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780)
780화 Concilio Et Labore (4)
2017년 7월 14일. 맨체스터 M90 1QX, 잉글랜드. 링웨이. 맨체스터 국제공항.
뮌헨 때 투어를 하며 알게 된 것이지만, 미국의 스포츠 시장 규모는 상상 이상으로 거대하다.
지난 한 해 전 세계의 스포츠 산업 시장 규모인 1,402조 원 중에 544조 원이 미국의 것이었다.
그래서 아주 오래전부터 미국은 유럽의 유명 축구클럽의 주요한 마케팅 목표가 되어 왔고, 근래에는 아예 MLS의 클럽과 직접적인 제휴를 체결하고 있었다.
2013년 MLB의 뉴욕 양키스와 파트너십을 맺어 창단한 뉴욕 시티 FC 역시, 이러한 배경 아래 탄생하였다.
하지만, 이번 우리의 목적지엔 뉴욕이 없다.
지금 향하고 있는 곳은 휴스턴.
석유와 랩(Rap)의 도시다.
“이미 알고 있겠지만 16일은…….”
“…….”
우리를 휴스턴으로 실어 나를 전용기의 탑승을 앞두고, 나는 한쪽에서 맨시티의 마케팅 매니저인 스콧 윌리엄스(Scott Williams)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나와 베르나르두 그리고 세르히오 아궤로는 미국 시각으로 16일 오후,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홈 경기장인 미닛 메이드 파크를 찾을 예정이었다.
이번 미국 투어의 계획 단계부터 만들어진 이벤트였는데, 휴스턴은 나를 시구자로 콕 집었다.
때마침 경기가 펼쳐질 때가 한국 시각으로 7월 17일이었던 지라, 제헌절을 핑계로 코리안 데이(Korean Day)까지 만들었다고 한다.
우?웅.
“응?”
“오, 이제 탑승할 때가 된 것 같은데요?”
“그럼 안에서 또 이야기해요.”
“네. 그래요.”
스콧 윌리엄스와 헤어진 후, 등에 메고 있던 가방을 추스르며 걸음을 옮겼다.
바로 앞쪽엔, 다비드 실바가 걷고 있었다.
“에이, 멀린!!”
“??”
“같이 가요.”
“스콧이랑 이야기하고 있지 않았어?”
“네. 그런데, 별것 아니에요.”
“늘 그렇지. 안 그래?”
“하하. 스콧은 그저 자기 일을 열심히 하는 것뿐이라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좋은 사람이고요.”
“그냥 귀찮은 남자이지.”
여느 클럽이나 마찬가지긴 하지만, 마케팅 담당자가 선수를 찾아온다는 건 선수에게 뭔가 부탁할 것이 있다는 의미였다. 팀을 위한 광고나 자선활동 같은 것들 말이다.
물론 모든 건 상부에서 정하는 것이고 마케팅 담당자는 그것을 따르는 것뿐이긴 하지만, 대체적으로 그들은 선수들 사이에서는 인기가 별로 높지 않다.
스콧의 이야기로 운을 띄운 우린, 바로 서로의 가족에 관한 것으로 주제를 옮겼다.
이 남자와 대화하려면 이렇게 해야 한다.
“예시카는 어때요?”
“그녀는 괜찮아. 부모님이 와 계시거든.”
“저랑 똑같네요. 저는 물론 장모님이지만요.”
“하하. 좋은 분이시던걸?”
“그럼요. 당연하죠.”
예시카 수아레스 곤살레스(Jessica Suarez Gonzalez)는 다비드의 부인이었다. 그녀는 현재 임신 중으로, 내년 겨울 출산을 앞두고 있다.
“너희 부부는 아이 계획 없어?”
“네. 지금은 둘 다 서로 꿈을 좇고 있어서요. 저를 위해 많은 것을 포기한 여자라, 그걸 존중해 주고 싶거든요.”
“그것도 나쁘진 않지.”
“진짜요?”
“응. 몰랐을 땐 조금이라도 빨리 애를 낳으라고 하고 싶었는데, 너희를 알고 나니까 괜찮겠다 싶더라.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예시카가 너희 둘 보고 큐피트가 이어 준 한 쌍이랬어.”
