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78)
77화
2012년 2월 26일. 세이샬, 포르투갈. 벤피카 캠퍼스 ? 스포르트 리스보아 벤피카 인턴십 및 교육센터. 제1 연습구장.
러시아 원정이 가져온 여파는 실로 엄청났다.
발목에 가벼운 타박상을 입은 호드리구는 지난 2경기를 결장했고, 그 외의 선수들도 감기몸살 증상을 호소하며 컨디션 관리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그래서 20일 비토리아 기마랑이스 SC와 경기 땐 정상이라 부를 수 있는 선수가 하나도 없었던 게 사실이다.
우린 전반 3분 만에 PK를 내어주며 실점을 허용했고, 이후 87분 내내 상대를 몰아붙였지만 결국 득점을 올리진 못했다.
그리고 실망감 속에 치러졌던 아카데미카 코임브라와의 20라운드 경기는, 전반 10분이 채 지나기도 전에 에메르송이 불필요한 백태클로 퇴장을 당하면서 모든 것이 꼬여버렸다.
두 번 모두 승리로 연결되었어야 할 시합이었지만, 우리가 받아든 건 1무 1패라는 초라한 성적표였다.
그리고 그러는 사이.
“4점이라니, 젠장!! 장난쳐?”
“0점이 아닌 게 어디야?”
“하-! 그거 퍽이나 위로되네.”
“······.”
금방 넬송 올리베이라가 말한 건, 경기 후 ‘Record’에서 내린 녀석의 25일 경기 평점이다.
솔직히 난 녀석이 평점보다는 내용 자체에 신경을 조금 더 써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평점에 목을 매는 경우는 생각보다도 조금 더 흔히 찾아볼 수 있다.
나도 그렇지만, 우리는 항상 타인의 평가에 목이 마른 것 같다.
기왕이면 그것이 좋은 거면 좋겠고.
아무튼.
아까 내가 말하려고 했었던 건 평점이 아닌, 1위 FC 포르투와의 승점 차이다.
그리고 그건 4점이 아닌, 9점이다.
우리가 승점 1점을 챙기는 동안, FC 포르투는 비토리아 세투발과 페이렌세를 여유 있게 제압하며 1위 자리를 굳건히 했다.
이제 슬슬 포르투갈 리그에 적응해 가면서 이곳의 생태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는데, 우리 SL 벤피카가 ‘왕년의 팀’이라면 FC 포르투는 ‘현재의 팀’이었다.
특히 2000년 이후로 FC 포르투는 포르투갈 프리메이라 리가에서 7차례 우승하는 등, 같은 기간 단 두 번의 우승에 그친 우리를 여유 있게 따돌리고 있었다.
물론 통산 우승횟수에서는 리그와 컵 모두 여전히 우리가 더 많았지만, 2003/04시즌 FC 포르투가 챔피언스 리그 정상에 오르면서 많은 것들이 의미를 잃었다.
그전까지는 FC 포르투가 컵 대회에서 잔뜩 힘을 주고 우리가 리그와 유럽 대항전에 집중했다면, 이젠 상황이 조금 바뀌었다고나 할까?
FC 포르투는 근래 컵 대회는 거의 쉬어가는 경기로만 생각하는 모습이다.
2008/09시즌부터 직전 시즌까지 우리가 컵 대회에서 3연속 우승했을 때에도 FC 포르투는 본인들의 소셜네트워크로 ‘SL 벤피카의 3연속 컵 우승 축하!! 너네 하나. 우리 하나. 나눠 가지면 공평하지 않겠어?’ 라며, 축하를 빙자한 조롱을 보내왔었다.
그래서 올 시즌 유독 사람들은 FC 포르투와의 경기라면 눈에 불을 켰는데, 작년 9월 23일에 있었던 원정에서는 2 : 2 무승부를 기록했다고 한다.
그것도 사실 거의 질 뻔했던 경기를 니코 가이탄의 원더골로 무승부로 만든 것이라, 대부분이 만족하지 못했다.
왜 내가 이런 말을 하느냐고?
그야 물론.
“자, 이제 오늘은 여기까지다! 각자 컨디션에 각별히 신경 쓰도록! 다음 시합은 FC 포르투다!!”
바로 이것 때문이다.
미겔 콰레스마의 카리스마 넘치는 목소리를 끝으로, 우린 회복훈련을 마무리했다.
그리고 그가 방금 말한 것처럼, 우리는 다음 달 3일 이스타디우 다 루스로 FC 포르투를 초대해 경기를 펼친다.
시즌이 끝날 때까지는 이제 10경기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에, 내일 반드시 이겨야 역전우승의 꿈을 그려볼 수 있다.
