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746)
746화 Magister (6)
김다온의 예상대로, 피치는 거칠었다.
곳곳에서 충돌이 일었고.
쿵-!!
“욱-!”
“으윽-!”
사람들의 시선이 떠난 어떠한 곳에서는 평소에도 거칠기로 소문난 이가 스포츠맨십에 어긋난 행동을 교묘한 방식으로 저지르기도 했다.
파악-!
“으악-!!”
“에—이!!!”
그럴 때마다 휘슬이 불렸고.
삐?익!!!
경기는 계속해서 멈춰 섰다.
.
(마이크 도날드슨) – ESPN2 캐스터
“이 경기는, 근래에 본 어떠한 축구 시합보다도 거칠고 뜨겁습니다.”
.
경기가 실제로 진행된 시간보다 멈출 때가 더욱 많다는 생각에, 주심을 맡은 마틴 앳킨슨(Martin Atkinson)은 지금까지 참아 왔던 노란색 카드를 꺼내 든다.
하지만 그것만으론, 분노하고 있는 아틀레티코의 남자들을 진정시킬 수 없다.
피치에서 쓰러진 앙투안 그리즈만의 눈가는 어느새 붉은색으로 물들어 가고 있었다.
.
(대런 플레처) – BT Sports 공동-코멘테이터
“This should be Red Card.”
.
.
.전반 11분
레알 마드리드 0 : 0 아틀레티코
힘껏 휘슬을 불며 달려가는 마틴 앳킨슨의 뒷모습을 보았을 때, 레알 마드리드의 감독 지네딘 지단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을 느꼈다.
상황을 정확히 보지는 못했지만, 넘어진 이의 곁에 마르셀루가 있다는 걸 확인했기 때문이었다.
앞선 엘 클라시코에서도, 마르셀루는 리오넬 메시를 의도적으로 팔꿈치로 가격하여 커다란 비난을 떠안았다.
자칫 FA에서 징계도 받을 뻔했다.
라 리가 내(內) 레알 마드리드의 입지를 활용한 플로렌티노 페레스의 발 빠른 대처로 처벌은 피했지만, 추가 징계가 이어졌어도 이상하지 않았을 것이다.
스페인과 유럽을 넘어, 전 세계에서도 손꼽힐 만한 더티 플레이어인 마르셀루를 지단은 진정시킬 필요가 있었다.
베테랑인 만큼 지금 받은 경고로 인해 조심은 하겠지만, 그래도 지금은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널 때였다.
“마르셀! 마르셀!!”
마르셀루의 애칭을 크게 외친 지단이 두 손을 사용해 억누르라는 제스처를 보낸다.
그러자 마르셀루는 고개를 끄덕이며 엄지를 치켜세워 왔다.
“휴우~ 괴롭군.”
세르히오 라모스가 계기를 제공하긴 했지만,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격언을 실천 중인 지단은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의 안위(安危)만을 생각하고 있었다.
현재 그의 머릿속은, 가능하다면 피치로 나가 뛰고 싶다는 생각으로 가득하다.
이스코에게 트레콰르티스타(Trequartista) 역할을 부여하여 프리롤을 주었지만, 아틀레티코는 그것을 예상했다는 듯 코케를 수비적으로 두어 대응을 보여 줬다.
지단은 현재, 지난날 바이에른 뮌헨과의 경기가 힌트가 되었음을 깨달은 상태였다.
‘이런 식으로 나올 줄이야.’
본래의 생각대로라면, 이스코는 쓰리백 앞쪽에 주어진 공간에서 자유롭게 볼을 잡았어야 했다. 그리고 거기에서부터, 균열이 일어났어야 했다.
‘분명 그랬어야 했지.’
지네딘 지단이 이스코를 프리롤로 쓸 발상을 떠올린 건, 작년 11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 3:4로 패배한 다음이었다.
더는 과거의 모습이 아닌 가레스 베일로는 김다온을 공략할 수 없었고, 두 번째 마드리드 더비를 거친 뒤에는 누구도 그 일을 해낼 수 없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오른쪽으로 보내는 방법도 생각은 했었지만, 일차적으로 선수가 거부할 확률이 높았고 나쁜 결말을 맞았을 때의 반작용이 우려됐다.
