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741)
741화 Magister
[전 세계 축구팬의 시선은 이제 마드리드로 향하고 있다. – ESPN]? 레알과 아틀레티코의 마드리드 더비는 유럽의 2016/17 시즌을 통틀어 가장 주목받는 경기였다. 두 경기를 향한 관심은 엘 클라시코를 넘어섰었으며, 아틀레티코는 두 차례 모두 승자가 되었다.
한데 바로 어제, 어쩌면 최근 몇 년을 통틀어(심지어 챔피언스 리그를 포함한다고 해도) 가장 큰 하이라이트 매치업이 성사되었다.
챔피언스리그 결승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만난 두 팀의 매치업은 5월 2일과 10일에 펼쳐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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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의 매치업이 성사되다 : 마드리드의 주인이 빅이어를 거머쥘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 Go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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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지 않은 경기를 예상한 디에고 시메오네 ? 아스]? 디에고 시메오네, “(이번 조 추첨은)최상의 결과는 아니다. 그렇지만 준결승에서 만나는 모든 클럽이 대단한 팀이다. 한편으론 마드리드를 떠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다행이란 생각도 든다. 주어진 시간이 썩 많은 편은 아니지만,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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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욕을 다짐한 지네딘 지단 ? 마르카]? 지네딘 지단, “(지난 두 번의 패배는) 우리에겐 뼈아픈 기억으로 남아 있다. 쉽진 않겠지만, 준비를 잘해서 꼭 승리를 거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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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피언스 리그 준결승 대진에 자신감을 피력한 김다온 ? 엘 문도 데포르티보]? 김다온, “전혀 실망스럽지 않다. AS 모나코와 유벤투스도 뛰어난 팀이다. 오히려 원정에 대한 부담이 적어진 것이 반갑다. 현재 리그의 표를 보라. 우리가 왜 1위이며, 마드리드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려 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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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온의 인터뷰를 비난한 레알 마드리드의 회장 플로렌티노 페레스 ? 마르카]? 플로렌티노 페레스, “두 달 뒤에 떠날 녀석이 주인 어쩌고 할 만큼 마드리드는 만만한 곳이 아니다.”
***
2017년 4월 21일. 28221 마드리드, 스페인. 마하라혼다. C. 세로 델 에스피노, s/n, 파벨론 2. 시우다드 데포르티바 완다 아틀레티코 데 마드리드.
마드리드 더비 성사 이후, 이 도시는 확실히 후끈 달아오르고 있었다. 거리 곳곳이 챔피언스 리그 준결승 광고로 도배됐고, 라디오에서도 온통 같은 이야기뿐이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러운 사건 사고들도 터져 나왔는데, 어제는 시내에서 팬들끼리 충돌이 있었다.
먼저 술을 마시던 레알 마드리드의 팬들이 있는 펍으로 아틀레티코의 유니폼을 입은 사람이 있는 무리가 들어섰고, 가벼운 설전으로 시작된 것이 폭력 사태로 연결된 것이다.
뉴스에 따르면 한 사람이 크게 다쳤고 두 명이 경상을 입었으며, 싸움에 휘말려 든 사람만 12명에 달했다고 했다.
오늘 오전 마드리드의 경찰청장이 직접 인터뷰 자리에 나서며, [“축구팬들 사이의 폭력 사태를 엄중하게 처벌할 것.”]이라 말한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현재, 이곳은 지금까지 내가 경험해 본 그 어떠한 도시보다도 뜨겁게 달아올라 있다.
“하마터면 델 뻔했다니까.”
“젠장. 괜찮은 거야?”
“응. 약간 벗겨진 정도가 다야.”
전날 해산물을 구워 먹으려다 약간의 사고를 겪은 니코가, 불에 그을린 흔적이 남은 손등을 보여 주었다.
챔피언스 리그 준결승을 전후로 경기 일정이 잡혀 있는 현재, 레스터 원정에서 훌륭한 경기력을 선보인 니코는 굉장히 중요한 자원이다.