또 우리를 바짝 뒤쫓아 온 SC 브라가와의 거리도 벌려야 한다.
이렇게 앞뒤로 쫓기는 모양새다 보니, 오늘은 회복훈련 내내 코치들의 심기가 무척 불편해 보였다.
하지만 그런 결과를 만든 책임 중 상당수가 우리 선수들에게 있었던 만큼, 딱히 그것에 불만을 표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저 지금은 다들, FC 포르투전에서 승리하길 원한다.
또 나도.
‘그 X같은 FC 포르투. 얼마나 잘하는지 면상이나 좀 보자.’
요나스의 표현을 빌리자면, 지난날 FC 포르투가 내게 내민 제안은 무례하고 또 존중이라곤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던 것이었다.
비록 내가 증명할 것이 많은 17살의 풀백이라고 해도, 만약 포지션 변경 제안을 바랐다면 서류로 말하는 것이 아닌 직접 연락을 해줬어야 한다고 했다.
아니라면 최소한 제수스 감독님처럼, 11장이나 되는 장문의 편지를 보내오던가 말이다.
아, 그게 더 힘든 건가?
뭐, 뭐가 되었든.
“잘 가, 그럼.”
“네. 좋은 밤 되세요들.”
“큭큭큭. 그 발음 어쩔 건데?”
“헤-이! 잊었어요? 전 한국인이라고요! KOREANOS!!”
“큭큭큭큭. 하여간. 안녕!”
“내일 봐요!”
하늘에는 어느새 어둠이 완연하게 내려앉았고, 이젠 이 시간에 퇴근하는 것도 익숙해져 버렸다.
고단한 발을 이끌어 향한 곳엔, 언제나처럼 베베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기다렸죠? 죄송해요.”
“매번 넌 그러더라. 그거 혹시 습관이야?”
“? Que?”
“매번. 미안하다 한다고.”
“아- 그건 제가 한국인이라서 그래요.”
“??”
“음- 제 포르투갈어는······.”
“그래, 그래. 거기까지. 매번 네가 그럴 때마다 괜히 내가 죄인이 된 것 같잖아. 내 포르투갈어는 병신입니다는 그만! 알겠지?”
“아, 네.”
처음에 나는 별도로 포르투갈어를 더 공부하고자, 클럽에서 붙여준 과외 시간 이외에도 따로 시간을 더 내려고 했었다.
하지만 그건 이곳에서 삶을 몰랐기 때문에 가질 수 있었던 바람이었고, 지금도 내 하루는 충분히 바빴다.
그리고 내가 깜빡했었던 게 바로 베베의 존재였는데, 꽤 수다스러운 이분 덕분에 난 매일매일 새로운 포르투갈어를 배우고 있었다.
“오늘도 저녁을 같이 먹고 가실 거죠?”
“그럼 나야 좋지. 지난번에 그 뭐였지? 그 빨갛고 기다랗던 거 있었잖아. 똑. 똑?”
“떡볶이.”
“아, 그래 그거. 그거 진짜 맛있더라고.”
베베의 집은 리스본 시내의 허름한 여관방이었는데, 우연히 시내로 나갔던 부모님이 그 앞에서 마주쳤다고 한다.
부모님을 본 베베는 부끄러웠는지 모자를 푹 눌러쓰며 어디론가 사라졌고, 며칠 뒤 부모님에게 찾아와 자신의 사정을 이야기했다고 한다.
이분은 가난과 거짓말에 지친 아내에게서 한 차례 버림을 받았었고, 지금은 그것을 만회하기 위해 최소한으로 필요한 생활비 외에는 전부 가족들에게 송금하고 계셨다.
이유는 자녀들의 학비 때문이다.
이혼을 제외하면 우리 가족이 크게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다 보니, 되레 사연을 공유하게 된 뒤로 더 잘 지내고 있다.
베베도 우리 가족에게 정말 잘해주고 말이다.
그는 우리의 포르투갈 생활을 도와줄 뿐만 아니라, 시내에서는 부모님의 든든한 보디가드 역할도 되어주었다.
“그러고 보니, 생일이랬죠?”
“응? 누구?”
“아드님이요.”
“하핫-! 그거, 기억하고 있었어?”
“네. 제가 기억은 잘하거든요.”
지금 내가 이렇게 운을 띄워놓은 것은, 지금 집에 우리 가족들이 준비한 선물이 있기 때문이었다.
생일을 맞았다는 베베의 아들뿐만이 아니라, 베베 본인을 위한 선물이기도 했다.
“······오, 맙소사. 이런.”
