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745)
745화 Magister (5)
2017년 5월 2일. 28036 마드리드, 스페인. 데 콘차 에스피나 거리, 1. 에스타디오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경기 시작 35분 전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원정팀 드레싱 룸
웜업을 하고자 그라운드에 들어섰을 때, 나는 레알 마드리드의 팬들이 오늘 경기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Venganza(복수).
Recuperemos el trono(왕좌를 되찾아 오자).
Madrid es nuestra casa(마드리드는 우리의 집).
Asi que vamos a vengarnos(그러니, 복수하자).
우리 쪽 진영 주변에 자리 잡은 서포터들이 내뱉는 목소리엔, 오랜 시간 동안 군림해 온 마드리드의 왕좌를 빼앗길 수 없다는 의지가 고스란히 묻어났다.
그리고 현재.
“¡Okey! ¡Escuchen(주목)!”
“…….”
5분 일찍 웜업을 종료토록 지시한 시메오네가 드레싱 룸으로 들어서고, 곧바로 화이트보드의 앞으로 걸어간 그는 내가 예상하던 문장 거의 그대로를 내뱉었다.
오늘의 레알 마드리드는 평소와는 다를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또 우리는.
“혼란해할 것 없다! 지금까지 해 왔던 축구와 전혀 다를 것 없으니까! 너희는 이것을 어떻게 소화해야 할지 알고 있다! 혹시나 부담을 느낀다면! 그것을 집어던져라! 왜냐하면 너희는 최고의 선수들이고! 우리가 올 시즌 유럽에서 가장 강한 클럽이기 때문이다!”
새롭게 보이지만, 같은 싸움을 이어 나갈 것이다.
우리에게 끊임없이 열정을 불어넣어 가면서도, 시메오네는 정신없이 손을 움직였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흰색 배경에는 검은색의 선들이 채워졌다.
지금으로부터 약 30분 전, 경기 진행 요원들이 전달한 레알 마드리드의 선발 명단이 말이다.
그리고 검은색 펜을 내린 시메오네가 이번에는 빨간색 펜을 집어 들어, 세로로 절반씩 나뉘어 비어 있던 공간에 다시 선들을 채워 넣기 시작했다.
어떠한 선들은 원이 되었고, 어느 것은 직선이 연결되어 화살표가 되었다.
또 어떠한 것들은 글자로 바뀌어 갔다.
그렇게 얼마 뒤.
“이게 바로, 오늘 레알 마드리드와 우리가 피치 위에서 하려는 축구다!”
디에고 시메오네는 어쩌면 오늘 경기에서 통제가 가능할 모든 것들을 말해 오기 시작했다.
.
.
&Match-Up`s Best Eleven(AT/상대팀)
&Tactics(AT/상대팀) : 3-1-4-2/4-3-1-2
GK ? 얀 오블락 / GK ? 케일러 나바스
RCB ? 스테판 사비치 / RB ? 다니 카르바할
CB ? 디에고 고딘 / CB ? 라파엘 바란
LCB ? 호세 히메네스 / CB ? 세르하오 라모스
DM ? 코케 / LB ? 마르셀루
RWB ? 후안프란 / RM ? 루카 모드리치
CM ? 가비 / CM ? 카세미루
CM ? 사울 니게스 / LM ? 토니 크로스
LWB ? 김다온 / AM ? 이스코
ST ? 앙투안 그리즈만 / ST- 카림 벤제마
ST ? 페르난도 토레스 / ST ?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
.
사실 오늘 경기, 레알 마드리드가 어떻게 나올지는 선발 명단만 봐도 쉽게 유할 수 있었다.
가레스 베일이 부상으로 시즌 아웃 된 지금, 루카스 바스케스/마르코 아센시오/하메스 로드리게스가 오른쪽 윙으로 출전해 그의 공백을 채워 왔다.
한데 오늘은 이스코가 선발에 포함되었고, 그것을 본 순간 시메오네는 지단의 접근법을 알았던 것 같다.
그리고 나 또한 같은 생각을 했었다.
레알은 오늘 다이아몬드로 나선다.
“저들은 순간적으로 이렇게 포지션을 바꿀 거야!”
“…….”
전에, 다이아몬드 4-4-2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소화하는 것은 양 측면에 서는 미드필드라고 했었다. 그리고 거기에 대한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양쪽 미드필드의 활동량과 전술적 이해도가 받쳐 주지 않는다면, 다이아몬드 4-4-2는 재앙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다만 여기에서 한 가지 더 짚고 넘어가고 싶은 부분은, 이런 약점에도 불구 다이아몬드 4-4-2가 특정 국가 혹은 특정 감독에게 사랑받아 온 전술이라는 점이다.
