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767)
767화 Pieza de Puzzle (12)
먼동이 터 오르기 전.
저녁 조항을 마치고 돌아온 어부들이 새벽을 알리면, 곧 평범한 직장인들과 대학생들이 거리 곳곳을 채운다. 그러다 밤이 되면, 시내 곳곳에 있는 펍으로 사람들이 몰려든다.
그들은 친구들에게 자신의 하루를 말하며, 삶의 애환을 한 잔의 맥주와 좋은 음식으로 달랜다.
웨일스에서 가장 발달한 항구 도시인 카디프.
이곳은 에너지 넘치지만, 동시에 조용하다.
카디프의 사람들은 화려하지 않은 자신들의 삶을 사랑하고, 자연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것에 관한 감사함 역시도 느낄 줄 안다.
하지만 며칠 전부터, 이 조용했던 도시는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챔피언스리그.
카디프의 사람들이 가장 사랑하고 또 가장 열광하는 스포츠의 뜻깊은 무대가, 자신들이 살아가는 터전에서 열리게 되었기 때문이다.
익숙했던 거리에 새로운 색들이 채워지고, 낯선 이방인들은 평소 흔하게 들을 수 없었던 언어로 소리의 색채마저 화려하게 만들었다.
챔피언들의 결승전.
이를 현장에서 지켜본다는 건, 어쩌면 자신의 인생에서 단 한 번뿐일 수도 있는 기회일 수도 있다.
위대한 순간의 증인으로 남기 위해.
사람들은 그래서 발걸음을 옮긴다.
도심 한복판에 자리 잡은 웨일스를 대표하는 경기장인 밀레니엄 스타디움으로.
그곳은 이미, 이방인들로 그득하다.
{“Vamos-!! campeon- Pongan huevos que hoy ganamos(가자, 챔피언들아!! 오늘의 승리를 위해 모든 것을 쏟아붓는 거야)”}
{“Allez Monaco(가자 모나코여)!”}
{“Gagnez pour nous(우리를 위해 승리해 줘)!”}
.
.
2017년 6월 3일. 카디프 CF10 1NS, 웨일스. 웨스트게이트 스트리트. 밀레니엄 스타디움.
.경기 시작 50분 전
아틀레티코 0 : 0 AS 모나코
&Match-Up`s Best Eleven(AT/상대팀)
&Tactics(AT/상대팀) : 3-4-2-1/4-4-2(D6)
GK ? 얀 오블락 / GK ? 다니옐 수바시치
RCB ? 스테판 사비치 / RB ? 지브릴 시디베
CB ? 디에고 고딘 / CB ? 제메르송
LCB ? 호세 히메네스 / CB ? 카밀 글릭
RWB ? 후안프란 / LB ? 뱅자멩 멘디
CM ? 가비 / RAM ? 베르나르두 실바
CM ? 코케 / CM ? 파비뉴
LWB ? 김다온 / CM ? 주앙 무티뉴
AM ? 앙투안 그리즈만 / LAM ? 토마스 르마
AM ? 사울 니게스 / ST ? 라다멜 팔카오
ST ? 페르난도 토레스 / ST ? 킬리앙 음바페
.
.
〔“Welcome and Greetings Ladies and Gentleman! This Evening, A Europe Club World cup UEFA Champuons League Final 2017. Atletico Madrid Versus AS Monaco…….”〕
아직 경기가 시작하려면 한참 남았는데, 관중석의 팬들은 이미 열광 상태였다.
저러다 먼저 지치기라도 하면 어쩌나 걱정될 정도로, 팬들은 우리의 이름과 클럽을 호명하며 쉬지도 않고 응원의 목소리를 보내오고 있다.
하지만, 난 알고 있었다.
이게 바로.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라는 거지.’
월드컵처럼 4년에 한 번 돌아오는 무대도 아니고 분명 매년 결승전이 열리는데도, 팬들은 항상 오늘이 처음이자 마지막인 것처럼 행동했다.
그리고 그런 것을 볼 때면, 나도 이 무대가 지니는 의미가 매번 새로워졌다.
마치, 오늘 처음으로 결승전에 선 듯하다.
만족이란 절대로 있을 수 없다.
