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764)
764화 Pieza de Puzzle (9)
결과가 나오기 전엔, 모두가 스스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만족스럽지 않은 결말을 맞이하고서야, 비로소 자신이 모든 것을 쏟아붓지 않았음을 깨닫곤 한다.
두 골 차로 달아나고 겨우 3분 만에 추격하는 골을 허용했을 때, 내가 동료들에게 분노한 이유가 바로 그것 때문이다.
수아레즈와 네이마르 그리고 메시로 이어지는 FC 바르셀로나의 공격 상황에서, 우리는 분명 더욱 잘할 수 있었음에도 그렇게 하지 못했던 것 같다.
[“우린 모든 걸 잃을 수도 있어!!!”]기회는 연기처럼 가볍고 또 수줍음이 많은 녀석이라, 세심하게 그것을 다루지 않으면 금세 도망쳐 버리고 만다.
피치 위에서 말하는 세심함이란 곧 노력을 뜻한다.
어쨌든 그 녀석을 놓치고 싶지 않다면, 우리는 스스로 할 수 없다고 여겨지는 것들을 해내야 한다.
난 더 이상은 뛸 수 없어.
저걸 추격하는 건 무리야.
누군가 대신 하지 않을까.
이러한 생각들을 할 시간에 우리는 그냥 스스로에 닥치라는 말을 집어 던진 후, 머릿속을 비워 버리고 축구선수로서의 본능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피치 위에서 달리고 피땀 흘리며, 승리라는 공통된 목표를 쟁취하고자 90분 동안 싸워 나간다.
그리고 그렇게 모든 에너지를 후회 없이 발산하고 나면, 어떠한 소리가 우리에게 그 결과를 말해 준다.
삑-!
누가 승리를 했고.
삐?익!
또 누가 패배했는지.
삐??익!!
주심의 휘슬이 울린 순간, 그대로 피치에 주저앉은 후 드러누워 버린 나는 주먹 쥔 두 손을 앞으로 힘껏 뻗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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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리 탭하우스) – Sky Sports LaLiga 코멘테이터
“경기가 끝납니다! 2016/17 코파 델 레이. 챔피언이 된 쪽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입니다!! 리그 우승에 이어 더블을 확정 짓는군요!”
(앤디 비숍) – Sky Sports LaLiga 컬러-코멘테이터
“2:1이 된 이후부터 한 치 앞도 예상하기 힘들 정도로 치열한 경기가 펼쳐졌습니다. 메시의 득점이 바르셀로나를 일깨웠지만,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그것을 잘 막아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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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네코 산도발) – 스페인 BeIN LaLiga 코멘테이터
“축하합니다-!! 코파 델 레이의 챔피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코파 델 레이 라데시마를 달성한 후 정확히 4년 만에 다시 트로피를 들어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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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종료(Copa Del Rey Final)
아틀레티코 2 : 1 바르셀로나
[골] 앙투안 그리즈만 : 전반 25분(김다온), 후반 17분(P.K/김다온)김다온 ? 97분 출전(2어시스트)
***
2016/17 FC 바르셀로나의 시즌은 처참한 실패로 끝나 버리고 말았다.
처음엔 무릎을 짚으며 허리만 굽히고 있던 리오넬 메시가 주저앉으면서 고개를 떨어트린 이유다. 무관(無冠)으로 시즌을 끝낸 데에서 온 충격은 무척 서서히 다가왔다.
그는 도저히 눈을 위로 들어 올릴 수가 없었다.
“…….”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두 골 차로 달아난 순간, 뒤늦게 FC 바르셀로나의 스위치가 딸깍였다.
우선, 루이스 엔리케가 뒤늦게나마 시즌 최악의 경기를 보여 주던 하비에르 마스체라노를 빼고 오른쪽 백업 풀백인 알레시 비달(Alexi Vidal)을 투입했다.
그리도 동시에, 많이 지쳐 있던 라키티치를 빼고 고메스를 투입하며 팀에 기동력을 보탰다.
직후 득점이 만들어졌지만, 결국은 거기까지였다.
“헤이. 리오.”
“…….”
