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775)
775화 Three Manciteers (3)
2017년 6월 15일. 두바이, 아랍에미레이트. 주메이라만 섬. 불가리 리조트 두바이(Bvlgari Resort Dubai. Jumeira Bay Island. Dubai, U.A.E).
맨체스터에서의 일정을 모두 끝마친 후, 우리 부부는 한국으로 가기 전 두바이에서의 휴가를 즐기는 중이다.
완벽하게 관리된 빌라는 훌륭한 컨디션을 자랑했고, 아영이와 나는 해변과 빌라, 그리고 쇼핑센터를 오가며 한가로운 시간을 보냈다.
어제부터는 베르나르두 커플이 합류했는데, 주거 공간이 따로 분리되어 있어 딱히 불편함은 없었다.
그리고 현재, 우리 베르나르두와 나는 여자들이 리조트의 완벽한 에스테틱 시스템을 만끽하는 동안 한 통의 전화를 이어 나가고 있었다.
테이블 위엔 스피커 모드로 돌려 둔 내 휴대전화가 충전기에 꽂힌 채 얹어져 있다.
“Vamos, Amigo. 이건 진짜 재미있을 거야.”
– 하지만 난 뛰고 싶어.
“너도 알잖아. 잉글랜드의 일정은 빡빡해. 박싱 데이가 있고, 두 개의 컵 대회도 있어. 그리고 챔피언스리그도 나가잖아. 얘도 전부 뛸 수는 없다고.”
– …….
하루 전, 겨우겨우 침대를 떠나 나른한 기분으로 아영이와 함께 점심을 주문했을 때 맨체스터 시티로부터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
클럽의 기술 이사인 치키 베히리스타인으로부터의 것이었고, 그는 나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을 했다.
주앙 칸셀루의 영입을 추진 중인데, 클럽 간의 거래는 끝났지만 선수가 고민하는 중이랬다. 카일 워커가 영입될 경우, 후보로 밀릴 것을 우려한 것이다.
“뭐, 네 선택이기는 해.”
“야!”
“잠깐만 있어 봐.”
대략 10분 동안의 설득에도 망설이는 주앙을 보며, 잠깐 입을 다물고 있었던 내가 베르나르두를 향해 손을 뻗으면서 본인을 위한 최선의 결정을 하라고 했다.
나보다 한 살 어린 주앙은 5월 생일이 지나면서 23살이 되었고, 이는 선수로서 어느 정도 완성이 됐다는 의미였다.
경기에 출전하는 의미가 유망주인 시절과는 또 달라진다는 뜻인데, 이제부터 외부의 시선은 칸셀루의 출장 횟수를 곧 돈으로 판단할 것이다.
우승이나 친구와 함께 뛴다는 것도 좋지만, 선발 출전과 돈은 프로 축구 선수에게 있어 가장 기본적인 부분이다.
“하지만, 베르나르두의 말도 옳아. PL은 거칠고 험난한 리그야. 전 세계에서 가장 힘들다고 하잖아? 더구나 펩은 풀백을 많이 뛰게 해. 내가 전 경기를 뛸 수는 없어.”
펩은 내가 한 시즌 동안 경기에 뛰는 시간을 4,300분 안으로 조절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시즌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서 뛴 것보다 조금 적게 뛴다는 의미다.
경기 숫자로 따지면 대략 43경기에서 47경기 정도가 될 것인데, 전문가들은 다가오는 시즌 맨시티가 55경기 안팎을 소화할 거로 예측하는 중이다.
또 부상과 부진이란 변수도 있기에, 확고부동한 주전은 아니어도 마냥 주앙이 벤치만 달구진 않을 거다.
“무엇보다, 나도 네가 뒤에 있으면 든든할 것 같아.”
심정을 이해한다고 말하면서도 한편으론 합류를 권유하자, 주앙의 고심은 깊어지는 것 같았다.
일단 치키에게 전해 들은 바에 따르면, 영입을 서두를수록 좋다고 했다. 경쟁팀이 칸셀루에게 주전을 보장하기 전에 계약을 마무리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주앙에게 우리의 권유가 압박으로 느껴져서도 안 되었기에, 난 그것을 적절히 조절하는 중이었다.
