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77)
76화
내겐, 여전히 그날은 선명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그리고 그날, 경기장에서 울려 퍼졌던 음악도.
“······.”
그 음악은 마치 판타지 세계의 것처럼 느껴졌었다.
모든 소리 하나하나가 내게 날아와 귓가에 대고, 도전하고 또 모험을 떠나라 소리치는 것만 같았다.
실제로 도전정신을 어필하려고 했다던 지휘자의 말을 인터넷 속에서 찾았을 땐, 전율이 솟아오르며 이렇게 생각했다.
아, 언젠가 반드시.
‘반드시······.’
언젠가는 반드시 도전과 모험의 가장 높은 곳에 서서, 왕관을 쓴 자가 되어 당당히 이렇게 말할 것이라고 말이다.
【The champions-!!】
그래.
마침내 내가, 챔피언이 되었다고.
.
.
2012년 2월 15일. 상트페테르부르크, 러시아. 페트롭스키 스타디움(Спортивный комплекс Петровский. Санкт-Петербург, Russia.)
·경기 시작 7분 전
제니트 상트페테르부르크 0 : 0 SL 벤피카
아까 처음에는 그냥 따로 틀어둔 음악 소리인 줄 알았다.
그런데 귓가에 뭔가 익숙한 멜로디가 들려온다 싶더니, 곧바로 커다란 합창이 이어졌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온몸에 소름이 돋아났다.
“응? 뭐야? 혹시 긴장했어?”
“Que?”
“너 말이야, 너! 완전히 바짝 얼었잖아. 하핫-! 어깨 좀 풀어. 경기에 뛰는 건 네가 아닌데, 네가 그렇게 얼어 있으면 어쩌자는 거야? 하하핫-! 얘 좀 봐!”
유쾌한 웃음을 터뜨린 놀리토가 내 어깨를 연신 두드리더니만, 이내 벤치 한쪽으로 가 자리에 앉았다.
대체, 뭐라 한 거야?
하지만 덕분에 현실로 돌아온 내 정신은, 비로소 경기장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게 만들었다.
어느새, 노래도 멈췄다.
2월 러시아의 공기는 입김도 얼어붙게 할 것처럼 차갑고, 그래서 우리도 두꺼운 옷을 입고 눈코입만 간신히 내어놓을 수 있도록 제작된 모자를 뒤집어썼다.
하지만 딱 봐도 제니트의 열렬한 팬들로 보이는 저쪽의 무리는, 이런 날씨에도 불구하고 웃통을 깐 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뭐라 하는지는 하나도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분명한 건 저쪽만큼은 계절을 잊어버렸다는 사실이다.
“후우우우우-”
입가에서 뿜어져 나온 새하얀 연기가 평소보다 오래 눈앞에서 맴돌다가 서서히 사라져간다.
‘아, 젠장.’
놀리토가 방해하기 전까지는 완전히 좋았는데 말이다.
그런데 이젠 산통이 다 깨져, 감정이 되살아나지 않는다.
아, 진짜 좋았는데.
문득, 덴마크와 이곳에서 사귄 친구들의 이야기들이 떠올랐다.
[월드컵? 그건 완전 똥이야! 챔피언스 리그가 최고라고!] [당연히 챔피언스 리그 우승이랑 발롱도르지. 그건 축구를 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하지 않아?] [뭐야? 넌 아닌가 본데?]솔직히, 난 월드컵 우승이 축구선수에게 최고인 줄 알았다.
하지만 덴마크에서 월드컵을 ‘똥’이라고 말할 때 한 번 충격을 받았었고, 챔피언스 리그와 발롱도르가 축구 선수로서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꿈이라고 말하는 것에도 충격을 받았었다.
내가 아닌 다른 한국의 친구들을 생각해봐도 그냥 한국을 벗어나 유럽에서 뛰고 싶다고만 말할 뿐, 구체적이지는 않았다.
그래서 어쩌면 한편으론, ‘도대체 챔피언스 리그가 뭐가 그리 대단하다고?’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도 같다.
그런데 ‘Ligue Des Champions’의 첫 소절을 듣자마자, 난 한 가지 생각밖에는 할 수 없게 되었다.