계속해서 고개를 떨구고 있던 메시는 가까이에서 들려오는 목소리가 누구의 것인지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수아레즈였고, 힘겹게 일어설 결심을 한 메시가 내밀어져 있던 손을 맞잡으며 몸을 일으켜 세웠다. 뒤이어 고개를 들었을 때, 메시는 가까이 오는 남자를 보게 되었다.
“좋은 경기였어.”
“……그래.”
도대체 뭐가 좋은 경기란 말인가?
메시는 그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대신 위로를 건네는 표정으로 서 있던 사내를 향해 서글프게 느껴지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완패야. 반박할 여지가 없어.”
“운이 좋았던 거야.”
“너도 이젠 그 말의 의미를 잘 알고 있지 않아?”
“…….”
“축하해. 유니폼은 바꾸지 않을 거야.”
“응.”
리오넬 메시를 포함해 수많은 성공을 거둔 이들 대부분은 성취를 거두고 난 후, 운이 좋았다는 말을 가장 흔하게 사용하고는 했다.
사람들은 그런 말을 건성으로 흘려듣거나 혹은 겸손함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말을 했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그것이 진실이란 것을 알고 있었다.
노력하는 수많은 이들 사이에서 특별함을 거머쥘 수 있는 건, 운(運) 외로는 설명이 힘들었기 때문이다.
‘우린 운이 나빴던 거지.’
실망감을 걷어 버리기로 한 메시가 피치를 돌며 동료들을 위로하고, 더는 돌볼 사람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그는 높이 손을 들어 올려 팬들을 향해 박수를 보냈다.
마드리드까지 먼 원정길을 떠나온 팬들에게 실망을 안겨 주었다는 점 역시, 메시를 괴롭게 하는 이유 중 하나였다.
유독 처량해 보이는 뒷모습을 남기며 메시가 그라운드를 떠나갈 때, 저 뒤쪽에서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선수들이 홈 팬들과 함께 기쁨을 나누고 있었다.
그들은 팬들의 앞에서 방방 뛰며 응원가를 함께 노래했고, 어딘가에서 가져온 작은 깃발도 흔드는 중이었다.
{“Campeon-! Campeon-! O-le, Ole, Ole-!!”}
챔피언, 챔피언.
잠깐 화장실을 다녀오기로 한 메시는, 들어선 복도에 우뚝 멈춰 서며 크게 소리를 내질렀다.
“¡¡Mierda!!”
자신의 감정을 더욱 잘 표현할 적절한 단어를 찾지 못했다는 사실이, 메시를 더욱 화나게 만들고 있다.
***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리그와 국내 컵 대회를 동시에 들어 올리는 도메스틱 더블을 달성한 건, 1995/96 시즌 이후 처음이자 클럽 역사상 두 번째 일이었다.
비센테 칼데론에서의 마지막 시합을 승리. 그것도 코파 델 레이 우승으로 장식했다는 사실에,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관계자들은 현재 크게 고무되어 있다.
빨갛게 변한 얼굴의 안드레아 베르타가, 나를 끌어안은 후 볼에 입을 맞춰 왔다.
“오- 자넨 정말 놀라운 친구야!”
평소라면 남자의 뽀뽀를 달가워하지 않았겠지만, 오늘은 개인적으로도 무척 기쁜 날이었으니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이후 나는 관중석으로 이어지는 계단을 올랐고, 마치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연상케 만드는 셀레브레이션에 참여하며 팬들과 함께 기쁨을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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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현) – SBS Sports 해설위원
“이렇게 되면 벌써 스무 개가 넘습니다. 한국 나이로는 스물다섯입니다만, 유럽 나이로는 스물셋. 겨우 스물셋에 자신의 나이만큼 되는 트로피를 들어 올린 김다온입니다.”
(배정세) – SBS Sports 아나운서
“Wonder라는 별명이 이보다 더 어울리는 선수는 없을 겁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김다온. 대한민국의 김다온이 자신의 커리어 첫 번째 코파 델 레이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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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파 델 레이의 셀레브레이션이 마음에 들었던 이유는, 흔한 메달 대신 트로피의 미니어처 버전을 선물해 주었기 때문이다. 난 벌써 이 앙증맞은 것을 놓을 장소를 생각하고 있다.