매 순간이 새롭고, 출발선에 선 기분은 항상 두근거린다. 그리고 동시에, 패배로 인한 두려움 역시도 매번 똑같이 마음 한구석에 존재한다.
아니 오히려, 난 그것은 점점 커지고 있다.
높은 곳에서 떨어지면, 더 아픈 법이니까.
누군가를 향한 찬사와 환호성이 의심과 부정으로 바뀌는 것을 셀 수도 없이 많이 목격했기에, 난 패배가 가까이 올 수 없도록 있는 힘껏 달아나려고 한다.
아마.
‘……너도 그렇지?’
하프라인 반대편의 내 친구도 마찬가지일 거다.
우린 지난 며칠 말을 주고받지 않았다.
오늘도 악수는커녕, 복도에서 서로를 마주쳤을 때 유령인 것처럼 조용히 스쳐 지났었다.
“후우-”
날씨는 무척 적당하다.
뉴스에서는 비가 내릴 수도 있다고 했지만, 파란 하늘에 걸린 조각구름 몇 개를 본 것 정도가 전부였다. 항구 도시 특유의 습기가 있었지만, 오히려 내겐 고향의 느낌을 준다.
포르투갈의 리스본 역시 이런 날씨였다.
짠 바다 내음은 기분을 진정시킨다.
“좋아-! 슬슬 마무리하도록!!”
부르고스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고개를 들어 바라본 전광판에도 웜업의 끝을 알리는 글자가 채워졌다.
똑같은 루틴 속에서 간간이 동료들과 대화하는 30분이 지나갔고, 아군과 적군 가릴 것 없이 뒤섞인 우리는 복도로 들어서서 발걸음을 옮겼다.
스터드가 바닥에 맞닿으면서 만들어진 저벅거리는 소리가 여기저기에서 울려 퍼졌고, 그것이 절반으로 줄어들고 나서 조금 더 걸어가자 저 앞쪽의 드레싱 룸이 눈에 들어왔다.
언제나처럼 과일 주스 하나를 집어 들어 자리로 돌아온 뒤, 수분과 당분을 보충하며 입고 있던 옷을 벗고 경기를 위한 것으로 갈아입기 시작했다.
흥분과 긴장이 적절하게 배합된 우리의 드레싱 룸은 굉장히 절제되어 있다.
너무 들뜨지도 않고 그렇다고 위압감에 짓눌린 것도 아닌, 가장 완벽하다고 볼 수 있는 분위기였다.
“들었어?”
“?”
“208개래. 굉장하지 않아?”
“하하. 지금 그게 신경 쓰여?”
“뭐, 그냥 긴장이나 풀자는 거지.”
어깨를 으쓱인 사울에게 미소를 날려 보낸 후, 나는 오늘 정말 많은 사람이 이 경기를 볼 거라며 답을 해 주었다.
경기 전에 업로드되었던 ‘BBC’의 기사에 따르면, 오늘 이 결승전은 총 208개 국가로 송출되며 최소 3억 명의 사람들이 동시 시청하게 될 거라고 했다.
어디까지나 동시 시청에 한정된 이야기며, 총 시청자의 숫자는 4억 5천에서 5억 정도가 될 거라는 게 그들의 예측이었다.
이는 2016 EURO 결승전이나, 2014 FIFA 브라질 월드컵 결승전보다도 많은 숫자다.
결승 대진이 확정된 후 어떠한 이들은 역사상 가장 흥미가 부족한 결승전이 될 것으로 예상을 했지만, 작년 뮌헨과 레알 마드리드의 결승전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양 클럽 모두에게 있어 최초의 빅이어라는 점과 나와 베르나르두의 관계를 드라마로 잘 만들어 낸 덕분이랬다.
“이길 때가 됐어!”
“??”
“?”
적당히 떠들썩했던 드레싱 룸, 마저 남은 주스를 몽땅 비워 낸 내가 목소리를 높였다.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우린 쟤네를 물어뜯을 기세로 뛸 거야. 역사를 쓰는 건 우리야. 오늘 클럽에 첫 번째 빅이어를 가져다주는 건 우리라고. 쟤네는 우리를 이길 수 없어.”
