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795)
795화 Trauma (14)
(개리 리네커) – BBC MOTD 프레젠터
“매치 오브 더 데이입니다. 어제, 바클레이스 프리미어 리그가 막이 올랐습니다. 아스널이 레스터 시티를 4:3으로 꺾었고, 오늘은 총 일곱 경기가 펼쳐졌습니다. 이야기할 거리가 너무나도 많군요. 지금 이 자리엔 이안 라이트와 앨런 시어러가 함께합니다. 우선은 승격팀 브라이튼과 맨체스터 시티의 경기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하이라이트와 양팀 감독의 인터뷰를 먼저 보고 돌아오도록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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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펩 과르디올라) – MOTD 경기 후 인터뷰
“가장 중요한 건 개막전에서 승리를 거뒀다는 겁니다. 세 개의 골. 클린시트. 그게 요점입니다. 경기의 수준 자체는 그리 높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제 겨우 시즌 첫 번째 경기일 뿐이고, 부족한 부분들은 보완해 나가면 됩니다. 훌륭한 출발이고, 선수들이 후반전에 제대로 뛰어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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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 휴턴) – MOTD 경기 후 인터뷰
“계획대로 경기를 펼쳤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퇴장이 나오면서 균형이 급격하게 무너진 게 아쉽습니다. 그 판정에 대해 딱히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그 핸들링 파울이 고의라는 생각을 하진 않습니다. 관점의 차이였고, 그것이 우리에게 주어질 수도 있었던 승점을 가져간 것뿐입니다. 패배는 실망스럽습니다만, 우린 승격 팀이고 올 시즌의 목표는 잔류입니다. 첫 번째 경기에서 약간의 희망을 봤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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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리 리네커)
“다시 스튜디오입니다. 우리가 오늘 이 경기를 첫 번째로 튼 이유는 분명합니다. 가장 많은 주목이 쏟아진 시합이기 때문이죠. 펩 과르디올라와 다온이 시티에서 재회했고, 시티가 과연 어떠한 모습일지를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이안 라이트) – MOTD 펀디츠
“다온의 효과는 분명히 있었습니다. 완벽한 기회로 이어진 두 차례의 크로스를 가져갔고, 그건 반드시 어시스트로 기록되어야 했습니다. 크리스 휴턴은 아쉬움을 표했지만, 저는 중계진의 의견이 동의합니다, 쉐인 더피의 퇴장은 올바른 판단이었습니다. 결국 그것 역시 다온의 슈팅을 막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었죠. 하지만 시티의 어떠한 면은 조금 실망스러웠습니다. 너무나도 많은 득점 기회를 놓쳤습니다. 경기 내용으로만 놓고 보면, 5:0이나 그 이상이 나와도 되는 시합이었습니다.”
(개리 리네커)
“앨런, 당신도 동의하시나요?”
(앨런 시어러) – MOTD 펀디츠
“일단, 페널티킥 장면부터 말을 해 보죠. 지금 화면에 느린 장면이 나오고 있는데… 우~후후. 쉐인 더피는 아마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고 있을 겁니다. 두 분은 제가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알고 계시겠죠.”
(개리 리네커)
“사정을 모르는 분들을 위해 잠깐 말씀드리자면, 바로 저 장면. 보이시나요? 쉐인 더피가 다온의 슈팅을 손으로 막았는데, 손목이 뒤로 꺾이는 게 보이실 겁니다. 손목 인대의 염좌 판정이 나왔습니다. 2주에서 6주 정도 빠지게 되었습니다.”
(개리 리네커)
“제 기억엔, 지난 시즌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레알 마드리드의 골키퍼 케일러 나바스가 다온의 슈팅을 막은 후 팔을 다쳤죠. 그건 정말 미친 겁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오늘 다온은 득점이나 직접적인 어시스트를 기록하지는 못했습니다. P.K 유도로 인한 어시스트 하나가 다였죠. 이것만 놓고 보면, 사람들이 기대한 모습은 아니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겁니다. 특히나 지난해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서의 데뷔전을 기억하는 사람들이라면 말이죠. 그렇지만, 만약 공격수들이 제대로 마무리를 해 줬다면 오늘 그의 어시스트 숫자는 세 개였을 겁니다. 그럼 이야기가 완전히 달랐겠죠. 모든 신문이 대서특필했을 거예요. 하지만 괜찮습니다. 결국 맨시티가 이겼으니까요. 그리고 PL의 모든 선수에게 경고를 날렸습니다. 내 슈팅을 막아도 되지만, 그럴 땐 단단히 각오해야 할 거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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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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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8월 13일. 맨체스터 M11 3FF, 잉글랜드. 13 로슬리 스트리트, 에티하드 캠퍼스. 더 퍼포먼스 센터, 선수 전용 식당/카페테리아.