“와-우. 그거 멋진 말인데요?”
“하하하.”
곁으로 다가온 아게로 등과 이런저런 대화를 주고받은 후, 전용기에 오른 나는 다비드 실바에게 안쪽 자리를 양보해 주곤 복도 쪽에 자리를 잡았다.
보다시피, 우린 이동 때 옆자리에 앉는 사이다.
“그래서? 좀 어때?”
“뭐가요?”
“이곳 말이야. 적응은 했을 거고. 지금까지의 감상이라든가 그런 것을 묻고 싶어서.”
“…….”
펩의 전술을 이해하는 부분이라든가 리로이 자네처럼 나의 신경을 건드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맨체스터 시티는 대체로 좋은 팀이다.
다들 뛰어나고 훌륭한 축구 선수이고, 일주일이 지나면서부터는 작년 경험치를 먹은 게 드러나며 전술적인 부분에서 큰 발전을 거뒀다.
실전에서의 테스트가 필요하긴 하지만, 펩이 하루가 멀다 하고 브라보를 외친다는 건 좋은 신호였다.
“그래도 당신이 제일 마음에 들어요.”
“뭐?! 하핫! 그 말 놀라운데?”
“왜요?”
“아니, 그냥. 그런 말을 직접적으로 해서. 큭큭큭큭. 듣던 대로 배짱 한번 거대하단 생각이 들어서 말이야.”
조금 전의 이야기는 몽땅 진실이었다.
난 다비드 실바가 무척 좋다.
피치 위에서 보여 주는 마법과도 같은 플레이로, 스페인 사람들로부터는 ‘El Mago(마법사)’. 영국인들로부터는 ‘멀린(Merlin)’이란 별명으로 불리고 있다.
아서왕 이야기에 나오는 그 대마법사 말이다.
그리고 난 멀린의 이름 정도만을 알고 있었을 뿐이지만, 그가 대단한 마법사였을지언정 다비드 실바처럼 훌륭한 인간이지는 않았을 거로 생각했다.
다비드는 축구와 가족 외에는 그 어떠한 것에서도 관심이 없으며, 동료들 사이의 모임에도 잘 참석하지 않지만 모든 이들로부터 침이 마르도록 칭찬만을 듣는 남자다.
그래서 합류 일주일 이후론, 기회가 닿는 대로 다비드 실바와 시간을 보내려고 하는 중이었다.
“다른 친구들도 좋아요.”
“그래. 그래 보이더라.”
베르나르두와 에데르송을 빼면, 현재 나와 가장 친하게 지내는 것은 다비드 실바와 케빈 더브라위너였다. 그리고 쿤(Kun)이나 오타멘디와도 친하다.
외에도 브라질 출신들과 독일인 귄도안과도 가까웠는데, 실은 모두와 두루 어울린다고 보는 게 옳을 것이다.
“그럼 질문을 바꿔 볼게.”
“네?”
“누가 가장 짜증 나? 맞춰 볼까?”
씨익 웃어 보이는 다비드 실바의 입에서 내가 내뱉는 것과 같은 이름이 튀어나왔다.
“라힘 그리고 리로이.”
“스털링과 자네.”
“그럴 줄 알았어. 큭큭큭큭.”
내겐 조금 다른 이유가 붙어 있긴 하지만, 어쨌든 모두가 스털링과 자네의 트롤링을 싫어한다.
델프는 며칠 전에 크게 화를 냈었고, 스털링과 동갑내기인 존 스톤스도 정색을 하면서 자신을 괴롭히는 것을 그만두라고 경고를 날렸었다.
나 역시 한두 번 트롤링을 당했는데, 잠깐 울컥했지만 곧 어처구니가 없어 화로 연결되지조차 못했다.
“한국에 이런 말이 있죠. 미운 일곱 살.”
“미…… 뭐?”
대략적으로 풀어서 설명하자, 다비드 실바가 곧 이해했다는 듯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와 동시에 뱅상 콩파니가 복도를 지나쳤는데, 그는 파안대소하는 다비드 실바를 보더니 깜짝 놀라면서 내게 대체 무슨 짓을 한 거냐고 질문을 날려 왔다.
“음…… 즐겁고 환상적인 대화요?”
“큭큭큭큭.”
