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75)
74화
처음 SL 벤피카로의 이적에 대해 에이전시와 상담을 할 때, 얀과 요나스는 우려되는 부분 몇 가지를 말해주었었다.
거기엔 당연히 막시 페헤이라라는 경쟁자에 관한 내용도 있었고, 리가 존 사그레스의 큰 전력 편차라든가 남미에 가까운 스타일 역시도 적응을 많이 해야 할 점으로 꼽았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우려했었던 것이 있다면, 그건 바로 좌우를 오가며 경기에 출전할 가능성에 대해서였다.
전문적인 왼쪽 풀백으로 아예 변환하는 것이 아니라, 팀 상황에 따라 포지션을 오가야 하는 부분이 축구선수로서의 성장을 크게 저해하는 요소로 보았던 거다.
무척이나 올바른 말이었다.
그러나 이런 우려에도 나는 이곳 SL 벤피카를 선택했고, 여기엔 내 나름의 충분한 근거가 존재했다.
벤피카가 아닌 내게 관심이 있는 다른 클럽들은 현실적인 조건, 유럽대항전, 나를 기용하는 것과 관련된 비전 등이 딱히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오직 SL 벤피카만이, 이런 모든 부분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조건과 태도를 보여줬다.
물론 내가 틀렸을 수도 있고, SL 벤피카에서 뛰는 일이 생각보다 더 어려운 일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어려운 일을 가능케 만드는 건 끈기와 노력이라고 영표 형이 내게 말해준 적이 있었다.
노력은 힘들지만, 실패에서 오는 고통은 더 힘들다면서.
[쉽게 얻을 수 있는 건, 오직 실패뿐이야.]영표 형이 어떻게 한국 최고의 풀백이 되었는지를 잘 알고 있었기에, 난 그 말들이 참 마음에 와닿았었다.
세상에는 내가 지금 마주한 어려움이나 힘듦보다 더한 일들이 많이 존재하는 법이다.
그중 대부분은 아직 겪어보지 못했을 뿐이고, 내일 당장 그것이 찾아오지 않는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그러니.
‘정신 단단히 붙들고······.’
서두르지 않고 침착하게 모든 일을 해나가야만 한다.
그리고 이건, 축구장 안에서 역시 마찬가지다.
“!!”
‘이럴 줄 알았거든? 바보 멍청이.’
나는 마치 주머니 속에 넣어둔 사과를 꺼내 들기라도 하는 것처럼, CD 산타 클라라의 오른쪽 윙 실베스트레(Sylvestre)의 발아래에서 축구공을 간단히 빼앗아냈다.
이건 오늘 경기에서 처음이 아니었고.
그렇다고 두 번째도 아니었다.
거의 매 번이라 봐도 좋다.
“꼬마!!”
가로채기에 성공 후 약간 앞으로 나아갔던 난, 오른쪽으로 돌아 나오기 시작한 사비올라를 향해 축구공을 보냈다.
라인을 아슬아슬하게 지나는 빠른 땅볼 패스다.
.
.
·후반 11분
SL 벤피카 1 : 0 CD 산타 클라라
포르투갈 리그의 수준이 높다는 건, 피드백의 빠르기만 보더라도 잘 알 수 있는 부분이다.
2부리그에 속한 팀임에도 불구하고, CD 산타 클라라는 지난번 내가 돌파를 자주 허용했다는 것을 알고 전술을 짜왔다.
다시 말해, 정통 윙어 스타일의 실베스트레에게 집중적으로 볼을 연결하는 식으로 내가 있는 쪽을 공략하려고 했다는 거다.
그렇지만 오늘은 단 한 번도, 오른쪽 수비에서 문제가 될만할 장면을 허용하지 않았다.
지난번에 감독님이 ‘같은 실수를 두 번 반복하지 않으면 된다.’고 말한 이후.
나는 경기 때면 종종 깜빡하곤 했었던 기초 한 가지를 잊지 않으려고 부단히도 노력했다.
그건 바로, 약한 발 유도.
공격수가 강한 발을 거의 사용하지 못할 경우, 수비하는 일이 몇 배는 더 수월해짐을 느낀다.
결코, 과장이 아니다.
특정한 방향으로 공격수를 유도하는 건 우리 수비수가 한 경기에서 가장 많이 수행하는 일이다.
기초 중의 기초라는 뜻이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반대로 공격수는 넓은 공간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가장 하지 않는 일을 수행해야만 한다.