경기가 끝난 다음 날, 모든 축구 선수들은 회복이라는 과정을 거친다. 감독과 클럽의 철학마다 그 방법은 조금 다르지만, 모든 이들이 회복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손꼽는다.
펩 역시 마찬가지여서 철저한 회복 프로세스를 만들었는데, 맨체스터 시티에서는 그것이 더욱 발전된 느낌을 줬다.
일단 그 시작은 이렇다.
“음… 73.1kg.”
경기 다음 날, 우리는 클럽이 출근한 후 바로 식당으로 움직여 체중계에 올라야 했다.
왜냐하면 시합을 소화하며 빠진 체중을 확인해 적절한 영양 보충을 해 줘야 했기 때문이다. 만약 데이터 이상으로 체중이 빠졌다면, 추가적인 검사까지도 이뤄지고 있다.
금방 73.1kg을 판정받은 나의 경우, 경기가 치러지기 전과 비교해 5.1kg이 빠진 상태였다.
클럽의 메디컬 스태프가 보유한 평균치의 오차범위 내였기에, 나는 바로 입구를 통과하여 매일 아침마다 설치되는 간이 테이블의 앞으로 다가갔다.
그 위에는 수없이 많은 플라스틱 통이 놓여 있는데, 안에는 선수 개개인에 맞춘 영양보충제들이 들어 있었다.
이 또한 경기일 전후와 평상시에 따라 나뉘어 철저히 관리되었고, 한 달 간격으로 간단한 의료 검사를 진행하여 섭취하는 양과 종류에도 변화를 줬다.
탁-
그렇게 이름표를 보고 나의 것을 찾아 입 안에 털어놓고 나면, 비로소 음식이 있는 곳으로 향할 수 있다.
하지만 그마저도, 내가 원하는 것을 먹을 순 없다.
평상시는 아니나 경기 전후는 아니다.
미리 조사한 선수 개개인의 루틴과 음식 취향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맞춤 요리들이 제공되는데, 나의 경우에는 간을 거의 하지 않은 볶음밥과 오일 파스타. 약간의 크림소스를 끼얹은 대구 튀김과 김치가 제공된다.
외에는 토마토 주스와 초코 우유 반 잔, 바나나와 오렌지 절반, 희석한 비타민 워터와 말린 과일을 박아 넣은 쿠키 한 조각이 곁들여진다.
일주일 중 가장 많은 음식을 섭취하는 순간이 바로 경기 다음 날인 오늘인데, 평소의 양은 이 절반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좋은 아침이야.”
“헤이. 좋은 아침.”
“어때? 잠은 잘 잤어?”
“물론이지. 넌?”
“뭐, 나도 그래.”
마찬가지로 식단에 맞춰진 음식이 담긴 트레이를 가져온 베르나르두가 식탁 맞은편에 자리를 잡았고, 카일 워커와 주앙이 합류하며 평소의 테이블이 완성되었다.
어느새 식당 안은 사람들로 가득해졌고, 모니터에서는 전날의 ‘Match Of the Day’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혹시, 그거 봤어?”
“뭐?”
“쉐인 더피 말이야.”
“??”
의아해하는 나를 보며, 주머니를 뒤적인 카일 워커가 휴대폰을 꺼내어 쉐인 더피의 인스타그램을 보여 주었다.
집에서 찍은 것을 보이는 사진 속의 더피는 깁스를 두른 손을 들어 올린 자세였고, [“함부로 나 같은 짓을 하지 마라.”]는 글자를 합성해 박아 넣어 두었다.
“소문이 쫙 났어.”
“그래?”
“응. 토트넘 쪽 애들도 쏘니랑 내게 질문을 던지더라. 대니가 호기롭게 굴길래, 다음에 만나게 되면 꼭 네 슈팅을 향해서 몸을 던지라고 했어.”
“뭐?!”
“잘은 모르지만, 걔라면 진짜 그럴걸? 꽤 화끈한 녀석이거든. 예전부터 너랑 붙어 보고 싶어 했어. 미국에서 그게 불발되서 엄청나게 아쉬워하더라고.”
“하-!”
카일 워커의 휴대전화 화면에서 눈을 떼며 자세를 본래대로 가져가자, 누군가가 내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고 지나갔다.
“응?”
