킹 파워 스타디움.
그리고 그 속에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선수들은 부상 이후 복귀전에서 득점을 성공시킨 니콜라스 가이탄을 위해 피치 한쪽으로 모여들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김다온은 환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함께 준비한 것으로 보이는 셀레브레이션을 펼쳤다.
‘어떻게 저렇게 웃을 수 있지?’
해맑게 웃는 김다온의 모습이 오히려 오싹하게 느껴진 크레이그 셰익스피어는, 가진 힘을 모두 쥐어짜 내어 피치에서 고개를 숙인 선수들을 향해 손뼉을 두들겼다.
그래 봐야 아무 효과도 없을 거라는 것을 알았지만, 현재로서는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그저 마지막 순간까지 고개를 들고, 2015/16 시즌 EPL의 챔피언다운 모습을 보여 주길 바랄 뿐이다.
“Come on, Guys!! Head Up!!”
EPL 우승이란 타이틀은 지금, 그 가치가 하염없이 땅으로 추락하고 있었다.
.
.
.경기 종료
레스터 0 : 3 아틀레티코
[골] 앙투안 그리즈만 : 전반 19분(야닉 카라스코)니콜라스 가이탄 : 전반 40분(사울 니게스)
페르난도 토레스 : 후반 31분(코케)
김다온 ? 95분 출전(평점 8.3)
MoM ? 니콜라스 가이탄(1골/평점 8.6)
***
전년도 EPL 챔피언이 종합전적 0:8이란 처참한 결과로 탈락을 하게 되자, 킹 파워 스타디움에 자리했던 기자들의 사이에서는 크고 작은 한숨이 흘러나왔다.
이제는 그 어디에서도, 축구 종주국다운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후우……. Bugger.”
“힘내라고, 제임스.”
“하-! 이 꼴을 보고도 말이야?”
“어쩌겠어. 상대가 나빴다고.”
“……그래. 어쨌든 고마워.”
“응. 안에 취재할 거지?”
“당연히. 곧 따라갈게.”
“그래. 그럼.”
1874년에 창간된 오랜 역사를 지닌 일간지 ‘레스터 머큐리’는, ‘트리니티 미러’ 소속으로 현재 레스터 시티와 관련한 가장 빠르고 정확한 뉴스를 전달하는 곳이었다.
레스터 시티의 극적인 우승 신화를 담은 ‘5000-1 : 레스터 스토리’의 저자 롭 태너(Rob Tanner) 역시 ‘레스터 머큐리’의 소속이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이는, 스스로 푸른 피가 흐른다고 주장하는 제임스 샤프(James Sharpe)였다.
현시점 가장 정확한 레스터 시티의 소식통으로, 클럽을 향한 애정 또한 상당했다.
근래에는 최소 라힘 스털링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는 데머레이 그레이에게 많은 관심을 쏟고 있기도 했다.
‘이건 상처가 좀 깊겠어.’
제임스 샤프는 후반전 동안 방송 카메라에 몇 번이나 잡힌 데머레이 그레이의 모습을 떠올렸다.
처음에 그는 다소 멍해 보였고, 후반 15분이 지나고 나서부터는 괴로운 듯 고개를 푹 숙인 채 머리를 쥐어뜯거나 손톱을 물어뜯는 불안증세를 보였다.
0:3이 된 이후에 다시 한번 카메라에 잡혔을 땐, 눈물을 글썽이기까지 했다.
‘수준 차가 너무 심했어.’
팀으로서도 또 그레이 개인으로서도, 피치에서 마주한 상대가 너무 좋지 못했다.
지난 1월 코파 델 레이 16강 2차전 이후, 아틀레티코는 벌써 3개월 이상 패배를 기록하지 않았다. 3월 15일 레버쿠젠과 0:0으로 무승부를 거둔 이후 6연승. 오늘 경기까지 포함하면 7연승을 기록 중이다.
그리고 4월에 접어들어서는 아직 실점이 없다.
말라가와의 라 리가 29라운드 경기에서 2:0 승리를 거둔 것을 시작으로, 리그와 챔피언스 리그를 오가며 치른 6경기 동안 모두 클린 시트를 기록한 것이다.
‘말도 안 돼.’
분명 시즌 시작 전만 하더라도, 아틀레티코는 강팀으로 분류되기는 해도 한계가 명확해 보였다.