이 설명 자체만으로도 수비수가 좀 더 우위에 설 수 있다는 게 느껴지지 않는가?
더구나 지금처럼 수비수에게 반대편으로도 갈 수 있다는 옵션을 제공하려 들지 않고, 우직하게 한 방향으로만 나아가려고 하는 경우라면 1 : 1은 훨씬 더 쉬워진다.
오늘 나는 완전히 철벽처럼 보였지만.
‘자뻑할 것 없어, 다온아.’
상대방의 기량을 저평가하려는 건 아니나, 오늘 경기에서 이 정도 기량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SL 벤피카 A팀의 자격을 갖추었다 말하기 힘들 거다.
그러한 면에서 오늘, 넬송 올리베이라의 활약은 다소 아쉬운 점이 많았다.
저 녀석도 어떤 면에서는 우직하달까?
꼭 그게 좋은 건 아닌데 말이다.
특히 오늘은 더더욱 그렇다.
A팀 주전 스트라이커인 오스카 카르도소가 넬송보다 오히려 활동량이 부족한 편이지만, 그때보다 지금이 훨씬 더 경기장에서의 공격 전개가 빡빡하게 느껴지고 있다.
넬송은 주변과 어떻게 호흡하고 또 흐름이 어떻게 바뀌어 가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그저 많이 뛰며, 자주 몸싸움을 할 뿐.
오늘 경기에서야 저것만으로 충분한 데다가 실제로 전반전에 골도 넣었지만, 솔직히 난 다른 스트라이커가 뛰었더라면 훨씬 더 많은 득점을 기록했을 거로 생각했다.
넬송이 방향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양쪽 윙어를 중심으로 맞춰둔 삼각형이 흐트러질 때가 많았고, 결국 빌드업 템포가 느려지다 보니 상대에게 수비할 시간을 내어주었다.
벌써 몇 번이나 동료들이 그러한 모습에 답답해하는 걸 보았고, 이제는 나 역시도 대충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감독님은 오늘, 넬송에게 90분 전체를 뛰게 할 생각을 하고 계셨다.
이는 어제 넬송이 아지트에서 했던 말로, 팀은 어떻게든 저 녀석을 카르도소 다음으로 키우길 원하는 것 같다.
그래서 말인데, 내가 뭐 도와줄 건 없을까?
생각은 아까부터 했지만.
‘또.’
또 한 번, 팀의 템포는 크게 늦춰지고야 만다.
오늘 경기에서도 팀은 빌드업 시에 3-4-3으로 포메이션을 전환 시켰다.
다이아몬드 4-4-2를 취할 때와는 방식이 조금 다르기는 한데, 기본적인 것들 자체는 전혀 바뀌지 않았다.
오른쪽 측면 미드필드로 출전한 브루노가 안으로 좁혀들어가게 되면, 그 자리에 내가 올라가 측면 미드필드처럼 선다.
반대로 왼쪽은 놀리토가 윙어 자리까지 올라가면서, 자연스럽게 라인 전체가 한 단계 높아진다.
그럼 사비올라는 당연하다는 듯 오른쪽으로 길게 빠져 오른쪽 윙어 위치에 서고, 살짝 벌어진 센터백들 중간에 선 하비 가르시아가 3선에 서서 상대의 역습을 지연시키는 일을 맡는다.
그리고 이렇게 팀 포메이션이 3-4-3으로 바뀌었거나 혹은 바뀌는 과정에서, 넬송은 어디로든 움직일 수 있는 자유로움을 부여받았다.
이것이 그가 선택하는 방향에 따라 공격의 날카로움이라든가 템포 자체가 크게 요동치게 된 이유다.
만약 윙어가 페널티에어리어로 쇄도해 들어가고, 풀백이 전진해 크로스를 올리는 방식으로 공격이 진행된다고 생각해보자.
애초부터 윙어가 볼 없이 페널티에어리어로 쇄도한다는 건, 2선에서 볼을 쥔 선수로부터 키 패스를 전달받거나 혹은 측면에 공간을 만들어주기 위해 하는 선택이다.
그렇다면 센터포워드는 측면으로 빠지는 게 아니라, 중앙에서 단단히 버텨주며 원투패스를 돕거나 쇄도하는 윙어에게 집중되는 상황을 이용해야만 한다.
