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793)
793화 Trauma (12)
“!!”
떠올랐던 몸이 그라운드로 떨어져 내린다.
‘젠장.’
옆쪽에서 가해진 힘 때문에 밀려난 나는 사이드라인 바로 앞에 있는 광고판에 부딪히고 만다.
쿵-!
“!!”
아플 거로 예상은 했지만, 왼쪽 어깨에서 시작된 둔탁한 통증은 각오했던 것보다 훨씬 더 강했다. 난 그대로 피치에 드러누웠고, 브라이튼의 팬들은 이런 내게 야유를 보내 왔다.
{“Come on, Arsehole!! 연기하지 말고 일어나!!”}
{“KNOB!! 거기가 네 침댄 줄 알아??”}
{“당장 몸을 일으켜!! 이 더러운 녀석!!”}
미쳤다고 말하겠지만, 브라이튼 팬들의 욕설을 듣는 순간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래서 이를 감추기 위해 몸을 돌리며 얼굴을 가렸고, 이런 나의 등 뒤에서 여러 사람이 엉겨 붙는 소리가 들렸다. 가장 먼저 들려온 건, 화가 난 케빈의 목소리였다.
“이 개새끼!! 고의로 밀었어!!”
.
.
.전반 03분
브라이튼 0 : 0 맨체스터 시티
(이안 다크) – BT Sports 코멘테이터
“This is hard foul. 고통스러워하는 다온입니다. 솔리 마치. 맨체스터 시티의 선수들은 지금의 행위가 고의적이었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마틴 커윈) – BT Sports 컬러-코멘테이터
“인정사정없는 파울이었습니다. 솔리 마치가 전형적인 프리미어리그 방식의 환영 인사를 해 주는 것 같네요.”
.
미국에서 가졌던 맨체스터 더비 때 잠깐 맛보기로 느끼기는 했지만, PL에서 뛰는 선수들은 자신이 남자답다는 것을 묘한 방식으로 과시하는 듯했다.
지금 장면이 있기 전, 나는 사이드 돌파를 시도하는 솔리 마치(Solly March)로부터 간단히 볼을 탈취했었다.
그런 뒤 몇십 초가 지나서 파울을 당한 것인데, 카드를 줄 법도 했지만 마이클 올리버는 그러지 않았다.
‘명성대로인가?’
가장 쉽게 간과되긴 하지만, 주심의 성향은 경기력과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 중에 하나다.
그렇기에 우린 경기장 밖에서 주심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자 노력하며, 상대 팀 못지않게 경기 당일 휘슬을 붙잡을 이에 관한 자료 조사를 한다.
예를 들어 여기 마이클 올리버는 PL의 주심 중 가장 훌륭하단 평을 듣지만, 종종 판정의 기준이 요동쳐서 뛰는 선수들에게 혼란을 준다.
지금과 같은 몸싸움에 카드를 주지 않았다고 해서 같은 행동을 했다간, 노란색이 아닌 빨간색이 꺼내지기도 한다.
그래서 PL의 선수들은 마이클 올리버를 두고 [“좋은 심판인지 아닌지 헷갈린다.”]는 평을 했는데, 중요한 건 이런 마이클 올리버가 PL 주심 중에서 가장 낫다는 점이다.
PL의 주심은 유럽 전체에서 가장 까다롭기로 소문난 심판 자격시험을 자랑하는 분데스리가나, 유능과 그렇지 않음의 차이가 극명했던 라리가와는 또 달랐다.
‘앞으로가 험난하겠어.’
경고 카드 하나만 꺼내졌어도 괜찮았을 건데, 오늘 마이클 올리버의 기분을 확인한 현재는 뚜렷한 플레이의 기준을 세울 수 없어 조금 머리가 복잡했다.
“괜찮아?”
“확인해 보실래요? 통증이 있긴 해요.”
“그래. 팔을 들어 올려 봐.”
케빈과 솔리 마치의 격렬했던 몸싸움이 한바탕 지나간 후, 사이드라인 밖에 있던 내게 달려온 에두 마우리가 왼쪽 어깨의 상태를 점검했다.
