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782)
782화 Trauma
[친선 경기지만 맨체스터 더비는 특별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 주제 무리뉴, “단순한 프리시즌 경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맨체스터 더비란 본래 그런 것.” – Fox Spor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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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펩 과르디올라, “훈련 때의 느낌은 무척 좋았다. 어떠한 결과를 만드느냐보다, 어떠한 모습을 보여 줄 수 있느냐에 집중할 것.” – Fox Spor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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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체스터 더비가 김다온의 데뷔전이 될 수 있느냐는 말에 고개를 끄덕인 펩 과르디올라 감독 ? OSEM]? 펩 과르디올라, “다온은 늘 뛰고 싶어 하는 선수다. 팬과 팀이 자신에게 무엇을 기대하는지도 안다. 만약 그를 명단에서 뺀다면 내게 무척 화를 낼 것. (웃음)”
***
2017년 7월 20일. 77054 휴스턴, 텍사스. NRG 파크웨이. NRG 스타디움(NRG Stadium. NRG Pkwy. 77054 Houston, TX).
.경기 시작 3시간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0 : 0 맨체스터 시티
작년 12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보드진은 2017/18 프리시즌을 미국에서 치를 것이라고 발표했다. 중국을 가지 못하게 되는 것은 아쉬우나, 감독의 의견을 존중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감독 주제 무리뉴는 2016/17 프리시즌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중국 베이징의 날씨와 인프라 모두 실망스러운 수준이었고, 시즌 준비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시간을 낭비했다면서 보드진에 불만을 전달했었다.
과거 첼시/레알 마드리드/인테르를 지휘하며 L.A를 찾았던 주제 뮤리뉴는 미국 서부를 콕 짚으면서, 미국이 모든 부분에서 중국보다 월등하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약 3개월 뒤에 2017 인터내셔널 챔피언스 컵(2017 ICC)에 참가할 클럽이 확정되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일정이 발표됐다.
2017 미국 ICC 두 번째 경기가 맨체스터 더비로 치러질 것이라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일정이 미디어를 통해 공개된 직후부터 이 매치업은 가장 큰 주목을 받아 왔다.
유나이티드 VS 시티.
무리뉴 VS 과르디올라.
또.
“완전히 스타야. 타고났다니까.”
“누가 아니래.”
“바이에른 뮌헨에서의 데뷔전은 뭐, 그래. 조금 심심한 감이 있었어. 그렇지만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서는 어땠지? BOOM! 지지부진하던 팀을 즉각 끌어올렸지. 그리고 발롱도르를 타고 믿기지 않는 트레블을 기록하곤 축구 역사상 가장 높은 이적료로 시티로 합류했잖아? 그런데 또 시티 유니폼을 입고 치르는 경기가 맨체스터 더비야! 이게 진짜라고?? 이건 완전 초현실적이야! 각본을 짜도 이렇게는 안 된다고!”
프리시즌에서의 경기라 억지로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존재하지만, 맨시티에서의 데뷔전이 더비라는 점은 김다온을 향한 주목도를 높여 주고 있었다.
중계를 준비하는 ‘CBS Sports’의 사람들을 지켜보며, ‘ESPN’의 제일런 영(Jaylen Young)이 열변을 토하는 이유다.
메이저리그 사커를 오랫동안 취재해 온 이 베테랑 기자는 김다온을 역대 최고의 선수로 꼽은 것으로도 유명했다.
물론 즉각적인 반발을 얻어 추가적인 맨션을 띄워야 했지만, 그래도 그는 고집을 굽히지 않았다.
“이건 큰 기회야. 이런 경기를 직접 취재하다니.”
아직 피치의 선조차 그어지지 않은 상황이었기에, 제일런 영의 이런 모습은 호들갑처럼 보일 수도 있었다.
하나, 누구도 그렇게 여기지 않았다.
맨체스터 시티가 휴스턴 공항에 도착한 직후부터 어떠한 일들이 있었는지를 주변의 이들도 똑똑히 지켜보았기 때문이다.
김다온이 인터뷰 때면 수십 개의 마이크가 달라붙었고, 이벤트에 참여할 때면 남녀노소 상관없이 엄청난 인파가 몰려들어 그의 이름과 별명을 외쳐 댔다.
