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760)
760화 Pieza de Puzzle (5)
2017년 5월 27일. 28005 마드리드, 스페인. 파세오 데 라 비르겐 델 푸에르토, 67, 에스타디오 비센테 칼데론.
.경기 시작 2시간 전
아틀레티코 0 : 0 바르셀로나
&Match-Up`s Best Eleven(AT/상대팀)
&Tactics(AT/상대팀) : 3-4-2-1/4-3-3
GK ? 얀 오블락 / GK ? 야스퍼르 실레선
RCB ? 스테판 사비치 / RB ? 하비에르 마스체라노
CB ? 디에고 고딘 / CB ? 제라르 피케
LCB ? 호세 히메네스 / CB ? 사무엘 움티티
RWB ? 후안프란 / LB ? 조르디 알바
CM ? 가비 / DM ? 세르지오 부스케츠
CM ? 코케 / CM ?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LWB ? 김다온 / CM ? 이반 라키티치
AM ? 앙투안 그리즈만 / RW ? 리오넬 메시
AM ? 사울 니게스 / LW ? 네이마르
ST ? 페르난도 토레스 / ST ? 루이스 수아스
.
.
코파 델 레이(Copa del Rey).
영어로는 ‘Cup of King’.
스페인 국왕컵으로도 잘 알려진 이 대회는 1903년부터 시작된 스페인 내에서 가장 역사가 깊은 축구 대회다.
현재는 라 리가부터 스페인 4부리그까지 포함된 모든 클럽이 참여하며, 우승팀에게는 UEFA 유로파리그 본선 진출권과 수페르코파 데 에스파냐의 4강 진출 자격을 수여했다.
그리고 오늘, 에스타디오 비센테 칼데론에서는 1973년 처음으로 결승전을 개최한 후 14번째 코파 델 레이의 마지막 시합이 펼쳐질 예정이었다.
“바르셀로나다!!”
“Boo-!! 지옥에나 가!!”
“병신 새끼들!!”
FC 바르셀로나의 선수들을 태운 버스가 저 멀리에서 등장함과 동시에, 조금 떨어진 장소에 자리하고 있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팬들이 일제히 야유를 보냈다.
들리지 않을 거란 사실을 잘 알면서도 이런 행동을 하는 건, 단지 그것만으로 기분이 조금 좋아지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바르셀로나의 선수들을 태운 버스의 내부는 고요하기 그지없었다.
“…….”
“…….”
현재 버스 안에 탑승한 이들 중 긴장하고 있는 이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코파 델 레이 역사상 가장 많은 28회의 우승을 경험한 클럽의 선수들은 대부분 노련한 베테랑들이었고, 이보다 더욱 큰 무대도 수없이 많이 겪어 왔다.
하지만 이러한 모습의 이면(裏面)엔, 그들이 필사적으로 감추고픈 불안 요소가 몇 가지 존재했다.
우선, 바르셀로나는 정상적인 전력이 아니었다.
다소간의 기복이 있긴 했으나 다니 아우베스의 공백을 잘 메워 주었던 세르지 로베르토가 부상으로 시즌 아웃 된 상태였고, 테어 슈테겐 역시 부상으로 몸이 온전치 못했다.
물론 야스퍼르 실러선(Jasper Cillessen)은 뛰어난 골키퍼이고 하비에라 마스체라노 역시 풀백을 어느 정도 소화할 수는 있었지만, 그래도 아쉬운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두 번째, FC 바르셀로나 역시 이번 시즌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애써 불필요한 생각을 떨치려고 했지만, 어떠한 선수들은 지난날의 전적을 불안해하고 있다.
또.
삐이-!
버스에 문이 열리고 FC 바르셀로나의 선수단이 하나씩 내려서자, 저 멀리에서 울려 퍼지고 있는 응원가가 귀에 들어왔다.
{“¡El es rey! ¡Rey! ¡Rey Da-On! ¡El regatea! ¡Dispara! ¡¡Y te vencio(그는 왕이지! 왕! 다온 왕이야! 그는 드리블해! 그는 슈팅을 하지! 그리고 너희들을 박살 낼 거야)!!”}
과거 리오넬 메시를 마주해야 했던 팀의 선수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FC 바르셀로나의 선수들 역시 김다온을 피치 위에서 마주하는 일에 거부감을 느끼는 중이었다.
