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788)
788화 Trauma (7)
.전반 35분
맨체스터 시티 1 : 0 레알 마드리드
삐?익!!
케빈의 기습적인 침투 패스가 베르나르두에게 이어졌을 때, 앞으로 튀어나온 라파엘 바란이 파울을 범했다.
개인적으론 무척 바보 같은 행동이었다고 보는 게, 몸을 돌리는 것만 막아도 충분했기 때문이다. 베르나르두의 다음 동작을 지연하는 것만으로, 레알은 무난한 수비가 가능했다.
호날두/라모스/토니 등이 빠진 완전체 전력이 아니라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오늘 레알의 수비는 너무 허술하다.
단순히 시즌을 준비 중이기 때문이라면 모르지만, 이 수비가 진짜라면 지단도 꽤 골치가 아플 거다.
벤제마와 코바치치의 활약으로 기껏 흐름을 가져가고도, 번번이 이런 아쉬운 판단으로 세트피스를 내어주고 있다.
“내 차례야.”
“…”
“볼 내놔.”
현재 펩은 코너킥은 케빈과 다비드에게, 그리고 프리킥은 나와 케빈을 전담 키커로 두고 있다.
다비드를 뺀 케빈과 나는 오른발잡이인지라, 위치와는 상관없이 순서대로 프리킥을 처리하고 있다. 아까는 케빈이 30M 지점의 프리킥을 찼기에, 이번은 나의 차례였다.
“Come on. 이건 규칙이잖아.”
“…”
경기 중이 아니라는 전제하에, 케빈은 무척 좋은 사람이다. 은근 장난을 치길 좋아하고, 타인을 불쾌하게 만드는 행동은 거의 하지 않는 편이다.
또 벨기에 사람 특유의 예의범절도 가지고 있다.
물론 문화/정치를 관통하는 민족주의로 인해 유색인종에 대한 인종차별이 가장 심한 나라이긴 하지만, 케빈은 그런 것과는 거리가 먼 남자다.
그는 손윗사람에게 아시아인 이상으로 깍듯하게 대하는 몇 안 되는 유럽인이었고, 난 그런 점을 꽤 좋아했다.
하지만 축구 경기가 시작되고 피치 위에 완전히 녹아들게 되면, 케빈 더브라위너는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변한다.
고집불통에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은 죽어도 해야만 하는, 일곱 살 꼬마 아이처럼 굴 때가 많다. 이럴 때면, [“벨기에인은 싫은 건 절대 하지 않는다.”]는 유럽에 존재하는 편견을 믿게끔 된다.
“와- 고집 장난 아닌데?”
“쟤는 그냥 축구가 좋은 거야.”
“그렇다면 표현 방법은 좀 바꿔야겠다. 안 그래?”
“응. 네 말이 맞아.”
“처리해, Amigo. 그냥 갈겨버리라고.”
“그래. 그렇게 할 거야.”
현재 프리킥이 주어진 지점은 골 에어리어의 왼쪽 가장 끝에서 옆으로 조금 떨어진 곳이다.
골대와의 거리는 대략 18~20M 안팎일 것 같았고, 벽이 없다고 가정하면 모든 방향으로 슈팅을 시도하기 적합한 위치라고 할 수 있었다.
보통은 이런 상황에서 수비는 볼과 가까운 쪽 골대 방향에 벽을 세운다. 그리고 골키퍼를 정면 혹은 벽이 없는 방향에 세워둔다.
현재 레알 마드리드도 그렇게 하는 듯했고, 골포스트에 바짝 달라붙은 케일러 나바스가 목소리를 크게 높이며 연신 손을 움직이고 있었다.
벽의 위치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몇 번이나 소리를 크게 내지르며 잔뜩 짜증을 냈다.
그렇게 한참을 씨름한 뒤에야, 간신히 케일러 나바스가 골포스트를 벗어나 본인의 위치로 움직였다. 연신 장갑을 매만지는 나바스는 많이 긴장한 모습이다.