휴스턴 시내를 나가면 김다온의 유니폼을 입은 이들 역시 심심치 않게 만나 볼 수 있었는데, NBA의 슈퍼스타 제임스 하든(James Harden)의 유니폼을 입은 사람보다 그 비율이 더욱 많게 느껴질 정도였다.
물론 현재 휴스턴 전체가 ICC로 들썩이고 있는 것은 맞으나, 같은 도시에 머무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받는 관심과 비교해 보면 분명 온도 차가 존재했다.
“좋아. 이제 가자. 대충 스케치는 끝났어.”
“그래. 움직이자.”
잠시 뒤 다시 돌아오기로 하며, 제일런 영을 포함한 ‘ESPN’의 스태프가 자리를 옮긴다.
양 팀의 선수단이 도착하려면 아직 40분가량이 남아 있었고, 그 전에 경기장 내의 식당이나 커피숍에서 간단한 요기라도 할 생각이었다.
NFL 팀인 휴스턴 텍산스의 홈구장으로도 활용되는 NRG 스타디움에도, 명물이 되어 버린 음식들이 존재한다.
그중 즐겨 찾곤 했던 한 식당으로 들어선 ‘ESPN’의 사람들은, 완전히 바뀌어 버린 실내의 분위기를 보며 눈이 휘둥그레지고 만다.
본래 이곳은 텍산과 다이나모 선수들의 유니폼으로 가득했었지만, 오늘 그곳을 차지하고 있는 건 맨체스터 더비를 치를 두 팀 선수들의 유니폼이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자리엔, 당연하게도(?) 맨체스터 시티의 22번 유니폼이 걸려 있었다.
KIM DA-ON.
오늘은 1억 2,500만 유로의 사나이, 김다온의 맨체스터 시티 데뷔 경기이다.
***
.경기 시작 1시간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0 : 0 맨체스터 시티
&Match-Up`s Best Eleven(맨시티/상대팀)
&Tactics(맨시티/상대팀) : 3-4-3/4-2-3-1
GK ? 에데르송 / GK ? 다비드 데 헤아
RCB ? 뱅상 콤파니 / RB ? 안토니오 발렌시아
CB ? 니콜라스 오타멘디 / CB ? 빅토르 린델뢰프
LCB ? 존 스톤스 / CB ? 크리스 스몰링
RWB ? 카일 워커 / LB ? 데일리 블린트
CM ? 야야 투레 / CM ? 안데르 에레라
CM ? 케빈 더브라위너 / CM ? 폴 포그바
LWB ? 김다온 / RAM ? 제시 린가드
RW ? 베르나르두 실바 / CAM ? 헨리흐 므히타랸
LW ? 라힘 스털링 / LAM ? 마커스 래쉬포드
ST ? 세르히오 아게로 / ST ? 로멜루 루카쿠
.
.
복도를 통과하여 그라운드로 나서기 무섭게, 여기저기에서 커다란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어느새 관중석은 거의 꽉 채워져 있었다.
{“다온-!! 저를 좀 봐 줘요!!”}
{“다온! 사인해 줘요!”}
{“다온!”}
{“다온!!”}
단순히 몸을 풀려고 나온 자리고 걷기만 하고 있을 뿐인데, 골을 넣었을 때만큼이나 열광적인 반응이 이어졌다.
관중석의 팬들은 손을 흔들고 또 자리에서 일어서며 어떻게든 시선을 끌고자 했고, 어떤 남자는 크게 소리를 지르더니 뒤로 돌아서며 내 유니폼을 착용했다는 걸 보여 주기도 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조금씩 웜업의 강도를 높여가는 가운데, 수비수들과 훈련하는 도중 축구공 하나가 골대에서 먼 곳까지 굴러왔다.
슈팅 훈련을 펼치는 곳에서 흘러온 것 같았는데, 난 볼을 가지러 오던 보렐에게 비키라고 손짓한 이후 축구공을 살짝 밀어 넣은 후 슈팅 동작을 이어 갔다.
퍼억-!!!
얼추 40여 미터 정도 되는 지점에서부터 축구공이 뻗어나갔고, 아예 이를 모르고 있던 클라우디오 브라보가 잠시 뒤 화들짝 놀라더니 볼이 향하는 방향으로 다이빙을 했다.
하지만 그건 안 하느니만 못한 시도였고, 그의 손을 지나친 축구공은 바로 그물 안으로 들어갔다.