이 무대에서 뛰고 싶은 것이야 너무나도 당연하고,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생각을 말이다.
어쩌면 꿈.
아니.
‘목표라고 해야 할까?’
난 단순히 저 무대에 서고 싶은 것뿐만이 아니라 승리하고 또 승리하고 계속해서 승리하여, ‘챔피언들의 리그’라 외치는 이 무대의 가장 높은 곳에 서고 싶었다.
그래야만 비로소, 진정한 챔피언이 되었다고 선언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
바로 이 느낌과 생각이다.
내가 기억한다는 그 날은 유로파의 테마곡을 처음 들었던 날을 말하는 거다.
유로파의 테마곡 ‘Ego’의 모토는 도전과 모험이었다.
그런 ‘Ego’가 우리를 모험을 떠나도록 만든다면, 챔피언스 리그의 테마인 ‘Ligue Des Champions’는 최종 보스가 있는 무대는 바로 여기라 말하는 것 같았다.
거대한 신전 좌우 길게 늘어진 거대한 석상들이, 입만 벙긋거리면서 부르는 노래라는 게, 내가 가진 첫 번째 이미지였다.
그리고 최종 보스는 물론, 빅이어를 두고 다툴 상대이겠지.
아니면 다른 무언가이거나.
아직은 알 수 없다.
삐익-!!
주심의 휘슬과 함께 경기가 시작되고, 축구를 하기엔 매우 나쁜 날씨와 매우 나쁜 복장이 방해하는 2011/12 챔피언스 리그 16강전의 막이 올랐다.
시시때때로 매서운 강풍이 휘몰아쳤고, 아까 잠깐 밟아본 잔디는 딱딱하게 얼어붙어 있었다.
다치기 딱 좋은 상황.
그래서 경기 전 감독님도 승리에 대한 다짐보다는, 다치지 않을 것을 가장 첫 번째로 말씀하셨다.
그러나.
“아아아아-악!!”
아무리 조심한다고 해도 나쁜 상황은 언제든 벌어질 수 있다.
눈을 절로 찌푸리게 만든 비명.
방금, 센터서클 안에서 볼을 향해 쇄도하던 호드리구에게 제니트의 중앙수비수 브루노 알베스(Bruno Alves)가 강한 태클을 시도했다.
그리고 곧장 호드리구는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처음은 발이 허공이 떠 있었던지라 괜찮을 줄 알았는데, 호드리구는 생각 외로 한참 동안 일어나지 못했고 결국 전반 10분 만에 경기장을 떠나게 되었다.
순식간에 벤치에는 비상이 걸렸고, 재빠르게 복장을 갖추며 감독님에게로 달려간 아이마르가 연신 스트레칭을 하며 근육을 풀려고 했다.
날씨를 생각하면 조금 더 시간을 가져야 하겠지만, 갑작스러운 부상에 의한 교체인지라 어쩔 수가 없다.
곧, 주변 동료들의 불만섞인 목소리가 들려온다.
“제기랄. 이래서 러시아 원정은······.”
어제 공항에서부터 툴툴대던 동료들이 괜히 그런 게 아니라는 생각을 하며, 나도 덩달아 침울해진 얼굴로 그라운드를 바라봤다.
여긴 그러니까.
‘얼음 맵.’
뭐, 대강 그 정도일 것 같다.
.
.
·경기결과
제니트 상트페테르부르크 3 : 2 SL 벤피카
[골] 막시 페레이라 : 전반 20분(오스카 카르도소)오스카 카르도소 : 후반 42분(니코 가이탄)
***
러시아 상공(Over Russia).
여러모로 아쉬움이 많을 수밖에 없었던 내용이었던지라, 리스본으로 돌아가는 길은 무척이나 고요했다.
“죽었어. 잠깐 화장실 좀.”
앉아 있는 바로 뒤쪽에서 카드게임에 한창인 무리가 있었고, 대부분은 피곤을 이기지 못하고 잠이 들어 있다.
그리고 난.
[쩝. 조금만 더 먹어야겠다.]“응? 또?”
[어? 안 잤어요?]“응. 잠이 안 와서. 같이 좀 갈까?”