유럽을 강타했던 디에고 시메오네의 전술도 식상한 것이 되어버렸고, 많은 감독이 아틀레티코의 축구를 파훼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
한데 지금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유럽에서 가장 강한 클럽처럼 보이고 있고, 디에고 시메오네 역시 두 줄의 플랫이 아닌 3-5-2를 사용하고 있다.
과연, 누가 이런 상황을 예측했을까?
지난 4년 동안 유럽 최고의 클럽이던 바이에른 뮌헨이나 전통의 강호인 레알 마드리드와 FC 바르셀로나가 아닌,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빅이어에 가장 가까워 보일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작년 레스터 시티가 전 세계에 안겨다 준 충격만큼은 아니지만, 올 시즌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역시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이래서야…….’
영원히 축구 기자로 살아가는 것을 관둘 수 없다고 생각하며, 제임스 샤프가 인터뷰가 이뤄지는 장소로 발걸음을 옮긴다.
잠시 시간이 지나 패장(敗將)인 크레이그 세익스피어가 먼저 안으로 들어섰고, 뒤이어 취재 현장에 모인 기자들의 날카로운 질문이 쏟아져 내렸다.
“이번 패배의 원인은 뭐죠?”
“왜 그레이를 선발로…….”
“선수들에게 실망하셨나요?”
“전술적으로 전혀 나아지지 않은 모습…….”
기자들 모두 처음부터 넘기 어려운 상대였다는 것을 인정하곤 있었지만, 전년도 EPL 챔피언이 종합전적 0:8로 패했다는 좋은 소재를 외면할 순 없었다.
PL의 현실을 처참하게 표현할수록 사람들은 분노하겠지만, 그만큼의 조회수와 수입은 보장받을 수 있다.
미디어의 발달로 더욱 큰 자극이 필요해진 사람들에게 있어, 분노는 가장 판매하기 쉬운 뉴스다.
“결과적으로 리그를 포기한 건 실패…….”
강등을 피한 PL에 신경 쓰는 비중을 줄여 가며 나름대로 챔피언스 리그를 준비해 온 레스터 시티. 하지만 그런 선택과 집중은, 0:8의 종합전적과 함께 처참한 결과로 되돌아왔다.
그리고 이제부터 당분간, 그 벌을 받을 시간이다.
‘여기는 PL이니까.’
굳게 입을 다물고 씁쓸히 회견 현장을 바라보는 제임스 샤프의 입가엔, 자조(自嘲)하는 미소가 짙게 스며들어 있었다.
예전부터, PL은 가장 호들갑스러운 리그였다.
***
[크리스 서튼, “PL은 끝났다. 이렇게 된 데에는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 FA 회장은 거기에 책임을 져야 한다. 그리고 선수들도 반성해야 한다. 이들은 과거의 영광을 갉아먹기만 하고 있다.” – 데일리 메일].
.
[로이 킨, “오늘날 PL에 있는 모든 클럽은 내가 뛰던 시절 맨유와 붙으면 전부 3:0이나 4:0으로 쳐 발렸을 것이다. 현재 리그에서 제대로 된 팀은 첼시 정도가 유일하다.” – 슈퍼 선데이].
.
[전체 탈락. PL의 챔피언스 리그는 또 한 번 5월이 되기 전에 끝나 버렸다. – 데일리 미러].
.
[우리는 이제 아마도 유럽에서 네 번째 리그 정도일 겁니다. – BBC Sports 홈페이지 메인화면]***
2017년 4월 19일. 잉글랜드 상공(Over England).
회복 훈련을 위해 오전에 다시 킹 파워 스타디움을 찾았을 때, 나는 근처에 있던 스태프에게 부탁하여 직접 쓴 편지 하나를 전달해 달라고 요청했다.
수신인은 데머레이 그레이였고, 난 그에게 상심하지 말라는 말과 함께 진심을 담은 몇 마디를 더 적어서 보냈다.
어제 경기가 끝난 다음부터, 미디어와 소셜네트워크상의 팬들이 데머레이 그레이를 물어뜯고 있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호텔로 돌아왔을 땐, 휴대폰으로 그가 좌절하는 장면을 담은 짧은 영상도 보았다.
“특별한 말은 없었어.”
“그 말을 믿으라고?”
“응. 진짜거든?”
“Vamos, Amigo. 그러지 말고 좀 말해 봐.”
“싫어. 그건 사적인 대화였다고.”
편지를 전달하는 것을 목격하고 날 괴롭히는 코케를 떨쳐 낸 뒤, 나는 헤드폰을 착용하고 노래를 틀어 잠을 청해 보았다.
