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769)
769화 Pieza de Puzzle (14)
예상 밖의 전개에 동요가 벌어진 건, 밀레니엄 스타디움의 기자석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잠깐 기세를 높이긴 했지만, 전반전의 승자는 분명 AS 모나코였다.
그리고 기자들은 그 이유를 김다온을 잘 봉쇄한 베르나르두 실바로부터 찾았다.
“공격적으로 거의 영향력이 없었어.”
“그러니까. 저런 모습은 처음이야.”
“하지만 실바도 딱히 공격을 잘 하지는 않았잖아?”
“그래도 득점까지 했잖아. 다온을 막으면서 결과물도 만들었어. 과연 누가 그런 일을 할 수 있는데?”
“…….”
촌평을 날리는 이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맨체스터 이브닝’의 레녹스 베이커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베르나르두 실바는 자신의 공격적인 영향력을 최대한으로 억누르는 대신, 거기에서 얻은 에너지를 몽땅 김다온을 수비하는 일에 쏟아부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볼을 점유한 상황에서, 그림자처럼 김다온에게 달라붙은 것이다.
이것은 과거에도 몇몇 클럽들이 김다온을 상대로 사용했던 전략이었지만, 오늘처럼 성공적으로 그것이 맞아떨어진 경우는 존재하지 않았다.
레오나르두 자르딩의 준비와 김다온을 누구보다 잘 아는 베르나르두 실바의 역량이 합쳐진 결과다.
‘그래도 이제 균형이 맞춰진 정도야.’
AS 모나코가 지닌 젊은 에너지에 밀리기는 했지만, 여전히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전력과 경험에서 모두 우위를 점하고 있다.
감독인 디에고 시메오네는 빠르게 잘못된 부분을 수습할 것이며, 선수들도 후반전 달라진 모습을 보여 줄 것이다.
다만, 한 가지.
‘지나치게 조용하기는 했어.’
수비할 때의 모습만을 놓고 보면, 오늘 김다온의 컨디션은 굉장히 좋은 편처럼 느껴졌다.
아무리 AS 모나코의 대처가 좋았기로서니, 전반전 김다온의 플레이에는 의문이 따랐다. 공격 상황에서 그답지 않은 움직임이 많았고, 낭비되는 스프린트 역시 상당했다.
빼어난 신체조건과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축구 선수라는 사실이 감춰질 만큼, 김다온은 피치 위에서 누구보다 영리하게 뛸 줄 아는 남자였다.
그런데 그런 그가, 플레이를 낭비했다.
과연 그것이 단순한 부진일까?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면, 내가 너무 희망적인 걸까?’
꼭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하는 레녹스 베이커의 머릿속 풍경은 김다온이 있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드레싱 룸으로 옮겨 가고 있었다.
***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드레싱 룸
같은 시각, 역전을 허용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드레싱 룸 분위기는 매우 어두웠다. 사실상 선제골이 나온 전후를 빼면, AS 모나코에 내내 끌려간 경기였기 때문이다.
기껏 시메오네의 팀 토크로 끌어올려졌던 사기도, 3년 전의 악몽에 의해 덮인 지 오래였다.
“…….”
“…….”
세상의 모든 축구 감독들은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선수들의 앞에 나서는 일을 두려워한다.
선수들은 감독이 구원자가 되어 상황을 반전시켜 줄 한마디를 던져 주길 원하지만, 세상에서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몇 되지 않는다.
그래서 어떠한 이들은 화를 내고, 어떠한 이들을 감정에 호소하며, 어떠한 이들은 기본으로 돌아가자고 말한다.
하지만 지금, 시메오네는 그중 어떠한 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지금 그가 하려는 행동은, 늘 그래 왔던 것처럼 선수들과 함께 싸워 주는 것이었다.
테크니컬 에어리어에 선 디에고 시메오네를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그가 팬들을 제치고 팀의 12번째 선수가 되려고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전반전이 끝나고 나쁜 결과를 받아들고 나서야, 시메오네는 자신들이 상대하는 적이 잘 보인다고 생각했다.
“우린 모나코와 싸우는 게 아니다.”
“…….”
