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754)
754화 Feliz Noche (4)
2017년 5월 10일. 28005 마드리드, 스페인. 마하라혼다. 파세오 데 라 비르겐 델 푸에르토, 67. 에스타디오 비센테 칼데론.
.경기 시작 1시간 전
아틀레티코 0 : 0 레알 마드리드
&Match-Up`s Best Eleven(AT/상대팀)
&Tactics(AT/상대팀) : 3-3-3-1/4-3-1-2
GK ? 얀 오블락 / GK ? 키코 카시야
RCB ? 스테판 사비치 / RB ? 다닐루
CB ? 디에고 고딘 / CB ? 라파엘 바란
LCB ? 뤼카 에르난데스 / CB ? 세르히오 라모스
RWB ? 후안프란 / LB ? 마르셀루
DM ? 김다온 / RM ? 루카 모드리치
LWB ? 필리페 루이스 / CM ? 카세미루
CM ? 가비 / LM ? 토니 크로스
CM ? 코케 / AM ? 이스코
SS ? 앙투안 그리즈만 / ST ? 카림 벤제마
ST ? 야닉 카라스코 / ST ?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
.
챔피언스리그 진행 요원의 손에 들린 종이가 양 팀 관계자에게 전달된 순간, 격렬하게 반응한 쪽은 원정팀 레알 마드리드 쪽이었다.
“전부 다 있다고?”
“…….”
“대체 이건 무슨!”
“지주! 자넨 이걸 어떻게…….”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선발 명단을 확인한 다비드 베토니가 경악하는 동안, 고개를 살짝 숙인 지네딘 지단은 디에고 시메오네의 속셈을 파악하고자 했다.
우선, 포지션을 예측하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다온을 중앙으로 보냈군.’
1차전이 끝난 후에 가진 인터뷰 자리에서 디에고 시메오네가 말한 것처럼, 특정 선수의 유무로 상대하는 팀의 포지션을 파악해 볼 수 있다.
이번 경우엔 사울 니게스였는데, 그가 벤치에 있다는 건 미드필드 위치에 한 자리가 빈다는 뜻이었다.
사울 니게스를 제외하고,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서 중앙에 뛸 수 있는 선수는 총 세 명이다.
토마스 파티.
티아고 멘데스.
그리고.
‘니콜라스 가이탄.’
하지만 그들의 이름은 벤치에 적혀 있었고, 티아고 멘데스는 아예 교체 명단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그렇다는 건.
“다온을 중앙으로 보냈어.”
“뭐?”
“들은 대로일세. 시메오네는 다온에게 1차전에서 코케가 했던 역할을 맡길 심산인 거야. 올 시즌은 처음이지만, 그에겐 낯선 자리가 아니지.”
“…….”
김다온이 측면에서 중앙으로 옮겨와 뛴 경기에서의 활약은, 한때 유럽에서 큰 화제를 일으켰었다.
90%가 넘는 패스 성공률과 양 팀 선수를 통틀어 선보인 가장 많은 탈압박 횟수 등. 모든 지표가 일류 미드필드의 경기라는 것을 말해 줬었다.
“오히려 잘됐어.”
“?”
“양쪽 측면을 넓게 활용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이스코의 활동이 더 자유로워질 거야. 공격 진영에서 더 많은 터치를 가져갈 수 있어. 우리에겐 좋은 현상이지.”
긍정적인 지단의 태도를 보며, 레알 마드리드의 코칭스태프는 안도감을 느꼈다.
가뜩이나 다니 카르바할이 부상으로 시즌 아웃이 되면서 경기에 대한 걱정이 커졌는데, 아무렇지 않다는 듯 받아들인 지단을 보고 있으니 안심이 된 것이다.
비록 첫 번째 경기에서 패배했다지만, 그래봤자 0:1이었고 이는 얼마든지 뒤집을 수 있는 결과였다.
만약 레알 마드리드가 전반전 선제골을 집어넣는다면, 오히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쫓기는 상황에 부닥쳐 제 발에 걸려 넘어질 수도 있었다.
그러니 패배에도 불구하고 호평을 받은 이스코 시프트를 믿고, 팀에 힘을 실어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럼, 나가 보겠네.”
“그래.”