팔을 움직이기 시작했을 때 저릿한 통증이 느껴졌지만, 지시에 따라 어깨를 몇 번 돌리고 나자 곧 괜찮아졌다.
“후우~ 내기 하나 하실래요?”
“내기? 무슨 내기?”
“과연 제가 PL에서 몇 번이나 환영 인사를 받을지요. 장담하는데, 틀림없이 19번일 거예요.”
“하하. 자네는 참…….”
“매력적이라고요?”
“본래는 농담을 시도 때도 없이 한다고 말하려 했는데, 그래. 그것도 부정하진 못하겠군. 손을 잡게.”
“네.”
금방 에두 마우리에게 말한 것처럼, 나는 올 시즌 PL에서 뛰는 클럽을 처음 만날 때마다 이러한 식의 환영 인사를 받을 것이다.
그래서 19번이라 말한 것이다.
‘이젠 열여덟. 십팔.’
어린애처럼 열여덟을 욕처럼 생각한 것에 미소를 띠며, 난 사이드라인으로 다가가 마이클 올리버를 향해 손을 들어 올렸다.
잠시 뒤, 그가 들어오란 손짓을 보내왔다.
.
(양은석) – SPORTV 캐스터
“아, 다행히 김다온 선수는 괜찮아 보입니다.”
(정지현) – SPORTV 해설위원
“네. 앞으로 계속해서 이런 강력한 견제가 가해질 겁니다. 리오넬 메시나 크리스타이누 호날두가 받았던 견제처럼, 김다온 선수도 거칠게 나오는 선수들을 계속해서 만나게 될 겁니다. 물론 그것을 현명하게 극복할 만큼 영리하고 기술적인 선수이나, 부상은 그래도 조심해야 합니다.”
(양은석)
“카일 워커의 크로스. 하지만 한발 앞서 루이스 덩크가 걷어냅니다. 맨체스터 시티의 스로인입니다.”
.
시즌 개막을 예상하는 ‘Sky Sports’의 TV 프로그램에서, 출연한 패널 중 하나가 우리가 오늘 경기에서 사용할 전술을 3-5-2로 예상했다.
아이슬란드에서 펼친 웨스트햄과의 경기에서 쓴 4-3-3은 일종의 연막 작전이라며, 미국에서 사용한 쓰리백이 올 시즌 맨시티의 주된 전술일 거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예상은 반만 옳았다.
오늘 우리가 사용한 전술은 넓게 보았을 때 3-5-2가 맞지만, 엄밀히 따졌을 땐 1-3-3-3에 더 가깝다.
빌드업이 시작되면, 좌우 센터백이 페르난지뉴가 있는 위치까지 올라서고 세컨드스트라이커가 된 베르나르두는 반대로 내려서서 두 명의 미드필드 사이에 자리를 잡는다.
이때 우리의 전형은 1-3-5-1이 되지만, 볼이 일정 위치를 넘어서면 워커와 내가 윙어처럼 뛴다.
수비진영에 많은 숫자를 밀어 넣은 브라이튼이라서, 오늘 펩은 워커와 내게 되도록 측면에서 머물러 줄 것을 요구했다. 그래야 좌우 풀백을 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
오른쪽에서 던져진 스로인이 뒤쪽 뱅상에게까지 이어지고, 이후 패스를 받은 페르난지뉴가 다비드 실바에게 볼을 이었다.
여전히 난 측면에 머물러 있었고, 공격의 전개는 일단 중앙에 밀집된 선수들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두 명의 실바를 주축으로 만들어진 짧은 패스가 유려하게 피치를 움직인다.
현재 브라이튼은 페널티박스 앞 라인을 따라 총 여섯 명의 수비수를 배치하고 있다.
‘마주쳤어.’
다비드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곧장 앞으로 뛰어나가는 스프린트를 시작했다.
길이 거의 보이지 않았지만, El Mago(마법사)는 없는 패스길도 만들어 낼 남자다.
‘오-!’