– 일단 조금만 더 생각해 볼게. 알겠지?
“그래. 그렇게 해.”
– 그래. 너희 둘 다 휴가 잘 보내고.
“너도.”
“내 말을 잊지 마, 주앙. 우린 맨체스터에서 진짜 즐거울 거라고. 한 번 더 생각해 봐!”
– 일단은 그래 볼게. 나중에 또 전화하자.
“응.”
-딸깍-
전화가 끊기고, 숨을 크게 내쉰 베르나르두가 머리에 양손을 얹으며 피곤한 표정을 지어 보인다. 이런 일은 우리의 본업이 아니다 보니, 스트레스를 조금 받은 것 같다.
“너는 괜찮아 보인다.”
“하하. 나?”
“응. 이런 일이 피곤하지 않은 거야?”
“글쎄, 피곤할 수도?”
“??”
“……Vamos. 수영이나 하자.”
“지금 뭔가 감추고 있는 거지?”
“내가? 너한테? 에-이, 설마.”
“아니! 다른 사람들 눈은 속여도 내 눈은 못 속이거든? 지금 넌 분명 뭔가를 감추고 있어. 어떻게 우리 사이에 그럴 수 있는 건데?”
“대체 우리 사이가 뭔데?”
“당연히 부부지! 내가 네 첫 번째 부인인 거 몰라?”
“아- 또 시작이네.”
대체 언제부터 이런 컨셉을 잡을 생각을 했는지는 모르겠으나, 베르나르두는 맨체스터에서 만났을 때부터 첫 번째 부인이니 뭐니 하는 드립을 치고 있었다.
심지어 어젠 네 사람이 다 모인 저녁 식사 자리에서 아영이에게 이런 말을 하기도 했다.
[“아영, 넌 그걸 알아야 해.”] [“뭘?”] [“네가 얘 몸을 가졌을지는 모르지만, 정신적으로 얘는 완전히 내 거거든?”]기겁한 나는 바로 알리시아를 쳐다봤고, 익숙했던 것인지 그녀는 나직이 한숨을 푹 내쉬면서 고개를 좌우로 가로젓기만 했다.
이후로도 우리의 저녁 식사 시간은 어째서 자신이 나의 첫 번째 부인인지를 주장하는 베르나르두와 그것을 강하게 부정하는 아영이. 그리고 그런 두 사람을 보며 어이없어하는 나와 그런 날 위로하는 알리시아로 이어졌었다.
심지어 언제 또 조사했던 것인지, 베르나르두는 녀석과 나를 견우직녀에 비유하기도 했다.
그것도, 엄청나게 정확한 발음으로.
[“얘는 견우! 나는 직녀!”] [“…….”] [“……그래도 남자가 나네?”] [“자기!! 지금 그게 중요해?!?!”]그렇게 폭풍처럼 휘몰아친 저녁 식사 자리가 환상적인 음식과 격렬한 토론 속에서 끝난 후, 빌라로 돌아와 와인과 샴페인을 마실 때도 이는 끝날 줄을 몰랐다.
그리고 마침내.
[“좋아! 네가 두 번째 부인까지는 해도 돼!”]베르나르두는 아영이의 허락(?)을 받아 내는데 이르렀지만, 첫 번째 부인이 되겠다는 목적(?)은 포기하지 않았다.
참으로 다행인 건, 아영이나 알리시아나 이런 것을 농담으로 받아들일 줄 안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문제라면, 얘가 그녀들의 생각과는 다르게 무척 진심이라는 사실이다.
“제발 부탁인데 있잖아.”
“부탁? 뭐든지.”
“하아-”
스위트룸과 빌라에 묵는 사람들만 출입 가능한 수영장에 들어선 뒤, 함께 물에 뛰어든 나는 베르나르두에게 이것 하나는 반드시 지켜 달라고 말을 했다.
“제발 있잖아. 다른 사람들이 있을 때는 첫 번째 부인이니 뭐니 하는 말은 하지 마. 특히나 훈련할 때. 얘네들은 아직 너를 모른다고! 네가 그렇게 허튼소리나 하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기 전까지는 절대! 절대! 그런 말은 하지 마.”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고개를 끄덕이는 베르나르두를 보며, 이야기를 하던 중간에 나는 이것이 쓸데없는 노력으로 끝나게 될 거라는 것을 직감했다.
