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790)
790화 Trauma (9)
2017년 8월 4일. 레이캬비크, 아이슬란드. 뢰이가르달뤼르 44VC+99G. 뢰이가르달스뵈들뷔르(Laugardalsvollur. Laugardalur 44VC+99G. Reykjavik, Iceland).
.전반 43분
맨체스터 시티 2 : 0 웨스트햄
&Match-Up`s Best Eleven(맨시티/상대팀)
&Tactics(맨시티/상대팀) : 4-3-3/5-3-2
GK ? 에데르송 / GK ? 조 하트
RB ? 카일 워커 / RB ? 파블로 자발레타
CB ? 뱅상 콩파니 / CB ? 안젤로 오그본나
CB ? 존 스톤스 / CB ? 주제 폰치
LB ? 김다온 / CB ? 리스 옥스퍼드
DM ? 야야 투레 / LB ? 아르튀르 마수아쿠
CM ? 케빈 더브라위너 / CM ? 페드로 오비앙
CM ? 다비드 실바 / CM ? 마크 노블
RW ? 베르나르두 실바 / AM ? 마누엘 란치니
LW ? 리로이 자네 / ST ? 마르코 아르나우토비치
ST ? 세르히오 아궤로 / ST ? 미카일 안토니오
.
.
2017 ICC가 진행되어 가면서, PL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들 사이에서 한 가지 이야기가 돌기 시작했다.
바로 맨체스터 시티와 미국에서 만난 클럽의 관계자들로부터, 상대의 전력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강하다는 말이 들려온 것이다.
이번 이적 시장에서만 2억 유로 이상을 쏟아부었기에 당연한 말일 수도 있었으나, 막대한 자금을 풀고도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경우가 숱한 만큼 의미 있는 평가였다.
【“고오오오오오오올-!! 맨체스터 시티! 베르나르두 실바!!”】
그리고 현재, 잉글랜드에서 그리 멀지 않은 아이슬란드로 날아온 기자들은 미국에서 시작된 소문을 눈으로 직접 지켜보는 중이었다.
다비드 실바의 절묘한 침투 패스를 이어받은 베르나르두 실바가 오늘 경기 두 번째 골을 만들어 낸 순간, 기자석 곳곳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이런 세상에나. 완전히 일방적이잖아!”
어디까지나 평가전일 뿐이긴 했지만, 올 시즌 웨스트 햄을 향한 기대는 상당한 편이었다.
지난 시즌 팀의 중추였던 디미트리 파예의 이적 항명과 새로운 경기장의 불편함 등으로 부진하긴 했지만, 웨스트 햄은 PL의 복병으로 꼽히는 클럽 중 하나였다.
2015/16 시즌부터 지휘봉을 잡은 크로아티아 출신의 감독 슬라벤 빌리치(Slaven Bilic)의 지도 아래, 클럽이 한 단계 도약한 모습을 보여 줬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여름, 웨스트 햄은 6천만 유로에 가까운 금액을 지출하며 선수 영입에 힘을 썼다.
스토크 시티의 스트라이커 마르코 아르나우토비치(Marko Arnautovic)를 2,230만 유로에 영입했고, 과거 맨유에서 뛰었던 치차리토 역시 레버쿠젠으로부터 1,780만 유로를 주고 데려오는 데 성공했다.
2016/17 시즌 실패의 원인 중 하나가 빈약한 마무리 능력에 있었기에, 이런 웨스트 햄의 전력 보강은 올 시즌을 기대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맨체스터 시티에서 뛸 자리를 잃은 조 하트와 파블로 자발레타를 영입한 것 역시 좋은 선택이란 말을 들었다.
하지만.
파앙-!
“오-!”
{“우오오오-!”}
오늘 웨스트 햄은 맨체스터 시티를 상대로 어떠한 번뜩임도 보여 주지 못하고 있었다.
선(先)수비 후(後)역습에 중점을 둔 파이브백 전술을 택한 탓이라 볼 수도 있겠지만, 그것을 고려하더라도 오늘의 경기는 너무나도 일방적이다.
‘이게 정말 내가 아는 맨시티라고? 놀라워!’
데일리 미러의 수석 기자이자 맨체스터 시티를 전담하기도 하는 사이먼 멀록(Simon Mullock).