이미 시메오네도 그런 식으로 말한 걸로 안다.
“그나저나, 그 이야기는 들었어?”
“아, 그거? 뭐, 딱히 놀랍지도 않아.”
“확실한 증거가 없는 게 아쉽네.”
“영원한 비밀은 없으니까. 언젠간 사람들도 모두 다 알게 되겠지.”
“힘내.”
“하하, 내가 침울한 걸로 보여?”
유럽 축구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플로렌티노 페레스의 이름을 알고 있을 것이다. 레알 마드리드의 회장이자, 세계 1위 건설 회사 ACS의 CEO다.
레알 마드리드를 응원하는 팬들에겐, 대체 불가능한 존재이자 역대 최고의 회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레알 마드리드의 팬들은 플로렌티노 페레스의 특정 진실을 감추길 원한다.
그는, 굉장히 안하무인(眼下無人)한 사람이다.
그제 나의 인터뷰가 ‘엘 문도 데포르티보’를 통해 공개된 이후, 이튿날 플로렌티노 페레스가 아스의 토마스 론세로를 직접 불러 반박하는 내용을 언론에 알렸다.
바짝 날이 선 인터뷰 내용은 대부분 나의 진정성을 헐뜯는 것이었고, 주된 흐름은 임대로 합류한 주제에 까불지 말라는 것에 가까웠다.
그리고 어제저녁, 관계자들 사이에서 플로렌티노 페레스가 아스에 했다는 말이 떠돌기 시작했다.
문장 하나하나가 너무나도 주옥같아서, 잊으려고 해도 당분간은 그것을 잊기 쉽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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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녀석은 너무 건방져. 그런 녀석은 다리가 한번 부러져야 해. 영원히 불구로 살게 말이야. 그러면 내가 휠체어 한 대쯤은 선물로 해 줄 수 있겠지.”] [“축구의 수준이 떨어졌어. 개를 잡아먹고 마늘 냄새나 풍기는 녀석을 응원하다니 말이야.”] [“걔랑 걔 아내 그리고 가족 전부 역겨워. 가능하다면 영원히 동양인을 멀리 떨어트려 두고 싶은 심정이야. 노란 녀석들은 원래 미개하다고. 검은 녀석들이랑 크게 다를 바 없어.”] [“장담하는데, 그 녀석이 PL로 떠나고 나면 바로 추락할걸? UEFA나 FIFA도 정신이 나갔어. 그런 녀석에게 발롱도르랑 올해의 선수를 주다니. 그건 전부 다 중국의 돈 때문이지. 아틀레티코를 봐. 그리고 그 미개한 팬들도. 중국 기업의 이름이 훈련장에 적혔다고 시위를 벌인 게 엊그제면서, 이제는 그 돈으로 데려온 선수에 열광하고 있잖아? 다들 병신인 거야.”]@@@
딱히 기록을 남거나 한 내용은 아니고 말 그대로 소문일 뿐이었지만, 그간 보여 준 플로렌티노 페레스의 행적으로 보건대 사실일 확률이 높았다.
‘어딜 가나 머저리는 있는 법이지.’
한때 나를 영입하려고 했었던 클럽의 회장이라는 생각에, 난 고개를 저으며 진절머리를 쳤다.
일단 최대한 생각하지 않는 게 최선이다.
“일단, 최근의 에스파뇰에 관해 설명하마.”
“…….”
“…….”
그라운드 훈련 일정이 모두 끝난 뒤, 브리핑실 안으로 들어선 시메오네가 설명을 시작했다. 늘 있는 전력분석 시간에 지나고 나면, 내일 경기의 선발 명단이 발표될 거다.
클럽에 있어 긍정적인 신호라면 시즌 아웃으로 예상되었던 필리페 루이스가 복귀했다는 점이다. 모든 테스를 통과했고, 훈련도 정상적으로 하고 있다.