“우리는 우리 스스로와 싸우고 있는 거야. 우승으로 향해 가는 길목에서 주저앉기만 했던 과거의 우리 스스로와 말이다. 그리고 이건 내 실수다. 내가 너희들에게 적을 제대로 알려 주지 않았어. 그러니 당장 후반전에 고치도록 하마. 후반전은 내가, 너희들의 곁에서 함께 뛸 것이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서 뛰는 선수들에게 있어, 디에고 시메오네라는 존재는 축구 감독 그 이상이다.
그는 언제나 팀의 맏형이자 동시에 누군가의 큰형이기도 했으며, 전장에서 등을 맡긴 전우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패배를 겪었을 땐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 물으라고 말하는 믿음직한 사령관이었다.
시메오네의 축구에 속임수가 없는 이유다.
아틀레티코의 축구는 늘 솔직했다.
“후안프란과 사비치. 너희는 조금 더 거리를 좁혀서 움직여 줘야만 해. 일단 후반전은 수비에 집중한다.”
“Si.”
레녹스 베이커의 예상대로, 디에고 시메오네는 빠르게 전반전의 문제점들을 단박에 수정해 나갔다.
우선, 수비의 구멍처럼 보인 오른쪽 측면을 탄탄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2선을 담당하는 니게스와 그리즈만에게는 AS 모나코의 풀백이 전진할 수 없도록 할 것을 주문했다.
중앙이 아닌 측면의 배후 공간으로 침투하도록 만들어, 잔뜩 높아진 풀백의 라인을 낮추려고 했다.
그리고 이후로도, 디에고 시메오네의 간결한 지시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페르난도 토레스에게는 상황에 연연하지 말고, 평소에 해 온 것처럼 포스트-플레이와 연계에 집중하라고 말했다. 그리고 코케와 가비에겐 더 많이 뛸 것을 요구했다.
그런데 단 한 사람.
“…….”
“…….”
디에고 시메오네는 김다온과는 시선을 마주치기만 할 뿐, 별다른 이야기 없이 그대로 넘어가 버렸다. 기자들이 보았다면 의아할 만한 장면이었다.
전반전의 김다온은 공격 상황에서 겉도는 모습이 많았다. 그로 인해 볼 터치 자체가 적었고, 패스의 숫자도 부족했다.
경기당 평균 110~130회 정도의 볼 터치와 60~70개 안팎의 패스 숫자를 기록하는 그였지만, 오늘 전반전의 볼 터치와 패스는 각각 43회와 21개에 그쳤다.
여전히 사이드백으로서는 상위권의 숫자이긴 했지만, 늘 사이드백 이상의 역할을 해 온 그였기에 아쉬울 수밖에 없다.
한데 어째서, 디에고 시메오네는 김다온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던 걸까?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준비하던 며칠 전, 두 사람이 나눈 대화에 그 대답이 숨어 있다.
[“오버페이스?”] [“네. 베르나르두를 평소보다 30% 정도 더 뛰게 만들 수 있다면, 후반전에 저희가 모나코를 압도할 수 있어요.”] [“……그게 가능하다는 건가?”] [“한 번도 해 본 적은 없지만, 나쁜 시도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대신에 저도 전반전은 공격에 많이 집중할 수 없을 거예요. 하지만, 꽤 좋은 방법이라고 봐요.”]얼핏 부진한 것처럼 보이는 김다온의 숫자는 몇 가지 다른 지표들을 가져다 붙일 경우 완전히 이야기가 달라진다.
김다온은 43회 볼을 터치한 상태에서 단 한 차례도 볼을 상대에게 넘겨주지 않았다. 4개의 전진 패스가 포함된 21개의 패스를 포함해도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김다온은 이미 7.4km를 뛰었다.
그로 인해 덩달아 베르나르두 실바 역시 7.3km를 뛰었고, 이를 90분으로 환산했을 때 14.6km를 뛴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는 이번 시즌 리그 앙에서 경기당 평균 10.9km를 뛰는 수치보다 34% 높은 것이었다.