“…….”
“여기까지 올라온 시간을 생각해 봐. 우리가 어떠한 경기를 펼쳐 왔는지 말이야.”
그렇게 운을 떼자 여기저기에서 하나가 되자는 목소리가 이어졌고, 가비-코케-고딘-오블락이 차례대로 이야기를 하며 가장 기본적인 것들을 되짚어가는 시간을 가졌다.
우린 원 팀(One Team)이며, 서로의 친구였다.
“쟤네는 두려움이 없어. 엄청나게 뛰어다닐 거야.”
“그러니까 소통해야만 해. 말하고, 말하고, 말하고, 또 말하고. 발만큼이나 입도 바쁘게 움직이라고.”
“수비 때 특히 말을 많이 하자.”
“우린 서로를 도울 거잖아.”
“경기가 끝났을 때 아무것도 남기지 말자. 우리가 가진 것을 몽땅 다 털어 내면, 틀림없이 승리할 수 있어.”
나중에 들어온 코치들은 우리의 이야기를 묵묵히 들으며 중간중간 손뼉을 두들겼고, 잠시 뒤 시메오네가 드레싱 룸으로 들어섰을 땐 모두가 준비된 상태였다.
우리의 눈빛을 본 시메오네가 가볍게 미소 지었고, 그의 그런 모습에 자신감이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준비된 것 같군.”
“…….”
“조금 전까지 난, 이곳에 들어섰을 때 해야 할 말들을 생각했다. 하지만 너희들이 나의 일을 줄여 줬어. 좋아. 아주 좋아.”
“…….”
“하지만 명심해야 할 게 있다. 피치 위에서의 할 일은 절대 줄어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AS 모나코가 그렇게 만들 거야. 그건 틀림없이 귀찮은 일이겠지. 귀찮음을 느끼면, 인간은 최선을 다하지 않게 된다. 귀찮아진 순간, 노력은 수고가 되기 때문이야. 누구도 수고로운 일을 하고 싶지는 않지.”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시합들이 남아 있던 시점부터, 시메오네는 연일 엄청난 연설을 하고 있었다. 스스로 탁월한 언변가라는 사실을 부정하지만, 내가 볼 땐 전혀 아니다.
이 남자는 테크니컬 에어리어에서 가장 열정적이고 활동적이지만, 드레싱 룸에서도 그것을 발휘할 줄 안다.
“그렇지만 오늘은 그래야 한다. 오늘은 모두가 수고로운 일을 해 줘야 한다. 왜냐하면 이건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니까. 우리는 이미 이 단계에서 한 번 패배했고, 그 뒤에 모든 것을 다하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하지만 너희들도 사람이고. 또 나도 사람이다. 사람은 빨리 잊지. 그런데 말해 보도록. 다시 또 같은 후회를 하고 싶은가?”
2013/14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의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사실 나는 조금 많이 어색했다. 왜냐하면 이들을 아프게 하고, 상처를 준 당사자 중 하나가 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메오네가 그것을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것처럼, 나 역시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래서 최근은 아예, 내가 준 상처를 직접 치료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중이었다.
“나는 말하겠다. 싫다! 두 번이나 같은 아픔을 겪고 싶지는 않다! 우리는 오늘 승리할 것이며! 빅이어를 손에 들고 마드리드로 돌아가! 레알 녀석들이 독차지해 왔던 시벨레스에서 트로피를 높이 들어 올리고 싶다! 너희는 그런 욕심이 없는가?! 만약 그렇다면 당장 그 유니폼을 벗어라!! 오늘 내가 바라는 것은 전사이지!! 남의 것을 빼앗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는 녀석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니 잠시 뒤 저 밖으로 나가서!! 나와 너희 가족! 그리고 마드리드를 자랑스럽게 하자!! ¡¡VAMOS!! 우리가 오늘 챔피언이 된다!!”
연설 후 힘껏 손뼉을 치는 시메오네를 보며, 우리 역시 크게 소리치며 전의를 한껏 끌어올렸다. 그런 뒤에는 다시 우리들끼리 이야기를 주고받았고, 나도 거기에 동참했다.