그래서 시메오네는 이번 챔피언스 리그 준결승 직전에 펼쳐지는 라 리가 경기에서, 나를 대신해 필리페 루이스를 기용할 로테이션 계획을 세웠다.
그에 관해 나와 이미 대화를 주고받았고, 나 역시 더 큰 목표를 위해 로테이션을 받아들였다.
“선발 명단은 이렇다. 얀, 다온, 뤼카, 고딘…….”
추첨으로 만들어진 두 개의 마드리드 더비.
그날까진 이제 정확히 11일이 남아 있었다.
***
※ 2016/17 La Liga 진행 상황
-> 32R 종료
1. A. 마드리드 : 25승 6무 1패 승점 81점
2. R. 마드리드 : 24승 4무 4패 승점 76점
3. FC 바르셀로나 : 21승 6무 5패 승점 69점
***
2017년 4월 22일. 28055 마드리드, 스페인. 발데바바스. 캠. 신트라 s/n, 시우다드 데포르티바 델 레알 마드리드.
똑똑똑-
“응?”
“퇴근하지 않은 건가?”
“그러는 자네는?”
“나는 이제 막 가려고. 들어가도 되나?”
“얼마든지.”
지네딘 지단이 고개를 끄덕이자, 레알 마드리드의 수석코치 다비드 베토니(David Bettoni)가 안으로 들어섰다. 그러곤 맞은편에 앉아, TV를 바라보았다.
현재 화면 속엔, 환한 얼굴이 되어 춤을 추는 앙투안 그리즈만이 있었다.
“이런! 몇 대 몇이지?”
“1:0. 지금 막 득점했어.”
“후우- 제기랄. 키케에게 전화라도 넣을 걸 그랬군.”
“하-! 그거 나쁘지 않았던 생각이었군, 그래.”
“…….”
“…….”
농담을 주고받아 본 두 남자였지만, 이내 숨길 수 없는 씁쓸함이 감독실 안을 채웠다.
그리고 잠시 뒤, 재떨이에 놓아두었던 담배 한 대를 모두 피운 지네딘 지단이 짧지만은 않았던 침묵을 깨트리며 베토니에게 질문을 던졌다.
“우리가 언제 처음 알았지?”
“1988년. 칸이었지.”
“그래 맞아.”
“새삼스럽게 옛이야긴가?”
“하하하.”
1988년, 지네딘 지단은 과거 리그 앙의 명문 중 하나였던 AS 캉의 유소년팀에 속해 있었다. 그리고 베토니 역시, 지단과 같은 AS 캉 유소년팀 소속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재능을 인정받은 지단은 당시 유소년팀에 속한 선수 중 유일하게 욕조가 있는 방을 배정받았고. 베토니는 종종 지단의 방을 찾아 족욕을 하곤 했다.
그리고 당시, 지단은 현재 전 세계의 사람들이 알고 있는 이름이 아닌 야지드(Yazid)로 불렸다.
그래서 현재도 베토니는 사람들이 없을 때면 지단이 아닌 야지드라고 부르곤 했다. 30년 가까이 쌓아 온 우정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30년이라. 참 많이도 됐군.”
“우리의 머리카락이 그걸 증명해 주지 않는가?”
“큭큭큭큭. 그건 그래. 자네도 또 나도. 많이 늙었지.”
“……이보게, 야지드.”
“?”
“솔직하게 말해 보게. 내 눈은 속일 수 없어.”
베토니가 보기에, 현재 지단은 뭔가 할 말이 있어 자신을 불러들인 것이었다.
감독과 수석코치라는 이름으로 묶여는 있지만, 여전히 그라운드 안팎에서 동등한 존재인 두 사람은 서로의 눈빛이나 표정만 봐도 진실을 꿰뚫을 수 있었다.
그러자 미소와 함께 옆을 슬쩍 쳐다본 지단이 담배 한 개비를 더 꺼내 들어 입에 물었다.
다만 이번엔, 불은 붙이지 않았다.
