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772)
772화 Pieza de Puzzle (17)
(개리 리네커) – BT Sports 스튜디오 호스트
“결승전의 대진이 확정되었을 때부터 우리는 이런 순간이 올 거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졌죠. 아마 지금 여기에 계신 분들은 꽤 머리가 아플 겁니다. 이제는 이 논쟁으로 불이 붙을 거기 때문이죠. 네 번의 챔피언스리그 우승. 두 번의 트레블. 다섯 개의 발롱도르. 네. 리오넬 메시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두말할 여지 없는 세계 최고의 선수죠.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줄곧 그의 라이벌이었습니다만, 최근 호날두는 조금 힘이 빠진 모양새입니다. 그리고 바로 여기, 새로운 라이벌이 있죠. 다온. 세 번의 챔피언스리그 우승과 한 번의 유로파 리그 우승. 세 번의 트레블. 그리고 발롱도르는 하나입니다. 자, 과연 누가 더 나을까요?”
(폴 인스) – BT Sports 스튜디오 펀딧
“제 생각에는 메시입니다.”
(개리 리네커)
“워-우. 망설임 없는 답변이로군요.”
(폴 인스)
“다온은 분명 현시점 세계 최고의 선수 중 하나입니다. 그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다만, 메시를 넘어섰느냐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개리 리네커)
“발롱도르 때문인가요?”
(폴 인스)
“발롱도르도 그렇긴 하지만, 그 외의 부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메시가 다온보다 조금 더 상징적입니다. 제 말은 그러니까, 전 세계의 인지도에 관한 부분이죠. 그리고 메시가 남긴 업적이 훨씬 더 많습니다. 굳이 발롱도르를 생각하지 않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리오 퍼디난드) – BT Sports 스튜디오 펀딧
“워-오. 워?오. Hold on, Hold on. 지금 그 이유라면 애초부터 이 비교는 불공평합니다.”
(오언 하그리브스) – BT Sports 스튜디오 펀딧
“저도 리오의 말에 동의해요. 완전히 동의합니다.”
(개리 리네커)
“일단 순서대로 진행해 보죠. 폴은 메시가 남긴 업적이 훨씬 더 많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리오는 그게 불공평하다고 했고 말입니다.”
(리오 퍼디난드)
“지금 폴이 이야기한 것은 둘의 나이가 비슷할 때나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메시와 호날두. 이 두 사람이면 그런 식의 비교가 성립되겠죠. 하지만 다온은 아닙니다. 메시가 이미 세계 최고가 되었을 때, 다온은 고작 10대 후반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최근 3년 혹은 최근 5년을 두고 말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야 ‘현시점’ 최고를 논하기에 적절하니까요.”
(개리 리네커)
“흐음- 일리 있군요. 오언?”
(오언 하그리브스)
“저도 리오의 논리에 동의해요. 그리고 하나 제가 질문을 던져 보도록 하죠.”
(개리 리네커)
“?”
(오언 하그리브스)
“과연 현재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 다온이 아닌 메시가 있었다면, 그래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트레블을 할 수 있었을까요? 반대로 다온이 FC 바르셀로나나 레알 마드리드에 있었다면 어땠을까요? 물론 실제로 보기 전엔 모르는 일이긴 합니다. 어디까지나 가정인 거죠. 그렇지만, 저는 그 결과가 선명하게 보이는 것 같네요.”
***
2017년 6월 4일. 마드리드, 스페인. 시벨레스 광장(Plaza de Cibeles. Madrid, Spain).
시벨레스 광장은 마드리드, 나아가 스페인을 대표하는 명소로 알려져 있다.
땅의 어머니이자 풍요의 여신이기도 한 시벨레스(Cibeles)의 이름을 따왔으며, 광장 주변에 자리 잡은 건물들로 인해 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소로도 유명했다.
그리고 여긴 레알 마드리드가 우승 축하 퍼레이드를 벌이는 곳으로도 인식되어 왔는데, 이는 오직 레알 마드리드만이 빅이어를 들어 올렸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그렇지 않다.
{“CAMPEONES-! CAMPEONES-!!!”}
{“O-LE OLE O-LE!!”}
이 도시 사람들에게 익숙한 흰색이 아닌 붉은색으로 물들어 있는 시벨레스 광장은, 알레티(Atleti)들이 몽땅 점령해 버린 상태였다.