측면에서 뛰어 줄 미드필드가 갖춰지거나 혹은 전술적으로 이를 보완할 수 있다는 전제 아래, 다이아몬드 4-4-2는 전방의 재능을 가장 잘 끌어낼 수 있는 전술이다.
다이아몬드 4-4-2가 유럽보다 남미에서 더 선호되었던 이유 역시,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에 우수한 트레콰르티스타와 공격수가 많았기 때문이다.
지단은 현재의 레알을 그렇게 여기는 것 같다.
“이렇게 되면 크리스마스트리의 형태지! 하지만 측면이 더 높이 올라올 거다. 레알 마드리드는 순간적으로 최대 다섯 명의 선수를 공격진영에 놓아둘 거야!”
“…….”
“대신, 후방에 카세미루를 남기고 라모스와 바란을 측면으로 벌려 서게 할 것이다!”
『시메오네가 예상한 레알의 전술 변화』
지네딘 지단의 전술적 의도는 현재 우리가 가져가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측면을 사이드백에게 일임하고, 양쪽 하프 스페이스를 중심으로 중원 빌드업을 이어 간다.
이 과정에서 점유율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둘 것이고, 볼을 소유코자 드리블보다 패스를 선호하는 플레이를 펼칠 거다.
새삼스러운 말이지만, 결국 오늘날 지단이 하고자 하는 축구는 펩이 과거에 주장해 온 모든 것들을 담고 있다.
“이건 매우 기발한 전략이야! 우리를 곤란하게 만들 수도 있어! 하지만! 그건 우리가 플랫을 세웠을 때의 이야기다! 그때와 지금이 가장 다른 점이 뭔지 아나?”
물론이다.
플랫 4-4-2와는 달리, 최근 우리가 택한 쓰리백 전술은 피치를 네 등분 하고 있다. 외에도 수많은 현대 축구의 전형은, 피치를 네 구역으로 자르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4-5-1이 아닌 4-2-3-1/4-1-4-1/4-3-2-1 등으로 설명하는 이유 역시, 피치를 이해하고 나누는 개념이 과거와는 전혀 달라졌기 때문이다.
“예전이라면, 우린 이 위치에 공간을 줬다!”
“…….”
포켓(Pocket).
저건 요즘 새롭게 떠오르는 화두(話頭)다.
피치 분할의 시조격인 ‘Zone 18’ 중 열네 번째 구역인 Zone 14는, 흔히 메디아푼타(Mediapunta/AM)로 부르는 영역을 의미한다.
그런데 최근 들어 하프 스페이스란 개념이 생겨났고, Zone 14에서 양쪽 하프 스페이스를 잘라낸 공간을 포켓이라는 단어로 부르기 시작했다.
여기에서 흥미로운 건, 이 개념을 탄생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제공한 남자가 바로 시메오네라는 것이다.
지난 몇 년 동안 공략이 가장 어려운 수비로 손꼽힌 아틀레티코의 플랫 4-4-2를 파훼코자, 특정 공간에 새로운 이름과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전술적으로 보았을 때, 포켓은 플랫과 플랫 사이의 중앙 지역을 뜻한다.
『Zone 14와 포켓의 구분』
“하지만! 오늘 우린 이 공간을 막는다! 코케! 네가 쓰리백의 앞쪽에서 이스코를 상대할 거야! 여기에서 명심할 건! 굳이 이스코를 쫓아 좌우로 움직일 필요는 없다는 점이다! 네가 지켜야 할 것은 바로 이 영역이야! 이해했나?”
“Si, Boss.”
“좋아!”
지단은 이스코를 포켓에 두어 우리에게 위협을 가하려고 했다. 왜냐하면 쓰리백으로 바뀐 뒤에도 두 줄의 플랫이란 수비 기조는 계속해서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파이브백 위에 서는 세 명의 미드필드는 역삼각형이 아닌 직선 형태를 취하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 그것에 변화를 주어 코케를 파이브백과 두 명의 미드필드 사이에 두었고, 이는 동시에 또 하나의 과제를 안겨다 주는 변화가 되었다.
이렇게 되면, 그 위에 서는 가비와 사울 그리고 양쪽 윙백인 후안프란과 내가 모드리치와 토니 크로스가 들어설 하프 스페이스를 함께 견제해야 한다.