그래서 지단이 떠올렸던 건, ‘김다온이 없는 곳’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었다.
호날두와 마르셀루가 있는 왼쪽에 더욱 힘을 싣는 동시에, 오른쪽 역시 적당한 균형을 맞출 방법이 필요했다.
이를 위해, 지단은 탐구에 들어갔다.
많은 축구 감독이 그러하듯, 과거의 경기와 전술로부터 영감을 얻고자 한 것이다. 지단은 수십 개의 경기를 시청했고, 그중 하나에서 발상을 끌어낼 수 있었다.
바로, 2010년에 펼쳐진 남아공 월드컵이다.
2010년은 펩 과르디올라가 FC 바르셀로나에서 일으킨 일대의 개혁과 기존의 보수적인 축구 철학이 팽팽하게 대립하던 시기였다.
절반의 이들이 FC 바르셀로나의 축구를 따라 하려 했고, 남은 이들은 그것을 비난했다.
하지만 FC 바르셀로나가 속한 스페인이 우승을 거두고, 그 근간이 된 크루이프즘과 토털 사커를 성실하게 계승한 네덜란드가 준우승을 차지하며 여론이 급격히 바뀌었다.
4-3-3이 세계 축구의 중심으로 도약한 거다.
그리고 성공을 거둔 팀 중엔, FC 바르셀로나 방식의 4-3-3을 뒤틀어 자신들의 선수 구성과 특성에 알맞은 다른 전술을 가져간 나라들이 있었다.
독일이나 네덜란드와 같은 팀들이 바로 그러했는데, 이들은 월드컵 기간 4-2-3-1을 활용했다.
네덜란드는 나란히 4-3-1-2를 쓴 슬로바키아와 브라질을 제압했고, 독일은 결승전 스페인에 패배하기 전까지 4-4-2와 4-3-1-2를 쓴 잉글랜드와 아르헨티나를 꺾었다.
하지만 이 중, 유일하게 전술적인 영향이 크게 차지한 경기는 독일과 네덜란드의 16강 경기뿐이었다.
‘아틀레티코는 피치를 세 구역으로 나눠야 했어.’
2010년 당시, 잉글랜드는 자국의 상징과도 같은 두 줄의 플랫을 통한 4-4-2 전술을 활용했다.
그리고 그 측면은 중앙 미드필드가 맡았다.
월드컵 기간 잉글랜드의 중원을 구성했던 가레스 배리/스티븐 제라드/프랭크 램파드/제임스 밀너/조 콜 모두, 전형적인 측면 자원과는 거리가 먼 선수들이다.
하지만 잉글랜드의 감독 파비오 카펠로(Fabio Capello)는, ‘피도 눈물도 없는 교관(Il Sergente di Ferro)’이란 별명답게 철저히 분업화된 축구를 선호했다.
미드필드에 측면 공격자원을 빼며 공격 옵션을 줄이는 대신, 상대도 그만큼 공격하기 어렵게 만들겠다는 축구 말이다.
그리고 이는 [‘수비 진영에 숫자가 많을수록 실점할 확률은 줄어든다.’]는 디에고 시메오네의 철학과도 일치했다.
더 나아가, 피치를 4등분 하는 것에 익숙지 않으며 선호하지도 않는다는 점 역시 말이다.
‘그런데 어째서?’
남아공 월드컵 본선 조별 경기에서, 잉글랜드는 미국/슬로베니아/알제리와 함께 수월한 조에 편성되고도 1승 2무를 거두며 간신히 조 2위를 기록했다.
이때부터 미디어는 잉글랜드의 몰락을 예견했고, 피치를 삼등분한 파비오 카펠로의 철학은 피치를 네 곳으로 나누기 시작한 현대 축구의 변화를 따라갈 수 없었다.
경기 당시 잉글랜드는 독일의 메디아푼타(Mediapunta), 메수트 외질을 단 한 순간도 억제하지 못했다.
“…….”