{“우오오오오-!!!”}
{“우와아아-!!!”}
만약 이게 실전 상황이었다면, 지금 슈팅은 그냥 골키퍼가 정면에서 가볍게 막을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슈팅 훈련이 계속해서 이어지던 중이었고, 직전 반대편으로 몸을 날렸던 브라보는 슈팅을 시도한 스털링과 가볍게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당연히 반응은 늦을 수밖에 없었고, 사람들이 내가 대단한 일을 했다고 착각하도록 만들어 줬다.
역시나 뭐든 당해 주는 쪽이 훌륭해야 보는 맛이 산다고나 할까?
다이빙 후 피치에 떨어진 브라브가 놀란 얼굴이 되더니 골대 안을 한 번 쳐다보곤 다시 내가 있는 방향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러곤 누운 상태 그대로 오른손을 위로 번쩍 들어 올려, 엄지를 치켜세워 왔다.
“뭐야? 기선 제압?”
“뭐? 그런 것 아니야.”
“그래? 그런데 쟤네는 아닌 것 같은데?”
“응?”
카일 워커의 말에, 나는 그가 슬쩍 가리키고 있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엔 맨유의 선수단이 있었고, 제법 많은 숫자가 이쪽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중이었다.
“Nice one.”
“……그거 쏘니 응원가 아니야?”
“하하. 바로 맞췄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진영에서 시선을 거둬들인 후, 나는 다시 자리로 돌아와 웜업을 이어 나갔다.
낄낄거리는 카일 워커와 만족스러운 얼굴로 엄지를 치켜세우는 니콜라스 오타멘디는 뭔가 대단한 착각하는 것 같았는데, 지금은 정말 아무런 의도도 없었던 행동이었다.
그래도 그로 인해 관중석이 몇 배는 더 뜨거워진 것은 만족스럽다.
“좋아!! 이제 다들 그만 철수하자!!”
“Let`s go.”
“응.”
웜업이 끝나고, 우린 드레싱 룸을 향해 이동했다.
본래 NFL 경기장으로 지어져서 그런지, 이곳은 홈 팀과 원정 팀의 출입구가 달랐다. 이것 역시 색다른 경험이었고, 입구 쪽으로 걸어가자 팬들이 일제히 손을 뻗어 왔다.
도대체 언제부터 이게 유명해진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난 홈 경기에서는 보통 웜업 때 입은 윗옷을 벗어 팬들에게 주는 루틴 아닌 루틴이 있었다.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던 중 부자(父子)로 보이는 이들이 눈에 들어왔고, 난 윗옷을 벗은 뒤에 아빠 쪽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다른 손으로 주변 이들에게 비키라고 손짓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내 말을 듣질 않았고, 결국 주변의 경호원에게 부탁해야만 했다.
“저기 두 사람 보이죠?”
“네. 이해했어요.”
고개를 끄덕인 남성이 앞으로 걸어 나갔다.
주변에 있던 다른 경호원들이 함께 움직이기 시작했고, 잠시 뒤 관중석 위를 돌아온 부자가 경호원의 허락 아래 입구 앞쪽으로 내려서게 되었다.
그제야 난 두 사람에게 유니폼을 전달할 수 있었고, 의견을 물어 사인까지 더한 후 함께 사진도 한 장 촬영했다.
찰칵-
“오, 이런 세상에나. 저랑 우리 아들 모두 당신의 열렬한 팬입니다. 오,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정말 꿈만 같아요.”
“그거 감사한 말이네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이미 그런걸요. 행운을 빌어요.”
“마음속에 잘 담아 두죠! Bye-!”
등을 돌려 걸어가는 뒤쪽에서 아이보다 더 커다란 아버지 쪽의 환호성이 들려왔다.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상황에, 난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살짝 가로저었다.
그리고 잠시 뒤, 함께 걸어가던 경호원이 인상적이었노라며 내가 좋은 사람인 것 같다는 말을 전해 왔다.
“당연한 일을 하는 거죠.”
“그렇지만, 당신을 제외한 누구도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잖아요?”
“하하. 각자의 방법이 있는 거니까요.”
“그렇다면 저는 당신의 방법이 마음에 드네요.”
“제 부탁을 들어주셔서 감사해요.”
“별말을. 이쪽입니다.”
