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759)
759화 Pieza de Puzzle (4)
※ 2016/17 La Liga Table
-> 2017.05.21. 시즌 종료
-> 3위까지만 표시
1. A. 마드리드 : 30승 6무 2패 승점 96점
2. R. 마드리드 : 29승 4무 5패 승점 91점
3. FC. 바르셀로나 : 28승 6무 4패 승점 90점
***
(호셉 페드레롤) – 엘 치링기토 진행자
“좋은 밤입니다. 저는 엘 치링기토의 호셉 페드레롤입니다. 아시다시피, 어제부로 또 하나의 시즌이 끝났습니다. 매년 찾아오는 일이긴 합니다만, 과거 돌아보는 지금 우리는 지난 시즌이 무척 특별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그들의 역사에 남을 만한 시즌을 보낸 끝에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오늘은 거기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 볼까 합니다. 제 옆에는 에두 벨라스코와 알프레도 듀로가 함께하고 있습니다. 엄청난 시즌이었네요.”
(에두 벨라스코) – 엘 치링기토 패널
“놀라웠죠. 리그 2라운드가 종료된 시점까지만 해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우승 가능성을 점친 사람들은 거의 없었습니다. 시즌 초반이긴 했지만, 누가 봐도 그들은 흔들리고 있었으니까요.”
(호셉 페드레롤)
“이 이름을 꺼내 들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이미 이 자리에서 여러 차례 언급되었지만 말이죠. 다온. 벌써 발롱도르를 예약했다는 말이 떠돌고 있습니다.”
(에두 벨라스코)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다온은 지금 2017 발롱도르를 집으로 가져가기 일보 직전이죠. 그에게 필요한 것은 단 하나의 조건뿐입니다. 바로, 빅이어죠. 하지만 저는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설령 빅이어를 차지하지 못한다고 해도 발롱도르에 가장 가까운 건 변함이 없다고요. 현시점, 그보다 더 팀을 나아지게 만들 수 있는 축구 선수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리그 우승이 그것을 증명하고 말입니다.”
(호셉 페드레롤)
“어제 아스의 뉴스를 읽는데,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24골 30어시스트? 무려 54개의 공격 포인트였습니다.”
(에두 벨라스코)
“라 리가의 팬들이라면 이 숫자가 그리 대단하기 보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리오 메시는 2011/12 시즌 리그에서만 50골 16어시스트를 기록했었습니다. 2014/15 시즌에도 43골 18어시스트를 기록했죠. 마찬가지로 라 리가에서만입니다. 호날두도 마찬가지죠. 2014/15 시즌 48골 22어시스트를 기록하며 공격포인트 합계 70개를 채웠었습니다.”
(호셉 페드레롤)
“하지만 이 두 사람과 다온은 결정적 차이가 있죠.”
(에두 벨라스코)
“바로 그겁니다. 다온은 합류 초기에는 왼쪽 미드필드로, 그리고 중반부터는 사이드백으로 뛰었습니다. 중요한 건, 수비수로 돌아간 뒤에도 계속해서 공격 포인트를 쌓았다는 거죠. 그는 아틀레티코의 득점 중 정확히 절반에 관여했습니다.”
(호셉 페드레롤)
“흐음- 그렇군요. 여기 적혀 있는 내용에 보면, 아틀레티코는 이번 시즌 라 리가에서 108골을 넣었습니다. 그리고 그중 54개가 다온의 발에서 만들어졌군요. 허-! 어떻게 봅니까?”
(알프레도 듀로) – 엘 치링기토 패널
“결과가 모든 것을 말해 주고 있죠. 제가 비록 레알 마드리드를 좋아하는 편이긴 합니다만, 결국은 결과가 세상을 지배하는 법입니다. 과정은 중요하지 않아요. 아틀레티코는 승리했고, 다온은 팀이 그렇게 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승자가 열매를 독차지하는 건, 이 세계에서 무척 당연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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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엘 베스코스) – El Partido de Las 12 호스트
“54개의 공격 포인트입니다, 54개의 공격 포인트요! 그것도 수비수가 말입니다! 저는 축구에서 이런 일이 벌어질 거라곤 상상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호세 페톤) – El Partido de Las 12 패널
“그래서 다온이 특별한 겁니다. 그에겐 설명하기 힘든 뭔가가 있습니다. 더욱 놀라운 건 그가 여전히 23살이란 사실인데,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것을 이룰지 상상조차 되지 않습니다.”