더구나, 그는 여태껏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유형이다.
{“¡El es el Maestro! ¡Maestro del futbol! ¡Estamos muy orgullosos de el(그는 마에스트로야! 축구의 마에스트로지! 우리는 그가 무척 자랑스러워)!”}
펠레, 마라도나, 메시 등. 역대 최고로 평가됐던 선수는 항상 전술을 뛰어넘는 이들이었다. 그들은 전술 위에 존재했고, 상대의 전술을 잔인하게 파괴했다.
하지만 다온은 달랐다.
그는 전술 위에 존재하는 대신 스스로 전술 그 자체가 되었고, 상대 전술에 손을 내미는 방식으로 무장해제(武裝解除)를 시켜 놓았다.
2016/17 시즌 챔피언스리그 8강전에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 패한 레스터 시티의 감독 클로이드 셰익스피어는 탈락 후 일주일이 지나 이런 인터뷰도 했었다.
[“몇 번 정도 경기를 돌려봤다. 패배한 경기를 보는 건 달갑진 않지만, 늘 패배로부터 많은 것들을 배운다. 그리고 훨씬 더 객관적으로 된다. 그런 관점에서 보았을 때, 다온의 플레이는 우리를 발가벗겨 놓는 것 같았다. 전쟁으로 따지자면 전략적 요충지만을 쏙쏙 골라 공격한 셈이다. 그가 우리를 무기력하게 만들었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사실이다.”]많은 클럽이 그러하듯, FC 바르셀로나의 선수들 역시 자신들의 장단점을 명확하게 알고 있었다.
장점을 키우고 단점을 감춘다는 당연한 프로세스를 진행해 오긴 했지만, 그 단점이 생각보다 크다는 사실이 이런 불안감을 더 키우는 중이었다.
김다온은 틀림없이 이런 약점을 파고들어 동료들에게 영감을 제공할 것이고, 그게 팀 전체로 퍼지고 나면 아틀레티코는 몇 배는 더 상대하기 어려운 팀이 됐다.
그를 적으로 마주한다는 건, 대강 이런 의미였다.
스스로 경기를 파괴하는 능력에서는 메시나 다른 최고 수준의 선수들에 비해 다소(?) 모자라 보이는 게 사실이지만, 팀을 더 나아지게 만드는 부분만큼은 단연 뛰어났다.
모자라는 부분도 최고의 바로 아래 정도라는 거지, 그것이 약점으로 여겨질 수준은 아니었다.
그저 그도 완벽할 수 없다는 사실을 말해 주는 일종의 인간미라고 보는 게 올바를 것이다.
“좋아. 모두 주목!”
웜-업 준비가 한창인 가운데, 드레싱 룸으로 들어선 루이스 엔리케가 마지막 전력 분석 시간을 가진다. 하지만 그 전에, 그는 선수들을 독려하는 방법을 택했다.
과거 펩 과르디올라가 즐겨 사용했던 영상을 틀어 주는 것이었는데, 영상 속엔 트레블을 차지했던 2014/15 시즌의 장면들이 담겨 있었다.
당시 팀에 있던 선수 중 80%가 여전히 FC 바르셀로나 소속인 만큼, 나쁘지 않은 선택처럼 보였다.
그러나 한편으론, 별다른 세대교체 없이 2년 동안 늙어 버린 팀의 현실을 보여 주는 것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당연하게도, FC 바르셀로나의 선수들은 이러한 감정들을 몽땅 외면한다. 이를 수면 아래에 가라앉혀 둔 채, 긍정적인 것들만을 취득하고 있다.
“기억해라. 우린 항상 챔피언이었다.”
10년 만의 무관이란 벼랑 끝에서, 루이스 엔리케는 FC 바르셀로나라는 클럽에 새겨진 우승 DNA를 끄집어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중이다.