저것은 그저 습관일 뿐이다.
“나는 나름대로 열심히 했다고 생각하네.”
“감독으로서 말인가?”
“전부 다. 감독으로서도 또 선수로서도, 나는 항상 최고가 되고자 노력을 해 왔어. 그리고 한땐 최고였다고 믿고 있었지.”
지단의 말에, 베토니는 바로 반박한다.
“최고였다고 믿어? 이런, 야지드! 자네는 의심할 여지 없는 최고였어!! 그것도 축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미드필드였다는 말일세! 내가 누구보다 가까운 곳에서 지켜봤지 않나?”
AS 칸 이후 보르도를 거쳐, 유벤투스와 레알 마드리드에서 커리어의 정점을 만든 지네딘 지단은 다비드 베토니의 말대로 역대 최고의 미드필드 중 하나였다.
축구가 늘 그렇듯 최고에 대한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지만, 그의 커리어와 실력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그리고 감독으로서도, 지네딘 지단은 알렉스 퍼거슨 이후 최초로 나온 ‘운영에 능한 감독’이었다.
사람들의 시선을 휘어잡는 전술적 철학과 특색은 부족했지만, 강한 카리스마와 탁월한 선수단 장악 능력을 바탕으로 레알 마드리드의 좋은 성적을 이끌었다.
빅이어가 없는 게 옥의 티였지만, 그것만으로 지단의 감독 능력을 깎아내릴 수는 없었다.
“야지드. 아니, 지주.”
“?”
“자네는 최고야. 내 모든 것을 걸고 장담하지.”
“그 얼마 남지 않은 모근을 걸고 말인가?”
“이런! 지금 농담할 때인가?!”
“큭큭큭큭. 미안. 미안하네. 내가 아무래도 자네를 걱정하게 만든 것 같군.”
웃으며 손사래를 치는 지단을 베토니는 어이가 없다는 얼굴로 바라보고 있었다.
“고맙네, 다비드. 정말 고마워.”
“이게 끝인가?”
“아무래도 더 말했다간, 오늘 밤을 새워 자네에게 30년 동안의 이야기를 들을 것 같아서 말이야. 이만 돌아가지. 자네도 또 나도. 내일 경기를 치러야 하지 않나?”
“…….”
“어서! 가자고.”
더 이야기를 나누지 않는 게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현재 베토니가 딱히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지단이 입을 다물기로 했다면, 그가 말할 기분이 들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20년 전에도 그랬어.’
각자의 차에 올라타 클럽하우스를 떠나고, 신호를 대기 중이던 베토니는 지단이 보르도를 떠나 유벤투스로 떠나던 날을 떠올렸다.
세계 최고의 재능을 갖춘 친구를 곁에 두며, 베토니는 자신이 결코 좋은 축구 선수가 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그가 유벤투스로 이적했을 때, 무작정 팀과의 계약을 해지하고 토리노로 날아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미안했던 지단은 크게 화를 내며, 어째서 자신 때문에 축구 선수가 되는 것을 포기하느냐고 말했다.
이에 베토니는 매니저나 에이전트가 되겠다고 했지만, 지단은 완강하게 거부하며 그를 받아 주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결국, 베토니는 한 달 뒤 이탈리아 아부르초에 있는 아베차노 칼치오(Avezzano Calcio)에 입단하게 된다.
그러자 비로소, 지단은 베토니에게 연락을 했다.
그러곤 두 번 다신, 자신 때문에 스스로 꿈을 포기하지 말라고 말했다. 이에 베토니는 최선을 다하겠다 답했고, 2004년까지 현역 생활을 이어 가며 총 215경기에 출전했다.
그러나 베토니 스스로가 예상한 것처럼, 그는 단 한 번도 좋은 선수로 평가를 받지 못했다.
부르르르-
부르르르-
“응?”
집이 거의 가까워질 때쯤, 베토니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화면에는 30년 지기의 이름이 표시되었고, 이에 나직이 한숨을 쉰 레알 마드리드의 수석코치는 핸들을 돌렸다.