마련된 단상에서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시간이 지나간 뒤, 우리는 다시 피치로 내려와 두 번째 셀레브레이션을 가졌다.
피치에 설치된 기기에서 꽃가루가 하늘 높이 뿜어졌고, 눈앞에 잔뜩 도열한 카메라맨들에게 사진 찍을 시간을 준 뒤에야 비로소 피치를 거닐기 시작했다.
마지막까지 좋은 스포츠맨십을 보여 준 FC 바르셀로나의 원정팬들이 있던 자리를 빼면, 여전히 비센테 칼데론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저들은 영원히, 이곳을 떠나지 않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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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리 탭하우스)
“다온은 여전히 환상적인 커리어를 써 내려가고 있습니다. 독일과 스페인에서 리그와 컵 트로피를 들어 올렸고, 그다음 행선지는 이제 맨체스터 시티가 있는 잉글랜드입니다.”
(앤디 비숍)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가 EPL을 제외한 다른 세 개의 빅리그에서 리그와 컵 트로피를 들어 올린 경험이 있습니다. 네덜란드와 프랑스까지 더하면 총 다섯 개의 다른 나라에서 리그와 컵 트로피를 들어 올린 셈입니다. 하지만 23살의 나이에는 아닙니다. 다온은 벌써 세 개의 다른 나라에서 리그와 컵 트로피를 들어 올렸죠. 앞으로 그의 커리어가 어떻게 흘러갈지는 모르지만, 이브라히모비치의 기록을 위협할 남자가 있다면 아마 다온이 유일할 겁니다.”
(개리 탭하우스)
“이제, 자신의 커리어 세 번째 트레블을 노리는 다온입니다. He is Absolutely Phenome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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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치에서의 시간이 끝나고 드레싱 룸으로 들어선 후, 우리는 올 시즌 두 번째 트로피를 자축하는 시간을 가져갔다.
수없이 많은 샴페인과 맥주가 드레싱 룸 곳곳에 부어졌고, 잠시 뒤에는 다들 얼굴이 빨갛게 변한 채로 노래를 부르고 박자에 맞춰 테이블을 두들겼다.
언제인가 어떤 기자가 너무 젊은 나이에 큰 성공을 거둬 우승에 무감각해지지 않았느냐는 질문을 했었는데, 난 그때 정확히 이렇게 대답했다.
우승이란 마치 복리(複利)와도 같아서, 원금(元金)이 쌓이면 쌓일수록 기쁨이 배가 된다고 말이다.
딱히 비유할 것이 떠오르지 않아 급하게 떠오르는 단어들을 가져다 붙여 답을 했었던 건데, 생각하면 할수록 그보다 적합한 표현을 찾지 못하겠다.
이번 시즌 두 번째 우승.
기쁨 역시 두 배가 됐다.
“다음은 누구 차례야?!?!”
“얘! 얘!!”
팀 내에서 가장 흥이 많은 앙헬 코레아가 노래를 자청한 가운데, 그는 선수단 한 명 한 명을 위한 맞춤 곡을 주크박스라도 된 것처럼 토해 내는 중이었다.
대부분이 흔하게 알려진 노래나 응원가를 적당히 개사한 것이었지만, 그건 그것대로 훌륭했다.
그리고 이젠 내 차례.
코레아가 날 가리킨다.
“Da-On! El es el Top de la Liga~♬”
“오-!”
본래 메시를 향한 응원가에 내 이름을 가져다 붙인 코레아가, 연신 El es el Top de la Liga를 외치기 시작했다.
Top of the League라는 뜻으로, 스페인 전통 운율에 맞춰 같은 문장을 반복해서 부르는 것으로 유명하다. 가장 흔한 응원가 멜로디이기도 한데, 난 그게 제법 마음에 들었다.
웃고 떠들며 노래하고 또 환호를 내지르다가, 이후 가방 앞으로 다가가 안쪽에 잘 넣어 두었던 휴대전화를 꺼냈다.
이 드레싱 룸을 사용하는 것 역시 오늘이 마지막이 될 것이기에, 난 내부 곳곳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평생 동안 간직하려고 했다.