윙어를 위해 수비수의 시선을 분산시키는 역할까지 해준다면 금상첨화이겠지만, 그건 극소수의 선수들만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리고 윙어와 풀백이 측면으로 크게 빠져 중앙의 공간을 넓혀준 상황이라면, 센터포워드는 아래까지 내려와 빌드업을 돕거나 수비라인 사이에서 움직이면서 오프사이드 라인을 흔들어줘야만 했다.
하지만 오늘, 넬송이 보여주는 모습은 정확히 그 반대인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 보니 윙어나 풀백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가지는 의미가 크게 떨어졌고, 최종적으로는 무의미한 달리기에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자연히 경기 도중의 사기라든가 동기부여 측면에서 크게 저하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후우- 너 저 녀석이랑 친하지?”
“Que?”
“너. 넬송. 친구. 맞지?”
“아, 네.”
“쟤 왜 저러는 거야?”
결국은 참을 수 없었는지, 브루노가 대놓고 내게 넬송의 경기력에 대해 대놓고 불만을 표출해왔다.
확실히 여긴, 덴마크보다 훨씬 더 동료들의 경기력에 대해 직설적으로 말하는 편이었다.
“반대! 반대! 반대! 반대로만 움직이잖아! 쟤가 지금 우릴 똥개 훈련 시키고 있어!”
“······네. 그렇죠.”
“젠장! 제수스는 대체 무슨 생각이야?”
단단히 짜증이 난 세자르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자리로 돌아가고, 좀 더 시간이 지났을 때 벤치에서 교체 선수 두 명이 한꺼번에 경기에 투입됐다.
감독님은 사비올라와 잘로를 모두 빼고, 놀리토와 호드리구를 투입하며 양쪽 윙어를 몽땅 갈아치웠다.
이런 선택이 의아했는지, 동료들은 서로를 쳐다보며 제수스의 판단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나야 미리 눈치를 챘었다만······.
‘이해는 가네. 에효.’
동료들의 반응을 충분히 이해할 수는 있었다.
그들은 넬송이 빠져야 한다고 보았을 거다.
그렇게 잠시 경기가 중단되며 교체가 이뤄지고, 다시 본래의 일을 시작하던 나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되었다.
“여기!!”
조금 전까지만 해도 분명 문제는 넬송이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호드리구와 놀리토는 투입되기 무섭게 우리의 이런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플레이로 증명해주었다.
측면에서 볼을 쥔 두 사람은 개인 기량으로 CD 산타 클라라의 수비수들을 압도했고, 특히 놀리토와 같은 경우는 투입 후 단 3분 만에 넬송의 추가 득점을 도왔다.
{이야아아아아아-!!!!}
고구마를 먹은 듯 답답했던 경기력에 사이다가 쏟아지고, 속이 뻥 뚫린 홈팬들은 커다란 함성을 내지르며 추가 골의 기쁨을 노래로 표현했다.
그리고 그 장면을 멀리서 지켜보던 난, 놀란 표정 그대로 벤치를 바라보았다.
거기엔 주머니에 손을 꽂은 채, 어떠냐는 식으로 날 쳐다보고 계신 제수스 감독님이 계셨다.
‘대체 뭘까, 이건.’
축구란, 아직 내게 보여주지 못한 면이 무척이나 많이 남아있는 것 같다.
.
.
·경기결과
SL 벤피카 3 : 0 CD 산타 클라라
[골] 넬송 올리베이라 : 전반 17분(브루노 세자르), 후반 23분(놀리토)악셀 비첼 : 후반 31분(놀리토)
김다온 ? 90분 출전(평점 8.0 ? 팀 내 4위)
***
·2012.01.29. 경기결과
CD 페이렌세 1 : 2 SL 벤피카
[골] 페르난두 바렐라 : 후반 8분(자책골)오스카 카르도소 : 후반 27분
김다온 ? 미출전(명단 미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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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20-249 산타 마리아 다 페이라, 포르투갈. R.S 파울루 다 크루즈. 노바 크루즈 호텔(Nova Cruz Hotel. R.S Paulo Da Cruz. 4520-249 Santa Maria Da Feira, Portugal).
벌써 20분째.
팀 경기력에 대한 감독님의 분노가 이어지고 있다.
“왜 자꾸만 그렇게 한 번씩 개똥 같이 축구를 하는 거야!! 내가 몇 번이나 설명했잖아!! 그런데 왜 필드에 나가서는 금붕어라도 된 것처럼 몽땅 까먹고 멋대로 뛰느냐고!!”