결승전이 끝나고, 드레싱 룸에서 짧은 광란의 시간을 보낸 우린 바로 전용기에 올라 마드리드로 돌아와 있다.
삼엄한 경찰의 호위 아래, 우리 아틀레티코의 선수단을 태운 버스가 정해진 경로를 따라 마드리드 시내를 돌아다녔다. 거리 곳곳 팬들이 있었고, 그들은 우리에게 환호를 보내 주었다.
빅이어를 놓아둔 이층버스 위에 있던 우린, 그곳에서 팬들에게 손을 흔들고 그러다가도 누군가 휴대전화를 꺼내 들면 어김없이 단체로 모여 사진을 찍었다.
광장에 가까워지면서는 말을 탄 경찰들까지 합류했는데, 이것은 단순한 쇼(SHOW)가 아니라 예전부터 있어 온 챔피언을 향한 전통이라고 했다.
저 멀리 시벨레스 광장의 원형 교차로가 눈에 들어왔고, 아까 사진으로 전달받은 것보다 더 근사한 광경에 나도 모르게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늘 셋방살이하는 심정이었다고 말했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팬들과 클럽의 관계자들.
하지만 오늘은 그런 생각을 가질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Yo me voy al Manzanares al estadio Vicente Calderon. Donde acuden a millares los que gustan del futbol de emocion. Porque luchan como hermanos defendiendo su colores. En un juego noble y sano. Derrochando coraje y corazon. Atleti, Atleti, Atletico de Madrid…….”}
현재 이 도시에서 이렇게 큰 노랫소리를 낼 수 있는 건,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응원해 온 이들 외에는 없기 때문이다. 오늘은 누구도 우리를 방해할 수 없다.
시내의 펍 어딘가에 모여 쓰린 속을 달래고 있을 레알 마드리드의 팬들이 우릴 욕하겠지만, 그거야 패배자의 질투에 불과할 뿐이다.
만약 그런 사람을 본다면 우리는 그저 관대한 미소를 지으며, 다시 이 왕좌를 빼앗아 가라고 말하면 된다.
“레알 마드리드?! X까라고 해!! 이제부터는 우리도 이 도시의 주인이야-!!!”
“HALA ATLETI-!! ATLETICO MADRID-!!!”
엄청난 인파의 앞에서 잔뜩 흥분한 동료 몇몇이 소리를 내지르기 시작했고, 팬들이 거기에 열성적으로 반응을 하자 참고 있던 이들도 함께 목소리를 높였다.
그리고 그 속에서 난 휴대전화를 손에 든 채, 지금의 이 모든 장면을 빠짐없이 녹화했다.
“-!!”
“CAMPEONE-!!”
“이봐아-!!!”
“응?”
“?”
목적지에 도착한 다음에도 열광 중인 우리를 진정시킨 건, 얼굴이 벌겋게 변해 소리쳐 이제는 버스에서 내려야 한다고 말한 안드레아 베르타였다.
일단 좋은 뷰가 필요했었던 내가 서둘러서 버스에서 내렸고, 그런 뒤에는 다시 화면을 켜서 차례대로 내리는 동료들의 모습을 양상으로 남겼다.
내 바로 다음에 내린 사람은 빨강/흰색 끈을 감아 둔 빅이어를 소중하게 손에 쥔 가비 페르난데스였다.
“가비! 가비!! 한마디만 해 줘요!”
“우리가 챔피언이거든!!”
“예에-! 바로 그거예요!!”
단상으로 향하는 길에 대기 중이던 리포터가 가비와 인터뷰를 하는 사이, 계속 버스 근처에 머물던 나도 촬영을 잠시 중단하며 계단을 올랐다.
시벨레스 광장의 중앙 분수대를 따라 설치된 단상 위엔, 마이크를 잡고 노래하는 이들이 보였다.
“하하. 지치지도 않는데?”
잘은 모르지만, 선수단의 90%가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을 것이다.
카디프를 떠나 마드리드로 올 때도 내내 떠들썩했고, 공항에서 클럽하우스로 향한 이후에도 사람들의 축하를 받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런 뒤엔 다들 함께 점심을 먹고, 샤워실에서 씻은 후 옷을 갈아입고 바로 퍼레이드에 참석했다.
충분히 피곤할 법도 하건만, 어째 가면 갈수록 점점 더 쌩쌩해지는 것 같다.