아니나 다를까.
“알았어. 그럴게.”
“뭐? 진짜?”
“응. 맨체스터 녀석들에게 내가 첫 번째 부인인 걸 제대로 밝혀야겠어. 그거 알아? 요즘 케빈이 너한테 되게 찝쩍거리는 거. 하-!! 이거 아영이는 질투 안 하지?”
“…….”
“그게 바로 걔가 두 번째 와이프가 내가 첫 번째 부인인 이유인 거야! 네가 말한 대로, 케빈 녀석에게 가서 내가 첫 번째라는 것을 제대로 알려 주겠어.”
“…….”
가슴팍 정도까지 오는 물 위에서 그대로 굳어 버린 나. 대체 어디에서부터 말을 해야 하는지 감조차 오지 않았다.
‘젠장, 이거 설마?’
과연 맨체스터에서의 생활이 뮌헨에서의 생활보다 더 떠들썩한 난장판이 될까?
얼마 전만 해도 전혀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지만, 이젠 조금씩 두려워지려고 한다.
아무래도 내가 맨체스터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베르나르두의 집착과 브로맨스로부터 벗어나, 내가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라는 걸 모두에게 보여 주는 일이 될 것 같았다.
‘도대체 내가 왜 그래야 하는데?!’
이렇게 울부짖어 봤자, 베르나르두만 더 기쁘게 할 것을 잘 알기에 난 조용히 몸을 움직여 수영을 시작했다.
아부 다비의 하늘은 온통 푸른색이었다.
***
[Welcome : Benjamin Mendy!! – 토트넘 홋스퍼 홈페이지/2017.06.16.(오후)]? 오늘 클럽은 AS 모나코의 왼쪽 풀백 벵자맹 멘디의 영입을 확정 지었습니다. 계약 기간은 총 6년이며, 그는 오늘부터 토트넘의 일원이 되었습니다.
***
2017년 6월 17일. 엔필드 EN2 9AP 잉글랜드. 홋스퍼 웨이, 화이트웹스 레인. 토트넘 홋스퍼 풋볼 클럽 트레이닝 그라운드.
제로니모 베가와 뱅자멩 멘디의 영입을 확정 지은 토트넘 홋스퍼. 다음 영입 목표인 다닐루의 협상이 순조로운 가운데, 구단주 제임스 그래험이 클럽하우스를 찾았다.
“카일 워커는 아직입니까?”
“네. 돈을 더 받을 수 있으니까요.”
“…….”
부(富)의 상당 부분이 불법적인 곳에 있는 제임스 그래험은 토트넘의 인수로 자신이 화제가 되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림자라는 별명답게 그는 은밀히 클럽 아래 머물고자 했고, 그래서 다니엘 레비를 계속 회장직에 앉혀 두었다.
다니엘 레비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단장인 에드 우드워드와 더불어, 잉글랜드 내에서 가장 많은 주목을 받는 축구 경영인 중 하나였다.
물론, 그 이유는 전혀 달랐지만 말이다.
브리스톨 대학을 졸업한 에드 우드워드가 천재적인 마케팅 능력으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돈을 안겨다 주고 있다면, 다니엘 레비는 현명한 소비와 짠돌이 근성으로 토트넘이 계속 중상위권에 머무를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렇기에 빅클럽에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말이 많았지만, 단순히 ‘돈을 쓰는 것’만으로 화제가 되는 다니엘 레비는 제임스 그래험에겐 좋은 방패막이였다.
자신이 가진 자원을 활용해, 미디어의 주목이 집중될 경우 다니엘 레비에게로 시선을 분산시키기도 좋았다.
다만, 이런 모습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토트넘 홋스퍼에 오랜 기간 존재해 왔던 연봉 상한제도를 폐지하고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레비는 여전히 돈을 아끼는 일에 집중했다.
생각만큼 영입과 방출 속도가 빠르지 않은 것 또한, 레비가 협상을 길게 끌고 있기 때문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레비를 대신해 다른 유능한 사람을 불러들이고 싶은 제임스 그래험이었지만, 최소 5년은 더 이 남자가 시선을 끌어줘야 했다.