그러곤, 버튼을 눌러 스피커폰을 켰다.
“어딘가?”
– 집 근처 바일세.
“아- 거기로군. 곧 가지.”
– 기다리겠네.
“이런, 제기랄. 기름값을 줘야 할 거야.”
-딸깍-
예전부터 항상 이런 식이었다.
지네딘 지단은 자신의 약한 모습을 남에게 보여 주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했다. 베토니는 이것이 최고들에게 공통으로 확인할 수 있는 요소라는 것을 알고 있다.
최고들은 평범한 사람이 이해할 수 없을 만큼 높은 기준점을 지녔고, 작은 실수에도 하늘이 무너진 것처럼 반응했다.
다시 20분가량을 운전해 지단이 있는 바의 앞에 도착한 베토니가 차에서 내려 두꺼운 나무 문을 열었다.
딸랑딸랑-
“…….”
“…….”
장인과도 같은 자세로 언더락 잔을 닦던 바텐더가 슬쩍 고갯짓하여 지단이 있는 곳을 말해 준다. 조명이 거의 들지 않는 구석 자리가, 그가 종종 술잔을 기울이는 곳이었다.
엄청난 가격을 자랑하는 곳답게, 안에 있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이런 점 역시, 지단이 이곳을 선호하는 이유다.
드르륵-
다비드 베토니가 의자를 빼내어 자리에 앉자, 고개를 살짝 숙이고 있던 지단이 술이 담겨 있던 잔 하나를 손가락을 이용해 옆으로 슬쩍 밀어 보냈다.
베토니는 그것을 바로 붙잡았고, 잔을 입으로 가져가 안에 있는 호박빛의 액체를 조금 기울였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숨을 길게 내쉬었던 지단이 불쑥 이야기를 시작했다.
“계약 연장을 하지 않을 생각일세.”
“응?”
“지쳤다고 말하는 게 정확하겠군.”
“흐음- 알겠네.”
“화를 내지 않는 건가? 자네의 직장도 함께 잃어버리게 생겼는데 말이야.”
탁-
술을 한꺼번에 비운 베토니가 잔을 내려 두자, 어느새 가까이 온 바텐더가 다시 술을 채워 주었다.
그리고 잠시 뒤, 둘만 남는 순간을 기다렸던 베토니가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다.
“대충 예상은 했네.”
“그런가?”
“그래. 자네가 레알의 감독직을 맡게 되었을 때, 내가 예상했던 결말은 두 개였어. 그건 바로, 페레스가 물러나거나 아니면 자네가 물러나거나.”
“하하하.”
작년 챔피언스 리그 결승과 마드리드 더비에서의 패배로 인해, 플로렌티노 페레스의 인내심은 점점 더 한계를 맞아 가고 있었다.
특히 최근, 언행과 행동 모두 도를 넘어섰다.
플로렌티노 페레스는 클럽 내에서 공공연히 지단을 헐뜯고 다녔고, 거기에 골프 메이트인 베일까지 합세하여 팀을 하나로 묶는 것을 방해했다.
이에 지단은 베일을 제외하고 베가를 중용할 계획을 세웠으나, 호날두와 페레스로 인해 무산되고 말았다.
당시 베토니는 오랜 친구가 좌절하는 모습을 지켜보았고, 레알 마드리드에서의 시간이 거의 끝나 가고 있음을 예상하기 시작했다.
“따지고 보면, 자네가 원하는 영입은 전혀 없었지.”
“…….”
“다온이 아틀레티코로 임대되었을 때도 자네는 페레스에게 그의 영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지만, 전혀 먹혀들지 않았지 않나? 그리고 또 데 헤아는 어떻고?”
작년 챔피언스 리그 결승에서 뮌헨에 패배한 후, 지단은 페레스에게 특정 선수의 영입을 요청했다.