(비엘 베스코스)
“시즌이 끝나고 마르카와 아스는 그들이 매년 해 왔던 일을 시작했습니다. 바로 일주일 동안의 투표로 리그 베스트일레븐과 최고의 선수를 뽑는 일이죠. 다른 건 모르지만, 다온이 한 자리를 차지할 거란 사실은 확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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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트 레산) – 온다 세로 라디오 호스트
“이 친구가 더욱 매력적인 건, 축구 실력 못지않게 그 바깥의 모습 역시도 환상적이라는 점 때문입니다. 피치 밖에선 늘 행복하게 웃고 다니죠. 그리고 또 겸손합니다. 그래서 모두가 그를 사랑합니다.”
***
2017년 5월 24일. 28221 마드리드, 스페인. 마하라혼다. C. 세로 델 에스피노, s/n, 파벨론 2. 시우다드 데포르티바 완다 아틀레티코 데 마드리드.
8개월 동안 쉼 없이 달려온 라 리가가 끝나면서, 두 개의 도시를 제외한 스페인 전역에도 휴식이 찾아왔다. 일상은 반복되지만, 축구는 잠시 쉬어 가게 된 것이다.
그렇지만 마드리드는 여전히 뜨겁다.
제외된 두 개의 도시.
그중 하나가 바로 이곳이기 때문이다.
“에-이! 정해진 곳으로 볼을 보내!!”
“¡Rapido(빠르게)! , ¡Rapido(빠르게)!”
파앙-!
현재, 우리는 FC 바르셀로나를 겨냥한 맞춤 전략을 연습하는 중이었다.
“좋았어! 하지만 패스는 좀 더 빨라도 된다!”
“······.”
“좋아! 그럼, 다시!”
삐-익!!
디에고 시메오네의 열정적인 코칭 아래, 연습이 한창인 그라운드의 온도는 조금씩 더 뜨거워지고 있었다. 그게 아니면, 단순히 날씨가 더워서일 수도 있다.
5월치고 무척 더운 28도까지 온도가 치솟다 보니, 짧은 훈련에도 땀을 많이 흘렸다.
그에 따라 수시로 선수는 각자 수분을 올바른 방법으로 보충해야 했는데, 나는 희석한 비타민 워터에 전해질을 섞어 따로 챙겨 다니고 있었다.
“후우- 그거 좀 마셔도 돼?”
“물론이지.”
“고마워.”
들고 있던 음료를 코케에게 건넨 후, 난 그와 함께 한쪽에 서서 커다란 사각형 틀 안에서 진행 중인 훈련 장면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에-이! 더 벌려!!”
좌우 간격이 너무 좁은 것 같아서 목소리를 높이자, 이야기를 들은 건지 후안프란이 선의 가장자리에 서서 플레이를 펼치기 시작했다.
잠시 뒤 센터백들을 거친 패스가 후안프란에게로 향했고, 그는 1:1을 시도한 후 곁으로 잘라 움직여 들어가는 사울의 앞으로 볼을 굴렸다.
패스의 정확도가 다소 아쉽기는 했지만, 바로 저게 시메오네가 바라는 플레이였다.
“잘했다! 패스가 좀 나빴지만, 과정 자체는 좋았어!”
고개를 끄덕이며 손뼉을 두들긴 시메오네가 만족스러운 평을 남기고, 곧바로 휘슬을 분 나는 시메오네가 있는 쪽을 돌아보며 손을 높이 들어 올렸다.
이젠.
“다시 우리 차례야.”
“응. 가자.”
“그래.”
현재 우리는 FC 바르셀로나의 전술을 특정한 상태로 훈련을 이어 나가는 중이었다.
루이스 엔리케는 이번 시즌 내내 좌우 풀백을 사이드에 배치하여 좌우 간격을 벌리고 MSN과 중앙 미드필드의 활동 영역을 높이는 전략을 택해 왔다.
전형 자체는 펩이 있던 시절과 같은 4-3-3이었지만, 과거의 흔적은 찾을 수 있어도 당시와 똑같은 축구라 보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물론 그때의 축구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어도 문제였겠지만 말이다.
“호르헤!!”
“!”
팡-
조금 전 후안프란처럼 사이드라인 근처에 섰던 나는, 기습적으로 안쪽으로 파고들며 코케를 포스트 플레이어로 활용해 돌파하는 방법을 택했다.
수비를 등진 코케가 축구공을 가볍게 툭 쳐서 옆으로 굴려 냈고, 난 그것을 획득해 하프 스페이스를 따라서 쭉 내달렸다.
그렇게 나는 바로 목적지까지 도착했고, 거기에 축구공을 멈춰 둔 뒤엔 NFL을 시청하면서 본 셀레브레이션을 따라 했다.