정말로 그게 다여서 이렇게 말을 한 것이었지만, 콩파니는 내가 자신을 놀린다 생각했는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리곤 나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무슨 짓을 했는지는 모르겠으나 나중에 자신과 꼭 대화를 나눠야 할 거라고 말한 후 본인의 걸음을 재촉했다.
뱅상 콩파니 역시 좋은 남자 중 하나인데, 벤피카의 루이장과 뮌헨의 필리프 람을 섞어 둔 것 같은 리더십을 보여 준다.
조금만 관심을 두고 그를 지켜보면, 모든 이들이 콩파니를 존중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럼, 나는 좀 자야겠어.”
“바로요? 먹을 것 필요 없어요?”
“아니. 70분 자고 나서 먹으면 돼.”
“……저는 좀 챙겨 올게요.”
“그래.”
자기 관리에 있어서는 나나 레비도 한 수 접어야 할 만큼, 다비드 실바의 몸 관리는 철두철미했다.
팬이 자신을 위해 선물한 파이를 보곤 [“내일 경기가 있으니 오늘은 한 입만 조금 먹겠다.”]라며 말할 정도로, 다비드는 루틴을 벗어나는 행동을 절대 하지 않는다.
만약 레비나 나였다면 성의를 봐서라도 맛있게 먹었을 건데 말이다.
무엇이 더 옳은지는 알 수 없다.
팬 서비스 역시 중요하니까.
음식이 차려진 곳으로 들어서자, 나란히 접시를 들고 대화를 나누던 베르나르두와 에데르송이 보였다.
“거긴 좀 어때?”
“뭐, 똑같지. 넌?”
“나도.”
“응?”
에데르송은 클럽에서는 되도록 서로가 아닌 남들을 더 많이 챙기자고 다짐한 베르나르두와의 약속을 알고 있지 못했다.
그래서 의아해하는 것이다.
하지만 난 딱히 설명까지 덧붙일 마음이 없었고, 곧바로 녀석의 등을 두드리면서 가벼운 주제로 대화를 시작했다. 그리고 자리로 돌아왔을 땐, 얼추 자리가 정리된 다음이었다.
다비드가 깨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좌석 테이블을 꺼낸 후, 접시를 올려 두곤 포크를 움직였다.
어느새 온전히 날아오른 비행기는 하늘 위를 날며, 듬성듬성 있는 구름 사이로 저 아래의 모습을 내게 보여 주고 있었다.
“…….”
휴스턴까지 약 10시간.
다양한 이벤트와 수많은 이야깃거리를 감춰 두고 있을 미국에서, 나는 맨체스터 시티 선수로서 사람들에게 첫선을 보이게 된다.
대부분이 내 성공을 확신하고 있었지만, 일부는 내가 PL에서 초반 고전할 수도 있다 예견하고 있다.
‘X까라 해.’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입 안으로 밀어 넣으며, 난 나를 의심하는 일부의 시선을 대다수와 같은 것으로 만들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나의 비공식 맨체스터 시티 데뷔전은, 엿새 뒤에 펼쳐지게 될 맨체스터 더비다.
***
[킬리앙 음바페에게 사전 접촉하는 클럽들로 인해 공식성명을 발표한 AS 모나코. 이들은 그것을 멈추지 않을 경우, FIFA에 제소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 골닷컴].
.
[사우샘프턴은 리버풀 FC, 첼시 FC, 맨체스터 시티. 위 세 클럽의 버질 판데이크에 대한 사전접근 혐의를 잉글랜드 축구 협회와 UEFA, 그리고 경찰에 고발할 뜻을 밝혔다. – BBC]? 이런 논란에도 불구 버질 판데이크는 위르겐 클롭과 함께하는 것에 강한 열망을 느끼고 있으며, 개인 협상을 이미 완료했다는 후문이 있다.
***
2017년 7월 15일. 77045 휴스턴, 텍사스. 12131 커비 드라이브. 휴스턴 스포츠 공원(Houston Sports Park. 12131 Kirby Dr. 77045 Houston, TX).
프리 시즌 투어는 클럽의 명성을 높이고 상업적인 이득을 취하는 기회지만, 한편으론 이적과 관련한 물밑 접촉이 가장 활발하게 벌어지는 때이기도 했다.