“HALA ATLETI-!!!”
{“HALA ATLETI-!!!”}
오각형으로 만들어진 단상의 면을 하나하나 돌며, 우리는 팬들의 앞에서 빅이어를 들어 올리고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는 과정을 반복했다.
그리고 마침내 한 바퀴를 돌아 최초의 장소로 왔을 때, 노랫소리가 중단되고 선수 한 명 한 명에게 마이크웍을 할 기회가 주어졌다.
시종일관 마이크를 놓지 않고 있던 가비와 코케가 먼저 이야기를 시작했고, 그 뒤를 클럽의 베테랑인 고딘과 토레스가 이어받았다.
어제 충분히 눈물을 흘렸다고 생각을 했는데도 울먹거리는 토레스를 보며, 나 역시 조금 가슴이 뭉클해졌다.
문득, 몇 시간 전의 일이 떠올랐다.
***
【4시간 전】28221 마드리드, 스페인. 마하라혼다. C. 세로 델 에스피노, s/n, 파벨론 2. 시우다드 데포르티바 완다 아틀레티코 데 마드리드.
“잘 들어. 너는 이제 나의 형제야.”
“…….”
“네가 어디에 있건, 또 어떠한 부탁을 하건, 네가 원한다면 난 어디든지 달려갈 수 있어. 무슨 말인지 알지?”
“네. 그라시아스.”
“아니. 내가 고마워해야지.”
김다온을 부둥켜안은 페르난도 토레스가 지난날을 회상하기 시작한다.
커리어의 부침이 많았던 페르난도 토레스에게 있어,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의미가 큰 클럽이었다.
본래 어린 시절 좋아했던 클럽은 레알 마드리드였지만, 11살 때 스카우트되어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유소년팀에 입단한 이후론 줄곧 알레티를 자처해 왔다.
더구나 첼시 FC 이적 이후 망가질 대로 망가져 끊임없는 추락을 반복하고 있을 때, 먼저 손을 내밀어 준 클럽 역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였다.
당시 첼시 FC에서 AC 밀란으로 임대를 떠났었던 토레스는 끔찍한 부진을 이어 나가던 중이었다.
결국 몇 개월 만에 AC 밀란은 임대 해지를 고려 중이라 발표했고, 이에 첼시의 감독이던 주제 무리뉴는 토레스가 돌아오더라도 뛸 자리는 없을 것이라며 못을 박아 버렸다.
그렇게 모든 상황이 비관적으로 흘러갈 때, 디에고 시메오네가 토레스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마음이 있느냐며, 만약 그렇다면 자신과 함께 뛰는 것을 생각해 보라고 말한 것이다.
디에고 시메오네가 내민 손길이 유일한 희망이던 토레스는 단박에 제안을 받아들였고, 며칠 뒤 첼시/AC 밀란과 합의를 본 아틀레티코는 알레시아 체르치와 맞임대를 하는 조건으로 토레스를 다시 비센테 칼데론으로 불러왔다.
“이 클럽은 내 은인이야.”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로 돌아온 순간부터, 토레스를 향하던 조롱과 비난이 멈추었다.
디에고 시메오네는 페르난도 토레스를 여전히 훌륭한 공격수라 말하며 그를 지지한다고 밝혔고,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팬들 역시 그들의 홈 보이(Home Boy)를 응원했다.
점차 심리적으로 안정을 되찾기 시작한 토레스는 조금씩 과거의 모습을 보여 주었고, 만주키치가 떠난 이후에는 9번을 넘겨받아 마침내 부활하였다.
팬들을 포함한 주변 사람들은 그것만으로 충분한 보답이 되었다고 말했지만, 토레스는 그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오히려 더 괴로워졌다.
정작 자신이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게 해 준 게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랬기에, 토레스는 지금 김다온이 무척 고마웠다.
“네가 빚을 갚을 수 있게 해 줬어. 그러니, 이런 건 아무것도 아닌 거야. 필요한 게 있다면 언제든 말만 해. 난 너를 위해 늘 준비되어 있을 테니까. 무슨 말인지 알지?”
“네. 그런데, 있죠.”
“응?”
“당신은 이미 저를 위해 많은 일을 해줬어요.”
“…….”
온화한 미소를 피워 올린 김다온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로 임대 온 이후 힘들 때마다 늘 자신에게 조언해 주던 것을 기억한다고 말을 했다.