오늘날 디에고 시메오네가 보여 주고 있는 축구는, 파비오 카펠로 방식의 4-4-2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는 피치를 네 부분으로 나눈 현대 축구에서 성공을 거둔 감독이고, 기존의 플랫 4-4-2가 지닌 단점을 창의적인 개념과 새로운 역할 부여로 메웠다.
하지만 지네딘 지단은 끊임없는 분석을 통해, 아틀레티코가 전술적 약점을 교묘히 가리고 있다는 것을 확인해 낼 수 있었다.
아무리 라인과 라인 사이를 좁힌다지만, 선수를 두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에 따른 필연적 차이까진 극복하지 못한 것이다.
그때부터 지단은 피치 위에서 ‘자신처럼 뛰어 줄’ 선수를 찾기 시작했고, 몇몇 후보들이 고려된 끝에 최종적으로 이스코가 낙점되었다.
삐?익!!
다시 한번 충돌이 일어난 피치 위, 가슴팍을 서로 맞대며 고성을 내지르는 벤제마와 코케가 긴장감을 조성했다.
‘그래도 이게 최선이야.’
전반 15분.
디에고 시메오네가 보인 기민한 대처에 당황했던 지단은 망설임을 접고 계속해서 자신의 팀을 믿기로 한다.
그는 테크니컬 에어리어의 앞까지 나섰고, 입과 손을 부지런히 움직여 선수들의 위치와 플레이에 섬세함과 창의적인 요소들을 더해 갔다.
바로 이는, 지네딘 지단이 현역 시절 내내 보여 주었던 것들이다.
Libre et Grand maestro.
자유롭고 위대한 마에스트로.
이런 지단의 의지를 이어받은 이스코의 눈은 현재, 연신 손짓을 보내오는 감독에게서 떠나지 않았다.
‘좋아. 해보자고.’
전반전의 1/3 지점.
경기의 양상은 변화하려 하고 있다.
***
.전반 20분
레알 마드리드 0 : 0 아틀레티코
이스코의 포지션과 전술적 의도에 이어 그것의 구체적인 실현 방법까지 확인한 지금, 내가 느끼고 있는 감정은 약간의 답답함이었다.
현재 이스코는, 레알 마드리드가 볼을 가져가는 곳 대부분에 함께하는 중이다.
빌드업이 진행될 땐 아래 깊숙이 내려섰고, 측면으로 공격을 진행코자 하면 사이드로 움직여 숫자를 더해주고 레알이 볼을 빼앗기지 않도록 만들었다.
물론 이는 지단이 바라는 효과의 절반 정도밖에는 되지 않을 것이다.
본래였다면, 라인 사이에 진입한 이스코가 자유롭게 패스를 뿌려 공격을 전개했어야 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도, 충분한 위협은 된다.
볼은 저들에게 있고.
파앙-!
{“아아…….”}
뛰어난 실력을 갖춘 선수들로 인해, 어떠한 방식으로든 마무리가 되고 있으니 말이다.
지금도 후방으로 내려선 이스코가 수비를 끌어들인 후 원터치 패스로 모드리치에게 좋은 리턴을 보냈고, 거기에서 파생된 공간으로 뛰어든 호날두가 슈팅을 시도했다.
쓰리백 앞을 지킨 코케 덕분에 제대로 된 슈팅으론 이어지지 않았지만, 조금씩 균열이 일어나고 있는 건 분명했다.
그저, 넓어지고 있지 않을 뿐이다.
‘후우- 볼을 점유해야만 해.’
오른쪽 측면을 많이 포기한 것만으로, 레알 마드리드는 다른 곳에 더 힘을 주어 점유율을 높여 가는 일에 성공하고 있다.
이것은 48 : 52였던 첫 번째 마드리드 더비와 오히려 우리에게 54 : 46으로 밀린 두 번째 마드리드 더비와는 전혀 다른 상황이다.
체감상 마드리드의 볼 점유율은 65% 정도.
우린 대략, 경기의 1/3만 볼을 갖고 있다.
그나마도 대부분은 후방에서다.
“에이-! 뒤!”
‘이런!’
팡-
지금도 나는 오블락으로부터 짧은 패스를 건네받았지만, 앞으로 보낼 곳을 찾는 사이에 접근한 벤제마의 압박 때문에 다시 골키퍼에게 패스를 보내게 되었다.