“좋은 아침이야.”
“아, 다비드. 좋은 아침이에요.”
“하하. 이따 봐.”
“네.”
어제 경기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 아영이에게 드레싱룸에서 있었던 일들을 말했었다.
가끔 급발진하고 나면 늘 뒤늦게 후회가 밀려오곤 했는데, 이번에도 비슷한 감정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 순간 참았다면 훨씬 부드럽게 말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지만 늘 그래 왔던 것처럼 아내는 내 편이 되어 주었고, 덕분에 지금은 꽤 평온한 상태였다.
‘다행히 시간은 많아.’
시즌 초반은 대체로 일정이 여유로운 편이고, 우리의 다음 경기는 다음 주 월요일인 8월 21일이었다.
상대는 PL의 터줏대감 중 하나인 에버튼 FC로, 지난 시즌 최근의 부진을 떨쳐버리고 PL 7위에 오르며 유럽대항전 진출에 성공했다.
챔피언스리그가 아닌 유로파리그이긴 했지만, 로베르토 마르티네즈(Roberto Martinez) 감독 체재 아래에서 고통받았던 에버튼의 팬들은 환호성을 지르는 상황이다.
보드진 역시 로멜루 루카코의 판매로 인한 자금 확보를 바탕으로, 전폭적으로 지원을 하겠다는 약속을 지켰다.
PL 개막전 경기에서도 스토크 시티에 승리를 거두었고, 우리 역시 브라이튼보다 어려운 경기를 예상 중이다.
그때까지 남은 시간은 8일.
우리는 더 나아져야 한다.
‘어제는 그저, 운이 좋았던 것뿐이야.’
맨체스터 시티의 잠재력은 아직, 절반도 발휘되지 않은 상태다.
***
2017년 8월 14일. 맨체스터 M11 3FF, 잉글랜드. 13 로슬리 스트리트, 에티하드 캠퍼스. 더 퍼포먼스 센터, 감독실.
자정이 다 되어 가는 늦은 시각, 오늘도 어김없이 펩 과르디올라는 홀로 모니터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
문제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게 되면, 그것을 바로잡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진짜 어려운 건 문제점은 없지만 경기력이 좋지 못한 경우다.
그리고 가장 어려운 부분은 문제점이 있고 그것도 알고 있지만, 해결 방법이 시간밖에 없을 때다.
‘여전히 달라.’
맨체스터 시티의 계약서에 사인하기 전, 펩 과르디올라는 부임 조건으로 김다온과 베르나르두 실바를 영입해 달라고 요구했다.
또 계약서에 사인한 이후엔, 클럽의 예산을 확인한 직후 케빈 더브라위너의 영입을 요청했다.
펩 과르디올라는 당시 볼프스부르크에서 뛰던 케빈 더브라위너가 자신의 축구에 꼭 필요하단 결론을 내렸고, 그가 곧 세계적인 수준으로 뛰어오를 거란 확신도 있었다.
실제로 자신의 부임 이전, 케빈 더브라위너는 41경기 16골 12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중앙 미드필드로 도약했다.
이듬해 펩 과르디올라가 맨체스터 시티에 정식적으로 합류했고, 클럽의 관계자들은 이 둘의 조합이 환상적인 시너지를 발휘할 걸로 예상했다.
‘후우- 골치 아프군.’
지난 2016/17 시즌, 케빈 더브라위너는 49경기 7골 20어시스트를 기록하는 괴력을 발휘했다.
공격포인트 자체는 2015/16 시즌과 딱히 차이가 없었지만, 10번(AM)이 아닌 8번(CM)으로 내려서서 일궈 낸 기록이기에 높은 평가를 받았다.
만약 세르히오 아궤로와 라힘 스털링이 완벽한 기회를 그렇게 많이 날려 버리지만 않았어도, 더브라위너의 어시스트 숫자는 30개를 넘길 수 있었다.
이러한 모습에, PL 관계자들은 펩 과르디올라가 케빈 더브라위너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을 내리기도 했다.
하지만 오직 단 한 사람.
과르디올라의 생각은 달랐다.
딸깍-
화면을 멈춘 과르디올라가 안경을 벗곤 피곤한 얼굴을 손바닥으로 문질렀다.
3:0으로 승리한 지난 브라이튼과의 경기.
그 실체는 생각보다 실망스러웠다.
시합이 펼쳐지는 당시에는 발견할 수 없었던 문제점들이 곳곳에서 튀어나왔고, 나쁘지 않았다고 믿었던 전술적 완성도에도 부족한 부분이 보였다.