아무리 정신력이 육체를 지배한다지만, 스포츠 과학자들은 인간의 한계가 본래 능력의 120% 이상을 벗어날 수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 상황에서도, 자넨 자네의 몫을 해냈군,’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1:0의 리드를 지키지 못한 것과는 달리, 김다온은 자신의 임무를 완벽하게 해냈다.
본인 스스로는 첫 번째 실점 상황에 대한 책임을 느끼고 있었지만, 세상의 그 어떠한 수비수라도 굴절을 예상하고 움직일 수 있는 선수는 없을 것이다.
만약 그게 가능하다면, 그는 인간의 영역을 벗어난 셈이 된다.
물론 가끔 김다온의 플레이를 보고 있으면 그가 인간이길 포기했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지만, 전반전 두 개의 실점은 순전히 오른쪽 수비가 뚫렸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현재,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게는 김다온과 같은 정신 자세가 필요했다.
엄청난 압박이 쏟아지는 경기에서 전반전 허술한 수비로 두 골을 허락했고, 거기에 관여하지 않은 이들은 자신의 노력이 헛되게 되어 버렸다며 짜증을 낼 수도 있다.
아무리 단단하게 맺어진 팀이라 해도, 패배가 가까워지면 감춰졌던 균열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애초부터 생각이 다른 25명의 성인을 하나로 묶는다는 것 자체가 환상 속의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남을 탓하지 않고 스스로에 자책하는 김다온의 현재 모습은, 단지 그것만으로 불평불만을 가지는 이들을 부끄럽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대부분이 킬리안 음바페를 상대로 한 것이었던 6차례의 듀얼(Duel)에서 모두 승리하고 4개의 가로채기와 2개의 클리어링을 기록한 김다온은, 전반전 아틀레티코의 MVP였다.
그가 부진해 보였던 건 단지, 볼을 가지는 횟수를 줄여 자신의 옛 친구를 더 달리게 했기 때문이다.
“¡Vamos! 아직 45분이 남았다!”
남아 있는 경기의 절반 동안, 디에고 시메오네는 김다온이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게도 기적을 선물해 주길 기대하고 있었다.
***
.후반 00분
아틀레티코 1 : 2 AS 모나코
사실 전반전이 동점으로만 끝났어도, 나는 상황을 꽤 긍정적으로 바라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우린 흔들렸고, 그 틈을 파고든 모나코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하지만, 난 여전히 이 경기를 승리로 끝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쳐져 있지 마!! 더 끌어올려!!”
“…….”
“¡¡VAMOS!! 아직 경기는 끝나지 않았어!!”
주심의 휘슬이 울리기 전, 난 한 번 더 목소리를 높여 동료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전반전에만 세 골이 났으니, 후반전에도 세 골을 만들 수 있다. 물론 그 이하가 될 수도 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쪽이 결국엔 승자가 될 거라는 걸 안다.
어떻게 아느냐고?
‘그냥 알아.’
만약 이를 의심하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그에게 집에 장식해 둔 모형 빅이어 두 개와 챔피언스리그 우승으로 받은 메달을 보여 줄 것이다.
삐?익!!
주심의 휘슬이 울리고, 난 전반전과는 다른 움직임을 가져가기 시작했다. 측면을 버려두고 바로 중앙으로 움직였고, 그러면서 코케를 더 높이 전진시켰다.
이렇게 되면 코케가 그리즈만의 약간 아래에 자리할 수 있고, 사울도 측면으로 넓게 벌려 줄 수 있다.
또 미드필드인 사울이 부지런히 수비에 가담해 줄 것이기에, 후방에서 볼을 빼앗기지만 않는다면 왼쪽 측면을 비워 둔 건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음바페와 팔카오가 그 공간을 호시탐탐 노리겠지만, 마찬가지로 볼을 우리가 점유하고 있으면 그들은 저 공간을 쓸 수 없다.
그리고 누구보다 그것을 잘 알고 있을 한 사람이 있다.
‘덤벼 봐.’
내가 중앙으로 좁혀 후방 빌드업에 가담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베르나르두가 달라붙었다. 고딘의 패스를 받아 드는 시점이었고, 압박 타이밍이 무척 절묘했다.