동시에 측면 공격도 견제해 줘야 하는데, 아무래도 카르바할 보다는 마르셀루가 있는 오른쪽 수비가 걱정됐다.
호날두 역시 오른쪽보다는 왼쪽으로 넓게 벌려 주려고 할 것이기에, 오른쪽 센터백인 사비치 말고도 도움을 줄 누군가가 더 필요했다.
한데, 시메오네는 여기까지도 생각해 둔 것 같았다.
“왼쪽으로 볼이 움직이면, 가비가 오른쪽으로 간다! 그리고 대신 앙투안이 내려서는 거야! 토레스! 넌 일단 하프라인 아래에서 도움이 필요한 곳으로 움직여라!”
대체 언제 저기까지 생각했을까?
시메오네는 지금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아틀레티코의 전술 변화』
레알 마드리드의 예상 공격 진행과 거기에 대한 대응 방법을 설명하는 시간이 지나간 후, 시메오네는 별다른 말 없이 바로 전의를 북돋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건 수비 이후 공격으로 진행될 때의 방식이 지금까지 해 왔던 것과 다르지 않다는 걸 의미했다.
가비와 사울이 미드필드에서 토레스에게 볼을 연결하면, 그는 볼을 지키며 남은 라인이 전진할 시간을 벌고 그리즈만을 포함한 사이드백 전체가 전진하게 될 거다.
다소 갑작스러운 전달사항이 있긴 했지만, 시메오네가 말한 것처럼 모든 건 우리가 해 왔던 축구다.
난, 그 점을 말해 주고 싶었다.
“내가 한마디 해도 될까?”
“그럼, 물론이지.”
“괜찮지, 앙투안?”
“…….”
“얘 조용하네. 말해 봐.”
그리즈만이 조용히 고개를 숙인다는 건 허락했다는 의미였기에, 나는 팀 전체가 스크럼을 짠 자리에서 목소리를 높일 기회를 얻었다.
“복잡할 필요가 없어. 이건 그냥 축구일 뿐이야.”
“…….”
“우린 어떻게 뛰어야 하는지 알아. 그걸 어렵게 만드는 건, 상대나 패배에 대한 두려움이지 우리의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은 아니라고 생각해. 우리가 지금 어떠한 위치까지 와 있는지 생각해 봐. 이것만으로 이미 우린 유럽 Top 4 중에 하나야. 그리고 이젠 Top 2를 바라보고 있지. 우린 레알 마드리드를 두 번이나 꺾었어. 그리고 그중 한 번은 바로 여기였다고. Los amo chicos(사랑한다, 자식들아). Vamos! Ganaremos Hoy(우린 오늘 승리할 거야).”
“…….”
막상 이야기를 시작하고 나니,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문장을 말한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생겼다. 가비가 파이팅을 해야 하는데, 그 시간을 빼앗은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한데.
“혹시, 내 말이 더 필요해?”
“응?”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다 씨익 웃어 보인 가비가 주변을 돌아보기 시작했다. 이내 그의 웃음은 주변으로 퍼졌고, 심지어 그리즈만도 희미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흐름 속에서, 시메오네가 목청을 높여서 소리 질렀다.
“¡¡VAMOS!! ¡¡Somes El Atletico!!”
“예에-!!!”
“가자!! 박살 내는 거야!!”
목청을 잔뜩 높이는 동료들의 틈바구니에서, 나 또한 손뼉을 있는 힘껏 두들기며 연신 파이팅을 외쳤다. 그리고 잠시 뒤, 시메오네가 다가와 내 머리를 살짝 두들겼다.
툭툭-
“잘했다. 멋진 연설이었어.”
“연설이랄 것까지 있었나요?”
“하하하. 자네는 처음 이곳에 온 순간부터 쉬지 않고 자신감을 전해 주는군. 자네는 훌륭한 축구 선수이지만, 동시에 훌륭한 리더이기도 해.”
“?!”
“아무래도 겸손이 지나친 것 같군. 자네의 나라가 예의를 중시하는 건 알게 되었지만, 여긴 유럽 아닌가. 무엇보다, 자네는 그럴 자격이 있어. 세계 최고의 선수니까.”
“……그라시아스.”
“후후. 기왕이면, 이 대회가 끝난 뒤에 내가 자네에게 그 말을 돌려줄 수 있으면 하는군. 그럼 피치에서 보도록 하지.”
“네.”
시메오네가 드레싱 룸을 떠나면서, 나는 언제나처럼 이곳에 홀로 있게 되었다. 그러곤 지난번과 같은 자리로 가, 같은 행동을 같은 순서로 진행했다.