코치들이 웜업을 위해 감독실을 떠나고, 홀로 남게 된 지단은 평소처럼 소파에 길게 드러누웠다.
축구 감독들은 선수들의 웜업 시간을 다양한 모습으로 보내곤 하는데, 주제 무리뉴는 주로 쪽잠을 청하고 펩 과르디올라는 전력 분석을 이어 갔다.
그리고 평소 지단은 애연가답게 담배를 태우며, 자신이 축구 다음으로 좋아하는 테니스 경기를 시청하곤 했다.
하지만, 오늘 그는 그럴 수 없었다.
꽉 찬 담뱃갑이 테이블 위에 놓여 있음에도, 그는 포장을 뜯을 생각조차 하지 못한 채 소파에 누워 비센테 칼데론 원정팀 감독실의 천장을 바라보았다.
“…….”
지단은 궁금했다.
과연 이것을 변수(變數)로 보아야 할지, 아니면 묘수(妙手)로 보아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본래 축구에서 변수란 상대적인 약팀이 시도하는 것이며, 강팀이 시도하는 예상 밖의 시도는 주로 묘수로서 설명되는 경우가 많았다.
결과에 따라 평가는 극과 극을 오갔지만, 기본적인 사람들의 시선은 위와 같았다.
‘우리가 약자가 된 거로군.’
아무리 생각을 이어 가 보아도, 오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선발 명단은 변수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상대가 그것을 통해 보여 줄 모습이 두려웠다.
피치 위에서 겁을 먹는 것에 익숙하지 않았던 지단이었기에, 그는 현재의 감정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두려움이라는 단어의 사전적 정의는 잘 알고 있었지만, 그것이 막상 자신에게 다가오자 이를 다루는 일에 애를 먹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지단은 여전히 냉정하게 상황을 바라보고 있다.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어.’
선발 명단의 전달로 양 팀 감독의 전술적 의도는 이미 공개되었다. 던져진 주사위는 지금 허공에서 회전하며 땅으로 떨어져 그 숫자를 보여 주기 일보 직전이었다.
어떠한 쪽이 더 많은 숫자의 눈을 보여 주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건 오늘 경기가 끝난 뒤에 승자와 패자가 가려질 거란 사실이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지단은 자신과 레알 마드리드가 승자가 되길 원하고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다온을 중앙으로 보내다니…….’
김다온이 중앙에서 뛰게 되었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려 떠나지 않는 지네딘 지단이다.
***
.경기 시작 07분 전
아틀레티코 0 : 0 레알 마드리드
【“여러분들의 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입니다!”】
{“예에-!”}
【“13번! 얀 오블락!”】
{“예에-!!”}
현재 경기장 바깥에서는 장내 아나운서의 선수 소개가 한창이었다. 저것이 끝난 뒤엔 ‘Himno de Atletico de Madrid’가 이어질 텐데, 평소보다 몇 분 정도가 빠른 편이었다.
이유는 물론, 오늘 경기에서 쓰일 테마가 챔피언스리그의 것이기 때문이었다.
{“Atleti- Atleti- Atletico de Madrid-!”}
예상했던 대로, 복도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는 당장이라도 베일 것처럼 날카로웠다. 그 기류는 레알 마드리드의 남자들로부터 시작됐다.
한눈에 봐도 긴장하고 있다는 사실이 느껴졌는데, 저들에겐 무척 드문 일이 아닐까 했다.
레알 마드리드가 패배와 패배 이후에 일어날 일들을 걱정한다는 말을 들어 본 적 있는가?
최소한 나는 지금까지 그런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하지만, 그건 실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지금 내 눈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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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네코 산도발) – 스페인 BeIN Sports 코멘테이터
“위기에 빠진 레알 마드리드입니다. 거기에서 벗어날 방법은 단 하나. 오늘 경기에서 승리하는 것일 겁니다.”