그는 이야기로 들었던 것보다 실제로 접한 맨시티의 경기력이 훨씬 더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시즌 개막이 가까워질수록 팀의 경기력이 상승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지만, 웨스트 햄을 상대로 이런 압도적인 경기를 펼치리라곤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이게 펩 효과인가? 아니면…….’
사이먼 멀록의 눈이 맨시티의 사이드백으로 향한다.
‘사이드백이 본래 문제이긴 했어.’
금방의 득점은 베르나르두 실바가 기록한 것이긴 했지만, 현재까지 경기에서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맨체스터 시티가 수비에서 보여 주는 안정감이었다.
웨스트 햄을 압도하곤 있었지만 맨시티의 경기력 역시 완벽과는 거리가 멀었고, 그 과정에서 잦은 실수가 반복되었다.
하나 그게 끝이었다.
실수가 실수에서 끝난다는 건, 스포츠에서 굉장한 의미가 있는 일이다.
보통 스포츠에서 실수는 뼈아픈 대가로 이어지기 마련이었고, 오늘도 한두 차례 그런 일이 벌어질 뻔했다.
‘……믿기지 않는군.’
오늘 몇몇 상황에서, 웨스트 햄은 날카로운 역습을 성공시킬 뻔했다.
그런데 그럴 때마다, 김다온과 카일 워커라는 현역 최고의 스프린터 두 사람이 이러한 역습 시도를 하프라인 부근에서 번번이 무산시켰다.
가장 놀라웠던 것은 전반 21분, 세르히오 아게로가 상대에게 패스를 잘못 보내면서 시작된 장면이었다.
우연히 패스를 넘겨받은 페드로 오비앙(Pedro Obiang)은 측면으로 넓게 빠져 있던 아르나우토비치를 발견하곤 바로 패스를 찔러 넣었다.
당시 김다온과 아르나우토비치의 거리는 20M 이상 떨어져 있었고, 경기를 지켜보던 모든 사람이 웨스트 햄의 역습이 시작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몇 초 되지 않아, 이들의 시야 바깥에서 등장한 김다온이 아르나우토비치에게 태클을 걸어 넘어뜨렸다.
파울이 선언되지 않은 말끔한 태클이었고, 넘어진 아르나우토비치도 항의할 생각도 하지 못한 채 재빨리 일어나 재압박에 참여했다.
중요한 건 지난 시즌까지 스토크 시티에서 뛴 오스트리아 출신의 공격수가 가장 짜증이 많은 남자란 점이었다.
조금만 물고 늘어질 것이 생기면 짜증을 내며 주심에게 어필하는 남자였기에, 그런 아르나우토비치가 입을 다물었다는 건 인정할 수밖에 없는 수비였다는 의미였다.
더욱 흥미로운 건, 정확히 4분 뒤 피치 반대 방향에서 카일 워커가 비슷한 장면을 연출했다는 점이다.
본래부터 카일 워커는 PL에서 가장 빠른 선수로 꼽히는 풀백이었는데, 지금까지는 그것이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김다온과 함께 짝을 이루게 된 지금은 아니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사이드백들이라.’
맨시티가 웨스트 햄을 아이슬란드에서 얼어붙게 만들었다는 타이틀을 고민하던 사이먼 멀록은, 좌우 풀백의 속도를 기사로 만들어도 훌륭할 것 같다고 생각을 했다.
그렇지만 이내, 그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지금은 너무 아까워.’
정확한 속도를 책정해보지 못한 상황에서, 단순히 맨시티 사이드백을 ‘빠르다’라는 한 단어로 설명하는 것은 아쉬운 느낌이 없지 않았다.
더구나 지금은 ‘얼어붙게 했다’라는 표현을 사용하기 가장 적합한 장소에서 경기가 펼쳐지고 있다.
둘을 한꺼번에 다루면 안 되느냐 말할 수도 있겠지만, 많은 이들이 읽는 기사를 쓰다 보면 훌륭한 소재를 아끼는 방법에 대해서도 배우게 된다.
‘좋은 건 아껴 먹어야지. 암. 그렇고말고.’