끼고 있던 결혼반지를 빼 가방에 넣었고, 정중앙에 놓아둔 아영이의 사진에 손 키스를 가져갔다.
[다녀올게.]비록 오늘의 경기는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합은 아닐지 모르지만, 그래도 올 시즌을 통틀어서는 가장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야 할 시합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 난 지금 모든 준비를 마쳤다.
‘모든 건 다 머릿속에 있어.’
복도를 걸어가며, 나는 잘 빗어 넘겨 둔 머리카락을 손바닥으로 부드럽게 쓸어 올렸다.
이제 모든 건, 피치가 답할 시간이다.
***
(이안 다크) – BT Sports 코멘테이터
“사실상의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이라 불리는 매치업입니다. 그만큼 이 경기에 쏟아지는 주목은 엄청납니다. 두 번의 패배로 상처를 입은 레알 마드리드. 그리고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역시 커리어를 통틀어 가장 쓰라린 실패를 겪었습니다.”
(대런 플레처) – BT Sports 공동-코멘테이터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이제 증명해야 할 처지가 되었습니다. 레알 마드리드 이적 후 단 하나의 빅이어도 들어 올리지 못한 것을 만회해야죠. 만약 이번에도 탈락하게 된다면, 그의 평가에는 굉장한 반전이 뒤따를 겁니다.”
.
.
(노르베르트 카이텔) – Sky Sports German 코멘테이터
“흥미로운 사실은 바이에른 뮌헨의 팬들은 어떠한 쪽도 응원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뮌헨을 떠나 맨시티로 이적하게 된 다온이 속한 아틀레티코. 자신들을 누르고 준결승에 진출한 레알 마드리드의 매치업이니까요.”
(야니크 코른베르크) – Sky Sports German 해설위원
“아마도 유벤투스 아닐까요? AS 모나코에도 베르나르두 실바가 뛰고 있죠. 그 역시, 맨시티로 이적해 펩 과르디올라, 김다온과 재회할 거란 루머가 파다하니까요.”
(노르베르트 카이텔)
“양 팀의 선수들이 입장합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보입니다. 비장한 표정이군요. 당연히 그럴 겁니다. 그는 자신의 명성을 회복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난 몇 년 동안, 매우 심각한 손상을 입었죠.”
.
.
(패트릭 화이트) – ESPN 해설위원
“저는 현시점 세계 최고는 다온과 메시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호날두는 바로 그 아래에 있고요. 만약 호날두가 이번 시리즈를 승리로 이끌고 빅이어를 차지한다면, 다시 3강 체재로 구도를 만들 수 있을 겁니다.”
(마이크 도날드슨) – ESPN 캐스터
“호날두가 뛰어난 선수임을 부정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하지만 현재 그보다 더 뛰어난 평가를 받는 선수가 있죠. 바로 다온입니다. This guy. Is. Truly amazing. 자신이 속한 모든 클럽을 유럽 최고로 이끌고 있습니다. 과연 누가 이런 일을 해냈었고, 또 앞으로도 할 수 있을까요?”
.
.
(한희준) – SPORTV 해설위원
“세 개의 다른 클럽에서 각각 유럽 대항전의 트로피를 들어 올린다? 그것도 5년 동안 네 차례나? 이건 정말 축구 역사상 전무후무한 일이 될 겁니다.”
(김정명) – SPORTV 아나운서
“축구 역사의 새로운 페이지에 자신의 이름을 새기기 거의 직전까지 온 김다온 선수입니다. 그리고 전반전이 시작됩니다! 레알 마드리드가 오른쪽!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왼쪽에서 경기를 시작합니다.”
.
.
.전반 00분
레알 마드리드 0 : 0 아틀레티코
시끄럽다.
지금 산티아고 베르나베우는 떠나갈 것 같다.
{“Oh- Real Madrid ale!”}
{“Daon Muerto!!”}
레알 마드리드를 향한 응원과 내가 죽기를 바라는 이들의 목소리가 뒤섞여 어지러이 울려 퍼지고 있다.
탁탁탁탁-
“에-이!!”
지금은 탐색전조차 시작되지 않은 극 초반부였고, 관중석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정신이 팔리는 이유 또한 아직 경기에 몰입하지 못한 상태기 때문이었다.
조금씩 집중력이 높아져 경기에만 신경 쓰는 상황이 오게 되면, 아무것도 들리지 않게 된다.