‘6주였었던가?’
2016/17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1차전에서, 나바스는 나의 슈팅을 막았다가 팔에 미세 골절 판정을 받았다.
그로 인해 잔여 경기들과 6월 A매치 경기까지 모두 뛰지 못했고, 레알 마드리드의 프리시즌이 시작된 7월 2일에서야 정상적으로 팀 훈련에 합류했다고 들었다.
잘은 모르지만, 그것 때문 아닐까?
나바스가 긴장한 이유 말이다.
이런저런 부상을 겪어봐서 하는 말이지만, 아픈 건 도저히 익숙해질 수 없는 감정이다.
제아무리 강인한 사람이라고 해도 자신을 아프게 하는 이유가 명확하고 그것을 잘 알고 있다면, 될 수 있으면 그것을 피해 가려고 하지 억지로 마주하려 들지 않는다.
하지만 그 상황을 피할 수 없다면 어떨까.
지금이 바로 그런 순간이다.
“…”
만약 케일러 나바스가 예전의 일이 반복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면, 그는 아마도 이번에 나의 슈팅을 막아내는 것으로 두려움을 떨칠 수 있을 거라 믿을 수도 있다.
하나의 벽을 넘어서고 뒤를 돌아보게 되면, 나를 좌절시켰던 벽이 그리 높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레알 마드리드 정도 되는 클럽의 주전 장갑을 낄 수준의 골키퍼라면, 그러한 벽을 지금까지 수십에서 수백 개도 넘어왔을 게 틀림없다.
‘그걸 이용할 수도 있을 거야.’
케일러 나바스는 아마 알고 있을 거다.
아니, 많은 이들이 알고 있을 거다.
난 이런 위치에서 종종 벽을 넘기지 않고 벽이 없는 곳으로 강하게 축구공을 보내어 득점을 만들어왔다.
‘그러면?’
골대가 있는 곳에서 축구공이 놓은 곳으로 시선을 옮긴 나는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내가 슈팅을 보낼 곳을 확인하는 일을 했다.
그런 뒤에는 괜히 한 번 더 축구공이 놓인 곳으로 다가와 볼을 매만졌고, 다시 몸을 세운 후 슈팅 직전에 보일 풍경을 머릿속에 담았다.
‘좋아. 해보자.’
최초 프리킥을 차려고 했던 것과는 조금 달랐지만, PLAN A가 항상 최선인 것은 아니다.
충분한 준비를 거친 이후라면 모를까, 시간이 만족할 만큼 주어지지 않은 상황에서는 즉흥적인 것이 때론 훌륭한 결과를 불러오기도 한다.
삐?익!!
주심의 휘슬이 울리고, 크게 한 번 심호흡을 한 나는 왼발을 먼저 앞으로 가져갔다.
늘 그렇듯 축구공과의 거리는 순식간에 가까워졌고, 세 번째 스텝 뒤에 움직인 오른발은 사람들에게 익숙할 것과는 조금 다른 식으로 움직였다.
발등이 아닌 발 안쪽.
그리고.
파앙-!
“…”
조금 강한 인사이드패스를 하는 것처럼, 난 축구공을 앞으로 굴려 보냈다.
잘못된 표현이 아니다.
정말 난 축구공을 굴렸다.
그리고 그것은 힘껏 점프한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의 아래를 지나, 골대가 있는 곳으로 곧장 움직였다.
케일러 나바스는 잠깐 움찔하더니, 자리에 멈춰선 채 고개만 돌려 눈으로 축구공의 방향을 쫓고 있다.
저러면 축구공을 막을 수 없다.
{“우오오오-우으아아아아-!!!”}
{“—-!!!”}
득점이 되리라는 것을 직감한 순간부터, 나는 이미 가까운 사이드라인을 향해 달려 나가고 있었다.
그리고는 팬들의 앞에 서서, 오른쪽 손바닥을 가슴팍에 놓아두고 왼손은 허리로 가져가며 최대한 우아하게끔 보이도록 노력하며 허리를 앞으로 숙였다.