그 말들이 있었기에 아틀레티코에서의 삶이 한결 편안해졌으며, 동시에 행복했다고도 말이다.
실제로 두 사람은 자주 어울려 다니지는 않았지만, 늘 서로에게 건설적인 말들을 주고받았다.
“당신은 최고의 공격수예요. 전 그렇게 생각해요.”
“!”
고마움을 표현하기 위해 만든 자리에서 오히려 칭찬하는 말을 듣게 되자, 페르난도 토레스의 눈가가 촉촉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그런 토레스를 보던 김다온이 손을 내밀어 왔고, 두 사람은 악수 후 서로의 등을 토닥여 주었다.
필요한 일이 생긴다면 언제든 달려간다고 말한 토레스의 이야기는 진심이었고, 다시 한번 그것을 강조하는 토레스에게 김다온은 한 가지 제안을 해 왔다.
그것은 바로, 내년 여름 자신의 아카데미로 와 한국의 어린아이들에게 가르침을 줄 수 있겠냐는 것이었다.
“겨우? 겨우 그거면 된다고?”
“저에겐 무척 큰일인걸요.”
“물론이지. 내년이 아니라 올해도 할 수 있어. 아니. 아예 매년 할 수도 있는 일이야.”
그렇게까지 번거롭게 하고 싶지 않다고 말한 김다온이 다시 한번 감사를 전해온 후, 페르난도 토레스는 어제부터 궁금했던 한 가지를 묻기로 했다.
하루 전 공식 인터뷰에 참석한 김다온에게, 이탈리아 ‘가제타 델로 스포르트’ 소속의 기자가 이런 질문을 던졌었다.
[“당신은 마치 퍼즐 조각을 수집하듯 우승 트로피를 가져가고 있네요. 혹시 이런 너무 어린 나이의 성공이 당신의 커리어에 오히려 문제가 되진 않을까요?”]질문이 영어로 통역되어 모든 이들에게 흘러간 순간, 대부분이 멍청한 질문이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김다온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고, 이후 많은 사람을 의아하게 만든 한마디를 던졌다.
[“혹시 내일 퍼레이드에 참여하시나요?”] [“응? 아, 아뇨. 그건 왜?”] [“흐음- 그럼 이렇게 할게요. 내일은 아마 우리가 단상에 서겠죠. 그리고 그때, 지금 당신이 질문한 내용에 대한 답을 하도록 할게요. 지금 당장은 하기 싫어요. 그러니 제 대답을 듣길 원한다면, 당신도 마드리드로 함께 가거나 아니면 저희 퍼레이드를 시청하길 권하고 싶네요.”]직후 모든 사람은 김다온이 어떠한 대답을 하려고 하는지를 궁금해하게 되었다.
그래서 지금 페르난도 토레스가 같은 내용을 물었지만, 이번에도 김다온은 때가 아니라고만 답을 했다.
“나중에 알게 될 거예요. 나중에.”
“그, 그래. 기다리고 있을게.”
“하하. 사실, 그렇게 대단한 것도 아닌데요.”
“그래?”
“네. 정말.”
“?”
“정말 별것 아닌 말이죠.”
홀가분한 표정의 김다온을 바라보며, 페르난도 토레스는 더는 그에 관한 질문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
【4시간 뒤】마드리드, 스페인. 시벨레스 광장.
잔뜩 감격한 토레스의 눈물 젖은 언사(言辭)가 끝난 후, 마이크를 넘겨받은 가비가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이내 나를 발견하곤 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난 다른 이들을 먼저 해야 하지 않느냐고 말했지만, 그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손을 계속 움직였다.
결국 나는 앞으로 나섰고, 가비로부터 건네받은 마이크를 손에 쥔 채 팬들의 앞에 서게 되었다.
“Buenas Tardes.”
{“—-!!!!”}
커다란 팬들의 함성이 터져 나오고, 그것이 잦아드는가 싶었을 무렵 한쪽에서 울려 퍼진 한 단어가 광장 전체로 번져 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목소리에, 난 크게 당황했다.
뒤를 돌아보지만, 동료들은 그저 웃기만 한다.
그들 역시, 이를 잘 알기 때문이다.
‘하아- 망할 인터넷.’