그때쯤이면 대중들도 토트넘이 돈을 쓰는 걸 어색해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제임스 그래험은 타협을 택한다.
“그래도 다닐루의 영입 전엔 내보내야 합니다.”
“네. 저도 그러려고 합니다.”
사실, 제임스 그래험에게 있어 카일 워커의 이탈은 계획에는 없었던 것이었다.
카일 워커는 PL 정상급 풀백이었고, 대니 로즈와 벤 데이비스가 있는 왼쪽 풀백만 보강하면 측면에서 경쟁력을 갖출 거로 생각했었다.
하지만 갑자기 마우리시오 포체티노와 충돌이 생겼고, 어느새 두 사람은 같은 자리에 있는 것조차 불편한 관계가 되어 버리고야 말았다.
그렇다고 마우리시오 포체티노를 내보낼 순 없었기에, 토트넘은 카일 워커의 방출을 결정했다.
‘등번호를 양보할 줄이야.’
클럽하우스 전체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테라스에 앉아, 제임스 그래험은 최근에 들은 다소 놀라웠던 일을 떠올렸다.
바로, 김다온이 등번호를 양보한 일이다.
축구 선수에게 있어 등번호란 굉장한 의미가 있고, SL 벤피카 시절부터 등번호 2번을 착용해온 김다온은 당연히 맨시티에서도 같은 것을 선택할 줄 알았다.
그런데 클럽의 영입 계획을 전달받은 그는, 카일 워커의 영입에 도움이 된다면 2번을 양보해도 된다고 말했다.
이는 실제로 카일 워커의 마음을 움직인 하나의 이유가 되었고, 잉글랜드의 정상급 측면 수비수가 맨시티 외의 클럽을 거부하는 사태로 이어졌다.
카일 워커의 영입에 관심이 있었던 레알 마드리드와 유벤투스, 그리고 이외 복수의 클럽은 카일 워커의 에이전시로부터 직접 이적할 의사가 없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벌써 그런 위치인 건가?’
만약 리오넬 메시가 이적 과정에서 자신이 등번호를 누군가에게 양보한다면, 그 선수는 크게 감동할 수밖에 없다.
등번호에 담겨 있는 의미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선수들이기에, 세계 최고의 선수가 자신을 위해 등번호를 남겨 두었다는 건 마음을 움직이게 되는 일이다.
제임스 그래험은 클럽을 위해 자신에게 중요한 것을 양보한 김다온의 희생정신을 높이 샀다.
이는 축구 클럽을 운영하는 데에 있어 굉장한 도움이 되는 부분이자, 나아가 선수단 전체에게 커다란 울림을 줄 수 있는 메시지가 된다.
보라.
이 대단한 선수도 팀을 위해 헌신한다.
그러니.
너희도 팀을 위해 헌신해라.
외부에서는 절대로 보이지 않을 이러한 부분은, 긍정적인 결과가 만들어지고 난 다음에야 미담(美談)이 되어 사람들에게 퍼져나가곤 한다.
그런 뒤에 사람들은 생각한다.
아, 정말 대단하구나.
하지만 이 모든 게 의미가 있으려면, 결국 김다온과 맨체스터 시티 역시 결과물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그걸 저지하는 건.
“…….”
해리 케인, 손흥민, 델레 알리, 크리스티안 에릭센. 여기에 새롭게 합류했거나 합류할 선수들에 이르기까지, 토트넘 홋스퍼도 이젠 명실상부한 강팀의 모습을 갖췄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는 여전히 저평가받는 감독이고, 자신은 계속해서 클럽에 돈을 쏟아부을 생각이다.
“후우~ 올해는 아닌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스포츠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며 막대한 부를 축적해 온 남자답게, 제임스 그래험은 아직 토트넘이 맨시티와 같은 팀과 겨루기엔 부족하다고 느낀다.
챔피언스리그 녹아웃 스테이지처럼 변수가 많은 승부라면 모를까, 긴 시즌을 놓고 경쟁하기엔 아직 토트넘은 갈 길이 멀었다.