마치 무대 위에 서는 배우들의 인사와도 같은 동작이었는데, 로스앤젤레스와 어울리는 셀레브레이션이라고 생각했다.
인사 후 환호하는 팬들의 앞에서 돌아선 나의 앞으로, 동료들이 다가와 축하를 건네어오고 있었다.
조금 전 프리킥을 처리하는 문제를 두고 고집을 피웠던 케빈도, 지금은 아무렇지 않은 듯 환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나를 끌어안았다.
이렇게 기쁨을 나누고 있을 무렵, 골대 안에 있던 축구공을 하프라인으로 날려 보낸 케일러 나바스가 허리춤에 손을 얹은 채 고개를 들어 올렸다.
저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건 더 써먹을 수 있겠어.’
올 시즌 유럽 대항전에서 레알 마드리드를 만날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케일러 나바스가 떠안고 있을 트라우마를 유지했다는 점에서 이번 득점은 더 큰 의미가 있다.
벌써 손에 쥔 카드를 사용하기엔, 프리시즌은 큰 의미를 두기 어려운 경기였으니 말이다.
그저 팬들을 환호하게 만들 수 있었음에 만족감을 느끼며, 나는 한 번 더 손을 들어 올려 손뼉을 두들겼다.
***
.하프 타임
맨체스터 시티 2 : 0 레알 마드리드
@레알 마드리드의 드레싱 룸
전반전이 끝나고 드레싱 룸으로 들어서는 지네딘 지단의 마음은 못내 무거웠다.
그는 내심 전반전 리드를 잡길 원했다.
최소, 경기력이라도 좋아야 했다.
하지만 카림 벤제마와 마테오 코바치치가 만들어낸 서너 차례의 공격을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레알 마드리드는 맨체스터 시티의 전술에 휘둘렸다고 보는 게 옳았다.
지난 시즌에 이어 올 시즌에도 쓰리백 전술에 전혀 대응하지 못한 것도 충격이었다.
“수고했다. 선수를 바꾸지.”
“…”
침묵하는 레알 마드리드의 선수들 앞에서, 지네딘 지단은 예정된 선수 변화를 가져갔다.
애초부터 레알 마드리드는 전반전 45분만을 주전으로 뛰게 한 뒤, 후반전 45분은 교체된 선수로 치를 예정이었다.
일주일을 쉬고 두 번째 경기를 치르는 맨체스터 시티와는 달리, 나흘만을 쉰 레알 마드리드는 부상에 대한 위험부담이 훨씬 더 컸다.
그렇기에 더더욱, 전반전의 결과가 아쉬웠던 지네딘 지단이다.
“후반전에 뛰는 녀석들은 잘 들어라. 이건 프리시즌 경기다. 점수가 어떻고는 신경 쓸 필요가 없다. 피치로 나가, 너희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플레이를 보여주면 된다. 자, 힘을 내자! 오늘 이 경기장엔 팬들이 무척 많이 왔다! 그들에게 레알 마드리드의 유니폼이 부끄럽지 않은 모습을 보여줘라!”
지단에게는 다행히도, 레알 마드리드의 젊은 선수들은 의욕을 가지는 듯했다.
그러나 걱정은 기존의 선수들이다.
‘기가 죽었군.’
전반전, 김다온은 맨체스터 시티가 만들어낸 모든 득점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며 두 개의 공격포인트를 올렸다.
본인의 커리어에는 남지 않을 프리시즌에서의 기록일 뿐이었지만, 그와 레알 마드리드의 사이에는 단순한 친선 경기로 치부하기엔 너무 많은 줄거리가 있었다.
뮌헨의 기적(Munchens Wunder)으로 영원히 남게 된 2013/14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을 시작으로, 김다온을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로 올려놓은 2015/16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의 상대도 레알 마드리드였다.