바이에른 뮌헨에서 뛸 때 펩으로부터 [“NFL이나 NBA 경기를 시청하는 건, 축구 전술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말을 들은 이후, 난 꾸준히 그렇게 하고 있었다.
“젠장, 그 요상한 행동은 뭐야?”
“Lit. Vine이잖아. 몰라?”
“네가 뭔 말을 하는지 하나도 못 알아먹겠어.”
“이런, 호르헤. 너는 유튜브를 조금 더 봐야 해.”
“유튜브? 그건 꼬맹이들이나 보는 거잖아.”
“난 어리거든. 또 쌩쌩하다고.”
“미친 녀석.”
“큭큭큭큭.”
이전 두 개의 장면에서 드러나듯, 우리가 FC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공략해야 할 지점은 좌우 하프 스페이스다.
일단 이 지점으로 사람과 볼을 집어넣어 균열을 만든 후, 중앙에 힘을 주어 균열을 넓혀서 결국 무너지도록 한다는 게 기본적인 전술 틀이었다.
처음 아틀레티코에 왔을 때의 시메오네는 전술적으로 조금 꽉 막힌 느낌을 주었지만, 최근 석 달만 놓고 보면 미친 것처럼 매일 새로운 전략을 토해 내고 있었다.
듣기론 두꺼운 전술 노트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새로운 것으로 교체된다고 하던데, 잠은 제대로 자는지 모르겠다.
“좋아!! 그럼 다들 잠깐 모이도록!!”
“휘이- 또 화이트보드야?”
“설명할 게 많나 봐.”
“원래 저런 사람이 아니었다고.”
“······그게 내 탓이라고?”
“네가 오고 바뀐 게 맞거든?”
“하-! 퍽이나!”
코케와 장난을 주고받으며 도착한 곳엔, 약간은 퀭한 모습으로 앞으로 진행할 훈련을 열심히 설명하는 디에고 시메오네가 있었다.
***
2017년 5월 25일. 맨체스터 M11 3FF, 잉글랜드. 13 로슬리 스트리트. 에티하드 캠퍼스.
EPL 역시 시즌이 끝나면서, 모든 클럽이 일제히 휴식에 들어갔다. 물론 휴식에 들어간 쪽은 선수단일 뿐, 보드진은 그 어느 때보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매일매일 쏟아지는 이적 관련 내용과 UEFA 및 FIFA의 동향, 스폰서와 각종 장비 관련 부분을 처리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런, 세상에나! 도대체 이게 뭔가?!”
“······.”
“사람을 당장 불러서 청소하도록 하겠네. 잭!! 바로 이리로 좀 오겠나?!?!”
맨체스터 시티의 단장 치키 베히리스타인은 오늘 오전, 스태프로부터 펩 과르디올라의 사무실 불이 이틀째 꺼지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일전에 시즌 직후 바로 휴가에 들어가겠다는 말을 들었던지라, 치키는 당연히 그가 스페인에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크리스티나는?”
“크흠, 밀라노에 있네. 아이들도 같이.”
“밀라노? 거기는 왜?”
“일 때문이지. 휴가는 좀 미루게 됐어.”
“이런!!”
달려온 직원에게 청소부를 보내 달라고 말한 뒤, 감독실 안으로 들어선 치키 베히리스타인이 어지럽게 널려 있는 전술 노트를 치우기 시작했다.
FC 바르셀로나에 있을 때부터 종종 있었던 일이지만, 시즌이 끝난 뒤에도 이럴 줄은 생각도 못 했다.
“치키.”
“뭔가?”
“거기 물병을 좀 주겠나?”
“······.”
잠에서 덜 깨어 두통에 시달리는 펩 과르디올라가 물병을 청하고, 이에 조용히 한숨을 내쉰 치키 베히리스타인이 테이블에 올려져 있던 물병을 집어 들었다.
그러곤 주머니를 뒤져, 늘 가지고 다니는 아스피린 몇 알 역시도 함께 건넸다.
“고맙네.”
“제발, 펩. 자네는 몸을 너무 혹사하고 있어.”
“고작 이틀이야. 예전에는 나흘도 이래 봤네.”
“펩!”
“후후후. 나도 무슨 말인지 알아. 앞으론 이런 일이 없을 거라고 약속하지. 지금은 그냥······.”
“?”
멍한 시선의 펩을 보며, 치키는 걱정을 느낀다.