2017년 1월 1일부터 1년 동안 FIFA의 징계로 선수 이적이 불가했고, 2016년 여름이 전력을 보강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였기 때문이다.
폴 포그바, 안드레 고메스, 은골로 캉테, 무사 시소코, 베르나르두 실바, 아르투로 비달 등이 지단이 요구한 선수였고, 최소 둘만이라도 잡아 달라고 요청을 했다.
하지만 이에 플로렌티노 페레스는 불가라고 답했다.
챔피언스 리그 준우승으로 클럽의 재정에 큰 타격을 입게 되었다며, 이미 포화 상태나 다름없는 중원의 보강을 위해 큰돈을 쓸 수는 없다고 말이다.
물론 페레스의 말은 어느 정도 옳은 것이었지만, 이는 사실상 지단 체재에서는 선수 영입을 해 주지 않을 거란 표시이기도 했다.
지단의 계약은 2017/18 시즌까지.
FIFA의 징계가 2018년 1월 1일에 끝나기에, 계약 기간 반년을 남겨 두고야 선수의 영입이 가능해진다.
“페레스는 머저리일세. 자네도 알겠지만 말이야.”
“후후, 그럴 수도.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야.”
“아니라고?”
“그래. 최근 아틀레티코의 경기를 보면서, 참으로 많은 생각이 들더군. 조금 더 정확히는 다온을 보면서야.”
“……그가 우릴 많이 괴롭히곤 있지.”
“그래. 하지만 그보단, 다른 문제야.”
“…….”
베토니의 침묵을 이야기를 듣겠다는 것으로 해석한 지단이 설명을 이어 간다.
“다온의 플레이를 볼 때마다, 나는 그가 어째서 그런 식으로 뛰는지를 이해할 수 없었네. 물론 결과적으론 그가 옳을 때가 많았지만, 난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아.”
현재 지단의 말은, 김다온을 지도해 본 경험이 있는 감독 이외의 다수가 공통으로 의아해하는 부분이었다.
기존의 상식으로 볼 때, 김다온이 뛰는 방식은 어딘가 말이 되지 않았다. 풀백이 수시로 중앙 미드필드처럼 뛰고, 최근엔 아예 메디아푼타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말한 것처럼, 결과로만 놓고 보면 김다온의 플레이는 옳은 선택일 때가 많았다.
“그것을 이해하지 않는 한, 난 절대로 그가 속한 클럽을 넘을 수 없을 것 같더군.”
“……야지드.”
“놀란 건가? 나도 평범한 사람일세, 다비드. 삶의 무게를 견디기엔, 너무나도 연약한 평범한 사람 말이야.”
자조(自嘲)적인 미소를 지어 보이는 지단을 보며, 베토니는 서글픈 마음이 들었다.
지금은 과거 보아 왔던 약한 모습과는 결이 달랐다.
축구 선수로서는 물론이고 감독으로서도 유능하고 완벽했던 자신의 친구가, 처음으로 자신이 대단하지 않다고 말을 하고 있었다.
적당한 위로의 말을 찾을 수 없었던 베토니가 망설이는 동안, 두 번째 잔을 몽땅 비워 낸 지단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응? 야지드?”
“화장실에 좀 다녀오겠네. 그리고.”
“??”
툭-
베토니의 어깨에, 지단의 손이 올려진다.
그리고 베토니는 이런 말을 들었다.
“걱정할 것 없네. 그냥 털어 버려야 할 감정이라고 생각한 것뿐이니까. 나도 생각이 있네. 이번 마드리드 더비.”
“??”
“나는 나를 피치에 만들 생각이야.”
“지금? 뭐, 뭐라고?”
깜짝 놀란 베토니가 반응을 해 보지만, 휘적휘적 걸어간 지단은 화장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그렇게 홀로 남겨진 바 테이블의 앞.
‘나를…… 만들어?’
레알 마드리드의 수석코치는 클럽의 감독이 남기고 간 말을 계속해서 곱씹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