팽팽하게 맞서던 발롱도르 수상 여론을 김다온에게로 이끈 것 또한 마드리드 더비였으며, 김다온이 커리어 세 번째 빅이어를 들어 올리는 길목에도 레알 마드리드가 있었다.
‘마치, 우리가 악당이 된 것 같지 않은가.’
권선징악(勸善懲惡)은 세대와 문화를 막론하고 가장 선호되는 소재였지만, 고전주의의 특성을 가진 프랑스 문학은 합리적이고 균형적인 결말을 선호했다.
프랑스인이 가장 사랑하는 ‘여우 이야기(Roman de Renart)’ 역시, 이상적인 동화와는 거리가 멀다.
이런 프랑스의 역사 속에서 선악과 옳고 그름은 늘 승자와 패자로 구분되었고, 강한 쪽이 선(善)이며 옳다는 사고를 지단 역시도 가지고 있다.
그러한 관점에서 줄곧 김다온에게 패배해온 레알 마드리드는 악(惡)이자, 옳지 못한 클럽이었다.
“…”
깊은 근심에 잠겨 ‘사색의 길’을 걷기 시작한 지네딘 지단은, 전형적인 우연이 겹쳐 만들어진 현실에 트라우마를 갖게 된 남자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특정한 클럽 혹은 선수에게 약한 징크스란, 본래 이러한 식으로 만들어지는 법이다.
주전을 모두 교체할 수밖에 없던 레알 마드리드.
지단은 이제, 대패(大敗)를 걱정한다.
‘또 페레스가 화를 내겠군.’
올 시즌을 끝으로 레알 마드리드에서의 시간은 끝날 예정이었지만, 클럽을 향한 애정으로 버티기엔 플로렌티노 페레스의 압박은 너무 치졸한 것이었다.
수많은 근심 걱정을 끌어안은 채, 독이 든 성배를 잘 들고 있던 지단이 다시 피치 밖으로 나선다.
반대편에서 걸어오고 있는 맨체스터 시티의 선수단 역시, 제법 많은 변화가 보이고 있었다.
***
(앨런 그린) – BBC 코멘테이터
“케빈 데 브라위너. 오- 스톤스의 좋은 헤더입니다. 막아내는 카시야. 하지만 득점입니다! 맨체스터 시티의 세 번째 득점! 그 주인공은 니콜라스 오타멘디입니다- A Brilliant lead from stones in the corner. 오늘 밤 맨체스터 시티의 서포터는 무척 행복할 것 같군요! 아르헨티나의 센터백도 그들에게 경계하는 셀레브레이션을 보냅니다!”
.
.
.후반 06분
맨체스터 시티 3 : 0 레알 마드리드
하프 타임을 끝내고 다시 피치로 돌아왔을 때, 우리 모두 11명 전부가 바뀐 레알 마드리드의 진영을 보며 살짝 놀라워했었다.
주전으로 나선 이들에게 휴식을 줄 것을 예상하긴 했지만, 생각보다 큰 변화였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우리는 네 명 정도를 교체한 게 전부였는데, 콩파니/워커/아궤로/베르나르두가 빠지고 자네/주앙/스털링/나스리가 투입되었다.
동시에 전형도 4-3-3이 되었고, 조금 전은 주앙의 오버랩으로 얻어낸 코너킥이 득점으로 이어졌다.
‘이젠 의미가 없어.’
오타멘디에게 다가가 셀레브레이션을 나눈 후 벤치를 돌아보자, 교체를 준비 중인 펩이 보였다.
본래는 후반 15분쯤 네 명에서 다섯 명의 선수를 바꿀 예정이었지만, 레알 마드리드가 먼저 경기를 포기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고 봐야 할 것 같았다.
현재 유니폼으로 바꿔입고 있는 건, 클럽 내에서 가장 촉망받는 유망주들이다.