반대편으로 볼을 보낸 뒤에도 크게 다를 것은 없었는데, 이건 확실히 코케를 아래에 놓아둔 결과 때문이었다.
중앙에서 볼을 지켜 주고 패스를 뿌려 줄 수 있는 선수가 수비적인 역할을 맡다 보니, 자연스레 미드필드에서 턱턱 막혀 버리고 있다.
결국, 볼은 다시 레알 마드리드로 넘어간다.
계속해서 같은 상황.
“…….”
아무리 생각을 해 봐도, 이대로는 이스코를 억제한 것과는 별개로 두들겨 맞기만 할 뿐이다.
포켓(Pocket)에서의 플레이에 제한을 받았을 뿐, 이스코는 여전히 미드필드 구역에서 날뛰고 있다. 역습도 잘 이뤄지지 않고 있어, 상대에게 압박을 주기도 쉽지 않다.
‘이건 아니야.’
분명 어제, 디에고 시메오네는 나를 믿기에 이런 식으로 경기를 준비한 거라고 했다.
처음엔 레알 마드리드가 변수를 둘 가능성에 대비하지 않은 것을 두고 하는 말이라고만 생각했지만, 어쩌면 거기엔 더 많은 뜻이 숨어 있을 수도 있었다.
그렇다면.
‘생각하자. 생각하는 거야.’
일단 다니 카르바할의 전진을 태클로 막아 낸 후, 뒤로 향한 스로인으로 레알 마드리드의 전형이 변화하는 것을 보며 생각을 이어 나갔다.
사실, 내가 있는 곳 주변은 다른 지역에 비해 굉장히 평화로운 편이다.
왼쪽에 잔뜩 힘을 주었던 레알 마드리드가 이따금 오른쪽으로 크게 방향 전환할 때를 빼면, 지금처럼 카르바할이 전진 드리블을 해 오는 것 정도가 위협적인 상황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앞으로 나가자니, 볼을 지켜 줄 미드필드가 없는 상태에선 괜히 공간만 주게 될 확률이 높다.
그래서 난.
‘……응? 잠깐.’
수없이 뒤엉키는 생각의 끈 사이에서, 나는 희미하게 빛나는 것 하나를 손에 쥐었다.
‘유레카! 바로 이거야!’
왜 하필 유레카를 속으로 외쳤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지금 떠올린 방법이 경기의 양상을 반전시키고 내려앉은 팀의 라인을 끌어 올리게 될 거라고 믿었다.
그건 바로.
“에-이!!”
파앙-
‘볼을 지켜 줄 사람이 없으면, 내가 그걸 하면 돼.’
기존에 코케가 해 왔던 역할을 내가 그대로 이어받는 것이었다.
아까와 마찬가지로 오블락으로부터 패스를 받은 뒤, 난 곧장 볼을 코케에게 전달하는 중앙으로 잘라 움직이며 손을 들어 올렸다.
기존 코케와 사울만이 있던 패스 경로에, 내가 추가되자 레알 마드리드의 압박에 공간이 생겨났다.
팡-
탁.
‘그렇지!’
너무나도 간단히 패스가 연결되는 것을 보며, 나는 이번 판단이 옳았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오컴의 면도날(Occam’s Razor).
뻔히 눈앞에 답이 존재했다.
앞쪽의 그리즈만에게 볼을 전달한 뒤, 사울에게 자리를 지키란 말을 전달한 후 센터서클까지 움직여 다시 목소리를 높였다.
“여기야!”
“?!”
팡-
놀란 와중에도 그리즈만이 패스를 연결해 왔고, 중앙에 홀로 선 내게로 레알 마드리드의 선수들이 달려들기 시작했다.
일단 나는 가장 가까운 곳에서 달려드는 모드리치를 손을 사용해 간단히 제압했고, 몸으로 단단히 버텨서면서 오른쪽에 전진하는 사람이 생기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잠시 뒤, 후안프란이 보였고 난 오른발을 움직여 하프라인 바로 위쪽으로 볼을 보냈다.