실제로 다비드는 축구공을 부드럽게 띄우는 것으로 새로운 항공로(航空路)를 개척했고, 그것이 떨어져 피치에 닿는 순간 난 거기에 오른발 바깥쪽을 가져다 댔다.
툭.
“?”
그리고 급제동.
탁-!
“!!”
단 한 번의 터치만으로, 브라이튼의 오른쪽 풀백인 브루노가 가볍게 벗겨진다.
여태껏 나를 상대해 온 이들은 늘 속도를 의식해 왔기에, 이러한 방식의 원터치는 매번 먹혀들었다.
“헤-이!!!”
“…….”
브루노가 벗겨짐과 동시에, 바로 크로스를 보낼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축구공을 바깥쪽에 놓아두었기에, 오른발 크로스를 올리기 좋은 상태다.
반대 발 측면 자원을 두었을 때의 장단점 모두 크로스에 있는데, 주로 사용하는 발 앞쪽에 축구공을 제대로 놓아두게 되면 장점만이 부각된다.
정 발 윙어들이 올리는 크로스가 골대와 멀어지는 궤적을 지닌다면, 반대 발 윙어들의 크로스는 골대와 가까워진다.
살짝 방향을 틀거나 머리나 다리를 스치게 만드는 것만으로, 충분히 득점을 올릴 수 있다.
현재 내게 소리를 지른 건, 루이스 덩크(Lewis Dunk)와 쉐인 더피(Shane Duffy)의 사이에 선 쿤이었다.
팡-!
슬쩍 고개를 들어 쿤의 위치를 확인한 내가 크로스를 띄워 올리고, 볼이 떨어지는 곳으로 정확히 몸을 가져간 그가 볼을 쳐다보며 이마를 가져다 댔다.
골키퍼와의 거리는 불과 3M도 되지 않아 보였고, 헤더가 이뤄졌을 때 나는 영락없이 득점이 되는 줄 알았다.
그러나.
팡-!
“!!”
{“오오오-!!!”}
쿤의 헤더는 어이없게도 골키퍼가 서 있는 자리로 향하고 말았다.
“AH-! COME ON!!”
최근 몇 년간 보아 온 헤더 중 가장 나빴던 장면을 목격한 내가 인상을 찌푸리며 소리를 내지르고, 머리를 감싸 쥐었던 쿤이 손을 들어 올리며 사과를 보내온다.
기회를 놓쳐 가장 아쉬워해야 할 그가 사과할 만큼, 금방 나의 크로스는 완벽한 것이었다.
전반전 초반 앞서나간 기회를 놓친 것에 대한 진한 아쉬움이 선수단을 지배할 무렵, 테크니컬 에어리어에 선 펩이 손뼉을 치켜 이런 우리를 달리게 만든다.
“좋았다!! 계속 밀어붙여!!”
그런 그의 목소리에, 나 역시 아쉬움을 떨쳐버리기로 하며 수비를 위해 아래로 내려섰다.
걸어가는 길.
“네가 좀 대단한 줄 아나 봐?”
“…….”
“내가 볼 때 너는 가짜야. 알아?”
“…….”
기다렸다는 듯 시비를 걸어오는 솔리 마치를 지나치며, 나는 조용히 다음 기회를 만들고자 했다.
‘기왕이면, 조금 다른 기회도.’
PL 데뷔 후 5분.
아직은 그냥 무난하다.
***
.전반 13분
브라이튼 0 : 0 맨체스터 시티
맨체스터 시티의 베테랑 미드필드 다비드 실바는 투어 때 본 김다온의 플레이를 보며 이런 생각을 했다.
[‘와- 벌써 폼이 저렇게 올라왔다고?’]2주 정도 빨리 프리시즌을 시작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선수들을 상대로, 유일하게 그들과 비슷한 수준의 컨디션을 보여 줬던 건 김다온이 유일했었다.
한데,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다.
그건 폼이 올라왔던 것이 아니었다.
김다온 역시, 맨시티의 다른 선수들처럼 프리 시즌을 막 출발한 상태의 컨디션을 보여 주었던 것에 불과했다.