“쟤네는 젊은 팀이야. 첫 15분 동안 강하게 나올 거라고. 그러니까 초반에 더 집중해야 해. 실점하지 않으면 우리가 이겨. 너무 공격으로만 나가려고 할 필요는 없어.”
그렇게 이야기할 것이 전부 사라지고 나서야, 선수들과 스태프 모두가 드레싱 룸의 중앙에 모여 스커럼을 짜기 시작했다.
몇 겹이나 되는 원이 만들어졌고, 이 순간 목소리를 높이게 된 가비는 거친 단어들을 섞어 가며 다시 한번 승리를 향한 염원을 담았다.
“X까라고 해, 씨팔!! 우리가 최고라고!! 자- 가자!! 하나둘셋하고 알레티를 외쳐!!”
“하나!”
“둘!”
그리고 셋.
“알레티-!!!!”
이제는 모두가 경기장으로 들어설 시간, 잠깐 자리로 돌아온 나는 아영이의 사진에 손 키스를 날린 이후에 벽에 걸린 거울을 보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나는.”
나를 이긴다.
매 순간 그래 왔듯, 피치 위에서 내가 신경 써야 할 존재는 과거에 머무르는 나 자신이었다.
***
(이안 다크) – BT Sports 코멘테이터
“This is Champions League Final.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AS 모나코가 카디프에서 경기를 갖습니다.”
(스티브 맥매너먼) – BT Sports 컬러-코멘테이터
“매우 특별한 경기입니다. 스페인과 프랑스 리그의 챔피언이지만, 두 팀 모두 아직 빅이어를 들어 올려 본 경험이 없습니다. 이러한 경우는 무척 드뭅니다.”
(이안 다크)
“양 팀 주장인 라다멜 팔카오와 가비 페르난데스가 선공을 정하고 있습니다. 펠릭스 브리히가 동전을 던집니다. 독일 출신의 주부심이 오늘 경기를 맡았습니다.”
(스티브 맥매너먼)
“경험이 많고 실력이 탁월하다고 평가되는 주심입니다. 좋은 판정을 해 줄 거로 기대되네요.”
(이안 다크)
“외에도 오늘 경기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바로 이 두 명의 남자 때문입니다. SL 벤피카와 바이에른 뮌헨에서 함께 커리어를 보냈습니다. 하지만 적으로 만나게 된 것은 오늘이 처음이로군요.”
.
.
(한희준) – SPORTV 해설위원
“김다온과 베르나르두 실바. 이번 시즌이 끝나면 맨체스터 시티 합류가 확정된 두 선수가 명실상부한 에이스로서 결승전에서 맞붙고 있습니다.”
(김정명) – SPORTV 캐스터
“아무래도 이 부분 때문에 펩 과르디올라 감독에게도 많은 질문이 쏟아졌습니다. 펩 과르디올라 감독은 곤란한 질문이라 답할 수 없다. 그렇지만 두 선수 모두 세계 최고 수준이며, 팀을 승리로 이끌 만한 선수다. 라는 답변을 했습니다.”
(한희준)
“그렇습니다. 김다온이야 뭐 말할 것도 없지만, 베르나르두 실바 역시 올 시즌 프랑스 리그 앙에서 맹활약을 펼쳤습니다. 이미 리그 앙 Best 11으로 뽑혔고, 챔피언스리그 Best 11도 거의 확정적입니다.”
(김정명)
“굳은 결의에 찬 얼굴의 김다온. 본인의 커리어 세 번째 빅이어를 앞두고 있습니다.”
***
삐?익!
.
.
.전반 00분
아틀레티코 0 : 0 AS 모나코
경기 시작 후 1분이 채 넘어가기도 전, 베르나르두가 먼저 기선제압을 시도해 왔다.
{“Boooo-!!!!”}
{“난쟁이 녀석!! 죽여 줄까?! 앙?!”}
수비 진영 왼쪽 측면에서 히미네스의 패스를 받아 들기 무섭게, 다리를 걸고 몸을 있는 힘껏 밀어붙여 나를 피치에 넘어뜨린 것이다.
의도가 느껴지는 명백히 고의적인 파울이었고, 녀석은 이후 무표정한 얼굴로 뒷걸음질을 쳤다.