미국이란 제3의 나라는 유럽의 축구 기자들에게도 낯선 장소이며, 그래서 그들의 레이더망 역시 축소된다.
그래서 사람들의 눈을 피해 은밀하게 움직이길 원하는 이들은 이런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
“정말입니까? 그거 정말 멋지군요! 환상적입니다.”
“…….”
“네. 네. 당연하죠. 처음보다 더 비싼 값을 치르기는 했지만, 그는 그 값어치를 할 수 있는 남자입니다. 네. 네.”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팀 훈련과는 별개로, 맨체스터 시티의 감독 펩 과르디올라는 큰 결단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바로, 다가올 시즌의 전술 선택이었다.
김다온과 카일 워커의 영입으로 전 세계 최고 수준의 사이드백 라인을 갖추게 되면서,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쓰리백 전술의 사용이 가능해졌다.
다만 문제가 되는 건 양쪽 사이드백의 백업과 빈약한 센터백 자원이었다.
-딸깍-
“후우- 끝났어. 곧 계약서를 작성한다는군.”
“좋았어! 이건 정말 잘된 일이야! 그렇지?”
“하하. 말해서 뭣 하겠나.”
조금 전, 맨시티는 한 남자와의 메디컬 테스트를 끝냈다.
그 대상은 작년 여름 영입 직전까지 갔었던 에므리크 라포르트(Aymeric Laprote)였는데, 펩 과르디올라가 강력히 원했던 젊은 센터백 자원이었다.
실제로 작년 맨시티는 라포르트의 바이아웃을 지불하기로 하며 개인 계약을 거의 완료했지만, 갑자기 선수 측에서 태도를 바꿔 계약을 백지화해 버렸다.
무난하게 계약이 되는 줄로만 알았던 맨시티는 당연히 당황했고, 사실을 확인하려던 때 느닷없이 재계약 사실이 발표됐다.
알고 보니 더욱 많은 수수료를 원했던 에이전시가 아틀레틱 빌바오와 라포르트를 설득하여, 재계약을 하도록 유도한 후 돈을 챙기려고 했던 거다.
이에 자존심이 상해버린 맨시티는 라포르트를 영입하지 않았고, 당황한 에이전시에서 수수료를 조금 낮추겠다고 했지만 단박에 그를 거절했다.
이어진 2016/17 시즌 겨울 이적 시장에서도 맨체스터 시티의 제안이 없자, 화가 난 라포르트 측에서 기존의 에이전시와의 계약을 파기하고 새로운 에이전시를 맞아들였다.
바로 미국 L.A에 본사가 있으며, 시티 풋볼 그룹과도 인연이 있는 와서맨 미디어 그룹이었다.
“휴우- 이제야 한시름 놨군, 그래.”
“훨씬 좋아졌지. 그렇지만 여전히 측면 수비수 쪽에는 백업이 필요해.”
“주앙은?”
“고민 중이더군. 발렌시아는 이적이 완료되지 않으면 그를 유벤투스로 보낼 생각이야. 죠프리 콘도그비아의 영입 카드로 쓸 생각이라고 들었네.”
“마지노선은?”
“25일.”
“흐음- 일단 기다려야 하겠군.”
“그렇지. 하지만, 말한 것처럼 훨씬 좋아졌어.”
“그래. 쓰리백으로군.”
“바로 맞았네.”
현재 맨시티의 센터백 자원은 뱅상 콩파니/니콜라스 오타멘디/존 스톤스/엘리아킴 망갈라까지 총 네 명이다.
하지만 망갈라는 이미 PL 수준이 아니라는 게 증명되었고, 펩 과르디올라는 그를 쓰고픈 생각이 없었다. 현재도 꾸준히 판매를 알아보고 있다.
망갈라의 등번호인 20번은 이미 베르나르두 실바에게 넘어갔고, 심지어 이번 투어 명단에도 들지 못할 뻔했다.
선수의 값어치를 떨어트리는 것이니 망갈라를 데려가는 것이 좋겠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야, 가장 끝자락에 이름을 겨우 적어 넣었다.