이에 잔뜩 전진해 있던 마르셀루가 후안프란을 잡아채려고 했지만, 전반 초반에 받은 카드가 기억났는지 도로 손을 빼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는 곧 후안프란이 계속해서 전진하게 되었단 의미였고, 모처럼 높은 위치까지 나아간 그는 빠르게 크로스를 띄웠다.
{“워어-”}
{“우오오-”}
낮고 날카로웠던 크로스를 향해 뛰어든 토레스가 몸을 날리며 발을 가져가 보지만, 아쉽게도 슈팅으론 이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오늘 가장 좋은 장면이었다.
.
(한희준) – SPORTV 해설위원
“지금은 굉장히 좋은 공격 전개였습니다. 왼쪽 수비에 집중하던 김다온 선수가 순간 중앙으로 이동하면서 빌드업에 영향을 줬거든요. 경기가 조금 답답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만, 그래도 지금 김다온 선수의 시도는 굉장히 좋았습니다.”
.
지금까지 내가 측면에서 해 왔던 역할은 전진과 전환에 있었지, 볼을 지키고 보급하는 것에는 있지 않았다.
그렇지만 레알 마드리드의 이스코가 그러하듯, 나 역시 얼마든지 자유롭게 움직여 볼을 보급할 수 있다. 나의 전진을 채우는 일이야, 팀에는 익숙한 것이다.
더구나 오늘은 코케까지 있으니, 히메네즈가 왼쪽으로 빠져 주고 센터백 자리를 코케가 채우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했다.
‘좋아. 조금 더 해 보자.’
뒤쪽에 공간을 남겨 둔다는 불안감을 어느 정도 떨쳐 버린 후, 나는 우리가 볼을 점유할 때마다 측면을 버리고 중앙으로 뛰어들어 빌드업에 관여했다.
그러자 내가 비워 둔 공간을 공략할 거란 예상과는 달리, 오히려 마드리드는 마찬가지로 오른쪽을 비워 두는 선택을 했다.
어느새, 다니 카르바할이 중앙으로 와 있었다.
‘바라는 바야.’
현재 높은 곳에서 피치를 본다면, 한쪽 라인 전체가 텅텅 비어 있는 진귀한 장면을 목격할 것이다.
심지어 볼은 중앙에 머물고 있다.
팡-
한 차례 레알 마드리드의 압박을 뚫어 낸 이후, 여유를 되찾게 된 동료들은 한결 수월하게 볼을 지켜 내며 패스를 원활히 돌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가비가 코케에게 패스를 전달한 순간, 난 그 즉시 왼쪽 사이드라인을 보고 대각선으로 뛰어갔다.
가까이 붙어 있던 키세마루에 이어 모드리치까지 수월히 따돌렸고, 갑자기 주변에 어수선해지더니 축구공이 머리 위에서 내 앞쪽으로 떨어져 내렸다.
혹여 레알 마드리드의 선수들이 반응할까 봐 입을 다문 채로 스프린트만 했다.
코케를 믿었기에 시도한 플레이였는데,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그는 내게 실망을 안겨 주지 않았다.
탁- 탁- 탁- 탁-
“후우-! 후우-!”
스터드가 피치에 부딪히는 소리와 가쁘게 내뱉는 호흡이 귓가에 울려 퍼졌고, 볼을 컨트롤할 수 있겠다고 판단한 나는 그제야 고개를 돌리며 옆을 쳐다봤다.
그러자 가까운 쪽에서 나란히 달리는 그리즈만과 그 뒤에서 먼 쪽 포스트로 돌아 움직이는 토레스가 보였다.
그리고 나와 가까운 곳엔, 측면을 커버코자 뛰어드는 라파엘 바란이 있었다.
우선, 선택의 시간이다.
과연 무엇일까?
오늘 지단이 평소처럼 라모스를 오른쪽에 두지 않은 건, 나의 공격 가담을 막는 데 바란의 피지컬이 훨씬 더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거다.
실제로 긴 다리를 성큼성큼 뻗어 움직이는 바란은, 빠르게 나와의 거리를 좁히는 중이었다.
본래라면 이런 상황에서 수비수는 슬라이딩 태클로 볼을 건드리는 것을 선호하지만, 지금까지 보아 온 바란이라면 단순히 접근하는 선에서 압박을 가할 확률이 높다.