‘그거, 인사가 너무 격한 거 아니야?’
베르나르두를 슬쩍 쳐다본 나는 한쪽 입꼬리를 살짝 들어 올리면서 피치에 앉은 채로 양말을 끌어 올렸다. 과격한 파울을 당했지만, 기분은 전혀 나쁘지 않다.
“지금 건 고의 아니에요?”
“일어날 수 있겠나?”
“네. 하지만 다시 말하는데, 지금 건 경고라고요.”
“하하. 자네의 입은 여전하군.”
“사람이 그리 쉽게 바뀌나요.”
“얼른 일어서게.”
“그래야죠.”
분데스리가 시절부터 익숙한 펠릭스 브리히에게 가볍게 어필한 후, 난 자리에서 일어서서 엉덩이와 무릎에 묻은 흙과 잔디를 털어 냈다.
나중에 이야기를 들어 봐야 하겠지만, 베르나르두는 틀림없이 내 유니폼을 먼저 더럽히기 위해 파울을 한 것일 거다.
팡-
축구공을 뒤쪽으로 차버린 후, 발을 움직여 사이드라인 쪽에 달라붙은 나는 AS 모나코의 전술적 움직임을 살폈다.
자르딩은 시즌 내내 4-4-2를 사용했다.
‘Duple Volante.’
몇몇 뛰어난 전술가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조르제 제수스 감독님 역시도 포르투갈 출신이거나 포르투갈 리그에 속한 감독들에게 많은 영감을 끼쳐 왔다.
제수스 감독님의 4-4-2 Duple Volante(더블 볼란치)는 굉장히 완성도 높은 전술이었고, 유로파 우승 이후엔 투톱을 가장 현대적으로 잘 쓴다는 말도 들었다.
그리고 그에 영향을 받았다고 공공연히 밝혀 온 레오나르두 자르딩은, SL 벤피카의 4-4-2는 모나코의 스쿼드에 맞는 방식으로 잘 변형시켰다.
하프스페이스를 중심으로 자유롭게 벌리고 좁힐 줄 아는 두 명의 측면 미드필드가 공간을 만들면, 높게 전진한 사이드백이 파이널 써드로 침투한다.
AS 모나코의 좌우풀백인 지브릴 시디베와 뱅자멩 멘디는 이런 직선적인 움직임에 특화된 선수들이다.
훌륭한 킥력을 자랑하는 풀백의 크로스를 통한 공격 방식은, 올 시즌 AS 모나코 득점의 상당 부분을 책임졌다.
하지만.
탁-
“!!”
난 그렇게 쉽게 공간을 내어줄 생각이 없다.
지금은 베르나르두의 좋은 패스가 달려가는 시디베의 앞쪽으로 향했고, 볼에 먼저 도달한 그는 한 차례 드리블을 가져간 후에 방향을 안쪽으로 바꾸려고 했다.
하지만 나는 오른발을 뻗으며 가볍게 그것을 막아 섰고, 재압박이 들어오기 전 오른발 아웃프런트로 축구공을 길게 앞으로 보내는 것에 성공했다.
측면으로 넓게 빠져 주었던 토레스가 내 패스를 받아 볼을 지켰고, 그러는 사이 사울과 니게스가 전진할 시간을 벌었다.
이제 반대 방향으로 전환되는 패스가 이어진다면 역습이 될 수 있었는데, 토레스를 쫓아 높은 자리까지 전진했었던 제메르송이 먼저 파울을 했다.
삐-익!
뒷발이 살짝 밟힌 토레스가 피치에 넘어지고, 그것을 본 나는 인상을 살짝 찌푸리며 제메르송이 좋은 수비를 했다고 생각했다.
경고를 받지 않았으니, 위기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을 파울로 영리하게 끊은 셈이었다.
‘과소평가된다고 했었던가?’
베르나르두와 통화를 할때면, 그는 자주 내게 제메르송이 과소평가되는 수비수라는 말을 해 오곤 했다. 능력에 비해 주목을 덜 받는다고 말이다.
물론 그땐 녀석도 또 나도 우리가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붙게 될 거라 상상도 하지 못했다.