하지만 나는 녀석의 목적이 볼을 빼앗는 것이 아닌 지연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베르나르두가 나를 잘 이해하듯, 나 역시 저 친구를 깊이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탁-
“?”
“…….”
고딘의 패스를 왼발 안쪽으로 받아들며, 난 자연스럽게 몸을 왼쪽으로 180도 돌렸다. 공격진영을 등진 상태였기에, 이젠 몸통 전체가 정면을 향하게 됐다.
그리고 오른쪽에서 접근해온 베르나르두는 나의 이런 동작에 떨어져 나갔다.
가비에게 패스를 보낸 후 측면으로 다시 측면으로 벌려 달려 나가기 시작하자, 탈압박을 허락한 베르나르두는 전력으로 스프린트 하여 나를 뒤쫓기 시작했다.
그러다 나는 다시 하프라인을 찍곤, 사이드가 아닌 하프스페이스를 타는 쪽으로 진행 경로를 바꿨다.
가비를 거쳐 그리즈만에게로 이어진 우리의 공격은 오른쪽 측면에서 전개 중이었고, 그렇게 얼른 포켓(Pocket)까지 진입한 나는 발을 멈춰 세우며 볼이 넘어오길 기다렸다.
잠시 뒤 베르나르두가 수비진영까지 내려와 다시 내게 밀착했는데, 전반전보다 고르지 못한 녀석의 숨결이 느껴졌다.
하프 타임 동안 휴식을 취하며 체력을 어느 정도 회복했다지만, 난 전반전 마지막 휘슬이 불릴 때의 베르나르두를 잘 기억하고 있었다.
녀석은 몇 번이나 크게 심호흡을 했고, 통로를 향해 걷다가 잠깐 멈춰 서서 허리를 약간 굽히기도 했다.
그리고 후반전이 시작되자마자 60M 정도 되는 거리를 전력 질주했으니, 사라졌다고 믿었던 피로가 이자까지 달라 붙여 돌아온 기분이 들 것이다.
앞으로 이런 식으로 후반 15분 정도를 더 보내고 나면, 베르나르두는 마치 후반 40분인 것만 같은 착각을 느낄 거다.
‘미안하지만, 아미고.’
친구와 함께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뛰게 되었다는 기쁨에 젖어 들었을 때, 난 한편으론 베르나르두가 승부수를 걸어올 거라고 생각을 했다.
그것이 전술적 지시가 되었건 아니면 스스로의 판단에 의한 것이건,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끈덕지게 달라붙을 것을 예상했다는 뜻이다.
일단 전반전 AS 모나코의 모습으로 보았을 때, 이는 전술적 지시라기보단 베르나르두의 단독적 행동에 가까웠다.
만약 전술적으로 준비가 되어 있었다면, 몇몇 상황에서는 베르나르두를 도울 지원군이 찾아왔을 거다.
팍-!!
쿵-!
“에?이!!!”
가비와의 좋은 연계로 그리즈만이 박스 안으로 침투했고, 잠시 뒤 그는 피치 위에 엎어졌다.
곧바로 손을 높인 우리는 페널티 킥임을 주장했지만, 정작 펠릭스 브리히는 휘슬을 분 이후에 그리즈만에게 다가가 노란색 카드를 꺼내 들었다.
페널티 킥을 유도하기 위한 할리우드 액션이란 의미였고, 그리즈만의 반응으로 보아 아마도 그건 사실인 것 같았다.
평소였다면 쓸데없이 경고를 적립한 그리즈만을 탓했겠지만, 단판 결승전인 만큼 나쁘지 않은 시도였다고 말하고 싶다.
AS 모나코가 공격권을 가져가는 것을 확인 후 난 빠르게 수비진영으로 복귀했고, 천천히 움직이는 베르나르두의 위치는 전반보다 확실히 아래였다.
이렇게 되면, 내가 전진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뒤에 팔카오를 남겨 둔 채, 위치를 5M 정도 끌어 올린다.
그리고 이를 파비뉴가 보았고, 하프라인 아래 반대편에 선 그는 팔카오가 좋은 위치에 혼자 있다 판단하곤 패스를 보냈다.