그중 무엇보다 심각했던 건, 혼자서만 다른 방법으로 축구를 펼치는 케빈 더브라위너였다.
물론 이 벨기에의 미드필드는 과르디올라의 요구사항을 충분히 이행했고, 활동량 역시도 많았다.
경기가 끝난 후 ‘Sky Sports’와 ‘BBC’는 나란히 7.9 이상의 평점을 부여하며, 평소처럼 단단하고 훌륭하게 뛰어 주었다는 한 줄 평을 남기기도 했다.
“푸르르~~~”
입술을 털어 내며 들이마신 숨을 내뱉은 과르디올라가 양손을 뒤통수로 가져간 후 의자에 몸을 파묻었다.
현재 그의 고민은 지난 시즌부터 시작됐다.
과거 맨체스터 시티의 감독이던 마누엘 페예그리니는 케빈 더브라위너를 중심으로 클럽을 개편하려 했고, 그 과정에서 다비드 실바의 단점이 노출됐다.
기록상으로는 나쁘지 않은 성과를 기록했지만, 관계자들은 [“다비드 실바 없는 맨시티가 더 강하다.”]는 의견을 내는 것에 입을 모았었다.
하지만 펩 과르디올라가 합류한 후 다비드 실바는 위력적인 경기를 펼치기 시작했고, 시즌 후에는 맨시티 팬들이 꼽은 올해의 선수상을 받으며 활약을 인정받았다.
그런데, 다비드 실바가 살아나면서 맨체스터 시티 전체에 한 가지 문제가 생겼다.
경기를 풀어 나가는 방식이 확연히 다른 다비드 실바와 케빈 더브라위너의 사이에서, 남은 맨체스터 시티 선수들이 혼란을 겪기 시작한 것이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지난 시즌 무관(無冠)의 가장 큰 이유는 처참한 사이드백이었지만, 다비드 실바와 케빈 더브라위너의 불협화음 역시 경기력 저하의 원인이 됐다.
사람들은 두 사람이 조화를 이룬다고 여겼지만, 과르디올라와 몇몇 전술가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
김다온과 베르나르두 실바가 가세한 지금, 케빈 더브라위너의 경기 템포는 한층 더 도드라지고 있다.
그가 전진을 바라는 속도는 다비드 실바/베르나르두 실바/김다온과는 엄연히 달랐고, 이로 인해 앞으로 전달됐어야 할 패스가 뒤로 돌려지고 말았다.
만약 상대가 승격팀이 아닌 PL의 강호였다면, 이런 부분은 더욱 큰 문제로 작용할 수 있었을 것이다.
‘바꿔야 할까?’
펩 과르디올라는 현재, 자신이 기로(岐路)에 섰음을 깨닫고 있었다.
케빈 더브라위너를 빼거나 아니면 두 명의 실바를 벤치에서 출발시키는 게, 경기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가장 손쉽고 간단한 방법이었다.
하지만, 그건 고점(高點)이 낮았다.
모든 잠재력이 완벽하게 발휘된 맨체스터 시티의 전력을 100이라고 했을 때, 케빈 더브라위너나 두 명의 실바가 없는 맨시티의 최대치는 기껏해야 80 수준이었다.
물론 그것만으로 펩 과르디올라는 클럽이 경쟁력을 지닐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그가 바라는 건 단순히 경쟁력을 지니는 게 아니라 PL, 더 나아가 유럽 전체를 지배하는 일이었다.
그러려면, 케빈 더브라위너와 두 명의 실바를 조화롭게 뛸 수 있도록 만들어야 했다.
‘다온도 문제로군.’
펩 과르디올라는 시간이 흐를수록 김다온과 케빈 더브라위너의 시너지가 보이지 않는 것을 염려했다. 오히려 프리시즌 맨체스터 더비 때가 가장 좋았다.
김다온 역시 모든 뛰어난 축구 선수처럼 본인만의 리듬과 속도를 지녔고, 그건 두 명의 실바와 함께할 땐 화음(和音)이 되었으나 케빈 더브라위너와 있을 땐 불협화음(不協和音)을 일으키고 있었다.
만약 다른 선수였다면 결정을 내리는 일이 훨씬 쉬웠겠지만, 그렇지 않았기에 과르디올라의 고민은 자정이 훌쩍 넘은 새벽까지 이어졌다.
딸깍-
잠깐 머리를 식힌 후 다시 영상을 재생시킨 펩 과르디올라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나지만, 이내 그의 얼굴은 피치 위에서의 불협화음으로 인해 찌푸려지고 만다.