[······.]이럴 땐, 아직 언어에 서툴다는 게 참으로 다행처럼 느껴진다.
물론 분노야 정확히 전달되고 있지만.
“너희는 벤피카의 선수야!! 빌어먹을 페이렌세 같은 팀한테 고전해서야 어떻게 자랑스러운 벤피카라 말할 수 있겠느냐고!!”
팀의 경기를 제대로 지켜본 지 한 달이 채 되지도 않았지만, 확실히 기복은 있는 것 같다.
오늘만 해도 전반전 내내 답답한 모습을 보이더니만, 급기야 후반 4분 상대에게 선제골을 허용했다.
물론 그런 뒤에 다들 각성한 것처럼 뛰어다녀 결국 역전까지 이뤄냈지만, 아무리 원정이었다고 해도 좀 더 쉽게 경기를 끝냈어야 한다고 본다.
경기에 뛰지 않아 이렇게 생각할 수 있는 거겠지만, 뭐.
“휴우- 젠장. 25분은 좀 너무하지 않아?”
“그러게 말이야. 우리가 뭐 애도 아니고.”
아무리 경기력이 나빴다고 해도, 25분이나 불만을 토해내면 당연히 팀 내에 불만이 생길 수밖에는 없다.
이를 잘 알고 있을 텐데도 감독님이 이렇게까지 했다는 건, 그만큼 오늘의 경기력이 나빴다는 뜻이다.
어려서부터 이런 일이야 비일비재하게 겪었던지라 나는 아무런 생각도 가지지 않았지만, 다른 동료들은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는 듯 삼삼오오 모여 불만을 토해냈다.
일부는 루이장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대신해서 좀 전달해 달라고 말했을 정도다.
“뭐야? 넌 괜찮아 보이네? 그런 소리를 듣고 괜찮아?”
감독님이 화를 낼 때 얌체처럼 사라졌다 나타난 경훈이 형이, 사비올라의 이야기를 내게 통역해주고 있었다.
[한국에서 자주 겪었던 일이라 해주세요. 벌로 운동장 40바퀴를 뛴 적도 있는데, 뭐. 아, 이건 말고요.]경훈이 형이 통역을 이어가자, 사비올라는 놀란 눈이 되어 내게 다시 질문을 던져왔다.
“어린 선수들한테? 제정신이야?”
[한국에서 축구는 무조건 이겨야만 하는 스포츠거든요.]“뭐?”
작년 대표팀에서 은퇴한 지성이 형과 영표 형이 말하길, 한편으론 아쉬우면서도 한편으론 설명할 수조차 없을 정도로 큰 홀가분함을 얻었다고 했다.
먼 거리를 비행하여 대표팀에 합류한다는 건, 솔직히 힘든 일이긴 해도 가장 어려운 부분은 아니었다면서 말이다.
오히려 형들을 가장 힘들게 만들었던 건, 2002년의 눈높이에 맞춰진 축구팬들이 어떠한 시합 어떠한 대회에서도 그때와 같은 기적적인 성적을 바랐다는 점이었다.
여기에서 중요한 건, FIFA에 가입된 나라 중 그렇게 할 수 있는 나라는 단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스스로 2002년 월드컵을 ‘기적’과 ‘신화’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매번 그런 ‘기적’과 ‘신화’를 써 내려가 주길 바라는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건, 챔피언스 리그 결승에서 뛰는 것보다 더한 부담이라고 했다.
아, 물론 이건 지성이 형의 말이다.
“네 멘탈이 왜 그렇게 강한지 이해가 좀 되네.”
[응? 제 멘탈이 왜요?] [난 알 것 같은데?] [엥?]경훈이 형이 사비올라와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지만, 아무래도 이번엔 통역과는 상관이 없는 부분인 것 같았다.
그래서 난 자리에서 일어서기로 했다.
[전 이만 자러 갈래요.] [응, 그래. 잘자.]“잘자.”
“네, 당신도요.”
두 사람에게 안녕을 고한 내가 밖으로 빠져나오고, 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해 움직이려던 중 저쪽엔 사람이 많은 것 같아 반대편에 있는 것을 이용하기로 했다.
웅성거림이 장난이 아니다.
조금 걷는 거야 뭐, 일도 아니니까.
그런데 그렇게 조금을 걸어 복도 반대편의 엘리베이터 앞에 도착하자.
“응? 조르제?”
“이거, 우연이군.”