“막아-!!”
오늘, 펩 과르디올라는 양쪽 윙백의 위치를 2선에 고정하는 과감한 선택을 했다. 브라이튼의 전술과 공격력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판단이었다.
그리고 그 결과, 공격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을 수 있게 된 맨시티의 윙백들이 경기를 지배 중이다.
특히 왼쪽에 자리 잡은 김다온은 솔리 마치와 브루노를 몇 번이나 피치에 넘어뜨리며, 수비를 단단히 하려던 크리스 휴턴의 의도를 망쳐 놓고 있었다.
전반전 5분 절묘한 볼 터치로 크로스가 띄워진 후, 브라이튼의 오른쪽은 허술한 지역이 되어 버렸다.
지금만 해도 김다온이 브루노를 따돌리며 페널티박스 안으로 파고들었고, 총 세 명의 선수가 달려들고 나서야 가까스로 축구공을 골라인 밖으로 걷어 낼 수 있었다.
맨체스터 시티에 코너킥이 주어지고, 여유가 넘치는 김다온에 반해 브라이튼의 남자들은 반쯤 넋이 나간 얼굴이었다.
그러한 모습에, 다비드 실바는 발렌시아 시절 때 만난 리오넬 메시를 떠올렸다.
‘거의 똑같아.’
완숙미가 생겨난 현재의 메시와는 또 다른, 육체적으로 좀 더 싱싱하고 젊은 에너지가 넘쳐나던 2000년대 후반의 메시는 파괴적이란 측면에서는 훨씬 더 뛰어났다.
물론 축구에 도가 튼 현재의 메시가 더 훌륭한 선수임은 부정할 수 없지만, 누가 더 막기 힘든 선수냐는 그것과는 조금 다른 문제다.
과거의 메시와 현재의 메시를 모두 경험해 본 수비수들은 열이면 열, [“둘 모두 힘들지만, 순수 수비적인 측면에서는 과거의 메시가 훨씬 더 힘들다.”]고 말을 한다.
‘그게 시작이었다니.’
다시 한번 프리시즌을 떠올린 다비드 실바.
그는 새삼 깨달았다.
‘쟤한테 볼을 밀어줘야 해.’
삐?익!
케빈 더브라위너의 프리킥이 박스 안으로 띄워 올려지지만, 특별한 장면으로는 이어지지 않은 채 볼이 브라이튼 쪽으로 넘어간다.
그렇게 한숨 돌린 브라이튼은 정돈을 위해 의도적으로 경기 속도를 늦췄고, 그러는 사이 다비드 실바가 케빈 더브라위너에게 한 가지 신호를 보냈다.
왼쪽 측면에 조금 더 비중을 두고, 카일 워커를 전환 패스를 받는 사람으로 만들자는 의미였다.
단단한 수비를 깨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한쪽에서 발생한 균열을 전체로 번져가게 만드는 것이었고, 현재 그러기 위해서는 김다온을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했다.
한발 앞서 이를 깨달은 베르나르두 실바가 위성처럼 늘 달라붙어 있다는 점도, 다비드 실바가 이런 판단을 내린 이유였다.
‘쟤라면…….’
시즌 개막 첫날, 다비드 실바는 경기의 승패를 오늘 데뷔전을 치르는 한 남자에게 맡겨 보기로 한다.
***
.전반 20분
브라이튼 0 : 0 맨체스터 시티
무리뉴로 인해 널리 알려진 일명 ‘버스 세우기’가 가장 잘 통하는 리그는 어디일까?
카테나치오의 이탈리아?
삐-
전혀 그렇지 않다.
‘에이, 진짜.’
기껏 전진했다 뒤로 물러서는 모습을 보며, 답답했던 나는 조금 인상을 찌푸렸다.
지금까지 몇 번이나 말했지만, PL은 모두가 모두에게 패배할 수 있는 리그로 불린다.
리그 내의 전력 격차는 분명 존재했지만, 여타 다른 리그에 비해 상향평준화 되어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모두가 모두에게 패배할 수 있는 세리에 A와는 전혀 다른 이유다.