하지만 딱히, 눈이 감기지는 않았다.
“…….”
사실은 어제 데머레이 그레이를 상대하는 일은 굉장히 쉬웠다. 이따금 아틀레티코의 B팀 선수들을 불러 올려 연습 경기를 가지곤 하는데, 그와 비슷했다.
단순한 1차원적인 플레이가 빠른 발과 기술을 가리고 있다는 느낌도 받았다.
[To. Gray.]그래서 나는 그것들도 편지 안에 담았다. 과거 나의 경험과 훈련 방법들을 함께 적으면서, 그것들이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말을 보탰다.
부디 그가 모욕으로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말이다.
‘그런 마음은 전혀 없거든.’
괜한 짓을 한 것인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해 오기 시작했지만, 어차피 이미 엎어진 물이었다. 그것을 주워담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일단 결과를 기다려야 할 것 같다.
서로 연락처를 모르는 사이라지만, 요즘 세상은 소셜네트워크에만 접속하면 얼마든지 서로에게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
만약 나의 진심이 닿았다면, 마드리드에 도착했을 때 휴대전화에 어떤 반응이 있을 것이다.
아니라면?
‘뭐, 어쩔 수 없고.’
스스로 선택해서 저지른 일에 대해 후회하는 건 적성에 맞지 않는 것이었기에, 나는 곧바로 이것을 잊기로 하며 모포를 어깨까지 끌어 올렸다.
여전히 잠은 오지 않았지만, 그래도 눈을 감고 있으니 휴식을 취하는 것 같았다.
이제 우리의 다음 일정은 다가오는 토요일에 치를 에스파뇰 원정이다.
최근 기세를 끌어 올리면서 리그 13위에서 9위로 뛰어오른 상태이니만큼, 승리가 그리 수월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그보다 더 신경이 쓰이는 건, 그 전날 밤에 있을 챔피언스 리그 4강 조 추첨이다. 스페인 시각으로 21일 밤 10시 30분에, UEFA 본사의 스튜디오에서 진행된다.
난 당연히 그걸 TV로 지켜볼 생각이다.
아무래도 현재 가장 신경 쓰이는 건, 뮌헨을 꺾고 올라온 레알 마드리드다.
레알은 어제, 연장전에만 3골을 터뜨리며 종합전적 6:3으로 승리를 거뒀다. 라모스의 자책골이 나올 때만 해도 흐름이 넘어가나 했는데, 결국 호날두가 승부를 결정지었다.
그리고 오늘 남은 네 개의 팀이 승부를 가리게 될 텐데, 난 그것 역시도 TV로 시청할 생각이다.
‘……졸려.’
어느새 잠이 밀려들고, 그대로 잠드는 것을 택한 나는 조금씩 의식의 끈을 놓기 시작했다.
이런 내 머릿속엔, 경기가 끝나고 펩에게 받은 축하 메시지가 떠오르고 있었다.
과연 그건 나의 승리를 축하하는 것이었을까? 아니면 축구 선수로서 한 단계 더 올라선 것에 관한 축하였을까?
그것도 아니라면 둘 다?
‘에이, 설마.’
어제 경기가 끝난 후에 기자들은 관중석에 있던 펩이 연신 놀라워하며 머리를 감싸 쥐었다고 했다.
난 처음에 그것을 믿지 않았지만, 나중에 요나스가 보내준 영상을 보고 나서야 믿게 되었다. 손으로 입가를 가리고는 있었지만, 펩은 분명 웃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호텔 침대에서 영상을 보던 나 역시, 그의 모습에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스승을 기쁘게 하는 건 늘 반가운 일이다.
또 스스로에 뿌듯한 일이기도 했다.
스페인에서 보낸 지난 수개월이 가치가 있었다고 생각을 하며, 나는 지난 새벽에 그랬던 것처럼 행복한 기분으로 잠에 빠져든다.
그리 멀지 않은, 재회의 날을 기다리면서.
‘곧 다시 만나요, 펩.’
맨체스터 시티에서의 나의 축구가 어떠한 여정으로 이어질지, 지금 당장은 거기까진 생각하지 않기로 한다.
왜냐하면 지금 당장 더 중요한 게 있으니까.
현재의 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선수다.
***
※ 2016/17 챔피언스 리그 준결승 추첨 결과
레알 마드리드 VS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AS 모나코 VS 유벤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