스쿼드 전체를 더 강화해야 했고, 제로니모 베가와 같은 젊은 재능의 성장도 무척 중요했다.
지금은 아니더라도 3년 뒤.
‘그때라면.’
제임스 그래험은 토트넘이 어쩌면 PL, 그리고 더 나아가 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클럽이 될 수 있다는 상상을 한다.
그리고 이런 스코틀랜드 귀족의 생각은, 가뜩이나 험난한 리그를 더욱 치열하게 만들고 있다.
짹- 짹짹짹- 짹-
선수단의 휴가로 텅텅 비어 있는 토트넘 홋스퍼의 클럽하우스에선, 한가롭게 울려 퍼지는 새소리가 차를 홀짝이는 제임스 그래험의 귀를 간질이고 있었다.
***
2017년 6월 19일. 주메이라, 두바이. 레스토랑 빌리지 포 시즌스 리조트, 누스르-에트 스테이크 하우스(Restaurant Village Four Seasons Resort ???? ???? – Jumeirah – Jumeirah 2 – Dubai ? U.A.E).
정말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베르나르두가 나를 잘 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녀석은 며칠 전 내가 감추고 있는 게 있다 했고, 난 그걸 가볍게 무마했었다.
하지만, 오늘은 그럴 수 없다.
전부 말을 해 버렸으니 말이다.
“뭐?! 잠깐만, 지금. 뭐?!”
“들은 대로야 베르나르두.”
“…….”
흔히 ‘Salt Bae’로 잘 알려진 누스레트 괵체(Nusret Gokce)의 레스토랑 체인에서, 나는 지금 막 베르나르두를 깜짝 놀라게 한 말을 내뱉었다.
오래전부터 이를 알고 있었던 아영이는 덤덤한 표정이었고, 알리시아는 영문을 몰라 평온한 얼굴이었다.
지금 이곳에서 당황하고 있는 것은 오직 베르나르두와 그리고 우리 두 커플 외 자리한 어떤 노년의 커플뿐이다.
놀란 눈의 베르나르두에게서 시선을 거두며, 나는 다시 앞에 있는 노년의 커플에게 시선을 둔다. 조금 더 정확히는 그중 남자 쪽이다.
“조건은 최고라고 했어요.”
“…….”
“계약 기간은 당연히 4년이고, 그 기간 역시도 보장해 드릴 거라고요. 그쪽에서 먼저 연락을 드리지 않았던 건, 열의가 없어서가 아니라 이 아이디어를 제안한 사람이 바로 저이기 때문이에요.”
“……. 자네가?”
“네. 삼파올리 감독님이 이번 월드컵을 끝으로 떠나신다고 할 때부터, 줄곧 생각해 뒀었던 거거든요. 이야기는 1년쯤 전에 전했어요. 협회는 그걸 며칠 전 승낙했고요.”
“…….”
리우 올림픽을 치르기 위해 브라질로 떠나기 전, 나는 대한민국 축구 협회를 찾아 차기 국가대표 감독에 대한 의견을 제시한 적이 있었다.
당시는 삼파올리 감독님과 협회가 계약 종료에 관한 교감을 나눈 뒤였고, 선수들에게도 그 내용이 전달된 다음이었다.
난 협회가 대표팀을 어떻게 이끌고자 하는지를 물었고, 전술적 철학에 관한 교류도 주고받았다.
클럽과는 달리, 대표팀은 임기응변에 능한 감독이 조금 더 좋은 성과를 볼 수 있는 곳이다.
전 세계의 선수를 입맛대로 고르는 것이 가능한 클럽과는 달리, 대표팀은 특정 국적을 지닌 선수 중에서 뛸 선수를 정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물론 가장 뛰어난 기량을 가진 선수를 뽑는 게 원칙이긴 하지만, 대표팀에서는 생각보다 자주 이런 부분이 외면받는 상황이 펼쳐지곤 한다.
미디어와 클럽 감독이 뽑아야 한다고 추천하는 선수가 대표팀에 뽑히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최고의 선수와 감독의 철학 사이에서 균형을 맞춘다는 건, 클럽의 감독을 맡을 때는 느낄 수 없는 색다른 스트레스라고 삼파올리 감독님도 종종 말씀하셨었다.