도전적이고 적극적인 라모스와의 궁합이 유달리 좋은 이유도, 바란이 기본적으로 안정을 추구하는 센터백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는 멈춰 설 거다.
그리고 그렇게 하려면.
‘급정거를 해야 해.’
바란이 일정한 위치에서부터 속력을 줄이며 어깨싸움으로 1:1을 끌어갈 거란 생각에, 나는 퍼스트 터치를 조금 색다른 방식으로 가져가기로 했다.
그게 뭐냐고?
‘이거!’
굴러가고 있던 축구공의 앞쪽으로 오른발을 놓아둔 뒤, 나는 급격히 멈춰 서면서 왼발을 앞에다 세운 오른발의 뒤로 가져갔다.
곧이어 왼발에 분명한 느낌이 왔고.
탕-
파바바박-!
잔 발이 내디뎌지는 소리와 함께, 피치에 남은 물기에 미끄러진 바란이 비틀거리다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같은 팀 동료인 호날두의 전매특허와도 같은 백숏 동작에, 완전히 속아 넘어가고 만 것이다.
쿵-!!
{“우오오오-!!!”}
바란이 엉덩방아를 찧었고, 난 관중석에서 들려오는 탄성을 들으며 고개를 들어 박스 안을 확인했다.
공격에 가담한 선수가 두 명인 데 반해, 레알 마드리드의 수비 숫자는 네 사람이었다. 공격과 수비의 비율이 1:2가 넘어가면, 일반적으로 공격이 성공할 확률은 급격히 줄어든다.
그렇다고 이제 와, 볼을 뒤로 보낼 수도 없다.
그건 가장 최악의 결정일 거다.
‘해 보자.’
툭-
판단을 내린 나는 볼을 한 번 더 슬쩍 차 두었고, 바로 이어 오른발을 힘껏 휘둘러 슈팅을 시도했다.
퍼억-!!
제대로 얹힌 축구공은 그대로 골대를 향한다.
그러나.
파앙-!!!!
{“우워어어어-!”}
두 손바닥을 앞으로 뻗은 케일러 나바스가 볼을 하늘 위로 쳐 내는 것에 성공한다.
축구공은 생각보다 훨씬 더 높이 떠오른다.
그러곤 그대로 골라인을 벗어나, 코너킥이 되어 버린다.
아쉬움에, 난 힘껏 소리를 질렀다.
[으아-! 썅!! 아아악-!!]모든 것이 마음먹은 대로 이뤄졌었기에, 득점까지 만들어졌다면 굉장히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유일하게 제대로 되지 않은 건, 슈팅의 방향이었다.
역시, 뭐든 완벽할 수는 없는가 보다.
[후우~ 씨팔.]마지막으로 한마디를 더 보태며 침을 한 번 피치에 내뱉었을 무렵, 뒤늦게 양쪽 전완근을 감싸 쥔 케일러 나바스가 고통을 호소하며 피치에 드러누웠다.
그렇게 다시, 경기는 중단된다.
.
(로베르 피레스) – 프랑스 BeIN Sport 해설위원
“훌륭하고 또 아름다운 플레이였어요. 득점으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팀 전체의 사기를 끌어올릴 만한 장면이었죠. 저게 바로 다온이 특별한 이유입니다. 그의 플레이에는 뭔가가 있죠. 팀 전체를 들끓게 만듭니다. 마치, 지주가 그랬던 것처럼요. 가끔 팀이 흔들리면, 지주가 나서서 늘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곤 했어요. 내가 이끌 테니, 너희들은 따라오기만 해. 그런 느낌이었죠.”
(쟝-위브 베헝) – 프랑스 BeIN Sport 코멘테이터
“말 그대로 아름다웠습니다. 훌륭합니다! 전반 30분이 되어서야 아틀레티코가 오늘 경기 첫 코너킥을 얻어 냅니다. 하지만 나바스가 누워 있군요. 코너킥이 진행되려면 조금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
작가의 말 ? 만약 현실에서 같은 상황이었다면, 이스코 시프트라는 말은 탄생하지 않았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