(마우로 페스코스) – 스페인 BeIN Sports 해설위원
“레알 마드리드 팬들의 인내심도 한계에 다다랐습니다. 만약 오늘 패배한다면, 플로렌티노 페레스 회장과 지네딘 지단의 퇴임을 바라는 시위가 벌어질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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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준) – KBS Sports 해설위원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은 오늘 센트럴 다온. 그러니까, 김다온 선수를 중앙에 두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이스코 시프트에 대한 대처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1차전에서의 코케와는 조금 다를 거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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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전 과정들이 차례차례 진행되고 서로 악수를 교환하는 순간이 오게 되자, 원정팀인 레알 마드리드 쪽에서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주장 세르히오 라모스를 시작으로 골키퍼 키코 카시야가 뒤를 이었고, 나중에 온 토니와 좀 더 친근하게 인사를 나누자 뒤쪽의 카림 벤제마가 보였다.
“Buena suerte.”
“Buena suerte.”
행운을 빈다는 상투적인 단어를 교환한 뒤, 나는 가장 마지막에 보이는 호날두와 마주했다.
굳은 표정의 그는 나의 시선을 피했고, 내민 손을 가볍게 움켜쥔 후에 바로 앞으로 걸음을 옮겨 버렸다. 생각해 보면, 발롱도르 이후 계속 그랬던 것 같다.
전에는 그래도 인사라도 했는데.
‘알 게 뭐야. 상관없잖아.’
전혀 중요하지 않은 일이었기에, 나는 빠르게 머릿속을 정리하며 집업 저지를 벗어 두기 위해 테크니컬 에어리어가 있는 곳으로 다가섰다.
현재 그곳에서는 시메오네가 서서 지시사항들을 한 번 더 우리에게 전달하고 있었다.
“명심해! 급한 건 저들이지 우리가 아니야!”
저지를 벗고 물을 조금 마신 뒤, 나는 자리를 찾아 움직이며 두 손을 높이 들어 손뼉을 두들겼다.
그러자, 팬들은 곧장 응답을 해 왔다.
{“휘이이이익-!!!”}
{“ATLETI-!!!”}
‘Nosotros vamos a la Final.’
우리는 결승전으로 간다.
빨간색 배경에 노란색으로 만들어진 카드섹션 문장이 사라진 현재, 비센테 칼데론은 팀 유니폼과 같은 빨강/흰색으로 물들어있다.
카드섹션을 펼치는 시간 동안 이랬던 적은 있었지만, 아예 팀 전체에서 티셔츠를 배포하긴 처음인 것 같다.
좌석에 따라 빨강 혹은 흰색 티셔츠를 의자에 걸어 두었다고 하던데, 개인적으론 좋은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센테 칼데론에서 치르는 마지막 챔피언스리그 경기에서, 팬들에게 자신들이 12번째 선수이며 줄곧 우리와 함께 뛰어왔다는 것을 알려 주는 일이니까 말이다.
삐?익!!
{“예에에에에에-!!!”}
주심이 휘슬을 불어 경기를 진행시키고, 목청껏 소리친 팬들은 그들 역시 오늘 밤에 펼쳐지는 축제에 동참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해 왔다.
레알 마드리드의 선축으로 시작된 경기.
오늘도 상대는 4-3-1-2로 나섰다.
“…….”
“…….”
뒤로 킥오프를 보낸 벤제마가 빠르게 달려 내 곁을 스쳐 지나가고, 고개를 좌우로 끊임없이 돌린 나는 시시각각 변하는 전형을 계속해서 머리에 담았다.
측면과 중앙에서 뛰는 것은 완전히 다르기에, 주변을 살피는 빈도를 더 높게 가져갈 필요가 있다.
초반, 이스코는 왼쪽에 머무는 중이다.
‘4-3-3이 됐어.’
지난주 1차전이 끝나고 팀이 분석한 자료와 미디어를 통해 접한 영상들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레알 마드리드는 이스코의 위치에 따라 4-3-3과 4-1-4-1을 수시로 오갔는데, 수비로 눌러앉을 때는 기본적으로 플랫 형태의 4-4-2를 취했다.
이스코가 어떠한 위치에 있느냐에 따라 4-4-2의 위치가 결정되었고, 지금처럼 왼쪽에 있을 경우면 수비 시에 그는 그냥 왼쪽 측면 미드필드가 됐다.
그럼 남은 세 명의 미드필드가 그대로 오른쪽으로 이동해서 포지션을 채웠다.
그렇다는 말은.
“뒤-!!”
“?!?!”
레알 마드리드는 오른쪽에서 패스를 돌리는 중이었고, 조용히 움직였던 나는 벤제마가 다닐루의 패스를 이어받는 순간 기습적으로 압박을 가해 볼을 되찾아왔다.