***
.경기 시작 1시간 전
@그라운드
스페인으로 와서 보고 들으며 배운 것 중 하나는, 향상심(向上心)이 무척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나아지려는 노력을 멈춘 순간, 그 즉시 모든 것들은 후퇴하기 시작한다.
그건 아마, 대부분이 전진하기 때문일 거다.
그래서 나는 최근, 인생에서 휴식이란 멈춰서는 게 아닌 걷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등 뒤에서 밀려오는 삶이라는 녀석은 쉬지 않고 움직이기에, 거기에 삼켜지지 않으려면 최소 걷는 노력 정도는 해야 거리를 유지할 수 있으니 말이다.
이 말을 들은 아영이는 다소 철학적인 생각이라 했고, 베르나르두는 최근 내가 읽는 책의 종류를 의심했다.
‘멈추면 저렇게 되는 거야.’
전에도 말했지만, 처음 이곳으로 올 때 내가 가장 기대했던 것은 메시를 만나는 일이었다.
물론 지금도, 난 그를 보는 게 즐겁다.
하지만, FC 바르셀로나에 속한 리오넬 메시를 상대하는 일은 딱히 두근대는 수준까지는 아닌 것 같다.
나의 첫 번째이자 유일한 우상인 존재를 만난다는 즐거움 외엔, FC 바르셀로나를 만나는 일이 어려운 과제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MSN이 세계 최고의 삼각 편대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내겐 그들이 지닌 약점이 더 크게 보였다.
자주 만난 것도 있긴 하지만, 그래서 레알 마드리드와의 더비 경기가 더 재미있었던 것 같다.
현시점, 레알 마드리드가 FC 바르셀로나보다 팀으로써 더 좋은 클럽이다. 이렇다 할 큰 약점이 있지도 않으며, 선수 개개인의 기량 역시도 탁월하다.
반면, FC 바르셀로나는 구멍이 뚫려 있다.
그것도 제법 큰 녀석으로다.
“뭘 그렇게 봐?”
“아니, 그냥.”
“?”
“몸이나 풀자.”
“나는 이미 그러고 있었다고.”
어깨를 으쓱하는 뤼카의 등을 두드리곤, 난 몸을 푸는 동작을 가져갔다. 그러고 보면, 내가 이런 생각을 하는 것도 팀을 믿기 때문일 것이다.
만약 팀의 전력이 약했다면, FC 바르셀로나가 지닌 약점을 신경 쓸 틈조차 없었을 거다.
그런 면에서 항상, 뛰어난 수준의 동료들과 함께 축구 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게 된다.
주변에 좋은 이들이 있기에 내가 지금처럼 뛸 수 있는 거고, 그들이 있기에 나의 등 뒤를 맡길 수 있다. 그러니, 그들 역시 나와 마찬가지 기분을 느낄 수 있었으면 한다.
“내가 늘 곁에 있는 거 알지?”
“젠장- 그거 진짜 느끼한 말인데.”
“브로맨스잖아, 브로맨스. Amigo! 감수성 좀!”
“나는 그게 왜 소름이 끼칠까? 브로맨스?”
우애를 다지는 일을 거부한 코케를 슬쩍 밀쳐 버린 뒤, 바로 그다음에 있는 고딘에게로 다가가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러자 그 역시 바로 내 등에 손을 얹어 왔다.
“보여?! 이게 바로 브로맨스라는 거야!”
“그래, 그래. 알아서 하셔.”
“젠장. 저 녀석이 하는 말 들었어, 고딘?”
“에-이! 우린 팀이잖아!”
“꿈 깨셔!”
“와하하하하-!”
진절머리를 치는 코케의 모습에 주변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고, 한층 밝아진 분위기 속에서 몸을 푸는 과정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당연하게도 경기장은 발 디딜 틈 없이 빼곡하게 들어찼는데, 그 중엔 내 아내도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저기 있다!’
웜업이 끝나고 복도로 들어서기 전, 나는 가까운 곳에 있는 아영이를 발견하곤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오늘 그녀는 부띠끄의 친구와 함께 경기장을 찾았다.
본래는 레알 마드리드의 팬이었지만, FC 바르셀로나를 끔찍하게 싫어하기에 우리를 응원할 거라고 했다.