이제, 난 다시 입을 연다.
“부담 가지실 건 없어요. 이건 정식적인 제안이 아니니까요. 저는 그저, 제가 먼저 말씀드리는 게 옳다고 생각했어요. 이것 때문에 두 분을 여기로 불렀다고 생각하신다면 사과할게요. 물론 그것도 이유기는 하지만, 저는 이게 꽤 괜찮은 생각이라고 생각했어요. 짧지만 함께 며칠 아부다비에서 지내는 것도 좋을 것 같았고요.”
“…….”
여전히 침묵 중인 조르제 제수스 감독님을 보며, 난 죄송스러운 마음에 씁쓸한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휴가지로의 초대가 단순한 선의에서 비롯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해 드린 것도 죄송했고, 내 욕심을 채우기 위해 이런 일을 벌였다는 것도 실감됐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마냥 내 이기심에 이런 일을 벌인 것이라면, 아영이가 사전에 막아 섰을 것이다.
그녀는 나보다 더 현명하니까.
한데도 아영이가 이런 나의 계획을 말리지 않았던 건, 스포르팅 CP에서 조르제 제수스 감독님이 받는 대우가 형편없다는 말로도 표현이 불가능하다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최초 감독님을 영입한 후 잠잠하던 브루누 데 카르발류가, 다시 그 성질머리를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제수스 감독님의 전술과 훈련에 사사건건 간섭했고, 자신의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감독님과 스포르팅 CP의 선수를 비난하는 멘션을 띄워 올렸다.
이에 머리끝까지 화가 난 제수스 감독님이 항의하고자 회장실로 들어선 순간, 브루누 데 카르발류가 펜을 집어 던져 이마에 상처를 입기도 했다.
지금 제수스 감독님의 이마에 반창고가 덧대어진 이유다.
그리고 나는 이를 함께 스포르팅으로 이적한 막시로부터 들었다.
내게 이 이야기를 하던 날 밤, 막시는 분노를 참지 못해 눈물을 터뜨리기까지 했다. 모두에게 그렇겠지만, 감독님과 벤피카에서 함께한 이들은 이분을 아버지처럼 여긴다.
“저는 감독님이 그런 대접을 받아선 안 된다고 생각해요.”
처음엔 내 제안에 황당해했던 베르나르두도 이제는 심각해진 표정이 되어 어금니를 깨물고 있다.
만약 눈앞에 브루누 데 카르발류가 있었다면, 당장이라도 달려가 주먹을 날렸을 거다.
하지만 그건 이뤄지지 않았을 거다.
왜냐고?
내가 먼저 주먹을 날렸을 테니까.
설마 했던 상처의 흔적을 마중을 간 공항에서 발견했을 때,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억장이 무너지는 심정이었다. 진짜 부모님이 다친 것을 보는 것만 같았다.
“당장 결정하실 필요는 없어요. 아시죠?”
“……그래. 크흠. 솔직히, 조금 많이 놀랐구나.”
“네. 제가 좀 황당하긴 하죠.”
“메시에게 그런 짓을 했으니까.”
“Amigo!! 지금 왜 그 이야기를 하는 건데?”
“왜? 멋대로인 게 너잖아.”
어깨를 으쓱이며 말하는 베르나르두에게 서운하려던 찰나, 이어지는 말이 나의 입을 다물게 한다.
“옛날에는 그런 성격이 문제가 될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긴 해. 어쨌든 그 뒤엔 선의가 깔려 있으니까. 나도 처음엔 이해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동의해.”
“Amigo.”
“그래도 내게는 최소 언질이라도 줬어야 했어. 그럼 조금 덜 놀라고 또 도와줄 수도 있었잖아?”
“이건, 내 책임이니까.”
“그래, 그래. 너라면 그렇게 생각할 줄 알았지. 하지만 우린 친구잖아. 친구는 늘 서로를 도울 수 있어.”
보기 힘든 진지한 태도로 말하는 베르나르두의 모습에, 난 그만 참지 못하고 녀석의 어깨에 손을 뻗었다. 입을 굳게 다문 우리 둘은 서로를 마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한번 진한 브로맨스가 지나가는 순간, 산통을 깬 건 바로 내 아내였다.