같이(Juntos)라는 단어를 알아들을 수 있어, 난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벤피카의 전용기 안에는 선수들이 언제든 영양분을 보충할 수 있도록 뷔페와 미니바가 설치되어 있다.
말이 뷔페와 미니바지, 실은 음식 몇 가지를 담은 테이블과 음료가 담긴 냉장고 한 대가 전부긴 했지만 말이다.
그래도 난 무척 만족하고 있다.
“바보처럼. 집중력을 잃었어.”
“Que?”
“Concentracao. falhou. Entende?”
“아, 이해했어요.”
집중. 그리고 실패하다.
마지막은 이해했냐고 물어봤던 거다.
사실 오늘 경기는 2 : 2로 끝났어야 했을 시합이었다.
나뿐만이 아니라 팀의 모든 이들이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전반 20분 카르도소의 프리킥이 골키퍼를 맞고 흘러나왔고, 쇄도하던 막시가 그것을 밀어 넣으며 선제득점에 성공했다.
하지만 7분 뒤, 왼쪽 측면에서 크로스가 너무나 손쉽게 넘어왔고 그것을 러시아 대표팀의 로만 쉬로코프(Roman Shirokov)가 감각적으로 골대 안쪽에 밀어 넣었다.
크로스를 처리하는 쉬로코프의 슈팅이 더욱 훌륭하긴 했지만, 그에 앞서 너무 쉽게 크로스를 허용했다는 것 자체가 문제였다.
그리고 후반 26분 우리는 1 : 2 역전을 허용했는데, 이 또한 마찬가지로 러시아 대표팀 출신의 중앙미드필드인 세르게이 세막(Sergey Semak)의 득점이었다.
이후 동점을 위해 부지런히 뛰어다니던 팀이 마침내 후반 42분 경기의 균형을 맞추었지만, 정확히 1분 뒤 페널티에어리어 안에서 막시가 실책을 범해 쉬로코프에게 다시 역전 골을 허락했다.
사실 첫 번째 실점 상황도 막시의 잘못된 판단이 계기가 되었던지라,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는 경기였다.
“이젠 막시를 안 괴롭히네?”
“얘도 눈치는 있으니까. 휴우- 겨우 끝났네. 둘이 무슨 이야기 중이었어?”
[형 욕이요.] [뭐? 진짜?]어디선가 나타난 경훈이 형과 잠깐 티격태격하는 사이, 접시를 집어 든 아이마르가 음식을 담기 시작했다.
[이제 일 다 했어요?] [응. 이런 날이면, 요구사항이 더 많아지는 법이니까.] [······안 힘들어요?] [야, 내가 뭐가 힘들겠냐. 힘이야 너희들이 드는 거지. 막시 봤냐? 눈에 완전히 살기가 돌던데.] [네. 그래서 한마디도 못 붙였죠.] [크큭. 덕분에 사부 소리는 안 듣겠네.] [조심해요, 형. 팀이 졌다고요. 알죠?] [아, 그렇지 참.]태어나서 처음으로 겪어본 챔피언스 리그의 느낌은 웅장하고 또 경이로웠지만, 한편으론 춥고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많은 시간이기도 했다.
만약 이 경기가 러시아가 아닌 리스본에서 펼쳐졌더라면, 훨씬 더 많은 것들을 느낄 수 있었을 것 같은데 말이다.
[그래도 형.] [응?] [하나는 좀 알겠어요.] [뭐가?]제니트의 축구를 보면서 느낀 것인데, 분명 약간 다르긴 하나 그들도 포르투갈 리그의 팀들처럼 측면을 중심으로 빌드업하고 또 측면을 중심으로 공격을 조립해 나갔다.
그러다 보니 양쪽 측면에서 축구공이 머무는 시간이 많았고, 그 주변으로도 많은 선수가 모여들었다.
[막시도 오늘 실수했잖아요. 그런데 그건 그가 못하거나 오늘 컨디션이 나빠서가 아니었어요. 계속해서 측면으로 볼이 돌고 측면에서 위협적인 상황을 연출하려고 하다 보니, 자연스레 실수할 확률이 높아졌던 것 같아요.] [그래? 난 잘 모르겠는데.] [전 그런 것 같아요, 형.]두 차례나 실점의 빌미가 되었다는 점이 막시의 하루를 망쳐 놓았지만, 그의 경기력은 절대 나쁘다고 볼 수 없었다.