맨체스터 더비에서 환상적인 모습을 보여준 필 포든을 시작으로, 브라힘 디아스/다니엘 그림쇼(Daniel Grimshaw)/토신 애더러바이오요(Tosin Adarabioyo)가 약간 상기된 표정으로 앞으로 나선 것이다.
그리고 그 뒤로 진첸코의 모습도 보였는데, 이젠 나의 시간도 얼추 끝난 것 같았다.
삐?익!
세 번째 득점 이후 2분 정도가 지났을 때 휘슬이 불렸고, 두 개의 교체판을 들어 올린 대기심이 한꺼번에 두 명씩의 선수 교체를 알려왔다.
처음은 케빈과 제주스가 빠졌고, 다음으로 오타멘디와 에데르송이 벤치로 향했다.
마지막으로.
.
(앨런 그린)
“로스앤젤레스의 팬들이 세계 최고의 축구 선수를 향해 기립 박수를 보내옵니다. 조금 더 이 남자의 플레이를 보지 못하는 것이 아쉽기도 할 겁니다.”
(스티브 윌슨) – BBC 공동-코멘테이터
“뚜껑을 열어봐야 하겠지만, 맨체스터 시티는 현재까지 다온이 보여준 플레이에 만족하고 있을 겁니다. 2경기에서 2골 1어시스트죠. 포르투갈이나 독일, 스페인에서 해왔던 일을 잉글랜드 클럽으로 이적한 뒤에도 똑같이 해내는 겁니다.”
(앨런 그린)
“무려 1억 2,500만 유로였습니다, 여러분. 그나마도 계약 기간이 1년밖에 남지 않아 많이 할인된 금액이었죠. 하지만 분명 커다란 돈임은 분명합니다. 아직 어린 23살의 나이라서 부담될 법도 합니다만, 다온은 전혀 그러한 것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인 것 같습니다.”
.
아까 벤치로 돌아오는 길에, 난 잠깐 펩과 농담을 주고받았었다.
전반전 득점을 기록하고 팬들에게 무대인사를 한 것에 관한 보답이냐는 말에, 펩은 웃으며 진첸코가 유니폼을 갈아입는 게 늦었을 뿐이라고 했었다.
하지만 나중에 들어본 결과 펩이 의도적으로 진첸코의 투입을 늦춘 게 맞았다.
진첸코가 알고 있을 지시사항을 굳이 덧붙이며, 가장 늦게까지 그를 붙잡아둔 것이다.
이런 식이다.
펩은.
펩 과르디올라가 주변에 애정을 쏟는 방식은 매번 이렇게 은근슬쩍 일 때가 많다.
‘난 그게 마음에 들거든.’
자연스럽게 미소를 피워 올리며, 난 피치에서 뛰는 동료들을 향해 손뼉을 두들겼다. 그들은 들리지 않겠지만, 벤치에 있는 이들은 들을 수 있다.
나는 동료들이 벤치에 있을 때 잡담을 나누기보다 경기에 집중하는 것을 더 선호하는 편이다.
데드(Dead)볼이 된 상황이라면 상관없지만, 경기가 진행 중인 상태라면 피치에 눈을 고정하고 있어야 한다.
그것을 말로 억지로 권할 생각은 없었기에, 볼이 움직이는 상황에서는 누구보다 더 반응을 많이 하는 편이다.
“오-!”
“?”
필 포든이 멋진 동작으로 레알 마드리드의 32번을 따돌린다. 코치들의 말론, 꽤 주목받는 유망주란다.
11살 때 레알 마드리드의 유스에 입단했고, 지난 시즌은 1군 바로 아래 단계인 카스티야 소속으로 뛰며 9골과 8어시스트를 기록했다.
꼼꼼한 부분까지 자료조사가 잘 되어 있는 맨시티였기에, 토렌트로부터 노트를 건네받는 것으로 어느 정도의 기록은 확인할 수 있었다.
“앞으로 보내!”
“앞이야!”
오스카르 아르나이스(Oscar Arnaiz)를 뚫어낸 포든이 전진 후 앞쪽의 라힘 스털링에게 패스를 보낸다.