결국 제대로 된 센터백 자원은 세 명뿐인 셈이었는데, 그나마도 콩파니는 풀시즌을 치르기 힘든 몸 상태고 존 스톤스는 얇은 유리 같은 멘탈을 지녔다.
마저 남은 오타멘디도, 펩이 선호하는 타입이 아니었다.
‘이제야 조금 팀다워지는군.’
여름 이적 시장이 열린 초반 굵직한 세 개의 영입을 완료 지은 것을 제외하면, 한동안 맨체스터 시티의 전력 보강은 소강상태에 놓여 있었다.
김다온의 백업으로 점찍은 라이언 버트런드(Ryan Bertrand)는 버질 판데이크의 사전접촉에 화난 사우샘프턴이 일방적으로 협상 테이블을 닫아 버리며 소득이 없었다.
카일 워커의 대안으로 노리던 다니 아우베스는 PSG에 하이재킹당했고, 결국 다니엘 레비의 비위를 맞출 수밖에 없게 된 뒤에는 생각보다 더 많은 돈을 지출하게 됐다.
그에 따라 워커와 함께 영입을 추진하던 대니 로즈의 이적도 백지로 돌아갔다.
다닐루 역시 토트넘 홋스퍼로 마음이 기울었고, 이번 투어 기간 이적 절차가 끝날 것이다.
그렇게 원했던 자원들이 속속 다른 클럽으로 이적하는 모습에, 펩 과르디올라는 남모를 속앓이를 할 수밖에 없었다. 돈은 있는데, 그걸 쓰지 못했기 때문이다.
물론 알렉시스 산체스의 경우처럼, 원하면 영입이 가능함에도 자신이 거부한 사례도 있었다.
알렉시스 산체스는 맨유에서 무려 50만 5천 파운드(약 7억 8천만 원)라는 금액을 주급으로 받았고, 맨시티에서도 같은 대우를 받기를 원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김다온이 팀 내 최고 주급자에서 내려와야 하고, 그건 그것대로 모양새가 좋지 못했다.
물론 계약서상에 있는 최고 주급자 조항으로 인해 산체스와 똑같은 주급을 받게 되겠지만, 계약 후 단 몇 주만에 주급이 인상되는 모양은 클럽 운영에 좋지 않았다.
무엇보다.
‘다온이 리더가 되어야 해.’
펩 과르디올라는 언젠가 김다온이 뱅상 콩파니의 자리를 이어받길 원했다. 당장은 힘들겠지만, 2년이나 3년 뒤면 그가 자연스레 맨시티의 주장이 되어 줘야 한다.
그러니 김다온의 팀 내 입지에 영향을 줄 수 있을 만한 영입이나 행동은 하고 싶지 않았다.
‘응?’
미국 투어 후 첫 번째 공식 훈련 일정을 앞두고, 건물 안에서 준비를 하고 있던 맨시티의 선수들이 하나둘 연습용 그라운드로 모습을 비추기 시작했다.
이곳은 MLS 소속 휴스턴 다이나모의 정식 훈련장으로, 이번 투어 기간 ICC 참가 팀들에게 임대를 허락한 상태다.
“헤이!! 베르나르두!!”
“??”
퐈악-!
“!!”
“아핫-! 아하하핫-!!”
베르나르두 실바를 부른 리로이 자네가 물풍선으로 추정되는 물체를 던진 것을 확인하며, 고개를 숙이고 한숨을 길게 내쉰 펩 과르디올라가 한마디 할 결심을 굳힌다.
아무리 장난이라지만, 동료의 얼굴을 겨냥해 물풍선을 집어 던지는 건 옳지 않은 일이다.
부상의 위험이 있을 수도 있음은 물론이고, 팀 케미스트리를 구성하는 부분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물론 장난을 친 당사자가 리로이 자네라는 면에서 새삼스러울 게 없긴 했지만, 그의 대인관계 기술은 많은 부분에서 잘못된 면이 많았다.
그런데 바로 그때.
“헤-이!!!”
“응?”
한쪽에서 커다랗게 소리를 내지른 김다온이 리로이 자네를 향해 성큼성큼 다가서는 모습이 보였다.
멀리서 보기에도 그 기세는 심상치 않았고, 자네의 앞으로 다가간 김다온은 상대의 얼굴을 마주 보며 두 눈을 부릅뜬 채 잔뜩 목소리를 높였다.