찰칵-
찰칵-
여전히 승리에 취한 동료들을 모델 삼아 사진을 몇 장 찍은 후, 나는 피치로 나서는 복도 역시 찍을 생각으로 밖으로 나와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거쳐 간 위대한 선수들이 새겨진 벽화와 역사적인 의미가 담긴 사진을 액자로 만들어 걸어 둔 복도가 눈앞에 펼쳐졌다.
찰칵-
‘축구선수가 되길 정말 잘했어.’
누군가는 박물관이나 오래된 건축물을 찾아 역사를 돌아보며 지적 호기심을 충족하기도 하지만, 나는 매번 오래된 경기장을 찾는 것으로 그것을 채우고 있다.
이렇게 감수성 짙은 순간이 되어 역사의 흔적들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나 역시 그중 하나가 되자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렇지만 아마도, 지금까지 몸을 담은 어떠한 클럽에서도 나를 뛰어났던 선수 그 이상으로 보진 않을 거다.
‘그건 조금 서글프기는 해.’
어떠한 이들은 평생 하나의 클럽에서만 뛰다가, 더는 그곳에 속하지 못할 상태가 되면 다른 무대로 자리를 옮기고는 했다. 은퇴를 하자니, 아직 축구가 하고 싶기 때문이다.
펩 과르디올라가 그러했고, 스티븐 제라드 역시 리버풀에서만 뛰다가 말년을 미국에서 보냈다.
그리고 더 대단한 이들이 있는데, 우리에겐 경기장 이름으로 더 익숙한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와 프란체스코 토티는 평생 하나의 클럽에만 속했다.
누구보다 내게 많은 영감을 준 파올로 말디니 역시, 25년 동안 AC 밀란의 유니폼만을 입었다.
‘상황이 달랐다면, 나도 그랬을까?’
아틀레티코에 임대생으로 합류하고 지난 몇 개월 동안, 나는 떠도는 것을 이제 관두자고 결심했다.
지금까지 많은 것을 포기해야 했던 아영이가 정착을 결정한 가장 큰 이유였지만, 나 또한 최소 10년 정도는 하나의 클럽에서 뛰고 싶었다.
그러다 더는 빅리그에서 경쟁하지 못하게 되면, 벤피카로 돌아가 커리어의 마지막을 보내길 원한다.
‘나는 그냥 축구를 잘하고 싶었어.’
조용한 복도. 차가운 벽에 등을 기댄 채, 나는 멍하니 반대편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
“혹시 내가 방해한 건가?”
“응?”
“그게 아니라면 좋겠군.”
“오-! 아, 아니에요.”
“잠깐 이야기를 좀 해도 될까?”
“얼마든지요.”
지금 내게 양해를 구하며 곁으로 온 건, 아까 단상 위에서 셀레브레이션을 할 때 보았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회장 엔리케 세레소였다.
이곳에 머무는 동안 난 [‘라 리가의 회장은 모조리 탐욕적이다.’]라는 편견을 벗어던질 수 있었는데, 그건 전부 여기에 있는 이 남자 때문이었다.
물론 세레소도 완벽한 사람은 아니겠지만, 최소한 지금까진 결점이 없는 회장처럼 느껴졌다.
경영적인 부분과 축구를 명확히 구분했고, 정치(政治)가 선수단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선을 그었다.
엔리케 세레소의 유일한 목표는 디에고 시메오네와 30년을 함께하는 것이었는데, 스페인의 알렉스 퍼거슨-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되고자 했다.
“자네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네.”
“제가 감사하죠.”
“후후. 아니, 진심으로 내가 고마워. 그리고 이곳의 모든 사람도 자네에게 감사하고 있네. 솔직히 처음엔, 이 정도일 줄은 기대도 하지 않았어.”
사실 나 역시도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고 말하자, 엔리케 세레소가 웃음을 터뜨리며 내 어깨를 두들겨 왔다.
“덕분에 한 가지를 깨달았지.”
“?”