뭔가에 미치면 자신의 몸 따위는 돌보지 않고 성에 찰 때까지 달려드는 사람인지라, 가끔 저렇게 멍한 상태가 온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때때로 그것은 번 아웃(Burn Out)의 초기 증상처럼 보이기도 해서, 치키는 자신의 친구에게 그것이 찾아오지 못하게 늘 예의주시 하는 중이었다.
또 다른 친구인 마넬 에스티아르테에게도, 다른 건 몰라도 펩이 업무시간 외에 무리하는 것만큼은 말려 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매번 그래 왔듯, 펩 과르디올라의 열정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단 한 명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 한 명이 지금 밀라노에 있는 게 문제야.’
치키는 종종, 펩 과르디올라가 크리스티나 세라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불행한 삶을 살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성공이라는 타이틀과 그를 둘러싼 모든 것들을 치워 버리고 나면, 남는 것은 독특한 자신만의 세계를 가진 지독한 고집의 사내가 전부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 크리스티나는 올바른 애정을 주었고, 덕분에 펩은 조금이지만 사교성이란 것을 가지게 되었다.
“자네가 쓰러지면 크리스티나가 슬퍼할 거야.”
“안 그래도, 비밀로 해 달라고 말하려고 했네.”
“이번 한 번만일세.”
“역시, 친구는 좋은 거로군.”
“······.”
정신이 조금 맑아진 펩이 소파에 등을 가져가고, 마저 남은 전술 노트를 정리하기 시작한 치키는 우연히 흥미로운 글자들을 발견했다.
‘응? 코케?’
그건 바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선수의 이름이었다.
‘이건 또 대체 무슨······.’
이후 치키 베히리스타인은 자신이 주운 전술 노트를 찬찬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곳 어디에서도, 맨체스터 시티 선수들의 이름은 적혀 있지 않았다.
거기에 있는 것은 오로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그들과 코파 델 레이 결승전에서 상대할 FC 바르셀로나 선수들의 이름뿐이었다.
“어떻게 생각하나?”
“응? 대체 이건 또 뭔가?”
“그냥, 처음에는 단순한 호기심이었지.”
지난 21일을 끝으로 EPL 시즌을 마무리한 후, 펩 과르디올라는 갑작스럽게 일정이 생겨 밀라노로 떠난 가족들을 배웅하곤 클럽하우스로 돌아왔다.
그러곤 습관처럼, 맨시티 경기 영상을 틀었다.
하지만 그건 펩 과르디올라의 흥미를 끌지 못했고, 바로 전력분석실을 나와 감독실로 온 그는 사무실에 있던 랩톱으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경기를 찾기 시작했다.
“내가 아는 디에고는 1단계였네.”
“아-”
“그래. 그도 포지션 축구를 했지만, 그 수준은 1단계에 머물러 있었어. 모두에게 각자의 영역이 있고, 그것을 벗어나면 최대한 빨리 자리로 돌아가야 했지.”
펩 과르디올라가 FC 바르셀로나를 떠나 바이에른 뮌헨으로 향했던 건, 독일 축구에 대한 호기심 외에도 자신의 철학을 펼치기 용이하다는 점이 숨어 있었다.
사람들은 그것을 클럽의 전폭적인 지지 정도로 생각했지만, 실은 그렇지 않았다.
바이에른 뮌헨의 관계자들은 인정하지 않겠지만, 그들은 꽤 오래전부터 바르셀로나 방식의 포지션 축구를 펼쳐 왔다.
소위 말하는, ‘크라위프즘(Cruyffsm)’ 말이다.
2009년부터 두 시즌 동안 바이에른 뮌헨을 지도했던 루이 판 할은, 크라위프즘에 기반한 포지션(Position) 축구 DNA를 바이에른 뮌헨에 심어 놓았다.
바이에른 뮌헨은 볼을 점유하기 시작했고, 독일 특유의 클래식한 스타일에서 벗어나 짧은 패스의 숫자를 늘렸다.
그러기 위해 루이 판 할은 뮌헨의 선수들 개개인에게 자신만의 영역을 부여했고, 그 안에서는 마음대로 움직이되 장소를 벗어날 경우 최대한 빨리 돌아오란 명령을 내렸다.
펩 과르디올라가 바라본 디에고 시메오네 역시, 크라위프즘에 입각해서 보았을 땐 1단계에 머물러 있는 남자였다.
다만 정교함의 수준이 차원을 달리했던지라, 그들의 축구가 단순하게 느껴지지 않았던 거다.
그런데.