고개를 숙인 베르나르두 실바에겐 에데르송이 빠르게 뛰어갔고, 당황한 표정으로 두 손을 들어 올린 리로이 자네가 뭐라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아마도 자신은 그냥 장난친 것뿐이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일 텐데, 주변의 상황이 평소의 행실을 말해 주고 있었다.
모두가 김다온의 앞으로 다가가 그를 말렸고, 자네를 향해서는 고개를 돌리며 한마디씩을 던질 뿐이었다.
결국 감정이 상해 버린 자네가 좌절한 몸짓으로 돌아섰고, 그의 뒤로 달려간 라힘 스털링이 어깨동무를 하며 위로를 시작했지만 독일 출신 공격수의 얼굴은 내내 구겨져 있었다.
느닷없는 소란에 그라운드로 들어선 코치들이 어리둥절하는 찰나, 그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던 펩 과르디올라가 다시 한번 결심을 굳힌다.
뱅상 콩파니는 훌륭한 리더였지만, 평화주의자에 가까운 그의 방식은 또 다른 조력자를 필요로 했다.
현재 맨시티에서 해당 역할을 하는 것은 다비드 실바였지만, 조용하고 사교적이지 못한 성격 탓에 선수단을 통제하는 부분에는 어려움을 겪었다.
그 결과 선수단이 몇몇 개의 그룹으로 나뉘어 따로 놀게 되었고, 이는 선수단의 역량을 100% 발휘하지 못하게 만드는 원인이었다.
‘이곳엔 강인한 사람이 필요하지.’
감독실을 나서기로 한 펩 과르디올라가 몸을 돌려 문을 빠져나가고, 복도를 걷는 동안 그는 몇몇 이들의 우려와는 달리 김다온의 성공적인 PL 적응을 확신했다.
아니 오히려, 그의 플레이스타일과 성격이라면 PL에서 더욱 잘할 것이다.
이곳은 전 세계에서 가장 거친 플레이 스타일을 가진 축구 선수들이 전 세계에서 가장 빡빡한 스케줄을 가진 리그에 속해 전 세계에서 가장 까탈스러운 미디어와 전 세계에서 가장 극성스러운 팬들을 상대하는 무대다.
그리고 자신이 볼 때, 김다온은 이 모든 것을 즐길 준비가 되어있는 남자였다.
“펩. 실은 리로이가…….”
“그래. 봐서 알고 있네.”
“다온과의 충돌도?”
“물론.”
그라운드로 들어선 순간 다가온 도메네크 토렌트에게 답하며, 펩 과르디올라는 그를 진정시킨 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선수단을 불러 모았다.
조금 전의 일로 선수단 사이에는 긴장감이 맴돌았지만, 과르디올라는 그걸 해소하는 대신 그대로 두기로 했다.
과연 김다온이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고 다른 시티의 선수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물론 과르디올라는 김다온의 방식을 알고 있다.
김다온은 틀림없이.
‘실전에서 보여 주려 하겠지.’
자신을 의심하는 이들의 앞에서 본인이 얼마나 뛰어난 축구 선수인지를 보여 줄 것이다.
지금까지 쭉 그래 왔던 것처럼.
투어 이후 첫 번째 훈련.
맨시티는 평소와 같다.
***
[(오피셜) 에므리크 라포르트를 영입한 맨시티. – BBC]? 맨체스터 시티는 에므리크 라포르트의 영입을 위해 그의 바이아웃을 지불했으며, 그 금액은 6,500만 유로에 달한다. 이로써 역대 가장 비싼 수비수 이적료 1위~4위까지가 맨체스터 시티의 선수들로 채워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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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위 ? 김다온 : 1억 2,500만 유로
(바이에른 뮌헨 -> 맨체스터 시티)
? 2위 ? 김다온 : 8,369만 유로
(SL 벤피카 -> 바이에른 뮌헨)
? 3위 ? 에므리크 라포르트 : 6,500만 유로
(아틀레틱 빌바오 -> 맨체스터 시티)
? 4위 ? 카일 워커 : 5,270만 유로
(토트넘 홋스퍼 -> 맨체스터 시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