만약 그걸 알았다면.
‘아무 말도 안 했겠지.’
지금까지 나누었던 수다 덕분에, 나와 베르나르두는 서로의 팀에 대해 잘 알고 있다. 각자의 팀에서 뛰는 선수라 말해도 좋을 만큼 말이다.
그것에 대해서 녀석이 후회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건 나는 그렇지 않다는 거다.
퍽-!
“욱!!”
이번에는 베르나르두가 하프라인에서 패스를 받았고, 재빨리 접근한 내가 녀석의 몸통을 옆에서부터 밀어붙여 피치에 넘어지도록 만들었다.
어김없이 주심은 휘슬을 불었고, 펠릭스 브리히는 보복처럼 보이니 주의하라고 말을 건네왔다.
그에 억울해진 나는 단박에 목소리를 높였다.
“왜 저만 미워하세요! 네?”
“그만 입을 다물게.”
“쯧.”
펠릭스 브리히에게 투정을 부리는 동안, 베르나르두는 필사적으로 고개를 들어 올리지 않고 있었다.
그 대신 피치에 앉아 축구화의 끈을 묶는 시늉을 하고 있었는데, 장담하는데 저건 웃음이 터져 나오려는 것을 막기 위해 하는 행동이었다.
잠시 뒤 프리킥을 이어간 AS 모나코가 공격을 전개했고, 왼쪽으로 넓게 벌려 움직인 킬리앙 음바페가 박스 안을 향해 날카로운 땅볼 크로스를 보내왔다.
그건 라다멜 팔카오의 앞을 스쳐 지났고, 반대편으로 움직여 나와 베르나르두가 뛰어드는 쪽으로 다가왔다.
팍-!
팍-!
음바페의 크로스가 흘러나오는 것을 보며, 베르나르두와 나는 동시에 몸을 띄워 올렸다. 그러곤 각자의 발을 뻗어 축구공을 향해 가져다 댔는데, 그 과정에서 서로의 몸이 부딪혔다.
쿵-
통증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 수준이었고, 골라인 밖으로 빠져나간 축구공을 확인한 후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펠리스 브리히를 향해 손을 들어 올렸다.
“이봐-!”
“이봐-!”
주심의 손은 현재 골에어리어를 가리키고 있었다.
골킥이라는 판정.
난 주먹을 불끈 쥔다.
“그렇지!”
“뭐?! 이게 어떻게 골킥인데?”
판정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베르나르두가 인상을 팍 찌푸리는 사이, 몸을 먼저 일으킨 내가 녀석의 뒤통수를 손으로 슬쩍 두들겼다.
툭-
그러자 곧이어 베르나르두가 손을 뻗어 내 엉덩이를 주먹으로 두드렸다.
툭-!
결국 우리 두 사람은 웃음을 참기 어려워졌고, 솔직히 인정하기로 한 내가 먼저 뒤로 돌아서서 헤실헤실 웃고 있던 베르나르두를 향해 손을 뻗었다.
“즐기고 있어, Amigo?”
“물론. 너는?”
내 손을 맞잡은 베르나르두가 몸을 일으켰고, 나는 녀석의 머리를 녀석은 나의 등을 다시 한번 손으로 두들겼다.
하지만, 적이라기보단 동료에 가까운 손길이었다.
“다시 진지하게 할 거야.”
“나도 그럴 거거든.”
“먼저 웃지나 마.”
“네 얼굴이 웃기게 생겨서 안 돼.”
“멍청이.”
“말미잘.”
“그게 뭔데?”
“하-! 그래서 네가 병신이라는 거야.”
“지랄.”
“큭큭큭큭.”
베르나르두를 적으로서 상대하는 첫 번째 시합.
진지해지는 건, 생각보다 훨씬 더 힘들었다.
‘집중하자, 다온아. 집중해.’
하지만 그것 때문에 실수라도 한다면 내가 혐오스러워질 것이라는 점을 잘 알기에, 난 두 볼을 손바닥으로 찰싹 두들기며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그리고 저 멀리, 베르나르두 역시 옆구리를 오른손으로 꼬집는 게 보였다.
전반 4분.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은 아직 5%도 흐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