“A-y! ¡¡Hermano!!”
“응?”
복도로 들어선 순간, 익숙한 목소리의 누군가가 등 뒤에서 소리쳐 나를 불러 세웠다.
네이마르.
녀석은 얼마 전부터 나를 Hermano(형제)라는 애칭으로 부르고 있었다.
“서운하게 인사도 안 해 주는 거야?”
“하하. 결승전인 거 알고 하는 말이지?”
“당연하지. Vamos. 포옹 한 번 하자.”
한 손을 맞잡고 가볍게 서로의 등을 토닥인 뒤, 우리 둘은 약속이라도 한 듯 각자의 가슴팍을 손바닥으로 가볍게 두들겨 주었다.
그리고 그때, 저 뒤에서 걸어오던 루이스 수아레스가 가벼운 인사를 건네곤 바람처럼 사라졌다.
“봤지? 쟤가 정상이라니까.”‘
“뭐, 그럴 수도.”
모든 대륙이 그러하듯, 남미 역시 일종의 편견 같은 게 있다. 남미에서 왔다면 어쩐지 다들 말이 많고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일 거라고 생각을 한다.
아시아인이 수학을 잘할 거란 것처럼 말이다.
“알잖아. 쟤는 원래 조용한 녀석이라고.”
“그래- 확실히 넌 처음부터 시끄러웠어.”
“뭐?!”
“사실이잖아. 기억해? 올림픽 결승전에서 패하고 우울해 있는데 와서는 사진이나 찍자고 휴대전화를 들이밀었던 게 너라는 거 말이야.”
“큭큭. 분명히 그랬지.”
큭큭 웃어 보인 네이마르가 먼저 가 보겠다며 자리를 떴고, 마찬가지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한 나는 두 갈래로 갈라지는 복도에서 방향을 오른쪽으로 틀었다.
그렇게 계속해서 걸어 드레싱 룸으로 들어선 뒤엔, 입구 바로 앞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주스 하나를 챙겼다.
피치에서 뛰기 전 수분과 당분을 동시에 보충해 두는 일은, 절대 빼놓아선 안 되는 중요한 일이다.
쪼오오옥-
주스와 물을 번갈아 마시고 있을 무렵, 평소처럼 떠들썩하게 드레싱 룸으로 들어선 시메오네가 팀 토크를 시작했다.
그런데, 그 내용이 조금 독특했다.
“수많은 기억이 있다.”
“…….”
“그것은 수백만. 아니, 족히 수천만은 될 거다. Aqui mismo(바로 여기에). Y alli tambien(그리고 거기에도 마찬가지다).”
“…….”
“여기, 바로 이 경기장. 그리고 거기, 바로 자네들의 가슴속엔, 수없이 많은 기억이 있다. 그것들은 절대 바꿀 수도, 또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없는 것들이다. 우리가 흔히 추억이라 부르는 녀석들이지.”
최근 치르는 경기가 전부 중요해서 그렇겠지만, 디에고 시메오네가 라커룸을 휘어잡는 빈도가 시즌 초중반보다 현격히 많아졌다.
지금도 어느새 라커룸은 고요하게 바뀌었다.
작은 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다.
세상에 오직, 그의 목소리만 존재한다는 느낌이다.
“지금 우리는 작별을 앞두고 있다. 여기, 에스타디오 비센테 칼데론과 말이다. 여기는 우리의 집이자, 우리의 친구였고, 또 우리의 아버지이자, 우리의 어머니였다. 무려 51년 동안, 여긴 늘 변치 않고 우리가 뛸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그리고 이젠 은퇴를 앞뒀다.”
“…….”
“아마도 비센테 칼데론 역시 수없이 많은 기억을 품고 있을 것이다. 이 녀석도 선수들과 함께 웃고, 선수들과 함께 울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우리는 이 친구의 마지막에 좋은 기억을 많이 주었다. 그리고 그럴 기회가 더 남아 있지.”
“…….”