올 시즌의 맨체스터 시티는 무척 흥미로울 것이란 생각에, 절로 기분이 좋아진 사이먼 멀록이 미소를 지어 보이며 랩톱의 키보드로 손을 뻗었다.
‘West Ham frozen by Manchester City in Iceland.’
탁.
‘됐어!’
아직 후반전이 남아 있긴 했지만, 남은 시간도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 믿은 데일리 미러의 수석 기자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어 보이며 다시 피치로 눈을 가져갔다.
현재 피치에서는 슈팅 기회를 붙잡은 김다온이 망설임 없이 오른발을 휘두르고 있었다.
투웅-!!!
{“워어어어-!!”}
멀리에서 보기에도 묵직했던 중거리 슈팅은, 웨스트햄의 크로스바를 두들기며 골라인을 밖을 넘어갔다.
.
.
.경기 결과(2017 Super Cup)
맨체스터 시티 5 : 0 웨스트 햄
[골] 세르히오 아궤로 : 전반 08분(다비드 실바)베르나르두 실바 : 전반 43분(다비드 실바)
가브리에우 제주스 : 후반 11분(케빈 더브라위너)
라힘 스털링 : 후반 26분(가브리에우 제주스)
주앙 칸셀루 : 후반 40분
***
2017년 8월 7일. 맨체스터 WA15 0NJ, 잉글랜드. 헤일, 알트링엄. 16 힐 탑.
미국에서 아이슬란드로 이어진 3주가 넘는 투어를 끝마친 후, 맨체스터로 돌아온 우리의 앞에서 펩은 이틀의 휴가를 주겠다고 발표했다.
[“수고했다! 앞으로 이틀은 가족과 함께 보내라!!”]투어 동안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랠 기회를 마다하는 사람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우웅~”
“잘 잤어?”
“음? 언제 일어났어?”
“아까.”
“우음~”
잔뜩 기지개를 켠 아영이가 내 품으로 파고들어 오고, 난 그런 그녀를 안은 채 똑바로 누워 천장을 바라봤다.
“있잖아.”
“웅?”
“생각하면 할수록 집 예쁘다.”
“히히히. 그치?”
“응.”
3주 만에 집으로 돌아왔을 때, 나는 집안 곳곳에 묻어 있는 노력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아영이는 집안 곳곳에 나의 사진과 그간 구매한 그림들을 벽에 걸어 두었고, 자신에게 생각이 있다며 상자 안에 고이 모셔 두었던 트로피들도 멋지게 장식해 놓았다.
처음엔 함께 할 줄 알았던 것들이었는데, 아영이는 프리시즌 동안 버틸 거리가 필요했던 것 같다.
나의 사진을 둘 곳을 찾고 트로피를 하나씩 놓아두며, 그녀는 외로움을 덜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난 진짜 복도 많지. 이렇게 예쁜 여자가 내 와이프네?”
“…….”
“응?”
“난 진짜 복도 많아. 이렇게 멋진 남자가 내 남편이네?”
“파핫-! 뭐?!”
“후훙~ 뽀뽀.”
집안에 따로 마련해 둔 웨이트트레이닝룸에서 간단한 훈련을 한 것 외엔 푹 쉰 지난 시간 동안, 나는 투어 동안 쌓인 피로를 말끔하게 씻을 수 있었다.
아영이가 그 지분의 99%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부르르르-
“그레이스인가 봐.”
“아침 먹자.”
“응.”
잉글랜드로 온 이후, 우리 부부는 식사를 책임져 줄 전담 쉐프를 따로 고용했다.
그레이스 윤(Grace Yoon)은 한국계 영국인 여성이다.
한국인 부모님 밑에서 태어난 이민자 2세로, 영양학을 전공했으며 맨체스터 시내에 있는 두 개의 식당에서 5년 동안 쉐프로 일한 경력도 지니고 있다.
처음 우리가 토지를 매입해서 집을 직접 짓기로 한 것엔, 아영이의 스태프와 우리의 식사를 담당해 줄 사람들이 머물 공간도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모두 집안에 따로 마련된 별채에 머물고 있고, 보디가드인 로클란 도일(Lochlan Doyle)과 그의 가족도 별채 2층에서 생활하고 있다.