“땡큐.”
웜업을 끝내고 들어선 드레싱 룸.
프리시즌에 펼쳐지는 친선 경기라 대회 특유의 긴장감은 존재하지 않았지만, 시즌 첫 번째 경기이고 또 더비인 만큼 모두 진지하게 임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벤치에 앉게 된 친구들이 경기를 준비하는 우리에게 다가와 악수와 가벼운 포옹으로 격려를 보내온다.
“잘 뛰어.”
“Good Luck.”
펩이 맨체스터 시티에서 만들고 있는 새로운 문화 중 마음에 드는 것들이 있다면, 그중 하나가 바로 미팅과 경기 직전 모두가 모두에게 인사를 하도록 만든 것이었다.
별것 아니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이는 분명 우리가 단기간에 친해지고 서로를 신뢰할 수 있도록 만드는 데 도움을 줬다.
제이든 산초와 다니엘 그림쇼(Daniel Grimshaw)가 마지막으로 나와 인사를 나누었는데, 어느새 드레싱 룸의 안에는 펩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
“…….”
다양한 이들의 목소리로 가득했던 드레싱 룸이 빠르게 진정되어가는 모습이 재미있다.
맨체스터 시티 합류 이후 펩과 함께한 수많은 미팅이 있었지만, 지금 그가 짓고 있는 표정과 지금의 이런 드레싱 룸 분위기는 오직 경기 때에만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우린 최고가 되길 원한다.”
“…….”
“모두가 그렇겠지. 세상의 모든 축구 선수와 감독이 최고가 되기를 원할 것이다.”
나는 사실 오늘 펩이 어떤 말을 할지가 궁금했다.
왜냐하면 이건 무척 애매한 시합이기 때문이다.
더비이기는 했지만 결국 프리시즌에 펼쳐지는 하나의 경기일 뿐이었고, 그렇다고 단순한 프리시즌으로 치부하기엔 주변의 관심이 너무나도 거대했다.
어쩌면 그건, 미국이란 나라가 너무 넓어서일 수도 있을 것이다. 텍사스주의 크기는 영국의 3배에 달하며, 스페인보다도 약 1.4배나 커다랗다.
사실상 하나의 나라로 분류해도 전혀 지장이 없다는 뜻인데, 지금은 텍사스주 전체가 오늘 우리가 치를 이 친선 경기에 맞춰져 있다.
그러한 기대와 우리의 몸과 머리가 기억하는 프리시즌이 만들어내는 불협화음을 정리하는 건, 오직 펩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어째서냐고?
간단하다.
펩 과르디올라가 맨체스터 시티의 감독을 맡고 있으니까.
일단 그 시작은 최고를 말하는 것부터다.
“너희 중 몇몇은 아마도, 친선 경기니까 편하게 뛰자고 생각할 것이다. 너희 중 오직 몇몇만이, 이 경기가 맨체스터 더비이며 수백 수천만의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고 있겠지. 바로 그게, 최고가 되려는 사람의 자세다. 나는 오늘 너희 중 과연 몇 명이 그 준비가 되어 있는지를 보려고 한다.”
“…….”
“나가서 뛰어라! 그렇다! 오늘은 친선 경기다! 너희가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를 내게 보여 주고! 올 시즌 어떠한 사람이 되고자 하는지를 사람들에게 보여 줘라! 난 실망하지 않겠다! 왜냐하면 이건 친선 경기니까!”
설마 지금 펩의 이야기를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만약 오늘을 대충 보내려는 사람이 있다면, 펩은 실망할 것이고 그는 명단에서 제외될 거다.
오늘 경기에서 우리가 승리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열심히 뛰지 않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특별한 전술적 지시사항 없이 끝나 버린 팀 토크였지만, 펩이 그렇게 했다는 건 오늘 이전에 이미 모든 내용을 우리에게 전달했다는 의미였다.
팀 토크 이후 우린 손뼉을 두들기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리고 난 어김없이 자리로 돌아와 앉아 같은 루틴을 반복했다.
나만큼이나 맨체스터 생활에 빠르게 녹아든 아영이는, 이사 온 첫날 인스타그램에 우리가 짐을 푸는 모습을 업로드한 것으로 사람들의 칭찬을 한 몸에 받았다.