그리곤 균형을 잃고 비틀거리는 벤제마를 뒤쪽에 남겨둔 채, 그대로 몸을 돌려 팀의 오른쪽 진영을 바라봤다.
‘역시.’
좌우 어떠한 쪽에 서건, 이스코의 공격적인 임무는 볼을 소유하고 연계를 통해 공격 작업을 만드는 일에 있다.
이를 위해 이스코는 자신의 드리블 능력을 최대한으로 억눌렀는데, 그 이유는 현재의 전술이 필연적으로 측면의 약화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메디아푼타(Mediapunta/AM) 포지션에 프리롤을 부여하는 4-3-1-2의 특성상, 측면쪽의 수비가 부족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게다가 레알 마드리드는 기본적으로 공격 성향이 짙은 풀백을 두고 있기에, 중앙 미드필드의 좌우에 서는 토니와 모드리치의 수비 부담이 굉장히 커질 수밖에 없다.
벤제마에게서 볼을 빼앗자마자, 다른 곳을 다 제쳐 두고 오른쪽 측면을 바라본 건 이런 이유 때문이다.
파앙-!!
곧바로 쏘아 보낸 긴 패스가 넓은 공간에 그대로 떨어져 내리고, 힘껏 내달린 그리즈만이 사이드라인 바로 앞에서 볼을 컨트롤 하는 것에 성공한다.
그리고 직후 세르히오 라모스의 가랑이 사이로 볼을 흘려보내는 기교를 보였는데, 결국 라모스가 그리즈만을 붙잡았다.
“에?이!!”
누가 봐도 고의적인 파울에 동료들이 소리를 질렀고, 주심 쥐네이트 차키르가 바로 경고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렇지.’
전반전 2분이 되기도 전에 세르히오 라모스가 경고를 한 장 받게 되었다는 건, 레알 마드리드의 수비에 큰 부담이 주어지게 됐다는 뜻이었다.
이로써 라모스는 위험 상황과 경고 카드 한 장을 맞바꾼다는 수비의 무기를 잃어버린 셈이 됐다.
조용히 주먹을 불끈 쥐여 보였던 난, 바로 처리된 프리킥을 확인하며 쓰리백의 앞쪽에 자리를 잡았다.
기본적으로 볼을 점유하지 않는 상황이라면, 이스코 시프트는 생각만큼 그 위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호날두와 벤제마가 활발한 전방 압박을 보여 주곤 있었지만, 피보테(Pivote/DM)까지 갖춰진 3-5-2를 상대로 압박의 효과를 거두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결국 호날두가 먼저 압박을 포기했고, 덩달아 걸음을 늦춘 벤제마를 보며 난 축구공을 다시 발아래에 놓아두었다.
현재도 이스코는 왼쪽 측면에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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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준)
“상당히 많은 볼터치를 가져가고 있는 김다온입니다. 경기 초반이기는 합니다만, 김다온을 중심으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후방 빌드업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김정명) – SPORTV 아나운서
“다시 패스를 연결받는 김다온. 툭 쳐 놓고 빠져나갑니다. 아, 그렇지만 호날두가 손을 썼습니다.”
(한희준)
“아, 네. 이거는. 확연한 파울입니다. 김다온이 압박을 벗겨 내려는 찰나, 손을 김다온의 목 쪽으로 들이밀었거든요. 이것도 경고를 받아야 하지 않나요?”
***
.전반 09분
아틀레티코 0 : 0 레알 마드리드
{“우-!!”}
코케의 왼발 슈팅이 골포스트 옆으로 벗어나고, 한 차례 고비를 넘긴 레알 마드리드는 비로소 정돈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오른쪽 측면을 돌파한 야닉 카라스코와 앙투안 그리즈만의 좋은 합작 플레이에서부터 시작된 아틀레티코의 공세는, 1분이 넘는 시간 동안 레알 마드리드를 괴롭혔다.
골킥이 준비되는 동안, 천천히 걸어 움직이는 이스코가 인상을 살짝 찌푸려 보인다.
‘이 흐름은 좋지 않아.’
전반전 10분이 다 되어 가는 현재, 레알 마드리드는 아직 단 하나의 슈팅도 기록하지 못한 상태였다.