하지만 패스가 도달했을 때는 이미, 내가 팔카오의 플레이 존(Play Zone)에 진입한 상태였다.
팔카오가 멀리에서 도착한 패스를 제기 차는 동작으로 받아 두자마자, 난 얼른 그에게 접근하여 축구공을 툭 밀어 사이드라인 밖으로 보내 버렸다.
바로 이게 롱패스가 어려운 이유다.
패스의 정확도를 높이는 일 자체도 그렇지만, 출발점과 도착점 사이의 거리가 멀기 때문에 수비수가 얼마든지 공격수에 접근할 수 있다.
보통 패스의 거리가 5M 멀어질수록, 수비수가 1.5~2M 정도를 접근할 수 있다고 여겨진다.
그리고 그 수치를 낮출 수 있는 건 오로지 패스의 속도를 빠르게 가져가는 일뿐인데, 속도가 높아지면 패스의 정확도는 반비례해서 줄어든다.
스포츠 과학자들은 30M 이상의 롱패스에서 속도가 1km/h 높아질 때마다, 정확도가 약 1.873% 줄어든다고 말하고 있다.
그래서 과거부터, 후방에서 빠르고 정확하게 롱패스를 보낼 수 있는 선수가 귀하게 여겨졌던 거다. 근래를 되짚어 봐도, 제대로 이 일을 해냈던 선수는 두 명 정도다.
이탈리아와 밀란 그리고 유벤투스의 전설인 안드레아 피를로와 나와 함께 뮌헨에서 뛴 사비 알론소 말이다.
그래서 나는.
파앙-!!!
사비에게 집요히 들러붙어 그의 롱패스 기술을 전수받고자 노력을 해왔다. 여전히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지만, 조금 전 파비뉴의 패스보다는 낫다고 본다.
멀리 날아간 패스가 그리즈만의 발아래에 도달한다.
‘그렇지.’
지금은 딱히 공격적으로 위협을 줄 만한 상황은 아니었지만, 내가 오늘 경기에서 처음으로 자유롭게 롱패스를 보낼 수 있었다는 사실이 중요했다.
지브릴 시디베의 롱 스로인이 얀 오블락의 품에 안긴 후, 우리는 후방에서 빌드업을 이어 나갔다.
그리고 난 마찬가지로 중앙과 측면을 부지런히 오가며 베르나르두를 달리게 했고, 30여 초 볼을 지배하는 시간이 지나간 뒤엔 하프라인 아래에 홀로 있게 되었다.
내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따라붙을 것 같았던 베르나르두는 보통의 측면 미드필드가 있는 곳에 서 있었다.
공격이 여의치 않았던 그리즈만이 후방으로 패스를 돌리고, 롱패스를 보며 아차 싶었던 베르나르두가 달라붙자마자 난 곧바로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이번 목표지점은 수비진영이었고, 좀 더 힘을 낸 베르나르두는 대략 10M 정도 떨어진 위치에 서서 나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그래서 난 아예 센터백과 동일 선상까지 내려섰고, 그러자 녀석은 포기한 듯 제자리에 멈춰 섰다.
‘벌써 술래잡기를 끝내려고?’
알다시피, 베르나르두는 영리한 녀석이다. 그러니 저건 지쳤다기보다, 자신 스스로 남은 시간 동안 가장 효율적으로 움직일 방법을 찾았다고 보는 게 옳다.
이는 곧 나의 영역이 더욱 넓어진다는 의미였는데, 바로 이것 때문에 전반전 45분을 할애했다.
한층 편안해진 환경 속에서, 나는 자유롭게 빌드업에 가담하며 볼을 점유하는 시간을 늘려갔다.
조금씩 경기를 주도하게 되자, 역전을 허용한 순간 경직되었던 동료들의 플레이도 다시 본래대로 돌아왔다.
가비-코케-사울이라는 활동량 측면에서 유럽 최정상인 이들이 하프라인 전후에서 엄청나게 뛰기 시작했고, 베르나르두는 어느새 내가 아닌 다른 이를 쫓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
전반전 내내 우리를 까다롭게 했던 파비뉴가 계속해서 좋은 위치 선정을 보여 줬지만, 전반전에 없었던 내가 +1이 되어 등장하자 막아야 할 위험 지역이 늘어났다.