칼치오폴리 이후 추락을 거듭한 세리에 A는 현재, 리그 전체가 하향평준화 되어 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최상위권 전력을 차지하던 팀들의 전력이 크게 떨어졌고, 만약 안토니오 콘테가 유벤투스를 부활시키지 않았더라면 이런 흐름은 몇 년 더 지속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현재 세리에 A의 팬들은 하향평준화 되었다는 평가를 부정하지만, 그렇다고 진실을 가릴 수는 없다.
어쨌든.
상향평준화 된 리그가 의미하는 것은, 리그 중위권의 팀들도 수준급의 선수를 다수 보유했다는 뜻이 된다. 단편적으로, PL에는 셀링 클럽이 없다.
웨스트햄과 사우샘프턴을 셀링 클럽으로 지칭하는 사람들 역시 있긴 하나, 엄밀히 말해 뛰어난 유스시스템을 지닌 탓에 자금력에서 밀린 것일 뿐이다.
PL의 어떠한 클럽도, 육성한 선수를 팔아 벌어들인 돈으로 클럽을 운영하지 않는다.
오히려 PL의 클럽은 늘 구매자의 입장이었고, 자금력이 조금 떨어지는 클럽들은 변방의 에이스나 당장 빅클럽에서 뛸 수 없는 유망주를 영입하는 식으로 전력을 채웠다.
그렇기에 경기일 컨디션이 좋은 PL의 중위권 클럽은, 당일 컨디션이 나쁜 최상위 클럽을 얼마든지 꺾을 수 있었다.
분데스리가나 라 리가 역시 마찬가지지만,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빈도는 이곳에 훨씬 더 높다.
그래서 PL에는 난타전이 많고, 승격팀이라고 해도 언제든 주먹을 뻗을 준비를 하고 있다.
[“전략적 무승부를 생각하는 사람은 프리미어리그에 존재하지 않는다.”]던 앨런 시어러의 말이나, [“PL은 승격팀도 1위 팀을 진지하게 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개리 네빌의 발언에서도 이 같은 현상을 찾을 수 있다.그렇기에, PL의 상위권 클럽은 일방적으로 수비에 나서는 팀을 다루는 일에 어려움을 겪는다.
최근 몇 년 챔피언스리그만 보더라도, PL의 클럽은 역습에 취약한 모습을 보여 줬다.
이는 공수 전환의 속도도 속도지만, 상대가 버스를 세웠을 때 그것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를 모른다는 점이 결정적 원인이었다고 생각한다.
우선, 우린 침착해야 한다.
“O!!”
기껏 브라이튼의 선수들을 박스 안에 가둬 두고도 아무것도 하지 못한 것에 짜증이 났던 나는, 아래로 쭉 내려와 오타멘디로부터 직접 볼을 받아 들었다.
그런 뒤엔 베르나르두에게 패스를 보내며, 다시 팀의 라인을 높이고자 했다.
과거 뛰었었던 SL 벤피카와 바이에른 뮌헨 모두, 눌러앉는 팀을 상대로 할 땐 항상 라인을 높게 유지했다.
그 때문에 뒷공간을 노출해 위기를 허락하더라도, 라인이 밀려나 내려와 버리면 상대가 수비를 더욱 단단하게 가져갈 여유를 줄 뿐이다.
당연히 펩은 전술적으로 우리에게 늘 라인을 높이라고 말하지만, 피치에서 뛰는 선수가 두려움을 갖고 있다면 감독의 지시는 이뤄지지 않는다.
그렇다.
두려움.
나는 요즘 계속해서 이를 말하고 있다.
“HEY–!! 올려!! 집 지키는 갈매기한테 너무 겁을 먹고 있잖아!!!”
라인을 높이려는 시도가 무위로 끝난 뒤, 함께해 주는 동료가 부족해 볼이 사이드라인 밖으로 빠져나가야 하는 것을 보아야 했던 난 몸을 돌려 팀 전체를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끊임없이 오른팔을 휘저으며, 그들이 있어야 할 위치가 더 높은 곳임을 알렸다.