[그러니 위축될 것 없어.] [응? 뭐?] [아니, 아무것도 아니에요. 형도 먹을 거 담을 거죠?] [어? 어- 그래. 나도 접시 좀 주라.]최근 실수들이 계속해서 나오고는 있었지만, 그것 때문에 위축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서 잠깐 혼잣말을 했었다.
꾸준히 내가 할 수 있는 플레이를 하고, 내가 어떤 축구를 할 수 있을지 어필하는 게 가장 중요한 부분이 아닐까?
물론 실수는 계속해서 줄여나가야 할 것이다.
접시에 음식을 다시 채워 자리로 돌아오자, 자신이 담아온 것보다 족히 세 배는 많아 보이는 모습에 아이마르가 경악하며 내게 질문을 던져왔다.
“그거, 다 먹을 수 있어?”
“Absolutamente!”
“······하-! 넌 진짜 참.”
“Que?”
“아냐, 아무것도. 맛있게 먹어.”
“네. 당신도요. Comer Deliciosamente.”
음식을 입으로 가져가며, 난 다시 귀에 이어폰을 꽂고 랩톱을 열어 화면을 바라봤다.
팀의 다음 경기는 5일 뒤에 있을 비토리아 기마랑이스 원정이다.
내겐 데뷔전의 좋은 기억이 있는 팀과 장소로, 만약 출전하게 된다면 늘 그래왔듯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방향전환. 그리고, 몸통 밀어 넣기.’
그리고 꼭, 더 나아진 모습을 보여줘야지.
그러니까, 모두에게 말이다.
***
▷ 단체 채팅방 ? 김다온 외 7명
J.칸셀루 : 도착했어?
A.고메스 : 아직 시간 안 되지 않았나?
B.실바 : 몇 시 도착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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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다온 : 뭐야? 너희 다 안 잤어?
B.실바 : 안 자긴. 일찍 일어난 거지.
김다온 : 새벽 5시인데?
.
.
J.칸셀루 : 그게 중요한 건 아냐. 몇 시에 도착해?
김다온 : 아침 7시쯤 도착.
J.칸셀루 : 그래? 그럼 나중에 챔피언스 리그 이야기를 해줄 거지? 어땠어? 좋았어?
김다온 : 우린 졌고, 또 난 안 뛰었거든?
J.칸셀루 : 그래도 분위기는 맛봤을 거 아냐.
.
.
A.고메스 : 얘 갑자기 조용한데?
B. 실바 : 나는 너 죽은 줄 알았어.
A.고메스 : 나도 너가 죽은 줄 알았지.
김다온 : 뭔가 느끼는 게 있으려고 할 때 놀리토가 날 방해했어. 그래도 확실히 가슴이 두근대기는 하더라.
A.고메스 : 참 빨리도 대답해주네.
J.칸셀루 : 사전을 열심히 찾았나 보지, 뭐. 우리가 이해해야지. 아무튼? 그래서? 이야기해줄 거지?
B.실바 : 그런 데 넌 안 자? 시합 안 뛰어서 안 피곤하나?
김다온 : 화장실!!!
.
.
김다온 : 오늘은 종일 집에서 쉴 거야. 이야기를 듣고 싶으면 내가 가는 게 아니라, 너희들이 와!!
J.칸셀루 : 오늘 우리 훈련이 어떻게 됐더라?
A.고메스 : 외출이 가능하지 않아? 난 그렇게 아는데.
B.실바 : 가능. 모레부터 불가능.
J.칸셀루 : 그럼, 결정. 가자!
H.코스타 : 뭐야? 한국 과자 먹는 거야?
A.고메스 : 깜짝이야! 다 보고 있었던 거야?
B.실바 : 스토커. 소름.
H.코스타 : 아니거든! 나! 나도 거기에 낄래.
A.고메스 : 그럼 D.F에 코스타도 합류?