“······.”
다소 피곤한 표정으로 음료수 캔을 손에 쥔 감독님을 만날 수 있었다.
아까와 같은 사람이라 볼 수 없을 정도로, 눈에 띄게 초췌해 보였다.
“통역이 없긴 하지만, 잠깐 이야기나 좀 할까? 잠깐?”
“Sim.”
엘리베이터 앞에 놓은 2인용 소파를 혼자서 차지하고 계셨던 감독님이 옆으로 살짝 비켜 앉고, 그 옆자리에 앉게 된 나는 멍하니 바뀌고 있는 엘리베이터의 숫자를 쳐다보았다.
그러던 중, 불쑥 목소리가 옆에서 튀어나왔다.
“과외는 좀 어떤가? 그러니까, 포르투갈어 말이야.”
“음. 좋아요. 전엔 병신이었는데······ 아차!”
“응?? 하하핫-!! 병신이라. 재미있는 표현을 배웠군. 유스팀 녀석들과 어울리며 배운 건가?”
감독님의 말은 무척이나 느릿느릿했고, 덕분에 난 단어들을 조합해 뜻을 대강 유추할 수 있었다.
“네. 걔네들이 알려줬죠.”
“그렇군. 어때?”
“네?”
“오늘은 많이 놀랐나?”
여기서 난 뭐라고 해야 할까?
솔직히 하고 싶은 말은 있는데, 그걸 하면 너무 알랑방귀를 뀌는 것처럼 보일까 걱정이 됐다.
그런데 감독님은 내 주저를 조금 오해하신 것 같다.
“괜찮아. 부담 없이. 무엇이든 말해봐.”
“어, 그러니까.”
단어 몇 개를 떠올리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해보았던 난, 결국 포기하고 휴대폰을 꺼내 사전을 켰다.
“놀라진 않았어요. 당연하다고 생각해서. 팀이 더 잘해야죠. 왜냐하면, 이 팀으로 더 많은 걸 해야 하니까.”
“더 많은 거?”
“Sim. 예를 들어, 챔피언스 리그?”
“응?”
“구트만. 깨트린다. 저주.”
“!!”
이번 SL 벤피카로 이적할 때, 난 돈과 축구선수로서의 성장 말고도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목표 몇 가지를 정하고 포르투갈행을 결정했다.
처음에는 리그에서 우승을 해보자 뭐 이런 정도였는데, 구트만의 저주를 듣고 난 최근에는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챔피언스 리그. 유로파 리그. 우승하고 싶어요.”
“······큭큭. 큭큭큭큭. 오- 이런. 다른 놈들이 너의 반만 닮았으면 좋겠군. 지금 이 팀에서 자신의 한계를 정해놓지 않은 사람은 오직 너 혼자뿐인 것 같아. 유스에는 그런 녀석들이 몇 된다고 들었지만 말이야. 하아- 이거 쉽지 않군.”
“??? Que??”
“아무것도 아닐세. 즐거운 대화였어.”
내 무릎을 두드린 감독님이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먼저 가보겠다며 엘리베이터에 올라타셨다.
그리고 나 역시 곧바로 그 뒤를 이어, 다음에 도착한 엘리베이터를 타고 아래층으로 향했다.
너무 나간 혼자만의 생각일 수도 있겠지만 나는 지난번 CD 산타 클라라와의 경기에서부터, 감독님이 팀 전체에 어떠한 메시지를 던져주었다고 보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생각해보면 모든 경기가 그랬던 것 같다.
하지만 감독님은 결코 친절한 분은 아니다.
답은 우리가 찾아야 할 거다.
‘자, 그럼. 복습이나 좀 해볼까?’
SL 벤피카의 장점 중 하나는 자체 케이블 채널이 있어, 언제든 원한다면 따로 부여받은 ID를 통해 당일 경기를 언제든 다시 볼 수 있다는 점이었다.
침대에 누워, 난 한국에서 새로이 구매한 랩톱으로 오늘 경기를 처음부터 찬찬히 시청했다.
물론 겨우 25분 만에.
‘어, 내가 언제.’
한번 잠이 들어버리니 모든 게 귀찮아져, 랩톱을 그냥 옆에다가 던져두곤 다시 잠을 청하기로 했다.
내일은, 좀 더 나아져 있기를.
분명 무언가를 배우고 있는 것 같았기는 한데, 아직은 그게 쉽게 손에 잡히지는 않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