디에고 시메오네의 목소리는 시종일관 조용했다. 절대 일정한 수준 이상으로 소리가 높아지지 않았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나는 그의 목소리가 점점 더 크게 들리고 있었다. 최면에 걸린 게 아니라면, 내가 착각을 하는 게 틀림없다.
하지만 이번엔 진짜 목소리가 높아졌다.
“Para amigo(친구를 위해)!”
“…….”
“Para mi(나를 위해)! Para ti(너를 위해)! Por todos nosotros(우리 모두를 위해)! 나는 너희들이 그 기회를 살리길 바란다!! ¡¡Por aqui(이곳을 위해)!! ¡¡Para todos los que estan a punto de despedirse(그리고 이별을 앞둔 모든 사람을 위해)!! 우리는 경기장으로 나가 왕의 트로피를 들어 올릴 거다!! 왜냐하면 우리는 그럴 능력이 되고!! 우리는 나 자신과 동료!! 그리고 이 경기장과 도시의 사람들을 실망하게 만들지 않을 거기 때문이다!! ¡¡Porque somos muy buenos Guerreros(왜냐하면 우리는 빌어먹게 훌륭한 전사들이니까)!! ¡¡VAMOS!! 쟁취하는 거다!! 가슴속의 불을 절대 꺼트리지 마!!”
무슨 말을 할까.
디에고 시메오네의 이야기가 절정을 향해 치솟는 순간부터, 라커룸에서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있을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지금 당장 경기가 시작되지 않는다는 게 아쉽게 느껴질 만큼, 우리의 사기는 꼭대기까지 치솟아 있었다.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지 않은 사람이 없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스크럼이 만들어지고 가비가 앞장서서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고 외쳤다.
그리고 지금의 기분 같아선, 어떠한 팀과 만나더라도 패배를 할 것 같지 않았다.
‘젠장, X나게 멋지잖아?’
아주 조금이지만, 디에고 시메오네라는 남자와 더 함께할 수 없다는 사실이 아쉽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죄송해요, 펩. 저도 어쩔 수 없어요.’
어느 때보다도 빠르게 루틴을 끝마친 후, 나는 뜨겁게 타오르고 있는 불꽃을 가슴에 품은 채로 동료들이 기다리고 있는 복도를 향해 걸어갔다.
한시라도 빨리, 경기를 뛰고 싶다.
***
【같은 시각】
@ 비센테 칼데론의 관중석
“-! , -!!”
“Salud. 자네, 괜찮은 건가?”
“훌쩍. 크흠- 갑자기 재채기가 나오는군.”
“이런! 5월에 감기라고?”
“아닐세, 마넬. 감기는 절대 아니야.”
“손수건은 있나?”
“크흠. 그래. 여기에 있네.”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낸 펩이 코로 그것을 가져가고, 잠시 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테마가 울려 퍼지면서 양 팀 선수들의 입장이 시작되었다.
그러자 자연스레, 펩 과르디올라의 시선은 아래로 향했다.
그라운드에 완전히 들어선 22명의 선수와 3명의 주부심이 좌우로 길게 늘어선 가운데, 고개를 든 펩은 대형 스크린을 통해 드러난 선수들의 표정을 살핀다.
평범한 느낌을 전해 주는 FC 바르셀로나의 선수들과는 달리,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남자들은 결의에 차 보였다.
‘……표정이 좋군.’
양 팀 모두 동기부여를 가질만한 면이 있었지만, 경기 시작을 앞둔 현 상태만 보면 승리가 조금 더 간절한 쪽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인 것처럼 보였다.
그렇게 선수들 하나하나의 표정을 확인한 뒤, 펩 과르디올라는 이틀 전의 생각을 수정키로 한다.
어디까지나 빗나가기 쉬운 직감에 의존한 것이었지만, 펩 과르디올라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승리 가능성에 조금 더 무게를 실어 보기로 했다.
‘드디어 시작하는가?’
삐?익!!
주심의 휘슬 소리와 함께 비센테 칼데론에 커다란 함성이 울려 퍼지고, 뒤이어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응원하는 알레티의 노랫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러나 이미, 경기에 집중한 펩 과르디올라의 귀에는 그것이 전혀 들리지 않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