H.코스타 : D.F? 그게 뭔데?
J.칸셀루 : Doces Familia. 우린 우리를 이렇게 불러.
H.코스타 : 과자 가족이라니······ 유치해.
A.고메스 : 그럼 넌 그냥 꺼지든가.
H.코스타 : 취소, 취소! 나도 거기에 끼워줘!
B.실바 : 그럼 너 시험을 봐야지.
H.코스타 : 시험?
A.고메스 : 응. 미겔의 사무실에 술이 잔뜩 있는 거 알지? 거기에서 아무거나 하나 훔쳐와야 해.
H.코스타 : 뭐? 그거 다온도 했어?
B.실바 : 아니. 대신 걘 과자가 있어.
H.코스타 :······알겠어. 한 병이면 되는 거지?
A.고메스 : 응. 오직 한 병. 그게 규칙이니까.
J.칸셀루 : 그런데, 다온은? 자나?
.
.
깜빡 잠이 들었던 조르제 제수스가 일어나, 조용히 기내를 걸으면서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고 있었다.
마지막 5분을 못 버티고 역전을 허용한 것은 아쉬웠지만, 러시아 원정에서 1골 차로 패했다면 꼭 나쁘다고만은 할 수 없다.
“응?”
다음 달 홈 경기에서 8강 진출을 확정 지을 수 있을 거라고 믿던 제수스.
그런 그의 눈에 휴대폰을 쥐고 잠든 김다온이 보였다.
‘이건 또 뭐······ Doces Famila??’
때마침 칸셀루가 친 채팅이 제수스의 눈에 들어왔고, 실례라는 걸 알면서도 홀린 듯 화면을 바라보던 그는 미겔의 사무실에서 술을 훔친다는 채팅에 그만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저, 제수스?”
“응? 이런! 나 때문에 깼나? 아무것도 아닐세. 크흠.”
“???”
의아해하는 아이마르를 남겨두고, 앞쪽으로 자리를 옮긴 제수스가 다시 자리에 주저앉아 소리 없는 웃음을 터뜨렸다.
1년쯤 전부터 자꾸 사무실의 술이 줄어드는 것 같다며 고민하던 미겔 콰레스마였는데, 뜻밖에도 범인은 내부에 있었다.
‘하긴. 내부가 아니고서야 상상도 할 수 없군, 그래.’
비밀을 알게 되었지만, 그렇다고 딱히 폭로할 생각까지는 없었던 제수스가 자신의 눈을 사로잡게 만든 ‘Doces Famila’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어째서 이런 명칭을 갖게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가족’이라는 단어가 들어갔다는 것 자체만으로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이 ‘과자 가족’은 틀림없이, 김다온이 경기 외적으로 빠른 적응을 보여주고 있는 이유일 거란 생각을 했다.
‘이거야 원. 이래서 이 일을 관둘 수 없어.’
팀의 성장.
그중에서도 특히 어린 선수들의 발전을 눈으로 확인한다는 건, 축구지도자에게 있어서는 가장 보람을 느낄 수 있는 부분 중 하나일 것이다.
마침내 앉은 자리에서 일어난 제수스는 한결 가벼워진 머리와 걸음걸이로, 아직 못다 한 업무를 마무리하고자 움직였다.
코치진의 좌석 앞에는 따로 테이블이 놓여 있었고, 그 위에 있는 랩톱의 방향을 바꾼 제수스는 손가락만 움직여 비어 있는 네모 칸에 이름을 채워 넣었다.
탁, 타닥, 탁.
김다온.
다음 달 3월 2일.
김다온은 매우 특별한 경기에 선발로 나서게 될 예정이다.
***
·2012.02.20. 경기결과(Liga Zon Sagres 19R)
비토리아 기마랑이스 SC 1 : 0 SL 벤피카
김다온 ? 90분 출전(평점 8.1/팀 내 1위)
[승리를 헌납한 SL 벤피카. 하지만 그중 돋보였던 김다온의 플레이. – BTV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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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25. 경기결과(Liga Zon Sagres 20R)
아카데미카 코임브라 0 : 0 SL 벤피카
김다온 ? 미출전(명단 미포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