측면으로 넓게 벌려 서서 사울의 패스를 받아 낸 뒤, 나는 뒤쪽에 자리 잡은 코케에게 볼을 돌렸다.
“반대! 전환해!!”
부드럽게 몸을 돌려세운 코케가 오른쪽으로 패스를 보내자, 거기에 맞춰 레알 마드리드의 진영이 반대 측면으로 크게 움직였다.
‘온다.’
초반에 잠깐 볼을 점유했지만, 전방으로 넘어가자마자 레알 마드리드에 공격권을 내어주었다.
예상대로 오늘 호날두는 측면이 아닌 최전방에 섰고, 약간 아래에 선 카림 벤제마가 전형적인 세컨드 스트라이커의 역할을 소화해 주는 것 같았다.
여러모로 많은 문제가 있는 남자들이지만, 피치 위에서의 재능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헤이, 헤-이! 집중해!!”
“사람을 봐!!”
카림 벤제마가 2선으로 내려선 순간, 그는 이스코와 거의 나란한 위치가 됐다. 그리고 그 위에 자리한 호날두는 왼쪽으로 빠지며 중앙에 공간을 만들었다.
일단 페널티 박스가 완전히 비어 있기에, 레알은 호날두에게 패스를 보내고 박스 안으로 벤제마와 이스코를 침투시키려고 들 것이다.
‘그럼?’
고개를 돌려 다니 카르바할의 위치를 확인한 나는 중앙으로 움직여도 되겠다고 판단한 뒤 페널티박스 바로 앞 하프 스페이스 쪽에 자리를 잡았다.
이곳에 서 있으면, 모드리치/이스코/카르바할을 한꺼번에 견제할 수 있다.
반대편에서 벌어지는 상황은 동료들을 믿고 맡길 수밖에 없었는데, 후안프란과 사비치가 호날두를 압박하여 좁은 공간으로 몰아넣은 모습이 보였다.
돌파할 공간이 보이지 않던 호날두가 코너킥을 유도할 속셈으로 왼발을 휘둘렀고, 사비치의 다리에 맞은 축구공은 그대로 골라인을 벗어났다.
그와 동시에 고개를 돌린 나는 이스코의 위치를 살폈는데, 그는 어느새 왼쪽 공간이 자리를 틀고 있었다.
포켓에는 모드리치가 있었고, 만약 이스코가 오른쪽으로 움직일 상황이 오면 토니가 포켓을 점유하고 있을 거라는 게 나의 생각이다.
대강, 레알이 돌아가는 방식을 알게 됐다.
이건 경기 초반 무척 중요한 힌트다.
삐-익!
손을 들어 올린 모드리치가 코너킥을 띄워 올리고, 매섭게 파고든 레알 마드리드의 센터백들과 동료들의 몸이 뒤섞이며 공중에서 부딪쳤다.
곧이어 토레스가 피치에 떨어져 내렸고, 주심이 휘슬을 불자 레알 마드리드의 선수들이 일제히 손을 들어 올리며 항의를 시작했다.
그리고.
“에-이!!!”
이번에는 내가 손을 들어 올리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왜냐하면.
.
(한희준)
“아- 지금? ……네. 피가 나는 것 같죠?”
.
토레스의 입에서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누운 상태로 입가에 가져다 댄 손을 확인한 그는, 고통스러운 듯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
걱정이 된 나는 그의 앞으로 다가갔다.
“괜찮아요?”
“어때? 이 멀쩡해?”
“……네. 그런 것 같아요.”
옆으로 고개를 돌린 토레스가 내뱉은 침엔, 피가 잔뜩 섞여 있었다.
아니, 피에 침이 섞였다고 보는 게 맞다.
지금 주심이 있는 곳에선 가비가 열심히 항의하고 있었는데, 제스처로 보아 팔꿈치를 사용했다는 표시인 것 같았다. 토레스는 조금 전 라모스와 경쟁했다.
“팔꿈치예요?”
“나도 몰라. 볼만 보고 있었으니까.”
“일단 누워 있어요.”
“…….”
전반 시작부터, 팀에 다친 선수가 생겼다.
경기를 소화하는 데에는 아무 지장이 없는 부위지만, 피를 본 순간 눈이 번쩍 뜨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이 경기가 난장판이 될 수도 있겠다고는 생각을 했었지만, 전반 시작 2분 만에 피를 보는 사람이 나올 줄은 몰랐다.
‘좋아. 해보자는 거지?’
조금 전의 상황을, 나는 전쟁을 선포한 것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오늘의 마드리드 더비는, 평소보다 더 거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