하지만 그의 몸은 하나뿐이었고, 사울로부터 패스를 받아 든 나는 몸통을 오른쪽으로 돌려세우면서 오른쪽 하프 스페이스에 자리 잡은 그리즈만에게로 볼을 넘겼다.
파앙-!
20여 미터를 빠르게 굴러간 축구공이 그리즈만에게 도착한 순간, 파비뉴는 이제 선택을 해야 했다.
오른쪽 측면에서는 후안프란이 달리는 중이었고, 뱅자멩 멘디가 그를 막으러 움직이게 되면 볼을 컨트롤 중인 그리즈만이 자유롭게 된다.
이를 막기 위해 토마 르마르와 주앙 무티뉴가 움직일 텐데, 그럼 침투 중인 코케와 가비에게 붙을 선수가 사라진다.
페널티 박스 안쪽으로 깊숙이 침투한 토레스가 센터백들을 끌고 들어간 상황이었고, 후안프란에 패스를 보낸 그리즈만이 그로 인해 생긴 공간으로 뛰어들 것이다.
그러니 지금, 토마 르마르가 자리를 잡아야 할 곳은 그리즈만이 뛰어들 수 있는 페널티스팟 부근이었다.
그 좌우로 가비와 코케가 움직여 들어가 다른 수비수들의 눈을 가져갈 것이고, 후안프란도 남은 AS 모나코 선수들의 시선을 분산시켜 줄 거다.
‘그렇다면?’
앞으로 전개될 상황을 가정하여 머릿속에 그려 보인 나는 이 과정에서 텅텅 비게 되어 버릴 포켓으로 발을 움직였다.
유일하게 놓치고 있는 건 베르나르두였지만, 녀석은 나를 따라 움직이려고 하지 않을 거다. 왜냐하면 조금 전에 그가 사울이 있는 페널티 박스 왼쪽 모서리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녀석의 시선을 가져가고 있을 건 페르난도 토레스와 현재 패스를 잇는 그리즈만. 그리고 오버랩을 통해 AS 모나코의 왼쪽으로 침투한 후안프란이다.
포켓(Pocket)은 어지간해선 사각(死角)이 될 수 없지만, 축구에서 사각이란 ‘존재하는 것’이 아닌 ‘만들어 내는 것’이었다.
“에-이!!!”
예상대로 AS 모나코의 미드필드들을 모조리 달고 들어간 동료들의 뒤에 서서, 나는 후안프란을 향해 있는 힘껏 목소리를 내질렀다.
거기에 반응한 그는 나를 바라봤고, 바로 오른발을 움직여 땅볼로 축구공을 보내왔다.
아마도 지금쯤 AS 모나코의 선수들은 날 발견했을 테지만, 수비에 나서기엔 너무 늦었다. 나는 이 굴러오는 축구공을 곧바로 오른발로 걷어찰 생각이다.
‘위치는 봐 뒀어.’
파앙-!!!!
몸의 중심을 살짝 뒤로 가져가며, 난 후안프란의 땅볼 패스를 그대로 오른쪽 발등으로 걷어찼다.
마치 굴절된 것처럼 순식간에 방향이 바뀐 축구공은 AS 모나코의 골대 왼쪽 아래를 향했고, 세 명의 모나코 선수를 뚫고 지난 슈팅은 그대로 골라인을 넘어서 버렸다.
촤락-!
{“!!”}
{“!!!!”}
득점이 되는 것을 확인한 순간, 나는 그대로 몸을 돌려 왼쪽 코너플랫을 향해 달려 나갔다. 그 앞엔 열광하는 팬들이 있었고, 난 그들의 앞에서 뛰어올라 힘껏 오른손을 휘둘렀다.
“빠샤-!!!”
다시 한번 말하지만, 포기하지 않는 이상 축구에선 어떠한 일이든 벌어질 수 있다.
그것이 설령, 우리의 강함을 찾아오는 당연한 일이라고 해도 말이다.
2:2.
후반전 8분.
경기는 이제 원점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