대다수의 WAG`s가 자신의 사진이나 이사가 끝난 이후의 풍경을 올리는 것과는 달리, 아영이는 나를 잘 부탁한다는 말과 함께 짐이 널브러진 거실과 DM을 통해 받은 추천 맛집에서 시킨 음식 사진을 업로드했었다.
이는 우리 부부가 맨체스터의 삶에 녹아들 준비가 되어 있다는 걸 보여 주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다수의 가십 매거진이 이를 곧바로 기사로 만들었고, 처음 시내로 데이트를 나섰을 때 우리 부부는 여러 사람으로부터 따뜻한 환대를 받을 수 있었다.
내가 현명한 여자와 결혼을 했다는 증거는 바로,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다녀올게.’
새롭게 바뀐 아내의 사진에 손 키스를 보낸 후,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동료들이 기다리는 곳으로 걸어 나갔다.
저 멀리에서 노랫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여전히 낯설지만, 며칠 전에도 들었다.
【“O? Say does that…….”】
이름을 모르는 가수가 부르는 미국의 국가가 스피커 가득 울려 퍼지고, 그것이 거의 끝나갈 때쯤 나는 조용히 가장 뒷자리에 서서 경기장으로 나갈 준비를 했다.
노래가 끝나고 박수와 환호성이 경기장을 휘감았고, 그라운드 전체가 암전되며 사람들에게 놀라움을 안겨다 줬다.
그리고 곧이어 경기장 내에 설치된 세 개의 대형 스크린에 불이 들어왔고, 정가운데에 나타난 ICC 로고의 좌우로 맨시티와 맨유의 심볼이 띄워졌다.
다시 한번 경기장 내의 팬들은 함성을 내질렀고, 그 모습에 앞에 있던 이들이 미소를 지어 보였다.
확실히, 미국 팬들의 반응은 남달랐다.
“입장합니다-!!”
앞쪽에서 커다란 목소리가 들려오고, 스포트라이트를 따라 걷는 주심에 발맞춰 그라운드로 나선 우린 콘서트장에 온 것만 같은 착각을 느끼게 되었다.
NRG 스타디움을 가득 채운 7만여의 팬들이 휴대폰의 불빛으로 우리를 환영했던 것이다.
과연 유럽의 어디에서 이런 경험을 할 수 있을까?
장담하는데, 오직 미국에서만 가능할 것이다.
둥-
둥-
얼마를 더 걸었을 때 경기장의 불이 들어왔고, 그것이 못내 아쉽게 느껴졌던 나는 입맛을 다시며 아까의 장면이 조금 더 오래갔어도 좋았을 거란 생각을 했다.
경기 전 식순이 빠르게 지나가고, 원정팀으로 뽑힌 우리가 먼저 움직여 맨유의 선수들 쪽으로 다가갔다.
왼손으로는 에스코트 키즈를 이끌며, 오른팔을 안쪽으로 가져가 손을 맞잡는다.
가장 앞쪽에 있었던 이는 오늘 경기 주장 완장을 찬 안토니오 발렌시아였고, 그다음 다비드 데 헤아를 만나고 나자 반가운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비록 첫 시작은 최악이었지만, 갈등을 해소한 이후에는 제법 괜찮게 지내고 있는 친구다.
“다리를 부러뜨릴 거야. 알지?”
“해 보든가.”
“큭큭. 다치지만 말자.”
“그래.”
조금 더 진하게 인사를 나눈 이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미드필드 폴 포그바였다.
“헤이.”
“헤이.”
그런 뒤엔 통상적인 인사다.
독일에 이어 잉글랜드에서도 다시 만난 므히타랸에게 독일어로 욕을 날린 것을 빼면, 가볍게 한마디씩을 나누고 손을 맞잡은 게 전부였다.
맨유의 선수들 역시, 친선 경기라는 부분의 어려움에서 완전히 벗어나진 못한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그들 역시 선을 타고 있을 거다.
그리고 그 선은.
‘과연 누가 시작할까?’
어떠한 이가 먼저 상대에게 돌을 집어 던지느냐에 따라서 무너질 게 틀림없다.
그러면 그때부터, 진짜 경기가 시작될 거다.
물론 이게 가짜 경기라는 뜻은 아니다.
삐?익!!
주심의 휘슬과 함께 시작되는 전반전.
난 앞을 보며, 천천히 발을 움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