몇십 초 전에도 스털링은 거의 똑같은 장소에서 득점을 올릴 기회를 얻었었다. 다만 그때는 골대 왼편으로 슈팅이 빗나갔었고, 지금은 먼쪽이 아닌 가까운 쪽으로 슈팅을 보냈다.
“예에-!!”
“바로 그거야!!”
가까운 쪽 포스트로 오는 것을 예측하지 못한 카시야가 다시 한번 실점을 내어주고, 후반 13분 만에 두 개의 골을 추가한 우린 4:0으로 앞서나가게 되었다.
이후로도 우린 레알 마드리드를 강하게 몰아붙였고, 오스카르에게 실점을 허용하긴 했으나 후반 43분 환상적인 호흡을 선보인 필 포든과 브라힘 디아즈가 쐐기를 박아버렸다.
한 차례의 2:1 패스로 레알 마드리드의 중원 압박을 가볍게 벗겨낸 디아즈가, 골 에어리어 안쪽에서 환상적인 왼발 슈팅을 득점으로 연결한 것이다.
골키퍼가 도저히 막을 수 없는 골대의 상단 구석으로 향하는 슈팅이었고, 유망주의 득점에 크게 기뻐한 나는 계단을 내려가 손뼉을 두드리는 펩의 곁으로 향했다.
“응?”
“바로 이거예요, 펩.”
“뭐라고?”
“이거요. 포든, 디아스, 토신. 쟤네들은 환상적인 실력을 갖췄다고요. 우리는 계속해서 저런 어린애들과 함께 나아가야 해요. 마치…”
“…”
“Class of 92처럼 말이에요.”
“… 하하. 그래- 자네의 말이 옳아. 그리고 내 생각도 자네와 크게 다르지 않네.”
“Great. 진짜 멋져요.”
Class of 92는 흔히 ‘퍼기의 아이들’로 알려진 이들을 통칭하는 용어였다.
데이비드 베컴, 니키 버트(Nicky Butt), 라이언 긱스, 개리 네빌, 필 네빌. 그리고 폴 스콜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중흥기를 이끈 이 여섯 명의 남자들은 맨유의 유스팀에서 만나고 성장해 그들이 가장 사랑하는 클럽을 세계 최고로 이끌었다.
이들의 이야기가 더욱 낭만적인 건, 베컴과 긱스를 뺀 네 명의 선수가 맨체스터에서 태어났기 때문이었다.
자신이 나고 자란 고향의 클럽 유스에 들어가고 마침내 PL에 데뷔하여 끝내 챔피언스리그 우승까지 기록한 역사는 아예 다큐멘터리로도 만들어졌다.
그리고 현재 우리도 맨체스터 시티 유튜브 채널 외 ‘아마존’에서 온 이들이 24시간 붙어 다니고 있다.
지금도 보면,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펩과 내가 나누는 모습을 ‘아마존’의 카메라맨이 촬영하고 있었다.
‘젠장. 들렸을까?’
펩의 가슴팍과 벤치 일부에 마이크가 부착되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떠올린 나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 남성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워주었다.
그러자 그 역시, 더욱 환히 웃으며 같은 행동을 해왔다.
‘들렸네. 틀림없어.’
Class of 92를 말한 부분이 너무 심하게 과장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말이다.
어느새, 경기는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
.
.경기 결과(2017 ICC)
맨체스터 시티 5 : 1 레알 마드리드
[골] 가브리에우 제주스 : 전반 19분(김다온)김다온 : 전반 36분(F.K)
니콜라스 오타멘디 : 후반 06분(존 스톤스)
라힘 스털링 : 후반 23분(필 포든)
브라힘 디아즈 : 후반 43분(필 포든)
***
[5:1 참패. 다온 트라우마. 레알 마드리드는 진정 이대로 괜찮은가? – 마르카]***
작가의 말 ? 메리크리스마스입니당.
월욜에 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