원정 경기니만큼 힘들 수도 있다고는 생각을 했지만, 레알 마드리드가 공격을 주도하고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그걸 지키려 하는 게 이스코가 그리던 그림이었다.
물론,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는 건 아니었다.
레알 마드리드 역시 공격을 진행했다.
김다온의 중앙 이동으로보다 자유롭게 측면으로 움직일 수 있게 된 이스코 역시, 공격 진영에 올라서 있는 빈도가 1차전 때보다 많이 늘어나 있었다.
하지만.
“…….”
“…….”
패스를 받은 후 다음 플레이로 연결하고 싶어도, 의미를 부여해 나갈 수 있는 위치에 자리한 선수들이 없었다. 부지런히 뛰어 줘야 하건만, 발이 무거운 듯했다.
결국.
팡-!
패스는 뒤로 돌아갔고, 볼이 머무는 라인이 의도와 다르게 한참 뒤로 밀려 버린 것에 짜증이 난 이스코가 목소리를 높이고 말았다.
“에-이!! 제발 좀 움직여!!”
오늘 레알 마드리드의 공격 전개는 팀 플레이라는 게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공격의 방법은 오직 호날두와 벤제마 두 사람의 호흡과 마르셀루의 오버랩뿐이었고, 미드필드에서의 빌드업은 완전히 피치에서 실종되어 있었다.
지금도 호날두와 벤제마 두 사람이 뭔가를 만들려고 해 보았지만,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정도 되는 팀의 수비를 둘만으로 뚫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역습을 가져가는 상황이라면 또 모르지만, 지금은 아틀레티코의 수비가 완전히 자리를 잡은 상태였다.
벤제마의 리턴을 차단한 필리페 루이스가 근처에 버티던 김다온에게 패스를 전달하고, 부드럽게 몸을 돌려세운 대한민국의 수비수가 반대 방향을 쳐다봤다.
‘이런! 또?!’
오른쪽으로 방향을 전환하는 패스가 다시 한 차례 이어지고, 공격 진영으로 전진해 있던 이스코와 마르셀루는 전력 질주해 수비진영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게 되었다.
세르히오 라모스를 상대로 과감한 드리블을 시도한 카라스코가 코너킥을 얻어 낸다.
삑-
‘이대로는 안 돼.’
지네딘 지단이 설명한 전술적 의도가 전혀 표현되고 있지 않은 피치 위에서, 수비를 위해 페널티 박스 안에 진입한 이스코가 불안함을 느끼고 있다.
풀리지 않는 경기의 전형적인 모습처럼, 장점은 사라지고 단점만 잔뜩 도드라지는 중이다.
삐-익!
그렇게 불안함 속에서 코너킥이 시작되고, 오른쪽 코너 플랫에서 띄워 올린 코케의 킥을 향해 커다란 덩치를 가진 한 사내가 높이 뛰어올랐다.
볼을 향해 움직이던 이스코는 드리워지는 음영에 멈칫했고, 이어 멍하니 날아오른 남자를 쳐다보게 되었다.
그는 빨강과 흰색이 섞인 세로줄의 유니폼을 입고 있었고, 멋지게 고개를 틀며 축구공의 방향을 레알 마드리드의 골대가 있는 쪽으로 정확히 틀어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건, 카르바할과 마찬가지로 시즌 아웃 된 케일러 나바스를 대신해 들어선 키코 카시야의 손을 통과한다.
“!!”
“…….”
그물이 출렁이는 것을 확인한 뒤, 눈을 감은 이스코가 고개를 위로 들어 올리면서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쥔다.
‘병신 같은…….’
믿기 어려운 현실이 눈앞에 닥쳐왔다는 생각에, 그는 도저히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열광하는 비센테 칼데론의 목소리에, 이스코는 또렷한 두통을 느낀다.
.
(에네코 산도발)
“고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올! 오늘도 선제골을 뽑아내는 아틀레티코!! 그 주인공은 디에고 고딘!! 이미 비틀거리고 있던 레알마드리드에 제대로 된 펀치를 날립니다!!”
.
종합점수 0:2.
이제 레알 마드리드가 승리를 하려면, 비센테 칼데론에서 두 골을 뽑아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