“오늘 첫 번째 부인한테 쫓겨나고 싶어?”
“어? 어??”
“뭐? 첫 번째 부인?”
당황한 내가 황급히 베르나르두의 어깨에서 손을 떼고, 전후 관계를 전혀 모르는 제수스 감독님이 당황하는 동안 아영이가 새초롬한 눈빛으로 날 쳐다봤다.
난 거기에 쩔쩔맬 수밖에 없었고, 이에 당당해진 베르나르두가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제수스 감독님에게 지난날의 일들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건 대체 왜 설명하는 건데?!?!”
“왜?! 난 이게 자랑스럽거든?!”
“그게 자랑스러울 일이야?”
“자네 둘은…… 전혀 성장하지 않았군.”
“감독님!!”
이런 우리의 모습에 제수스 감독님의 두 번째 부인이자 마지막 사랑이 될 이보니(Ivone) 여사님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그건 다른 여자들에게 전염되었고, 머쓱해진 베르나르두와 나는 피식하고 웃는 제수스 감독님을 보며 어색하게 머리와 코를 긁적일 수밖에 없었다.
잠시 뒤, 한결 푸근해진 표정이 된 제수스 감독님이 나를 보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제안은 고민해 보지. 그리고.”
“…….”
“고맙네. 자네의 그 마음 씀씀이가 말이야. 내겐 충분한 위로가 되었고, 오늘의 이 자리도 좋은 선물이 됐어.”
“!! 네!!!”
제수스 감독님의 말에 벅차오름을 느끼던 순간, 어디선가 나타난 솔트 배가 특유의 거만하고 느끼한 모습으로 다가와 자신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세계 최고의 축구 선수들을 모시는군요.”
일명 누스레트의 쇼(Nusret`s Show)가 눈앞에서 펼쳐지기 시작하고, 각자 휴대폰을 꺼내든 우리와 베르나르두 커플이 카메라를 들이밀었다.
그러자 눈앞의 고깃덩이의 뼈를 발골하고 지방을 손을 뜯어내는 퍼포먼스를 펼친 솔트배가 곁에 있는 직원으로부터 받아 든 칼을 화려하게 움직여 썰어 내기 시작했다.
그러곤 불에 잘 구워 내어 커다란 나무 도마에 깔곤, 소금을 한 자밤 집어 들어 팔꿈치에서 흘러내리도록 만들었다.
어느새, 우린 거기에 푹 빠져들었다.
“휘?익!! 브라보!!”
다른 테이블에서 환호성이 들려오고, 화면에서 눈을 거둬 바라본 제수스 감독님은 이를 즐기고 계신 것 같았다.
쿡쿡-
“?”
[다행이지. 그치?] [……응. 진짜.] [자기는 좋은 일을 하려고 한 거야. 그러니까 너무 미안해하지 마. 자기는 세상에서 제일 좋은 사람이니까.] [다 자기 때문인데, 뭐.] [음- 알면 됐어.] [후후후후.]인당 2천 달러라는 값비싼 코스 메뉴이긴 했지만, 그만큼 많은 돈을 쓴 보람은 충분히 느끼고 있었다.
“브라보-!! 브라보오-!!!”
비록 오늘 밤의 주인공은 선글라스를 쓴 저 괴팍한 터키 출신의 요리사였지만, 휴가의 끝자락에서 느끼고 있는 보람은 그것이 전혀 서운하지 않게 느껴지도록 만들었다.
내게 있어 무척 중요한 사람들.
그들이 행복하기에 난.
‘나도 행복해.’
내일도 틀림없이, 행복한 하루가 펼쳐지길.
난 그렇게 바라고 있다.
***
작가의 말 ? 어떠한 면에서는 분량조절 실패네요.
시즌 스타트는 7월 1일입니다.
이번 오프시즌은 한국은 생략될 거라.
내일부터 프리시즌 도입입니다.
혹시나 또 맨시티 보드진 무능 + 주인공 만능설이 나올까 봐 말을 보태자면, 친분이 있는 관계에서 선수가 다른 선수를 설득하는 일은 무척 흔히 있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