“순식간에 사람이 바뀌었더군. 그는 요즘 3단계의 축구를 해. 처음엔 다온만을 그렇게 활용하다가, 최근엔 한두 명을 더 그렇게 쓰려고 하더군. 카라스코나 코케 같은 녀석들을 말이야. 시메오네는 요즘 경기를 하는 게 즐거워 보였네.”
펩 과르디올라가 말한 3단계와 루이 판 할의 1단계 사이, 거기에 있던 사람이 바로 유프 하인케스였다.
하인케스는 기존 판 할의 포지션 축구에 의외성이라는 요소를 더했고, 이는 창의적으로 평가받은 프랑크 리베리와 토마스 뮐러 같은 선수의 활약을 키우는 계기가 됐다.
당시 바이에른 뮌헨은 하인케스의 시대처럼 볼을 점유하면서도, 단순히 패스를 돌리는 것이 아닌 의미를 지닌 플레이에 더욱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 줬다.
그리고 이러한 밑그림 위에, FC 바르셀로나를 거친 펩 과르디올라의 축구가 더해졌던 것이다.
“아마도 그는 깨달았겠지. 마구잡이로 머릿속에 영감이 쏟아지는 게 무슨 기분인지 알았을 거야. 하지만 그는 동시에 대비를 해야 하네. 왜냐하면 그의 뮤즈가 곧 떠날 거거든.”
“뮤즈라면, 다온 말인가?”
“그래. 아무튼, 나는 그냥 양 팀 감독의 관점에서 코파 델 레이 결승전을 펼쳐 봤네. 바르셀로나는 내가 아는 팀이고, 아틀레티코는 잘 모르지만 그래도 다온이 있는 곳이니까.”
이제 비로소, 치키 베히리흐타인은 어째서 전술 노트에 아틀레티코와 바르셀로나 선수들의 이름이 적혔는지를 알게 되었다.
“고작 이것 때문에 이틀 밤을 새다니. 자네도 미쳤군.”
“큭큭큭큭, 어디 하루 이틀의 일인가?”
“그래서?”
“응?”
“이틀이면 엄청나게 많은 경기를 치러 봤을 것 아닌가? 그래 봐야 가상이긴 하지만, 조금 궁금하군. 자네의 머릿속에서, 어떠한 팀이 더 많이 이겼나?”
“······.”
치키의 질문에,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어 보인 펩 과르디올라가 몸을 숙여 여전히 땅바닥에 떨어져 있는 전술 노트 종이들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몇 장을 넘기더니, 손에 잡힌 어떠한 것 하나를 다시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2:0.”
“?”
“만약 내가 두 사람이 있고 양 팀의 감독을 맡고 있다면, 2:0으로 FC 바르셀로나가 승리를 거둘 걸세.”
“!!”
“그렇지만.”
“???”
당연히 아틀레티코의 승리가 나올 줄 알았던 치키가 당황해하는 사이, 다시 흩어진 전술 노트를 들추기 시작한 펩 과르디올라가 다른 것 하나를 더 올려놓았다.
그리고 거기엔.
“2:1 혹은 3:2.”
“······.”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이길 걸세. 이건, 단순히 제3자의 입장에서 바라본 결과야. 만약 이대로 가지 않는다면, 그건 둘 중 하나겠지.”
“둘 중 하나?”
“그래. 디에고가 내 생각보다 더 대단하거나, 아니면 바르셀로나가 내 생각보다 더 엉망이거나. 자네는 어디에 걸겠나?”
“······.”
가슴속에 품은 클럽이 엉망이라 말하는 펩 과르디올라와 같은 처지에서 그것을 듣는 치키 베히리스타인의 얼굴엔 씁쓸한 감정이 솟아났다.
하지만 둘은 빠르게 그것을 털어 내었고, 이후 잠깐 생각하던 치키는 고민할 것 없다는 듯 손가락 두 개를 펴들었다.
“두 번째. 바르셀로나가 엉망이라는 데에 걸지.”
“큭큭큭큭. 실은, 나도 그래.”
“뭐?! 풉-! 하하! 하하하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승리를 예언한 펩 과르디올라와 그것을 믿기로 한 치키 베히리스타인.
두 사람은 이틀 뒤 결승전의 결과를 지켜보기로 한다.
다만.
“그러고 보니.”
“응?”
“자네 내일 출국 아니었나?”
“아, 그래. 마드리드로 갈 생각일세.”
“······티켓을 구했나 보군.”
“당연한 말을.”
펩 과르디올라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홈 경기장인 비센테 칼데론에서, 역사 깊은 경기장의 마지막과 김다온의 처음이자 마지막일 코파 델 레이 결승전을 지켜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