이중 그레이스와 로클란의 급여는 맨시티에서 해결해 주고 있어, 우리는 보너스 정도만 주면 됐다.
“좋은 아침이에요, 그레이스.”
“좋은 아침. 잠은 잘 잤어요?”
“그럼요. 물론이죠.”
현재 우리의 집은 총 4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주된 활동 영역인 거실과 주방은 2층에 있고, 3층은 손님 방과 아영이와 나의 취미 공간으로 꾸며졌다. 침실은 4층 전체고, 1층엔 웨이트트레이닝룸을 포함한 운동 시설이 갖춰졌다.
처음엔 정원에 수영장을 만들까 했지만, 아영이의 의견을 수렴하여 수영장은 옥상에 설치했다.
덕분에 정원은 온전히 식물원의 느낌처럼 꾸밀 수 있었는데, 중앙에 설치된 분수와 가득 심어놓은 나무들은 전부 아영이의 의견을 반영해 만들어졌다.
주차장은 지하에 있다.
“헤이, 보스. 좋은 아침이에요.”
“좋은 아침이에요, 도일. 가족들은요?”
“오늘 아침에 처가에 갔죠. 덕분에 행복하다고요.”
“Come on. 또 그런다. 당신이 공처가라는 건 모두가 다 아는 사실 아니에요?”
“쉬잇- 그건 비밀이라고요.”
“하하.”
다행히도, 잉글랜드로 와 함께 지내게 된 이들 모두 좋은 사람들이다.
그리고 둘이서만 지냈던 날들보다, 이렇게 북적거리는 편이 원정을 떠나거나 했을 때 훨씬 마음이 더 편했다. 이번 투어 때만 봐도 그렇다.
장모님이 다녀가신 것도 있겠지만, 아영이 혼자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 축구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
결정을 앞두고 이러한 삶을 오래전부터 살았던 메시에게 조언을 구했었는데, 다가올 크리스마스에 고마움을 더해 선물이라도 보내야 할 것 같다.
“Damn-! What the hell is this?”
“한국식 아침이에요, 도일.”
“뭐?! 이게요??”
아침상에 차려진 미역국을 본 로클란 도일이 인상을 찌푸리며 그릇을 휘적이고 있을 무렵, 이어진 반찬과 메인 음식들이 테이블에 오르기 시작했다.
부지런히 움직인 그레이스와 아영이 덕에 상이 전부 차려졌고, 나는 해초 따윈 먹지 않는다는 도일에게 국물만을 먼저 먹어 볼 것을 부탁했다.
그리고.
“오?”
“말했죠? 소고기도 들었다니까요.”
“흐음- 후루룩.”
아직 미역을 먹는 것은 어려워하고 있었지만, 국물과 고기를 챙겨 먹는 도일을 보며 나는 아영이와 그레이스에게 잘 먹겠다 말해주었다.
“음- 그레이스. 이거 정말 좋네요.”
“그렇죠? 어머니가 오셨을 때 레시피를 배웠거든요. 이것 말고도 배운 게 많아요.”
“장모님 레시피?”
“응. 그런가 봐.”
“와-우, 그거 좋네. 나 장모님 음식 좋아. 엄마 음식도 그립긴 하지만, 매일 먹는 거면 장모님께 더 좋은 것 같아.”
세상에서 엄마의 음식을 가장 사랑하는 나이지만, 간이 덜하다는 면에서는 장모님 쪽이 식단에 더 알맞았다.
물론 내일부터는 가족들의 식사와 나의 아침 식사가 또 달라지겠지만 말이다. 그레이스는 이미 나의 시즌 중 식단을 전달받은 상황이다.
해산물의 공수를 위해 리버풀에 있는 한 수산업자와 계약을 맺기도 했고, 몇몇 재료는 포르투갈과 독일에서 공수했다.
워낙 다양한 나라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 온 나이기에, 나의 식단은 지금까지 거쳐 온 곳의 음식을 뒤섞어 놓은 느낌이었다.
“지금 그거 많이 먹어 두세요.”
“응?”
“오늘 저녁부터는 식단 시작이니까요. 알고 계시죠?”
“꼭 지금 그걸 말해야 해요? 체할 것 같잖아요.”
“전 그냥 많이 드시라고 말한 거예요.”