잠시 뒤, 다비드 실바가 가장 먼저 이런 나의 행동에 반응했다. 몸을 뒤로 돌린 그가 수비수들에게 올라올 것을 요구했고, 뒤이어 케빈의 위치도 조절한 것이다.
‘진즉에 그랬어야지.’
최후방으로 패스를 돌리는 건, 볼을 점유한 우리 스스로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고 느꼈을 때다. 혹은 공격의 진행 방향을 변화할 때도 후방으로 볼을 보낼 수 있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우리는 높은 위치에서도 안정적으로 볼을 지키고 패스를 보내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그것을 위해 매일같이 훈련하는 것이고, 그 이유를 이해하기 위해 비디오를 보며 대화를 나누는 거다.
단순히 더 나아지기 위해 훈련을 한다고 믿고 있다면. 혹은 축구 선수로서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거라면, 나는 그에게 단단히 잘못 생각했다 말해 주고 싶다.
그건 맨체스터 시티 정도 되는 클럽에서 뛰는 선수가 지녀야 할 태도가 아니다.
우린 목적성을 지녀야 한다.
감독이 어떠한 축구를 하기 원하는가?
그가 우리에게 말하는 이유는 무언가?
무엇을 하길 원하고.
어떤 역할을 부여했나.
맨체스터 시티의 모든 이들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뭔가 단단히 착각하고 있는 사람이 많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었다.
“바로 리턴!”
스로인을 베르나르두에게 보낸 후 바로 리턴 패스를 받아 든 나는 재빨리 접근하는 솔리 마치의 가랑이 사이로 축구공을 흘려보냈다.
“!”
그리곤 마치를 따돌리며 넓은 공간으로 나아가려 했으나, 반사적으로 손을 들어 올린 마치에 의해 가로막힌다.
하지만 지금은 그의 손이 너무 높았고, 마치의 팔꿈치가 나의 목을 살짝 스쳤지만 나는 마치 얼굴을 맞은 것처럼 굴며 그대로 피치에 넘어졌다.
그와 동시에 마이클 올리버의 휘슬이 불어 왔고, 몇 마디 말을 보탠 그가 드디어 노란색 카드를 꺼내 들었다.
본래라면 한참 전에 주어졌어야 할 경고였지만, 지금에라도 꺼내어졌다는 것에 만족하며 턱을 맞은 척 한 손으로 얼굴을 쓰다듬었다.
그러곤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억울해하며 똥씹은 표정이 된 마치를 바라보았다.
“이봐!”
“?”
마이클 올리버가 멀어진 뒤, 나는 프리킥을 처리하는 자리에 서서 솔리 마치에게 이렇게 말했다.
“가짜 연기에 당한 기분은 어때?”
“…….”
아까 나를 가짜(Fake)라고 놀렸던 녀석에게 가짜 연기(Fake Act)라는 말로 돌려줄 수 있었다는 사실에, 난 약간의 후련함을 느끼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오른쪽 측면에서의 프리킥.
케빈 더브라위너가 다가오지만, 지금은 내가 킥을 처리할 차례였다.
“턱 맞은 것 때문에 시야가 흔들린다거나…….”
“Bugger off! 어디서 장난질이야.”
“오-! 멀쩡하네.”
하여간 욕심은 누구와 참 비슷했다.
‘녀석은 잘 지내려나?’
숱한 이적설에도 아틀레티코와 시메오네를 향한 충성심을 밝힌 앙투안 그리즈만을 떠올리며, 나는 프리킥을 처리하기 위해 손을 높이 들어 올렸다.
삐?익!
***
작가의 말 – 안녕하세요 김군입니다. 새해부터 업데이트 방법에 약간의 변화를 주고자 합니다. 두편이 업로드 되는 날은 12시 5분과 18시에 나눠 업로드가 됩니다. 연재 주기 및 연재횟수 자체는 동일합니다.
벌써 연말이 다가워 옵니다. 새해인사는 31일과 1일 양일에 걸쳐 하겠습니당 🙂
추운날씨 건강챙기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