“우리가 진정으로 위대한 클럽이 되고자 한다면, 자네 같은 최고를 반드시 품어야 한다고 말이야. 그리고 얀이나 니코도 그렇지만, 벤피카 출신 친구들이 축구를 잘하더군. 그래서 아예 리스본에 전담 스카우트를 두었네.”
“탁월한 선택이세요.”
“나도 그렇게 생각하네.”
단순히 벤피카를 향한 애정에서 꺼내 든 말이 아니라, 난 정말 좋은 판단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현재도 벤피카엔, 수많은 재능들이 있다.
나와 함께 맨체스터 시티로 합류가 예상되는 에데르송, 센터백이 필요한 빅클럽의 타겟이 된 린델뢰프, 벤피카 시절 끈질기게 축구를 가르쳐 달라 했던 넬송 세메두.
마지막으로 과자 클럽의 막내였던 곤찰루 게데스에 이르기까지, 빅리그가 탐내는 재능이 즐비하다.
그리고 이들이 벤피카를 떠나고 나면, 세이샬의 클럽하우스에서 꼭대기를 목표로 정진하던 누군가가 귀신같이 그 자리를 채울 게 틀림없다.
들리는 말론 요즘 세이샬은 주앙 펠릭스(Joao Felix)와 플로렌티누(Florentino)의 이야기뿐이라고 했다.
“어쨌든.”
“네.”
“아직 챔피언스리그가 남았지만, 지금까지 자네가 가져다준 모든 것에 감사를 표할 때라고 생각했네. 이걸 받게.”
“응?”
주머니를 뒤적인 엔리케 세레소가 내게 건넨 것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상징을 본뜬 손수건에 쌓인 얇고 평평한 무언가였다.
난 그것을 열어 봐도 되는지를 물었고, 세레소는 당연히 그랬으면 한다며 푸근한 미소를 보내어 왔다.
곧바로 손을 움직여서 손수건을 풀자, 그 안에 보이는 건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손바닥만 한 크기의 물체였다.
“이건?”
“보다시피일세.”
“…….”
엔리케 세레소가 내게 건넨 건, 비센테 칼데론의 준공 표지석에 부착되었던 명패였다.
“여기엔 267개의 주 기둥이 있네.”
건축가 하비에르 바로소(Javier Barroso)와 미겔 앙헬 가르시아 로마스(Miguel Angle Garcia Lomas)는, 비센테 칼데론에 총 267개의 주춧돌을 세우기로 했다.
그리고 각 기둥 하나당 여섯 개의 보조 기둥을 세워, 이 위대한 건축물을 완성한 것이다.
하지만 이젠 이곳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었고, 현(現)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회장 엔리케 세레소는 내게 그중 하나를 선물하려고 했다.
“자네는 임대로 이곳에 왔지만, 누구보다 위대한 일을 해 주었어. 우리가 마드리드의 주인이 되도록 해 주었지. 아무도 그걸 부정하지 못할 걸세. 그러니 그거에 비하면, 이것을 선물하는 건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일이야.”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감사하다는 말은 됐네. 마음으로 이미 충분히 느껴지니까. 그저, 앞으로 그걸 소중히 간직해 주면 되네.”
“네. 당연히요. 약속할게요.”
“훗. 그리고.”
“?”
“일종의 뇌물이라고 생각하게나.”
“?!”
순식간에 익살맞은 표정을 지어 보인 엔리케 세레소가 윙크를 찡긋 보내온 순간, 나는 그만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렇게 잠깐을 웃고 나니, 행복이 밀려들기 시작했다.
정말이지 난,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휴우- 이걸 받을 줄은 몰랐네.”
어깨를 두드린 엔리케 세레소가 먼저 자리를 떠난 후, 잠깐 더 그대로 있던 나는 받아 든 명패를 소중하게 간직한 채로 여전히 떠들썩한 드레싱 룸 은으로 들어섰다.
그러곤 조용히 자리에 앉아, 가방을 열어 받아 든 선물을 조심히 넣어 두었다.
‘이곳에 오길 잘했어.’
비록 뮌헨을 떠나는 과정은 담백 깔끔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지금의 이 선물을 받은 것으로 지난날의 모든 수고가 보상받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이젠.
‘다음.’
6월 3일에 있을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