“이런!”
독일과 스페인에 머물 때와 비교해 한결 화기애애해진 아침 풍경.
이것 역시 내가 어제와 오늘 행복한 이유다.
이들 역시, 이젠 나의 가족이다.
‘더 열심히 해야겠어.’
풍성하고 따뜻한 아침 식탁의 앞에서, 나는 더 힘을 내야 할 이유를 얻고 있었다.
***
2017년 8월 8일. 맨체스터 M11 3FF, 잉글랜드. 13 로슬리 스트리트. 에티하드 캠퍼스. 퍼스트 팀 피치.
이틀 동안의 휴가가 끝나고 다시 모인 자리에서, 나는 펩에게 전날 느낀 감정을 말했다.
“가장이라고요?”
“그래. 자네의 그 기분 말이야.”
“…….”
“집안의 따뜻한 식탁에서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으면, 보게 되는 거야. 앞으로 내가 책임져야 할 사람들을 말이지.”
“와-우.”
“응?”
“전혀 몰랐어요.”
“하하. 보통 처음은 다 그러하네.”
“그런가요?”
“물론.”
환하게 미소를 지은 펩이 내 어깨를 두드려오며, 조금 더 남자가 된 것 같다고 말을 해 주었다.
당분간 아이 계획이 없는 우리 부부를 알고 있어 한편으로는 걱정도 됐었는데, 새로운 식구들을 가지게 되면서 비슷한 종류의 책임감이 생긴 것 같다고 말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아이가 생기는 경험을 통해 남자가 되어 가는 일은 무척 중요시되고 있다.
“그래서? 마음에는 드나?”
“네?”
“새로운 사람들 말일세.”
“아, 네. 물론이죠. 아내의 표정만 봐도 알 수 있거든요. 그녀가 저 없이 얼마나 마음 편히 지냈는지 알 수 있었어요.”
“멋지군. 덕분에 축구에 더 집중할 수 있어.”
“바로 그거죠.”
펩과의 대화를 끝낸 후, 동료들의 틈으로 섞여 들어간 나는 스트레칭부터 시작한 오전 훈련을 이어 나갔다.
휴식을 취한 덕에, 모두의 표정이 좋아보인다.
다만 투어 전과 차이가 있다면, 사미르 나스리와 윌프레드 보니가 각각 안탈리아스포르(터키)와 스완지 시티 AFC로 이적해 클럽을 떠나게 되었다는 점이다.
클럽을 떠날 거라 예측되었던 선수 중 남은 두 명이 이적한 것이어서, 선수단의 정리가 어느 정도 끝났다는 것으로 볼 수 있었다.
유일하게 아직 이야기가 나도는 건 추가적인 센터백 영입인데, 어제 샘 리가 영입에 근접했다는 트윗을 올리면서 많은 이야기가 나도는 중이었다.
어젯밤에는 ‘데일리메일’에서 하비 혹은 제롬이 이적할 거란 뉴스를 내보냈는데, 확인 결과 터무니없는 루머였다.
“너희는 뭐 했어?”
“똑같지. 낮에는 쉬고. 밤에는 같이 놀고.”
“젠장. 너희 둘은 진짜 질리지도 않는구나?”
“질릴 게 뭐가 있겠어.”
휴가 기간 내내 저녁을 함께 먹었다는 말에, 베르나르두와 나를 본 다비드 실바가 고개를 저으며 멀리 멀어졌다.
그런 우리에게로 다가온 건 페이비언 델프인데, 본래 이적이 유력했지만 스스로 모든 제안을 거부해 맨시티에 남은 이 남자는 포지션 전환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펩은 페이비언 델프가 왼쪽 풀백으로 뛸 모든 자질을 갖추었다고 판단했고, 꾸준한 설득을 통해 수비수로 뛰도록 하는 걸 허락하게 했다.
내 기억으론 레알 마드리드 경기가 끝난 다음이었고, 그 뒤로 델프는 나와 더 자주 어울리려 하고 있었다.
아스톤 빌라에서 맨시티로 이적할 때의 과정이 매끄럽지 못해 잉글랜드 내에서의 여론은 최악에 가깝지만, 한국에선 투석기의 이미지로 유명했다.