집에 도착해 선물을 보게 된 베베는 벅차오르는 감정을 감추지 못하며 손을 눈가로 가져갔다.
손가락으로 꾹 눌렀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나오고, 이내 그는 어깨를 들썩이며 울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그 모습에 따스한 포옹을 보내주는 어머니.
아버지도 마찬가질 그를 안아주었다.
[아들! 뭐해? 어서!] [아- 진짜. 진짜요?] [얼르은-!]오해는 하지 마라.
난 부모님만큼이나, 베베를 좋아하고 있다.
하지만 포옹까지 하는 건 좀.
그래도 난 그의 얼굴을 보며 생각이 바뀌었다.
베베는 이미 우리 가족이나 마찬가지니까.
고작 해봐야 두 달 알고 지낸 사이라지만, 사람이 사람에게 마음을 열고 또 좋아하게 되는 데 시간이 과연 얼마나 중요하겠는가?
“꼭 생일 축하한다고 전해줘요, 베베.”
“응. 정말 고마워. 이런 따뜻한 대접은 정말이지······ 흐흑-”
이제 와 할 수 있는 말이지만, 가난하지 않다는 것은 남에게 베풀 것이 있다는 의미와도 같기에 참 좋았다.
누구보다 그것을 잘 알고 있는 우리이기에, 베베의 아픔을 잘 감싸줄 수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전히 잊고 싶은 나날들이고 죽어도 돌아가고 싶지는 않지만, 그래도 아주 조금은 가난했기 때문에 알 수 있게 된 감정들에 감사하고 있다.
[우리 아들- 고마워. 엄마 마음 알지?] [응. 알아.]엄마는 아마도, 이렇게 남에게 베풀 수 있게 된 상황 때문에 고맙다고 말한 것 같다.
그리고 나도.
‘가난했어서 감사해요.’
아, 이건 아닌가?
***
[조르제 제수스. “다가올 FC 포르투전은 올 시즌 중에서 가장 중요한 시합. 난 그날 내보낼 수 있는 최고의 선수들을 투입할 것이며, 그들 역시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 Journal De Noticias/2012.02.28.(오전)] [빅토르 페레이라. “제수스는 항상 노림수가 있는 감독. 결과에 자신은 있지만, 조심해야.” – Journal De Noticias/2012.02.28.(오후)]***
2012년 3월 1일. 세이샬, 포르투갈. 벤피카 캠퍼스 ? 스포르트 리스보아 벤피카 인턴십 및 교육센터. SL 벤피카 클럽하우스.
시간은 그렇게 다시 흘러, FC 포르투와의 경기를 펼칠 하루 전날이 되었다.
“젠장. X나 잘하네.”
“말했지? FC 포르투가 리그 1위 팀인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니까?”
“야, 네가 그러고도 Glorioso의 일원이냐?”
“사실을 말하는 거야.”
“쯧.”
“······.
오늘도 우리 D.F는 칸셀루의 방에 모였고, 식당에서 가져온 먹을거리들을 놓아두고 시간을 보내던 중이다.
그러던 중 내가 FC 포르투라는 팀에 대해 자세히 물었고, 자신의 랩톱을 TV에 연결한 칸셀루가 저장해 두었던 동영상들을 내게 보여주었다.
듣자 하니 U-18 대표팀의 감독이 칸셀루에게 공부를 하라며 영상을 주었다고 하던데, 정작 칸셀루는 잘 보지 않는다고 한다.
“······.
“다온? 아까부터 왜 말이 없어?”
“응? 아, 아무것도 아니야.”
“그래? 그나저나, 조르제도 너무하지. 너 내일 왼쪽 풀백으로 출전하기로 했다면서?”
금방 주앙이 했던 말처럼, 내일 나는 선발 왼쪽 풀백으로 FC 포르투전에 출전할 예정이다.
“쟤 말이야. 이름이 뭐라고?”
“후우키.”
“뭐?”
“후우키. 그러니까 영어로는 헐크. 본명은 아니고 별명인데, 듣자 하니 일본에서 얻었나 봐.”
“일본?”
“어. 왜? 갑자기 눈빛이 변하는데?”
순간 일본이라는 단어에 반응해 눈이 돌아가려고 했는데,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아마도 내일 경기에서 저 헐크(Hulk)라는 녀석과 상대해야 할 것 같은데 말이다.
그런데 지금 내게 드는 생각은······.
‘버틸 수 있을까?’
화면으로 본 헐크의 체격은 정말 장난이 아니었다.