‘이런!’
하지만 그는, 오늘과 같은 시간이 팀을 더 나아지게 만들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
[대한독립 만세! 대한민국의 모든 분을 위해, 맨체스터 시티가 대한민국의 72번째 광복절을 축하합니다. – 맨체스터 시티 공식 및 한국어 홈페이지]***
2017년 8월 16일. 맨체스터 M11 3FF, 잉글랜드. 13 로슬리 스트리트, 에티하드 캠퍼스. 더 퍼포먼스 센터, 선수 전용 식당/카페테리아.
오전 훈련이 끝난 뒤, 펩이 베르나르두를 따로 불러 감독실에서 미팅을 진행했다.
미팅이 끝나고 식당으로 들어선 베르나르두의 표정은 썩 밝지 못했고, 그것이 의아했던 나는 녀석이 앉는 것을 기다린 후 무슨 일이 있었냐고 질문을 던졌다.
“벤치에서 출발을 해 달래.”
“뭐? 진짜?”
“응.”
선수 선발은 감독의 고유한 권한이긴 하지만, 그 결정은 대다수가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에서 이뤄져야 한다. 특히 출전 수당이 걸려 있다면 더더욱 그렇다.
나만 해도 PL 기준 경기당 10만 유로(약 1억 3천만 원)의 보너스를 받고 있으며, 출전 경기 비율이 80%를 넘어가면 50경기 출전 기준인 500만 유로를 인센티브로 받는 식으로 계약 조건이 바뀐다.
외에도 득점/총 득점/어시스트/총 어시스트/미출전에 따른 수당이 별도로 존재하는데, 그래도 가장 기본적인 건 경기 출장에 따른 보너스였다.
물론 대다수의 선수가 돈보다 자존심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말이다.
베르나르두도 틀림없이 그럴 거다.
“이유는 들었어?”
“전술적인 결정.”
“뭐? 그게 전부라고?”
“응. 몇 번이나 물었어. 벤치에서 출발하는 건 좋은데, 그 이유를 정확히 알고 싶다고 말이야.”
“젠장, 그건 펩답지 않은데?”
“내 생각도 그래.”
“…”
느닷없는 통보에 근심에 잠겼을 때, 우리의 머릿속에 무언가가 동시에 스쳐 지나갔다.
“혹시…”
“내 생각은 말인데…”
“응?”
“응?”
나란히 눈을 동그랗게 떴던 우리가 피식하고 웃음을 터뜨리고, 베르나르두는 한결 푸근한 얼굴이 되었다.
그런 뒤에는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프리시즌 때 나누었던 대화가 원인인 것 같다고 말을 했다.
“내 생각도 그래.”
“역시 그렇지?”
“응.”
솔직하게 이야기하자면, 브라이튼과의 개막전에서 우리는 우리답게 뛰지 못했다.
전술적으로는 펩의 지시를 거의 완벽하게 이행했지만, 각자가 선호하는 방식으로 뛰는 대신 다른 동료들의 스타일에 최대한 맞추려고 노력했다.
엄밀히 말하자면 케빈의 속도였는데, 그것이 딱히 편안하지는 않았다.
“그리 길지는 않을 거야.”
“뭐, 그렇겠지?”
“응. 우리는 네가 필요해. 당연히 펩도 그걸 알고 있을 거야. 그런데도 네게 말하지 못했다는 건…”
“고민하고 있다는 거지.”
“응. 내 생각도 그래.”
시행착오의 연속에서 인내를 강요받는다는 건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었지만, 베르나르두는 고맙게도 내가 있어서 그를 버틸 수 있을 것 같다며 말해 오고 있었다.
“여기에서 하루 이틀 있을 것도 아니니까.”
“Amigo.”
“응. 그리고.”
“Nope! No?pe!!”
“너는 두 번째 부인이 고통받는 것을 보고 있을 남편은 아니지.”
“헤-이!! 왜 꼭 그렇게 가는 건데??”
“큭큭큭큭.”
여전히 조금은 우당탕탕인 일상 속에서, 베르나르두와 나는 이런 장난을 칠 수 있음을 기뻐했다.
“그래도 케빈도 타협해야 해.”
“그러게. 벨기에인의 고집이 세다는 건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누가 알았겠어?”
“그중에서도 걔는 특별할 거야.”
“그래~ 그거 동감이다.”
정오가 다 되어 가는 오후, 약간의 나른함 속에서 빚어진 작은 갈등은 별다른 문제 없이 지나가고 있다.