어제 경기가 끝난 후, 포르투갈의 ‘A Bola’에서 이런 제목이 담긴 기사를 업로드했다.
A cerimonia de coroacao acabou.
바로, 즉위식은 끝났다는 제목이다.
그것 때문에.
{“REY!! REY!! REY!! REY!! REY!!”}
지금과 같은 외침이 나오는 것이다.
REY. 포르투갈어로는 REI.
왕이라는 뜻이다.
{“REY!! REY!!! REY!!! REY!!!”}
영원히 계속될 것 같은 구호를 진정시킬 방법은 알고 있었지만, 그랬다가는 또 어떤 놀림이 닥쳐올지 몰라 잠깐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놀림받는 것 자체는 아무렇지 않지만, 이런 종류의 것들은 종종 흑역사로 남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을 진정시킬 방법.
그냥 손만 뻗으면 된다.
“에이. 어디 왕처럼 해 봐.”
“그래. 잔뜩 폼 잡고.”
“큭큭큭큭.”
“Callate(닥쳐).”
“크핫-!”
“쿡쿡쿡쿡쿡.”
하지만 지금 동료들의 반응에서 보듯, 그 자체라 잘난 척을 한 것처럼 보이게 되어 평생의 놀림거리 중 하나로 쓰일 게 틀림없었다.
아마 지금쯤 어딘가에서 다른 친구들도 이 장면을 보고 있거나 혹은 추후라도 접하게 될 텐데, 그중 가장 두려운 건 베르나르두와 프랑크 리베리였다.
토마스 뮐러도 짜증이 나긴 했지만, 녀석이야 전화를 끊으면 되는 부분이니 딱히 문제가 되진 않았다.
하지만.
{“REY!!! REY!!!! REY!!!! REY!!!!”}
나는 정말 저 사람들을 진정시킬 필요가 있었다.
결국.
“오-! 쟤 손 움찔했어!”
“쉬-잇!! 왕이 말씀하신다!”
“모두 경건히 들어!!”
할 수만 있다면 지금 잠깐 시간을 멈추고 손에 쥔 마이크로 뒤에 있는 녀석들의 머리를 한 번씩 쥐어박고 싶어졌다.
그럼 조용해질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건 불가능하다.
‘아이 씨팔. 좋아. 눈 딱 감자.’
더는 지체를 할 수 없었던 내가 손을 들어 올린 순간, 잠깐 데시벨이 치켜 오르더니 이내 광장은 조용하게 바뀌었다.
“휘이~ 제법인데?”
“진짜 될 줄 몰랐어.”
다시 또 뒤에서 중얼거림이 들려왔지만, 애써 그것을 무시하며 마이크를 입으로 가져갔다.
“아시는 분도 있겠지만, 어제 이런 일이 있었죠.”
“…….”
{“…….”}
“누군가 제게 트로피를 수집하는 일이 퍼즐 조각 맞추는 것처럼 쉽지 않으냐고 물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거기에 답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꼭 여러분들에게 드리고 싶은 이야기가 있기 때문입니다.”
약간의 웅성거림이 있긴 했지만, 이곳은 지금 오늘 그 어느 때보다도 조용했다.
사람들은 전부 내가 할 이야기를 기다렸고, 그것을 알고 있는 채로 마이크를 손에 쥐고 있다는 건 생각보다 꽤 두근거리는 일이었다.
가능하다면 좀 더 즐기고 싶지만.
‘그건 예의가 아니지.’
그래서 난 바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렇지 않습니다.”
{“?”}
“우승이라는 건, 퍼즐 조각을 찾는 것처럼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리고 그 어려운 일을 아무렇지 않게 해낼 정도로, 저 역시 대단한 사람은 아닙니다.”
어딘가에서 한국어로 아니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래서 난 그것을 잠깐 돌아보았고, 누군가 손을 번쩍 들어 올리는 것을 보게 되었다.
아마도 마드리드에 거주하는 한국인이거나, 아니면 여행을 온 분인 것 같았다.
잠시 뒤 나는 바로 그쪽에서 시선을 거두었고, 다시 정면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아마 지난 몇 개월 동안, 제가 가장 많이 생각한 건 바로 이 문장일 겁니다. 나는 임대생이니까.”
“…….”
{“…….”}
“네. 전 임대생입니다. 잠깐 머물다 떠나가게 될 사람이죠. 실제로 몇 개월이 지나면, 여러분들은 저를 죽이고 싶어질지도 모릅니다. 축구란 본래 그런 거니까요.”