“있잖아. 나 이거 좀 궁금해.”
“뭐가?”
“왜 한국인들은 나를 파비앙이라 부르는 거야?”
“뭐??”
꽤 열정적으로 소셜네트워크를 하는 페이비언 델프는 최근 자신의 계정을 찾은 한국인들이 한글로 파비앙이라 적는 것을 말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내게, 자신의 이름을 한국어로 정확히 적는 방법을 물어왔다.
난 식당에서 그의 폰을 받아 정확히 적어 주었는데, 놀라운 건 그가 한국어 키보드를 따로 받아 놨다는 사실이었다.
“그건 나도야.”
“뭐?”
“나는 좀 됐는데? 몰랐어?”
“진짜?”
“응.”
맞은편에 앉은 베르나르두 역시, 5년 전부터 한국어 키보드를 휴대 전화에 저장해 두었다며 아마도 지금은 많은 맨시티의 선수들이 그럴 거라고 했다.
물론 과거에도 람, 뮐러, 레비, 리베리와 같은 남자들이 한국어 키패드를 따로 저장해 두는 걸 본 적이 있었지만, 맨시티에도 그런 이들이 많을 줄은 생각도 못 했다.
“무슨 소리야? 네가 여기에서 뛰고 있잖아?”
“그런가?”
“젠장. 너는 진짜 뜬금없는 부분에서 무관심하다니까?”
“시끄럽고 밥이나 먹어.”
“하-! 바보. 바보!”
“뭐??”
한국어로 정확히 바보라고 말하는 베르나르두를 보며 어이가 사라지려고 할 무렵, 델프가 곁에서 무슨 의미냐고 말을 걸어와 분위기를 이어 나갈 수 없게 되었다.
“오-! Stupid이 그거구나. 뭐라고?”
“바보. 바아보. 바.보.”
“에이! 쓸데없는 것 클럽에 전파하지 말래?”
바보를 가리키는 것에 열성인 베르나르두와 그 이상으로 열성적인 페이비언 델프를 보며, 나는 당분간 맨시티 내에 바보 열풍이 몰아닥칠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하아- 바보들 진짜.’
하지만, 이런 현상이 무척 마음에 드는 것은 부정하지 않으려고 한다. 동료들의 모습에 한심해하면서도, 지금의 내가 미소를 감추지 못하는 이유다.
프리시즌이 끝나고 PL 개막을 눈앞에 둔 현재, 나의 맨체스터 생활은 훨씬 더 즐겁게 변해 있었다.
***
※ 2017/18 시즌 맨체스터 시티 스쿼드
-> 괄호 안은 나이/몸값
-> 나이는 2017.08.08. 기준
GK
31. 에데르송(23/4,500만 유로)
1. 클라우디오 브라보(34/315만 유로)
CB
5. 존 스톤스(23/4,500만 유로)
14. 에므리크 라포르트(23/4,500만 유로)
30. 니콜라스 오타멘디(29/3,150만 유로)
15. 엘리아큄 망갈라(26/1,350만 유로)
4. 뱅상 콩파니(31/900만 유로)
RB
2. 카일 워커(27/4,500만 유로)
27. 주앙 칸셀루(23/3,500만 유로)
LB
22. 김다온(23/2억 2,000만 유로)
18. 페이비언 델프(27/1,350만 유로)
35. 올렉산드르 진첸코(20/630만 유로)
CM
25. 페르난지뉴(32/1,350만 유로)
8. 일카이 귄도안(26/3,600만 유로)
47. 필 포든(17/630만 유로)
42. 야야 투레(34/225만 유로)
AM
17. 케빈 더브라위너(26/1억 3,500만 유로)
21. 다비드 실바(31/2,700만 유로)
55. 브라힘 디아즈(18/450만 유로)
RW
20. 베르나르두 실바(22/8,500만 유로)
27. 패트릭 로버츠(20/675만 유로)
LW
7. 라힘 스털링(22/8,100만 유로)
19. 리로이 자네(21/8,100만 유로)
ST
10. 세르히오 아궤로(29/7,200만 유로)
33. 가브리에우 제주스(20/7,200만 유로)
***
작가의 말 ? 다음 화부터 본격적인 PL 시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