덴마크에서 뛸 때 거대한 선수들을 많이 만나왔고, 지금도 연락하며 친하게 지내는 라우리츠 뱅만 해도 190cm가 훌쩍 넘어가는 커다란 녀석이다.
하지만 그런 뱅을 포함하더라도, ‘크다’가 아닌 헐크처럼 ‘거대하다’라는 느낌을 주는 선수는 없었던 것 같다.
그렇다고 단순히 크기만 한 것은 아닌 게, 최소한 지금 본 장면만으론 엄청나게 빠르고 강인했다.
헐크가 팔을 한번 휘두를 때마다 수비수들은 벽에 막힌 것처럼 멈칫했고, 그가 힘껏 보디체크를 시도할 때면 지푸라기 인형이라도 된 것처럼 볼품없이 나가떨어졌다.
어째 곧, 그 볼품없는 지푸라기 인형 명단에 내 이름을 올리게 될 것 같은데 말이다.
지금까지 비디오세션을 가질 때는 이런 장면들을 볼 수 없었는데, 어쩌면 코치들은 내 사기가 떨어지는 걸 우려한 것일 수도 있었다.
“그래도 팔카오가 나오지 않는 게 어디야?”
“그건 그러네. 걔까지 나왔으면, 장담할 수 없어. 지난번 1차전에도 포르투에 부상 선수가 많아서 비겼었잖아.”
친구들의 이유를 조용히 듣고 있으니, 나는 한 가지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결론을 확신하기 전에, 질문은 던져봐야겠다.
직접 듣기 전까진, 단순한 내 추측일 뿐이니까 말이다.
“FC 포르투가 그렇게 강해?”
“하-! 그걸 말이라고 해? 지금까지도 강한 팀이었지만, 올해 쟤네들은 진짜 장난이 아냐.”
“······.”
SL 벤피카로 이적을 결정한 날 이후부터, FC 포르투는 항상 내가 첫 번째로 꺾어야 할 팀의 가장 최선두에 있었다.
그런데 지금, 내 친구들은 FC 포르투를 꺾는 일이 가장 힘들 거라 말하고 있다.
자신감이 꺾였냐고?
설마.
그냥 지금 나는 조금 귀찮은 것뿐이다.
‘아픈 건 딱 질색인데.’
볼품없는 지푸라기 인형이 되더라도 좋다.
아픈 건 싫지만, 그래도 괜찮다.
아무리 힘든 상대라고 해도 난 내일.
‘이기고 싶어.’
FC 포르투에게 패배한다는 상상은, 죽는 것보다 더 싫었다.
***
2012년 3월 2일. 1500-313 리스본, 포르투갈. 에우제비오 다 시우바 페헤이라 거리. 이스타디우 다 루스.
·경기시작 10분 전
SL 벤피카 0 : 0 FC 포르투
&Match-Up`s Best Eleven(벤피카/상대팀)
&Match-Up`s Tactics(벤피카/상대팀) : 4-2-3-1/4-3-3(A)
GK ? 아르투르 모라에스 / GK – 에우통
RB ? 막시 페헤이라 / RB – 마이콘
CB ? 루이장 / CB – 로날도
CB ? 에제키엘 가라이 / CB ? 니콜라스 오타멘디
LB ? 김다온 / LB ? 알바로 페레이라
DM ? 악셀 비첼 / DM ? 페르난두 레게스
DM ? 하비 가르시아 / CM ? 루초 곤잘레스
RAM ? 니코 가이탄 / CM ? 주앙 무티뉴
CAM ? 파블로 아이마르 / RW – 헐크
LAM ? 놀리토 / LW ? 잘마 캄포스
ST ? 오스카 카르도소 / ST ? 마르크 얀코
*교체명단*
SUB 1 ? 에두아르도(GK) / 하파엘 브라칼리(GK)
SUB 2 ? 미겔 빅토르(CB) / 알렉스 산드루(LB)
SUB 3 ? 브루노 세자르(AM) / 엘리아큄 망갈라(CB)
SUB 4 ? 네마냐 마티치(DM) / 스테번 데푸르(CM)
SUB 5 – 넬송 올리베이라(ST) / 프레디 구아린(DM)
SUB 6 ? 호드리구(ST) / 하메스 로드리게스(AM)
SUB 7 ? 하비에르 사비올라(SS) / 실베스트르 바렐라(AM)
***
작가의 말 ? 교체명단을 적는 건 앞으로도 특수한 경우에만입니다. 이번 편은, 당시 FC 포르투의 스쿼드가 어땠는지를 보여드리기 위해서입니다. 본래는 여기에 팔카오도 있었으나, 그는 이적시장에서 AT 마드리드로 이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