{“하하하하.”}
터져 나오는 가벼운 웃음소리.
이것은 전혀 나쁘지 않다.
“이제 여러분들은 아마 궁금할 겁니다. 왜 제가 어제의 그 대답을 오늘 하려고 하는지요. 그 이유는 바로, 그분이 퍼즐 조각이라는 말을 했기 때문입니다.”
퍼즐 조각.
그러니까, Piezza de Pulzze.
바로 그 단어 때문에, 나는 대답을 하기 싫어졌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우승은 절대 퍼즐 조각을 끼워 맞추는 것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건 무척 어려운 일입니다. 그건 틀림없죠. 이 도시의 절반이 저 빅이어를 가지기 위해 노력해 온 시간을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114년이 걸렸죠. 와-우. 114년이요.”
{“…….”}
“아틀리코 마드리드는 114년의 전통이 있는 클럽입니다. 그리고 그런 전통이 있는 클럽에서, 고작해야 임대생일 뿐인 제가 이 위대한 역사를 지닌 곳의 퍼즐 조각이 될 수 있었음에 전 무한한 감사를 표하고 싶습니다.”
{“?!”}
{“!!!”}
퍼즐 조각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난 내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퍼즐 조각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었다.
그리고 그 말을 팬들의 앞에서 할 수 있다면, 나와 아영이를 환영해 준 것에 대한 고마움을 갚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저는 곧 다른 곳으로 떠나지만, 마드리드의 절반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저와 제 아내에게 해 준 것을 잊지 않을 겁니다. 우리는 앞으로 적이 되겠지만, 이 도시와는 다르게 제게 주어진 축구 인생은 무척 짧을 겁니다. 우린 다시 언젠가 좋은 친구가 될 수 있고, 그리고 그때 어쩌면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경기를 맥주 한 잔과 함께 웃으며 지켜볼 수도 있겠죠. Gracias por tu apoyo. Y Gracias por mi y mi familia(여러분들의 응원에 또 여러분들이 우리 가족에게 해 준 것들에 감사합니다). HALA ATLETI. 저는 영원히 지난 10개월 동안의 일을 잊지 못할 겁니다.”
크고 또렷하게 모든 문장을 스페인어로 내뱉은 뒤, 나는 뜨겁게 환호하고 또 울부짖는 알레티의 앞에 서서 손을 높이 들어 흔들었다.
그들은 다시 REY를 외치기 시작했고, 난 울컥한 마음에 눈시울이 촉촉해진 채로 뒤로 돌아섰다.
그리고 그 순간.
“…….”
“…….”
수많은 감정이 담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동료들을 보게 되었다.
난 그런 그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Gracias Amigos. Nos veremos pronto.”
고마워 친구들.
곧 다시 만나자.
동료들의 틈에서 불쑥 튀어나온 코케가 나를 끌어 안아왔고, 이후 난 사람들에게 파묻혀 버렸다.
비록 우린 여기에서 이별하게 되지만, 축구를 계속하는 한 언젠가는 만나게 될 것이다. 그것이 설령 적으로 마주하는 것이라고 해도, 90분이 끝나면 우린 다시 친구가 될 수 있다.
그것 역시 축구라는 녀석의 모습일 것이다.
{“REY!! REY!! REY!!! REY!!!”}
내 여정은 이제, 잉글랜드에서 다시 시작될 예정이다.
***
작가의 말 ? 2016/17 시즌 결과에 대한 후폭풍은 아직 남아 있습니다. 이제 다음 화부터 EPL 이야기의 시작이고, 다음 화 시작 부분에 다온이 커리어 정리하고 들어갑니다.
뱀 다리 ? 소제목에 관한 댓글을 읽었습니다. 소제목에 대한 해석을 업로드에 달아 버리면 너무 길어져서 그것대로 불편함이 있어 그렇게는 하지 않고 있습니다. 대신, 저는 제목에 적은 단어들을 ‘반드시’ 본문에 적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해석본도 함께 적습니다. 본문을 꼼꼼히 읽어 보시면 제목의 뜻과 그 의미를 아실 수 있으실 겁니다.
본래는 스페인 편 마치고 일주일 쉬려고 했으나, 그냥 바로 연재 시작합니다.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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